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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 단편14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7 494회 0건








14. 여우와의 미팅 : 혹시 알아?




[1]
내 몸은 피곤하고, 천근이다. 그래도 꾹 참고 그녀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식사하면서 윤은경이 이야기를 하는데, 듣고 있다가 멍때리는 바람에 가끔씩 놓치기도 했다. 윤은경이 나를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째려본다. 나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이거 완전 배터리 방전이네. 미안. 누나."
"윤하씨. 사람이 왜 그 모양이래? 여자 22명이랑 있다가 왔다고 맥을 못추네?"

"언니, 뭐라구요? 한꺼번에 22명요? 나는 쓰리섬이라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는데, 어떻게 오빠 혼자 22명이랑 해요?"

"야! 이하영. 너는 쪼끄만게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
"지금 윤하씨 상태를 놓고 따져보면 하영이 말이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못하겠거든?"

"누나. 그거 쫌 심하지 않아? 아무리 내가 쫌 어리버리해졌어도 그렇지 .."



식사가 끝나자 나는 그녀들과 헤어져서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피곤한데다가 밥까지 먹어놓으니까 머리가지 텅 비면서 잠이나 자자는 생각뿐이다.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서 전화기를 열어보니까, 신예진에게서 카톡과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있디. 주말에 미뤄둔 약속 때문일 것이다. 몸은 무겁고 피곤해도 나는 신예진에게 전화를 했다.

예진이는 저녁내내 집에서 내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가까운 거리이지만, 나는 차를 끌고 가서 예진이를 태워왔다. 그날 밤에도 내 오피스텔에서 우리는 뜨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두번째 사정을 하고 나서 내 코에서는 진짜로 코피가 터졌다.



"피! 오빠. 코피야!"
"이러언."



침대 씨트로 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예진이가 겁을 먹었다. 나는 코를 막고, 예진이가 티슈를 뽑아와서 코를 틀어막았다.



"뭐야? 오빠, 내가 너무 밝힌 거니?"
"글쎄? 두번 계속은 무리였나?"

"김치 장사가 오빠한테 너무 빡씬가? 그럼 앞으로는 두 번을 계속해서 하지 말고, 밤에는 한 번만 하고, 나머지는 아침에 하자."

"그래도 한번만 하자고는 안하네?"
"어? 오빠가 벌써 그 정도야? 안되겠다. 내일 당장 보약 짓는 데에 가야겠어."

"됐어. 보약은 무슨?"
"보약이 싫으면, 고기라도 .."



내가 보약은 말도 안된다는 듯 이야기를 하자, 신예진은 고기를 구워먹자는 말로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2]
며칠 전에 이하영이 황영철에게 우리가 취급하는 김치 종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홈페이지도 너무 썰렁하고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여우들 세상 닷컴의 김수연 팀장과 약속한 미팅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이하영의 말대로 취급하는 품목을 더 늘이고, 홈페이지도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황영철은 어제 김치 공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김치들을 골고루 가져왔다. 총각김치, 깍두기, 백김치, 갓김치 등등.


그래서 다음 날 오전에 나는 신예진과 함께 사무실로 갔다. 새로 들여온 김치들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골라주는 사진을 이하영은 그 자리에서 바로 홈페이지에 추가로 올렸다. 이제는 예진이도 사진 작업을 제법 잘한다. 여우들 세상 닷컴과 미팅이 내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일을 오늘 중으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하영은 신예진이 있기 때문인지 엄청 긴장해 있었다. 그래서 실수가 일어났다. 깍두기 사진에는 총각김치라고 적고, 갓김치 사진에는 돌산김치라고 적은 것이다. 이 실수는 다행히 미리 발견되었는데, 이 실수를 찾아낸 사람은 바로 윤은경이다. 윤은경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얘가 왜 이렇게 덤벙대? 너 혹시 연애 시작했니?"
"언니도 참. 무슨 연애를 한다고 그래요? 사진 파일들이 워낙 많아서 헷갈렸어요."

"아하. 그럼 그 때 그 사건은 연애가 아니구나."
"예?"

"어머. 하영이 너 드디어 남친 생겼니? 그 남자 우리 공유하자. 하하."
"저게 또 열불나게 하네. 예진이 너는 니꺼부터 확실하게 공유하고 나서 얘기해."

"저게 미쳤나?"
"그러는 너는?"




