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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은... - 100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9 642회 0건
100화.














"안녕하세요, 어머님."

"어... 네가 지연이구나. 들어오렴..."

수혁과 지연이 들어오자 영희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영희는 이번에 지연을 처음 보는 것이여서 어색하긴 했지만 내심 지연이라는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수혁의 여자친구가 온다고 하기에 영희는 그녀의 상황속에서 수혁이 어떤 여자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다만 좋은 여자이기를 바랄 뿐이였었다. 하지만 막상 지연을 만나고보니 예쁘고, 눈동자도 맑아 착해보이고, 생각도 깊어보여서 수혁에게 동무이 되면 도움이 되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것 같진 않았다. 영희의 표정이 밝자 지연 또한 긴장했던것이 어느정도 풀어졌고, 곧 영희에게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쇼핑백을 건넸다.

"아 참, 그리고 임신 축하드려요. 더 좋은건 못사드리고 이거 나중에 애기들이 신으면 예쁠거같아서 사봤어요."

"아니... 뭐 이런걸 다... 아무튼 고맙다..."

"그나저나 아버님은요?"

"누나!! 자꾸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수혁아! 어머님 앞에서두..."

"준수는 어머님이랑 같이 마트갔어. 금방 올거야... 어... 오셨다. 어머님... 오셨어요... 죄송해요... 무거우셨죠?"

"... 신경쓰지 말고 쉬어. 그나저나 네가 수혁이 여자친구구나?"

"안녕하세요. 제가 뭐라고 불러야할지 모르겠네요... 호호... 할머님이라고 불러야하는지..."

"할머님은 무슨 할머님이니! 하여간... 아들놈때문에 내가 마흔이 되자마자 할머니가 되게 생겼네... 어휴... 아무튼 지연이라고 했니? 수혁이는 나한테 이모라고 부르니까 너도 그냥 편하게 이모님이라고 불러."

"네 알겠어요. 호호... 하긴... 할머님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모님은 너무 고 아름다우시네요. 부러워요."

"호호호... 얘는 뭘... 예쁘긴... 아무튼 다들 들어가자. 금방 밥 준비해줄테니까."

지연과 정윤 또한 처음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이전에 서로 안목이 있던 사이라도 되는듯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처음이라 어색할것이라고 생각했던 준수와 수혁은 모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서로를 보며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영희는 거의 동시에 들어온 그들을 자리에 앉히고 거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애도 있는 몸으로 주방으로 향한다고 정윤에게 구박 아닌 구박을 받고서는 어쩔 수 없이 쇼파에 앉아 수혁, 지연과 이야기를 나눠야했고, 거실에는 준수와 정윤모자가 함께 점심준비를 했다. 정윤이 그녀를 거실로 향하지 못하게 한 것은 비단 그녀가 임신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였다. 그녀의 아들인 수혁의 여자친구와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할 시간을 주려는 배려가 있기도 했었고, 그녀 또한 자신의 아들인 준수와 함께 식탁에서 단 둘이 음식을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 그나저나 칼을 그렇게 쥐시면 안되죠."

"응...? 왜?"

"그렇게 칼질하면 잘못하다가 손 다칠수도 있어요. 칼은 이렇게 쥐시고... 이렇게... 그리고 이걸 이렇게 하면 더 편하게 써실 수 있어요. 이렇게... 그냥 제가 썰까요?"

"아니아니... 내가 해볼게..."

정윤은 사실 칼을 많이 사용해보지 않아 칼질이 서툴렀고, 그녀의 서툰 칼질을 보며 준수가 그녀에게 칼질을 어떻게 해야 다칠 위험도 줄이면서 편하게 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것에 자신이 엄마로써 자격이 없다, 라는 생각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준수는 정윤의 표정을 보며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칼질을 하다 말고 칼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에 살짝 손을 얹고는 말했다.

"괜찮아요 엄마. 저는 정말로 단 한번도 엄마한테 섭섭함같은거 느껴본적이 없어요. 오히려 저는 이렇게 엄마를 위해 밥을 해줄 수 있다는게 너무나도 행복한걸요 뭐."

"응... 알았어... 나 칼질은 서툴러도 다른건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래요? 그럼 엄마가 된장찌개 해주실래요? 아버지가 엄마 다른건 못해도 된장찌개는 엄청 맛있게 잘한다던데..."

"윽... 그이가 그런 말도 너한테 했니? 정말... 아들한테 못하는 얘기가 없어... 훗... 아무튼 그럼 엄마가 아들을 위해 된장찌개를 제대로 해볼까~?"










수혁, 지연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영희는 그들의 대화도 즐겁긴 했지만 준수와 정윤이 향한 주방이 신경쓰여 가끔씩 뒤를 돌아보곤 했다. 그런것에 둔감한 수혁은 계속해서 자신이 할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지연은 영희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생각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리 정윤이 말했다고는 하지만 어쨋든 영희는 시어머니가 일을 하는데 자신은 이렇게 수다를 떨고 있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지연은 그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그녀가 집중할만한 대화소재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훗... 그나저나 저는 세상에서 수혁이가 제일 잘생긴줄 알았는데, 아버님 너무 잘생기신거같아요."

"... 그래... 나한테는 과분한 남자야..."

"뭐야, 누나랑 엄마, 날 앞에두고 준수만 칭찬해주기야? 참나... 어이가 없어서..."

수혁이 토라지거나말거나 지연은 신경도 안쓴다는듯 계속해서 그녀가 할 말을 이어나갔다.

