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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2:35 894회 0건


"좋아, 아무도 없고.. 흐흐~"
좁고 낡은 화장실 문까지 꼭꼭 열어보며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그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유라의 팔을 확 낚아챘다.
"왜, 왜 그러세요?"
"아, 됐고. 벽 짚고 엎드리기나 해요."
기찬은 우악스럽게 굴며 벽으로 유라를 밀쳤다.
"아앗!"
딱딱한 벽이 그녀를 덮쳤다. 낡은 건물의 거친 시멘트는 유라의 피부를 따갑게 할퀴어간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두려운건 자신을 어거지로 다루는 기찬의 태도였다.
"아, 알았어요. 알았다구요..."
유라는 벽을 짚고 엎드렸다. 하지만 그걸로도 모잘랐는지 기찬은 그녀를 더욱 벽으로 밀어부쳤고, 결국 유라는 얼굴이 닿을만큼이나 벽에 바짝 붙고나서야 겨우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찬은 볼썽사나운 그녀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애당초 치마는 길이가 너무도 짧아 제대로 가려줄 수가 없었고, 결국 유라의 엉덩이는 기찬의 앞에서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잘익은 복숭아 같은 엉덩이, 그리고 그 가운데의 갈라진 틈과 조막만한 구멍.
"보지구멍은 벌써 꽉 다물었네? 역시 젊은게 좋다니까~"
유라의 소중한 그곳을 살피던 기찬은 이윽고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어 그녀의 질 입구에 갖다대었다.
"!! 뭐, 뭘..!"
"아아, 고추 고추~"
그가 꺼내든 것은 방금 전 순대국밥집에서 가지고 나온 풋고추였다. 그 전부터 벼르고 있었는지 기찬은 기어코 풋고추를 챙겨나왔던 것이었다.
"악!"
뾰족한 고추의 끝이 유라의 입구를 찔렀다. 날카로운 비명에 움찔할 만도 하건만, 기찬은 아랑곳 않았다.
"아, 아파요.."
고통을 참지 못한 유라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해봤지만, 기찬은 아랑곳 않고 자신의 짓궂은 장난질에만 몰두해갔다.

차라리 시간을 쓴 만큼 결과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라는 힘들게 고통을 감내하며 견디어봤지만, 오히려 기찬은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었다.
"어휴, 아침까지 그렇게 쑤시다 나왔는데도 구멍이 왜 이렇게 좁은지 원.."
작고 얍실한 풋고추, 기찬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풋고추는 작았다. 농담으로라도 실제 남성의 물건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말이다.
그런데 도무지 풋고추는 유라의 구멍 속으로 들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짜 이상하네 이거.."
아침까지만해도 신나게 박아대던 보지가 아니던가? 한무더기도 아니고 달랑 풋고추 한개쯤은 손쉽게 들어가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잘못은 사실 기찬에게 있었다.
경험이 적은 유라의 구멍이 좁은 탓은 둘째치더라도,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내내 기찬이 거칠게 박아댄 탓에 유라의 구멍은 꽤나 혹사되어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꽤 많이 부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걸 기찬이 알 리 없었고,
"씨바, 존나 이건 똥구멍보다 더 빡빡한거 같네, 하..!"
또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기찬은 슬슬 짜증이 났다.
사실 풋고추 이런거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한.. 장난 같은 거였다.
그래 장난, 재미로 즐기는 뭐 그런 거!
왜 그 외국 야동 보면 짖궂은 애들 몇명이 여자 보지에 이것 저것 넣는 것 처럼, 자신도 재미 차원에서 가볍게 풋고추 하나 꼽아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노팬티의 그녀, 가랑이 사이에는 풋풋한 풋고추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유쾌한 코미디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에도 유라는 좀처럼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 유라씨가 긴장해서 힘주고 있으니까 이런거 아니에요, 힘 좀 빼봐요!"
"..."
"아 씨,힘 좀 빼보라고!!" 유라는 왈칵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 이렇게 되버린 상황 자체가 두려웠다.
기찬이 제멋대로인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대낮부터 이럴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화를 내기 시작한 그는 정말로 무서웠기에 유라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뾰족한 고통에도 입술을 깨물어가며 버텨간 것은, 오로지 기찬에 대한 공포심이 때문이었다.
푹-
그때였다. 기찬은 검지를 세워 유라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아악!"
유라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그만 주저앉을 뻔했다. 마치 자신의 그곳을 불로 달군 젓가락으로 헤집는것만 같았다.
"이게 보니까, 영 안 젖어서 그런거 같네..~"
찔꺽, 찔꺽-
살을 가르는 소리와 기찬의 무신경한 말이 동시에 기분 나쁘게 퍼진다.

배려심을 꾹 짜낸 애무까지도 전희라고 볼 수 있을까?
유라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몸을 틀어댄다. 하지만 작정한듯 자신의 소중한 곳을 후벼파고 있는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허, 유라씨 자꾸 꾀부리네. 다리에 힘 빡! 안줘요?"
하지만 그럴때마다 기찬은 손을 거칠게 놀리며 유라를 다그쳐갔고, 그녀는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으며 용케 버텨갔다.
"제발, 살살 좀.."
지금 유라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부탁,
"하, 꼴리긴 또 존나 꼴리네.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애석하게도 잔뜩 흥분한 기찬에겐 조금도 닿지
않았다.
어떻게하면, 얼마나 어떻게하면 좀 더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을까.
더 울게 만들고, 더욱 애원하게하고, 엉망진창의 상황으로 그녀를 밀어넣을 수 있을까.
기찬의 관심사는 오직 그 뿐이었기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풋고추를 유라의 그곳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흡-!"
"조용!"
유라의 단말마 마저 윽박지른 기찬은 고추를 요리조리 돌려 찔러넣었다.
이미 그녀의 구멍 안을 차지하고 있던 검지로부터 매끈한 고추의 표면이 느껴진다.
제법 깊숙한 곳까지 고추가 들어왔음을 확인한 기찬은 천천히 검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런 그의 손가락에 묻은 투명한 애액, 기찬은 피식-하고 웃는다.
"뭐야, 아닌 척하더니만 역시.. 꼭 아니라고 빼는 것들이 밝힌다더니, 젖은걸 보니 유라씨도 꽤 좋았나봐요? 크크."

