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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6 556회 0건
31.

“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끊어진 통화종결음을 들으며 화를 못 참고 여전히 내 위에서 요분질을 하고 있는 미지를 밀어버렸다.
성질 같아선 따귀라도 후려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아직도 벌떡이는 자지가 내가 이 여자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 주먹만 쥐게 된다.

“하~.. 너무하네요.”
“....”
“지금.. 이대로 가면.. 나중에 후회 할 걸요!”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요?”
“네.. 어떻게 보면 미지씨야 말로 이 게임이란 것에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사람인데...”

뻥이다.
중요하긴 개뿔..

“그런데요?? 지금 저한테 이런 모욕을 주신다고요?”
“죄송합니다. 저도 미지씨하고.. 회사고 뭐고 오늘 하루 종일 같이 뒹굴고 싶다는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있습니다. 이 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신이가 혜빈이랑 단 둘이서 놀이동산을 가서요..”
“혜빈? 혜빈이는 누구죠?”
“신이가 예뻐하는 보육원의 아이요.”
“보육원?”
“그런 게 있습니다..”
“.......”
“다시 한 번 사과드릴게요. 미지씨한테도.. 지금 제 행동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저한테는 신이 밖에 없습니다. 비록 몸이 변했고 사고방식이 변했어도...... 지금은 신이만을 위해서 살고 싶어서요.”
“하하.. 사람 더 비참하게 만드시네.”
“...네?”
“좋아요.. 태규씨 마음은 잘 알겠는데요.. 신이씨는요?”
“...?”
“신이씨가 상품이라면서요? 아니 결정자라고 했나? 아무리 태규씨가 승진을 하고 돈을 좀 벌게 된다고,, 한상씨랑 비교가 되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한상씨 테크닉과 비교를 할 수나 있냐고요.”
“....그렇겠죠.”
“차라리 저같이 평범한 여자랑 부담 없이 사는 게 낫지 않겠어요? 이런 게임에 목숨 걸어봐야 나중에 후회만 남을 텐데!”
“후회를 안 하려고 지금 미리 많이 하고 있다고.. 저 번에도 말씀 드렸잖아요.”
“네?”
“불나방 같죠? 형광등 열기에 타죽는 줄도 모르면서... 달려드는...”
“그럼.. 지금의 태규씨가 불나방 같다는 말인가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고통 받을 줄 알면서 뛰어드는..”
“태규씨 정신 차리세요! 태규씨랑 신이란 여자는 이미 한 번의 삶을 공유했고 이혼까지 한 사이에요. 더 이상 무슨 기대를 하고 있는 거예요? 게임이라고요? 여자의 직감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아세요?. 신이란 여자 당신한테 절대로 안 돌아와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불나방 같은 사랑? 사람이 곤충이에요!? 이상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어리석은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고집을 부리시나.. 모르겠네요.”
“사람을 한다면.... 쪽팔리더라도 한 번은 불속에 뛰어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 미쳤군요..”
“미진씨 죄송해요.”

여자에겐 이 상황자체가 얼마나 굴욕적인 경험일지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내겐 없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 겪었던 경험에 비하면 이 상황자체가 정말 대수롭지 않을 상황일지도 몰랐지만.... 신이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실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오게 된다.

회사에는 연락도 없이 주차장에 있던 차를 몰고 신이가 간다던 놀이공원으로 직행했고 평일이라 막히지 않는 도로를 신나게 달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도착한 놀이공원 앞에서 멀뚱히 서 있기만 한 나였다. 화가 난 신이가 5시가 된다고 해도 내게 전화를 해온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이 넓은 놀이동산에서 신이를 찾아야만 하는 이 상황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 고속열차!!!’

황급히 표를 끊고 공원 안을 들어간 난 곧바로 고속열차를 찾아 다녔다.
워낙 넓은 곳이었기에 쉽게 찾을 순 없었지만 몇 번의 헤맴 뒤에 결국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선 고속열차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시작된 사람들의 줄을 처음부터 샅샅이 뒤지며 입구 바로 앞까지 몇 번이나 왔다갔다를 해 보지만... 신이와 혜빈이를 찾을 순 없었다.

결국 고속열차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거란 생각에 공원 전체를 돌아다니기로 작정했을 때.. 고속열차 출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벤치에서 물을 마시고 긴 한숨을 내쉬고 있는 신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이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얘져 있었었다.


“괜찮아?”
“어.... 왜 왔어요?”