새로운 김치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홍보용 전단지도 다시 제작하도록, 초안을 만들어서 인쇄소에 보냈다. 이 일들이 끝나니까 늦은 오후이다. 윤은경이 저녁을 산다고 해서 우리는 냉면집으로 가기로 했다. 윤은경이 차를 가져온다면서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신예진이 이하영 앞에서 몸을 꼰다.



"하아. .. 냉면. .. 어떡해?"
"왜? 예진이가 냉면 싫어한 적이 없는데?"

"그게 아니라, 밤에 잠을 너무 못자서 피곤한데, 그래도 냉면이 먹고는 싶고 .."
"그럼 먹고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그럼. .. 그럴까?"
"예진이 너는 밤에 뭐한다고 잠을 못자는데?"

"요새 너무 덥잖아. 그렇다고 에어컨을 켜놓은 채로 잘 수도 없고 .."
"더워서 잠을 못잔다고? 너 진짜 뻥칠래?"

"그 이상은 내 사생활이거든요."
"누구는 그런 사생활 없냐?"

"그런 사생활? 저게 남자도 없는 주제에 .."
"아휴. .. 말을 말자. 빨리 나가기나 해. 은경언니 밖에서 기다리잖아."




얘네 둘이 이야기를 하는 데,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이다. 나는 엄청 신경이 쓰이고 조마조마하다. 우리는 윤은경의 차로 한남동에 있는 냉면집으로 샀다. 그런데 저녁을 먹는 중에 윤은경의 전화기로 전화가 들어왔다. 그녀가 통화를 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한다.



"누나, 뭔데? 무슨 전화야?"
"과장님 벌써 오셨다고, 나보고 본사로 오라시네. 가신 일이 잘 안됐나?"

"지금 바로 가야해?"
"먹던 이 냉면은 다 먹고. 저녁 먹고 윤하씨는 뭐 해?"

"내일 김팀장이랑 미팅 할 준비는 해 놓고 들어가야지."
"맞네. 내일 일찍 나와. 가기 전에 케어 받고 가야지."



또 샵에 갈 생각을 하니까 소름이 끼친다. 식사가 끝나고, 윤은경은 신예진을 태우고 가버렸다.





[3]
나와 이하영은 택시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우리는 내일 있을 김수연 팀장과의 미팅에 대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하영은 목이 탄다면서 얼음을 넣고 냉커피를 타왔다. 짧은 스커트가 그녀의 엉덩이에서 찰랑거리고, 몸을 굽힐 때마다 가슴 쪽에서는 라운드티의 벌어지며 그 속이 들여다보인다.



"느끼하게 자꾸 쳐다볼거야?"
"보이니까."

"들여다보면 좋아?"
"싫을 리가 없는데?"

"예진이한테 전화를 하든가 해야지."
"쏘리. 안볼께."

"하아. .. 소심남이네. 겁은 많아요. 참나."





[4]
우리는 내일 여우들이 들고나올 카드를 예상하여 그에 대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했다.

먼저 지금 우리가 판매하는 가격에서 수수료를 계산해보니까, 수수료가 10%만 돼도 완전 적자이다. 우리는 가격에서 거품을 모두 빼버렸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김치보다 만원에서 2만원 정도 싼 값에 팔리고 있다. 그 대신에 우리는 적립금이나, 할인 행사를 포기한다. 어차피 이것들은 가격 안에 들어있는 거품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가격을 책정하면서 황영철은 조삼모사로 고객을 현혹시키지 않겠다면서 낮게 한 것이었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때문에 가격 인상이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이하영은 가격 인상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우리는 수수료가 웬만큼 낮기 전에는 입점을 포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하영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공동구매에 대한 이야기를 이야기했다.



"저쪽에서 공동구매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챙기겠다고 나올 수도 있거든요."




만일 한 번의 공동구매 행사에 참여하는 고객들이 300 명이라면, 우리가 공장과는 가격 할인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택배비는 할인이 안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300명 이하로는 공동구매가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못을 박았다.



"지방이야 그렇다고 쳐도 서울은 가능하지 않나?"

"서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300명의 고객에게 배달을 하려면 배달 직원 2명, 그리고 오빠랑 언니까지 덤벼들어도 최소한 5일은 걸리지 않겠어요? 그럼 업소 배달은 어쩌고?"

"맞네. 우리한테 김치 300개를 한꺼번에 보관할 김치냉장고도 없네?"

