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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18 518회 0건
아쿠아 - 49








많은분들이 달다구리한 글들을 좋아하시나봐요..^^

앞으로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딱 50회에 끝나지는 않겠지만..그래도 이제 어느덧 종반을 향해가고 있는지라..ㅎ

이 글이 끝난 후 바로 새로운 글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 글은 하루에 한편 혹은 이틀에 한편씩은 꼬박꼬박 올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제 글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저는 달달한게 좋더라구요 ㅎ

그럼 마지막까지 재밌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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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일어나~ 이넘은 이 불편한 소파에서 뭐이리 잘잔댜?"

"으응? 으우....몇시냐.."

"너 지금 안일어나면 늦어~ 우린 다 씻었어~"

"아...응"


유진이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어느덧 모두 일어난 가운데 내가 마지막으로 부스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다.

순간 우리집이라고 착각이 들뻔했지만 나에게 덮여져있는 이불에서 어제 하윤이의 향기가 묻어나오는듯 하다.

순간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며 기분좋은 안락함에 빠져든다.

하윤이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방에는 없다.


"일어나자마자 하윤이 찾냐?"

"헉...아...참나..넌 독심술도 하냐.."

"니가 단순한거야~ 어쨌든 얼른 일어나..지금 안나가면 연습시간 없어~"

"아 응"


난 그녀의 보챔에 자리를 정리하고 대충 씻은 후 거실로 나간다.

샤워야..수영할때 하면 되니까..

거실로 가니 아영이와 하윤이는 주방에서 뭔가를 지지고 볶고 있었고, 재인이는 식탁에 앉아 빵을 오물오물 먹고있다.

난 왠지 금방일어나서 그런지 입맛이 없어 패스를 할까 하다가 하윤이가 하나라도 먹고 가자는 말에 순순히 말을 듣는다.

그녀는 보통때의 그녀 그대로였다.

어제의 키스가 마치 꿈만같이 머리속에 맴돈다.

설마 꿈이었을까...아니..그러기엔 너무 생생하고 아직도 그녀의 온기가 내 팔과 내 어깨..그리고 내 입술에 남아있는듯 하다.

빵 하나를 입에 물고서 끊임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살짝살짝 웃어준다.

아침식사를 부랴부랴 마친 우리는 이번주로 다가온 훈련에 대비해 막바지 연습을 하기로 하고 학교로 향했다.

새벽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거리는게 심상치 않다.


"여긴 참 날씨가..짖궂어.."

"그치? 여름엔 참 좋은데 가을부터 꾸물꾸물한 날들이 많아.."

"겨울은 어떨라나?"

"겨울엔 신기하게도 꽤 눈이 와~ 바닷가 마을치고 눈이 꽤 오는 지역이라 겨울에도 놀러오는사람도 꽤 있고.."

"오오~ 왠지 아영이네 팬션이 잘 될거같다는 소리가 들린다~!"

"ㅋㅋ뭐야그게.."


우린 서로 옹기종기 모여 조금의 온기라도 나눠가질참으로 다닥다닥 붙어 학교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더 하윤이와 가까이 걷고싶었지만..지금은 이대로도 좋지않은가 싶다.

역시 수영장엔 아무도 없다.

불은 켜져있었지만 겨울로 접어들어 대회라고는 수영대회만 남아있는지라 수영부 말고는 이 시기에 수영장을 쓸 부원들은 없는모양이다.

서로 각자의 탈의실로 헤어진 후 우리는 옷을 갈아입고는 수영장으로 향했다.

무심코 양호실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양호실쪽에도 역시나 불이 들어와있다.

혜린선생님이라도 와계신걸까..

수영장쪽으로 가니 어느새 유진이와 아영이는 서로 잡아먹을듯 먼저 연습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윤이는 아직 안나온것같았고 재인이는 밴치에 앉아있다가 내가오니 나에게 손짓을 한다.


"응? 왜 안하고 앉아있어?"

"아 준비운동하는데 다리에 쥐가나서 잠깐 쉬구있었어..언니들이 너무 과격하게 준비운동을 하는바람에.."

"아 그래? 괜찮아? 어디바바"

"응? 아 괜찮아.."

"봐봐"


난 그녀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발목과 발, 종아리부분을 만져본다.

그녀는 살짝 아픈듯 미간을 찡긋거렸지만 추운날씨에 갑작스런 근육운동으로 단순히 쥐가 난것이었기때문에 크게 문제될것은 없어보였다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까 싶어 그대로 그녀의 다리를 계속하여 주물러준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나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다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리더니 굉장히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뭔가 동생이지만 엄청 어른한테 쓰담쓰담 받는 기분이랄까?


"뭐..야? ㅋ 이게 오빠를 애 취급을해?"

"응? 아냐아냐 ㅋㅋ그냥...좀..그리워서..?"

"에? 뭐가..그리워..?"

"흐음...오빠.."

"응?"


무슨말을할지 예상을 해보고 머릿속을 빠르게 굴려보지만 그럴수록 내 심장이 요동을 치는것이 느껴진다.

그녀의 감정어린 눈빛이 그대로 다가와서 일까..

나는 아무렇지않은척 고개를 그녀의 다리로 향하고 태연하게 하던맛사지를 계속한다.


"오빠...난 아직 오빠가 많이 좋은데.."

"...."

"...언니들이랑 다같이 지내고..다 같이 놀고..다 마니마니 친해져서 너무 좋은데..."

"...."

"내가 낄 자리가 없어..."

"그게 무슨소리야...니가 낄 자리같은게 왜 필요해.."

"몰라..그냥...예전에는 우리 둘만 있으면 내가 오빠에게 어떤감정을 품든 거리낄게 없었는데..이제는 집에서조차 오빠가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면..언니들 눈치를 보게되고.."

"왜그래? 그러지마..."

"나도 그러기 싫은데..난 유진언니처럼 아무렇지않게 저렇게 강한 사람도 아니구..아영언니처럼..순수하게 저렇게 단순한 사람도 아니구..하윤언니처럼 다 이겨버릴 것같은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도 아니구.."

"에이...그렇게 말하는게 어딨냐? 오히려 쟤네들은 너랑나랑 가족이라는게 더 부러울텐데..ㅎ 그리고 애초에 아영이랑 유진이가 우리집 들어온것도 너랑나랑 그렇게 너무 친해보이고 좋아보여서 그런거구.."

"그니까..우리 둘 사이 갈라놓으려 온거라서..그래서..오히려 더 눈치보이고..오빠한테 뭐라고 말이라도 할라치면..견제당할것 같구.."

"....힘들어?"

"..응...좀.."

"오빠가 어떻게 해줄까?"

"하아...나두 모르겠어 잘...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구..계속 오빠를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

"뭐라도 해줄수 있는건 해줄게...말해봐.."

"오빠가 말해봐..오빤 내가 어떻게 하는게 좋겠어?"

"응? 아..글쎄...사람감정이라는게 누가 뭐라고 한다해서 쉽게 바뀌는것도 아니구.."

"내가 오빠 그만좋아했음 좋겠어? 내가 오빠 좋아하는거 부담스러워?"

