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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5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547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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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썼어도 동정이나, 용기를 내라는 의미에서, 봐주기 식으로는 누르시지 말아주십시오. ㅋㅋ. ..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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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웰빙식품의 비지니스맨 되기 & 신예진의 비빔국수



[1]
다음 날부터 나와 예진이는 서로 전화도 하고, 문자나 카톡도 주고받는다. 뿐만 아니라 몇 번 만나서 같이 마트에도 가고, 맥주도 마셨다. 그런데 나는 예진이를 안고 키스하는 것 말고는 더 이상의 스킨쉽을 자제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키스는 점점 진해지지만, 그 이상은 참아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정말 고역이었다. 어쩌다가 나도 모르게 예진이의 가슴이나 엉덩이로 내 손이 가면, 예진이는 내 손등을 꼬집고 때리고 한다. 그러면 나는 잘못했다고 사과를 한다. 그러면 예진이는 사과하는 내가 귀엽다며 내 입술을 빨면서 내 입에 혀를 밀어 넣어준다. 이것도 참아가면서 하기란 정말 고역이다.

이제 중간고사도 다가온다. 그런데 예진이나 나나 학교 공부를 하고 시험 준비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예진이는 실기실에서 밤 늦게까지 그림을 그리는 날이 많았다. 너무 늦는 날에는 내가 예진이네 학교로 가서 내 차로 태워오는 날도 있다. 나도 도서관에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그것은 하늘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학기에는 실기보다는 이론 과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해서 공든 탑이 무너지기라도 할까 염려스러워서, 나는 신예진에게는 엄청 정성을 들이고 있다. 어쨌든 나와 신예진이 사귄다고 말은 했지만, 거기서 별 진전은 없고, 시큰둥한 상태에 있다.

하늘이는 나와 자기가 사귄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는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주차장에 가서 팬티를 흠뻑 적셔서 다른 팬티로 갈아입고, 저녁 먹으러 갔다가 간혹 모텔방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요새는 주차장에서 하늘이가 입으로 나를 싸게 해서 먹어버리는 얌체짓도 서슴지 않고 해버린다.

하늘이는 한밤중에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서 나를 달구기도 한다.

새빨간 입술에 손가락을 물고 침을 흘리고 있는 사진을 보내면서 메시지 하나를 덧붙인다.



"자기꺼 빨고싶어."




핑크빛 유륜과 젖꼭지를 얼음이나 붓으로 터치하여 자극시켜서 잔뜩 화나게 한 후에 근접 사진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낸다.



"자기 생각만 해도 이 아이는 이렇게 돼."



자기 면팬티를 입은 채로 도끼자국 부분이 촉촉하게 물에 젖은 사진을 보낸다. 또 그 팬티를 벗고 흠뻑 젖어서 물을 뚝뚝 흘리는 사진, 거기에 손가락 두 개를 쑤셔박아놓은 사진 등등 ..



"박히고 싶어. 쑤셔 넣고 박아줘. 넣기 전에 미리 빨아줄거지?"



어떨 때는 그런 손가락 빠는 장면, 손가락으로 동굴을 쑤시는 장면, 젖꼭지 비트는 장면들을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하늘이는 다음 날 만나면 나에게 물어본다.




"그거 어땠어?"
"보자마자 바로 싸버렸어. 그런걸 왜 보내냐?"

"싫어? 그럼 보내지 말까?"
"아니야. 보내도 돼."

"고맙다고나 해라.
너는 그런 것 찾는다고 인터넷에서 헤맬 필요 없잖아?"

"한가한 소리 하네."
"내가 보낸 것 저장했어? 보여줘봐."

"그걸 왜 아직 갖고있냐? 보고 바로 지웠거든요."
"잘했어. 윤하 너는 그런 것 성인사이트에 올리고 그러는 짓 안하지?"

"돌겠네."




[2]
하루는 오후에 도서관에서 하늘이와 같이 공부하고 있는데, 하늘이가 아래층에 있는 휴게실에 간다면서 자리를 떴다. 조금 있다가 하늘이는 나에게 휴게실로 내려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바로 하늘이에게 내려갔다. 하늘이는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나를 보자, 나에게 종이컵에 든 아메리카노를 내민다.



"쉬면서 하자. 커피야."
"고마워."

"고마우면, 이따 저녁 사."
"알았어."

"자기야. 나 오늘 국희 봤어."
"그래? 학교에 나오니?"

"이번 학기 휴학 했대. 그런데 자기가 국희랑 사귄다고 했다며?"
"내가? 나는 절대로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그럼 걔랑 잔 적은 있어? 진짜 솔직하게 말해줘."

