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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01:28 399회 0건
2.그와의 만남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 씻기위해 욕실로 향하는데 집안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와 아내가 콧바람을 불며 조리하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오랜만의 격정적인 정사를 떠올리며 아침부터 신난듯 음식를 만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욕실을 나와 다시 안방으로 향한 나는 가방속에 들어있는 6천만원 중에 천만원를 꺼내어 손에 들고 주방으로 나와 식탁위에 올려두고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 멀었어!?"

"이제 다 됐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대충하지 아침부터 왜이리 요란하고 힘들게 요리를 해!"

"호호호..오랜만에 들떠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이제 빚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하니 개운하기도 하고..그리고 어제 당신 무리했으니 보약은 못하더라도 맛있는 요리라도 많이 먹여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 저것 만들었죠~!"

오랜만에 웃음기있어 보이는 말투를 하며 요리를 만들어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리기 위해 돌아보던 아내는 그곳에 놓여있는 돈뭉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서는 나를 쳐다보며 접시를 올려놓고 자리에 앉아 말을 꺼낸다.

"이게 왠 돈이에요?"

"어, 계약금 받아서 빚갚고 남은 돈이야."

"그 빚들을 다 갚고도 이렇게나 남은 거에요!?"

"으응..그래!"

"당신...도대체 어떤 소설을 썼기에 계약금이 그렇게나 많아요?"

"어!?..아니 그게 앞으로 써야 하는거야...빚갚기 위해 계약금을 먼저 받은거고."

"휴..아무튼 어떤 글인지 몰라도 잘써요...정말 그동안 고생한거 생각해서라도..알았죠!?"

"어...그래야지."

"그래요 믿어볼게요!"

"그래, 걱정하지마 다 잘될테니까!"

빚갚기 위해 계약금을 먼저 받았다고 아내에세 약간 거짓말을 했지만 완전히 틀린 이야긴 아니기에 그냥 나오는데로 말하고, 아내의 믿어 본다는 말에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실장이라는 사람의 의도와 앞으로 써야하는 내용이 정확히 어떤것인지 모른채 잘될거라는 대답을 하였지만 불안한 생각이 드는것은 멈출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내에게 걱정시키기 싫어 소재를 바꿨다.

"아..참, 이거 당신이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곳에 써!"

"네? 이돈 전부요?"

"그래, 그동안 아끼느라고 애들한테 못해 줬던것도 해주고..당신도 옷이라도 한벌 장만해요."

"정말요?, 정말 그래도 되요?"

"당연하지!"

말을 꺼내며 돈을 그녀의 앞으로 들이밀자 아내는 살며시 돈뭉치를 들어올려 잠시 바라보다 두장을 꺼내두고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나오더니 애들방으로 향한다.

"이제 일어나야지...우리 보물들..!"

딸아이가 먼저 일어났는지 눈을 비비며 나오면서 나를 쳐다보곤 다가와 귀엽게 아침인사를 하며 내옆에 앉았다. 잠시후 아직 잠에서 덜깬게 확연한 막내 녀석을 아내가 힘겼게 안고나와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그녀도 자리에 앉자 나는 기다렸다는듯 식사 시작을 알렸다.

"자! 이제 다같이 아침먹자."

그 말을 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아이들과 아내의 주고받는 대화들을 들었고, 음식을 뜨는둥 마는둥 하던 아이들에게 아내가 5만원씩 건네주자 눈들이 함지막하게 커지며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떠들어 대었고, 그런모습을 보며 식사를 마친 나는 이제 출근하는 것이 얼마남지 않은 회사를 가기위해 가방을 챙기고 아내와 아이들의 다녀오시라는 말을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 출근길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혼잡하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평소보다 조금은 여유로웠다.

"안녕하십니까?"

사무실에 들어서며 대충 인사말을 건네니 후배녀석과 몇몇 인물들 또한 평범한 인사말로 받아주고는 자신들의 업무에 다시 매진하기 시작한다. 신문사여서 야근하는 일이 잦아 아침부터 여기 저기 뻣어있는 인물들도 보이고, 잠을 못잔듯 휑한 몰골로 겨우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지금까지 저런 생활을 해왔다는것이 떠오르며 참 힘겹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아 책상위에 쌓인 편집할 기사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야..황!"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부르는 목소리에 동기녀석이라는것을 단번에 알고선 대답없이 돌아서니 그곳에도 휑한 몰골에 아직 알콜 냄새가 남아있는 숙취에 고생중인 한기윤이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제도 한잔했냐?"

"아니, 새벽에 마감 마치고 동료랑 마셨다!"

"에휴..왜그러고 사냐!?"

의자에서 일어선 나는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숙취음료를 꺼내 그에게 주었고, 녀석은 그걸 단번에 마신후 비어있는 내 옆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다..너 때문이다!"

"뭐? 니가 술마신게 나 때문이라고!?"

"그래 니가 갑자기 그만둔다니까 심란하기도 하고 괜시리 나까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고 한잔했다."

"핑계 한번 참 좋다!"

"흐흐흐..그래 뭐 거의 매일 마셔왔는데 그런말 들어도 할말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너때문에 마신거다..임마."

"새벽까지 일했으면 들어가 쉴것이지..내 핑계는..!"

"그래 들어가야지 기다려주는이 하나 없는 집으로..."

"휴..그러니 내가 유학 접게하고 아이하고 니 와이프 컴백시키라고 충고 했잖아."

"잘 하고 있는 애를..왜 불러 그냥..그렇다는 거지..아..가야겠다!"

배를 아직도 부여잡은채 일어나 내 어깨를 다시 한번치고 사라지는 녀석을 보며 술병에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내가 어떻게 해줄수 없는 것이기에 씁슬함을 뒤로한채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시간이 흘러 점심 시간이되자 오랜만에 동료들과 같이 식사를 하였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내가 그만두는 것을 다들 알기에 걱정의 말들을 주고 받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하는것이 심기를 건드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점심을 허겁지겁 삼킨후 내 점심값을 후배 녀석에게 지어주며 볼일이 있다면 식당을 나섰다.

"에휴..내가 그만 두는건데 왜들 저렇게 앞서서 걱정인지..!"

사무실로 발길을 옮기며 혼잣말로 푸념을 읊는데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진동에 놀라면서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우웅..우웅

"네, 황일기입니다."

"네, 기철민입니다, 황기자님 식사는 하셨나요?"

"네..지금막!"

"좋은 걸로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장난끼 있는 느낌이였지만 음성은 차분하여 그의 의중을 분간하기 어려워 왠지 모르게 그의 물음에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기 싫어 적당히 말을 이었다.

"뭐 그렇 저렇 먹었습니다...근데 무슨일이시죠?"