"어머님도 너무 아름다우시고... 나중에 아이들 외모가 볼만하겠어요. 호호호..."

"민망하게... 아무튼 고맙구나... 앞으로도 수혁이 잘 부탁할게... 알지?"

"네. 그나저나 프로포즈는 어느분이 먼저 하신거에요? 아버님은 그런거 잘 못하실거같은데... 혹시 어머님께서 먼저?"

"아... 아니... 저이가..."

"우와~~ 진짜요~? 들려주세요. 들려주세요 어머님. 수혁아, 잘 들어. 나도 꼭 근사한 프로포즈 듣고 싶으니깐."

수혁의 관심없다는듯한 표정을 뒤로하고 영희는 수줍게 준수가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말을 했다. 그녀의 말을 듣는 내내 지연은 너무나도 감동적이라는등, 너무나도 멋있다는등 일부로 수혁이 들으라는듯 연이어 감탄사를 뱉어냈고, 수혁은 지연의 그 말에 오글거린다고 말하며 속으로는 준수를 욕했다.

"아... 새끼... 저자식이 저런면도 있었네..."

계속해서 지연이 영희와 준수의 연애스토리를 묻고, 자신도 영희에게 수혁과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주며 그녀들의 대화가 진행될때쯤, 준수는 그들에게 다가와서 밥준비가 다 끝났다는 말을 하고는 영희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허리를 감은 후 식탁으로 향했다. 지연은 그 모습을 보며 같은 여자로써 영희가 너무 부러웠고, 수혁을 보며 자신도 저렇게 해달라는 말을 했다. 수혁은 처음에는 저런 민망한 것을 자신의 엄마인 영희와 준수, 심지어 정윤마저 보고있는데 어떻게 저런 것을 하냐고 말했지만, 지연의 표정을 보니 지금 저렇게 해주지 않으면 아마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것만같은 불길한 예감에 어쩔 수 없이 준수가 했던 그대로 지연과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

"수혁아, 혹시 너네도 준수처럼 결혼 빨리 할 생각이니?"

"아니에요 이모님. 저희는 어머님이랑 아버님 결혼하시는거 보고 조금 천천히 할 생각이에요."

"그래, 서두를거 없다 얘. 누구처럼 애생겼다고 서둘러서 결혼하지 말고 조금은 천천히 해도 되."

지연을 향한 정윤의 조언에 왠지 영희와 준수는 뜨끔했다. 특히 준수는 처음보는 지연 앞에서 정윤이 영희를 구박하는거같은 기분이 들어 정윤에게 속상한 감정이 들었고, 정윤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지만, 영희는 그런 준수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그의 손을 잡으며 그러지 말라는듯한 눈빛을 보냈다.

"그나저나, 너희 오늘 웨딩촬영하러간다고? 어떻게 빨리도 시간 잡았네."

"아... 네. 전에 어떻게하다가 알게된 분이 있는데 그분 아는분중에 웨딩촬영 하시는분이 계시다고 해서... 점심먹고 한시간정도 쉬다가 가려구요. 아 참... 결혼식장도 언제든지 말만 하면 장소도 마련해주시겠다던데..."

"그래? 정말 고마우신분이구나. 식날은 내가 니 새아빠랑 좀 더 얘기해볼테니... 그나저나 정말 아무때나 된다니?"

준수가 말하는 아는 사람이란 정마담을 말하는 것이였다. 영희는 간간히 세진과 연락을 하고 있었고, 정윤이 그들의 관계를 허락해줬고 날짜만 잡으면 된다는 말을 듣자 세진은 그 소식을 정마담에게 알려 그들의 결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었던 것이였다. 정마담은 어찌나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연락했는지, 웨딩촬영부터 시작해서 결혼식에 드는 비용까지 전부를 모두 자신이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는것을 준수와 영희가 끝끝내 우겨서 비용이라도 제대로 지불하겠다는 말을 한 상태였다.

"아무튼 이렇게 된거 어쩌겠니. 아무튼 준수, 너 살면서 영희한테 구박받기 싫으면 지금부터 영희한테 잘해야되.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어머님, 괜찮아요. 이사람이 얼마나 저한테 잘해주는데요..."

"흥... 너한테 말한거 아니거든?"

"엄마... 왜 자꾸..."

"내가 왜 이런말 하는지... 웨딩촬영 하다보면 알게 될거다."

준수와 영희는 이때까지만해도 정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준수는 웨딩촬영장에 도착해서 그가 입을 턱시도를 고른 후 쇼파에 앉아 영희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준수는 남자였기도 했고, 뭘 입어도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에 비교적 빨리 턱시도를 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영희는 여자라서 그런지 이것저것 입어보고 싶은 눈치였고, 턱시도에 비해 갈아입는 시간이 오래 걸렸기에 초조하게 영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또한 드레스를 입은 영희를 1초라도 빨리 보고싶었던 것이였다.

"아무거나 입어도 다 괜찮을거같은데..."

1초가 하루같은 긴 시간을 기다리고 드디어 탈의실의 문이 열렸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영희의 모습을 본 준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직 드레스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서 영희는 화장을 한 것이 아니였지만, 화장이 필요없을것 같았다. 영희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였고 넋이 나간채 그녀를 바라보는 준수의 모습에 영희는 수줍어하며 그의 소감을 묻고싶었다.

"여보... 어때...?"

"예... 예뻐... 너무 예뻐..."

"... 그래...?"

