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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3:02 660회 0건
어느날 그렇게 그는 내게 다가왔다.

그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났다. 검은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어느 한적한 공간에서...



평소에 이년 안가리고 다 먹던 나에게 친구들은 질투와 찬사를 동시에 보냈었다.

그런 관심을 내심 자랑스러워했었고, 근근히 여자친구 또한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조차

더욱 탄력을 받아 나의 성생활은 이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이러한

나의 자유분방한, 어쩌면 방탕환 생활 탓에 항상 애인이 생기면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먹었던 년들 중에 꽤나 많은 비중의 여자들이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내 여자친구의 얼굴에 그 년들의 얼굴과 몸짓, 소리가 오버랩되는

참 기이한 현상이 가끔씩 벌어지곤 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의심의 눈초리와 전화 등을

하면서 여자친구를 괴롭혔고, 그덕에 정말 많은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나의

의처증에 가까운 모습을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고 좋게 해석한 여자친구 덕택에 위태위태하면서도

안정적인 그런 연애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새로운 년과의 만족스런 섹스를 즐긴 후 유유히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들어서면서 한적한 공원 옆을 지나가고 있는 찰나

누군가 갑자기 스윽하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평소엔 그런거에 큰 놀라움을 보이지 않을 나였으나, 왠일인지

그 날은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단말마의 비명이 나올뻔하였으나 가까스로 목구멍으로 넘기고

정체모를 그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3초간 쳐다보았을까 미동도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그 남자에게선

어딘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졌다. 작은 키에 왠지 모를 스산함, 말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그에게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발걸음도, 목소리조차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 아저씨. 혜주라고 알아요 ? "

순간적으로 말 잘듣는 학생이 된 것처럼 나는 골똘히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혜주 ? 혜주가 누구지 ... 아 누굴까 기억을 떠올려보자... 누구야 시발"

"글쎄..?... 요? " 타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말하였다.

"아저씨, 혜주 몰라요 ?"

그는 다시 한번 같은 억양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순간 스치듯이 지나가는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지금처럼

공포스러운 분위기와는 맞지않는 정말 섹스러운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면 혜주는 어느 여자와 달리 잠깐 스쳐지나간 여자는 아니였다. 물론 그렇다고 깊은

사랑에 빠진 사이도 아니였지만 말이다. 친구와 애인사이의 여자라고나 할까.. 딱히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그런여자였다. 사실 그녀의 이름을 듣고 바로 떠오르지 않앗던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단순하게 그녀의 이름

말고는(그 이름 또한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동안 그녀를 만났던 것은 왠지 모를 신비감과 묘한 분위기, 그리고 침대에서 내가 난생 처음 겪고 느낀

그러한 감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록 그녀 자체에 대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녀의 얼굴과 몸, 향기, 그리고 소리까

지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 아주 또렷하게, 아니 뚜렷하게 각인이 되어 있었다.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탱그르르 흐를 것 같은 고운 머릿결, 볼터치를 하지 않아도 하얀 피부에 조화가 잘 되어있는

얼굴과 쇄내적이면서도 묘? 향기를 뿜어내는 눈빛과 발그레하고 짙은 레드색이 묻어져 있는 입술.

쇄골에서부터 내려오는 등성이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발견 할 수 있는 선홍빛 유두. 내 손길이 닿으면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형상으로 딱딱해 지던 그 곳. 그리고 그 아래 신비의 샘물과 같이 언제나 애액을 뿜어내면

서 나를 반갑게 맞이 하던 그녀의 비너스까지...

평소에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자신의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였다. 유일하게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있

다면 꽤나 오래 만났던 남자친구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 어찌?나 또한 그게 편하였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

을 육체의 대화로 할애하였다. 언제부터인지도, 언제까지인지도 기약도않는 만남이였지만 그러한 만남자체가 내

삶에 알게모르게 큰 힘과 원동력이 되었고, 당연한 내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그녀가 내게 어느날 내게

말하였다.

"나 남자친구가 청혼했어."

나는 짐짓 놀라지 않는척하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 잘楹?."

"근데 걔는 내가 이러는 줄 몰라."

"아.. 그래 ? 그래도 그 남자가 너 많이 사랑해주면 결혼하는 것도 괜찮치 않을까..?"

"글쎄.. 모르겠다 나도 잘."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났고, 별 생각 없이 그렇게 몇일이 흘렀었다. 그러고는 돌연 사라진 그녀였다.

잠깐의 상념에서 벗어나 그에게 나는 힘겹게 대답하였다.

"아.. 혜주 알아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거죠 ?"

"제가 그 여자 남편될 사람이었거든요."

아.. 이 남자가 그녀에게 청혼한 그 여자였구나. 정말 안어울리는 한쌍이였네. 근데 뭐 어쩌라는거지

"저요 아저씨랑 혜주가 만났던 거 다 알고있었어요. 그래도 나 그녀가 내옆에 평생 있어준다면 다 묻어두고

용서할려고 했었어요. 근데요 혜주는 그렇게 못하겠데요. 그러곤 그냥 떠났어요 제 곁을. "

".........." 뭐지 이 새끼는. 정신이 좀 돌아오면서 하찮아 보이는 그 놈에세거 적대감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생각하는거죠 ? 뭐 어쩔 거 없어요. 그냥 아저씬 아저씨 인생을 살아가면 되요. 근데말이죠

그냥 곱게 행복하게 살면 제가 억울하자나요. 제가 정말 미친듯이 매달리고 생각하고 해봤는데요 누굴 원망해야

될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아저씨를 선택했어요. "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황당한 소리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나를 선택했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말이지 ?