"용건을 바로 물어 보시는게, 제 전화가 불편하신가 보네요!?"

"아니요..그게 아니라..."

"아..그냥 농담입니다, 용무를 물어 보셨으니 바로 답해 드리죠..내일 필리핀으로 출국하셔야 합니다."

"네?..갑자기 무슨.."

"그렇게 됐습니다, 실장님이 하루 빨리 만나뵙길 원하시는군요!"

"그래도 그렇지 내일 바로 간다니...."

기변호사의 미안하다는 말이 이어졌고, 나는 준비도 안되었는데 어떻게 출국을 하냐고 물으니, 자신이 이미 알아본 결과 나에게 여권이 발급되어 있으며 그걸로 우선 출국하면 현지에서 기한연장을 처리 할것이니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에 얼마전 여권을 갱신해 놓은 것이 생각났고 그가 꺼낸 기한이라는 말에 얼마나 오래있게 되길래 저러는지 궁금하였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걸리기에 기한 연장이라는 말을 하시는 거죠?..전 그냥 실장이라는 분을 만난후 파일과 이야길 듣고 돌아와 소설을 완성하면 되는것 아닙니까!?"

"뭔가 오해를 하셨군요!?"

"네?"

"실장님이 들려주실 이야기는 당분간 누구에게도 알려지면 안되는 이야기이며 자료도 중요한 것들이 포함되었을 것이기에 함부로 유출 가능하게 놔둘수 없습니다."

단호한 그의 말에 약간 움츠러들며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어디하나 틀린구석이 없어 반박하지 못하고 수긍하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는겁니까?"

"소설을 완성 하더라도 바로 돌아오실 수는 없을겁니다."

"그건..또 왜 그렇게 되는거죠?"

"음...제가 지금 대답해 드리기...약간 곤란하군요, 아무래도 실장님께 직접 들으시는게 났겠습니다."

정말 곤란한듯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그에게 더이상 얘기 해주길 요구하면 추궁하는것 같아 그만두기로 마음 먹고, 내일 출발 일정을 물어보니 오후 3시 비행기이며 자리는 일등석이니 모쪼록 좋은 여행 되라는 말과 티켓은 잠시후 자신과 함께 들렸던 박태수란 친구가 가지고 갈거란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신문사에 돌아와 접객실에서 남은 점심시간을 녹차를 마시며 실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서두를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단순한 변호사같지 않은 기철민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지만 현재로선 어느것 하나 자신의 의문을 풀어줄 단서가 없어 생각을 접고, 시계를 보니 얼추 점심시간이 끝나가기에 사무실에 돌아가 아직 사직서의 통보가 없는것을 깨닫고 그동안 휴가나 휴직계를 낼 심사로 예전에 받아두었던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선배 휴가 내시게요?"

"그래"

점심시간이 끝나서인지 자리에 앉던 후배 녀석이 내가 작성하던 휴가 신청서를 보고 묻는것이였다. 길게 얘기하기 싫어 짧게 대답하곤 신청서 작성을 완료하니 그동안 휴가를 신청한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까마득 하다는것이 떠올랐고, 휴가에 사직까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니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한다는 생각에 후련하기도 하고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을 회사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통쾌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아직 알수없는 앞날때문에 후련한 생각만을 가질순 없었지만 모든 빚을 청산한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상반된 상념에서 깨어나 서류를 들고 편집장실로 들어가려니 뒤에서 약간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고 노크를 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이틀동안 여기도 자주 온다는 생각을 하며 편집장실로 들어서니 그는 서류들을 쳐다보며 나를 잠깐 바라본뒤 계속 하던일을 이어가며 말을 꺼낸다.

"이번엔 또 무슨일인가?"

"퇴직 통보가 언제인지 알수 없을까 해서요?"

"사표 수리는 되었네. 회사 규정하고 자네 퇴직금 정산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2주정도 걸릴걸세!"

"좀더 빨리 처리될수 없을까요!?"

그는 하던일을 멈춘후 나를 쳐다보곤 빚이외에 무슨 큰일이라도 저질렀느냐는 표정을 보이며 묻기 시작했다.

"또 다른 사정이 생긴건가!?"

"아닙니다."

"무슨 사고라도 친건 아니지?"

"그런거 없습니다."

"하긴 자네같은 사람이...그럼 왜 그렇게 서두르는거지?"

"개인적인 일이라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내 대답에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직급에 걸맞게 질문을 해온다.

"회사에 누가 되는 일은 없겠지?"

"제 퇴직이 회사에 누가 될만한 점이 아무것도 없다는걸 아시잖습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걸세..퇴직 후에도 당분간은 큰일이 없어야 회사에 안좋은 소문이 생기지 않을테니 말일세!."

"절데 그런일 없을테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나마 빨리 퇴직 처리를 서둘러 주십시요!."

"알겠네, 얘기해 두지."

이야기가 길어질것 같아 정색하고 대답하는 나의 모습에 약간 당황하며 말을꺼내는 편집부장에게 준비한 휴가 신청서를 내밀었다.

"이건 또 뭔가!?"

"휴가 신청서 입니다. 휴가 완료 날짜는 안 적었습니다."

"혹시 퇴직 날까지 휴가를 내시겠다고!?"

"네!."

"그건 좀 곤란한데 왜 이리 서두르는 건가? 솔직하게 말해보게 정말 사고라도 저지른거 아닌가!?"

재차 추궁하듯 묻는 그에게 제대로 대답해봐야 이득될게 없기에 대충 둘러대었다.

"가까운 친척분이 돌아가셔서 어차피 몇일간 휴가를 내려 했는데..그분 재산중 일부가 저에게도 상속이 된다고 해서 그 처리때문에 지방에 얼마간 머물러야 할것같아 아예 휴가를 좀 길게 잡으려고 했던 겁니다."

"그래!?"

"네..!."

"그럼 그 상속을 받는 돈으로 빚을 얼마나 갚을 수 있나?"

"그건 아직 모르죠. 내려가 봐야 정확히 알수 있습니다."

"그렇군..작고하신 분에겐 미안하지만..일단 자네에게 잘된 일인지 어떤지 모르겠군, 행운을 빌어줌세!"

나의 이야길 진실로 받아들이는지 알수없지만 수긍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안심을 하면서 휴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럼 휴가는 어떻게!?"

"어쩔수 없지 않나? 문상도 가야 한다니..하지만 기간이 너무 긴데..."

말을 맺지않고 나를 쳐다보는 편집부장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담한 눈으로 마주보자 그는 할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친다.

"얘길 해 놓으면 퇴직일을 열흘정도로 단축시킬수 있을것 같다만..뭐, 그정도야 어떻게 내선에서 될것 같긴 한데..그건 그렇고 자네 마지막 휴가가 언제였지!?"