대만족한 표정을 짓는 준수와 달리 영희는 뭔가 불만가득한 표정이였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안다고 옆에서 영희를 보조해주던 종업원은 영희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신부님 마음에 안드세요?"

"네... 조금... 이거는 너무 가슴이 파인거같아서..."

"음... 하긴... 신부분이 워낙 몸매가 좋으셔서 조금 야해보일수도 있겠네요. 뭐 그래도 이런거 아무한테나 어울리는거 아니에요. 제 생각엔 딱좋아보이는데..."

"그래도 조금..."

"예전이면 조금 그랬을수도 있는데 요즘에는 일부로 신부 몸매를 과시하려고 이렇게 입으시는 분들 많아요. 음... 아니면 정 마음에 안드시면 다른거 입어보실래요?"

"... 그래도 될까요...?"

"그러시면 다른것도 골라보세요.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는 말이 있잖아요. 마음에 안드시면 다른걸로 입으셔야죠. 호호... 신랑님은 잠시만 더 기다리세요."

"... 저것도 괜찮은데..."

준수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영희와 종업원이 탈의실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다시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심 다른 드레스를 입은 영희의 모습이 기대가 되기도 했기에 기대감을 부푼 마음으로 영희를 기다렸다.

"여보, 이건 어때?"

"우와... 그것도 예쁘다..."

"... 이거는 너무 무난한거같은데... 다른거 입어봐도 되죠?"




"여보... 이건...?"

"우와... 진짜 뭘 입어도 예쁜거같아..."

"... 다른거 입어볼게요..."



"여보..."

"이야... 진짜 예쁘다..."

"......."


영희가 계속해서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벌써 드레스를 7번이나 갈아입은듯했다. 벌써 그들이 촬영장을 온지 두시간이 다되가는것 같았다. 처음엔 기대감만 가득했던 준수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고, 촬영장을 빌려준 정마담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겹치며 답답해졌다.

"아니...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다는건지... 그리고 그 표정은 또 뭐야..? 내가 뭐 잘못했나? 아니... 뭘 입어도 다 예뻐보이는데 뭘 어쩌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준수는 영희가 뭘 입는다고 하더라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에 나오면 무조건 그 드레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내 영희가 다시 나왔고, 준수의 기대를 저버리지도 않기라도 하듯, 영희는 너무나도 아름다워보였다.

"이야... 여보. 너무 예쁘다. 그냥 그걸로 하면 되겠다."

"뭐...? 그냥...? ... 저기요. 저 그냥 드레스 안입을래요."

준수의 대답에 영희는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준수는 영희의 반응에 갑자기 영희가 왜저러나 싶어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영희는 그 손을 뿌리쳤다.

"나 그냥 결혼식 안할래! 안할거야..."

"여보... 왜그래... 응? 내가 뭐 잘못했어?"

"당신... 정말 나랑 결혼식 하고 싶은거 맞아?"

"아니...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해?"

"그런 사람이... 나한텐 관심도 없잖아... 흑흑... 대충대충 적당한 말이나 하고... 몰라... 나 안할래..."

준수는 영희의 반응에 미치고 팔짝뛸 지경이였다. 아니,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길래 영희가 갑자기 저런 반응을 보인단말인가. 준수가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는사이 영희를 도와주던 여종업원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살짝 웃어보이고는 영희를 달래서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자고 말을 하고는 영희와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다시 쇼파에 남겨진 준수는 자리에 앉아 골똘히 자신이 영희에게 어떤 말실수를 했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그 모습을 데스크에서 지켜보고 있던 이실장이라는 여자가 깔깔대면서 준수에게 다가왔다.

"호호호... 신랑분이 잘못 하셨네요."

"... 제가요...? 전 솔직히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호호... 여기와서 싸우시는분들 대부분 남성분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기에 여성분들이 화를 내는지 이해 못하시더라구요."

"다른 분들도... 이런가요?"

"음... 거의 다 싸우죠. 심한 경우에는 웨딩촬영하러왔다가 파혼하는 경우도 봤으니까요."

"......"

"남성분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여성분들은 보통 웨딩촬영할때 많은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이 남자랑 진짜로 결혼해도 될까, 라는 생각부터... 결혼생활 내내 계속해서 남아있는 웨딩사진인데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있구요. 게다가 혼자서는 입기도 불편한 드레스를 입으면서 내가 입은 모습이 진짜로 남편한테 예쁘게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근데 그거보다 더 중요한건, 예쁘게 보이고 싶은것보다 여성분들이 남성분들한테 바라는건 단순히 예쁘게 보이고 싶다, 라는것보다는 남편이 될 사람과 함께 드레스를 고르는 느낌을 받고싶은거에요."

"..... 뭔가... 어렵네요... 그러니까 제가 예쁘다고 한 말이... 너무 무성의했다... 이런거에요?"

"음... 그런 느낌이라기보다는... 호호... 모르겠어요. 왜, 남성들의 언어랑 여성들의 언어는 다르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남자분들한테 이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전달해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신부분 나오시면 제가 두분만의 시간을 드릴테니까 알아서 잘 달래보세요. 호호... 어머, 나오셨네."

영희는 한참울 운것같진 않지만 그래도 꽤 울었는지 눈가가 붉어져있었다. 손에는 그녀가 들고온 핸드백이 들려진채였고, 그녀는 곧바로 촬영장의 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보. 잠깐만 우리 얘기좀 하자. 응...?"

