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소라에 글을 쓰고 거의 10년만에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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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 가며


덜거덕 거리는 영선이가 빌려준 코란도를 끌고 A도시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여명이 막 꿈틀거리는

5시 쯤이다. 지난밤의 숙취와 회한이 아직 내몸을 짓누르고 있고 졸음이

한없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다. 서울에서 두어시간 떨어진 이곳에서 난 6개월간

무엇인가를 해야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밥벌이를 해야 한다. 미국에서 늦은 공부를

마치고 개선 장군마냥 돌아 온 2년전이 문득 떠오르고 지금의 처지를 보며

눈물 마저도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여행가방 하나를 끌고 A도시에서 가장 크다는 관광호텔 주차장을 가로질러 프런트로 향한다.

말이 관광 호텔이지 신축한지 20년은 족히 되보이는 1층 복도가 어두 침침해 보이고

복도 카펫에서는 묵은 냄새가 인상을 찌프리게 한다. 미국에서 여행때 비용 절감을 위해 들렀던

70불 미만의 시골 호텔의 느낌이 떠오른다.


쪽잠으로 밤을 새운듯한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프런데스크 여직원이 하품을 손으로 가리며

나를 맞는다. 어제밤에는 곱게 앞머리를 올려 뒤로 넘기고 뒷머리를 검은 망사로 묶었을

단정함은 지난밤의 피곤으로 몇가닥 흘른 앞머리가 이마에 내려왔고 뒷머리를 묶은 그물도

약간 처져 있다. "황수연" 그녀의 이름이다. 영문 이니셜과 함께 금색 뱃지에 써 있는

그녀의 이름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생긴 습관이다. 인사를 할때 이름을 즐겨 부르는 그들의

문화를 따라 하느라 통성명을 할때 이름을 주의 깊게 듣고 외우거나 이름표를 보고

앞으로 불러야 할 호칭을 외우는 습관이 생겼다. 화장이나 프런트의 밝은 조명 의한 포장일수도

있겠지만 피부가 하얏고 얼굴이 작다. 손은 크지 않지만 날렵하고 손톱도 별다른 장식 없이

짧고 깨끗하다. 지배인이 제법 관리를 잘하고 있거나 보수적이 사람이리라 생각해 본다.

어제밤 영선이에게 받았던 현금중의 일부를 디파짓과 일주일간의 객실 요금으로 선납하려 했지만

크레딧카드가 필요하단다. 카드가 모두 정지된 지금 나의 상황을 꼭 다시 일깨우려든듯 하는 그녀의

난처한 표정에 신분증을 빠르게 꺼내 보이며 그 어색함을 빠져 나온다. 복사를 마친 내 신분증을

돌려주며 그녀는 조기입실에 대한 객실료도 챠지하겠다고 덧붙인다.


객실 키를 받아든 나는 느린 걸음으로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한다. 황수연 참 이쁜이름이다.

내가 이도시에 와서 처음 본 여자 사람이고 정복을 입어 화려하진 않지만 외소한 상체에

날씬함이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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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년 전 썼던 글들을 최근에 읽어 보았는데 다른 사람의 글 같아요.

내 글을 10년이나 보관해준 소라에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