"내가 미쳤니? 절대 그런 적 없거든?
팔짱 낀 적은 있어도, 손도 안잡았는데?"

"키스는?"
"네버!"

"이상하다. 걔 왜 그러지?
자기랑 사귀고, 같이 잤다고 그러던데?"

"다 뻥이야. 난 결백해. 나 여친은 따로 있거든요."
"그걸 누가 몰라? 그런데 국희는 도대체 무슨 심뽀지?"

"그건 그렇다고 하고, 영환이랑은?"
"딱 잘라 말하던데. 아무 일 없고, 괜한 오해라고."

"둘이 말을 맞췄네."
"사고치고 나면, 다들 그런 말 하거든?"

"누구 말을 믿어야 하지? 영환이? 아니면 국희?"
"내가 자기 사랑하니까, 자기는 내 말만 믿으면 돼."



김하늘은 문국희에게서 들은 말을 나에게 따지는 것 같다. 나중에 우리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이번 주에 시간 낸다고 안했어?"
"아직은 그런데 .."



나는 그 날 저녁에도 주차장에 들렀다가 하늘이와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 후에 우리는 모텔에 가서 몸부림을 치다가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있는 첫 수업에 10분 정도 지각을 했다.




[3]
윤은경과는 거의 매일 한 번씩은 꼭 만나고, 한 번 만나면 한 시간 정도는 웰빙식품 일을 같이 한다. 그녀가 황영철과 같이 지방으로 출장을 나가는 날에는 만나지 못하지만, 전화통화라도 꼭 한다.

4월 말 쯤에 그녀가 황영철과 제주도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왔을 때이다. 그 날은 자정 무렵에 자려고 누웠는데, 윤은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윤하씨. 자요?"
"아니. 왜?"

"과장님이 지금 .."
"뭐야? 무슨 일인데?"

"자꾸 술을 드셔요. 아무리 말려도 안들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내가 감당을 못하겠네요."

"미친. .. 거기 어딘데?"



나는 택시를 타고 윤은경이 오라는 곳으로 갔다. 가는 동안에 겁이 나기도 하고, 영철이가 얄밉기도 하고, 해리가 불쌍하기도 하고 등등. .. 수많은 생각들이 동시에 내 머리를 오고간다. 오늘은 이태원이다. 삼청동 구석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영철이와 윤은경은 어제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에 갔다가 오늘 오후에 도착했을 것이다. 혹시 영철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있다는 칵테일바 안으로 들어서자 윤은경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나는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윤은경이 곤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황영철은 아직 인사불성은 아닌 것 같다.



"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와아아. 내 친구 윤하다."

"이건 친구가 아니라 웬수지!
너 여기서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거니?"

"일은 무슨 일? 그냥. .. 좀 땡기는 바람에 .."
"땡겨? 뭐가 땡겼는데? 술? 아니면 여자?"

"얘가 또 거침없이 시작한다. 은경이도 있는데."
"지금 너 혼자 이 6잔을 다 마신거니?"

"5잔. 한잔은 은경이가 마셨고."
"그래. 그럼 오늘은 이걸로 끝내자."

"너도 마셔야지. 이렇게 만났는데."
"됐거든."

"되긴 뭐가 돼? 은경아, 딱 한 판만 더."
"그럼, 나 그냥 간다."

"갈거면 왜 왔는데?"
"너 데리고 가려고 왔지. 빨랑 일어서기나 해."




내가 일어서자, 윤은경도 따라서 일어선다. 나는 그에게로 가서 그의 팔을 잡아서 일으키고, 윤은경은 계산한다며 계산대로 갔다. 오만하고 탐스러운 볼록과 오목이 정말 기가 막히게 배치된 요염한 뒤태이다. 그런데도 타이트한 검은 투피스 정장에 푸른 줄무늬 와이셔츠. 전형적인 여직원이다. 사람이 아니라 꼭 움직이는 조각 작품 같다.

나는 황영철을 일으켜 세우고 그에게 물었다.



"영철아. 너 요새 많이 외롭니?"
"오늘은 진짜 너무 지독하네. .. 해리 생각도 나고. .."

"그래서 누나한테 작업 걸었구나?"

"우리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냥 일 마치고, 저녁 먹고, 딱 한 잔 마신다고 여기 온거야."

"알았으니까 나가자. 한 잔이 다섯 잔이었으니까, 이제 됐잖아?"
"그래도 나는 아직인데 .."

"차라리 여자 나오는 데로 가지 그랬어?"
"나 혼자?"

"같이 갈 만한 사람 누구 없어?"
"너 말고 또 누구?"

"이게 미쳤나?"