"그건 몇 번에 나누어서 가져오면 되니까 문제가 안돼요. 정 필요하면 김치냉장고는 사도 되잖아요? 별로 비싸지 않은 것 같은데."




그들은 포인트 적립이나 사은품 등의 마케팅을 자주 할 것이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부담할 수 밖에 없고, 이것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였다.

김수현 팀장이 들고 나올 큼직한 카드로는 입점과 공동구매 말고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협상에서도 상대방에게는 히든카드가 있는 법. 이하영은 내일 미팅에서 내 옆에 앉아서 같이 해결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다 끝내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 우리는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그런데 이하영이 내게 물었다.




"앞으로 사진 촬영은 오빠가 직접 하면 안돼?"
"단순한 촬영이 아니라, 특수한 효과를 내햐 하거든. 예진이가 진짜 잘하잖아. 나는 아직 더 배워야 해. 왜 그러니?"

"그럼 빨리 배워. 예진이가 우리 사무실에 오는 것 진짜 싫거든요."
"하영이가 겁을 잔뜩 먹었구나?"

"얼마나 무섭든지, 하루 종일 머리카락이 다 일어서 있었다니까. 냉커피 마시다가 쏟지를 않나."
"이제 당분간은 예진이가 여기 올 일이 없어."

"예진이도 그래. 지가 어딜 밤에 잠 못잔다는 말을 내 앞에서 해?
"그거야 예진이는 아직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니까 .."





[5]
하영이는 열불 난다면서 냉커피를 더 타왔다.




"이거 마셔요."
"고맙다. 안그래도 밖에 나가서 한 잔 마시자고 하려고 했는데 .."


"그런데 오빠는 궁금한 것도 없어?"
"어?"

"나랑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엄청 딱 잡아떼는데. 이건 오빠가 쿨한거야? 아니면 나한테는 아예 관심이 없는 거야?"

"관심이야 있지만, 요새는 너무 바쁘다 보니까."
"예진이를 안을 때, 오빠 양심에서는 아무 소리 안나고?"

"괴롭지. 나도 사람인데."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말 안했는데, 걔 옛날에 내 남친 뺏어간 일도 있거든. 나야 뭐 .. 아예 뺏는 것도 아니고, 잠시 빌려쓰는 다시 제 자리로 갖다 놓는 정도니까."

"너 진짜 말은 엄청 쉽게 한다?"
"오빠도 웃기는게. .. 영철오빠 여동생이랑 사귄다며? 그래도 예진이랑 이러면서 뭘 그래?"

"너도 예진이 생각을 하면 께림칙하기는 하거든?"
"어디까지나 그건 순간이야. 오빠는 안그런 것 처럼.."


"어쩌다가 예진이한테 남친까지 뺏겼니?"
"그게 .. 그니까. .. 이런 말까지 꼭 해야 하나?"

"하기 싫으면 안해도 돼."
"아니야. 오빠랑 나랑 갈 데까지 다 갔는데, 못할 것도 없지."

"꼭 그래서가 아니고 .."

"나. .. 원래 내 거기에 털이 없었어. 요새는 좀 나는 편인데. 그런데 남자는 여자 거기에 털이 없으면 3년 재수없다고 한다며? 그래서 나는 섹스를 피했거든. 그런데 예진이 고 계집애가 그만 .."

"너네들은 서로 뺏고, 빼기고 그랬냐?"

"벌써 경자 얘기도 들었구나? 고딩때는 우리가 워낙 친해서 뺐고 그래도 나쁘다는 생각이 없었어."

"그래서 아까 예진이가 공유하자는 말을 했니?"
"그게 무슨 뜻이냐면, 나한테 뺏기지 않게 조심하라고, 예진이가 또 뺏겠다는 말이야."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

"경자는 대놓고 밝히고, 예진이는 내숭떨다가 사고치고, 나는 아예 안그랬지. 그놈의 털이 뭐라고. 오빠도 그래? 텅 없으면 3년 재수없어?"

"글쎄. 나는 그런 경우를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겠는데."
"아직 못봤다고? 그 날 우리 할 때 못봤어? 잔털이 조금밖에 없었잖아?"

"그 날은 워낙 급하게 하는 바람에 .."
"뭐야아. 그녕 쑤셔 넣고 박기만 했다고?"

"어."
"사무실만 아니면 보여주겠구만."



