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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18 482회 0건
아쿠아 - 48






살짝 늦었다고 미워하지마세요 ㅠㅠ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얼마가 걸리더라도..단 한분만 읽어주셔도..

열심히^^

그럼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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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분..정원이 사촌누나야.."

"응?"

"정원이 사촌누나라구..xx고등학교 이정원.."

"아...그아이...아~ 그래서 그렇게 수영을 잘했구나~"

"아 응..저분한테 배웠으니까..나도.."

"뭐?~ 진짜야? 어쩐지~ 뭔가 수영하는게 비슷하다 했어~"

"나는 직접 뭐 집중적으로 배운건 아니지만..그냥 예전에 잠깐 배운거고.."

"그러쿠나...근데 왜 어려워해? 정원이 때문이야?"

"꼭 그런건 아니구...그냥..저 분이 오히려 나를 아는체 안하잖아 ㅋ"

"흠..그러고보니 그러네..왜 모른체 할까..?"

"확실하지 않은데..예전에도 나랑 가연이를 데려가려고..몇번 찾아왔었거든..체계적으로 수영배워보지않겠냐고.."

"그래? 그래서?"

"가연이는 수영해서 먹고 살거 아니라고 딱잘라 거절했고..나는 그때당시에는 그냥 될대로 되라식이어서..우선 배워보겠다고 하고는..안따라가고..계속 미루고..거절하고..그런거지.."

"흠...."

"그러더니 나중엔 그냥 자길 이용만 한거냐고..뭐가 불안하냐고...그러더니..그뒤로는 연락안오더라구..정원이랑 사이도 그렇고 뭐 이래저래 그렇게 됐어"

"그러쿤.."

"근데 지금 또 저렇게 자길 이용하라며 우리를 가르치는거 보니까 뭔가 싶기도 하고...나한테 아는척도 안하는거 보니까 아직 앙금이 남은것 같기도 하고 ㅋ"

"에이~ 설마 그럴라고~"

"아마 너랑 나랑 안봐주는것도 복수일지도 몰라~ㅋㅋ"

"아하하 에이 너무 오버다~ ㅋㅋ 대회성적좋으면 우리 추천까지 해준다잖아~ ㅋ"

"해봐야알지~ ㅋㅋ"

"ㅋㅋ어쨌든..아 맞다..오늘 뭐 먹고 싶은거 있어?"

"응? 아~ 오늘 같이 밥먹는거? 음..글쎄..난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아영이나 유진이한테 물어봐..걔네들이라면 딱 뭔가를 정해줄텐데~"

"아 ㅋㅋ그렇긴 한데 어마무시한걸 말할까봐..ㅋ 딱 부러지긴해도 비현실적인게 좀 있거든..ㅋ"

"ㅋㅋ그게뭐야.. 어쨌든 난 아무거나 괜찮아~"

"응..아 그리구.."

"응?"

"아니다 ㅎ 이건 쫌있다 물어봐야지 ㅎ"

"뭔데 그래~?"

"아냐 아무것도 ㅎ 근데 좀 춥다. 우리도 얼른 연습하자~"

"아 그러고보니 너무 물에만 있었네~"


그녀와 난 다시 연습에 몰두한다.

어느새 새롬선생님이 나와 아영이와 유진이쪽에가서 레슨을 하고, 재인이는 그 옆에서 간간히 그들의 연습을 따라하고있다.

그렇게 몇번이고 레인을 왔다갔다 하고있는데 어느샌가 새롬선생님이 우리 레인쪽으로 다가와 물 밖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린다.

내가 물속에서 고개를 들고 앞을 쳐다보니 내 눈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그녀의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그녀의 도끼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움찔하여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역시 나를 바라보고는 그 아름다운 눈웃음으로 베시시 웃는다.

하윤이는 반대편 쪽으로 역영중이었다.


"푸하...어쩐일이세요? 우리도 이제 봐주실라구요?"

"응? 글쎄? 니네는 안봐줘도 잘하잖아~"

"음..."

"그보다..정원이랑 하면 누가 이기니?"

"에?"


갑작스런 정원이 얘기에 적지않게 당황을한다.

그녀는 아무렇지않게 다시한번 나를 쳐다보고는 또 한번 묻는다.


"아니 정원이 걔도 잘한다는 얘기가 있어서~ 전에 갔으면 해봤을꺼 아냐~"

"아 뭐...잘해요..제가 완패했다니까요.."

"에? 정말? 말도 안돼~"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지만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지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일까..


"사실~ 정원이 수영을 내가 가르쳤거든~ 근데 워낙 하기 싫어해서 잘할까 싶었는데..다행이네~"

"음..그러쿤요.."

"안놀라네?"

"네?"

"내가 정원이 가르쳤다는데..별로 놀랍지 않은가봐?"

"놀랄일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

"국가대표가 아무도 아닌 고등학생을 가르친다는게 그럴수도 있는 일인가?"

"아...뭐.."

"하윤이한테 들었구나?"

"아...어쩌다보니..그렇게 됐어요..그보다 우리 안가르쳐 주시는게 정말 하윤이 때문이에요?"

"응? 아하하하~ 그것도 하윤이가 그러디? 그런건 아니고...뭐 조금은 그런건가? ㅋ 정원이랑 하윤이랑 함께 가르쳤었는데..하윤이는 제대로 가르친것도 아닌데 옆에서 곧잘 따라하고..정작 정원이는 지지부진 하니까.."

"샘나셨군요..?"

"뭐 그런셈이지..그래도 그런것땜에 질투하거나 헤코지 하거나 그렇게 유치하게 그랬던건 아닌데..어차피 그쪽엔 여자 선수는 마땅한 애들 없다며.."

"그래도 저랑 하윤이랑 만약에 대회에서 성적이 좋아서 더 수영을 하고 싶다고 하면...받아주실 건가요?"

"그걸 내가 받아주는거니? 그냥 추천을 해주는거고..그리고 우선 대회나 입상이나 하고 말씀하시지?"

"아..네.."

"ㅋㅋ 연습이나 열심히 해~"

"네.."

"아 하나 말해줄까? 하윤이는 조금만 다듬으면..지금 바로 내가 데려갈 정도로 실력이 좋아.."

"그래요? 뭐 그건 봐도 알겠어요 잘하잖아요 하윤이.."

"응..근데 하윤이가 진짜 마음먹고 진지하게 하는거 본적있니?"

"음....그냥..그 저번에 훈련때?"

"흠...자신의 라이벌이 없는데 진지하게 했을까?"

"허....그럼 더 잘한단 말씀이세요?"

"확실하진 않지만..니가 본건 제 실력이 아닐껄?ㅋ 어쨌든..하윤이 온다~ 난 이만 쓩~"

"네? 아..."


그녀는 하윤이가 이쪽으로 오는것을 보고는 자리를 떠 다시 아영이와 유진이 쪽으로 향한다.

얼마후 하윤이가 내앞으로 수영을 해서 와, 물밖으로 머리를 내민다.

물안경을 벗고는 나를 잠시 쳐다보던 그녀가 궁금한듯 내게 묻는다.


"무슨..얘기했어?"