그 때 윤은경이 자리로 돌아오는 바람에 우리는 이야기를 멈추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윤은경의 여행백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안에서는 그가 걸으면서 비틀거리지도 않고 말짱했는데, 밖에 나오니까 약간 휘청거린다. 나는 그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면서 똑바로 걷는다.

윤은경은 나에게 물었다.



"윤하씨, 여기 이 칵테일바에 와봤어?"
"아뇨."

"여기서는 주문할 때 판으로 하는데, 한 판이 작은 것은 6잔, 큰 것은 12잔 이렇거든요.
과장님이 처음에 큰 판 12잔짜리로 하겠다는 거야.
나는 간신히 말려서 작은 판 6잔짜리로 주문을 했어.
그것도 한 잔은 내가 마셨거든.
그런데 과장님 혼자 나머지를 다 마시더니 또 한판을 주문하라고 고집을 부리는 거야.
그래서 윤하씨 오면 같이 주문하자고 달래고 있었어요."

"잘 했어요. 독한 술이었어요?"
"별로. .. 그냥 중간 정도?"

"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면, 혼자 고생하지 말고, 꼭 나를 불러요."
"그 문제는 나랑 윤하씨랑 다음에 이야기 해요."



우리는 같이 택시를 타고 혜화동에 있는 영철이의 아파트로 갔다. 다 같이 택시에서 내려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 그가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들어오라고 했지만, 윤은경이 사양한다.



"너무 늦었어요. 그 동안 과장님 무리하셨으니까, 이제 그만 쉬세요."

"그럼, 나 대신 윤하 네가 은경이 집에까지 데려다 줘라.
지금 이틀째 저러고 다니느라고 엄청 피곤할거야."

"과장님. 내가 어린앤가? 과장님보다 나이 많거든요?"
"내 말 들어라. 내일도 출근해야지."



황영철은 혼자 안으로 들어가고, 나는 윤은경과 같이 내려와서 택시에 탔다. 윤은경이 기사에게 청담동으로 가자고 한다. 그녀는 가는 동안 고개를 돌려서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한남대교를 건너가는데, 그녀가 입을 내 귀에 가까이 하고 낮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



"윤하씨."
"어?"

"이번에는 과장님이 너무 많이 힘들어 하시네."
"그러게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 누나도 많이 힘들지?"

"나야 뭐. .."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택시가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섰다. 그녀는 같이 내리자고 했다. 우리는 그녀의 아파트로 올라갔다. 그녀는 나를 소파에 앉으라고 하고, 와인을 가져와서 따라준다. 그리고 옷을 갈아 입는다며 자리를 떴다.

내가 두 번째 잔을 비워갈 때 그녀도 내 옆으로 와서 잔을 들고 앉는다. 민소매 원피스 한 장을 입은 그녀가 해도 너무 한다. 목에서부터 깊이 파인 앞가슴,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새하얀 가슴이 볼록하게 솟아오른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 버린다. 와인 잔을 집거나 내려놓는다고 몸을 숙이면, 그녀의 젖꼭지까지도 다 보인다. 그러면 내 바지는 텐트를 치고, 또 내 가슴에서는 3차대전이 일어난다.

이것은 누가 뭐래도 명백한 유혹이다.
저걸 확 벗겨버려?
그러나 아직 그것 만은 참아야 한다.
그래. 아직은.



"과장님이랑 둘이 오랜 친구라며?"
"고딩부터니까, 벌써 7년째?"

"과장님 .. 많이 힘들고, 많이 외로워해요."
"이해 해."



힘들고 외로운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는 비슷한 문제가 아닐까? 요새는 그가 끔찍이도 아끼는 여동생 해리와 떨어져 살면서 더 심각해진 것이 아닐까? 나나 윤은경도 외롭고 힘든 것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부부가 같은 침대에 누웠다고 해서 외롭지 않을까?



"윤하씨가 과장님 여자 나오는 술자리에 좀 데리고 다녀요.
혼자 저러고 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걔는 술은 아예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가면 안돼요."

"윤하씨 너무 무관심하다. 의사가 그러래?"
"어."

"남자 저 나이에 그게 말이 돼?
윤하씨가 안그런다고, 과장님도 안그럴거라고 생각해?"

"그게 .. 그런가?"

"과장님 옆에서 보면, 진짜 너무 딱해.
꼭 일에 미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서, 일 밖에 몰라요.
그런데, 일만 끝나면 너무 외로워 해한단 말이야.
저 나이 때는 놀기도 하고, 여자도 안고 싶고 그럴텐데 .."

"그런데, 병원에서 의사가 .."

"그래도 어쩌겠어? 조금씩은 해야지, 저거 그냥 두면 진짜 감당 못해.
지금 과장님 쓰러지기라도 하면, 우리 사장님한테도 큰 일이야."