이하영이 이 이야기를 하면서, 스커트 위에서였지만, 손으로 그녀의 조개 쪽을 만진다. 그런데 하영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한쪽 발을 소파에 얹는다. 스커트를 들추고, 쩍벌을 하더니, 폭이 좁은 망사팬티를 옆으로 젖혀서, 그녀의 조개를 보여준다. 하영이가 한 말은 정말이었다.

하영이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나에게 몸을 기댄다.




"이제 봤지? 앞으로 3년간 조심해야 할거야. 하하."
"하지는 않고 구경만 해도 그렇다고? 하하."

"했잖아. 뭘 안했다고."




하영이의 얼굴이 다시 빨개졌다.



"부끄럽니?"
"거기를 보여주는데, 안부끄러우면 정상이야?"

"그럴걸 왜 보여주기까지 해? 안봐도 되는데."
"그 나이에 그걸 아직 못봤다니까 .. 오빠도 앞으로는 재수없어야 하고. 히히."

"너도 참."
"거기가 이러니까 직접은 못하겠고, 그냥 사이버에서만 .. 오빠. 오늘은 생각 없어?"

"요새 일이 많잖아. 시간 있을 때 하자."
"보고 나더니, 재수 없을까봐 피하는구나? 하하."

"아니거든요."



나와 이하영은 그 날 밤 늦게 사무실을 나섰다.





[6]
드디어 수요일에는 여우들 세상 닷컴의 김수연 팀장과 미팅이다. 윤은경은 그 회사에서 오후 3시로 약속을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늦게 나타나는 바람에 케어를 받을 시간은 없었다.

이 미팅은 우리가 처음으로 다른 회사와 손을 잡을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이하영은 황영철이 꼭 같이 가라고 했다면서 따라 나선다. 우리는 윤은경의 차에 타고, 운전은 윤은경이 한다. 윤은경이 이하영에게 물었다.



"하영아. 하룻강아지와 호랑이랑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속담대로라면 하룻강아지는 호랑이에게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들어야 하거든요. 하하."

"불안해. 엄청 불안해."
"윤하 오빠가 어떻게든 해낼걸요?"



윤은경은 우리를 태우고 가서 그 회사 앞에서 내려주었다.



"윤하씨. 오늘도 대박 내세요. 너는 잠은 집에 가서 자고. 알았지?"
"잠을 집에서 나야지, 내가 뭐 노숙자씨인가?"

"윤하씨 말고, 하영이 말이야."
"예?"



그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가버린다. 이하영의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저 언니 지금 뭐라는 거야?"
"우리보고 잠은 따로 자라고."

"그럼 언니한테 걸렸어? 어떻게? 오빠가 말했니"
"그럴 일이 있었어."

"오빠! 혹시 저 언니랑도 모텔 가?"
"얘가?"




우리가 여우들에 도착하여 김팀장에게 전화를 하자, 그녀가 다른 여직원과 같이 내려와서 우리를 작은 회의실로 데리고 간다.

김팀장이 여우들 세상에서 마케팅을 하는 때문인지, 그녀도 완전 여우같다. 하는 일이 그 사람의 생김새도 뜯어고치고,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일까? 이 요염한 여자는 꼬리를 과연 몇 개나 숨겨두었을까?

그녀의 뒤를 따라가면서 흔들리는 둥그런 엉덩이를 쳐다보는데, 너무 탐스럽다. 꼬리를 숨긴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하영이 내 팔을 살짝 꼬집으며 소근거린다.



"변태야? 너무 티나게 보면 어떡해?"
"꼬리 감췄나 보려고."

"오빠. 정신차려!"




나와 이하영은 마주보고 웃었다.

우리는 회의실로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았다. 팀장여우를 바라보는 나는 긴장 때문에 손 끝이 떨리고 있다. 그런데 팀장여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먼저 우리에게 말했다.



"어제 사이트 업그레이드를 하셨던데, 김치 종류가 제법 많네요?"
"그것 말고 더 있는데요."

"우리 쪽에서는 검토가 끝났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저희에게 입점 하실 생각 없으세요?"

"입점이라. .. 입점 조건은요?"

"하루에 2만원짜리 김치 100개가 팔릴 때가지는 입점비가 없습니다. 무료예요. 그런데 그 이상이면 매출액의 5% 만 수수료로 내시면 어떨까요?"

"그러려면 우리가 가격인상을 해야 하는데요. 택배비가 문제가 돼서요."