"응? 아..새롬 선생님?"

"..응.."

"별건 아니구...너 엄청 잘한다구.."

"뭐야...얘기하기 싫은거야?"

"아냐 진짜야.."

"됐어...얘기하기 그런거면 안해두 되~"

"아니 진짜...하아..ㅋ 그대로 얘기해 줄께.. 자신이 너랑 정원이 수영가르쳤는데 정원이 수영잘하더냐...정원이는 하기 싫어했는데 너는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잘해서 조금 샘이 났었다.."

"흐음..."

"그래도 너때문에 안가르쳐 주고 그런게 아니라고...그러더니..너 진지하게 수영하는거 본적 있냐고 그러시던데?"

"그게 무슨소리야?"

"음..선생님 말로는 니가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하면..지금 니 상대는 없을거라고..바로 데려가서 국가대표 훈련시켜도 될정도로.."

"뭐야 그게.."

"진짜야..그러고보니 너 진짜 완전 최고로 진지하게 하는걸 본적이 없는거 같아서.."

"아냐..그런거 못해 잘..그냥 하는거지.."

"한번 해봐.."

"응? 아 싫어..갑자기 뭘 어떻게 해.."

"음..그런가? 그래도 보고싶은데.."

"아...그래두....그럼 이번에 훈련가면..한번 해볼게.."

"진짜? 와...ㅋ 꼭이다.."

"..알았어.."


얼마나 대단한지 내 두눈으로 보고싶었다.

그녀는 다시 물안경을 고쳐쓰더니 그동안 떨어진 체력을 올리려 열심히 꾸준한 연습을 한다.

나역시 그녀를 따라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연습을 한다.

얼마나 했는지 조금 무거워진 몸을이끌고 잠시 쉬기 위해 물밖으로 나와 밴치에 걸터 앉는다.

유진이와 아영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새롬선생님의 지도하에 열심히 연습을 한다.

저렇게 열심히 아무 군말없이 하는 그녀들을 보는게 정말 어색한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재인이 역시 옆에서 따라하고 있지만 그녀역시 밝게 웃으며 연습에 임한다.

새롬선생님의 레슨 방법이 잘 맞는가 싶기도 하였다.

이렇게 그녀들에게 집중하고 있을때쯤 혜린선생님이 어제 선을 보던 복장 그대로 양호실에서 나와 수영장쪽으로 걸어온다.

그러고는 나를 보더니 내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와 내 옆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우..머리야.."

"ㅋㅋ집에가서 주무시지 왜 이쪽으로 오신거예요?"

"아빠한테 또 혼날까봐.."

"네? 아..가연이네...ㅋ 그래서..어떻게 되셨어요?"

"뭘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되? 내 꼴 보면 모르겠니?"

"아하하하 ㅋㅋ하긴 선생님이 아깝긴 했어요.."

"ㅋㅋ뭐 아빠 병원 의사선생님이고...착하고..다 좋은데..."

"역시 얼굴이군요!"

"하아..그러게..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닌데 그치?"

"아녜요..이렇게 이쁘신데 그정도 남자 만난다면 정말 안타까울거에요"

"아하하하 얘는 뭐라는거니? ㅋㅋ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까 좋긴하다..ㅋ"

"근데 그렇게 눈이 높으셨다간 다시 결혼 못하시는거 아녜요? 아...그전에...재혼하실거예요?"

"응? 글쎄...아직 생각해본적이 없긴한데...왜? 안하면..? 니가 데리고 살래?"

"네? ㅋㅋ선생님이라면 저야 영광이긴 한데.."

"치..ㅋㅋ 그런소리 함부로 하는거 아냐..가슴떨리게 ㅎ"

"ㅋㅋ"


농담스럽게 장난스럽게 그렇게 흘려 넘겼지만..속으로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과 결혼하는 사람은 복받은거라 생각이 들긴했다..

그 와중에 하윤이가 물에서 나와 우리쪽으로 향하는게 보인다.


"그렇게 좋아?"

"네?"

"그렇게 바라만 보고있어도 좋으냐구 ㅎ"

"뭐예요 그게 ㅋ"

"하윤아~ 어쩜 그렇게 더 이뻐졌니?"

"네?"

"아니 볼때마다 이뻐지는것 같아서.."

"뭐예요 ㅋ"

"봐라 재희가 아주 입을 헤~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잖니~"

"제..제가 언제요~"


당황했지만 나보다 더 놀란 눈을뜨는 하윤이었다.

혜린선생님은 옆에서 깔깔대며 웃기 시작한다.

하윤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내 옆쪽으로 털썩 앉는다.


"니들은 데이트 잘했니? 잠은 각자 집에서 잤겠지?"

"아 뭐예요 정말 ㅋㅋ 얼른 들어가세요~ 피곤하실텐데~"

"하아..그래야지 ㅋ 아 맞다 훈련 1주일도 안남았는데 연습 열심히 해~ 특히 재희 너! 이번에도 죽쑤면 가만안둘줄 알아~!"

"아 네...걱정마세요~"

"ㅎ 그럼 난 이만 들어가마~ 새롬이 한테 끝나자마자 집으로 오라고 해~"

"네.."


그렇게 말하며 수영장에서 나가는 그녀였다.

어젠 분명 스타킹을 신고 있었던것 같은데, 지금 그녀를 보니 맨다리다..추울텐데..


"..같이..있고 싶었어?"

"응? 뭐..? 뭐가?"

"아니..어제.."


갑자기 하윤이가 묻는다.


"어제? 같이 있다니? 너랑?"

"아..응.."


하윤이가 이런 노골적인 대화를 시작하다니 내 심장가지 뛰는것이 느껴졌다.

그녀를 살짝 바라보니 그녀역시 민망한것인지 날 쳐다보지도 않은채, 그 뽀얗고 가지런한다리를 베베꼬며 발을 꼼지락 거리고 있다.

그런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소녀같았다.


"아..응..뭐 어제도 얘기했지만..같이 우리집에라도 가서 애들이랑 놀면서 같이 있고싶긴 했지.."

"아...으응.."

"왜..왜 갑자기 ㅋ"

"아니 그냥.."

"안그래도 어제 유진이랑 아영이가 왠일로 집에 들어왔냐구 ㅋㅋ"

"응? 아...ㅋ"


아무렇지않게 얘기했지만 난 여전히 심정이 두근거렸다..

그녀도 웃어보였지만 얼굴이 발갛게 물든것을 볼 수 있었다..하얗고 뽀얀 얼굴이라 그런지 홍조가 더 눈에 띄게 보이기도 했다.

사랑스러웠다..귀엽다는 느낌은 아영이나 유진이에게 더 어울릴법도 했지만 지금 하윤이의 모습역시 그에 뒤지지않는다..

그녀와 친해진 후로 그녀의 의외의 모습이 날 더 흥분시키기도 했다.


"아 갑자기 민망하다~ ㅋ 연습 더 할거야?"

"응? ㅋ 그러게..민망하네..그니까 갑자기 왜 이런 얘길 꺼네서~!"

"내가 뭘..."