"참나. .."

"지금 과장님 혼자 전국을 다 관리하거든.
그런데 문제는 우리 일은 근거를 남기면 안된단 말이야.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은 전부 과장님 비밀 세이프나 머리 속에 들어있어.
과장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 너무 끔찍해."

"그 동네는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요?"

"겉으로 표를 안내니까 그렇지, 어느 회사나 이 정도는 다들 해.
안그러면, 선거 때마다 무슨 돈으로 다 감당하게?
위험한 일을 직접 해내는 사람들도 챙겨줘야 하거든."

"누나랑 황과장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데?"
"과장님이 말 안해?"

"절대 안해."
"그럼 나도 말 못하지."

"누나도 진짜 말 안해줄거야?"

"나중에. .. 하는 것 봐서. 하하.
윤하씨는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고, 김치나 잘 해봐요."





[4]
웰빙식품도 한달이 지나자 서서히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루는 윤은경이 나와 같이 일을 하다가 나에게 물었다.



"윤하씨, 주말 말고,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언제지?"
"화요일 하루. 왜요?"

"김치를 납품하는 업소들 관리를 시작해야 하거든."
"내가?"

"과장님은 바쁘게 돌아다니잖아.
차분하게 앉아서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윤하씨가 맡아야 해.
윤하씨는 그 일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야."

"뭐라는거야? 가더라도 누나랑 같이 가는 거지?"
"누나 말고, 윤팀장이랑 가야지."

"알았어. 하하."

"윤하씨가 방문하는 일에는 완전 딱이야.
과장님은 어른스럽고, 으젓해 보여. 표정도 매섭고, 날카롭단 말이야.
그런데 윤하씨는 잘 생긴게 어려보이고, 귀엽고, 호감형이거든. 온화하고, 부드럽다고.
사람들이 윤하씨를 보면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생겨.
이 것을 잘 써먹어야 해.
이제부터 밤에 잘 때 마스크팩도 꼭 하고 자도록 해."

"팩을 하라고? 왜?"

"윤하씨 피부 관리를 들어가야지!
고객 앞에 나설 때에는 대학생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비주얼과 매너, 이 두 가지에 포인트를 맞춰야 해.
자기는 이제 성공을 위한 비지니스맨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방문한다는 것은 그냥 차타고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선 방문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이 준비작업을 위하여 나와 윤은경은 한 주말 2박3일을 고스란히 투자하여 맹훈련을 했다.




[5]
윤은경은 내 비주얼부터 뜯어고친다고 했다. 그녀는 미리 오피스텔의 방 하나에 옷장과 화장대, 그리고 크고 작은 거울들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이것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제일 먼저 윤은경은 나와 함께 백화점으로 가서 내가 필요한 것이라면서 남성용 화장품을 구입했다. 또 내가 입어야 할 옷도 대량으로 구입해 버렸다.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지만, 캐주얼로 입더라도, 용모는 항상 단정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했다. 피부관리는 장기적인 문제이지만, 옷차림, 화장품이나 행수를 사용하기등은 그날그날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그 화장품으로 화장하는 법과 마스크 팩을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다. 특히 마스크팩은 30분 이상 걸리면 역효과가 나서, 팩이 피부로부터 수분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렇게 내 피부를 관리하는 것은 이 바닥에 있는 한 쉬지 말고 계속하라고 했다.




[6]
그 다음에는 나는 윤은경으로부터 고객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상대방이 말할 때에는 그 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시할 것.
그러려면 그의 얼굴을 쳐다보거나,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기,
상대방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며 수긍하기,
뻔히 알지만 내용에 대한 질문도 간단하게 하기,
그리고 메모하기

등을 배워야 했다.



"윤하씨는 주로 말을 듣는 입장이거든.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어야 해. 그러면 그는 윤하씨가 꼭 필요로 하는 중요한 정보를 한 가지라도 더 주려고 해요."



수긍하기,
납득하기,
동의하기,
찬성하기,
거절의 의사를 단계적으로 밝히기,
찬성하는 척 하다가 죄송하다면서 거절하기,
거절하는 척 하다가 곤란하다면서 찬성하기, 등등 ..


이것은 언어를 통한 포장이고 마술이었다.




[7]
또 여성 고객과 상담을 할 때에는 가끔씩 그녀의 얼굴, 몸을 쳐다볼 것. 이 때 조심할 것은

쳐다보는 내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있어야 하고,
절대로 쳐다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말것,
쳐다보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혀를 낼름거리지 말 것,
상대방이 섹시하다는 것을 표현할 때에는 그녀로부터 눈길을 떼지 말고, 냉수를 한 모금 마실 것.