"10년 가까이 된거같습니다."

"그래...휴..오래되었군, 알았네..내가 처리할테니 나가보게, 그리고 문상갈 준비도 해야 할테니 오늘은..아니지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그동안 같이 고생한 동료들하고 한잔씩 하면서 작별인사라도 나눠야지 않겠나!?"

"아닙니다, 지금 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출발해야 되서 어차피 술은 못할것 같고요, 나중에 인사하러 들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아쉽지만 어쩔수 없고..."

말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걸어오며 악수를 권하는 그의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채 같이 편집장실 앞까지 나오게되서 그가 동료들에게 말할까 신경쓰였지만 다행히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않은채 나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린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자리로 돌아와 앉으려고 하는데 책상위에 올려놓았던 휴대폰 진동이 들렸다.

-우웅.우웅

"네, 황일기 기자입니다."

"박태수입니다. 밖에서 봤으면 하는데요."

그의 말에 기철민 변호사가 보냈다는 비행기 티켓이 떠올라 그가 온 목적을 알기에 나가겠다고 답하고 통화를 끊은뒤 후배녀석에게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일러둔뒤 그를 만나러 1층으로 향했다. 로비까지 내려가 창가에 비치되어 있는 방문객용 테이블들을 둘러보았지만 박태수가 보이지 않아 로비에 물어보니 그가 일러두었는지 정문 밖으로 나갔다는 말에 서둘러 나가보니 그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여기 계셨군요?"

"네!, 안은 갑갑해서요."

내 물음에 답하며 일어선 그는 비행기 티켓과 함께 검은색 명함 한장을 건네 주었다.

"내일 늦지 마십시오!"

"아..네!"

그는 용무가 끝난듯 바로 뒤돌아 걸어갔고, 약간 떨어져 세워져있던 바이크에 올라타고서는 가차없이 속도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명함을 쳐다보니 [투게더]라는 상호와 대표 전화번호 하나만이 덩그러니 금색으로 적혀있었다. 뒤로 돌려보니 흰색으로 적은 글씨가 보였다.

[나중에 한국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굳이 명함으로 건네준 것이 마음에 걸려 지갑을 꺼내 고이 넣어두고는 발걸음을 사무실로 향했다. 오후 5시쯤 편집장이 나와서 나에게 그만 들어가라고 말하곤 주위에 들으라는듯 내가 조문 하러 가야되서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고 말하고는 자신도 약속이 있어 나갔다 온다고 전한뒤 사무실을 나선다.

"갑자기 조문이라니 누가 돌아가셨어요!?"

"친척 어른이 작고하셔서."

항상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은지 내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싶어하는 듯한 후배녀석의 물음에 대충 말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이상 귀찮은 질문은 받기 싫어 서둘러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갔다. 빌딩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기위해 걸어가던중 필리핀에서 오래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려 택시를 잡아타고 남대문으로 향한뒤 여행용 큰 가방을 사들고는 집으로 향했다.

-삑.삑.삑.삑..띠리릭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허리를 숙여 한쪽팔을 기대서 졸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고, 무언가 적고 있었는지 두세권의 노트와 나눠진 봉투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온 가방을 들고 안방에 나두고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와 아직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아내가 안스러워 보여 깨우자 얼마나 잤는지 어깨를 결려하면서 두드리며 일어나며 시계를 보더니 내가 일찍 들어온것에 의아스러워 했다.

"어쩐 일이에요..6시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퇴근한거에요!?"

"어..그렇게 됐어!"

"무슨 일이래 이틀 연속으로.."

"그래..거기 앉아봐 이야기 할게 있어!"

"어떤 이야기요!?"

나를 따라 앉는 아내에게 내일 오후3시발 비행기로 필리핀에 가는 것이나 신문사를 그만둔일을 모두 말해줬다. 아내는 당황스러워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말 없이 내게 시선을 유지했고, 나는 어제 말한 소설관련하여 어쩔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었고, 일단 빚은 모두 갚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곧 퇴직금도 나올테니 그걸로 충분히 생활할수 있을거라고 다독여 주었다. 그런 나의 말에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수 없는지 언제 돌아오냐는 물음에 나도 정확한 기한을 알수 없었지만,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6개월이라고 작게 웃으며 얼버무리듯 말해 주었다.

"그렇게나 오래 있어야 해요!?"

"어..아무래도 내용이 좀 긴 소설이라서..."

"그래도 그렇지 6개월이나..그동안 어떻게 생활하죠?"

"그건 조금있다 이야기 해줄게..그런데 내가 저번에 갱신한 여권 어디다 두었지?"

"그거요..침대옆 서랍장 맨밑에 있을거에요."

아내의 말을 듣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서랍을 확인하니 그녀의 말처럼 여권이 들어있었고, 그걸 서랍장 위에 올려놓고 출퇴근길에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안에서 이제 5천만원이 된 돈중 3천만원을 꺼내어 들고 거실에 나와 아직도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서 고심하고 있는 아내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

"이건 또 무슨 돈이에요!?"

"어제 이야기 했잖아 소설 계약금으로 빚갚고 남은 돈이라고."

"아침에 준게 전부 아니였어요?"

"어..좀더 남았었어!."

"그럼 이게 다예요?"

"아니 조금 더 남았어."

아내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5만원권 묶음을 세고는 3천만원이라는걸 깨닫고 좀전의 불안함이 조금은 풀린듯 표정이 밝아지며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동안 생활해 오던걸 보면 3천만이라는 돈이 적지 않기에 안심하는 그녀의 심중을 어느정도 읽을수 있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떨쳐 버릴수 있었다.

"근데 아이들은!?"

"첫째는 학원에서 곧 돌아올거고, 둘째는 근처에 사는 친구집에서 잠깐 놀고 온다고 했으니 걱정 안해도 되요!"

아내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아이들의 행방을 물으니 대답을 들려주었고, 나는 안심하는 표정을 보여주며 배고프다는 말을 남기며 욕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있는데 거실이 부산스러워졌기에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수 있었고, 아내가 둘째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리고, 배고프다며 투정부리는 첫째 딸아이의 목소리까지 세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들으며 흥겹게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반겨주었고, 아이들에게 손씻고 나오게 한뒤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얼마후 식사를 마치고 안방에 들어온 나는 여행 가방에 가지고 갈 짐들을 꾸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들어온 아내는 그런 내 모습이 미덥지 않은지 자신이 자리를 차지하고선 내가 넣은 짐들까지 다시 꺼내고 이것 저것 꼼꼼히 챙겨본후 부족한 물건들을 챙겨와 늘여놓은후 하나씩 잘 포개어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내가 해도 되는데!."