"아니..그런게 아니라..전에도 말했듯이..니가 더 상처받고 니가 더 괴로울까봐...그러지...지금도 그렇잖아..힘들고 아프다며.."

"응..알아..그냥...아는건데도 막상 닥치니까..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좀..힘드네..헤헤"


고개를 계속 숙이고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다가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지만 두 눈은 어느새 그렁그렁 해져 촉촉한 눈물을 머금고 있다.


"울지마...내가 해줄 수 있는게 많이 없어서..미안해 재인아.."

"아...아냐 괜찮아...그냥 투정이야...그냥..단지.."

"울지마..."


난 손으로 그녀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내 손길이 닿자 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재인이었다.

나도 가슴한켠이 뭉클해져서 그녀를 안아주고싶었다.


"흑..오빠..미안...투정부리면 안되는데...난 혼자는 너무 힘들어서..흑흑.."

"괜찮아..괜찮아.."

"나..다른건 몰라도..혼자 너무 힘드니까..나는 내 나름대로 용기내서 다가갈테니까..오빠 내가 만약 그러더라도 나 내치거나..거부하거나 그러지마.."

"내가 왜그러겠어..."

"그러면 나 정말 상처받을거야.."

"그럴일 없어..넌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인데.."

"안아줘..."


그녀의 말에 난 주저없이 몸을 일으켜 그녀를 꼬옥 안아준다.


"가끔 이렇게 내가 안길때 안아주구..내가 다가갈때 거부하지말구 받아주구...나..무리하지않을테니까.."

"아..응..."


혜린선생님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난 내가 진정 사랑을 찾아가는동안 주위사람들은 오히려 상처를 받고 있는것일까..

난 무슨 복에 겨워 이런 호사를 누리는것인지 이해조차 되지않는다.

물론 이 아이들 말고 많은 여자와 남자..또 커플과 친구가 이 학교엔 존재한다..하지만..지금 이 상황만보면 모든 중심이 나로 인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왜 울고있어 재인이..?"


어느새 우리쪽으로 다가온 하윤이가 의아한 표정과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리쪽을 바라본다.

그녀는 곧 재인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으며 의아한 표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걱정스런 눈빛만이 그녀를 맴돈다.

착한아이..


"아..하윤아.."

"무슨일 있는거야? 어디 아프대?"

"헤헤 아녜요 언니..그냥 갑자기 다리에 쥐가나서..오빠한테 맛사지해달랬는데...걍 갑자기 난 수영도 못하고 서럽고..빨리 같이 하고싶은데...그래서.."

"아....에이..그래도 열심히 하잖아 재인이..그래서..다리는 좀 괜찮아?"

"아 멀쩡해요.."

"그럼 오늘은 언니가 가르쳐 줄까?"

"네? 정말요?"

"응^^ 일루와 같이 준비운동먼저 하자.."

"네...헤헤"


재인이는 살짝 부은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하윤이의 손을 잡고는 수영장 한쪽으로 향한다.

100프로 사실은 아니었지만..재인이는 재인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있는듯 하다

오히려 뭔가를 더 결심한 듯 보였고..또 아무런 의심이나 의문없이 그런 그녀를 함께 달래고 챙겨주는 하윤이가 고마울 뿐이었다.

나도 오늘은 천천히 몸이나 풀겸 하윤이와 함께 재인이를 봐주기로 한다.

어느새 예전 재인이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가슴은 아직 아물지 않았겠지만...아니..아물기 힘들겠지만..그래도 그렇게 힘내고 있는그녀를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녀의 말대로..나도 조금더 그녀를 위해 힘을 내기로 한다.


"니들 셋이 그러고 있으니까 딸 데리고 물놀이 하는 부부같다야~"

"에? 뭐라는거야~ ㅋㅋ 얘 이래뵈도 고 1이거든?"

"그니까~ 근데 정말 누가 말해주지않으면 그렇게 안보이니까~"

"그건그래~"



옆래인에서 연습을 하던 유진이가 놀리듯이 말을한다.

그렇게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또 아영이와 유유히 연습을 해 나간다.


"넌 여자아이가 좋아..남자아이가 좋아?"

"응? 에? 아들이냐 딸이냐야?"

"뭐..그냥 다~"


하윤이가 갑자기 또 엉뚱한 질문을 해온다.

하윤이는 가끔 완전 주제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이런 좀 엉뚱한..? 아니..좀 독특한 질문을 아무렇지않게 할때가 있다..

그러고는 본인도 민망해 하긴하지만..


"난 여자애고 남자애고 너 닮으면 다 이쁠거 같은데? 여자애가 나 닮으면 큰일이지만..ㅎ"

"응? 아하하하 누가 우리 애 말하는 거래? 아하하하하 이재희~ 완전 오버야~"

"아...으...그런가...야..니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하니까~"

"아하하하하하 아 욱겨.."

"야..민망하게...그만웃어라~"

"ㅋㅋ응..아하하.."

"쳇.."


퉁퉁거리며 살짝 삐친척을했지만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었다.

생각해보면 남자아이 여자아이의 선호도 질문인데..나 혼자 아들딸 거리더니 그녀와의 아이들을 생각해보는...참나..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 정말..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네..참나..-_-"

"아하하하하ㅋ 완전 재밌어 이재희~"

"야~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대놓고 그러고 웃으면 얼마나 민망하냐 내가.."

"ㅋ아 미안...그래도..너무 재밌잖아..ㅎ"

"치..너 ..마...만약에 내가 너랑 결혼 하면 어쩔라구 그래?"

"으..응?"

"머...안한다고 정해놓은것도 아니잖아.."

"아....뭐...."


좋아!! 형세를 뒤집었다..라고 생각하는 나였다.

그녀는 웃던 얼굴을 멈추더니 살짝 부끄러운 표정과 함께 얼굴이 달아오르는것이 보인다.

귀여웠다..라는 감정도 감정이고..아싸~ 전세역전이다..라는 감정도 꽤 앞서있었다.


"치..됐네요~ 나 정말 어마어마한 프로포즈 아니면 거들떠도 안볼꺼야~"

"오~ 하윤이~ 쎄게 나오는데?"

"오빠...언니랑 결혼할거야?"

"엥? 아하하 야~ 말이 그렇다는거지~ 에잇..."


나는 살짝 민망한 마음에 재인이를 꼭 붙들고는 백덤블링 하듯이 물속으로 함께 잡고 들어간다.

그녀는 바둥바둥거리며 물밖으로 나와 먹은물을 뱉어내더니 내 가슴팍을 퍽퍽 때리기시작한다.


"야이 바부야~!! 콜록콜록~ 코에 물들어갔잖아!!"

"아 미안미안 ㅋㅋㅋ야 그렇다고 여기에 침을 그렇게 뱉음 어떡하냐~"

"야이 바부가!!!!"


다시 몇번을 그녀에게 후드려 맞은 나는 그녀와 그렇게 투닥투닥 장난치기에 바쁘다.


"켁..콜록..하아..하아..아 정말...진짜..오빠인지 왠수인지.."

"아하하 ㅋ 그래도 사이 좋아서 다행이지~ 오빠 동생끼리 사이 안좋은 집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하윤이 말이 맞다~ 내가 너 얼마나 챙겨주냐~"

"요즘은 언니들이랑 노느라 나 안챙기자나~!"