"예? 아니, 그럼 대표님께서는 입점을 하시더라도 수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을 생각이세요?"

"나를 도둑놈 심뽀 취급하십니까? 우리는 입점에 대한 계획이 아예 없거든요."
"하아 .. 그럼 .. 어쩌지?"

"왜 우리에게 입점을 하라는 거죠?"

"지금 우리 접속자 수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라서,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떨어져요. 새로운 기획을 하지 못하면, 우리 다 잘릴 지도 몰라요. 하하."

"우리가 입점한다고 해서 반짝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접속자 수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로서는 이것 저것을 해봐야죠."

"그럼 좋아요. 무료로 입점하고 1년간 두고 봅시다."

"1년동안이나 무료 입점을? 대표님, 도둑놈 심뽀는 아니지만, 그 사돈의 팔촌은 되시겠는데요?"

"상호 만족이 없이 제휴가 가능해요? 김치는 계절을 타기 때문에, 4계절을 두고 보려면 1년이라는 기간은 최소한으로 잡은 건데요?"

"흐으음. .. 이것도 연구 대상이네."

"김치는 국가 지원 사업이라서 면세품목입니다. 입점 수수료를 이유로 민감한 가격을 함부로 건드릴 입장이 못돼요. 어차피 팀장님네가 하는 할인행사나 포인트 적립은 같이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한테는 그것도 부담인데."

"그럼 무료 입점 1년, 할인행사나 포인트 적립은 우리가 50% 지원하면 되겠습니까?"
"예."

"대답 참 시원하게 하시네요. 일단 제가 결재를 올려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좋은 결과라면 몰라도 안그러면 통보는 생략하셔도 됩니다."

"예에? 대표님. 원래 이렇게 까칠한 분이세요?"
"전혀 아닌데? 제가 까칠했나요?"

"인상은 엄청 귀여우신데, 완전 까도남이시거든요."
"글쎄? 까도남 소리는 처음 듣는데요?"

"뭐야아. 그럼 지금 나한테만 그랬다는 건가요?"
"전혀. 저 때문에 기분 상하셨다면 제가 저녁 살까요?"

"병 주고 약도 챙겨준다고?"
"성의!"

"됐으니까 나중에 일이 잘 되면 쏘세요."
"내 사전에 다음은 없거든요. 수고하세요."




우리는 인사하고, 나와 이하영은 그 회의실을 나왔다. 등 뒤에서 그녀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진짜 못됐어. 까도남 원단이야."
"팀장님. 저 대표님이 얼굴값을 하잖아요. 하하."




[7]
여우들의 회사를 나오면서 이하영이 두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만들어서 나에게 흔든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하영이 냉커피를 타온다.



"오빠. 이 정도면 완전 대박 아냐?"
"글쎄. .. 두고 봐야해.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뭐라고 적히느냐가 문제거든."

"공동구매 얘기가 안나와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저 팀장이 오빠한테 왜 저렇게 고분고분하지?"

"김치가 국책사업이 어쩌고 한 것은 완전 뻥이었어. 내가 그냥 아는 척 한거야.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도 아직 잘 몰라. 그런데, 저 여자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지않니? 사업하면서 모르면, 당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당하려면 고분고분 당해야 시끄럽지나 않거든. 그것 정도는 아는 것 같더만. .."

"하아. .. 오빠 완전 .. 왜 그렇게 까칠하게 말했는데? 남자 얼굴 잘생겼으면 여자한테 그렇게 도도하게 대해도 돼?"

"도도? 그건 내 작업의 정석이야."
"저 여자한테 작업을 걸어야 할 일이 뭐 있어? 연애질 하려고?"

"사업에도 작업이 있거든. 지금은 처음 만났으니까 저 여자가 조신한 척 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든 갑질이나 하려고 덤빌지도 모르잖아. 또 이런 저런 명목으로 돈내라는 것도 미리 틀어막아야 하거든. 아직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니니까 뭐라고 쓸 지도 모르는 일이고."

"저 여자가 오빠만큼 잘생겼더라면 일이 달라졌을텐데. 하하."
"너는 사업하는데 왜 자꾸 잘생기고 못생기고를 따지니?"

"저 여자가 너무 섹시하게 잘생겨서요. 저런 여자들 보면 진짜 짜증나요."
"하영이 보다는 못생겼던데?"

"지금 이것도 작업?"
"나 너한테 작업 걸을 일 없거든."