"됐어... 우리 그냥 결혼식 하지 말자... 결혼식 같은거 안해도 같이 살 수 있잖아."

"아이... 정말... 잠깐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잠깐만 앉아봐. 그냥 그렇게 혼자 갈거야? 나는 지금 턱시도 입고 있는데?"

준수가 계속해서 설득을 하자 영희도 아이처럼 떼를 쓰는것을 멈추고는 쇼파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계속해서 짓고 있었다. 난처채하는 준수에게 이실장이라는 여자가 영희를 돕던 여종업원을 불렀다.

"수연씨. 나랑 잠깐 차에좀 갔다오자. 뭐 가져올게 좀 있네. 어차피 김기사님도 불러야되고... 아 참... 두분, 저희 잠시 자리 비울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 직원들이 둘뿐이라서 그냥 가버리시면... 안되는거 아시죠?"

이실장은 준수에게 잘해보라는듯 살짝 윙크를 해보이고는 문 밖을 나갔다. 촬영장에는 준수와 영희만이 남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 눈치도 볼것이 없었던 준수는 영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리고 뺨을 쓸어내리려고 했지만 영희는 매몰차게 준수의 손을 내쳤다. 하지만 준수는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영희를 끌어안았고, 영희는 준수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바둥바둥거렸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놔!!!"

"왜~ 내 부인 내가 안겠다는데, 안으면 안되?"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준수와 영희는, 결국 지친 영희가 준수에게서 빠져나가길 포기했고, 잠잠해진 영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고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미안... 나 솔직히 많이 어려서 당신이 뭐때문에 화를 내는지는 잘 몰라... 그래도 나... 정말로 당신이랑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응...? 그러니까 결혼식 하지 말자든가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응...? 잘못한게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해볼게..."

"... 미워... 나는 어떻게해서든 당신이랑 어울리는거 골라보려고 그렇게 신경쓰는데... 당신은 다 똑같은 반응... 예쁘다... 예쁘다... 자세히 봐주지도 않고 그저 예쁘다..."

"아니, 내 신부가 아무거나 입어도 예쁜게 사실인걸 그럼 어떻게해... 치, 그럼 예쁘지나 말든가..."

"... 몰라... 당신이 내 기분 알아...? 결혼식에서... 당신은 어린데 나는 늙어보인다고... 사람들이 나같은 여자랑 결혼하는 당신이 불쌍하다고... 이런말 듣게 하고싶지 않아서 나는 이렇게 신경쓰는데..."

"아니, 내가 좋다는데 누가 감히 그런말을해? 나는 오히려 내 주제에 당신처럼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당신이 아깝다는말 들을까봐 무서운데..."

"... 치..."

"다시 입어줄거지... 드레스...? 응? 이제 그만 화 풀고... 내 신부가 되주라..."

"몰라..."

아까에 비해 영희의 얼굴은 환해져있었다. 물론 영희의 반응때문에 답답한것도 사실이였지만, 그녀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것이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았다. 영희는 뭔가를 바란다는듯 팔짱을 끼고는 눈을 감았고, 준수는 그런 영희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포개었다.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키스를 하며 준수의 손이 영희의 몸을 더듬으며 그녀의 가슴으로 향할때쯤, 그들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실장이 돌아왔다.

"어머, 그새 화해하셨네. 후후... 두분 사랑은 촬영 다 하시고나서 나누시고 일단 드레스... 고르실거죠 신부님?"

이실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영희는 재빨리 준수의 가슴을 밀어내고는 민망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번엔 준수가 이실장에게 고맙다는듯 윙크를 한번 했고, 영희와 함께 진열된 드레스를 보며 함께 뭘 입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준수가 직접 영희에게 가장 어울릴것 같은 드레스를 골라주고나서야, 그들은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사진... 너무 안이쁘게 나왔을거같아..."

"아니야. 당신이 너무 예뻐서 잘 나왔을거야. 걱정하지마."

"치... 몰라... 결혼식날도 저거 입어야되는거잖아...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보진 않겠지...?"

"여보, 괜찮아. 내가 직접 고른거잖아. 아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때? 내가 괜찮다는데. 안그래?"

"... 나... 정말... 예뼜어...?"

"응! 세상에서 최고로. 당신처럼 예쁜 사람은 아마 없을거야."

준수와 함께 걷는 영희는 그의 팔에 얼굴을 기댄채 걸어갔다. 이미 시간은 늦어서 해는 모습을 감춘채 하늘은 온통 붉었고, 그마저도 겨울이라는 시간탓에 붉음이 곧 어두움으로 바뀔것 같았다.

"여보. 우리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말까?"

".. 어머님 기다리시잖아..."

"괜찮아... 뭐 문자 하나 날려주면 되지. 어차피 엄마도 아버지한테 한번 가야되고..."

"치... 정말 그것 때문이야? 왠지 다른 속셈이 있는거같은데..."

"엇... 들켰다... 킥킥... 오랫만에 당신 마음껏 안고싶어서 그래. 응? 당신 드레스 입은모습 보고 흥분해서 죽을것같단 말이야."

"... 자꾸 그러면 나 어머님한테 미움받는데..."