"당신이 하면 꼭 한두개씩 빼먹으니 그렇죠!"

"내가 또 언제 그렇게 했다고..."

-피식

대답대신 소리없이 웃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모처럼만에 해외여행을 가는데 같이 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려 보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 문제도 있고, 또 놀라가는것도 아니며, 그곳에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불안함을 같고 함께 가기엔 합당치 않다는 결론을 떠올리고는 짐싸는 것을 마무리지어가는 그녀의 뒤로 가서 살며시 두팔로 껴안아 주었다.

"에구..깜짝이야, 놀랬잖아요!"

"내가 껴안는데 왜 놀라고 그래!?"

"갑자기 뒤에서 껴안아서 그렇죠!"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두손을 내려 등뒤로 옮겨 면티 속으로 집어넣고는 브래지어를 후크를 푼뒤 다시 앞으로 이동하며 브라를 끄집어 내리며 아내의 큰 두덩이 가슴을 움켜잡으며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대여 살며시 비볐다.

"이이도 참!"

"당분간 당신을 안을수 없었서 그러는 거야!"

"그럼 이따가 해요!"

"왜 싫어!?"

"그게 아니고, 애들 잠들면 제대로 하자고요!"

"아니 이걸로 충분해, 돌아와서 실컷 할거야!"

"에유, 애도 아니고 참!"

그렇게 아내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으니 잠시후 짐싸기가 끝난듯 가방을 닫은 후에도 한참동안 내가 만지는걸 내버두었고, 나는 자세가 불편할까봐 침대에 그녀를 받치고 앉아 계속해서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요, 가슴 다 닳겠어요!"

-주물..주물.스윽.스윽

"당신 가슴은 언제나 참 좋아!"

마지막으로 가슴을 주물럭 거리다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손을 떼면서 살며시 귓가에 속삭여 주자, 아내는 어깨를 움츠러들며 낮게 신음같은 소리를 내었다.

"으음"

"좋았던거야!?"

"아니에요, 귓바람에 간지러워서 그런거에요!"

-후훗

내가 살짝 웃자 아내가 고개를 돌려 귀엽게 흘겨본뒤 브래지어를 한쪽으로 치우며 안방 TV를 켜며 침대에 자리를 잡았고, 그 모습을 보며 안방 불을 끈후 나도 옆자리에 누웠다. 같이 드라마를 시청하다 어느새 잠이든 나는 얼마후 부스럭대는 소리와 몸짓에 깨어보니 아내가 잔잔한 스탠드 조명아래 치마를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는걸 바라보다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이야길 꺼낸다.

"그냥 자도 괜찮겠어요!?"

"어..응, 괜찮아!"

"괜히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되요!"

"그래..그리고 왠지 좀 긴장되고 심란해서 잘 안될것 같아!"

"그래요!?...그럼 편히 쉬어야죠..그럼 잘자요 여보!"

말을 마치며 스탠드 조명을 끄는 아내의 모습을 어둠이 깔린 후에도 주시하였고 곧 바르게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을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어렴풋하게 바라보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잠들고 말았다.
어제 일찍 퇴근한후 별로 할일 없이 잠에 들어서인지 새벽 5시경에 눈을뜨게 되었고, 옆에서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눈여겨 보았다. 내 나이 33살때 세살 연하인 아내와 중매로 소개받아 결혼한뒤 부모님께 아파트도 선물로 받으며 10년전까지만 해도 기자생활에 쪽기면서도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였지만 무슨 병에 씌인것처럼 기자 생활을 계속하면서 평소에 조금씩 써오던 소설을 출판하겠다고 난리치다 결국 일을 저질러 조금만 출판사에 그동안 모아왔던 돈들과 몇몇 지인들에게 조금씩 빌려 1억이 좀 넘는 돈을 주고 인쇄를 하였지만 보란듯이 실패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였다 2년후 다시 소설로 만회 해보겠다고 집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과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까지 합쳐 계약과 동시에 모두 입금한 출판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면서 출판은 물론이고 땡전 한닢 받지 못한채 날리는 일이 벌어져 지금의 작은 집으로 이사온것과 아내가 그때부터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을 도와주며 번 돈으로 생활비며 아이들 학원비까지 책임져야 했다.
내 월급은 말할것도 없이 은행과 대부업체에 차압당해 매달 빠져 나가며 일부만 겨우 생활비 명목으로 받았기에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 생활을 8년가까이 하다보니 그때부터 점점 부부생활은 권태기처럼 느껴졌고 잠자리도 서로의 피곤함과 부담감 때문인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요구할 때면 아내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생활을 조금씩 떠올리며 잠든 아내를 쳐다보다 조용히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가볍게 세면을 하면서 조용히 중얼거리며 거울을 바라보니 항상 보던 얼굴임에도 오늘따라 유독 46세의 나이에 걸맞게 세월에 찌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속에 새기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번엔 달라져야지..잘 할수 있을거야..아직 실장이란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런 큰 돈까지 들이며 지목한것은 분명 무언가 뜻이 있어서 일테니..이번만큼은..이번엔 꼭 무언가 이루고 말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세면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니 아내가 이제 일어났는지 안방에서 걸어나오며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잤어요? 어제 안 좋아 보이더니 괜찮아요!?"

"응..괜찮아 많이 안정됐어."

"다행이네요, 아..참 오늘 3시 비행기라고 했죠?"

"어..응."

"그럼 있다가 점심 빨리 먹고 출발 해야 겠네요!?"

"그래야겠지!"

내 대답을 듣고는 아내는 욕실로 들어갔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와 여권과 여행가방, 지갑 그리고 항상 들고 다니는 출근가방을 챙기며 몇가지 필요업는 물건들을 빼고는 서랍에 들어있던 예전에 사용하던 디지털 녹음기와 카메라를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아내가 어제밤 정성스럽게 싸놓은 큰 여행 가방을 방문옆에 두면서 그 위에 챙긴 물건들을 쌓아 두며 안방을 나와 소리나는 주방을 보니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내를 잠시 바라본후 오랜만에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작은 방으로 향했다.

"일어나요, 우리 공주님!"

"으응..조금만 더 잘게요...음."

"안돼, 이제 6시 다되었으니 어서 일어나렴~!"

"한 시간만..아니 30분만 더 잘게요.."

"안된데도..어제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나야지!"

겨우 일어나면서 침대 밖으로 나와 눈을 비비는 딸아이를 보며 사랑스러워 더 자게 하고싶었지만 이제 한동안 얼굴을 못보니 아침시간 만이라도 실컷보기 위해 일찍 깨운것이 힘들었나 보다.

-폭.폭

"어서 세수하러 가야지~!"