"헉.."

"에이 재희~ 우리랑 논다고 재인이 안챙기면 어떡해"

"야~ 맨날 같이 놀았지~ 언제 너 안데리고 다닌적 있냐?"

"그건..그렇지만..그래도 전과같지않아!"

"아 ㅋㅋ 알았어 알았어~"

"재인이 오빠가 안챙겨주면 언니하고 놀자~ 언니가 놀아줄께~"

"오오~ 진짜요?"

"응~ㅎ"

"아싸~ 메롱 바보 오빠야~ 언니는 내가 차지할거다~"

"뭐...뭐...뭬이야~!!!!"


내가 다시 그녀에게 덤비려 들자 재인이는 하윤이를 방패삼아 잘도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꾸 그러면 언니에게 내 단점들을 폭로해 버리겠다며 협박까지한다.

이에 하윤이가 재밌다는듯 뭐가 있냐며 알려달라고 하자 별 할얘기가 없었던지 시덥지도 않은 말들을 하고있다

참나..

그렇게 정신없는 폭풍우가 지나간 후..나와 재인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하윤언니~"

"응?"

"언니라면~ 나중에 오빠랑 결혼해도~ 좀 덜 억울할거 같아요~"

"에? 뭐야 그게 ㅋㅋㅋㅋ"

"그냥..어쨌든.. 오빠랑 결혼할라면 나를 이겨야 하니까 각오하세요~"

"아 ㅋㅋㅋ네! 각오할게요~ ㅋ"


농담인지 장난인지 모르겠지만..그 상황을 보고듣고 있던 나로서는 여간 가슴떨리는 말들이 아닐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으면서 묘한것이..참...꽁기꽁기했다.

그렇게 결국 우린 연습다운 연습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재인이를 봐주며 시간을 보낸다.

아영이와 유진이는 서로 잡아먹겠다며 막바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있고, 우리는 어느때보다 더 끈끈한 결속력으로 서로를 도닥여 준다.

이대로 좋지않은가 싶었다.

왠지 이번엔 저번처럼 엉망이 되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열심히 하고있고 또 나름 즐겁게..또 그렇게 서로를 알아간다.


"정말 얼마 안남았네.."

"뭐가? 훈련이?"

"아..그냥 모두 다.."

"음?"


수업까지 모두 마친 나와 아영이 그리고 하윤이는 수영장 밴치에서 유진이와 재인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멍하니 수영장을 바라보고있다가 아영이가 문득 꺼낸 소리였다.


"훈련도 훈련이고..학교도 학교고...시합도 시합이고..나야 뭐 시합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헤헤"

"에이~ 너 이정도로만 연습하면 완전 나가도 될걸?"

"그런가? 그치만..난 수영에는 미련이 없는걸 ㅋ "

"응? 그래? 근데 진짜 어쩌다가 수영을 하게 된거야? 아영이 너는..?"

"전에 얘기했을텐데~ ㅋ 너랑 하윤이 따라다니면서 하게 된거라고.."

"아 맞다..그랬지..근데 지금까지 하고 있는거 보면 너도 대단하네..실력도 많이 늘었고.."

"아냐...그냥..지금 이렇게 너희랑 같이 하는게 옛날로 돌아간것 같고..또 너무 좋고 행복한거 같아서.."

"아.."

"근데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막연하게 서글퍼지고..ㅋ 헤헤 나도 참 청승이다 그치?"

"에이...ㅋ"

"너랑 하윤이는 시합도 나갈거지?"

"아 뭐...우선 하나하나 해봐야지..아직 우리도 정해진건 없으니까.."

"하윤이는?"

"응? 나도 아직은 확실한건 없어~ 지금은 우선 지금 할 수 있는것에 최선을 다하는거구..앞으로는 어떻게 될지..아직은 모르지.."

"그래도 하윤이 너는 조금만 더 하면..수영선수도 할 수 있고..또 새롬선생님처럼 저렇게 가르칠 수도 있고 그렇지않아?"

"뭐 길이 그것밖에 없으면 좀 심심하긴 하겠다 ㅎ"

"그런가? 그래도 정해진 길이라는게 어쩔때는 편하겠단 생각도 들어~"

"흐음..근데 갑자기 왜?"

"아니 학교 졸업을하고 다들 어떻게 살아갈런지 그냥 아무이유없이 궁금해져서 ㅎ 나는 뭐 너희들이 말한 꿈을 이루려면..당분간은 여기에 자리를 잡아야하니까..어쩌면 평생,,?ㅎ"

"아 그렇지..ㅋ 우리가 수영을 계속하고 또 바빠진다고 해도..그래도 아영이 니네 카페 항상 도울거구..또 함께 할테니까 너무 서운해 하고 걱정하지마~"

"안그래..그냥 막연한 생각이라니까~ ^^ 너희도 너희 일이 있고 ..그치만..그래도..서로 멀어지는건 싫어서..또.."

"응..."


그러고보니 내년 졸업때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상황이고..그 후에 시합이 있다고 해도 몇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앞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나와 하윤이는 정말 길이 정해진 것일까..

수영을 평생 업으로 살아간다는건 생각해본적은 없다..아니..오히려..당연하게 이것을 해야한다는 절대적인 선택만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구체적인 계획은 나 역시 있지않았다.

하윤이도 그렇게 말을 했지만..하윤이는 뭔가 다르게 내가 말하는 뉘앙스랑은 사뭇 다른 느낌의 어투와 표정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기에는 카페와 펜션을 계획중인 아영이와 가족의 마트를 물려받게 될 유진이가 훨씬 더 안정적이고 정해진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서운한 생각이 든다는것은..지금 우리들의 관계가..아니 거리가 멀어질까봐여서이다..

서로의 감정이 멀어진다기보다..몸이 떨어지게 되면 자주 못보게 되고..또 기억에서 가물가물거리며 아무렇지않은 그냥 보통의 친구가 될까봐...

그렇게 생각하니 나역시 누구와도 지금 거리를 두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와서 힘들고 많은 일들이 있고 친구를 만들었지만..지금처럼 가깝고 행복하다고 느낀적이 없다.

물론 모두가 나와같은 생각은 아닐지 모른다..하지만 적어도..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확실했다.

하윤이는 앞으로의 일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확실한 게 있는것인지 이런 얘기들을 할때마다 평온한 표정이다.

하긴 그녀는 뭐라도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나는 앞으로 쭉 수영을 하고 이쪽길로 나간다 해도..이 곳에 있을게.."

"응? 정말?"

"응..여기..내 고향이고..내 추억이 있는곳이고..또...내 어릴쩍 친구들까지 있는곳인데..아영이도 그렇고 유진이도 그렇고..모두들 여기 있는다면..떠날일은 없을거 같은데..그러기도 싫고~"

"아...헤헤^^ 그치~ 여기 계속 있고 싶지이~"

"아..응..ㅋㅋ 하윤이 너도...뭘하든..여기 함께 있자..우리들이랑.."

"...나야 뭐..집이 여기니까...여기서 할 수 있는걸 찾아볼거야.."