"윤하씨가 관심을 갖고 여자의 몸을 쳐다보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는 것을 표시하는 거야.
그녀가 자기 몸의 어느 부분이 아름답다고 자신있게 생각하는 것을 무시하면 안돼.
그런데 자기 몸의 특정한 부위를 남자가 쳐다보면서 변태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녀는 그 남자를 극혐으로 생각해버린단 말이야. 민감한 부분일수록 조심해야 해."



이 점은 윤은경이 자기 몸으로 직접 실습까지 했다.

얼굴 전체를 쳐다보기,
머리와 이마, 입술, 눈, 코만 따로 쳐다보기.
옆얼굴을 보면서 머리카락과 귀를 쳐다보기,
목에서 쇄골까지 쳐다보기,
그리고 가슴을 볼 때에 노출된 부분과 가려진 부분을 쳐다보기,
그녀가 화장실에 갈 대에는 전체적인 몸매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일어섰을 때 엉덩이와 허리, 허벅지나 조개 부분은 시선을 고정시키지 말고 훑을 것,
그녀의 속옷이나 속살이 살짝 드러날 때, 고의로 아니면 실수로 그랬는지 파악하기,
나도 모르게 꽂혀버린 시선을 그녀에게 들켰을 때 시선을 처리하기,
여성 신체의 각 부위별로 보는 시간, 시선의 각도, 반복해서 쳐다볼 때의 시간 간격 두기, 등등 ..



"쳐다보는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것을 인정하고 예찬하는 것이 된단 말이야.
그런데, 잘못하면 그녀가 성희롱 당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



여자 몸 쳐다보기.
장난 아니다.
여자 잘못 쳐다보다가 쇠고랑 찬다는 말이 완전 실감난다.



"시선을 고정시키지 말고, 눈을 두세번 깜빡거려.
거기만 계속 쳐다보면 뚫어지거든요. 느끼하고 토나와. 남자가 바퀴벌레로 보여.
그 주변까지 둘러보면서 살짝 웃음을 지으라고."

"거기서 입맛을 다시든가, 혀를 낼름거리면 도대체 어쩌자는 건데?
당장 확 덮치고 싶다는 거잖아?"




[8]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문제는 내가 아직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특히 나에게는 실수가 엄청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여성 고객 앞에서 실수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엄청난 실수는 금물.
여성 고객의 성향을 미리 파악하여, 어느 정도까지가 실수로 받아들여질 지 예상하기.
실수를 저지를 싯점을 정하기. 언제 실수가 필요한가?
실수를 고의로 치밀하게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저지르기.
그러면서도 절대로 칠칠맞지 않게 보이기.
또 그녀 앞에서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미안해하면서 사과하고, 당황해하고 쩔쩔매기.
등등 ..

이런 실수야말로 물론 남성고객 앞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 고객 앞에서 하는 실수는 매력의 포인트가 된다. 잘 계획되고 꾸며낸 실수는 그녀로부터 관심을 끌고, 그녀의 보호본능을 일깨워서 동지애를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실수는, 내가 알고 했을 때 실수야. 그러면 매력남이 될 수 있어.
모르고 한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야. 이건 완전 멍청이고, 븅신, 개찌질이야."

"남자가 너무 완벽하면 넘사벽인데, 그걸 그녀가 어쩌겠어?
여자는 엄청 타산적이란 말이야. 그런 완벽남은 쉽게 포기해버려.
완벽남은 또 엄청 잘 꾸며졌단 말이야. 느끼하고 토나오기도 하거든. 항상 조심해."



[9]
사업상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너무 멀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이런 중요하고 빡씬 개인래슨이 끝나고 나서야 업무가 시작된다.

윤은경은 미리 전화로 요리사나 주인에게 알리고, 시간 약속을 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 시간에 식당을 방문하여, 주로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홀에 손님이 없는 이른 시간에 가기로 했다. 나는 미리 두 시간 전에 나온다. 옷을 입고, 머리 스타일과 화장을 끝내고, 윤은경에게 심사를 받아서 뜯어고친다. 그리고 나서 출발한다.

우리가 만나자고 했을 때 그들은 기꺼이 응해주었다. 우리의 김치에 대하여 그들이 좋게 보는 것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업소에서 하는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나는 그들과 한 얘기들을 전부 상담일지에 기록해둔다.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는 꼭 고객관리 방문을 하고, 시간이 날 때에는 추가로 더 했다. 윤운경은 그 고객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겨서 방문을 할 때에는 항상 이 상담일지를 미리 읽어보고 가라고 했다.