눈을 아직도 비비며 멀뚱하게 서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린후 걸어 나가는걸 보고 둘째가 자고 있는 2층을 올려다 보며 팔을 뻗어 이마와 뺨을 쓰다듬으며 깨우니 왠일인지 단번에 일어나 나에게 안기는 것이였다. 졸지에 아들녀석을 안아서 바닥에 내려주니 종종걸음으로 욕실로 향한다. 그 모습이 귀였고 우스워 말을 꺼냈다.

"너 이녀석 소변 마려웠구나!?"

"야, 너..왜 들어와..이씨!"

-탁..졸졸졸

"우웅우우응."

"야 너 뭐라고 하는거야!..아빠 얘좀 내보네 주세요~!"

"지수, 두일이 너희들 아침부터 시끄럽게 굴면 혼난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말싸움 소리에 아침식사를 어느정도 준비한 아내가 한마디 하였고, 그 소리에 조용해지는걸 보며 나는 식탁에 앉았다.

"애들한테 이야기 할거에요!?"

"아니, 나중에 당신이 잘좀 말해죠!"

"애들이 섭섭해 하겠네요."

아내의 말에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에게 아내한테 말한 6개월의 필리핀행을 말하게 되면 아침부터 울음바다가 될것 같아 차마 그 모습을 보기 싫어 아내에게 부탁한것이 였다. 하지만 또 안좋은 일을 그녀에게 떠맡긴것 같아 이래 저래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때 큰 딸아이가 동생의 얼굴을 수건으로 닥아주며 같이 욕실에서 나오며 앉자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학교갈 준비를 하며 자투리 시간동안 TV를 보며 아내에게 머리 손질을 부탁하는둥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 모습을 쇼파에 앉아 모두 두눈에 담아갈것 처럼 유심히 바라보며 인사를 받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한후 아이들의 등교를 위해 인근에 있는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주러 아내가 함께 나가자 혼자가 되었고, 나는 잠시 멍하니 TV를 쳐다보다 일어나서 안방으로 들어가 아직 가방에 남아있던 2천만원의 돈을 장농에 있는 오래된 겨울 코트의 넉넉한 안주머니에 돈다발을 깊숙히 밀어넣어 두고 당분간 못올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빚때문에 허름한 월세 빌라에 8년이나 세들어 살면서 아이들이 저만큼 티없이 큰것에 감사했고, 아내도 힘들었을텐데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버티고 참아준것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휴~!, 내가 또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건강한 모습으로 꼭 즐겁게 돌아올테니 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의 포근한 안식처가 되주세요!"

-스~윽..스~윽

집에게 부탁하는 것인지 이곳에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신에게 비는 것인지 나 자신도 모르게 벽 이곳 저곳을 쓸어가듯 만지며 기원한뒤 안방의 침대에 뜬눈으로 잠시 누워있자 30분쯤 후에 아내가 돌아와 설거지를 하는듯 달그락거리는 소리들이 들리다가 멈춘뒤 안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뭐예요!? 잠든 거에요?"

"아니, 그냥 누워있었어!"

"아직도 심란한거에요? 몇시간 후면 떠나는데..혹시 정 불안하면 그만두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건 말도 안돼!..빚갚은 돈도 그렇고 이제와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

불안한건 사실이였지만 그렇다고 되돌릴수 없었고 무엇보다 이번 기회가 나에게 마지막 유일한 희망일수도 있고, 또 그들에게 느껴지는 알수없는 기운에서 쉽게 나를 놔줄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불안한 생각만 드는것이 아니기에 잡념을 접어두고 긍정적인 생각만을 떠올리며 아내에게도 전하기로 마음먹고 내 옆에 앉아있는 손을 잡으며 이야기 했다.

"휴..괜찮아 다 잘될거야..걱정하지마..알았지!?"

"알았어요, 여보!"

내 불안함이 전염된듯 아내도 편치않은 표정에도 나에게 밟은 표정을 보여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이런 분위기가 싫어 공항에 갈 준비를 미리 서두르며 아내에게도 준비할것을 당부했다.

"우리 빨리 준비하고 공항으로 출발하자."

"이렇게 빨리요!?"

"공항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점심도 그곳에서 먹읍시다!"

"외식..하자고요?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그렇게 우리는 서둘러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인청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중간에 확트인 경치를 보고선 천천히 가줄것을 부탁하고 아내의 손을 살며시 붙잡으니 나에게 웃음을 보여주었고, 우린 그렇게 차창 밖을 시원하게 바라보며 공항에 도착하니 10시 30분쯤되어 우리는 백화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아내에게 어울리는 원피스 한벌을 사준후 여기 저기 둘러본뒤 공한안 식당가에서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탑승 수속을 위해 수속카운터로 가기전 아내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전하자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넸고, 나는 인사를 받으며 어서 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하고는 돌아서서 카운터로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꼭 택시 타고가..꼭!"

카운터 앞에서 수속을 하면서 뒤돌아 아내쪽을 바라보니 손을 흔들어 주며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수속 완료후 몇가지 서류작성과 보안검색후 출국 심사대에 대기하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이였다.

"황기자님, 오셨군요!"

"아, 네..!"

돌아서서 확인하니 기철민 변호사가 등뒤에서 부르며 인사를 건네와서 어떨결에 답하고는 그가 왜 여기있는지 의아스러운 생각을 떠올렸지만 이어지는 기철민의 말에 더이상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미리 말씀 못드려 죄송합니다, 마닐라까지 같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우리는 출국심사를 끝으로 비행기에 올랐고 스튜디어스의 안내를 받으며 일등석에 자리를 잡았다.

"일등석은 처음이시죠!?"

"아..네! 비행기도 많이 타보지 않았습니다."

"네..알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자신에 대해서 조사 했다며 양해를 구했던 실장이란 인물과의 통화가 생각이 나서 기변호사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저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으시겠군요?"

실장이 아무리 양해를 구했더라도 여러 사람이 내 사생활 정보들을 낱낱이 알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해서 약간 악감정이 실린 음성으로 물으니 기변호사는 반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그것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에게 전해진 자료는 일부에 불가해서 아주 개인적인 것이나 불필요한 자료는 없었으니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럼..실장이라는 분은 모든 정보를 알고 계시겠군요!"

"그건 저도 정확히 알수 없어 답변드릴수 없군요."

감정이 약간 올라있는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다는 말까지 들으니 마음이 약간 울컥해서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는 마음을 다잡고 옆에 앉아 있는 기변호사에 대해서 전부터 약간 궁금해 하던 질문을 던졌다.

"한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실장이란 분과의 관계를 알고싶은데요!?"

"그분과의 관계라...글쎄요 꼭 지금 대답해 드려야 하나요?"