영희는 그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정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뻔했기에 준수의 말에 선뜻 동의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 또한 아까 준수에게 화를 낸 것이 미안하기도 했고, 촬영을 마치자 이제는 진짜로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실감되기 시작했기에 그에게 마음껏 안기고 싶었다. 그렇게 영희는 못이기는척하며 모텔로 이끄는 준수를 거부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영희도, 준수도 모텔의 모습을 신기하다는듯 눈을 반짝이며 보고 있었다. 핑크빛 침대, 샤워실과 침대 사이에는 침대에서 누워서도 상대방의 샤워하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게끔 투명한 유리로 구분되어 있었다. 모텔을 몇번 와보지 않은 영희는 준수가 어떻게 알고 이런 곳으로 데려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힐끗 준수를 바라봤다.

"당신... 하여튼..."

"나... 나도 이런데일줄은 몰랐어... 정말이야..."

"그런데 아래는 이런데일줄 알았다는것처럼 벌써 준비 만발인데?"

영희는 준수의 바지의 튀어나온 부분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했고, 준수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영희와 키스를 했다. 준수와 타액을 교환하며 영희는 방문을 잠그고 신발을 벗어던지고는 준수의 옷을 한겹씩 벗기며 천천히 침대쪽으로 향했다. 준수 또한 영희의 옷 단추를 풀고 있었고, 옷을 완전히 벗어버리기 위해 잠깐 입술을 떼낸 그들은 그들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을 모조리 한쪽으로 던져버리고는 또다시 키스에 열중하며 영희는 준수의 성난 성기를 만졌고, 준수는 영희의 가슴을 만졌다.

"자... 잠깐... 서방님... 씻고 올게요..."

"같이 씻지 뭐..."

"아잉... 서방님... 부끄럽게..."

"어차피 다 보이는데 뭐... 내가 사랑스러운 당신을 씻겨줄게..."

"응큼해... 대신... 깨끗이 씻겨줘야되요..."

그렇게 모텔에서의 그들의 뜨거운 밤은 시작되었다. 마치 정윤때문에 마음껏 못했던 그들의 욕구를 풀어버리기라도 하듯, 하지만 뱃속의 아이를 의식하는듯 최대한 신중하게... 그러나 격렬하진 않지만 언제보다 뜨겁게...















"얘! 멀었어?"

"잠깐만 잠깐만. 화장좀 마무리하고."

"얘는... 니 결혼식도 아닌데 뭘 그렇게 신경쓰니?"

"얘는... 모르는 소리마라. 영희 결혼식이잖니. 하객중에 괜찮은 남자 있을지 또 아니? 호호... 조금만 기다려. 진짜 거의 다 됐어."

희숙은 은영의 집으로 향한 후 거실에서 은영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금방 나온다고 말한지 한시간이 지난 후에야 은영은 마치 자신이 신부인양 꽃단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미안... 호호... 많이 기다렸지?"

"주책이다 정말..."

희숙은 이런 일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서 일찌감치 은영에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차로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도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계속해서 확인하며 화장이 잘 되었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한 은영은 수다스러운 말투로 희숙에게 말을 했다.

"얘, 그나저나 웬일이라니. 하필이면 정윤언니 아들이랑 영희 결혼식 날짜가 겹치니... 게다가 영희, 이 기지배는 결혼을 하면 한다고 우리한테 직접 말하면 되지, 그걸 왜 정윤언니한테 들어야되니?"

"그거야..."

"그나저나, 정윤언니도 웃겨. 왜 자기 아들 결혼식이 아니라 영희 결혼식에 오라고 말을 하는지... 청첩장도 안주고..."

"풋... 가보면 알게 될거야."

"희숙아. 넌 뭐 들은거 있니?"

"몰라~"

"치... 얘는... 혼자만 알고... 나도 알려줘!! 응!?"

희숙은 운전하는 내내 은영의 질문공세에 시달렸지만 그녀의 질문에 그녀가 원하는 답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풋... 니가 눈치가 없는거야. 하여간... 그나저나 결혼까지 할줄이야... 상상하기도 힘들거다. 훗..."














"아들... 긴장되?"

"아니요... 엄마... 후우... 엄마가 더 긴장하신거같은데..."

"내... 내가...? 나... 누가 긴장한다고... 하아..."

드디어 결혼식날이였다. 턱시도를 차려입고, 정윤 또한 남편이 높으신 분들과 부부동반회식자리에서보다도 더욱 차려입은채 곧있으면 한두명씩 모습을 보일 하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긴장하지 않은척 했지만, 사실 준수도 그렇고 정윤도 그렇게 잔뜩 긴장해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 없는 영희였기에 수혁은 영희의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있었고, 그 또한 잔뜩 긴장한 상태였던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준수의 새아빠인 현수만큼은 피가 섞이진 않았다고는 하지만 아들이 결혼을 한다는 것이 기쁜듯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준수야~~~~"

"어... 누나.. 은혜야... 그리고 선생님..."

가장 먼저 도착한 하객은 수정과 은혜, 그리고 세진이였다. 1년이나 넘게 못보던 그녀들이였기에 준수는 그녀들에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가 뭘 하기도 전에 그녀들은 하나같이 준수에게 달려들어 한번씩 준수에게 안겼다. 그 모습을 옆에서 정윤과 수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하는 남자에게 여자들이 안긴다는것이 그들에게는 상식적인 일이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어머, 어머님이세요? 너무 아름다우시다. 호호... 아드님 결혼 축하드려요."

"아... 네...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나저나... 준수랑은 어떤 사이신지...?"

"아... 엄마... 그건..."