"ㅋ 난 이제 그만할래..훈련때까진 컨디션 조절이나 해야지~ 하윤이 너도 천천히 몸만들기에 열중해~"

"응..그래야지.."


정면을 바라보는 척 멍하니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녀의 뽀얀 다리를 놓칠수는 없었다.

푸른 수영복에 뽀얀다리..그리고 어제 잠시였지만 맛사지를 해줬던 그녀의 이쁘고 깨끗한 발..

그렇게 멍하니 그녀의 발과 다리를 감상한다.

그녀는 잠시 내 옆에 앉아있다가 몸을 일으키고는 기지개를 편다.


"나도 그만 해야지~"

"그래? 그럼 씻고 나가있을까?"

"응? 아..그럴까? 그럼 씻고 나와..중정에서 기다릴게~"

"아 응~"


그녀와 나는 각자 탈의실로 향했다.

아영이와 유진이, 재인이가 얼마나 더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밖에서 바람이라도 쐬며 기다리기로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긴다.

옷을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가려는데 새롬선생님이 수영장쪽에서 나를 부른다.


"가는거니?"

"아 오늘은 이만 하려구요~ 애들 연습끝나면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래~ 오늘 나 마지막인데~ 안 아쉬운가보구나?"

"에? 저희한텐 뭐 가르쳐주신것도 없으면서 ㅋㅋ 뭐예요~ 정말..그리고 어차피 이동네 사실꺼잖아요~"

"그건..그렇지만...ㅎ 그래 뭐 오다가다 보면 되겠지~"

"네~ ㅎ 추운데 몸관리 잘하시구요~"

"너야말로~ ㅎ 그럼 나중에 보자~ 다음에 볼땐 적이구나!!"

"ㅋㅋ"


꽤 유쾌한 구석이 있는 선생님이다..그렇게 나쁜사람이나 옹졸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절대로..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 눈웃음에 홀려버려 아무것도 안보이게 되는게 흠이지만..

그렇게 인사를 하고 중정으로 나온다..

하윤이는 아직 안나왔나보다..

나는 내 지정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몸을 감싸는 찬 공기에 몸을 맡긴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학교건물로 둘러쌓인 중정은 바람한점없이 오히려 포근한 느낌이다.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두팔을 등받이에 쭉 걸치고는 고개를 젖혀 하늘과 마주한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폐안의 따뜻한 공기를 차가운 공기와 교차시켜나갈때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왠지...춥지만..따뜻한..그런느낌이다..그치?"

"아..왔어?~ ㅋ 여기? 중정?"

"응..왠지말이야.."

"안그래도 나도 그생각했었는데.."

"그래? ㅎ"

"추우면 들어갈까?"

"아냐 괜찮아.."


그녀는 싱긋 웃아보이더니 내 옆쪽에 살짝 걸터앉는다

머리가 아직 채 마르기 전이어서 그런지 물기를 살짝 머금은 그녀의 머리끝은 청초하게 흩날리고 있었고, 편한 복장을 입은 그녀였지만 전혀 평범하게 보이진 않는 그녀였다.

뭐라 말을 꺼내야할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지금 이대로도 참 기분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 맞다~!"

"응? 왜?"

"아까 말하려던거 뭐야?"

"엥? 뭐?..아~ ㅋㅋ 그거? 음...글쎄...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대놓고 말하기가...갑자기..ㅎ"

"아 뭐야~ 말안할거면 나도 안들을꺼야~"

"진짜?"

"응 진짜..무슨얘기를 하든 아무런 반응도 안할거야~"

"오~ 그래? ㅋㅋ 내가 사준 속옷은 입어봤어?"


아무 반응도 안할거라는 그녀의 말에 장난기가 살짝 나 갑작스런 질문을 한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리 없다.

역시 내가 살짝 음흉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아무렇지않게 묻자 그녀는 잠시 흠칫하더니 그 뽀얀 얼굴을 붉게 물들인다.

그러고는 자신의 다리 위에 올라가있던 손을 꼬옥 움켜쥐더니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마는 그녀였다.


"하..윤? 괜찮아?"

"....그......뭐....그런걸....산거야!!!!! 왜!!!"

"응? 아하하하하 봤어? ㅋㅋ"

"당연히 봤지!!! 그게 뭐야 대체~ "

"나보고 고르라며~ 그래서 깜짝 선물로다가 하나 넣었지...이쁘지?"

"이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잖아!!! 그런걸 어떻게 입으라는거야!!"

"왜? 유진이는 아주 끈으로만 된것도 잘입더구만~"

"뭐? 유진이 팬티는..어떻게 아는거야?"

"헉...아..그..게...그....아하하하 전에 그 우리집에서 샤워하다가 이 칠칠맞지 못한것이 툭 흘리고 가더라고~ 아 정말 나도 얼마나 놀랐던지.."

"헤에....그...그래도 이건 너무해!! 난 안입을거야!"

"왜~ 이왕 산건데 한번 그런것도 입어봐~"

"뭐야....재희..그런거 좋아하는거였어?"

"에? 아? 내가? 음...그런가?"

"뭐야그게~ 니가 좋아하지도 않는걸 막골랐다는거아냐~ 됐어~ 내가 가서 바꿀꺼야~"

"아냐아냐 그런게 아니라...그....나는...."


오히려 역공을 당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를 몰아부치고 있었던 것인가..

유진이의 얘기가 나왔을때 당황한것부터 페이스를 잃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여전히 뚱한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있다.


"왜~ 말해봐~ 왜 말을 안해~"

"으으...그.....나는..."

"응?"

"난!!! 그런걸 좋아하는게 아니라! 니가~ 하윤이 니가!! 그런걸 입는다고 생각하니까..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뭐....뭐라는거야~"


내 단도직입적인 발언에 그녀는 붉혔던 얼굴이 곧 터질듯이 더 발갛게 달아오른다.

주말이고 중정에 아무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내 지금 목소리는 꽤 크게 다가갔을것이다.


"그...솔직히 말하면..그걸 막 상상하고 그랬다는게 아니라...너는 꽤 얌전한것만...입을것 같고...가끔..이런걸 입으면...어떨까 하고...생각을.."

"그..그게 상상이지!"

"아...그런가...미안!!"


솔직히 지금도 그 속옷을 입고있는 하윤이를 상상해 본다.

아무리봐도 매치가 되지않는다..저 뽀얗고 아름다운 피부와 몸매에 검정 망사속옷세트라...

상상하기가 힘들다..아니 오히려 몸은 상상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입고 있는 하윤이의 표정이 상상이 안간다고 하는게 맞겠다.


"지금도 상상하고 있지!!"

"아..아냐!! 그래도..이쁠거라고 확신해!!"

"에...."


무슨 변태같은 발언을 서슴치않고 떠벌리는지는 나조차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더이상 말문이 막혔는지 눈만 동그랗게 뜨고는 뻐끔뻐끔 입을 벌린채 나를 바라본다.

얼굴은 여전히 붉게 물들였지만 그 모습또한 이뻐보이는건 당연한 것인가..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던 그녀는 순간 정신이 돌아온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못한다.


"하..윤아..괜찮은거야? 미안...그...정 그러면..나중에 같이 가서..바꾸자.."