"에이 수영도 해야지~ 나랑~"

"응...수영도 하고 물론^^"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 사이 유진이와 재인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뒤에...가연이가..함께 그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와~~!!! 가연아~~~~~앙~~~ 이제 괜찮은거야?"

"..아...뭐....아직 재활 중이긴 하지만.."

"어서와~ 어쩐일이야 아무 말도 없이.."


나와 함께 있던 아영이와 하윤이가 가연이를 반긴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어버버 하고 있는데 오히려 가연이가 살짝은 살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넌 언제까지 날 그렇게 볼거야?"

"응? 아...미..안....그..괜찮은거야?"

"하아...됐어..그렇게 무리하지않아도 되...다른게 아니라 오늘은 너희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응? 무슨얘기? 야앙~ 갑자기 그러니까 긴장된다야~"

"그보다 혜린선생님은? 양호실에 계시나?"

"아무래도 그러시지않을까?"

"그럼..우선 혜린선생님 뵙고 올께.."


그녀는 표정의 흐트러짐 하나없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는 양호실 쪽으로 향한다.

우리도 연습을 준비할 겸 각자 탈의실로 흩어지려는 찰나 유진이가 뒤에서 내 옷깃을 살짝 잡아 끈다.


"괜찮아?"

"응? 아..뭐 살짝 당황하긴 했는데..안괜찮음 어쩌겠어.."

"그래도 그렇지 가연이가 저렇게 쿨하게 나오는데 남자가 어버버가 뭐냐 어버버가.."

"아 그치? 하지만..아직 가연이랑.."

"그니까 문제라구..아직도 그러면 어떡해~ 니가 편해지고 니가 괜찮아야지 다 괜찮아진다는걸 모르겠어? 다 니 눈치만 보길 바래?"

"아...그렇구나...아.....미안..."

"으이구..정말..한순간도 내가 터치 안하면 안되냐?"

"아 미안..미안 ㅋ "

"어쨌든..가연이랑 풀기도 하고 앞으로도 잘지내야지~"

"응..그럴게...미안하다 너희들까지 신경쓰게 해서~"

"그니까~ 잘하라구..그럼 간다~"

"응 쫌따 봐"


그녀는 또한번 나에게 언질을 주고는 탈의실로 쑉 들어가 버린다.

내가 바보같았다.

내가 괜찮아야지 모두가 괜찮아 질거란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좀이따가 가연이를 보면..웃어보여야 겠다.

아무렇지않게..편하게 대해야하겠다...라고 다짐하는 나였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우리는 오후 연습을 시작한다.

오전과 마찬가지로 아영이와 유진이는 역시나 함께 하고 있고 나는 나름대로의 컨디션 조절..그리고 하윤이는 재인이를 봐주며 개인 연습을 하고 있다


"하윤아..괜히 재인이땜에 연습못하고 그런거 아냐?"

"아냐 괜찮아..그리고 이러면서 나도 같이 하는건데 뭐~ 그리고 재인이 곧잘 하는데 이제?"

"그래? ㅋ 걔가 나 닮아서 운동신경 하나는 좋아요~"

"ㅋㅋ그게 뭐야~ 너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는데 뭐~"

"헉..어쨌든 고마워.."

"아냐...나도 이쁜 여동생 생긴것 같아서 좋다..ㅎ"


그렇게 신경써주고 재인이까지 챙겨주는 그녀가 너무 고맙고 이뻤다.

재인이도 하윤이가 좋은것인지 곧잘 따르고 열심히 한다.

아영이와 유진이는 동급 친구로 보이는데 하윤이는 정말 딱 언니 선배처럼 보인다..

그래..저게 맞는 그림이지...아영이랑 유진이는...참....귀여운것들..ㅋ

그렇게 즐거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복도쪽에서 가연이와 혜린선생님이 나오는게 보였다.

그러고는 우리들을 다 불러 모으신다.

연습을 멈추고 선생님을 기준으로 동그랗게 둘러 모인 우리들은 선생님의 표정이 어둡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가연이를 흘끔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어떠한 미동도 없이 평온한 표정만 짓고 있는다.


"음..다름이 아니라..훈련도 얼마 남지 않았고..또 갑자기 이런소식을 전해서 나도 좀 난감하긴 한데...이번주를 마지막으로 가연이가 학교를 그만나오게 됐다.."

"네?"

"엥? 왜요?"

"그게 무슨..?"

"????!!!!"


모두가 충격을 받은...충격이랄것까진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놀란듯 하다.

그도그럴것이 너무 갑작스러운데다가 나역시 아까와의 다짐과는 반대로 또다시 어버버 거리며 멀뚱멀뚱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아..뭐 난 얼마전부터 얘기는 들었었는데 진짜 가리라곤 생각치 않았는데...가연이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어서..."

"에? 갑자기요? 언제요? 어디루요?"

"아 갑자기는 아니구..뭐 이래저래..연이 닿아서 그렇지 뭐..어쨌든..가연이는 국제 다이빙 연맹, 수영연맹 쪽에 추천을 받아서, 외국에서 코칭스텝 일을 배우고 선수 생활을 할거야.."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그거예요?"

"지도자까진 모르겠지만 우선 선수생활이랑 공부를 함께 병행을 하겠지..물론 국가대표가 된다고 해도.,이 나라 국가대표일테고.."

"아...그럼 여기서도 할 수 있잖아요..왜 굳이 외국으로.."


유진이가 서운한듯 묻자 이번엔 가연이가 말을 이어받는다.


"갑자기 이렇게 전하게 되어서 미안해 우선...그리고..갑자기 생각하게 된건 아니야 유학결정은..수영은 쭉 하고 싶었고..하지만 진짜 하고싶은거는 지도자 쪽이었으니까..그러려면 유학을 가서 배우고 오는게 더 나을것 같아서 결정하게 된거야.."

"아...그러쿠나...그래도..너무 갑작스러워서.."

"선생님도 말했듯이..병행하게 될거구..그리고 만약 국제 대회나 그런게 있으면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선수권 대회에서 만날 수도 있으니..뭐..너희들이 수영을 쭉 한다면 말이지만.."

"아..."

"이번주까지 나오고..다음주에 준비해서 다음달 초에 나가게 될거 같아..여기서 재활을 끝내고..나도 대회는 나갈까 생각도 했었는데..더 늦기전에..가려고 해.."


갑작스러웠다..

좋은 일이고..하고싶은 일을 하러 가는것이니..축하해 줘야 하는게 맞지만..난 아무말도 못한채 그렇게 멀뚱멀뚱 듣고만 있을 뿐이다..

모두들 서운한 마음과 함께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가연이도 우리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하면서 고맙다며 말을 전하고는 발길을 옮긴다.


"재희...잘지내..기회가 된다면..또 보자.."

"아...응...그래....기회가 된다면..."

"훗...계속 그렇게 얼어있을꺼야?"

"아..미안.."

"그럼...갈께.."

"아..."


그렇게 그녀는 유유히 수영장을 빠져나간다.

다들 그녀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있다.

살짝은 야윈 모습..하지만 여전한 볼륨과 강렬한 인상으로 우리를 뒤로 한채 그렇게 걸어나간다.