준수는 정윤에게 굳이 모든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간단하게 그녀들에 대한 소개를 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준수에게 보내는 끈적한 시선이 왠지모르게 단순히 준수의 설명대로 친구, 옆집누나, 학교 선생님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정윤은 의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채 그녀들을 대하고 있었다. 그런 정윤의 시선을 눈치채서일까, 예전같았다면 가장 격렬하게 달려들었을 세진이 어른스러운 말투로 수정과 은혜를 만류했다.

"그만하자. 어차피 우리 영희언니 결혼식에 온거지, 준수 결혼식에 온건 아니잖아. 영희언니는... 신부대기실에 있을테니 거기로 가자."

"응... 후후... 준수야, 그것만 알아둬. 우린 절대로 네 결혼식 축하하러 온거 아니야. 영희언니가 결혼하는거는 인정해도 네가 결혼하는건 인정 못하거든~? 아이고, 수다가 심했네. 그럼 안녕~~ 영희언니한테 갔다올게."

세진이 수정과 은혜의 옷깃을 당기며 그녀들을 준수로부터 떼어놓았다. 정윤은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현수에게 그녀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정윤의 말에 현수는 그저 허허, 거릴 뿐이였다. 정윤이 현수와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팔린사이 수혁은 준수에게 다가와서 그에게 조그만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야, 설마... 방금 저게 은혜랑 수정누나... 그리고 네가 말한 그 선생님... 맞지?"

"... 응..."

"미친새끼... 넌 진짜 미친새끼다... 와... 진짜..."

수혁은 준수를 보며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기지배야!! 결혼한다면 한다고 말을 해야지!!"

"어... 은영아... 희숙아... 어떻게 알고 왔어...?"

영희는 대기실에서 은혜, 수정, 세진과의 오랫만의 만남을 가진 후 뜻밖의 희숙과 은영의 방문에 깜짝놀랐다. 왠지 자신이 정윤의 아들인 준수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 민망해서 친구들에게는 아무런 언질도 하지 않았기에 그녀들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였다.

"으이구... 정윤언니가 그러더라. 너 결혼한다고. 그리고 우리한테 약한 모습 한번도 보인적 없는 언니가 그렇게 부탁을 하더라. 제발 네 결혼식에 와달라고... 으이구... 그렇게 연락도 안할거면 결혼을 왜하니?"

"하여간... 영희... 너 다시봤다 얘. 상상도 못했는데 정윤언니 아들이랑... 호호... 나도 여기와서 밖에 준수 서있는거 보고나서야 알았다니까?"

"니가 눈치가 느린거야."

"뭐? 희숙이, 넌 그럼 알고있었어?"

"뭐...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지..."

"그나저나 얘. 너 뱃속에 쌍둥이까지 있다며? 웬일이니 진짜... 그나저나 준수 쟤... 밤일은 잘하나보다? 호호..."

"얘는... 결혼식날 신부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니가 이해해라 영희야. 얘가 원래 이런 애잖니."

"내가 모? 부러워서 그런다. 왜! 참나... 호호... 영희야, 혹시 같이 살다가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말해. 콱 내가 가로채갈테니까! 호호호호호...."

"시... 싫어... 내 서방이야... 준수는..."

"호호호... 서방이란다... 서방이 좋긴 좋은가보구나. 얼굴이 이렇게 좋아진걸보니."

은영의 짖궂은 말에도 영희는 기분이 나쁘질 않았다. 은영이 원래 감정표현이 저렇게 서툰 것을 알기에, 겉으로는 저렇게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는것처럼 보이는 말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은영이 진심으로 그녀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계속해서 은영과 희숙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고, 희숙과 은영은 앞으로 잘 살라는 얘기, 애기를 낳으면 꼭 불러달라는 얘기, 그리고 영희의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유모차를 사주는게 좋을지 뭘 사주는지가 좋을지에 대해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그러던중 신부대기실에 정윤이 들어왔다.

"얘, 나 잠깐 영희랑 둘이서 할 말이 있으니까 나가있어."

"네 언니. 호호... 영희야, 그럼 식때 보자."

"응..."

수다를 떨던 은영과 희숙이 나갔고, 주변에서 영희를 도와주던 사람들에게도 잠시만 둘만 있어달라고 정윤이 부탁하자 신부대기실에는 영희와 정윤,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영희야... 행복하니...?"

"네... 어머님..."

"휴... 영희야, 우리 마지막으로 예전에 알던 언니동생 사이로 돌아가자... 알았지...?"

".... 응... 언니..."

"나... 솔직히... 너랑 준수한테 결혼하겠다는말 듣고서 처음엔 정말 어이가 없었어. 그리고 네가 진짜 죽도록 밉기도 했고... 근데 어쩔 수 없이 허락은 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너랑 준수가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 너도 그동안 혼자 수혁이 키우느라 고생 많았잖아. 이제는 너도 여자로써 행복해져도 된다고 생각해. 준수랑 매일같이 서로를 아껴주면서 살아야되... 알았지?"

"언니... 고마워... 흑흑..."

"아이고... 왜 또 울어... 신부가 되서는... 화장 다 지워지잖아... 울지 말고... 우리 준수가... 지금은 저렇게 너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중되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고, 또 너가 아무리 지금은 준수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결혼생활 하다보면 가끔 꼴보기 싫어질때도 있을거야... 그런거 잘 참고 살아야되... 정 힘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하고... 알았지? 너는 내 며느리기도 하지만... 내가 친동생처럼 생각했던 동생이기도 하니까..."

"언니... 흑흑... 잘 살게... 흑흑... 나 정말 잘 살게... 흑흑..."