"..웅얼웅얼.....우...."

"응? 뭐라고?"

"....입을...라.....조.."

"응? 잘안들..."

"입을거라고!! 입겠다고!!! 입으면 되잖아! 그니까 조용히해~ 이 기분좋고 상쾌한 날 왜 너랑 망사팬티 얘기를 해야하는데~"

"아..."


얼굴이 최고조로 빨개지면서 나한테 대들듯 노려보며 소리치는 그녀였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곧 그녀의 그런 태도에 웃음이 나와 쿡쿡 거리며 웃어보였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노력했지만 그 얼굴은 금방 돌아올것 같지않다..


"망사..팬티라뇨..언니?"

"오호~ 하윤~ 드디어 에로에로 빤쮸계에 입문하시는건가~"

"헤에~ 하윤~ 망사팬티 산거야? 재희 꼬실라고?"


갑자기 나타난 땅꼬마 트리오...

나조차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기보다는 하윤이에게 집중을 하고 있었던데다가 하윤이는 그녀들 쪽을 등지고 나에게 대들듯 따지고 있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었나보다.

재인이 유진이 아영이가 그렇게 한마디씩 놀리듯 말하자 하윤이는 쉽사리 고개를 그쪽으로 돌리지 못하고 뭔가 혼이 나간 아이처럼 눈에 초점이 사라지고 얼굴엔 전에없던 살기가 돋아난다.


"이게....다...너때문이잖아!!!!"

"아야!"


그녀는 그렇게 소리를 치며 내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가격을 한후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그녀의 살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유진이는 재밌는 일이라도 생긴듯 앞서나가는 하윤이를 따라가 옆에서 뭐라뭐라 말을하는지 놀리는듯 했고 아영이와 재인이는 그런 그녀들을 잠시 보고있다가 곧 나에게 괜찮으냐며 얼른 집으로 가자며 벙쪄있는 나를 일으킨다.

그녀에게 한방 먹었지만 그래도 나름 꽤 유쾌한 연습이었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거였어?"

"응? 뭐가?"


함께 걸어가던 아영이가 갑자기 나를 향해 묻는다.


"그런 야한속옷 좋아하는거야?"

"에? 아니라니까~ 아 정말..그냥 어쩌다보니 그런거지.."

"헤에..나도 함 입어볼까?"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살짝 들썩이는 그녀였다.

순간 그녀가 망사브라나 팬티를 입은것을 상상하니 작은 체구지만 엄청 잘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은...나 혼자 뿐이었을까..


"나두 그런거 없는데..."

"오~ 재인이도 입고 싶은거야?"

"네? 아니 그런게 아니라..오..오빠가 좋아한다니까..."

"에~ 안돼~ 그런 불순한 목적이라면 언니가 반대~!"

"에엥? 왜요? 언니는? 언니는 왜 입을라고 하는건데?"

"응? 나? 나는...유진이랑 하윤이까지 저러고 입고있는데!! 그럼 나도 한다!!!"

"나도 할거야!!!"

"넌안돼!!"

"할거야!!"

"어쭈~ 좋아!! 그럼 승부다!!!! 야!! 이유진!!"

"응?"


아영이가 앞서가든 유진이를 불러세우고는 그녀가 살짝 멈칫 한사이 말을 건낸다.


"담에 속옷사러 다 같이 가!!!"

"에? 누구? 무슨 속옷?"

"나랑 재인이..그리고 하윤이도 같이 가려면 가고!"

"뭐라는거야?"

"누가 더 대담한 속옷을 하는지 승부다!!!"

"에엥? 하아..참나..니들이 나를 이길 수 있을것 같애?"

"그..그건 모르는거야!! 원래 그런걸 입는 변태들은 감흥이 없는거다!! 안입던 사람이 입어야 새로운거지!"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니들이 그런걸 절대 안입어본 하윤이를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

"헉....으으으....으.....하윤!! 너도 같이 승부다!!"


하아...뭐 갑자기 이런 이상한 상황이 펼쳐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것이 내 탓인듯한 죄책감이 몰려온다..

하윤이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때마다 흠칫흠칫 놀라는 듯 했지만 여전히 뒤도 돌아보지않은채 성큼성큼 앞서 나간다.

속옷으로 승부라니...아니 그보다 내가 그런것을 좋아한다고 낙인찍힌게 되는건가?

하아..

참 요상스럽고 정신없는 저녁이다..

그렇게 부산스러운 집으로 가는길...난 앞서가는 하윤이를 잠시 불러 세운다.

그녀는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가던걸음을 천천히 멈추고는 내 다음 반응을 기다리는듯 하다.


"그..오늘 뭐먹을까? 하윤이 니가 먹고싶은거 해줄께.."

"오오~ 벌써 차별대우냐~ 이재희~!"

"그런게 아니잖아! 니들은 좀 조용히 있어~ 아 정말 ㅋㅋ 정신없어!ㅎ"


하윤이는 잠시 아무말없이 그렇게 등지고 가만히 서서만 있더니 곧 몸을 내쪽으로 몸을 돌려 살짝 살기가 도는 미소를 띄우며 말을 잇는다.


"어떤거라도 가능하단거야?"


순간 소름이 돋는것은 기분탓이었을까..


"어...응...어떤거라도.."

"흐음...그럼.."


........



얼마후,

우리집 식탁엔 엄청난 정찬이 차려져 있다..

식탁 가운데에는 전골요리가 맛좋게 보글거리고 있었으며, 싱싱한 샐러드에 해산물 스프..게다가 닭고기 요리까지..

이 모든게 하윤이의 입에서 나온 메뉴...의 반도 안되는 종류다...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모르게 부랴부랴 요리를 하고 그녀들은 거실에 있는지 뭘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그렇게 넋나간 사람처럼 있었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던가...그런 나를 도와주는건 재인이 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 준비했네?"

"아..정말 니가 안도와줬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다 ㅠㅠ"

"그치? 헤헤~ 그럼 언니들 불러올까?"

"아 부탁할께.."


재인이는 방방 뛰면서 그녀들을 부르러 나가고 나는 무거운 몸을 식탁 한쪽의자에 털썩 맡긴다.

곧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하윤이를 포함한 유진, 아영, 그리고 재인이가 주방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유진이와 아영이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좋아라 소리를 지른다.

하윤이는 함께 놀란눈을하며 잠시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가 싶더니 곧 나를 바라보고는 눈만 살짝 흘긴후, 말을 건낸다.


"뭐..내가 말한 메뉴의 3분의1도 안되지만..오늘은 이정도로 봐줄께.."

"허...허...감사합니다요...ㅠ그래도 학생의 코묻은 돈을..."

"음...그건 미안~ㅋ"


다시는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지만....내가 놀린게 아니지않은가!! 난 단지..솔직한 내 심정을 얘기했을뿐인데..그녀가 자폭한것인데..왜 이 화가..나에게로..ㅠ

어쨌든 모두가 좋아하니 다행이라 안심하는 나였다.

우리는 식탁에 모여앉아 그 음식들을 하나둘 해치워나간다.

모두가 맘에 들었는지 식탁은 꽤 즐겁고 단란한 분위기가 이어져간다.