그녀가 수영장 건물을 거의 다 나갔을때쯤..나는 무언가에 홀리듯이 그녀를 따라 나선다.

그리고는 빨라지는 나의 발걸음..

그녀의 몇발짝 뒤에서 힘겹게 그녀를 부른다.


"가...가연아!"


예상했었다는듯 태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는 그녀였다.


"그...잠시라도 좋으니..나랑 얘기좀 할 수 있을까?"

"응? 그치만..이제 바쁠텐데..너희도 연습해야하고.."

"아냐..내가 이따가 저녁에 너희 집으로 갈께..잠깐이면 되니까.."

"....그럼 그렇게 해.."

"아..응...그럼 이따가 봐.."

"응..."


그녀는 다시 유유히 내 앞을 걸어나간다.

난 다시한번 그런 그녀의 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있었다.

무슨 말을 할지 뭐때문에 그녀에게 시간을 달랬는지는 나도 모른다..하지만..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것일까..

터벅터벅 수영장으로 돌아온다.

하윤이는 어떤말도 하지않았지만..다 알겠다는 표정뿐이었다.

그리고 또 한명..나의 코치...유진이가 오히려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 내 표정을 살핀다.


"헤에..괜찮아? 괜찮은거야?"

"응? 아..응...뭐..."

"흐음...뭐 얘기할거 있으면 나중에라도 얘기해~ 이 누나가 상담해줄테니까.."

"아...응..."


멍했다..

아무생각도 나지않을만큼 멍한 기분이다.

사실 그녀가 정한길이고..아까도 말했듯이 축하할 일이다..

그래도 갑작스러운것역시 사실이었다.


"난 오늘은 연습 그만할게.."

"응? 아..그래 그럼..쉬고있어.."


난 옷을 먼저 갈아입고는 무의식적으로 양호실로 향한다.


"똑똑"

"네.."

"드르륵"


"재희구나~"

"아..."

"연습은 다 한거야? 우선 앉아~"

"아 네.."

"그래서?"

"네? 아...그냥..뭐라도 듣고 싶어서..가연이.."

"흐음...글쎄..내가 해줄말은 아까 그게 단데...가연이랑 직접 얘기해보지 그러니.."

"안그래도 보기로 했어요..근데..뭐랄까 너무 갑작스럽달까.."

"하긴 안그래도 유진이도 그렇고..다들그렇다고는 하더라..그래도 뭐 가연이가 직접 정한일이니 뭐.."

"알아요..축하할 일이고 잘된일이라는거.."

"그럼 마음편히 축하해주고..잘되길 빌어주는게 최고아닐까?"

"네..그래도 그전에 속에 남은 얘기들을 다 해주고 싶어서....아니..듣고 싶어서.."

"음...그래 뭐...너희들이 각별했던 사이고..또 어떻게 끝나게 됐는지는 뭐 둘의 문제니까 그렇다 치더라도..제대로 인사는 하도록 해.."

"아..그럴게요...갑자기 죄송해요..그냥.."

"알아..ㅎ 너무 걱정말고..이따가 가연이랑 얘기 잘하렴.."

"네..감사합니다..가볼께요~"

"그래.."


밖으로 나오니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그렇게 수영장쪽으로 나오니 아영이 유진이 재인이만보이고 하윤이가 보이질 않는다.

물어볼까 하다가 연습에 열중해 있는 아이들에게 누가 될까봐 그냥 중정에 나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중정에는 하윤이가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는 나와 앉아있었다.

의외였다.


"응? 너도 연습 그만 하는거야?"

"아 왔어?"

"응..왜 더 하지?"

"아냐 그냥..나도 좀..쉬려구.."

"응 무리하지마..훈련전까지는 컨디션 조절해야지~"

"응...근데 재희~"

"응?"

"가연이랑 얘기하기로 한거야?"

"아...응..아까 나 봤자나 어버버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야하지않나 싶어서.."

"응..잘했어~ 안그래도..갑작스럽기도 했는데.."

"그러게..."

"나중에 선수되면 막 만나고 그러는거 아냐? 라이벌로 막..ㅎ"

"나는 괜찮지만 만난다면 하윤이 니가 만나겠지.."

"아...그렇지.."

"아하하하 뭐야..ㅋ 자신없는거야?"

"ㅋ 가봐야 알지~"

"하아...그래도 잘된일이니까 축하해 줘야겠지?"

"응...근데.."

"응?"

"이번만이야.."

"응? 뭐가?"

"아니..그냥..하찮은 질투...일수도 있지만...다른 사람...특히 다른 여자앞에서..그런 표정 짓지마.."

"응? 무슨..."

"그런,,멍하고 슬프고..이상한 표정 짓지말라구..기분 안좋아.."

"아...내가 그랬구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앞에서 그런 표정 짓는거 싫어...항상 당당해야지.."

"아...응...그럴께...미안.."

"아냐...괜한 오지랖일수도 있는데..그래도..."

"응..아냐...꼭 새길께.."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고..또 하윤이가 싫다고 하니 미안하기도 한..복잡미묘한 심정이었다.

하지만..그녀가 그러지말라고 하면..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오늘은 밥 먹고 가연이랑 얘기 잘하구..아무생각하지말구 푹자..내가 유진이랑 아영이한텐 너 방해하지말라고 말해놓을께.."

"응? 아하하 안그래도 되~ 뭐 심각한것도 아니구.."

"그래두.."

"그보다 넌? 넌 같이 안있을거야?"

"응? 나? 내가..왜.."

"아니..그냥.."


어제의 일이 생각이 나 얼굴이 붉어지는 나와는 다르게 무슨 얘기냐는 듯이 멀뚱거리며 눈만 깜빡거리는 그녀였다.


"아니 그냥..어..어제 처럼 같이 있으면 좋겠다..싶어서.."

"응? 아..ㅋㅋ 아냐 오늘은 그냥 푹자..나도 오늘 일찍 가서 쉬고..정리도 좀 하고..그럴라구.."

"그래두 밥이라도 같이 먹어..어차피 밥은 먹어야 되니까.."

"됐네요~ 애들이나 챙겨주고~ 아 난 아영이만 빌려도 되? 아영이랑 같이 얘기할 것도 있고.."

"응? 아...응 뭐 그걸 뭐 허락하고 그러냐~ ㅋ"

"응..그럼 유진이랑 재인이랑 밥 잘 챙겨먹고..내일 봐~^^"

"아..응...내일 아침도 연습할거지?"

"응~"


그렇게 그녀와 아이들이 연습이 끝나길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자 유진이와 아영이 재인이가 밖으로 나온다.


"아..유진아 재인이 데리고 집에 먼저 가있을래? 나 잠깐 혜린선생님좀 뵙고 갈께.."

"응? 그래 그럼.."

"하윤이랑 아영이도 조심히 들어가고..나중에 봐~"

"응~ 갔다와~"


그녀들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는 혜린선생님께 잠깐 다시 들렀다.

선생님도 퇴근 준비중이셨는지 옷을 갈아입으시고는 가방을 챙기고 계셨다.


"응? 또 어쩐일이니?"

