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장이라 쓰고, 프롤로그라 읽는다.

올해 38살 정시은.
168에 58. 뽀얀 피부에 서구적이고 지적인 얼굴.
가는 몸매지만 적당히 풍만한 가슴과 나잇살은 있지만 20대 못지 않은 좋은 몸매를 유지.
빵빵한 엉덩이를 타고 내려오는 적당히 통통한 허벅지,
그리고 가느다란 종아리를 가진 전형적인 서구형 몸매.
성적은 늘 좋았으나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S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본사에서 지방 방문차 방문한 14살 차이나는 과장한테 꾀여,
삼개월만에 결혼했고, 혼전임신으로 이른 21살 봄에 아들을 출산하였다.
출산 후에 몸이 망가질까봐 많이 걱정하며,
관리를 잘 한 덕분인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적당히 통통하지만,
갸름하고 동안인 얼굴 덕분에 동네 동갑내기 아줌마들한테
아직도 새내기라는 별명아닌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남편 김정욱.
정시은과 결혼당시 S자동차 과장. 지방 출장때 정시은을 만나 3개월만에 결혼.
아들 김수혁이 태어난지 한달도 채 안된 결혼 10개월차,
지방 출장길에서 졸음운전으로 트레일러와 추돌사고 후 하반신 불구.
가족들도 나몰라라 하던 남편을 정시은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폈으나 지금으로부터 1년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끝내 자살.

아들 17살 김수혁.
174에 64. 호리호리한 체구에 순둥이같이 생긴 아들.
아버지의 부재에도 엄마의 지극사랑 덕분인지 다행히 전혀 어긋난 길로 빠지지않고 명문 H고등학교에 입학.
어릴때써부터 성격이 밝고 사교성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고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

남편의 사고후에, 남편도 그렇지만 나 또한 많이 힘들었다.
몇번이나 한밤중에 일어나 목매어 울며 "죽일려면 죽이지.. 살아서 미안하다"며 내게 고개 숙일 때.
사실, 남편이 불쌍하다는 생각보단 나도 정말 힘들다고, 나도 지금 포기하고 싶다고 소리치고 싶었었다.
그렇게 속으로 꾹꾹 참으며 불쌍한 남편을 보듬고 또 보듬으며,
남편이 활력을 되찾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무엇보다 날 힘들게 했던건 바로 집안의 재정상황이었다.
남편과 결혼직후 나는 바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었었다.
무엇보다 수혁이를 임신한 상태라 당시에는 일을 더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이 사고로 크게 다치자,
무엇보다 앞서 걱정榮?것은 바로 생계비와 차후에 수혁이의 교육비였다.
사실, 그간 남편이 모은 돈이나, 사고로 받은 보험금이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각없이 그 돈을 놀면서 펑펑 써버릴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게 너나 나나 한다는 보험설계사였다.
계기는 무엇보다 공장에 비해 자유로운 시간대 때문이었다.
수혁이가 갓난아기일때라, 어느정도 시간대가 편한 직업군을 찾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듣기론 열이면 거의 열명이 가족들과 지인들을 끌여들여 가입시킨 영업수당으로 간신히 버틴다고 했다.
그마저도 곧 주변에 가입시킬 인맥이 떨어지면 적은 월급과 팀장의 눈치때문에 다들 그만둔다는 보험설계사.
사실, 나는 보험설계사라는 일이 처음부터 너무나 힘들었다.
주변에 있는 친구라곤 고등학교 동창 몇 명이 전부였고,
가족들도 형편이 좋지 않아 날 위해 보험을 들어준다는건 힘든 상황이었다.
거기다 평소 조용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인지, 사람들한테 살갑게 다가가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다른 직업을 찾아볼까, 하며 마음이 약해진게 한 두번이 아니다.
아니, 그때문에 힘들었다기보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물통에 들어찬 남편의 오물냄새와 시큼한 약 냄새들이 날 더 질리게 했던 것 같다.
사실 그런 나에겐 수혁이의 힘이 컸다. 그 작은 핏덩이가 벌써 이만큼 자라서,
한번씩 날 보면서 환하게 웃는걸 볼때마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절로 힘이 났다.
보험을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익이 적어도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했다.
나같이 가족의 누군가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적어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돌파구를 만들어주려는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실적은 나날이 좋아졌다.
물론, 남편의 거동도 불편하고 수혁이가 갓난아기 일 땐,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사시던 어머니집에 수혁이를 맡기고 출퇴근을 했었다.

그렇게 수혁이를 출산하고 수혁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남편이 끝내 자살했다.
슬퍼서 울었다기보단,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간 10여년의 젊은 내 시절이 덧없이 느껴져 더 슬펐던 것 같다.
남편의 상을 치르고 수혁이까지 돌보랴 일도 나가랴 정말 눈코틀새 없이 바쁘게 지낸 것 같다.
집도 적당한 가격에 팔아치우고 근처의 작은 평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당시엔 어째선지 남편과의 기억을 생각나게하는 그 장소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38살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