"맛..있어.."

"그치? 맛있지 하윤~ 재희가 참 다른건 몰라도 음식하나는 끝내주게 해요~"

"아..그러게.."


하윤이가 맛있다고 인정을 해주니 왠지모르게 아까의 피로와 억울함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가 마무리 될 무렵 우리는 불러오는 배를 느끼며 살짝 식탁에 널부러진 느낌이었다.


"근데? 이렇게 같이 쭉 있는거야?"

"응? 아..정말..얘네들이 죽치고 있는거지..자기네들 심심하다고 여기서 농성하는거야~"

"흐음...그럼..잠은?"

"에? 잠...?"

"응..재인이랑 유진이랑 아영이랑 같이 자는거야?"

"아..뭐...그...하하하"


내가 당황해 하는모습을 즐기는것인지...아영이 유진이는 어떤말도 도와주지않는다...흑..

그때 구세주로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재인이었다.


"네~ 맞아요~ 언닌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고 그래요~ ㅋ 설마 오빠랑 다른 누군가 잘까봐 경계하시는거예요?"

"응? 아...아냐 그런거~"

"흐음~ 그럼 언니도 오늘 자고 갈래요?"

"에? 아냐아냐~ 난 괜찮아~ 진짜 그냥 물어본거라니까~"


오히려 당황하는 하윤이었다..나는 재인이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많은 텔레파시를 쏟아붓는다.

그러고는 아영이와 유진이를 바라보고는 살기를 띈 텔레파시를 쏟아붓는다.

유진이는 재밌는 볼거리를 놓쳤다는 표정이고 아영이는 살짝 민망해 하면서도 유진이의 쉴드안에서 안락함을 누리는 중인가보다..

저 콤비는 이길 수가 없는것인가..

유진이는 그렇다치고..아영이는 언제부터 유진이의 나락에 빠져든것일까..


"언니도 같이 자면 좋을텐데~"

"그래 하윤아~ 너도 같이 자면 재밌을텐데~ 오늘 나랑 아영이랑 같이 있자~"

"응? 아냐~ 정말 괜찮아...내일 학교도 가야하고..그리고 난 집에서 있는게 편해서.."

"흐음....그래? 그럼....다같이 하윤이네로 갑시다!!!!"

"에?"

"엥?"

"뭐..뭐?"

"헉!"


유진이의 발칙한 제안에 모두들 눈만 똥그래지며 입만 뻐끔거린다..

갑작스런 제안에 가장 당황스러운것은 아마 하윤이었을것이다.

그에못지않게 나역시 당황스러워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그와중에 재인이와 아영이는 콜~ 을 선창하며 뭐가 좋은지 웃고있다.


"아니..그...그런...."

"왜? 어차피 하윤이네도 아무도 없고, 하윤이가 집이 편하다고 하니~ 우리가 하윤이 집으로 갈 수밖에요~"

"아니 그니까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건데?"

"하윤아~ 언니는 니가 이제 이렇게 혼자 집에있는것을 보는게 안타깝단다~"

"뭐라는거야~"

"아 뭐 어때~ 그냥 오늘 하루 다같이 놀다가 자고 내일 다같이 사이좋게 학교가면 되잖아~"

"하아..그..래도.."

"자 뭣들 하시나~ 아영이와 재인이는 어서 가서 나갈 채비를 하라~"

"옙!!!!"


유진이의 일사분란함에 아영이와 재인이는 뭐가 신났는지 준비를 시작하고 하윤이는 얼떨결에 유진이에게 끌려 그렇게 주방을 빠져나간다..

나는 잠시 멍하니 식탁의자에 앉아 뭐가 어찌된 것인지 어버버 하고 있는찰나, 유진이가 다시 주방쪽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눈을 찡긋 윙크를하며 나에게 말을 건낸다.


"넌 빨리 설겆이하고 준비해~ 내가 넌 놓고 가려다가 데려가준다.."

"에? 아.."


그러고는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며 다시 사라지는 그녀였다.

그러고보니..그녀들이 맘만먹으면 나를 데려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굳이 내가 따라갈 필요가 없는 자리이긴 하다..하지만..그러기엔 너무 뭔가가 아쉽다.

게다가 이렇게 억지스럽지만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면..그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유진이에게 고마워 해야하나..

난 설겆이에 박차를 가한다..흥분이 가라앉지 않는것일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은것은 분명했다.

설겆이를 순식간에 마치고는 간단히 짐을 챙겨 거실에서 기다리는 그녀들과 합류한다.

하윤이는 여전히 뭔가 빠져나간듯한 표정이지만 거부하거나 싫은 내색은 아니었다..

집을 나서고 밤공기를 맞으며 그녀의 집으로 가는길..

아영이와 유진, 재인이는 뭐가 그러 좋은지 방방 뛰어 한참을 앞서가고 있고 나와 하윤이는 어깨를 맞대며 나란히 걷고있다.


"아..그...미안 갑자기...정신없었지?"

"응? 아...괜..찮아..."

"그보다..괜찮은거야?"

"하아..괜찮아 신경쓰지마.."

"지금이라도 말해~ 애들한텐 내가 잘 얘기하면 되니까..혼자 편하게 자고싶은건데 그러는거라면.."

"아냐아냐..정말 괜찮아...그냥 좀 갑작스러워서 그런거지..그리구 진짜..집이 편해서..."

"응..."

"그보다..너야말로 괜찮은거야?"

"응? 나? 나야 뭐 영광이지~"

"쿡...ㅋㅋ 뭐라는거야 ㅋㅋ"

"ㅋㅋ아니 그냥...그보다 이제 화는 풀린거야?"

"응? 아..별로..화난거 아니거든? 뭐 저녁이 맘에 들었으니 이번만 그냥 넘어갈께.."

"오오~ 그럼 그 속옷 입는거야?"

"아 정말!! 안되겠어..니 지금 표정이 굉장히 음흉했어!!! 안입을거야!"

"아..ㅠㅠ 그래도 바꾸지만 말아줘.."

"몰라 생각해보고~"


꽤 사람 놀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그녀였다.

그렇게 그녀의 집으로 가는길은 가깝고도 멀었다.

유진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갑작스런 제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역시..그냥 다같이 있는것이 좋은것일까..


하윤이네 집은 여전히 편안한 느낌이다.

살짝은 긴장이 되어있는 몸이었지만, 이 아늑함만은 그 긴장을 풀어주는것 같았다.

우리는 우루루 하윤이네 집 거실에 몰려앉아 그녀가 내오는 과자들과 음료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언니 오빠~ 나 먼저 씻고 올께요..나 조금씩 졸릴라구 해~"

"아 그럴래? 욕실은 복도 안쪽으로 가면 있어~"

"네~"

"나도 옷갈아입고 나올께~"


하윤이가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고 갑자기 유진이가 하윤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나와 아영이는 거실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꺄아아아아아아~ 안돼~~ 하지마~앙~~~!!"

"으흐흐흐흐"

"왜그래~!! 무슨일이야!!!"


나와 아영이는 깜짝놀라 하윤이 방쪽으로 가 문을 벌컥 열었다..