"왜 울어... 흑흑... 바보같이... 흑흑... 울지마... 응...? 화장 다시해야겠네... 흑흑..."

정윤과 영희는 이 순간만큼은 고부지간이 아닌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있었다...















준수는 내심 영희가 자신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신부측의 하객이 적으면 어떻게하나, 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아버지인 현수의 직장 동료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객의 불균형이 심하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하객들을 받으면서, 그리고 식장에 입장하고나서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희의 고향 친구들은 정윤의 고향 친구들이기도 했다. 정윤은 그들에게 준수가 결혼을 한다고 연락할때 은영이나 희숙에게 그랬던것처럼 신부측의 하객이 되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또한 수혁 또한 자신의 중학교 친구들에게 준수쪽의 하객이 되지 말고 자신의 하객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들의 노력때문인지 신부측의 하객도 상당히 많아서 신랑측의 하객과 숫자가 비슷해보였다.

"야, 우리 엄마가 결혼하는데 설마 니놈보다 하객이 적어서야 되겠냐?"

"... 고맙다... 수혁야... 고마워..."

중학교 친구들이 자신의 하객이 되어주지 않는다는것에 섭섭함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수혁의 배려에 준수는 고마움을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식장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 많은 하객여러분.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입장합니다. 신부, 입장!"

진행자의 목소리와 함께 수혁의 손을 잡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한 남자에게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입장했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는 그녀를 보면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을 참으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수혁과 한번 포옹을 나누고는 영희의 손을 잡았다. 아아, 다시는 이 손을 놓치지 않을거야, 라고 말하는듯한 눈빛을 영희에게 보냈고 그녀 또한, 평생동안 이 손을 놓지 않을게요, 라고 답하는듯 했다. 그렇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걸음을 옮기는 것을... 식장을 가득메운 사람들은 박수로 축복을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준수와 영희는...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맺었다...















"아... 씨... 아.... 씨... 아..."

"야!! 너만 초조한거 아니거든!! 좀 가만히 앉아있어봐!"

수혁은 초조한듯 다리를 떨며 복도를 서성이는 준수에게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준수는 수혁의 말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진정을 할 수가 없는듯 계속해서 중얼중얼대며 복도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정윤도 수혁과 마찬가지로 준수에게 진정하라고 말은 했지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산모분이 나이도 조금 있으신데 몸상태도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게다가 쌍둥이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나 태아중 하나를 선택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출산을 앞둔 영희에 대한 의사의 소견이였다. 그 말을 들은 준수를 포함한 정윤과 수혁 모두 눈앞이 컴컴해지는 기분이였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말을 해도, 심지어 준수가 말을 해도 영희는 어떻게 해서든 꼭 준수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고집을 꺽지 않았고, 그렇게 영희는 출산실로 향했다. 아직 영희나 태아의 상태를 확신할수가 없었기 때문에 출산실의 문을 굳게 닫혀있었고, 고통에 가득한 영희의 신음소리는 밖에서 기다리는 그들을 미치게 만들 지경이였다.

준수가 머리로 벽을 치며 어떻게해서든 초조함을 달래려고 힘쓰던 순간, 출산실의 문이 열리며 다급한 표정을 지은 여간호사가 나와서 준수를 찾았다.

"남편분!! 산모가 찾아요!! 빨리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말을 들은 준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출산실로 달려들어갔다. 그의 눈 앞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의 영희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준수가 들어온것을 모르는지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아아악!!!!! 여보!!!!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여... 여보... 나 여기있어... 응...? 여보... 나 여기 있다고!!"

"여보!!!!! 여보오!!!!!!"

준수가 영희의 손을 잡아주고나서야 영희는 그제서야 준수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듯 준수의 손을 힘껏 잡았다. 어찌나 그녀의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있는지, 여자인데도 준수는 그의 손이 바스라지는것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 고통이 어찌 지금 영희가 느끼고 있는 고통과 비교할 수 있으랴... 준수는 딱히 신을 믿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제발 아무 신이라도 영희가 무사하길... 어떻게 되든 다 괜찮으니까 제발 영희만은 무사하길 빌고 빌었다.

"산모분!! 제가 하나 하면 숨 크게 들이마시고, 둘 하면 숨을 크게 내쉬세요. 자... 하나... 둘.... 하나... 둘..."

"아악... 아아악..."

영희는 숨을 쉬는건지 그저 비명을 지르는건지 헷갈릴정도로 의사가 말하는 하나, 둘 신호에 맞춰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점점 더 고통이 심하게 몰려왔고,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직감한 영희는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이겨내며 자신의 몸 안에 있던 생명을 드디어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힘㎢?

"어어... 나와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아아아아악!!!!!!!!!"

준수는 영희의 얼굴만을 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일순 고통과는 다른 뭔가로 변했었다. 준수는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쪽에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것이 역력해보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듯 했다.

"아직 한명 더 있어요. 조금만 더 힘냅시다. 자... 하나... 둘... 하나... 둘..."

"으윽.... 으으으으윽.... 여보... 으윽..."

아까처럼 고통으로 가득한 신음을 내뱉는것도 이제는 힘이 든지 영희의 신음소리는 거의 다죽어가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준수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계속해서 닦아주었고, 거의 숨이 넘어갈듯한 영희의 비명이 들린 후, 준수의 손을 그토록 강하게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들어가있던 힘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풀려버렸다. 그리고...

-응애... 응애...

"이야... 신기하네... 먼저 나온 애가 울지도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나중에 애가 나오자마자 같이 우네... 허허... 거 참..."