"벌써 땄다. 이거야?"
"하하."




그 때 윤은경이 황영철과 같이 들어온다. 이하영은 자기가 메모한 것을 펴놓고 그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한다. 두 사람은 너무 좋아한다.



"우리 잘 했죠?"
"진짜 대박이네."

"그럼 영철오빠가 피자 쏘세요."

"피자? 쏘고 싶은데, 어떡하지? 나 지금 본사에 들어가야 .."
"아이. .. 히이이잉. .."

"하영이 애교때문에 우리 사무실에 사람 사는 분위기가 난다. 하하."




이하영이 어리광을 부리는 바람에 황영철은 본사에 들어가는 문제를 전화로 해결하고, 우리는 피자집으로 갔다. 우리는 와인을 마셨지만, 황영철은 얼음물만 마셔야 했다. 오늘은 술을 마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도 않는다.



"저건 나갔다 하면 꼭 터트리고 온다니까. 하하."
"그러니까 우리 윤하씨가 대표지. 하하."
"오늘 거기서 그러는데, 윤하오빠는 얼굴값을 한다고 그러던데요. 하하."

"아직 계약서에 사인 안했거든요. 너무 좋아하지 마."




박혜주 사장에게 들은 얘기 때문인지, 황영철이 너무 딱해보인다. 나는 그의 일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고는 있다. 그렇지만, 궁금한 것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것이 내 성격이다. 윤은경이 나에게 뭔가를 털어놓으면 좋은데 .. 방법이 없을까?




[8]
웰빙 식품은 여우들 세상 닷컴에 1년간 수수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입점을 한다. 그런데 내가 볼 때에는 김치 사이트를 추가한다고 해서 주가가 덜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이하영과 이런 얘기도 했다. 그런데 이하영이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한번 머리를 짜 볼게요."



이 사이트에 입점하는 일로 황영철은 벌써 자기 돈 거액을 들여서 김치 공장에 진공 포장을 하는 기계를 설치해주었다. 이제는 우리도 모양새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공장 사장도 우리가 하는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에 협조를 하고 나섰다.

계약 후 이틀이 지나자, 드디어 그 사이트에 웰빙 식품의 6가지의 김치가 올라갔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할 때 이하영이 그 회사의 웹 엔지니어들에게 두 가지의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김치 페이지의 방문자만 따로 기록하는 카운터를 달아주실 수 있죠?"
"가능하죠. 문제 없습니다."

"김치 페이지에 게시판을 따로 달아주세요. 이 게시판에는 유저들이 글 뿐만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까지 같이 올릴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럼 우리 서버 용량에 문제가 생길텐데 .."
"그래도 꼭 해주세요. 부탁해요. 안되면 우리 대표님을 시켜서라도 꼭 그렇게 해야해요."

"알았어요. 일단 시작은 그렇게 해봅시다."




나와 이하영은 이 사이트에 대하여 고객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까를 궁금해하면서 긴장하고 있었다. 첫날부터 주문은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뭔가가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하영은 그 사이트의 방문자 수와 김치 페이지의 방문자 수를 매일 체크했다. 그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15만명 정도가 접속한다. 그렇지만, 김치 페이지를 클릭하는 고객이 아직은 처음이어서 하루 3천명도 안된다.

이하영은 여기 저기에서 사진과 동영상들을 다운 받아서, 여우들 세상 사이트의 김치 페이지의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이하영이 심심풀이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렇게도 할 일이 없니? 심심해?"
"전혀요. 우리 페이지를 재미있게 꾸며야 할 것 같아서요."

"김치 사러 왔다가, 놀고 나가라고?"

"우리 김치 페이지가 너무 단순하거든요. 여기 들어왔다가 김치만 보고 나가면 무슨 재미가 있어요? 별 볼일 없는데 그 사람이 나중에 다시 오겠어요?"

"우리만 그러나? 다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니까 우리 만이라도 안그래야죠."



바로 이거다.

이하영이 지금까지 그 포털사이트를 지켜보더니, 방문자는 뚜렷하게 감소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페이지는 일주일 정도를 두고 보는데,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입점 열흘이 넘자 이제는 그 쪽에서만도 하루에 주문이 거의 20개 정도는 들어온다. 그런데 그 주문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이하영은 자기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라면서 나에게 말해준다.