빈 플라스틱 병을 들고 있는 신이에게 방금 산 차가운 보리음료를 건네며 옆에 앉는다.

“혜빈이는?”
“저기 화장실 갔어요.”
“혼자서?”
“제가 어지럽다고 했더니.. 손수건을 적셔온다고 갔어요..”
“...미안.”
“뭐가요?”
“.......정말 미안해.”
“우리 혜빈이 왔어요~”

조막만한 손을 잔뜩 적신 채 혜빈가 축축이 젖은 손수건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다 날 발견하곤 신이의 옆에 숨듯 앉는다.

“혜빈아.. 재밌었어?”
“....흥!”
“흥?.. 혜빈이가 왜 ‘흥’할까?

짜오긴 했는데.. 어린아이가 짠 게 분명할 정도로 축축한 손수건을 신이의 얼굴에 들이민 혜빈이었다. 그런 혜빈이의 행동을 대견하다는 듯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이내 두 팔을 뻗은 혜빈의 손에 얼굴을 맞대어 준다.

“고속열차 탔어? 당신 고소공포증 있잖아..”
“.....”
“괜찮아?”
“왜 왔어요? 미지씨랑 재밌게 놀지.”
“그런 게 아니야.. 나 차장으로 승진 했거든.. 그래서 축하를 해 준다고..”
“승진이요?”
“응..”
“차..장이라뇨? 과장이 아니고요?”
“그러게...왜 갑자기 차장일까...”
“......”
“한상이가 술수를 쓴 건 아니니까.. 그런 표정으로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어떻게 갑지가 승진을 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 얘기하자. 우리 혜빈이 재미있었어? 고속열차 이 아저씨랑 한 번 더 탈까?”

“응!....시..싫어.”
“싫어? 왜??”
“흥!!”

“얘 왜 이래?”
“얘가 뭐에요!? 혜빈이란 예쁜 이름이 있는데!”
“...혜빈이 왜 이래? 단단히 삐친 거 같은데...”
“나도 흥이네요.”
“......”

“혜빈아~~ 우리 혜빈이 뭐 먹었어?? 배 안 고파? 진짜 맛있는 거 사 줄까?”
“.....”

신이 뒤로 더 숨어버린 혜빈이를 보며 어이없어 하기도 잠시 덩달아 콧방귀를 뀌는 신이를 보며 한숨까지 내쉬게 된 난 원래 먼저 친해진 건 신이보다 나라는 걸 확인시켜주기 위해 더 바짝 다가가 혜빈에게 말을 붙어 본다.

“아저씨 미워..”
“응? 왜!? 내가 왜 미워!?”
“언니.. 울렸잖아.”
“울려??”

“누..누가 울었다고 그래... 혜빈이도 참..”
“앗!!”

깜빡 했다는 듯 입을 틀어막는 혜빈이의 귀에 속삭이듯 신이가 얘길 하지만.. 내 귀는 2.0이다.

“쉿..혜빈아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

정색을 하며 다시 내게 고개를 돌린 신이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려 노력하지만 혜빈의 말을 듣고 보니 신이의 눈두덩이가 조금은 붉게 물들어 있는 것 같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혜빈이가 그냥 한 소리에요.. 신경 쓰지 말아요.”
“진짜 울었어?”
“내가.. 왜 울어요? 참나...”
“.......”
“혜빈아 언니는 괜찮으니까. 아저씨랑 고속열차 한 번 더 타고와. 한 번 더 타고 싶어 했잖아.”

“....”

“그런데.. 어린아이도 같이 탈 수 있어?”
“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건 키 제한이 있던데.. 여긴 벨트로 되어 있어서 6살부터는 탈 수 있더라고요. 혜빈이가 또래에 비해 키도 좀 큰 편이고..”
“그래?.. 혜빈아 가자! 이 아저씨가 질릴 때까지 태워줄게!”

“싫..어...”
“괜찮아요. 이 언니가 멀미가 나서.. 아저씨가 와 준거야. 아저씨도 고속열차를 타고 싶다는데.. 우리 혜빈이가 같이 타주면 안 될까?”
“응...”

“야! 근데 왜 넌 언니고 난 아저씨냐!?”
“.....”
“나도..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
“오빠??.. 아저씨가 바본가 보다. 그치?”

“응!!”
“허~.. 혜빈아.. 오빠! 오빠 해봐!”
“아저씨?”
“아니!! 오... 너 얘한테 세뇌교육 같은 거 시켰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혜빈이랑 빨리 다녀와요. 한 번만 타요. 아무리 좋아해도 많이 타면 안 좋을 거 같아요.”
“참나..”

