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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3:04 1,876회 0건
1. 초면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사 온 건 6년쯤 전이다.

요즘이야 아파트 값에 거품이 거쳐 가고 있고 그로 인해 무리하게 은행 빚을 내서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하우스 푸어라는 호칭으로 전락하며 호된 고통을 당하고 있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나 내가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올 당시에는 강남과 목동지역을 시작으로 서울 시내에 아파트 투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서 웬만한 아파트는 종전 가격보다 보통 두세 배 올랐던 때였다.

그렇게 될 줄 모르고 다른 곳에서 살던 50평대 아파트를 싼 가격에 팔았던 나는 돈도 돈이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가격에 아파트를 다시 사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 없었고 마음이 내키지도 않아 아파트를 살 생각이 없었고 전세를 옮겨 다니던 때였다.

당시에 내가 서울 한 복판에서 전셋집을 고르는 기준은 우선 출근하는 사무실이 가까워서
출퇴근 교통전쟁에서 해방되고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출근할 수 있는 위치와 접근성의 문제를 가장 중요시했고 거기에다가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왕이면 주변에 녹지와 편의시설이 좋았으면 하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마침 마음에 드는 50평대의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마음에 들어서 전세로 입주했는데 내 집은 아니었지만 아파트의 세대 수도 얼마 안 되어 조용하고 단지 전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이면서 주변엔 대형 공원과 녹지가 좋고 가까운 곳에 지하철 노선도 두 개나 지나고 있어서 교통도 편리했기에 참 마음에 드는 집을 잘 만났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그런데 전세 든 지 6개월 만에 해외로 유학 간 집 주인 손자가 한국으로 들어 올 생각 없이 그 나라에 눌러 앉기 위해 집을 사달라고 한다면서 주인 할아버지는 급히 집을 팔아야하게 되었다고 이사비용은 충분히 줄 터이니 미안하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던 가 아니면 그 집을 사서 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전세를 소개했던 복덕방으로부터 나한테 들어왔다.

집값을 흥정해보니 집 주인이, 늘그막에 내 집에 살던 사람을 내 보내는 경우없는 짓을 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만큼 매우 양심적인 사람이었고 중간에 있는 부동산 소개업소의 역할도 좋았던 덕분에 남들 보다는 꽤 저렴한 가격에 집을 샀고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자리 잡으며 안정돼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그리 활동적인 성격이 아닌 아내도 처음에 전세 입주 했을 때, 비록 돈이 없어서 전세로 입주한 것은 아니지만 남들은 모두 제집에 살고 있는데 자신만이 전세로 들어와 있다는 묘한 자격지심 때문에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다가 얼떨결에 내 집으로 바뀌고 나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 아줌마들과 조금씩 어울리기도 하고 반상회 같은 곳에 나가는 것도 눈에 보였고 가끔씩 동네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려고 집에 들렀는데 내가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을 때 전용으로 쓰는 베란다 앞의 전망 좋은 탁자에 아내와 어떤 여인이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나를 맞아 주었다.

내가 들어서자 아내와 그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아내는, 9층에 사는 가은이 엄마인데 서로 친해져서 커피 한 잔 하고 있었다며 인사를 시켰고 약간 수줍은 표정의 그녀도 다소곳이 웃으면서 나를 보고, 민영이 아빠 전용시설을 써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기에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금방 나갈 거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재미있게 얘기 나누라고 별 생각 없이 일상적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

처음엔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아내와 가은이 엄마를 뒤로 하고 나가면서 다시 마주치게 되어 자세히 보니까 조금 작고 아담한 키에 가냘픈 몸매의 여인이었고 얼굴은 피부가 아주 희고 눈이 맑고 큰 편이었으며 입과 코가 작고 예쁘게 균형 잡혀서 전형적으로 동양적인 미모가 빼어났으며 참으로 단아하고 청순한 여인이었다.

헤어스타일은 동네 아줌마들한테서 흔히 보는 뽀글뽀글 파마가 아니라 작고 흰 얼굴에 잘 어울리는 세련된 스트레이트파마에 앞머리를 시원스럽게 뒤로 넘긴 모습은 마치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인처럼 지적인 매력도 강하게 풍겼다.

웃는 모습이 잔잔하고 예쁜데다가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이는 이른 봄날에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꽃잎 같이 아름다워서 하얀 피부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보기 드문 품격과 미모를 갖추었고 품성도 마냥 밝아보여서 애 엄마라기보다는 왕국의 귀여운 공주 같은 인상이었고 그런 여인이 내 집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나갔다.

그 후로도 아내와 그녀는 5층에 있는 내 집과 9층에 있는 그녀의 집을 수시로 오가며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었고 나도 가끔은 우리 집안에서 또는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와 마주치고 인사하는 사이가 되어갔다.