"듣고 싶습니다."

내 대답을 듣고는 비웃음인지 어떤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냉정하게 대답하는 것이였다.

"흠. 죄송하지만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되실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듯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채 앞에 있는 모니터를 켜며 비치된 이어셋을 귀에 꽂는 것이였다. 그의 행동에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말대로 조금 지나면 알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어 그에 대한 생각을 접고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뒤 스튜어디스의 기내식 물음에 답하고 잠시뒤 식사를 마치고 기변호사를 바라보니 와인을 마시며 좀처럼 이야길 건네지 않고 무언가 서류들을 살피는 모습에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며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아내와 아이들의 안부가 걱정되어 도착하면 집에 전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 다녀온뒤 잠깐 다시 눈을 감았다.

-이 비행기는 잠시후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안내 멘트가 나온뒤 얼마후 비행기는 공항에 안착했고 입국심사를 거쳐 가방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서니 옆에서 같이 걷고있던 기변호사가 서둘러 앞으로 걸어가더니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이였다. 마중나온 일행인가 싶어 살펴보니 현지인인것 같은데 기변호사의 가방을 받아들고는 안내하려는 것이였다.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기변호사가 가자고 말하며 앞장서는 현지인을 따라갔고 나 또한 그들의 뒤를 이었다. 공항 건물 밖으로 나오니 10월인데도 이곳의 기온이 높아서인지 조금 열기가 느껴졌다.
내가 몸으로 더위를 느끼고 있을때 현지인이 빠르게 한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기변호사가 움직이지 않기에 나도 그의 옆에서 가방을 놓고 기다리자 곧이어 좀전의 현지인이 차를 몰고 타나나서 짐을 실어주기에 나와 기변호사는 차안에 올라 출발하는 차속에서 아무런 말없이 밖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운전중이던 현지인이 의외로 약간 유창한 한국어로 이야길 꺼낸다.

"호텔까지 15분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아..네!"

기변호사가 아무말없어 내가 대답하고는 그에게 어느 호텔로 가는지 예의상 물어보니 로얄리트니 호텔이라고 답해 준다. 그 말을 끝으로 차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얼마후 호텔 정문에 차가 멈췄다. 도어맨이 차문을 열어줘 내리는데 왠일인지 기변호사가 같이 내리지 않고 계속 차안에 있는것이였다. 그동안 운전을 하던 현지인이 내 짐을 내려주고는 다가와 이야기 해준다.

"예약되어 있으니 들어가셔서 로비에 여권을 보여주시면 객실로 안내 해 드릴겁니다. 원래는 제가 객실까지 모셔야 하는데...다른 손님이 생겨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도중 다른 손님이라는 말을 꺼내며 기변호사를 힐끗 쳐다본후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호텔로 들어서려하니 호텔직원이 내 가방을 들고 따라 오는것이 보였고 타고온 차가 떠나는 것도 확인할수 있었다.
고급 호텔인지 그 규모가 상당히 커서 프론트까지의 거리도 상당히 멀게 느껴졌고 내부 장식들도 굉장히 화려해 보였다. 예약을 확인하고 객실카드를 받아 엘레베이트 타고 객실안으로 들어설때까지 호텔직원이 나의 짐을 가져와 문안쪽에 내려놓고 나가는것을 그냥 보낼수 없어 지갑을 꺼내다가 미처 환전을 못한것이 떠올랐지만 어쩔수 없이 만원권 지폐한장을 건네주니 고맙다는 인사를 영어로 하며 문은 닫아주고 가는것이다.
객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몇칸이나 연결된 방과 다용도실 그리고 큰 욕실까지 갖춘 상당히 비싸 보이는 객실인걸 확인하고 나를 배려해준 실장에게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겠다는 생각을 했다. 쇼파에 앉아 비행기 안에서 떠올린 집에 안부 전화를 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미리 로밍해둔 휴대폰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띠리리..뚜

"여보, 나야~!"

"네, 도착하신거에요!?"

"그래, 무사히 도착했어..걱정할까봐 먼저 전화했어.!"

"네, 고마워요..그리고 아이들에게 당신 얘기 해줬어요."

"벌써? 빨리 말했네..몇일 있다 말하지 그랬어!?"

"아니요, 아무래도 빨리 알려주는게 나을것 같아서요...그리고 아이들이 귀국할때 선물 꼭 사오라고 당싱한테 전해 달래요~.!"

"하..그래!? 녀석들도 참...알았어 꼭 멋진 선물 사갈테니 기대하라고 전해줘.!"

"네, 알겠어요. 혹시 아이들하고 통화 하실래요!?"

"아니야 됐어, 나중에 또 전화 할게..무슨일 있으면 꼭 전화줘.!"

"알았어요, 여보."

"그래, 들어가~!"

-띠.링

아내와 통화를하니 마음에 안정이 생기며 졸음이 쏟아져서 침실로 가서 눕자 곧바로 꿈나라로 빨려 들어갔다. 꿈속에서 나는 비단뱀에 몸이 칭칭감겨 꼼짝할수 없었고 아가리를 크게 벌려 나를 삼키려는 뱀의 머리를 무엇인가 붙잡고 있는 물건으로 겨우 막고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한계인것처럼 느껴져 주위를 살펴보려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그곳에 내 두아이가 어떤 사내처럼 보이는 이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어떻게든 손을 써보려 하지만 놓아주지 않는 비단뱀을 벗어날 길이 없어 머리를 도리질 치며 눈을 깜박 감았다 떠보니 그새 그들의 모습은 종적없이 사라져 버렸고, 나도 모르게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아내가 인천공항에서 사준 흰색 원피스를 물기에 젖은듯 속살이 비치는 모습으로 눈을 감은채 제단처럼 보이는 곳에 곱게 누워있었고, 그 위를 번들거리는 껍질을 가진 두마리 길고 얇은 뱀들이 아내의 몸 여기저기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입안에서 긴혀를 뽑아내 낼름 걸리며 원피스에 쌓여있는 아내의 속살에 자극하는 것같아 마치 애무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분노와 흥분이 솟구쳐 당장이라도 나를 감고 있는 비단뱀의 아가리를 찢어 발기고 그곳으로 달려가 뱀들에게서 아내를 떼어내고 그녀를 깨우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내 몸은 더욱 움직일수 없을 만큼 힘이 빠지면서 겨우 물건을 잡고 버티던 손놀림 마저 힘겨워지자 이내 그 물건이 깨져버려 뱀의 아가리에 잡아먹힌다고 느껴지는 순간 몸부림과 함께 잠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왔다.

"악~!..헉.헉.헉..허억..허억"

가뿐 숨을 몰아시며 주위를 돌아보니 지금 있는 곳이 호텔의 침실이라걸 깨닫게 되었고 탁상에 놓인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 11시를 카리키고 있었다.