어쩔 수 없이 혜빈이의 손을 잡고 긴 줄의 맨 뒤로 걸어갔다.
평일인데도 뭔 사람이 이리 많은지... 투덜거리며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머리 위를 쌩~하고 지나가는 열차를 볼 때마다 혜빈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반짝이고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하게 된다.

“혜빈아. 안 무서웠어?”

‘절레절레~’

“정말? 와~ 우리 혜빈이 용감하네!”
“네!”
“이걸 언제 타봤어? 처음 타면 많이 무섭다고 하던데..”
“.....”
“왜? 한 선.. 아빠가 태워줬구나!?”
“아니요..”
“그럼?”
“테레비젼에서 봤어요.”
“텔레비전? 아~.. 그럼 보기만 한 거야? 오늘이 처음 타는 거야?”

‘끄..덕....’

“그런데도 안 무서웠어? 와.. 진짜 용감하다.”
“나 용감해요! 언니도 혜빈이가 지켜줬어!”
“그래?.. 하긴.. 저 언니가 높은 건 무지 무서워해요. 그래서 높은 건물에선 창문 앞에도 안 가더라.”
“....”

“혜빈아. 물 마실래?”

어느새 다가온 신이가 살짝 무릎을 꿇고 혜빈의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를 한다. 흰색의 티셔츠에 가디건, 그 아래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신이의 모습은 이곳에서도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특히나 커다란 가슴은.. 세련되거나 명품이 아닌 흰색의 단순한 티셔츠에도 시선이 가는 몸매의 신이를 나와 같이 줄을 서고 있는 남자들이 몰래 훔쳐본다.

“수술한 거야!”

내 뒤에 서 있던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속삭이듯 하는 질투의 얘기가 내 귀에 들어왔지만 상관이 없었다. 지금 순간 신이는 내 아내처럼, 아이를 돌보는 엄마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주변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기에 나도 크게 마음을 두질 않게 된다.

[따르릉~~ 따르르릉~~]

“아.. 회산가 보다...”
“조퇴 한 거 아니에요?”
“...그냥 나와 버렸어.”
“네!? 그냥 나오다뇨..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지금 땡땡이를 쳤다는 거예요?”
“잠깐만 전화 좀....어!!”
“왜요?”


“네.. 한선배..”
[회사냐?]
“아니요.. 혜빈이랑.. 놀이공원에 왔어요.”
[아 그래? 그럼 잠실?]
“....네.”
[잘 됐네. 몇 시에 끝나?]
“네?... 그게...”
[7시쯤에 데리러 가면 될까? 일 끝나면 잠실까지 7시면 도착할 거 같은데.]
“7시요? .......선배.”
[왜?]

전화 통화를 하며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내 바짓가랑이를 혜빈이가 조막만한 손으로 꽉 쥔다.
선배라는 내 말에 이미 혜빈이가 전화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듯 벌써부터 울먹이려 한다.

“내일 가신다고 했죠.. 그냥 공항 시간에 맞춰서.. 제가 혜빈이를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내일??]
“네.. 제가 책임지고 늦지 않게 데리고 갈게요.”
[그럴까? 그렇지 않아도 술 한 잔 하자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와서 난감했는데.. 고맙다.]
“아.. 저희가 고맙죠.. 하하하..”
[그럼 내일 13시 20분 비행기니까. 1시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돼! 알지!]
“네.. 그럼 내일 뵐게요.”

“혜빈이 내일.. 가도 된데요?”
“응.. 내일 공항으로 직접 데려다 주면 된데....”
“고..마워요.”
“응? 뭐가?”

그제야 혜빈이가 꽉 쥔 내 바짓가랑이를 놓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혜빈이의 지금 심정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움켜쥠에 애써 웃음을 지으며 혜빈이가 슬그머니 놓은 손을 이때가 기회라는 듯 덥석 잡아 버렸다.

“혜빈아!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어제는 밥 먹었으니까!! 오늘은 피자? 햄버거!? 아니면 스파게티!???”
“이스턴드 안 좋아요.”
“이스.. 아! 인스턴트!”
“응!! 이스텐트!!”
“큭큭.. 맞네 이스텐트! 우리 혜빈이는 머리도 똑똑해요.”