이렇게 시험 준비와 웰빙식품 일로 바빠진 나는 하늘이와 신예진에게 소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밤이 되면 녹초가 되어 뻗고, 아침이 되면 침대에서 끝까지 밍기적거리며 버티는 생활이 계속된다. 하루하루가 고달픈 죽음의 행진이었다.




[10]
이러는 어느 날 나는 자기 전에 해리가 나에게 보낸 이메일을 읽었다. 장문의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울어버렸다.


To : 윤하오빠
신기하다. 미국에도 봄이 왔다. 지금 서울도 봄이지?
서울에서 내가 아는 곳, 내가 가는 곳, 전부 다 윤하오빠가 나를 데리고 갔던 곳이지?
미국도 그래. 여기 내가 아는 몇 군데 안되는 곳은 전부 다 오빠가 나를 데리고 갔던 곳들이야.
윤하오빠.
서울에도, 미국에도, 윤하오빠 없이 나 혼자 갈 수 있었던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던 것 같아.

지금 여기서도, 윤하오빠 없이 나는 아무데도 못가겠어.

오빠가 보고 싶은데,
나랑 같이 갔었던 거기 가면 윤하오빠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막상 거기 가서 오빠를 아무리 찾아도, 오빠는 거기 없잖아.

오빠가 없다는 것이 싫다.
너무 싫어.
오빠가 내 옆에 없다는 것이 죽을 만큼 싫어.

오빠. 윤하오빠.
내가 미국 온다고 처음 말했을 때, 오빠가 그렇게 반대했는데.
오빠 말 안듣고 그냥 이 땅에 온 것. 지금 나 뼛속까지 후회해.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나면,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나 이제 윤하오빠 꼭 붙잡고, 죽어도, 절대로 놓지 않을 거야.
누구한테도 윤하오빠를 절대로 뺏기지 않을 거야.

윤하오빠가 보고 싶다.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고,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까 윤하오빠가 너무 얄밉다.

촛불이 양초를 녹이는 것처럼, 윤하오빠에 대한 사랑이 내 마음, 내 뼈와 살을 녹이는 밤이다.
잘자요. 혹시 알아? 내가 윤하오빠를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지.
오빠에게 안기고 싶고, 내 이마와 뺨을 누르던 윤하오빠의 입술을 느끼고 싶어.
미치겠다.

From : 해리



얘는 왜 이런 메일을 써서 나를 울리지? 나는 읽고, 울고, 또 읽고, 또 울었다. 자꾸 읽어도, 눈물이 자꾸 나온다.

네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내가 열배 백배 더 너를 보고 싶어하고, 영철이는 네가 없어서 얼마나 외로움을 타는지, 독약 같은 술을 마시려고 덤빈단다.

해리야. 이것이 내 진심이야. 보잘 것은 없지만,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최윤하의 진심. 그런데 나는, 내가 오빠라는 이유 때문에, 나의 이 진심을 너에게 보낼 수가 없단다. 내가 너에게 다른 말을 쓴다면, 그것은 다 거짓말이야.

나 어떡해?


나는 읽고 울고를 반복하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 지각했다. 황영철도 해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술마시지 말라는 말이 골백번도 더 적혀있었다고 했다.




[11]
이런 저런 일들로 내가 워낙 바빠서 예진이와는 며칠 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저녁에 신예진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있다. 혹시 내가 하늘이랑 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겁이 덜컥 났다. 그럴 일이 없는데도 나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바로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 아닐까?




"짜증나니?"
"쫌 그러네. .. 오빠, 내일 저녁에 시간 돼?"

"무슨 일인데? 마트에 가려고?"

"사귀는데 꼭 마트에 가야만 보나? 오빠는 나 보고 싶지 않아?"
"왜 안보고 싶어? 당연히 보고 싶지."

"얼만큼?"
"죽을 만큼."

"김범수 노래냐? 참나."
"진짜거든. 우리 노래방에 갈래?"

"알았으니까. .. 내일 저녁에 와라.
비빔국수가 땡기는데, 혼자는 좀 그러네."

"비빔국수? 좋지."

"올 때 마트에 들러서 캔맥주 한 박스만 사다줄래?"
"알았어."

"몇 시까지 올건데?"
"8시?"

"기다릴게. 오빠.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
다들 참 쉽게 잘 한다.
나는 무서워서 입에 담지도 못하는데 ..

나는 비빔국수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신예진이 나를 자기 원룸으로 초대한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이 때의 내 기분이란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짜릿했다. 이제는 신예진이 나랑 사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다음 날 나는 마트로 갔다. 그녀에게는 차가 없으므로, 나는 예진이가 사오라는 캔맥주 말고도 생수, 콜라를 박스째로 샀다. 또 과일도 몇 가지를 사서 차에 실었다. 그녀에게서 먹은 생과일 쥬스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물건 몇 가지도 같이 샀다.

