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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3:00 633회 0건
제8화


종업원이 저녁 식탁을 치우고 나갔다. 문이 닫히자 마자 지훈은 유미를 눕혔다. 그 뒤로 몇번이고 절정으로 치달았는지 몰랐다. 하늘을 찌를듯이 단단하게 일어선 자지는 물론이고 손가락으로, 혀로, 입술로 온몸을 애무당하고 빨리고 만져졌다. 쉴틈도 없이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음란한 신음소리를 끊임없이 흘려댔었다. 귓가에 ‘아무데도 보내지 않겠다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속삭임을 반복하면서 지훈은 유미를 몰아붙였다. 몸과 몸을 맞대어 서로를 원한다기 보다, 그건 일방적인 행위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거친 호흡을 내 뱉으면서.. 멍하니 생각했다.

“아… 시…싫어… 아아~ 이제.. 그…그만…”

온통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한쪽으로 집어 던지듯 치운 지훈이 방 한가온데 놓여있던 테이블을 다시 그자리로 가지고 왔다. 끊이 끊어진 인형처럼 가슴과 보지를 가릴 생각도 못한채 누워 있던 유미를 안아들더니 테이블 위에 앉혔다.

“지..지훈아.. 왜.. 왜 그래..? 이제.. 그..그만하자 ,,, 응?”

하지만 말 뿐이었다. 저하항 기력도 체력도 남아 있지가 못했다. 지훈의 손길이 이끄는대로 테이블 위에 앉은 유미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지훈의 손엔 목욕가운에서 떼어 낸 허리끈이 들려있었다. 가는 유미의 손목을 뒤로 하고 묶어가기 시작했다.

“으..으응? 왜… 왜그래…? 시..싫어… 제발… 부탁이야…”

“가만히 있어봐요… 누나가 더 좋아할 거 같은데… “

손목을 묶은 지훈이 이번엔 발목을 잡고 벌린 다음 테이블 아래쪽으로 내렸다.

“시..싫어.. 이런 거… 제발.. 지훈아.. 응?”

유미의 애원은 무시당했다. 못들은 척하며 지훈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테이블 다리에 유미의 발목을 묶기 시작했다.

“너…너무해.. 이런 거.. 싫어…푸…풀어줘….”

“이러지 마.. 응? 지훈아.. 제발…”

묶인 채 지훈을 올려다 보며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는 유미의 고개를 따라 빨간 리본으로 묶은 긴 머러가 흔들렸다. 다리를 오므려 보았지만 길게 뻗은 유미의 부드러운 허벅지는 90도 이상 벌어진 채 움직여지지 않았다.

“너…너무해 지훈아.. “

“너무할 것 없어요… 다 누나를 즐겁게 해주려는 거니까.. 그러니까 더 느껴봐요”

무거운 테이블에 구속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연상의 유미를 부드러운 표정으로 내려가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정면에 나 있는 창으로 향했다.

“서…설마… 자..잠깐만… 지훈아.. 싫엇!”

유미의 짐작대로 지훈은 창문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어둠에 쌓인 거리와 방안을 나누는 것은 이제 투명한 유리창 하나 뿐이었다.

‘보..보이잖아.. 이런 모습.. 다 보이잖아…’

내리는 눈이 가려주고는 있다고 해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는 똑 같은 온천장이 서 있었다. 마주 보이는 건물의 2층창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창문을 내다보기라도 한다면.. 뒤로 묶인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닫아줘.. 지훈아.. 제발 부탁이야 닫아줘 응? 제발….”

“괜찮아요. 그렇게 쉽게 보이진 않을 거에요.. 그 보다도..”

테이블 위에서 벗어나려고 상반신을 뒤틀고 있는 유미의 뒤쪽으로 돌아간 지훈이 귓가에서 속삭였다.

“누나.. 봐요… 지금 어떤 모습인지..”

지훈의 손이 고개를 흔드는 유미의 턱을 잡고 창쪽으로 향했다.

“아… 시…싫어.. 이런 거….”

창을 통해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이었다. 유리창은 마치 거울처럼 치욕적인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비쳐주고 있었다. 달아오른 뺨에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올올이 붙어 있고, 형태 좋은 풍만한 가슴과 젖꼭지는 단단하게 일어서 천정을 향하고 있었다. 흘러내려 간신히 어깨 부근에 걸쳐져 있는 목욕가운은 완전히 벌어져 옷으로써의 기능은 이미 상실하고 있었다. 오히려 음란한 분위기를 더 한층 음란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아주 야해 보이지 않아요? 유/미/누/나”

“아.. 시…싫어..”

“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달아오르죠? 이런 야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느끼는 거 아니에요?”