놀이공원이라는 곳이 이렇게 넓고 복잡한 지를 정말 오랜만에 느끼게 된 하루였다.
연애 때는 이 복잡하고 넓은 곳도 힘이 하나도 안 들었는데.. 순간이긴 했지만 그때보다도 마음은 더 평온했고 평안했는데도 몸만은 아니었다. 다리가 천근같고 점점 늘어나는 짐들에 두 팔이 떨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래서 여자 친구 쇼핑은 따라도 가지 말라고 하더니... 거기다가 엄마와 딸까지 함께 하는 쇼핑이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말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놀이공원 지하에 있는 쇼핑매장들을 다 훑고 돌아다닌 후 8시가 넘은 시간에 겨우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혜빈이는 이미 뒤좌석의 신이 옆에서 뻗어 잠이 든 상태였다.

“오늘.. 고마웠어요.”
“...말로만?”
“말도 안 해주려다가.. 해주는 거예요.”
“허.. 아직도 화났어?”
“화 안 났어요..”
“안 나긴... 당신 특징이 뭔지 알아? 얼굴에 감정을 숨길 수 없다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돼..”
“안 되긴..”
“아까 했던 얘기 좀 해봐요.”
“응? 무슨 얘기?”
“승진을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 승진에 무슨 이유라도 있어요?”
“......”
“왜 그래요?”
“우리 커피 한 잔만 하고 들어가자.”
“커피요?”

집으로 향하던 도중 차를 갓길에 불법주차를 하곤 바로 보이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두 잔을 포장해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이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곤 신이를 차에서 내리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혜빈이가 걱정이 되는 듯 안 내리려는 신이를 끝내 내리게 해 차 바로 앞에 나란히 서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신다.

“무슨 일이에요?”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흥분하지 잘 들어..”
“네? 중요한 얘기면.. 차 안에서 해요. 혜빈이 깰 거 같아요.”
“아니.. 여기서 얘기하자.”
“...”
“미안해..”
“뭐가요?”
“당신 혹시.. 한방애라는 거 알고 있었어?”
“한방애? 화장품이요?”
“아니.. 한상이가 맡고 있는 모임 같은 건데.. 혹시 알고 있나 해서..”
“....처음 들어요.”
“역시 그렇군.”
“그게 당신 승진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
“그 모임이란 게.. 단순한 친목단체나 조직이 아니더라고...”
“그럼요?”
“결코 평범하거나 유익한 모임이 아닌 건 확실해.. 아니.. 사회의 해충과도 같은.....사실.. 그 동안 당신을 찾기 위해서 수없이 뒷조사를 했었어.”
“뒷..조사요?”
“응.. 강한상이.. 그리고 당신.. 결국엔 당신 집까지...”
“저희 집...이요? 저희 집을 왜요? 아니,.. 왜 허락도 없이 뒷조사를 하고 다녀요?”
“허락을 받으면 뒷조사가 아니지..”
“그런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당신...정말 실망이에요!”
“미안.. 그래서 사과부터 한 거야.”
“..”
“조사한 게 전부 사실이라면.. 아니.. 아직까지도 이 게임이란 것에서 당신이 계속 내가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던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다면... 말이야.. 그래서 더 자세히 조사를 하게 된 거야. 뜻밖에도 어제 알게 된 한방애란 것이 내 의심을 완벽하진 않지만 확신처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되더라고..”
“의심이라뇨?”
“수많은 거짓말 중에.. 장인 어르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은 사실일거란 막연한 생각에.. 그게 혹시나 강한상이랑 연관이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젠 장인어르신도 그 한방애의 일원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더라고..”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요. 그 한방애란 게.. 뭔지는 모르기지만.. 당신이 말하는 그런 해충 같은 조직과 연관이 있을 리가 없다고요..”
“진정해 신이야...”
“지금 저보고 진정하라고요?”
“클럽에서 한상이를 처음 만났다고? 술에 약을 타서 당신을 능욕했다고??.. 그게 계획된 일이라면?”
“.....”
“딱딱 맞아 떨어지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건......”
“만약에.. 당신한테 의도적으로 접근을 했다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뛰어나...”
“장난치지 말아요.”
“장난 아니야. 뛰어나.. 하지만.. 돈으로 못 사는 게 없는 놈이 강한상이니.. 그 이유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당신이 끝까지 날 찾아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당신을 찾아요?”
“강한상이 내게 들려주고 보여준 모든 것들 중에 유일하게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건.. 당신이 인사불성인 상태에서도 그 놈 앞에서 날 찾았던 게 다야.”
“그것도 말이 안 돼요.. 그땐 이미 아빠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고... 그런 이유로 저한테.......”
“그래서 좀 더 알아보려고....”
“.....”
“금고를 열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겠지...”
“금고? 무슨 금고요?”
“나중에.. 확신이 설 때 얘기해줄게..”
“.....”
“왜?”
“태규씨.....”
““뭐 짐작이라도 되는 게 있어?”
“저..... 태규씨한테 할 말이.....”