"헉"

문을 열자 나타난건 침대에 넘어져 옷을 파헤쳐지고 있는 하윤이와 그 위에 덮치듯이 엎어져 그 옷을 파헤치고 있는 유진이었다.

난 멍하니 그 광격을 지켜본다..

뽀얀 하윤이의 살결...살짝 벗겨진 브라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뽀얀 가슴과 눈부신 핑크빛 젖꼭지..게다가 거칠게 유진이의 손에의해 늘어진 팬티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계곡과 허벅지와 엉덩이...

순간 코피를 뿜을 뻔 한것을 겨우 참고는 유진이를 노려보며 말한다.


"유...진...너 지금 무슨짓을..."

"그보다..재희...너 그렇게 계속 보고있을거야?"

"꺄아아아아~나가!"


하윤이가 울상을 하며 침대맡에 있는 배개를 내쪽으로 집어던진다.

나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사과를 하고는 문을닫고 거실로 도망치듯 나온다.

아영이역시 뭐가뭔지 모르겠다는듯 우왕좌왕 나를 쫄쫄 따라다닌다.


"뭐야~뭐야~ 무슨상황이야 저게~"

"아 몰라...아 깜짝이야.."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랬다.

하윤이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고 유진이가 따라들어가 내가 사준 속옷을 보여달라고 했나보다..

하윤이가 마지못해 보여주고는 그녀가 옷을 갈아입으려는 찰나 유진이가 그녀를 덮치고는 그 속옷을 입히려 했나보다..

아무리 입어보라고 꼬셔도 말을 안들었다나..

참나..

아무리 그래도 힘으로 그렇게 억지로 하는게 어딨을까 싶었다..

뭐 덕분에 좋은 구경을하긴 했지만..


그렇게 얼마후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한 하윤이와 살짝 녹초가 된듯한 유진이가 방을 나온다.

정말 유진이는 체력도 체력이고 기운이 넘치는듯 하다..

표정을 보아하니 목표는 실패 했나보다..

하윤이는 얼굴을 붉힌 채 잠시 아무말도 못하고 앉아있다가 재인이가 씻고 나온 후 자신도 씻어야 겠다며 욕실로 쪼르르 들어간다.

그러고 꽤 오랜 시간 샤워를 하고 나오는 그녀였다.

그렇게 진정을 시켰나 보다..

우린 다시 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 역시 조금전 하윤이의 살결이 눈이 아른거리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그녀들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취해 그 안타까운 장면들이 기억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듯 했다.


"아 맞다..아영아~"

"응?"

"너 카페 이렇게 안하고 방치해 둬도 되는거야?"

"아..."


갑자기 아영이네 카페가 문득 생각이나 그녀에게 물어봤지만 그녀는 별 관심조차 없는듯 하다..

나도 그럴것이 도와준다 말만해놓고 잘 신경을 못써준탓도 있었다.


"글쎄..뭐...어떻게든 되겠지?"

"그게 뭐야~ 그 좋은 걸 썩히면 안되지~ 같이 다시 해보자~ 유진이랑 하윤이도 도와주고..재인이도.."

"됐어...이제 뭐..장사가 잘 되는것도 아니고.."

"그...거야..지금 계절이 계절이고..."

"여름 한철장사고..뭐 지금은 문 안열어도 아쉬울 사람들 없으니까.."

"저기.."

"응? 하윤.."

"전에 재희가 말했던건데.."

"응?"

"아영이네 카페..살짝 바꿔서 2층이랑 3층을 팬션으로 쓰면 어떨까~ 하고..1층은 카페테리아 겸 카페로 하고..지금 버려져있는 옥상도 이쁘게 꾸며서 테라스로 만들고.."

"에?"

"오~ 멋진데?"

"응 꽤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그리고 그 옆 창고 건물도..안쓰고 있는데 거기도 살짝 바꿔서 야외 바베큐장이나 그런걸로 만들어도 좋을거 같아서.."

"와~!!! 이재희!! 이게 정말 니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란 말야?"

"응? 아~ 뭐 시작은 내가 했는데 지금은 하윤이가 더 구체적으로 말하네~"

"응 꽤 좋을거 같지않아?"

"그래?..그런가?.."

"응! 그거라면 계절 탈 이유도 없고..잘만하면 여기 명물이 되어서 인기 완전 많을 수도 있잖아~ 이래뵈도 여기 바닷가 여름엔 꽤 인기많고 유명하니까.."

"맞아~ 우리 마트도 여름에 성수기인데다가 마트옆 민박집들은 얼마나 붐비는지..근데 아영이 니네 카페는 바로 바다 앞인데다가 건물도 이쁘니까 잘만 꾸미면 대박날거 같은데~?"

"헤에..그래? 그런가?"

"응! 꼭 하자!! 꼭! 다 같이~"

"그치만...그러기엔..준비할것도 많고..이것저것 돈도 많이 들테고..아낀다고 아끼긴 했지만..그래도 많이 있진 않은걸.."

"그런거라면..걱정하지마...나랑 유진이네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고 어느정도 도움도 받을 수 있고..또..도움을 줄만한 곳도 다같이 알아보면 되니까.."

"그래도..."

"아영아~"

"웅?"

"그 카페..부모님이 물려주신거잖아...그냥 놔두기엔..너무 아깝잖아...그리고 돈이라면 걱정하지마..아직은 우리가 학생이고 아직 뭐부터 해야할지 구체적으로 알긴 힘들지만..그래도..하나하나 이뤄나가면 되지않을까?"

"하..윤아.."

"아영이 니가 제대로 할 마음만 있으면..학교 졸업하고 내 전재산을 아영이 니네 카페에 투자할께~"

"응? 아하하하 그게 뭐야~ ㅋㅋ"

"왜? 나 무시하는거야? 나 이래봬도 모아놓은거 많아~"

"아하핳 하윤이 니가 무슨수로 돈을 모아~ ㅋㅋ"

"쳇..."

"어쨌든..그래도 뭔가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은 좋다..우리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꼭 해보고싶다 그거.."

"그치? 꼭 하자..유진이랑 재희도 발벗고 도와준다잖아.."

"그래 아영아~ 꼭 해보자~"

"오오~ 왠지 훈훈해 지는데? 좋아써!! 나도 거들지!! 돈은 모르겠지만..졸업하면 다같이 되는대로 아영이네 카페 살리기 동참이다!"

"콜!!"

"만약에 그 꿈을 이루게 되면, 아영이는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

"응? 하윤이 니네 집에서?"

"응~ 거기 팬션으로 다 주면 너 어디서 살라구?"

"에? 아..그렇네...그치만...그래도 괜찮겠어?"

"응 당연하지..나야 대환영이지~"

"그렇담 다행이지만.."


솔직히 의견을 낸것은 나였지만 나조차 확신이 든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싶어하고 함께 하고싶어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걸로 족하지않은가 싶었다.

게다가 왠지 뭔가 해낼 수 있을것같은 나름 큰 꿈도 꾸게 된듯 했다.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기루 같은 꿈일지 몰라도 하윤이의 구체적인 계획때문인지 모두가 그꿈속에 빠져든 표정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씻고 나오자 어느새 그녀들은 잠자리를 마련해가며 이불을 깔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유진이가 나를 보챈다.


