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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남긴 흔적 - 단편52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3 01:18 486회 0건

**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게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가정이 없으신분은 .. 음 .. 이해 안에 안되면, 다음 해에는 가정을 꾸리시길 빌께요.

** 이 글 재미 없으세요?

- Ja"dore -



=*=*=*=*=*=*=*=*=*=*=*=*




52. 강대리의 속셈 & 엠마도 같이?



[1]
강대리와 나는 택시에서 내려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802호 앞에 섰는데, 강대리가 내게 묻는다.



"오빠. 비밀 번호 생각나?"
"아니."

"하아. .. 돌겠다. 며칠이나 됐다고 .."
"미안. 이런 쪽으로 내 기억력이 별로야."

"4712."
"남의 비밀번호는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안그래?"

"언제부터 나한테 오빠가 남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 고만 하고, 빨리 문이나 열자."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자 4712 가 생각이 난다. 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강선미가 문을 열었다.




"와인 마실꺼지? 줄까?
"딱 한 잔만."

"기다려. 나중에."
"그럴거면 왜 물어봐?"

"약 좀 오르라고. 하하."




[2]
강대리는 보일러를 올린다. 벌써 추운가? 아직은 어중간한 10월 중순이다. 낮에는 제법 시원하지만, 어두워지면 제법 쌀쌀하다.

우리는 주방으로 갔다. 강대리의 두 팔이 내 목에 걸린다. 나는 냉장고에 기대고 서서, 강대리의 몸을 당겨서 안았다. 그녀가 나에게 몸을 밀착해온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붉은 입술이 고집스럽게 단단히 닫혀있다.



"나 떡볶이 안하거든."
"지금 반항해? 아무리 그렇다고 키스도 못해?"



나는 그녀의 허리를 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부터 습관이 된 것처럼 서로를 부등켜 안고 키스했다. 부드럽게 시작한 키스가 점점 거칠어져 간다. 우리의 입술과 혀가 서로 엉켰다. 우리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한참 동안 거칠게 서로를 빨았다. 그녀의 그 부분이 내 남성을 누른다.



"하암. .. 아음. .."



그런데 문제는 내 남성이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대리와 이런 경험은 벌써 두번째이다. 그녀와 내가 파리에 도착하던 날 밤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한참 후에 강대리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두 팔을 싱크대에 짚고 숨고르기를 한다.



"오빠. 그거 오늘 쉬는 날이야?"
"글쎄?"

"설마 그새 벌써 누구랑 하고 온 것도 아니잖아?"
"전혀 아니거든. 지금 내 관심사는 여기가 아니라 다른 데에 있잖아. .."

"하아. .. 갑갑하다."



그녀는 자기 가슴을 콩콩 친다.





[3]
강대리는 와인병과 두 개의 와인 잔을 꺼내서 식탁 위로 놓는다. 나는 병을 열어서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잔을 들고 소파로 가서 앉았다. 한참 기다리니까 강대리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그새 원피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마시려면 건배 하지?"
"기다려. 아직 초저녁이야. 뭐가 그렇게 급해? 우리 시간 엄청 많거든요."



강대리의 얼굴이 내 얼굴로 오고, 그녀의 손은 내 허벅지로 온다. 나는 강대리의 붉은 입술을 물고 빨았다. 강대리가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인가?

그녀의 손이 내 뺨에서 목을 거쳐 가슴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내 셔츠의 단추를 풀고 그녀의 손은 내 가슴으로 파고든다. 나는 내 입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녀의 혀를 빨았다. 내 가슴이 뛰지 않는다. 그녀는 내 셔츠를 풀어 젖히고, 그녀의 입이 내 가슴을 핥는다. 그녀의 혀가 내 꼭지를 간지럽게 한다. 나는 그녀의 원피스 아랫자락을 들추고 그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다른 손은 내 바지를 열고 팬티 안으로 들어온다.



"하아. .. 오늘 왜 이러지? 삐졌나?"



선미가 소파 위로 올라앉아서 엎드린다. 잠자고 있는 내 남성을 꺼내서 손으로 잡았다. 잠시 들여다보다가 히죽 웃는다.



"아오. .. 너 진짜 불쌍해 보인다. 히히."



그녀의 입이 열리고, 내 남성을 통째로 입에 넣는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면서 볼이 옴폭 패인다. 그녀의 혀가 입 안에 들어있는 남성을 휘감는다. 그녀는 소리를 내면서 빨고 있다. 기어코 세우고야 말겠다는 강대리의 고집이다.

내 남성도 그녀의 고집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 것 같다. 백기를 들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선미가 신기한 것처럼 꺼내서 쳐다본다.



"와아아. 우리 이제 대화가 통한다. 헤헤."