"대부분 충동구매가 많아. 여자들이 처음에는 놀러 들어와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구경하다가, 그냥 한 번 지르고 나가는 거야."




나는 이하영에게 우리 사이트의 방문자 수가 제법 높은 편인 것도 그 때문이냐고 물었다. 이하영은 고대를 끄덕인다.




"오빠. 진짜아. 해도 너무 한다. 대표님이시면, 자기네 웹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알아야 하잖아?"

"미안."

"처음에는 우리 게시판도 텍스트하고 이미지였는데, 나중에 동영상 모듈을 끼워 넣었더니 방문자 수가 3배로 껑충 뛰는 거야. 요새는 갈수록 많아져."

"그럼 김치 검색을 하는 것이 아니고, 동영상 검색을 하는 거구나."
"어떤 방문자는 메뉴에 채팅 모듈도 넣어달래. 자기들끼리 채팅한다고."

"보나마나 그건 백프로 불륜이다."
"나도 그래서 못한다고 했어."

"앞으로는 여기에 웹툰 연재도 해보려고."
"유료로?"

"아니. 무료로 해야지."
"그럼 작가들은?"

"학교 웹툰 동아리에 알아보고. .. 요새 웹툰은 성인물 아니면 돈 되기 어렵거든. 좋은 작품은 많은데, 발표를 안해. 그런 것 찾아보고, 비사지 않으면 사다 올리면 돼."

"그럼 웹소설은?"
"오빠가 쓸래? 웹소설은 읽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별 효과 없어."

"그렇겠네."

"휴가철 끝나면 웹툰 콘테스트 같은 것을 해도 되거든. 지원해오는 작품은 연재를 조건으로 건단 말이야. 그러면 작품은 와장창 생겨."

"이러언. 김치 팔겠다고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김치보다 엉뚱한 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다니."

"오빠. 어떻게 해서든 하루 방문객이 십만은 넘어야 판매다운 판매가 된다고. .."
"십만? 그야말로 꿈이다."

"두고 봐. 그 꿈이 개꿈 안되게 할테니까."





[9]
입점 계약이 끝나고 나서 거의 보름이 지났을 때, 나는 감수연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까칠 대표님. 웬일이세요?"
"오늘 저녁 쏘려고요."

"아직 기억은 하고 계시네요? 오늘은 좀 늦는데. .."
"몇시?"

"8시 전에는 안될 것 같아요."
"8시에 로비에서 기다릴게요."

"진짜? 웬일이래?"
"누나가 예쁘니까."

"하아. .. 돌겠다."



그녀는 일식이 땡긴다고 했다. 생선초밥이나 회를 먹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일식집은 자기 회사 근처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이하영이 나를 쏘아본다.



"누나라고? 이건 또 무슨 시츄?"
"너도 같이 가자. 또 작업 해야지."

"거기에 내가 왜 껴?"
"배 안고파?"

"나는 오늘 떡볶이가 땡기거든요?"
"떡볶이? 그건 일식집에서는 안파는데 .."




이하영은 나한테 불만이 엄청 많다.





[10]
이하영은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혼자 여우들 회사 1층 로비로 갔다. 잠시 기다리니까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그녀가 나를 데리고 일식집으로 간다.



"대표님?"
"예?"

"왜 나보고 누나라고 했죠?"
"팀장님이 동안이기는 한데, 그래도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서. .. 아닌가요?"

"그렇기는 해요."
"싫으시면 취소하고. .. 차라리 내가 오빠할까?"

"그럴 필요 까지는 없는데? 하하."




우리는 일식집에 도착하여 여직원이 안내하는 룸으로 갔다.



"두 분이세요?"
"오늘만요. 다음에는 10명입니다. 하하."

"나는 내일부터 안나오는데요? 하하."
"휴가세요?"

"집안 일 때문에 한달 정도 일 못해요."
"그럼 나도 한달 동안 안와야지."

"어머. 오늘 처음이세요?"
"네. 저 여자분은 여기 단골."

"알아요."
"다시 나오시면 남자들 데리고 올게요. 그것도 완전 꽃미남 9마리."

"기다릴께요."
"사장님이세요?"

"우리 언니 가게고, 나는 언니 보조."



우리가 룸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자, 여직원은 메뉴표를 펼쳐준다. 그녀는 위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데, 단추 두 개가 풀려있다. 그녀가 몸을 숙이고, 행주로 식탁을 닦는데, 가슴 안쪽이 들여다 보인다. 나는 그 경치를 보고 있는데 김팀장에게 들켰다. 완전 여우다.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는지 화끈거린다. 엄청 쪽팔린다.