"야~ 넌 하루종일 씻냐? 안돕고 뭐해? 너도 이불깔아~"

"응? 아..응!"


나는 얼떨결에 이불들을 받아들고는 하윤이 방 침대 밑쪽으로 이불을 깔고있다.

그보다..나는 어디서 자란말인가...


"하윤이 방 커서 좋다 ~ 이렇게 다 같이 잘수도 있고~"

"아..그치? 여기 집은 꽤 큰데..방은 두개밖에 없어서..방들이 꽤 커.."

"근데..나도 여기서 자는거야?"

"아 이재희! 이 누나도 너를 어찌할까 참 고민했는데 말야~ 어차피 바닥에서는 다 같이 못자니까 너는 저쪽 소파에 쭈구리고 자던지, 아니면 편하게 거실로 나가서 자던지 맘대로 해~"

"응? 아..."

"난 재희랑 딱 붙어서 안고자도 되는데~"

"에? 아영? 무슨소리야~"

"오옷!! 아영! 갑자기 전투적인데!! 안돼!! 반칙!"


당황하며 되묻는 하윤이의 놀란 눈빛을 눈치챘는지 유진이가 아영이의 옆구리를 푹푹찌르며 농담조로 가볍게 넘기기 시작한다.

나역시 살짝 당황을 했다가 유진이의 순발력덕에 모면할 수 있었다.

하윤이역시 다행이 별 대수롭지않게 넘어간다..

그래서 결국 침대에서는 하윤이와 재인이가 잠을 자고 침대 옆쪽 바닥에 아영이와 유진이..그리고 침대 아랫쪽 소파에 내가 자리잡게 되었다.

재인이는 언제부턴지 꾸벅꾸벅 졸기만 하다가 곧 침대 구석쪽에서 웅크린채 잠이든다.

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로 많이 피곤한 듯 싶었다.

하윤이와 나 아영이와 유진이는 불을 끈채 어둠속에서 넷이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하나둘 이야기 사이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우리역시 하나둘 잠이들기 시작한다.


"..(생략)..그래서 말인데....아영.."

"....."

"..음? 자나? 유진아?"

"....."

"헤~ 갑자기 다들 자는거야? 재희도 자?"

"응? 아니 난 아직.."

"아 다행이다..난 또 나혼자 나불나불 얘기하는줄.."

"아하하..그러고보니 쟤들은 갑자기 저렇게 잠드냐.."

"피곤하겠지~ 요즘 연습 엄청나게 하잖아.."

"그러게..요즘 열심이더라구..기특하게도.."

"...그보다..괜찮아?"

"응? 뭐가?"

"소파에서 불편하거나 그러지않아?"

"아 괜찮아..잘만해..너야말로 갑자기 이렇게 우루루 다 몰려와서 정신없겠다..조용히 편히 자고싶었을텐데.."

"응? 아냐아냐 ㅋ 난 괜찮아..재밌어..좋아..."

"다행이다 ㅎ"


어둠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소리만은 또렷하게 울려온다.

그녀의 울림과 이 방안의 공기가 맞닿아 그 청량함이 더 배가되는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이 넓은집에 혼자 있는것도 외롭겠다.."

"음...익숙해 진것 같애..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이젠 여기 아니면 잠도 제대로 못자는듯해서.."

"에이~ 너 전에 합숙훈련때 엄청 잘잤다니까~"

"아니라니깐~ 정말.."

"진짠데..ㅋ 그래도 이렇게 다같이 얘기하면서 자니까 재밌고 좋긴하다.."

"그러게..나도 이런거 오랜만이어서.."

"재밌었어 오늘.."

"응 정말...재희~"

"응?"

"저기...나도 가끔..같이 밥먹으러..놀러가도 되?"

"아? 진짜? 나야 완전 좋지~"

"아 ㅋ 뭐가 그렇게 좋아~ 오늘처럼 고생할텐데..ㅎ 그래도 오늘처럼 주문하진 않을께~"

"응 ㅎ 언제든지 편하게 와~"

"응.."

"얼른자 내일 학교 가야지~"

"그래야지~ 너두 얼른 자~ 좀 불편하겠지만..푹 자구..내일 봐~"

"응..잘자.."

"잘자.."


기분이 좋았다..

그녀가 정말 아무 부담없이 우리집을 들락거려도 좋을것 같았다.

유진이와 아영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함께 밥을 먹자는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는게 더할나위없는 기쁨이었다.

잠이 쉽게 올리 없었다.

장소도 장소거니와, 같은 방안에 잠들어있는 이 아리땁고 귀여운 네명의 소녀들의 달콤한 숨소리에 취해 쉽사리 잠을 청하기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밤을 새도 좋을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느덧 하윤이도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고르고 깊게 느껴진다.

난 소파에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는 아까 하윤이의 뽀얀 살결을 다시금 상상해본다.

이 은밀한 상상을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살짝이었지만..그녀의 젖꼭지도 보였다..뽀얀살결에 분홍빛이라 그런지 왠지 뽀얀 볼에 볼터치를 한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꽤 매끈한 몸에 작지않은 가슴..

아무래도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살짝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아본다.

망상은 어느덧 잦아들었지만 잠은 더 달아난것 같았다.

아이들이 깨지않게 슬금슬금 방을 나와 거실 한쪽 1인 의자에 앉아본다.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눈이 부실정도로 집안을 비추고있다.

꽤 풍광이 좋다..밤하늘과 옆쪽으로 살짝 보이는 산자락의 어둠..그리고 하늘끝과 맞닿아 있는 쪽에 어둑어둑하게 수평선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아영이네 카페 지붕이 보일정도였다.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다와, 아영이네 카페와 꽤 가깝다 생각이 들었다.

하긴..아영이네서 하윤이 데려다 줄때 어찌나 가깝게 느껴졌는지..새삼 웃음이 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 풍경과 정취에 취해 그대로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고 있을즈음 뒷쪽에서 인기척이나 살짝 놀라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응? 안자는거야? 역시 불편한거야?"

"아..하윤아?"

"왜 나와있어~ 불편한거면 거실이나 다른방에서 편히 자도 되.."

"아냐 그런게 아니라.."

"그럼 왜?"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며 내 옆쪽 소파에 앉는다.

달빛에 반사된 그녀의 뽀얀 피부가 광채를 발하고 아직 살짝 졸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청초하다못해 가녀리다.


"그냥..잠이 안와서 나와보니 이렇게 여기 경치가 좋았나 싶어서.."

"아...여기 좋지? 나도 가끔 그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볼때 많은데.."

"그래? ㅎ 그나저나 너야말로 안자고 왜 나왔어?"

"응? 아...난...."


말을 바로 잇지 못하는게 뭔가 싶기도 했지만 난 내 얘기를 먼저 하는게 그녀가 좀더 편하겠다 싶어 먼저 말을 건낸다.


"어쩐지 너랑 같이 같은곳에서 잔다고 하니까 잠이 안오더라.."

"응? 뭐야...전에 단둘이 잔적도 있으면서.."