뒤에 의사와 간호사가 뭐라고 지껄이든 그것은 준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것같은 사람처럼 가까스로 숨을 내쉬고 있는 영희를 보며 준수는 계속해서 영희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영희야... 여보... 괜찮아?"

"하아... 하아.. 애기... 우리 애기..."

"자... 여기 아들이랑 딸입니다..."

"우리 애기... 건강하죠...? 괜찮죠...? 정말 괜찮은거죠...?"

"네, 걱정했던것과 달리 아주 건강합니다. 너무 건강해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가.. 우리 아가..."

간호사로부터 두 아이를 건네받은 영희는 아까부터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때는 한번도 흘리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준수에게 아이들을 건넸다.

"여보...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에요..."

"당신... 괜찮지...? 정말 괜찮은거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영희를 보고나서야 준수의 눈에 자신들의 두 아이가 들어왔다. 남자아이 한명, 여자아이 한명, 이 손바닥만한 살덩이들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자그맣고 아기자기한 그 모습이...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엄마!!!!"

"영희야!!"

들어와도 괜찮다는 말을 간호사에게 들어서일까, 뒤이어 정윤과 수혁이 달려왔다. 그들은 영희의 상태가 그들이 걱정했던것과 달리 괜찮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리고 영희뿐만 아니라 두 아이 또한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너무 신기해... 하나도 사람같이 안생겼는데... 애들 날 닮았어..."

"준수야..."

"나... 아빠된거야...? 정말 아빠된거야...?"

정윤은 준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는것을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준수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데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으로 가득했다. 정윤도 눈물이 흐를것같은 기분을 느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한번 닦고는 곧 영희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들을 닦아주었다.

"수고했다..."

"어머니... 애기들... 그이... 닮았죠...?"

"응... 너랑 준수랑... 사이좋게 닮았어..."

수혁은 수혁대로 신기했다. 자신의 동생인지, 아니면 친구의 아이일지 모를 아이들이였지만, 그 또한 자신이 아빠가 된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감동으로 가득했다. 그는 뭔가에 홀린 사람처러 준수에게 다가갔고, 준수는 말없이 수혁에게 한 아이를 건네주었다.

"안아봐..."

"응...."

그들이 아이를 한번씩 안아보고 아이들과 잠시간의 이별의 시간을 가질때가 되었다. 간호사들이 조심스럽게 준수와 영희에게 안겨있는 아이들을 데려갔다. 한시라도 떨어지기 싫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달래며 영희는 입원실로 향했고, 정윤은 수혁에게 눈치를 주며 준수와 영희만의 시간을 만들어주자고 말한 후 그곳을 빠져나갔다.

"... 여보... 나 힘들어요... 나 조금만 잘게요..."

"응... 푹 자... 사랑해..."

"저두요... 여보... 사랑해..."

준수는 잠드려는 영희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고, 그녀의 옆에서 그녀가 잠들때까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일어났어...?"

"응... 나 얼마나 잔거야...?"

"얼마 안잤어... 더 자도 되..."

"아니야... 으윽... 애들 보고싶어..."

영희는 몸을 일으키려고하자 살짝 고통이 몰려왔다. 의사의 말로는 영희의 몸상태를 봤을때 두명의 아이를 낳고도 산모와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살아있는것이 기적이라고 할정도라고 설명했고, 당분간은 마음껏 움직이는것은 힘들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했다. 다만, 너무 안움직이면 산후후유증같은 질환을 앓을수도 있으니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준수에게 여러차례 조언을 해주었다.

"무리하게 몸 일으키지마..."

"무리긴... 수혁이 낳을때는 낳자마자 밥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여보... 나 너무 애들 보고싶어서 그래요... 응...? 당신은 안보고싶어...?"

준수 또한 아이들을 보고싶어하는 영희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였기에 그녀를 말릴수가 없었다. 단, 준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부축해주었고, 그녀와 함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영희는 벽을 손으로 만지며 아이들의 얼굴을 간접적으로 만지려고 하는듯 했다.

"여보... 애들... 남자애는 코랑 눈이 당신을 너무 닮았어요... 여자애는 입술이..."

"여자애 눈이 당신을 닮아서 나중에 예뻐지겠네..."

"너무... 너무... 애들이... 예뻐... 여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준수는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에 힘을 더줘서 그녀를 더욱 힘껏 그의 몸에 밀착시켰다. 아직 몸에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영희였기에 그녀의 안색은 약간 창백해보였지만 그의 체온을 느껴서인가, 곧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그들의 사랑의 증거인 두 아이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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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00화.
이로써 에필로그 한편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이번편을 쓰면서 정말 많은 후회를 했습니다.
평소에 결혼식같은데 다니면서 좀 자세히 관찰좀 해둘걸 -_-
대충 가서 시간떼우다가 축하해주고 한 것에 후회를...
더 자세히 묘사하고 싶었는데 경험의 한계....

그리고 출산하는 장면.... 정말 쓰는게 힘들었어요.
아니, 애를 낳아봤어야 쓰든가 말든가 하지....
그냥 저 부분은 그냥 들었던 것들을 종합해서....

아무튼 에필로그는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더 쓰고 싶은데
출산장면 쓰다가 너무 울어서 감정이 제어가 안되네요
왜 난 애를 낳아본것도 아닌데 내가 상상으로 쓰는 주제에 눈물이 나는가...
다시 한번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의 경의로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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