지훈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긴 속눈썹을 가진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창문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피하지 못했다. 하얗고 매끈한 피부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고, 지훈이 발사한 정액이 엉겨붙은 보지는 연한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미의 눈에 그렇게 벌려진 자신의 보지가, 젖어서 번들거리는 그 곳이 비쳐보이고 있었다.

“아냐.. 그런 거.. 아니야…”

“거짓말 하지 말아요”

“꺄~악! 하흣!”

오므리지도 못하는 보지의 아래에서 위쪽으로 지훈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눈 앞에 불꽃이 터지고 말았다. 아랫배 쪽으로 짜릿한 충격이 퍼지고 지나갔다.

“이거 봐요.. 몸은 솔직한데요? 만지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젖어버리다니… 누나.. 어쩌면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런 꼴이니 원…”

유미의 눈 앞에 내밀어진 두 손가락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일부러 끈적한 애액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말도 안돼…. 이 정도까지…’

가슴이 요동을 쳤다. 저릿저릿한 정체모를 쾌감이 저 깊은 곳에서 차례차례 밀려올라와 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아..아n.. 그런 거.. 아니얏”

“또 그러죠? 이렇게 젖어 있으면서… 누나는 거짓말쟁이네…”

“아니야.. 그런 거… 젖은……거 아냐…”

말과는 달리 마음속으로는 부정하지 못했다. 보지쪽에서 촉촉히 젖은 보짓물이 흘러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창피한 상황에서… 젖어들고 있는 자신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부끄러워해도 돼요.. 자, 누나.. 더 느끼게 해줄게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눈 앞에 둔 어린아이 같은 말투였다.

“남자친구한테 느끼는 거 보다 훨씬 더 말이죠”

“하흑~! 하아음.. 아흣.. 아아아~”

허리를 뒤로 젖히며 천정을 향해 고개를 젖혔다. 마치 비명과도 같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훈의 두 손이 유미의 가슴을 주무르며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밀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머리끝까지 강한 쾌감이 훑고 지나갔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느끼고 말았다.

“하흑~~ 하아악~ 아…안돼… 안돼… 하아앗~”

무서울 정도였다. 안그래도 민감한 유미의 몸이 지훈을 만난지 1개월도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기간에 지훈의 손에 의해서 쾌감을 얻는 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음… 으으음.. 하아… 하아,,, 아앙~”

지훈의 손으로도 다 덮지 못하는 가슴을 주무르는가 싶으면 엄지와 검지로 단단하게 실어선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비듯이 돌리고 있었다. 지훈의 애무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신음하면서 몸을 뒤틀고 있었다.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집요하게 가슴을 애무하는 행위만으로도 곧 절정에 다다를 것만 같았다.

“아흐음~ 하아.. 하아… 아음… 아아”

맑은 눈동자는 이미 젖어들어서 초점마저 잃고 있었다. 가볍게 열린채 떨고 있는 입술사이로는 맑은 침마저 흘리고 있었다. 가는 침 한줄기가 턱을 따라 목덜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흥… 하아.. 하아.. 아으음.. 하아”

“누나 보지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지훈의 오른 손이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를 쓸어가듯 미끄러지며 아래로 향했다.

“하흑~ 시..싫어..”

목소리로는 가볍게 저항하고 있었다. 지금 만져지게 된다면 어떻게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쾌감에의 기대가 그녀의 온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우와~ 테이블까지 흘러내린 것 좀 봐. 아예 홍수가 났어요”

“아…안돼… 아아~”

지훈의 손가락이 표피에서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단단하고 충혈된 공알을 만지려고 할 때, 느닷없이 핸드폰 밸소리가 울려퍼졌다.

“쳇.. 좋았는데..”

혀를 차며 지훈이 벽에 걸린 유미의 점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틀림없이 꺼두었던 휴대폰의 전원이었기에 왜 지금 휴대폰이 울렸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훈의 전화를 받기가 미안해 기차를 탈 때부터 꺼두고 있었던 것이다. 지훈이 그녀 몰래 다시 전원을 올려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남자친구한테 전화 온 것 같은데요?”

절정에 오르기 직전에 다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또다시 뒤쪽으로 돌아온 지훈이 팔을 뻗어 눈 앞으로 전화기를 내밀었다. 휴대폰 액정에선 희성이 이름이 반짝이고 있었다. 우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설마… 설마 지금 이 전화를 받으라는 거니?’

“그러고 보니까 누나, 오늘 못들어간다고 아직 연락 안했죠? 걱정하실라… 미리미리 얘기해 뒀어야죠”

“시..싫어.. 지훈아.. 그러지 마”

“여기요 누나”

주저없이 지훈이 통화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여보세요… 유미야?”

휴대폰을 통해 너무나도 익숙한 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야.. 유미야..”

거짓말을 하고 온 이 곳에서, 거의 알몸이다시피 벗겨진 상태에서, 이 음란한 알몸을 다른 남자에게 맡겨진 채 남자친구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지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떨면서 망설이는 유미의 반대편에서 지훈이 속삭였다.