예진이의 원룸에 도착하여 벨을 눌렀더니, 예진이가 문을 열어준다. 그녀가 밖으로 나와서 내가 사온 것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어머머. 이게 다 뭐야?"
"기왕에 사오는 거니까 .."

"비빔국수 한 그릇 얻어 먹겠다고 이렇게 많이 사오면 어떡해? 하하."
"그래서 사온 것이 아니거든요."




나는 짐을 예진이의 주방 앞으로 옮겨주었다. 예진이는 나에게 생수 한 컵을 내준다. 우리는 안고 키스한 후에, 그녀가 냄비에 물을 채워서 가스렌지에 얹는다.




"잠시만 기다려. 준비는 다 돼 있으니까, 국수만 삶으면 돼."



신예진은 비빔국수를 매콤하게 해서, 얼음도 넣고, 삶은 계란도 넣었다. 나는 배가 엄청 고팠으므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디저트로 예진이의 생과일 쥬스까지 마셨다.




"오빠 진짜 맛있게 잘 먹는다. 그러니까 내 기분이 엄청 좋네."

"그렇게 좋아?"
"당연히 좋지. 내가 해 준 국수를 잘 먹는데,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돌더라."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 예진이 음식 솜씨가 완전 끝내주는데?
요리는 언제 배웠어?"

"배우긴 뭘 배워?
작업실에서 밤 새우다가 배고프면 닥치는 대로 넣고 해서 먹는거야.
우리 다음에는 고기 구워먹자."

"기대는 되지만, 일이 엄청 많을텐데.."
"그러니까 애들 여러 명을 불러야지."




이 말은 그녀의 친구들에게 나를 인사시키겠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설거지와 뒷정리를 같이 하고, 내가 사다 준 물건까지 정리를 했다. 예진이가 나에게 물건값을 계산해주는데, 나는 맥주값만 받았다. 예진이는 나에게 믹스커피를 타주었다.



"왜 그러는데? 다른 것들은 어쩌고?"

"너는 맥주만 사오라고 했거든. 나머지는 내가 산 것을 너랑 나누는 거니까, 그냥 받아 둬. 다음에 또 맛있는 것을 같이 해먹으면 되잖아?"

"알았어. 고마워. 지금 맥주 마실래?"
"나한테 가서 마시면 안돼? 내가 산 물건들이 아직 내 차에 그대로 있거든."

"당연히 그래야지. 기다려."



예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갈아입는다면서 화장실로 간다. 예진이가 다시 나왔을 때에는 체크무늬의 짧은 치마가 타이트하게 엉덩이를 감싸고 있다. 둥그런 엉덩이가 매끄럽고, 팬티라인도 보이지 않는다.

헐렁한 라운드티는 가슴쪽이 깊게 파여있고, 어깨도 제법 많이 드러나있다. 브레지어는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드러나는 한쪽 어깨에 끈이 보이지 않고, 등과 가슴에도 브라의 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젖꼭지가 있을만한 곳에 작은 점이 볼록 솟으려는 것이 보인다.


예진이가 식탁을 치우고 행주로 닦는데, 그녀의 앞가슴에서 티셔츠의 앞이 벌어지며 그녀의 뽀얀 젖무덤이 고스란히 보인다. 나는 눈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아예 고개를 옆으로 돌려야 했다. 이 때 피가 머리로 몰리는 것 같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예진이도 들었을 지 모를 정도였다.



"다 됐어. 이제 나가자."



예진이는 나에게 팔짱을 끼고, 우리는 밖으로 나와서, 원룸 앞에 세워둔 내 차를 타고 내 오피스텔로 왔다.




[7]
내 텔 안으로 들어서면서 나는 예진이에게 소파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들고 온 물건들을 주방으로 날라다가 수납장과 냉장고에 넣었다. 그런데 예진이도 주방으로 온다. 그녀는 또 방안을 둘러본다. 이번에는 베란다와 욕실, 그리고 방마다 전부 문을 열고 구경을 한다.



"미안. .. 지저분한 것은 오늘도 여전하지?"
"남자들 사는 것 다 그렇지 뭐."

"남자 사는 자취방에 많이 가봤나?"

"오빠!"
"왜 버럭질?"

"나 친오빠 있다고 분명 말했거든?
친오빠 방도 남자 방이야.
내가 남자들 자취방에나 찾아 다니는 이상한 여자로 보여?"

"미안. 그런 말 한 것이 아니야. 정말 미안해."



내가 사과하면 예진이의 버러럭은 금방 누그러든다. 예진이는 내가 사과할 때에는 진심이 느껴지고, 엄청 귀엽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키스한다.