"아..다른건 아니구요..하윤이랑 저랑..수영을 계속 해볼까 하는데.."

"응?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말이니?"

"네..물론 그전에 해야할 일도 있고..거쳐야 할 것도 많겠지만..그래도..천천히 준비를 해볼까 하구요.."

"헤에..가연이 한테 자극받은거야?"

"꼭 그런건 아니지만..뭔가 목표가 있다는것은 중요한것 같아서요.."

"음..그렇긴 하지..그럼 나중에 새롬이랑 다시한번 보던지 하자..아무래도 나보다 더 조언다운 조언을 해줄 수 있을테니.."

"아 감사합니다."

"새롬이도 좋아하겠다..안그래도 니네둘 눈독들이고 있었는데.."

"ㅋ 아녜요..아직 많이 부족한데요뭐.."

"당연하지..니네들이 완벽하면 여기 이러고 있겠니?"

"아 ㅋㅋ"

"어쨌든..알겠으니까..가봐 그럼.."

"아..네...정말 감사해요..여러가지로.."

"내가 뭘 했다고..ㅎ"


그녀는 잠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 하더니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고는 살짝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그러고는 챙기던 가방을 내려놓더니 내쪽으로 다가온다.


"고마우면...우리 전에 했던거 마저할까?"

"네? 뭐...뭐를...?"

"우리집 현관에서.."

"에?아...."


그녀가 내 얼굴 가까이 그녀의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건낸다.

화장품냄새..아니..향수냄새인가..

그녀의 체취와 함께 야릇한 성인의 향기를 뿜어낸다.


"아 뭐예요 ㅋㅋ 갑자기.."

"응? 장난아닌데?"

"에? 아무리..그래..흡.."


그녀의 입술..

보드랍고 촉촉한 입술이 순식간에 나의 입술을 덮친다.

그렇게 놀란맘에 점점 뒷걸음질을 치자 그녀역시 점점 다가와 더 가까이 서게 된다.

소파에 걸려 뒤로 넘어진 나는 눈만 멀뚱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여전한 표정으로 내가 앉아있는 다리 위로 그녀의 다리를 걸쳐 앉는다.

내 다리로 인해 벌어진 그녀의 다리에 걸쳐진 치마가 밀려 올라가 그녀의 팬티 스타킹과 팬티를 그대로 비춰내고 있었고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한번 내 얼굴쪽으로 다가온다.

그러고는 다시 내 입술에 그녀의 입술이 덮쳐온다


"웁..선..생님...하아...웁..웁.."


그녀는 잠시 그렇게 키스를 하더니 곧 얼굴을 떨어트리고는 그녀의 손가락 끝으로 나의 콧등과 입술을 건드린다.


"하아...알아 나도...이러면 안되는거.."

"선생님..."

"걱정마..ㅋ 여기까지~"

"네?"

"여기까지 한다고.."

"아..."

"뭐야..아쉬운거야? 아쉬우면 더 하고~"

"아녜요 ㅋ 그게 뭐예요.."

"ㅋㅋ걱정마...가지고 노는건 아니니까.."

"ㅋㅋㅋ"

"하윤이랑 러브러브 니?"

"네? 아..뭐...그렇게 됐어요.."

"나랑 계속 이러면 죄책감도 들겠구나..?"

"그렇겠지만.."

"그렇겠지만?"

"그래도..헤헤 전 선생님 멀리하거나 밀어낼 생각 없어요^^ 그렇다고 막 함부로 대하겠다는것도 아니고..또 하윤이를 속이면서 선생님과 놀겠다는것도 아녜요..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제가 할 수 있는걸 해드리고 싶어요..그게 어떤건지 어떤식으로 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그래도..제가 뭔가를 해드릴 수 있다면...그걸로 선생님이 위로가 되고 편안해 지신다면..얼마든지 선생님 편에 있을 수 있어요..전 아직 어른도 아니고..선생님보다 많이 덜 살았지만..그런 선생님이 제가 위로가 된다고 하신다는게..사람이란 다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그러니까..선생님이야 말로..그렇게 어른인척..아 어른은 맞구나..다 괜찮은척..다 이겨낼 수 있는척..힘든데 안힘든척...안하셔도 된다구요...저..그대로 있을거니까.."

"아....."


내 바로 앞 그녀의 얼굴이 ,,,두 눈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그 큰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이더니 건드리기만해도 뚝 떨어질것같은 눈물을 머금고 있다.

하지만..참아내신다..

여전한 강인함인가...어른이란건가..


"체..쳇....어른을 울리면 못쓴단다..ㅋ"

"에? ㅋㅋ그러지 말라니까~"

"ㅋㅋ 그래도 뭐..좀 든든하긴 하네.."

"항상 너무 감사해요..제가 선생님을 위해서 뭔가 제대로 해드릴 수 있는게 없는거 같아서 죄송할 뿐이구요.."

"....니가 뽀뽀해봐.."

"네?"

"항상..내가 덮치잖아...자존심상하게..그니까..한번쯤은 니가 먼저 뽀뽀해보라구.."


그녀가 내 앞에서 눈을 살포시 감는다.

눈을 감으니 눈물을 한껏 머금고 있던 그녀의 한쪽 눈에서 눈물한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린다.

나는..그녀가 흘린 그 한줄기 눈물 자국을 따라 입술을 가져간다.

그녀가 흠칫 놀라며 움찔 거리더니 이내 몸을 살짝 떤다.

그녀의 뺨을 따라 올라간 내 입술이 어느덧 그녀의 속눈썹과 눈에 닿았고..그곳에 살짝 키스를 한후 그녀의 입술을 한번 쳐다보고는 뽀뽀를 했다.

보통때였으면 이 상황에선 그녀가 먼저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살짝만 벌린채 아직도 입술을 떨고 있다.

그렇게 한동안 뽀뽀만을 나누고 얼굴을 떼어내며 그녀의 입술을 내 혀로 살짝 핥았다.

그녀가 다시한번 놀란눈을 하며 흠칫 놀란다.

얼굴은 그녀답지않게 홍조를 띄고 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응? 아...으....아 미치겠네.."

"네? 왜요? 제가 뭐..잘못했나요?"

"완전 로맨틱 하잖아!!! 뭐 고삐리가 이런 키스를해?"

"에? 아하하하 그게 뭐예요~"

"어디서 배웠어~ 솔직히 말해~!! 아 정말..하윤이만 아니었으면 그냥 잡아먹었을텐데 아오.."

"아..하...하..."

"이거 이제보니..완전 선수 아냐?"

"에이...아녜요...그냥...선생님 답지않게 눈물을 흘리시니까..가여운 생각에...닦아주고는 싶은데..그냥 입술로.."

"아웅~~~~"


그녀가 기분좋은 표정을 하며 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위치상 나는 그녀의 가슴팍에 뭍히게 되었고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나의 머리를 부여잡고는 그녀의 가슴에 부벼대고 있다.


"파하...아우..숨막혀요~ 그나저나..이러고 계시면..너무 야하지 않아요?"

"응? 아...그런가? 그래도..덮치고 싶으면 덮쳐도 되~ 오늘은 봐줄께.."

"아 ㅋㅋㅋ 뭐예요 그게 ㅋㅋ 아 근데 선생님.."