그녀는 기둥 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주머니도 하나씩 입에 물고 빨아들이고. 혀로 핥는다. 나도 그녀의 원피스의 앞에 있는 단추를 풀고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숨이 가빠지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강대리의 머리가 오르내리고, 내 엉덩이도 들썩거린다. 기둥은 그녀의 입 안에서 껄떡거린다. 그렇게 거부하고 반항하더니, 순식간에 도달해버린다.



"읍. .. 으읍. .. 입에 쌀거야?"
"그럼 .."

"아니면 콘돔하고 들어올래?"
"그럴 시간이 없을텐데."




내 말이 옳았다. 나는 기둥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누르면서 박는 것처럼 엉덩이를 쳐올렸다. 강대리의 목 깊은 곳으로 쿨럭거리면서 대 방출이 일어났다. 그녀는 켁켁거린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그녀의 입에서는 느슨한 타액이 흘러내린다. 강대리는 그 상태에서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려는 것처럼 계속 빨아댄다.

그녀는 옆에 있는 물티슈를 꺼내서 자기 입을 닦으며 욕실로 간다. 나도 물티슈로 내 기둥 주변을 정리하고, 옷을 바르게 했다. 욕실에서 물소리와 그녀가 웩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 고집.
저 승부근성.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결국은 자기 고집대로 해낸다.
이래서 내가 강대리를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4]
강대리가 버얼건 얼굴로 내게 돌아왔다. 우리는 와인잔을 들고 건배하고, 나는 절반 정도를 마셨다. 긴장해 있던 탓인지, 갈증이 심했다. 내 귀 가까이에서 그녀가 와인을 삼키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는 잔을 테이블에 놓고 잠시 입술을 포갰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빨았다. 정말 깜찍하고 사랑스럽다.



"하아. ..으읍. .."
"이제 시원하니?"

"그니까 왜 나를 건드리냐고."
"누가 건드렸다고 그래?"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면, 내 자존심에 도전하겠다는 것 아닌가?"
"도전은 무슨 도전을 .."

"오빠가 다른 여자랑 무슨 짓을 하고 다니든지, 내가 뭐라고 하는 것 봤어?
그런데 말이지. 오빠가 나랑 둘이만 있으면, 나한테만 몰입하면 안돼?"

"그랬거든."
"머리 속에는 엄마 생각이나 하고."

"야아아. 엄마가 아니고 엠마라니까."
"시끄러워. 엄만지 엠만지 내가 알 게 뭐야?"




나는 내 잔을 비우고 와인병을 가져와서 또 잔에 부었다. 이렇게 강대리가 살짝 뾰로통 해 있을 때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안그러면 순식간에 정신줄이 끊어지고, 유체이탈이 일어난다.



"말 안할꺼야?"
"숨 안넘어가. 기다려."

"너무 뜸들이니까 하는 말이지."



그래도 강대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5]
그 대신 나를 쳐다보면서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고 있던 그녀가 마치 결심을 한 듯, 윗이빨로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더니 입을 열었다.



"오빠. 어제 오후에 회장실에 갔었지?"
"어. 인사 하러 간다고 갔지."

"그 때 오빠 찾는 전화를 내가 전화를 받았거든."
"누가 한 전화였는데?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지?"

"프랑스 대사관에서 온 전화였어."
"왜? 무슨 일로?"

"오빠보고 이번 주에 한 번 들러달래."
"그게 누구였는데?"

"영사라던데. 그 남자 이름이 올리비에 마지멜? 맞나?
내가 사무실에 따로 메모해뒀어."

"다른 말은 없고?"
"나랑 말이 통하지를 않았거든."

"그럼 효원이한테 받으라고 하지 그랬어?"
"그 때 거기 없었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왜 놀라는데?"

"우리가 파리에 갔다 온지가 며칠이나 지났어?
그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냐고."

"글쎄. .. 무슨 일인지 도통 감이 안오는데."
"오빠, 여기 고만두고 파리로 갈 생각이 있는거지?"

"나는 아직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아니긴 뭐가 아냐? 안그러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껀데?"

"진짜 모르는 일이야. 내가 내일 아침에 전화해볼께."
"오빠가 파리로 가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꺼야."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절껀데?"
"이 회사도 파리로 옮겨버리든가 해야지. 하하."

"하하하."




내가 이 나이까지 살면서 지금의 강대리처럼 귀여운 여자는 처음 보았다. 그런데 강대리가 털어놓기는 했지만, 나의 궁금증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궁금하다. 궁금증이 프랑스 대사관으로 넘어간 것 뿐이다.


강대리는 방에 들어가더니 콘돔을 들고 나왔다.



"이거 하고 해본 적 있어?"
"전혀. 어디서 났어?"

"언젠가는 오빠한테 필요할 것 같아서 구해다놨어."
"국산 아니네?"

"그거? 일제래. 힘들게 구했거든요. 엄청 질기고 엄철 얇은 거래."
"이거. .. 지금 당장 하자고?"