“어서 안받으면 의심할 걸요?”

희성이 알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아.. 희성아.. 미안….”

“아.. 전화 괜찮아?”

“응.. 괜찮아.. 얘기해…”

온 힘을 다해서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눈 앞에선 유방과 보지를 온통 드러내놓은 채 묶여있는 자신의 모습이 창에 비쳐보이고 있었다. 이런 창피한 자세로 전화를 받고 있는 걸 희성이 안다면… 너무나도 긴장해버린 탓에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있었다.

“오늘 몇시쯤 집에 와?”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리다 지친 것만 같은 희성의 물음에 잊고 있었던 미안함이 되살아났다. 뭐라고 해야할지.. 희성에게 뭐라고 얘기해야할지 몰랐다. 그랬다.. 오늘 가지 못한다고, 돌아가지 못한다고, 얘기해야만 했다. 빨리 전화를 끊지 않으면… 어떻게 하든 지금은.. 빨리…

“유미..야?”

“아.. 미..미안.. 오늘… 못 갈 거 같아… 빨리..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지훈이 목덜미를 핥아 올렸다.

“아음.. 전화하려고…”

지훈이 목덜미를 빨아들였다.

“해…했었는데…..”

“그래…”

한숨과 함께 실망한 기색이 전화를 통해서 느껴졌다.

“누나 신음소리 남자친구한테도 들려주면 좋겠는데…” 반대편 귓가에서 지훈이 속삭였다.

그럴 수는,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지마.. 그러지마 지훈아.. ‘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또 다시 달콤한 자극이 목덜미를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미..미안해.. 정말 미안해…”

몇번이고, 몇번이고 남자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응.. 알았으니까 그렇게 미안해 하지 마.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하흐흑.. 아음…’ 지훈의 손가락이 젖꼭지를 비틀었다. 꼭 감은 눈 안으로 하얀 불꽃이 튀어 올랐다. 자칫하면 튀어나올 것 같은 신음을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몸이 떨리고 있었다. 간신히 소리를 죽이는 유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훈의 손가락이 유두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제발… 제말.. 그만… 소리가… 소리가 나올 것 같아… 아으음… 아아~’

“여보세요? 유미야… 여보세요?”

“아, 미안..음..”

희성의 부름에 간신히 대답하려고 했을 때 지훈의 유미의 젖꼭지를 강하게 잡아 당겼다.

“아음.. 미안..”

“정말 괜찮아? 많이 마셨니?”

“으응.. 그랬…나봐..”

간신히 대답해 내는 유미의 귓가에서 다시한번 지훈이 속삭였다.

“누나.. 남자친구랑 통화하면서 젖꼭지 만져주니까 색다른 기분이죠?”

지훈이 젖꼭지를 비벼돌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속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빨리 전화를 끊어야만 했다. 금방이라도 신음소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그럼.. 희성이도.. 조..조심하고… 자..잘자…”

또 다른 자신이 멋대로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 유미야…”

“……으응?”

지훈이 손가락을 보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갑작스런 지훈의 움직임에 반응을 안할 수가 없었다.

“하흣~ 하아.. 음..”

교묘한 지훈의 손놀림에 가버릴 것만 같았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와 남자친구가 알아버릴 것만 같았다. 구슬 같은 땀방울이 유미의 등줄기를 따라 흘러 내렸다.

“하흑”

툭하고 긴장이 끈이 끊어져버렸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쾌감이 전류처럼 지나갔다. 가벼운 절정을 느끼고 말았다.

‘하아… 하아… 음…’

“왜그래 유미야?”

“아 미안… 아..아무 것도 아냐… 술.. 쏟아버렸어.. 미..미안해…”

묶여있는 손과 발을 떨면서 활처럼 휘어 올려졌던 등을 지훈에게 기대면서 고개를 지훈의 어깨에 기대며 천정을 바라 보는 모습이었다.

“그래?... 그럼.. 내일 전화할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잘자…”

절정의 늪에 몸을 맡긴채 점차 사라져가는 그 느낌을 억지로 눌러 참으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아음… 희..희성이도.. 연구… 힘내고… 응원하는 거… 알지….?”

자신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조차 몰랐다. 지훈은 손가락에 감겨오는 보지 속살을 느끼며 두 다리 사이에서 보지를 빨아대고 있었다. 유미의 안에 남아 있는 이성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마워 유미야.. 사랑해…”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사랑을 속삭였다.

“응… 고마워….”

전화를 끊자마자 지훈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튕겼다.

“으음.. 하읏… 으으음”

순간 의식이 날아가버렸다 질척이는 소리를 내는 허벅지 사이로 질펀한 물이 쏟아지며 테이블 위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선배.. 싸버린 거에요? 쌀 정도로 좋았단 말이죠? 좋은데요?”