"응?"

"아무리 그래도 전에 그런 남자같은 얼굴은 만나면 안돼요~"

"아하하하하 그치? 내가 너무 아깝지?"

"네..너무요.."

"하아..그러다가 노처녀 되어서 눈만 높아지면..시집못가...게다가 돌싱이구.."

"에이 그래도 선생님 정도면..아직 엄청나잖아요.."

"ㅋㅋ 말만이라도 고맙네..근데..재희...이거봐이거봐...이거 완전 선수야.."

"네? 제가 뭘.."

"너 지금 내 허벅지 완전 더듬고 있거든요?"

"엥?아 ㅋㅋㅋ 아 죄송해요 ㅋ 아...저도 모르게..이게 포지션상..제가 선생님 어딘가를 잡고 버티게 해드려야 하는데 허리를 잡자니 적나라하고 그렇다고 감싸앉자니 너무 가깝고.."

"완전 자연스러워..."

"아녜요 ㅋㅋ 손이 어디로 갈지 몰라서..그니까 내려오세요 이제~"

"하아..내려가기 싫다.."

"아 ㅋㅋㅋ "


그렇게 잠시 나의 다리위에 앉아있던 그녀는 곧 몸을 일으키더니 치마를 내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난 그런 그녀가 밉지않았다..

오히려 소녀같은 감성을 가진게 아닐까 하는 안쓰러움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젊다면 젊은 저 나이에 가슴아픈 이별을 하고 또 한사람의 책임자로 성인으로 우리들을 떠맡고 있다.

여간 부담이 되는게 아닐것이다..

기댈 곳이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아까의 내 말이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그녀는 나를 다시 바라보더니 생긋 웃어보인다.


"그럼 잘 부탁할게"

"네? 뭐를요?"

"참나..그새 잊어버렸냐? 붕어니? 참새니? 내가 의지할 수 있게 내 편이 되어준다며~ 기대라며?"

"아..ㅋ 얼마든지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ㅋㅋ 그래..조심해서 들어가고..아..태워줄까?"

"아녜요 그냥 바람쐬면서 걸어갈래요.."

"그래그럼...연습 잘하고..많이 못봐줘서 미안하다..그래도 이번엔 잘해보자 가서~"

"아 네~ 선생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응..고마워 재희야.."

"아녜요 저야말로..갈게요~"


양호실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길...

아직 그녀의 온기가 느껴지는 몸은 따뜻하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더 춥게 느껴지는 것일까..

차라도 얻어타고 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몸을 가까스로 싸메고는 어느덧 집에 도착을 한다.


"철컥"

"미안미안~ 배고팠지~ 빨리 밥해줄께~"

"이제 온거야?"

"아 응~ 아영이랑 재인인? 아..아영인 하윤이네 갔겠구나.."

"응..재인이도 따라갔어~ 같이 밥먹는다고.."

"그래? 넌 왜 안가고~"

"나까지 가면..너 혼자 밥먹잖아.."

"오오~ 정말 그이유땜에 나 기다린거야? 내가 만약 저녁먹고 오면 어쩔라고 했냐~"

"그럼 죽여버려야지.."

"헉.."

"치..농담이네요~ 니가 우리 꼬꼬마 세명을 놔두고 혼자 배신때릴 놈이 아니라는건 알고있다~"

"아하하하 스스로 꼬꼬마라 칭하다니..역시 인정하는것인가~"

"너없으면 밥을 쫄쫄 굶어서라도 시위하겠단 소리다 멍청아..배고파 ~ 빨리 밥해줘~"

"아..응~ 옷갈아입고 해줄께.."

"잠깐~ 일루와봐~"

"응? 왜?"


그녀는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며 내 주위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뭐야..왜 화장품 냄새같은게 나?"

"헉...어? 그래? 이..이상하네...뭐지?"

"뭐야..이재희 똑바로 불지못할까~"


그녀는 악마에다가 개코였던가..하긴 선생님과 그렇게 가까이 맞대고 있었으니 향기가 남아있을만도 했다.

나는 후딱 변명거리를 생각해 낸다.


"아..맞다맞다..아까 혜린선생님한테 잠깐 들렀잖아~"

"그래서~!!!! 둘이 부비부비라도 했냐?"

"아니 ㅋㅋㅋ 그런게 아니라...아 정말 향수를 어찌나 그렇게 뿌리셨던지..양호실에 향기가 진동하더라~"

"흐음...그래? 그래도 이건 여자의 향기다~ 얼른 씻구와~ 불쾌해~"

"ㅋㅋ 응"


뜨끔했지만 나름 잘 넘어갔다 싶었다.

그녀도 그렇게 쏘아붙히듯 말은 하긴했지만 싫은 내색은 없었다.

그래도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은가보다..

하긴 유진이마저 하윤이네 따라갔다면 적적한 저녁을 보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식사준비를 하는 내내 유진이는 식탁 의자에 앉아 나와 재잘재잘 떠들어 댄다.


"거실에서 티비보고 있어도 되~ 다 되면 부를께~"

"시러~ 여기 있을래~"

"그럼 좀 도와주던가~ ㅋㅋ"

"그건 더 시러~"

"아 ㅋㅋㅋㅋ"


간단히 저녁식사를 차리고 둘만의 조촐한 식사시간을 갖는다.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잘먹겠단 인사를 하고 이쁘게 먹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연이는 언제 보기로 한거야?"

"아..저녁먹고 잠깐 갔다올까 하구.."

"흐음...괜찮겠어?"

"응..니가 말했듯이 아까 나 너무 바보같았어...ㅋ"

"괜찮아..바보가 바보같은건 당연한거니까.."

"뭐야그게 ㅋㅋㅋ"

"ㅋㅋ그래서? 무슨말을 하려구?"

"글쎄..잘 모르겠지만..뭐라도 얘기하고 싶어서..제대로 인사도 하고싶구.."

"응..무리하지말구 인사나 제대로 하구와~"

"응 그럴라구"

"또 너무 늦지말구~"

"응? 아..ㅋ 그럴게~"


왠지모르게 든든한 그녀였다.

무심한듯 먹는데 집중하는것 처럼 보이는 그녀였지만 속으로는 나를 그만큼 걱정하고 위로해 주고 있었다.

굳이 말은 안하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럼 감정이었다..그녀의 표정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밥을 먹은 우리는 잠시 쉬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넌 나갈 준비해..설겆이는 내가 할께~"

"오오~ 왠일이셔? 절대 물은 안건드리더니~"

"참나~ 확 안할까부다~"

"아하하하 내가 해도 되~ 가서 쉬어~"

"됐어~ 얼른 준비하고 다녀오기나 해~ 그대신 일찍 와~"

"아 ㅋㅋ 알았어 귀여운것.."

"뭐..뭐야~!! 빨리 안가~!?"

"아 응!"


깔깔거리며 2층으로 올라와 옷을 챙겨 입는다.

밤이라 더 추울것 같아 두껍게 차려입고는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주방으로 향한다.

그녀는 고무장갑과 앞치마까지 두르고는 본격적인 설겆이를 하고있다.

꽤 조화가 잘어울렸다.