"오빠. 진짜 생각 없어?"
"너는?"

"엄청 땡겨. 미치겠어."



강대리가 나를 침대로 데리고 갔다. 그녀는 입으로 내 남성을 다시 세워서 콘돔을 씌웠다. 그리고 그녀는 자정이 넘을 때까지 몸부림을 쳤다. 그녀는 내 위에서, 아래에서, 옆에서 나에게 박아달라고 했다. 그녀는 여러 번 몸을 떨면서 나를 끌어안고 쓰러졌다. 나중에는 엉엉 울기도 했다.



"아파서 그래?"
"아니고 .. 너무 좋아서. 하아아아. .."



그날 밤 나는 강대리의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녹초가 되어 뻗었다. 다음날 새벽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해야 했다.





[6]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김효원이 나를 불러 세웠다.



"강대리님이 기다리시라는데요."
"강대리는 어디 갔어?"

"회장실에 불려갔어요."
"또 무슨 뻥을 치려고 ..."

"예? 누가 뻥을 쳐요?"
"아니야. 커피 됐으면 줄래?"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켰다. 간밤에 강대리와의 일로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김효원과 강대리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강대리가 메모지를 김효원에게 넘겨준다.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영사라는 남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김효원은 강대리로부터 대충 설명을 듣더니, 그 자리에서 당장 전화를 했다.

그녀는 그와 한참을 통화한다. 김효원의 유창한 불어에 강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나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여자 보는 눈은 있나봐. 어떻게 효원이를 알아보고 건질 생각을 했지?"
"그 말이 칭찬 아니니?"

"흥! 모올라! 하여간에 알아서 해!"
"뭘?"

"둘이 엮이기만 해!"




김효원은 오늘 오후에 5시 이전까지 들르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7]
나는 내 앞에 앉아있는 두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둘 다 말끔한 오피스룩이다. 김효원은 아직 따스함이 남아있는 가을 햇살을 받는 들국화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다. 강대리도 활짝 핀 장미같다.



"효원씨는 그렇게 입으니까 예뻐도 너무 예쁘다."
"아침에 준비하는 데에만 꼬박 한 시간도 넘게 걸렸어요."

"그래서 오늘은 더 예쁜가? 하하."
"그거야 상무님이 효원이한테 씌였으니가 그런거고. .."
"강대리님. 혹시 지금 그거 질투? 히히."



강대리는 김효원과 같이 수다를 떤다.





[8]
그런데 강대리가 시계를 보더니 회장실에서 나를 부른다며 김효원과 같이 올라가라고 했다. 회장은 나와 김효원을 보자 소파에 앉으라고 하고, 다짜고짜로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남상무님. 너무 고생만 시켜서 정말 미안합니다."
"예에?"

"밖으로 나돌아 다니시게 해서, 지금 이 나이까지 아직 결혼도 못하시고. .."
"결혼은 아직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강대리 말로는 남상무님 개인적으로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
혹시 사채를 쓰셨습니까?"




이건 뭐. ..

어제 밤에 강대리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별로 당황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문이 막혀버린다. 나는 우선 강대리가 한 거짓말에 장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거짓말로 둘러대야 하는데 ..




"그 때 집안에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

"어제 내가 개인적으로 따로 2억을 넣어드렸고, 권상무님도 오늘 그 만큼 할 것입니다.
이 정도면 될지 모르겠는데, 되는 데까지 부채 정리를 먼저 하십시오."

"4억이면 해결됩니다. 정말 염치없고, 너무 감사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에는 뭐하지만,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탔으니까, 같이 터놓고 얘기합시다."

"예? 아. 예에. 감사합니다."

"다른 회사로 가시더라도 .. 이번에 맡으신 사업은 꼭 추진해주셨으면 하는 부탁입니다."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나는 남에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외국으로 나다니면서 돈을 쓸 기회도 없었다. 그래서 그 동안 벌어서 쌓아둔 돈도 제법 된다. 은행에서도 대출 한번 받은 적이 없다. 이런 나를 강대리가 마치 빚에 쪼들리는 것처럼 팔아 넘긴 모양이다.

나는 강대리가 하는 일을 지켜보기로 했다. 상대는 강대리이다. 일이 심각할수록, 내가 섣불리 시작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9]
나와 김효원은 회장실을 나와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 효원이가 커피를 가져와서 같이 마셨다. 효원이가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상무님. 지금 빚 많으세요?"
"빚? 그런 것 없거든."

"방금 회장실에서 하신 말씀이 .."
"그게. .. 나도 아직 잘 모르겠어."

"예에?"




강대리도 우리에게로 들어왔다.



"둘이 이상한 소리 고만 하시고, 임원들한테 인사 가셔야 하는데?
김효원. 상무님이랑 같이 갔다 와."