[8]
그런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나는 신예진과 같이 내 오피스텔에서 저녁을 보내게 되었다. 지금까지 침착을 유지해왔던 내 마음에 조금씩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접시에 치즈 조각을 담아서 식탁에 놓았다. 신예진은 과일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냉장고에서 감, 사과, 배, 키위를 꺼내와서 정성스럽게 껍질을 벗긴다.

그 사이에 나는 오피스텔을 나와서, 길 건너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아이스크림 몇 개를 사왔는데, 막대기가 꽂혀있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신예진에게 주고 나머지는 비닐 팩 그대로를 냉동고에 넣었다.



"와아앙. .. 커피 아이스크림이다."
"그거 예진이가 좋아하는 거니?"

"나 이거에 완전 꽂혔어. 진짜 엄청 맛있어. 오빠도 먹어."
"다행이네. 그러다가 살찔라."

"걱정 마. 살 잘 안쪄."
"체질이 그래? 아니면 밤샘 작업 때문에?"

"글쎄. 모르겠어."



예진이는 입을 열고 붉은 혀를 길게 내놓는다. 아이스크림을 아래 위로 몇 번 쓰윽 핥는다. 또 아이스크림을 입 안으로 넣더니, 입술로 단단히 물고 천천히 뽑아낸다. 여진이의 입을 보고 있는데, 내 머리 속에 갑자기 음란한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울렁거린다.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어쩌면 예진이는 꿈도 꾸지 않고 있는데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예진이는 여기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금 나에게 암시라도 하는 것일까?



- 다음 회에서 계속 ?? -



=*=*=*=*=*=*=*=*=


댓글까지 쓰시느라고 수고하셨지요? 너무 감사합니다.
* 앞뒤올님. 그런 일로 상처까지 받으십니까? 할테면 하라죠. 사람은 다 자기값을 하잖아요?
* 대선아빠님. 요즈음 건강은 어떠신지요? 그 정도는 쓴소리라고 보기가 좀 약합니다. 마음놓고 더 쓰게 하셔도 됩니다.
* 꾸엘보쉬님을 생각해서라도 더 재미있게 서야하는데, ..ㅋㅋ


* 제 글에 댓글 쓰시는 님들께 부탁해요. 다른 글을 부정적으로 표현하실 때에는 언어를 엄선하셔서 감정의 자극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트레스 풀러 오신 분이 상처입고 가시면 되겠습니까? 이번 글이 도움이 되시기를 .. ㅋㅋ




* 이번 글에서는
(1) 하늘이가 엄청 적극적으로 나오죠? 왜 그럴가요? 그냥 좋아서? 아니면 밝혀서? 그것도 아니면 혹시? 왜 자기만 믿으라고 할까? ㅋㅋ

(2) 황영철의 병과 고독에 대해서 조금 썼습니다. 이것이 윤은경과 윤하에게 걱정거리죠. 그러나 오늘을 사는 제 문제도 되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힘들고 외로운 것은 저에게도 마찬가지. 여러분께는 그러지 말기를 ..ㅋㅋ

(3) 윤은경은 윤하를 키우겠다고 작심하고 학생인 그를 성공적인 비지니스맨으로 둔갑을 시키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 아마도 이 부분을 읽기가 엄청 지루하고 짜증나셨을 것 같네요. 저도 처음에는 간단하게 줄여서 쓸까 하다가, 쓰는 제가 헷갈려서 풀다보니까 길어졌어요. ㅋㅋ

(4) 영철이만 외롭고 고독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 있는 해리도 마찬가지네요.

(5) 신예진 .. 흠. .. 마트에서의 사건이 그녀의 계획인지, 아니면 우연한 사고였는지. 그런데 이번에는 또 비빔국수로 도전장을 내미는 것을 윤하는 거기에 음료수 박스로 응해줍니다. 나중에 장소를 옮기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윤하를 음란한 생각에 빠지게 합니다. 만난지 한 달이 지나서 이제는 간보기도 끝났는데 .. 선수끼리는 당일 즉시 아니면 이삼일 안에 끝나는데 .. 남자의 생각은 행동으로 표현됩니다. 더구나 윤하가 윤은경으로부터 트레이닝도 받은 상태인데 .. ㅋㅋ


그런데 윤은경이 시킨 트레이닝 내용을 제 생각대로 그냥 썼는데, 저렇게 하면 되기는 되나요? 혹시 이 분야에 계신 님들의 고견을 기다립니다. ㅋㅋ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 또 머리 짜러 갑니다.
다음 얘기는 이제 순서가 소라스러울 차례입니다.


또 뵙죠. 건강하세요 ... - Ja"d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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