어떤 때는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그녀의 귀엽게 생긴 딸 가은이의 인사를 받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그녀의 남편과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는데 가은이 아빠 즉, 그녀의 남편은 키가 훤칠하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좋은 인상의 남자였다.

아내에게서 들으니 가은이 아빠는 나와 비슷한 마흔 일곱이고 과거에 부장판사를 하다가 지금은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개업해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내는 그 당시에 가은이 엄마의 나이는 마흔 셋인데 피아노를 전공했고 친정집이 아주 부자라는 것 등의 말들을 내가 묻지도 않는데 주저리주저리 해주었으며 나이가 가은이 엄마보다 세 살 더 많은 내 아내 민영이 엄마와 9층의 가은이 엄마는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으로 통하는 이웃으로 친해져갔다.

평소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은 목사, 판검사, 변호사, 보험설계사 등인데 다른 건 몰라도 평소의 내 성향은 목사, 판검사나 변호사 따위들을 별로 대단치 않게 생각하고 존중하지도 않는 편이었기에 그런 면에서 가은이 아빠는 우선 내게 있어서 별스럽지 않게 하찮은 사람의 이미지를 갖게 했지만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가은이네 가족과 그냥 평범한 동네 사람의 인연으로 지내던 중인데 아내는 그것보다는 좀 더 절친한 관계로 지내는 것 같았고 가끔 마주치거나 아내로부터 소식을 듣게 되는 가은이 엄마는 백옥처럼 희고 예쁜 얼굴과 조용하면서 화사한 미소 때문에 참 예쁜 여인이란 생각이 내 머릿속에 굳어갈 즈음,

어느 날 아내와 서해안에 갔던 길에 싱싱하고 맛좋은 꽃게탕을 먹고 꽃게를 사가지고 오는데 돈에 관한 한 나보다는 더 절약형인 아내가 그날만은 꽤 비싼 가격에도 불문하고 꽃게를 좀 더 많이 사려고 했고 포장을 두 개로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날의 꽃게 값은 내가 내는 돈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가은이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고 재미있게 다녀왔느냐고 인사하는 가은이 엄마에게 꽤 묵직한 꽃게 상자를 건네면서 맛있는 거니까 가은이 아빠에게 게장백반이나 꽃게무침을 해주라고 하면서 자상한 친언니처럼 이것저것 양념 까지 챙겨주는 친분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때 까지는 언니, 동생 하는 이웃 간에 흔히 있는 인심으로 여기고 별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사무실에서 일에 관한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와서 매우 들뜬 목소리로 이번 주말에 가은이 아빠가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하자고 하니까 주말 저녁 시간은 비워두라는 것이었다.

그런 정도의 일이라면 부부간에 굳이 따로 전화를 걸어서 얘기할 필요도 없이 퇴근 후에 말하면 되는 일인데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들떠 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는 했지만 지난 번에 꽃게를 선물 받았던 일로 아마 그쪽에서 답례 차원의 식사 초청을 했나보다 하는 짐작을 하며 넘어갔다.

주말 토요일에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일식집의 조용한 방에서 가은이네 부부와 우리 부부는 마주 앉았고 평소에는 요란스럽게 별로 모양을 내지 않는 편인 아내가 그날따라 한껏 모양을 낸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괜찮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꽤 예쁜 모습이었을 게다.

가은이 엄마는 아래 위 엷은 브라운 계통의 흰색에 가까운 투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환하고 잔잔하게 웃는 얼굴과 어우러져 천사가 따로 없을 만큼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었다.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잔을 부딪치면서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했고 아내는 다른 때에 비해서 훨씬 활기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은이 아빠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서글서글하고 진실성이 보여서 좋은 감정을 가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가은이 아빠에게 잠깐 동안, 우리나라 법조계가 사람의 유. 무죄를 논함에 있어서 돈과 인맥이 좌우하는 병폐에 너무 많이 병들어 있다는 논조로 공격한 적이 있는데 가은이 아빠는 그런 지적을 받아도 아무 할 말이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자신들의 허물을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는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종전과는 다른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필 그런 말을 왜 이런 자리에서 하느냐는 신호로 옆구리를 찔러오며 제지하는 아내의 뜻도 일리가 있기에 그날은 그렇게 적당히 넘어갔다.

식사 중에 가은이 아빠는 내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내 아내를 칭찬하고 챙기는 일에 열심이라서 그는 원래 자상한 편인가 보다 하면서도 자상한 편이 못되는 내 성격으로는 조금 불편한 일이었지만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나도 가은이 엄마를 많이 칭찬하고 어느 정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했다.