"그니까..그때도 한숨도 못잤단 말야 난..너는 잘만자고.."

"아 정말..아니라니까.."

"ㅋ 아니긴..내가 얼마나 쳐다봤는지 알아? 얼마나 잘자는지.."

"에? 봐...봤단말야? 내 자는 모습을?"

"응? 아...응...그..너무 이뻐서..나도 모르게.."

"...."


본심을 말하며 그녀를 흘끔 바라보자 그녀역시 부끄러운것인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 못하고 있다.

오늘 참 하윤이의 당황하는 모습을 꽤 많이 보게 되는듯 하다.


"그래서 어쨌든 난 그때도 그렇고 오늘도 왠지모르게 잠이 쉽게 안오네.."

"아..움...미..안.."

"응? 왜 미안? ㅋ내가 못자는건데..미안해 하지마.."

"그래도.."

"그나저나 넌 왜 안자고 나왔냐니까..ㅎ"

"아..난...그 너 잘자고 있나...이불이라도 덮어줄라고....근데 니가 없어서.."

"헤..그래? 애들은 여전히 잘자고 있어?"

"응ㅎ 세상모르고 자~ 유진이는 코까지 곯아.."

"아 ㅋㅋ 그렇구나..너도 다시 들어가서 자.."

"같이 가~"

"난 쪼금 있다 들어갈께"

"그럼 나도 쪼금있다 갈래.."

"응? ㅋ 안그래도 되~"

"시러..같이 들어갈래..너 이러고 있으면 나도 어차피 신경쓰여서 잘 못잘거야"

"ㅋㅋ그래 그럼 쪼금만 있다 들어가기다.."

"응..근데 재희"

"응?"

"이쪽으로 와서 같이 있어~"

"아...응"


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그녀가 있는 소파쪽으로 다가가 그녀옆에 앉는다.

뭔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지만..한편으로는 굉장한 가슴떨림과 긴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렇지않은듯 태연한척 했지만 내 옆엔 그녀가 자리하고있다.

그녀역시 살짝긴장한듯 멍하니 내쪽을 바라보는척 바깥을 바라보고있다.

그녀와 시선을 함께 한다.

함께 달빛을 마주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말없이 서로의 숨소리만을 남긴채 바깥만 바라본다.


"툭"

"응?"


순간 내 어깨에 살짝 반응이 있어 돌아보니 어느새 잠든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고른 숨을 쉬고있다.

난 오히려 긴장을 하면서 그녀가 조금이라도 머리를 편하게 기댈 수 있게 자세를 잡아본다.

그러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달빛을 한껏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챙백할 정도로 눈부셨고 그 분홍빛입술은 달빛에 반사되어 내 목을 타게 만든다.

그녀의 속눈썹..콧등..입술은 물론이고 턱선과 목선..이렇게 가까이서 본적이 있나 싶다.

이대로 아침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들었지만..그녀가 불편하게 자는것은 싫었다.

게다가 이대로 잔다면 시간이 지나면 춥기도 할것이다..

그래도 이 느낌은 누리고 싶어 잠시 그녀를 그대로 놔둔다.

시간이 꽤 흐른듯 하다..

그녀가 혹시라도 깰까봐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탓인지 한쪽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깨워 방에서 편하게 재우는게 나을듯 했다.


"하윤아..."

".....으응.."

"하윤아...일어나봐...들어가서 따뜻하게 자야지~"

"아....으응..."

"그니까 들어가서 자라니까 ㅋ"

"아..깜빡 잠이들었네...흐음....얼마나 잔거야?"

"글쎄..꽤 잤을껄 ㅋ 들어가서 자자..일루와~"


내가 기지개를 피며 소파에서 일어나자 그녀역시 소파에서 일어나 내 뒤를 따르는가 싶더니 내 옷 소매자락을 살짝 잡아온다.

가슴이 요동을 쳤지만 내가 그러면 그녀가 더 당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손을 꼬옥 제대로 움켜쥐고는 그녀를 살짝 바라봤다.

여전히 달빛을 한껏 머금은 청초한 얼굴..


"들어가자.."

"아...응.."


손을 끌어주며 들어가려 했지만..왠지 무겁게 느껴지는 그녀의 발걸음..

그녀가 주저하는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뗀다..


"너무..기다리게 하지는 마..."

"응? 아...."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였지만 내 손을 잡고있는 그녀의 손은 더욱 꼬옥 내 손을 잡아온다.

얼굴은 발갛게 물들었겠지만 달빛에 가려 아무런 색조차 표현되지않는다.

순간..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아니 가만히 있는건 오히려 죄악이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밝은 밤하늘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그녀의 모습은 세상 어느것보다 아름다웠다.

그녀가 아무말 없는 내가 원망스러웠는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려던 찰나 나의 한 손이 그녀의 한쪽 볼과 얼굴을 감싸고 그녀의 그 촉촉하고 붉은입술에 키스를 한다.

그녀는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내 팔을 꼬옥 움켜쥐고는 숨마져 멈춘듯 그렇게 가만히 나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파..하...하아...가..갑자기.."


정말 숨쉬는걸 잊은것일까..하긴...나도 숨이 가쁜것을 보니 나 역시 잊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미..안....나도 모르게..."

"...아냐....괜찮...흐읍.."


역시 가만있을 수 없는 표정이다..

그녀의 표정하나하나가 내 가슴속에 파고든다...

그녀의 눈빛하나하나가 내 눈에 파고든다..

거부할 수 없는 자석같았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을때 그녀는 역시나 살짝 놀라며 나의 팔과 가슴팍을 살짝 움켜쥐는듯 하더니 곧 몸이 축 늘어지는것을 느낀다.

그러더니 오히려 두팔을 내 목뒤로 감아온다.

오히려 내가 살짝 놀라 입술을 살포시 떼어내고는 그녀를 바라본다.


"왜...왜? 뭘 보는거야..민망하게.."

"아니...너무 이뻐서.."

"대답은 안하고...갑자기 이러는거...반칙이야.."

"이걸로 대답이 된거 아냐?ㅎ"

"그...그럼...조그....ㅁ 그..ㅁ만..더.."

"응?"

"그...조금..만 더..."

"아..ㅋ"


사랑스러웠다..

한시도 내 옷자락에서 손을 떼지 않던 그녀가 이제는 스스로 그 옷자락을 살짝살짝 당기고 있다.

그런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싱긋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다시 나의 입술을 갖다 대고는 좀전의 두번의 뽀뽀보다 살짝 길게 그녀와 키스를 한다.

적나라한 타액이 오가는 키스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거의 벌어지지않은 입술 사이에서 빼꼼히 메롱 거리듯 나오는 그녀의 혀가 내 입술과 혀에 맞닿았을땐 온몸에 전기가 오는듯 짜릿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는 떼어냈다.

그녀는 부끄러운지 입술을 떼자마자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숙인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후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가 수줍게 나의 손을 잡아오고, 우린 함께 방으로 향했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준다.

아직 부끄러운것인지 이불을 폭 뒤집어 쓰고는 이불밖으로 눈만 내놓은채 꿈뻑꿈뻑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얼른자.."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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