“으앙!!!앙앙앙!!”

열어둔 차 창문 사이로 혜빈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요란스럽게 새어나왔다.
깜짝 놀란 신이가 서둘러 차의 뒷문을 열자.. 갑자기 혜빈이가 신이의 품에 와락 안겨왔다.

“혜..혜빈아.. 나쁜 꿈 꿨어? 괜찮아... 언니 여기 있어요.”
“으앙.. 버리지..마...”
“....”
“나 버리지 마 엄마!!.. 엄마.. 잘 못 했어.... 잘 못 했..어요...”

조막만한 손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필사적으로 신이의 목에 매달려 더 필사적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차안에서 공포심을 느끼며 떠올리기 싫은 옛기억들이라도 꿈꾼것인지.. 너무나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신이의 흰색 티셔츠를 눈물로 다 적시면서도 혜빈이는 끝까지 손을 놓질 않는다.

“엄..마.. 엄마... 잘 못 했어요... 잘 못 했어......”

뜻밖에도 듣게 된 혜빈의 말에 신이도 그리고 나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고 좀처럼 혜빈이를 달랠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신이가 안아줘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는 혜빈의 모습에 발걸음조차 떨어지질 않았다.
난.. 멍하니 뒷좌석 앞에서 혜빈이를 안고 있는 신이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잘못 했어요..흑흑...흑.. 엄마 가지마...”
“여기 있어.. 혜빈이를 두고.. 언니가 어딜 가.. 언니 여기 있어..”
“엄마.. 엄마...”
“그래... 엄....마 여기 있어.”
“흑..흑......흑......”

신이와 더 이상의 얘길 나눌 순 없었다.
신이가 날 쳐다보며 머뭇거리를 반복하다 하려던 얘기가 고백과도 같은 중요한 얘기일거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혜빈이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꽉 끌어안고 있는 신이에게 더 이상의 얘길 할 순 없었다.

신이의 가슴에 얼굴을 아예 파묻고 울다 지쳐 겨우 새근거리며 잠이든 혜빈이 때문에 조용히 차에 올라 다시 악셀을 조심스럽게 밟는다.




“자?”
“...네.”
“휴......”

집에 돌아와서도 혜빈이는 좀처럼 신이에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신이의 목덜미에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고 같이 침대에 누워 30여분을 계속 확인하듯 신이를 더듬거리다 겨우 잠이 들었던 혜빈이었다.


“저 어린 것이.. 뭘 잘 못했다고 저렇게 서럽게 울까요?”
“..응?”

내 옆에 앉은 신이가 혜빈이처럼 눈물을 삼키며 내게 물어본다.

“저 어린 것이 말이에요...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겨우 5년이 지났는데 뭘 저렇게 잘 못 했다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러니까 무조건 잘 못 했다고 하....”
“사람을 속이고, 죽이고... 그런 잔인한 사람들도 개과천선을 해도 저렇게 서럽게 울진 않을 텐데.. 무슨 잘 못을 어떻게 했기에... 저렇게 서럽게 울까요.....”
“신..이야..”
“왜... 왜죠?”
“....”
“뭘 얼마나 잘 못 했다고.. 저렇게 서럽게 우냐고요... 나쁜 건 어른들인데.... 울려면 어른들이 울어야죠....”

날 원망하듯 신이가 눈물을 흘리며... 날 몰아붙인다.
아니.. 자신을 책망하듯.. 신이가 내 눈동자에 비춰진 자신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몰아붙이는 듯 느껴졌다.


--계속--

전 분명히 어제(금요일) 22시 26분경에 글을 올렸었습니다.
올린 글이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등록을 해도 글이 안 보이는 사태가 일어났고.. 댓글도 수정도 안 되는 버그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올려놓고 수정을 하는 편이라서....
혹시 삭제는 되나 해서 눌렀다가 날아가버렸지만요 (ㅜㅜ). 그래도 분명 약속대로 어제 저녁에 글을 올렸었습니다!!. 라고 주장합니다!

덕분에 꽉 찬 10페이지까지는 아니어도 목표 했던 분량을 수정하며 다듬기도 했습니다...(ㅜㅜ).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평온한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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