"그게 무슨 말인지요 ?"

"제 말이 말도 안되고 웃기게 들리시겠지만요 지금부터 아저씨 저주할려구요. "

"뭐라구요 ? 아니... 거 참.. 사람이 경우가 있지 이게 무슨 경우인가요 ㅋㅋㅋ 갑자기 나타난 것도 모자라서 날

저주한다니.. 아 그래요 그 쪽이 그렇게 된 건 참 안타깝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나오시면 안되죠. 얘기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나 본데 저는 그런거에 취미도 없고 흥미도 없으니깐 가던길

마저가세요. 나 참 황당해서 "

그러곤 별 일 아닌 듯 돌아서려는데 그는 아무말이 없었다. 역시 더 할 말이 없나보군 하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나즈막하게 그가 말하는 것이다.

"저주받은 자가 될 수도, 선택받은 자가 될수도 있어요 아저씨."

더 이상 실갱이 벌이고 싶지도 않고 귀찮은 마음이 부쩍 커져버린 탓에 가던길로 나는 향하였고 그 날의 일은 그렇

게 잊혀져가는 듯 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웬일인지 모르지만 그 날따라 혼자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차

를 끌고 양평의 한 펜션으로 향하였다. 나에게 남한강이란 존재는 끝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그러한 장소라는 생

각에 밤 늦은 시각에 몸을 움직였다. 펜션에 도착 후 짐을 풀고 강이 바라보이는 쪽으로 향하여 앉아서 담배 한가치

를 입에 물고 강가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그 연기를 바라보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기 끝을 눈으로 따

라 올라가다보니 암흑 같은 밤이 내 위에 광할히 펼쳐져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져 하늘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보다보니 문득 내가 핀 담배연기와 검은 구름이 한데 뭉쳐

진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 이게 왠걸 정말로 그런 현상이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더

니 그 연기가 점점 내 몸을 감싸면서 나선형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시발 이게 뭐야 ......"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다 뒤로 자빠지며 쿵 하고 머리부터 부H혔고, 꿈인지 기절인지 모

른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꿈일거야.. 꿈일거야.. 그렇게 되내이고 있는데 슬며시도 아니고 갑자기 정체불명의 물체가. 아니 사람의 머리가

내 앞으로 쑥 하고 나타난 것이다. 아 이새끼는 그 새끼.

"아저씨. 내가 말했자나요. 아저씨 선택했다고. 꿈에서 깨어나도 놀라지 말아요. 이제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테

니깐요."

"뭐야 이새끼가 장난질 그만해 개새끼야!!!!"

하고 그 놈을 후려 갈기려는 찰나. 탁 하고 일어나보니 아.. 꿈이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확 밀려왔다. 얹짢은 기분을

담배 한가치로 풀려고 담배를 짚으려는데.. 어라 ? 내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응? 뭐지 아직도 꿈인가 하는 생

각에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깊게 빨아보지만, 역시나 내 손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놀랄만

한 상황을 나는 전혀 놀랍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담배 한대를 끝까지 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놈이 말한 저주이자 선택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저주라기보다는 오히려 신이 내개 주신 선택이라

는 결론에 이르렀다. 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영화에서나 봤던 투명화 된다는 그 것이 내몸을 덮고 있다니. 갑자

기 기쁨에 들 떠 소리를 질르면서 큰 웃음을 터뜨렸다.

" 아하하하하 이거야 그게 ??"

한참을 웃고 나니 어느덧 몸은 제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담배 한가치를 입에물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까 속으로 되내이다 보니 또 다시 몸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다보니 정말 웃기

지도 않게 몸의 변화의 키워드는 담배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앞으로 일어날 흥미진진한 일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후후후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애써 누르면서 이걸 어떻게 이용해볼까 생각하다 무작정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곤 나의 현재 사랑스런 그녀.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응 나야. 우리 영선이 뭐해 ? ㅋㅋㅋ 오빠 오늘 기분 좋은데 같이 술한잔 하자~~?"

"응? 왜 갑자기 술이야.. 평소에 술도 잘 안먹으면서.. ㅋㅋ 근데 오빠 나 오늘 일 끝나고 회식있어서 그런데

담에 가면 안될까요 ? "

"음... 뭐 그럼.. 할 수 없지.. 회식은 어디서 하는데 ?"

"아 나 늘 하던데 있자나. 청량리 근방에서 ~"

"아.. 그렇구나 그럼 이따 내가 데릴러 갈까 ?"

"아냐 오빠 귀찮게 뭐하러 ~ 늦게까지 있을거 아니니깐 지하철 타구 가면되요~ "

"그래 그럼 뭐 조심히 들어가구. 이따 연락해요!"


하고 연락을 끊고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회식이라고 ? 분명 어제는 오늘 별 일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잠시 잊고 있었던 의처증이 조심스레 피어오르더니 급기야 내 뇌를 모두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요즘 별 이상한 일을 다 겪어서 기억이 헷갈린걸 꺼야.. 하고 자신을 다독이며 천천히 서울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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