난 살짝 긴장한 마음을 스스로 풀어내려 그녀에게 장난스런 말투로 인사를 했다.


"여보~ 나 다녀올께~"

"에? 뭐...뭐라는거얏!!"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설겆이를 하던 숟가락 하나를 나에게 던진다.


"아야~!!아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짜 던지냐~"

"니..니가 갑자기 이상한 소릴 하니까!"

"음? 근데 보통때면 이런거 아무렇지않게 쓱 넘어가고 그러지 않아? 오히려 내가 더 용기를 낸 장난이었는데~"

"뭐...빨리 가기나해!!!"

"아..응~ 그럼 다녀올께~ 쉬구있어~"

"쳇.."


집을 나서고 생각해보니 의아하긴 했다..

평소대로라면 엄청난 내공으로 내가 여보~ 라고 했을때 응~ 여보~ 다녀와요~ 라고 반응을 보이는게 보통때의 그녀였을텐데..오늘따라 꽤 여성스럽다고 해야하나..

음..뭐 어쨌든..저런 모습도 의외이긴하지만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역시나 추웠다.

따뜻하게 입길 잘한듯 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가연이네로 향하고 있다 생각하니 살짝 긴장이된다.

하지만 아까보단 아니었다.

무슨말이든..아니 인사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어느덧 그녀의 집 대문 앞..

보통때는 아무렇지않게 초인종을 누르고 자동으로 이 문이 열렸을테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부담이 된다.


"딩동"

"철컥"


아직..그냥 문이 열리긴 한다..

오랜만에 지나가는 그녀의 집 정원..그리고 현관을 열고 들어가니 집사님과 그녀가 오히려 나를 맞이한다.


"응? 왜 나와있어.."

"집사님~ 저 그럼 나갔다 올께요~"

"추우신데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네~ 걱정마세요~ 가자 그럼"

"응? 어딜..?"

"그냥...바람 쐬고싶어서.."

"그래도 추울텐데..다리도 아직 재활중이라며.."

"괜찮아 이제 거의 다 나았어..그리고 따뜻하게 입어서..괜찮아"



우린 우선 집을 나서 말없이 걷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걷고만 있다.

그렇게 도착한곳은 역시나 오랜만에 와보는 뒷산 전망대 밴치..

이곳도 추억이 많은 곳이다..

내가 먼저 의자에 앉자 내 엉덩이를 통해 싸늘한 차가움이 온몸을 관통한다.

그녀가 앉으려는 찰나 내가 잠시 그녀를 만류한다.

나는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서 곱게 접은 후 그녀가 앉을 수 있게 방석처럼 의자에 갖다 놓는다.


"아..앉아보니까 너무 차갑길래.."

"응? 아하하 ㅋ갑작스런 섬세한 자상함이야~ ㅋ"

"아..그래도..추울까봐.."

"ㅋ 어쨌든 고마워.."


그제서야 그녀가 내가 깔아놓은 목도리 위에 털썩 주저앉는다.

우린 다시 몇분간 아무말이 없다.

바람이 세지는 않아 많이 춥진않았지만..그래도 계속 이러고 있다가는 몸의 체온이 내려갈 것만 같았다.


"저기..아깐 인사도 제대로 못했어...미안.."

"괜찮네요~ 나야말로 갑작스럽게 이렇게 된거라..경황도 없었어 그동안.."

"그러니까..너무 갑작스러웠어.."

"뭐,,그렇게 됐어..어쩌다보니.."

"혹시..나때문에..그러는건..."

"에? 야~ ㅋㅋ내가 누구처럼 그렇게 바본줄 아니?"

"뭐야..그 누구라 함은 나란말이냐?"

"그럼 너지 누구겠냐? ㅋㅋ 아냐 그런거..예전부터 생각해 왔던거구..그냥 연이 좋게 닿아서..기회가 생긴거야..뭐...너랑 헤어지고 나서..더 알아본게 많으니 니 영향이 있었다고도 할수 있겠네.."

"음...어쨌든...잘 됐으면 좋겠다..축하해.."

"응..."

"그리고 정말 미안...다른건 몰라도..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정말..몹쓸짓이 아닌가 하고 생각도 들고.."

"하아...그얘긴 이제 안해도 되...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거구..또 언젠가는 이해가 될날이 올지도 모르고...이해는 안되더라도..지금와서 뭐 왈가왈부하는것도 이상하구.."

"으응..그래도..너 정말 좋아하고..사랑했어...그건 진심이야.."

"....알아..나도.."

"아...."

"너한테 먼저 다가간것도 나였고..옛 생각이 나서..널 차지하려는 마음도 컸었구...더 함께 쭈욱 가까워졌으면 좋았겠지만..그건 그거대로 운이 아니었는가봐 ㅎ"

"미안해.."

"자꾸 사과하지마..나 사람 꽤 잘 봐~ 그리고 후회는 안해..물론..좀 예상치 못한 데서 한방 먹긴 했지만..그래도 니가 날 좋아하고 나도 널 좋아했다는 것만은..나도 믿어 의심치 않아.."

"응...진심이야.."

"그것마저 거짓이면..정말..비참할거야..ㅋ 그냥..너랑 좋은 추억이 된것같아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어.."

"응...고마워..."

"갈 때 되니까 자연스레 맘이 정리가 된거지..아직 널 다 용서 한건 아니니까..넌 좀 긴장해~!"

"응! 근데..어디로 가는거야? 연락은 할 수 있는거야?"

"진짜 연락 할거야?"

"응..가능하면.."

"흠..아직 정해지지않아서..모르겠지만..언니한텐 그래도 아마 먼저 연락하게 될테니까..너한테 전하라고 할게..물론 아영이나 유진이 애들한테도.."

"아..응.."

"뭐..나중에라도 다시 만나게 되면..재밌긴하겠다.."

"응..꼭 다시 봤음 좋겠다..어쨌든..다시한번 축하하고..다 잘되길 바랄게.."

"응..고마워...너도 애들이랑 잘지내고..잘 살구 있어~"

"응.."

"아 맞다...우리 집 이사갈거야~"

"응? 뭐가? 지금 니네 집? 여기 집?"

"응..아빠가 다른 병원땜에 가시게 되어서 큰 도시로 나가고..난 유학가고..뭐.."

"그럼 이집은?"

"여긴 별장처럼 쓰긴 할거야 아마..당분간 언니가 살겠지만.."

"아..선생님이 사는구나..그래도 갑자기 그 큰집에 혼자 살려면 적적하시겠다.."

"뭐 집사님이랑 아줌마는 그대로 계시니까..그리고 이제 그정도 스펙이면 좋은남자 만나서 언니도 빨리 결혼해야지~"

"아 응 그러네 ㅋ"

"어쨌든..언니도 잘부탁해~ 혼자 있는데..맘이 편치는 않아.."

"그래도 강한사람이니까 혜린선생님.."

"응..."

"너야말로 몸조심하고 잘 다녀와...언제 다시 올진 모르겠지만..힘내구..꼭 다시보자.."

"응...그러자...뭐 가기전에 다른 애들이랑 또 얘기 하겠지만..인사 전해주고.."

"응.."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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