"악몽이라니..갑자기 왜!?"

혼잣말로 질문을 해보지만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갑자기 변화된 환경과 나의 알수없는 미래와 가족들과의 잠시동안의 이별이 만들어낸 악몽이지 않을까하며 잊어 버리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꿈속의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한국에 다시 전화하면 아내가 힘들까봐 불안한 마음에도 내일 꼭 전화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다시 눈을 붙여보려 하지만 더이상 잠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침실에서 벗어나 큰 응접실 같은곳의 쇼파에 앉아 빨리 실장쪽 사람들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떠올리며 쓸쓸함에 벽면에 있는 커다란 TV를 켜고 아무 채널이나 틀어놓고 뜬눈으로 혹시 늦은 시간이라도 그들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기다려 보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호텔에서 일주일이나 지내는 동안 그들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어떤 인물도 만나지 못해서 불안해 하며 지내면서 하루에 한번씩 아내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으며 목소리를 들어보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편안해 보였고, 아이들을 바꿔줘서 이야기 해 보아도 집에는 별 이상한 일이 없다는것을 알고는 안도 하였다. 그리고 호텔의 환전소에서 약간의 돈을 환전해 놓기도 하면서 지냈지만 그들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는것에 불안함을 넘어 걱정되기 시작할 무렵 7일째인 그날 드디어 그쪽에서 호텔 전화로 연락이 왔다.

-때르릉..때르릉

"네!?"

"접니다, 사정이 생겨 연락이 조금 늦었군요.!"

매끄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약간 새는 듯한 음성이 독특해서 귓가에 남았던 실장의 목소리였다.

"안그래도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습니다."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사과하실 필요까진 없습니다.!"

"아니요, 분명히 저희쪽 과실이니까요!...그건 그렇고 사람을 보냈으니 곧 도착할겁니다."

"아..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뚜..찰칵

통화가 끝나고 수화기를 내려 놓으니 약간 맥이 빠지는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제 그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진정이 되면서 그가 내가 바라는 것이 다만 소설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 또한 단순히 빚을 갚고 얼마의 돈을 받는것에서 끝내지 않고 무언가 얻을수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니 긴장이 되어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마른 목을 적시며 쇼파에 앉아 데리러 온다는 사람들을 기다려 보았지만 왠일인지 1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아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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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자의 시점 ■

<<< 필리핀, 2017년 10월 중순, 첫 부분과 이어짐 >>>

=난 지금 그를 만나러 간다. 내 초라한 그동안의 기자 생활도 모두 청산하고 무엇을 얻고 잃을지 모를 그곳으로,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그를 만나러 가고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다시금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다짐하며 움직이는 차안에서 수많은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가려진 눈으로 확인할수 없는 주위 풍경을 느껴보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말이나 특별한 행동을 하지않아 시간의 흐른도, 안대를 하고 나서 얼마나 왔는지도 모른채 차는 그 후로도 얼마간 움직여 이동한뒤 잠시 멈췄다가 조금더 이동하고선 이내 차의 시동이 꺼지며 동승자들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후 내 옆의 문이 열리고 덩치 큰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안대를 푸시고 내리셔도 됩니다.!"

"네.!"

덩치 큰 사내의 목소리에 나는 대답하고 답답했던 안대를 풀러 눈을 뜨니 아직 차안임에도 빛때문에 약간 눈이 부시게 느껴졌다. 몇번 눈을 깜박거린후 적응이되자 차밖으로 나오니 풍경이 전과는 확연히 다르고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같은 전경이 펼처져 있었다. 바닷가여서 그런지 후덥지근한 더위가 느껴지는 가운데 주위를 더 둘러보니 건물들 또한 호텔이나 저택같아 보이지 않았고 풀장과 여러 시설들이 영낙없이 리조트였다.

"이쪽입니다, 따라 오시죠.!"

덩치큰 사내의 말에 발길을 옮기려 할때 그들이 왔을 차도를 따라 차량 한대가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걷는걸 뒤로 미룬채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내 멈춰선 차량에서 내린 사내를 보고선 반가움인지 어떤 마음인지 모르는 느낌을 받으며 일주일만에 보는 기변호사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기변호사님 일주일만에 보는군요.!"

"네, 호텔 생활은 괜찮으셨나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덩치큰 사내가 약간 날카로운 눈빛을 기변호사에게 던지며 나에게 재촉하듯 말한다. 그런 사내의 눈빛을 보며 나는 두사람이 앙숙같이 느껴져서 더이상 이야기 없이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고 기변호사도 우리들과 행동을 같이 했다. 앞쪽 큰 건물로 안내하는데 그 주변에 몇몇의 인물들이 보안 요원처럼 서있었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덩치큰 사내는 계속 걸어가며 한사람이 서있는 문앞에 도착하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실장님 안에 계신가?"

"먼저 들어가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는 닫혀진 문을 열고 들어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안은 상당히 넓은 응접실이였고 넓은 쇼파들이 인상적이였다.

-달칵

"앉으시죠.!"

덩치큰 사내의 말에 쇼파에 앉았는데 왠일인지 기변호사와 사내가 앉지 않기에 그에게 질문을 했다.

"자리가 많은데 안앉으시나요!?"

"괜찮습니다."

그말을 듣고 약간 어색한 느낌에 같이 일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칵

그때 문이 열리며 미모의 젊은 여성이 쟁반에 마실것을 가지고 들어왔다. 여자가 얼음이 들어있어 시원해 보이는 오렌지 쥬스를 테이블에 놓으며 서있던 두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두분도 앉아서 기다리세요, 잠시 시간이 걸릴듯 하니까요.!"

"그래도 될까요 아가씨!?"

"그럼요!"

덩치큰 사내가 여자의 말에 고분 고분 물어보며 자리에 앉았고, 기변호사는 아무말 없이 앉았다. 그러자 여성은 우리를 놔두고 들어온 문으로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다가 눈을 돌려보니 덩치큰 사내가 기변호사를 째려보고 있었고, 기변호사는 눈빛을 애써 회피하며 안경을 만지작 거리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 우습기도 하고 약간 어리둥절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문이 열리기 시작하고 처음 보는 인물이 들어서자 기변호사와 덩치큰 사내가 같이 일어나기에 나도 따라 일어섰다.

-달칵

"늦어서 죄송합니다.!"

얼굴은 몰랐지만 목소리는 여러번 들었기에 그가 실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수 있었다.

"실장님 이시군요."

"하하...황기자님까지 그렇게 부르시니 이상하군요..제 이름은 최우석입니다."

그가 나에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에 응하며 호칭에 대해 물었다.