놀리는 듯한 지훈의 목소리조차 잘 들려오지 않았다.

“보..보지 마…”

유미의 목소리가 잦아들어갔다.


탈의실의 벽시계는 하루가 끝나가는 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관종업원이 식탁을 치웠을 때, TV에서는 희성이 즐겨보는 음악 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 이후로 4시간, 아니 5시간가까이 지훈이랑 그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온천에서 몸을 씻어내 보아도 몸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격렬했던 섹스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끝모를 것 같은 지훈의 정력도 그랬지만, 거기에 반응해서 끝없이 쾌감의 늪에 빠져들어가던 자신에게도 당황스러웠다. 희성이에 대한 미안함은 어느새인가 배덕적인 쾌감마저 가져오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함으로 인해 평소보다 훨씬 더 느껴버리고 말았던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은은한 자극 같은 느낌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었다.

“도대체.. 나.. 어떻게 된 거니…”

긴 한숨과 함께 거울속에 비치는 자신에게 그렇게 되물어 보았다. 작은 얼굴의 윤곽이 수증기로 인해 흐리게 보였다.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인격체가 자신의 몸을 점령해버린 듯한 느낌. 육체보다 마음을,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생각에시선을 떨어트리고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방으로 돌아오자 테이블은 치워져 있었고, 이부자리가 정리되어 있었다. 조금전까지의 음란했던 행위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창쪽의 이불 속에 누워있는 지훈의 갈색 뒷머리가 보였다. 유미의 손목을 풀어주며 미안해 하던 지훈에게 이상하게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있고 싶다며 탕으로 향했었다. 지훈의 이불을 다독여주고, 옆에 깔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눈이 흩날려 창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가끔씩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지훈이 평소와 다름없는 어투로 이야기 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철이 들 무렵부터 엄마가 없었어요. 그래서.. 나 엄마 얼굴도 몰라요”

“아버지는 마음에 안드는 일이 생기던가, 술에 취하면 언제나 나를 때렸었죠. ‘넌 창녀의 자식’이라며 매질을 멈추질 않았어요. 그 덕분에.. 아, 엄마가 나를 버린 거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아버지가 죽었을 때, 슬픔 같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아.. 이제 더 맞지 않아도 되는구나 라고 오히려 안심까지 했는 걸요”

그리고 그 후로 엄마를 찾아서 그 추운 곳을 떠나 상경을 했다고 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깡패들 조직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배달하다가 경찰에 잡혔다고 했었다. 오갈 데 없는 지훈은 그렇게 해서 시설로 옮겨졌고, 거기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테니스를 치게 되었다고 했다. 대학 입학이 결정되고, 보육원의 원장을 보증인으로 세워 자취생활을 시작했다는…

그렇게 담담히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 자신의 얘기를 유미에게 들려주었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요리를 먹으면서도 ‘이런 근사한 요리, 먹어본 적도 없다’며 천진하게 웃는 것과 같은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갔었다. 외로운 생활이었음에 틀럼 없었다. 어떤 마음으로 지훈이 지금까지 지내왔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귀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지훈의 이야기를 되짚으며 막 잠에 빠져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누나..그쪽으로 가도 괜찮아요?”라는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정을 보고 똑바로 누운 채 손을 뻗어 지훈의 가운을 가만히 잡아당겼을 뿐이었다.

“누나랑 이러고 있는 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좀 엉뚱하죠? 나…”

“….응…그렇게 심한 짓을 해놓고 말야..”

유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몸을 웅크린 지훈이가 대답했다.

“하지만 누나도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 바보”

그렇게 안고 있는 채로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얇은 가운을 통해 지훈의 체온이 따뜻하게 전해져 왔다. 혼란스럽던 마음이 마치 얼음이 녹듯이 부드럽게 풀리고 있었다.

“그리고… 누나… 무척 예뻤어요. 남자친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누나의 모습… 나만 알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었잖아요…”

“… 그만.. 얘기하지 마 지훈아…”

“아, 미..미안해요.. 그런데… 유미누나..”

“응? 뭐?”

“내일이 되면… 우리… 헤어지는 건가요?”

“응?”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누나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나… 누나를 만나서.. 처음으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못잊을 거에요.. 정말 고마웠어요… 누나.. 이제 보내줄게요…”

그 이후로 지훈은 말이 없었다. 유미도 아무말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한동안 지훈의 머리카락을 가는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만 있었다.

‘그래… 희성이는.. 괜찮을 거야.. 이제 혼자라도.. 괜찮을 거야… 목표를 향해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걸… 혼자서도… 틀림없이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없어도…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유미는 지훈을 가만히 끌어 안았다. 가는 두팔로 있는 힘껏 그렇게 안고 있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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