그리고 가은이 엄마는 칭찬과 예우를 충분히 받아도 될 만큼 충분이 예쁘고 귀엽고 정이 가는 여자였고 눈에 띄게 섹시하지는 않았지만 않고 고혹적이고 잔잔한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남자의 마음을 끌어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남자들이 밖에서 하는 식사는 대개 접대성 영업용 식사이거나 체면치레하기에 바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날은 정말 기분 좋고 풍성하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식사였고 내가 그렇게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된 건 가은이 엄마가 함께 한 자리였기 때문임을 빼고 얘기할 수는 없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후식으로 과일과 매실 차 한 잔씩을 마시면서 가은이 아빠는 지난번에 보내준 꽃게를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입을 열고는 내 아내 민영이 엄마에게 주려고 준비했다면서 선물을 꺼내들었는데 아내가 너무 기뻐하는 얼굴로 선물 상자를 펴놓고 보니 얼핏 보기에도 화려하고 꽤 값이 나가는 속옷이 들어 있었다.

남의 남자가 내 아내에게 선물로 고급 속옷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에 어색한 표정을 지었는데, 가은이 엄마가 웃으면서 언니 선물 준비는 자신이 했고 언니가 이런 속옷을 입으면 더욱 예쁠 거 같아서 사왔다고 설명하고 나서자 나는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찾고도 남았다.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마음껏 기분이 좋아 진 아내가 우리 나가서 노래방이라도 가야지 이대로 헤어지면 더 친해 질 기회를 잃는 것이니 반드시 그렇게 해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나머지 세 사람이 웃으며 동의했고 오늘 이처럼 좋은 만남의 뒤풀이는 내가 담당하겠다고 제안하면서 근처 노래방 중에 가장 최신 시설을 갖췄다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노래방에서는 주인이 권하는 답답하고 좁은 룸을 거절하고 충분히 넓은 고급 룸을 선택하고 맥주를 시켰는데 아무도 먼저 노래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맥주를 두어 잔씩 마시다가 부득이 내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고 빠르고 신나는 노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체질이기에 분위기 있는 노래를 골랐더니 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차! 싶어서 노래를 잘못 골랐나 했는데 노래가 끝나고 나니 노래가 너무 분위기 있고 좋아서 모두들 숨을 죽이고 있었다며 듣기에 과히 싫지 않은 칭찬들을 해댔다.

특히 가은이 엄마의 놀라는 표정은 압권이었는데, 박수를 치면서 이 분위기가 너무 좋고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놀랐다며 다른 사람들이 노래하기에는 좀 찌그러질 분위기이니 한 곡 더하라고 권하는데 그냥 속 보이는 인사치레만은 아닌 듯했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내 아내를 옆으로 끌어들여 허리를 끼고 노래를 불렀고 가은이네 부부에게는 춤을 추라고 권했으며 두 쌍의 부부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분위기에서 노래를 끝내고는 마이크를 가은이 엄마에게 넘겼다.

가은이 엄마가 부르는 노래 자체는 선곡도 별로였고 생각보다는 노래 솜씨도 별로였는데 그럼에도 열심히 부르는 그녀는 참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는 요정 같았다.

이어서 내 아내가 마이크를 잡았는데 가은이 아빠가 아내 옆에 서더니 아내의 노래에 박자를 맞추며 파트너처럼 다가갔다.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가은이 엄마와 마주서서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 끌어들이면서 잘 못 추는 춤이지만 부루스를 추었고 그 모양새가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스텝을 밟는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에 관심은 없었고 가은이 엄마를 포근하게 내 품으로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귓불에 내 입술이 닿을까 말까한 자세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몸에서는 아주 향긋한 체취가 흘러나왔고 수줍은 듯 작은 떨림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술김에 다른 여자를 끌어 앉고 있을 때 흔히 생기는 남자의 현상인 아랫도리 발기 같은 건 없었다.

만일 그렇게 되어서 가은이 엄마가 눈치를 채는 일이 있다면 그건 어여쁘고 순수한 가은이 엄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긴 해도 이렇게 우아하고 귀엽고 아늑한 여인의 품에서 무뚝뚝하게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조용히 속삭이면서 가벼운 스텝을 밟았다.


“가은이 엄마!.....”

“네?”

“가은이 엄마는 정말 천사처럼 예뻐요!.... 이런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고마워요!...민영이 아빠는 정말 멋진 분이세요!...”

“아하!.... 이거 술이 더 당기는데요? 가은이 엄마한테 칭찬을 받으니 온몸이 떨리려고 해요!”

“어머! 괜히 하는 말 아니에요. 어쩌면 그렇게 남자답게 당당하고 말씀도 잘 하시는지.....”

“네, 내가 좀 건방진 데가 있기는 하죠. 근데 그게 잘 안 고쳐져요 후후.....”

“아니에요, 실은 민영이 아빠 맨 처음 보던 순간부터 그 매력에 빠졌어요. 호호호!.....”