"아..네, 그럼 어떻게 불러 드려야 할지!?"

"그냥 최실장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니요, 그래도 저를 고용하신 분이고, 또 여러 사람을 관리 하시는분 같은데...그럼..실장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네, 뭐 편하게 사용하세요.!"

최실장은 그렇게 말하면고 우리가 잘 보이는 쪽으로 이동해 자리를 앉을것을 권하면서 내 옆에 서있는 기변호사를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기철민 당신이 왜 여기 있는거죠? 한국에서 할일이 많을텐데요!?"

"하!, 최실장님..저도 휴식이 필요해서 황기자님을 따라 여기 왔습니다..그러니 부디 노여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으...이 못쓸."

"그만, 강태산씨 더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최실장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는 반면 옆에 있던 덩치큰 사내가 처음부터 기변호사를 보고 안좋은 눈빛을 보내더니 드디어 화를 내려고 하자 실장이 그의 말을 막았다.

"하지만..!"

"진정해요, 그러면 기변호사의 휴가는 언제 끝나고..서울에 언제 돌아갈건가요!?"

"조만간 돌아갈겁니다!."

덩치큰 아니 강태산이라는 사내가 이의를 제기 하려하자 최실장이 재차 만류한뒤 기변호사에게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그에게 물었고, 기변호사의 대답은 짧고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기변호사님이 필리핀에 오시니 이곳에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군요!?"

"하..그런가요? 리조트에 손님이 많으면 좋죠.!"

"그렇겠죠...그런데 얼마 전부터 운영을 안하는 리조트에 몇일 전부터 부쩍 손님이 너무 오셔서 곤란하더군요.!"

"그러셨군요, 전 몰랐습니다...손님이 그렇게나 많이 오셨다니..미리 알았다면 저까지 이곳에 올 필요 없었을텐데.."

내가 듣기에 두사람이 말하는 손님들이 반가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수 있었고, 최실장이 기변호사를 그일로 추궁하거나 의심하는 것으로 보였다.

"전 또 기변호사님한테 소개받은 분들이 찾아오신줄 알고 오해 했군요.!"

"오해십니다 최실장님, 흠.흠..더이상 운영을 안하는 리조트라니..그럼 전 이만 휴가를 즐길만한 곳으로 가봐야겠습니다.!"

-뚜벅.뚜벅

기변호사가 말을 맺고 발길을 옮기는데도 두사람은 제지하거나 있을것을 권유하지도 않았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어찌됐든 한국에서부터 알던 인물은 여기서 기변호사 한명뿐인데다가 필리핀까지 같이 왔었는데 그런 그가 마치 쫓겨나는듯한 느낌을 받자 심정이 조금 복잡했다.

-뚜벅.뚜벅.달칵

기변호사가 나가니 바로 강태산이 말을 꺼냈다.

"그가 분명합니다...기변호사가 황기자님과 같이 왔다니 시기적으로도 맞지않습니까!?"

"단정할순 없습니다, 손님이 계신데 그 얘긴 나중에 하죠..그리고 태산씨는 나가서 대기해 주세요!."

"네!."

-뚜벅.뚜벅.뚜벅.달칵

최실장은 강태산을 다독이며 나를 의식한듯 말을 아끼라는 행동을 취했고 그들 내보냈다. 방금전 상황들로 확실히 기변호사와 최실장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비행기 기내에서 내가 두사람의 관계에 대해 물을때 그가 대답을 회피한 이유를 조금 알수 있을것 같았다.

"자, 자리에 앉으시죠..이거..항상 황기자님께 죄송할 상황만 이어지는군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멋진 호텔에 지내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니요, 그정도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오히려 이곳에 모시는게 늦어져서 죄송했습니다.!

"정말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저..혹시 외람된 말일지 모르지만 좀전에 기변호사님 말씀처럼..그 손님들이 우연히 찾아온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긴 길잃은 고양이들을 하루 이틀 본것도 아니니...!"

"네!?"

손님이라는 내말에 사람이 아닌 고양이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정확한 사정을 모르기에 말을 아끼며, 이 곳에 온 목적인 소설에 대해 말을 꺼내려 할때 그가 먼저 이야길 시작했다.

"그럼 이제 황기자님을 여기까지 모신 용건에대해 설명해 드려야겠죠!?"

"아..네."

그가 말을하며 쇼파에서 일어나 뒤쪽에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책장에서 두꺼운 책한권을 꺼내어 돌아와 앉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것을 쓰다듬으며 좀전까지와는 다른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자 나 또한 그를 유심히 보게되니 얼마전까지 있던 편집부에 근무하기전 취재부서에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껴온 감으로 그에게 풍기는 느낌은 참으로 특이했다. 분명히 외관은 20대 중반 혹은 많이 봐도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왠지모르게 나이에 걸맞지 않는 열륜과 알수없는 기운이 느껴져서 시선을 놓여있는 책으로 돌리니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잘 아실테지만, 황기자님이 선택하신 소설로 제 이야길 써달라는 내용은 이해 하셨을테니..이 자료들을 일단 보시고 확인하셨으면 합니다!."

-쓱..톡.톡.톡

그가 가져온 책을 펼치며 속지 모양을 하고있는 부분중 하나를 분리하며 내 앞쪽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것을 들어올려 외관을 살펴보니 속지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든 상자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부피는 일반적인 책의 무게감과 비슷했고, 약간 흔들어 보니 안에서 작은 움직임은 느껴졌지만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정교하게 만들었군요!."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겁니다!."

"이런 모양으로 저런 곳에 두면 정말 찾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저희 둘만의 비밀로 해 주시죠!."

"저를 믿으시는 건가요!?"

"저에 대해..아니 제 인생중 한부분에 대해 이제 곧 알게되실테니..이런 작은 비밀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그가 하는 말로는 그 뜻을 다 알수 없었다. 그래서 소설에 대해 물어보기로 마음먹고 질문을 하였다.

"최실장님과 처음 통화했을때 말씀해 주신 간략한 내용도 그렇고 지금 인생이라는 말을 쓰시는걸로 미루어..제게 회고록의 집필을 부탁하시게 맞나요?"

"회고록이라 그건 아직 젊은 저에겐 맞지않는것 같군요..제가 유명인이나 정치가도 아닐뿐더러 그런 재목이 못되어서요!."

"그..럼!?"

"가상의 인물로 만들어 주셨음 합니다. 물론 내용은 제 이야기지만...지금 손에 들고계신 그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으니 그걸 참고로, 아니 대부분 반영해 주셔서 잘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군요, 이 안에..."

"모쪼록 더 이야기를 나누며 소설 구상에 대해 토론하고 싶지만..아직 제가 심력을 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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