"혼자 가도 되거든?"
"효원이도 임원들이랑 비서들 얼굴을 익혀야 해요."

"그러려면 강대리가 효원씨한테 화장하는 방법을 좀 가르쳐 줘야 하지 않을까?"

"어? 그래요? 어디 보자. ..
아니. 얘가 술에 취해서 화장을 했나? 왜 이 모양이야?"

"이런 화장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강대리가 김효원을 데리고 나가서 김효원의 화장을 고친다. 여자가 화장을 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누가 그랬지? 그 말은 화장이 끝나고 나면 별로 안예쁘다는 말인가? 그런데 김효원은 화장이 끝나니까 더 예쁘다.

한참 후에 김효원이 와서 나를 데리고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김효원이 내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화..장.."
"어? 엄청 예뻐."

"화장이 잘못 됐으면, 그렇다고 나한테 직접 말씀을 하시지. .."
"그건 강대리 소관이야."



김효원.
너 진짜 귀엽고 예쁘다.
숨이 막힐 정도이다.




[10]
제일 먼저 간 곳은 조상무의 방이다. 조상무는 자꾸 김효원을 힐끗거린다. 나는 짜증이 나면서 혈압이 오른다. 나이를 먹었으면 곱게 먹든가. ..

그는 50대 후반에 있는 남자이고, 의료기기 사업들을 취급한다. 상당한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발언권도 엄청 세다. 미국측 바이어들과 문제가 생겨서 미국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항상 자기는 바쁘다고 빠지고, 나를 보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2월 중순에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를 부산 벡스코로 유치했다면서 엄청 바쁘다고 엄살을 부린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했다.



"내가 남상무한테 해 줄 일이 있으면 당연히 발벗고 나서야지."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미국에 가기로 약속한 일은 어떻게 되지?"
"그룹 일인데 당연히 가야죠."

"이번 전시회 때문에 일정이 약간 당겨질 수도 있어."
"상관 없습니다. 나중에 일정 잡히는 대로 저에게 넘겨주십시오."



나머지 이사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임원들 중에서 권상무만 회사에 없다. 비서실에서는 그가 오늘 밤에나 내일 아침에 회사에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남상무입니다."

"어쭈? 이제 목소리가 달라졌네. 하하."
"그럴리가 있습니까? 하하."

"오늘 밤에 늦게 도착하니까 내일 보자. 별 일 없지?"
"저야 뭐 .."

"너 엥꼬라며? 급하냐?"
"이번에 나가서 다 쓰고 들어왔어요. 지금 완전 바닥이야."

"하긴. 백마가 비싸긴 비싸더라. 하하."
"강대리 때문에 백마 근저에도 못갔거든요."

"무슨 소리야? 허구헌날 외박질 했다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 때문에 .."

"시끄러워. 그게 그거 아냐? 나도 오늘 중으로 쏴줄께.
젊은 애가 무슨 빚이 그렇게 많아?"

"예에? 혹시 그 돈 회사 돈 빼돌려서 저 주시는 것 아녜요?"
"아냐. 내가 몇년 동안 주식 해서 모은 거다."

"그럼 감사합니다. 형님. 하하."

"공돈 준다니까 형님이냐?
그건 그렇고, 강대리가 그러던데, 자네 이번에 또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며?"

"그건 또 뜬금없이 무슨 말씀이세요?"
"할 말 없지?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아직도 나는 강대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이 영악한 여성이 지금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을 가진 것일까? 거짓말을 하려면 미리 나랑 말을 맞추고 나서 하든가.

혹시 강대리가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장에게 돈을 타내기 위해서 나를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11]
점심을 먹고 나서 윤기룡씨를 만났다. 나는 그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방향제를 통하여 새집 증후군도 없애고, 신경과민이나, 불면증, 우울증도 가라앉히고, 또 인간의 몸에 있는 면역력도 강하게 하려고 하는데 ..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꺼번에 전부 다 하기는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럼 기능별로 몇 개로 나누죠."

"제가 잘 아는 한의사나 약재사들을 여러 명 만나서 의논해보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일주일만 주십시오."




강대리는 윤기룡씨에게 일주일 후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다.





[12]
김효원이 들어와서 셀린에게서 답장이 왔다면서, 이메일을 열어서 보여준다.




To : 상수.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든지 빨리 해결되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진짜 엄청 빠르네.
나도 너의 계획이 너무 궁금해서, 여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야.
내가 휴가를 내서, 이번 주말에 서울에 가서 직접 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엠마도 서울에 가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같이 갈 수 있을거야.
답장 기다린다.
From : Celine Bourdelle




이번에 엠마가 같이 올 수도 있다고?
갑자기 두 눈이 감기고, 내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꿈을 꾸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엠마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떠오른다.
숨이 멎는 것 같다.




강대리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대사관에 안가세요? 지금 4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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