김팀장이 내게 무엇을 먹겠느냐고 묻는데, 나는 그녀에게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라고 해버렸다. 그런데 진짜 완전 다행으로 내 전화기로 전화가 온다. 구세주가 따로 없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룸을 나왔다. 김팀장이 내게 묻는다.



"아직 주문도 안끝났는데, 어디 가세요?"
"전화 받고 올게요. 나는 다 잘 먹으니까 알아서 해주세요."

"비밀 전화 아니면 그냥 여기서 받으시지."
"비밀전화거든요."



나는 화장실로 갔다. 박혜주이다. 방금 예약이 들어왔는데, 아줌마들 동창회 모임이고, 30명쯤 된단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음에 전화한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나는 김팀장에게 돌아왔는데, 그녀가 아이패드로 우리 페이지를 구경하고 있다. 그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표님은. 원래 그렇게 응큼해요?"
"뭐가?"

"뭐가는 무슨 뭐가? 들어오면서 작업도 걸고, 옷 안에 속살도 막 들여다 보더만."
"그게. .. 음. .. 그니까. .. 선천적은 아닌 것 같은데 .."

"누가 알아?"
"나는 몰라. 누나. 아이패드 껐어?"

"아니? 왜?"
"같이 볼래요? 궁금한 것이 있어서."




나는 건너편으로 가서 그녀의 옆자리로 앉았다. 그녀가 화면을 터치한다. 작업의 정석 대로 나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또 뻔히 아는 것 몇 가지를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그 포털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 처음 숫자가 1이 아니고 3이나 5라야 하는데."
"2 까지는 갔었어."

"2십만대. .."




나는 우리 페이지로 넘어가서 그녀에게 김치 페이지의 방문자수를 가리켰다.



"아직 처음이라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우리 김치페이지는 점점 늘고 있어."
"나도 봤어. 김치 뭐 볼 거 있다고. 김치가 볼거리냐? 먹거리지. 이 나라가 김치구경 못하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야."

"질투해? 아직 우리는 햇병아리거든요. 김치 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은 김치 때문에 오는 것 만은 아니거든."
"그럼 뭐? 게시판? 별 것도 없더만."

"누나네 포털게시판은 텍스트랑 이미지가 올라가지?"
"그럼 대표님네는 동영상도 올라간다는 것 때문이라고? 주로 어떤 것을 올리는데?"

"안봤어?"
"사무실에 있어봐. 그런 것 볼 시간이 어딨냐?"

"아직 뭐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그래도 그거 무시 못할 것 같아."
"그럼 대표님네 사이트에는 그래서 접속자가 계속 늘어나?"

"그럼, 그 사람들이 다 김치를 구경하러 온다고 생각해?"
"흐으음. .. 그. .. 그럼. .. 제사보다 제삿상을 우선. .."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만드네."
"하아. .. 윤하 대표님. 지금 나 뻘짓하니? 내가 일하는 것이 완전 틀린거니?"

"누나네 마케팅이 왜 틀려? 열심이고 멋있어. 안그러면 그 방문객 숫자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 누나네 발상에도 약간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서, 내가 오늘 누나를 여기로 꼬셔낸거야."

"하아. .. 진짜 살떨린다. 너무 고마워. 까칠이 대표님. 발상의 전환. .. 나보고 그걸 하라고 .."

"누나가 나한테 무료 입점을 시켜줬으니까, 나도 뭔가를 해야지? 그런데 누나네한테 이게 어떨지는 직접 해봐야 할거야."

"그래. 우리나 고객이나 이미 고정관념이 틀어박혀 있어서 .."

"나도 처음에는 아줌마들만 김치를 찾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고객층이 대학생, 직장여성, 솔로들 진짜 엄청 다양한 거야. 해보고 나서야 알았거든."

"알았어, 우리도 머리를 짜볼게."



저녁을 먹고 우리는 걸어서 지하철역으로 갔다. 그런데 그 여우가 내게 팔짱을 껴온다. 이 더운 날씨에 무슨 팔짱? 아직 우리가 그럴 사이도 아닌데 ..

그래도 나는 그냥 두기로 했다. 혹시 알아?
아직은 내가 나는 작업의 정석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 다음 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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