“허허!.... 난 가은이 엄마 처음 봤을 때는 특별한 생각이 없었는데 그게.... 지금은.....”

“지금은 어떤데요?.....”

“보면 볼수록 가은이 엄마는 예쁘고 매력 있고 아름다운 분이란 걸 깨달으면서 솔직히 마음속으로는 조금.... 응큼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호호!.... 그러세요?...... 그치만 상대가 민영이 아빠니까 기분 나쁘진 않네요!”

“이거... 용기가 생겨서 큰일 났네요!.... 함께 책임 져야겠는데요?.....”

“공동책임이란 말이죠?... 호호호!.....”

.................

.........................................

...........................................................................



그녀와 나는 분명, 생각보다도 빨리 가까워져가고 있었고 평소에는 그냥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의 관계에서 이날부터는 누에고치가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처럼 작은 운명의 끈이 그녀와 나 사이를 연결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은이 엄마와 춤을 추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는 사이 가은이 아빠와 내 아내의 노래가 끝나서 다시 내 차례가 되었는데 가은이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아내를 끌어 앉고 춤추는 포즈를 잡았고 가은이 엄마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노래 부르는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고 몸을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며 좋아했다.

노래 부르는 중에도 노래를 열창하는 척 포즈를 취하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옆 눈질로 잠깐씩 아내와 가은이 아빠를 살폈는데 처음에는 비교적 자연스럽던 그들의 자세가 점차 더욱 가까이 끌어 앉는 것처럼 보였다.

춤을 추는 그 두 사람의 얼굴과 얼굴이 최대한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내 노래가 끝나 가는데 맞춰서 그들의 춤이 한 타임 끝날 무렵엔 내 아내의 입술이 키가 훨씬 큰 가은이 아빠 얼굴에 살짝 스치지 않았나 하는 착각이 들만큼 내 아내가 적극적인 게 보였고 그에 따라서 그들이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내 노래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지만 이 순간 나도 모르게 옆에 있는 가은이 엄마의 허리를 거부감이 가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끌어당겨서 내 몸에 가까이 오도록 밀착 시켰고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을 허리에서 조금씩 더 올려서 젖무덤 가까이 가져가고 싶었지만 마음만 그럴 뿐 그이상의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그랬구나! 내 마누라가 유난히도 가은이네 집에 자주 드나들고 먹을 것이라도 생기면 가은이 아빠에게 주라면서 수시로 챙겨주던 것들이 결국은 가은이 아빠에게 마음이 끌려 있었기에 그런 것이었구나!.....

내 눈앞에서 안개가 걷히는 듯한 깨달음을 느끼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걸 감수하고 있었다.

내 노래가 끝나고 가은이 엄마에게 마이크를 넘긴 후 나는 가은이 엄마와 웃는 얼굴로 자주 눈길을 마주치면서 양 팔로 가은이 엄마의 허리 위 부분을 감아서 껴안는 자세를 취하고 눈 아래 블라우스 가슴라인으로 사이로 살짝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봉곳하고 귀여운 젖가슴을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최대한 신사도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당장 내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문제인 아내의 문제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내 아내가 지금처럼 가은이 아빠와 좋아하는 정도의 사이에서 만일에 적극적으로 사귀고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이라도 한다면?....

그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기회에 편승해서 가은이 엄마와 내가 사귈 수도 있는 것이기에 크게 기분 나쁜 일도 아니라는 평소의 나답지 않은 이중적이고 얄팍한 사고가 잠깐 머리를 스치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들어간 노래방에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 내내 틈틈이 아내와 가은이 아빠의 자세와 표정들을 지속적으로 살필 수밖에 없었는데 남자의 손이 거의 아내의 엉덩이 부분까지 내려와 있는 걸 보면 두 남녀 간의 감성은 아무래도 뜨겁게 진행되는 중인 것 같았다.

가은이 엄마의 노래 한 곡이 끝나가고 마이크를 내릴 무렵 아내와 가은이 아빠는 아쉬운 듯 서로 떨어지면서 이번에는 가은이 아빠의 입술이 아내의 얼굴에 살짝 스치는 것이 보였다.

그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앞으로 나올 때 무심코 바라본 가은이 아빠의 바지 앞섶이 불뚝 솟아 있는 걸 보면서 나는 더욱 더 확증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쯤 아내의 다리 사이에도 열기가 뜨거울 테고 꽤 많이 젖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화가 나면서도 내 아랫도리에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건 왜인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으로 함께 들어와 즐기는 노래방에서 어느새 자연스럽게도 아내와 가은이 아빠가 한 커플이 되어갔고 나와 가은이 엄마가 또 다른 한 커플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오면서 남녀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고 그것이 그리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가은이 엄마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서며 빠져 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합리화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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