멍청한 소리다.
사람의 몸은 현상에 대해 반응하게 되어있고, 유라 역시도 자연스레 애액을 분비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입에 레몬을 박아 처넣었을때 나오는 침도 맛있어서 그런거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을 음탕한 사람으로, 피해자에서 아에 동조자로 몰아세우는 기찬의 태도에 유라는 핑- 하고 머리가 돌았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텨낸다.
"...이제 일어서도 될까요?"
끝났다는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의 앞에서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었던 유라였다.
"아? 아아, 맘대로 하세요."
자신의 기분따윈 상관없는 그의 건성스런 대답을 이정표 삼아 유라는 천천히 허리를 일으켜갔다.

비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 멋대로 말려올라간 스커트 자락이 방금 전의 행위를 대변해주고 있다.
"..."
유라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옷차림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비참했다.
차라리 농락하듯 자신을 다루던 그와의 어젯밤이 나았다. 물론 좋았다는게 아니었다. 충분히
힘들고 거친 관계였고 아직까지도 끔찍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의 비참함은 아니었다.
이건 진짜 "농락"이었으니까.

옷차림 정돈이 끝난 듯, 유라는 똑바로 몸을 세웠다.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미니원피스는 그녀의 몸을 잘 감싸고 있었고, 어디 하나 헝클어진 곳 없이 완벽했다.
뭇 남성들의 시선을 잡아챌만 했지만, 그건 복장의 이상함의 문제가 아닌 지나친 섹스어필의 부분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모습은 다시금 말끔해졌지만, 유라는 자꾸만 느껴지는 불편함에 좀처럼 미간의 주름을 필 수가 없었다.
손톱 아래에 가시가 박힌거 같은, 정확하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부자연스러움.

"아.."
그녀는 금새 그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풋고추의 꼭지다.
가랑이 사이로 튀어나온 고추의 끝이 자꾸만 사타구니에 닿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아 뭐해요, 끝났으면 빨리 나가죠."
기찬이 재촉한다.
이윽고 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척 기찬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달랑거리는 꼭지가 자꾸만 자신을 자극해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지만, 그녀로선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저, 이제 여기서 갈게요.."
"아, 네 뭐 그러세요."
충분히 욕구를 해소했는지 기찬은 더이상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보였다.
"필요하면 또 부를게요."
하지만 그 뿐, 그는 내일이 되면 또 다시 자신을 찾을테고, 나는 그를 위해 몸단장을 해야할 것이다.
"아 그리고, 기숙사 사감한텐 집에 일이 있었다고 대충 둘러대봐요."
뒤늦게나마 기숙사 통금을 어긴 것에 대해 기찬이 말을 꺼냈다.
"집에 일이 있었다고 하면 거의 봐줄거에요."
궁핍한 변명, 게다가 이미 지난번에 써먹었던 것이다. 그것도 그가 시켰던 레퍼토리였다.

이번에는 도무지 둘러댈 방법이 없다는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기찬에게까지 말할 순 없었다.
어차피 그는 알고싶지도 않을테니까.
"네."
나는 그가 듣고싶어한 순순한 대답을 들려주곤, 그를 배웅했다.



유라는 바로 옆의 편의점으로 들어가 팬티 한장을 샀다.
"봉투에 담아주세요."
대낮에 이런 차림으로 팬티를 사는게 신기했던걸까, 계산을 치르는 동안 남자 알바가 연신 자신을 힐끔거리며 훔쳐봤지만 그녀는 그런걸 의식할 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유라는 지하철 공용 화장실로 향해, 대충 빈칸을 찾고 들어갔다.
"..후,"
짧게 호흡을 고른 그녀는 다리를 좌우로 벌리곤 가랑이 사이로 손을 가져다 갔다.
"읏..!"
몸 밖으로 이물질이 빠져나오는 이상함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는 자신의 그곳에서 풋고추를 끄집어냈다.
시큼한 냄새와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고추, 그것은 마치 기찬의 물건처럼 느껴져 유라는 황급히 휴지통에 버렸다.
"..."
이제 거의 끝났다, 팬티만 입으면 끝이었다.
그럼 이제 기찬의 변태같은 명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이상한 짓, 이런 짓따위 두번 다시..!"
하지만 그녀는 팬티를 쥐고서도 좀처럼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팬티 입지마, 입지 말라고!"
기찬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눈을 감아본들 벗어날 수 없었다.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음을 깨달았다.

유라는 힘겹게 한숨을 쉬었다.
하루의 피로감이 이제서야 몰려와 어깨를 짓눌렀다.
거기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떠오른다.

"기숙사 어떡하지.."
지난번 외박으로 잔뜩 성을 내던 사감언니의 호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걸 변명이라고 해? 내가 너 남자 만나러 간거 모를거 같아? 한유라 너 아무튼 지금이 두번째야. 다음번에도 또 그러면 바로 퇴사신청 넣는다! 알았어!?"
사감 언니를 찾아가서 빌고 빌어보겠지만, 이번엔 진짜 방법이 없어보였다.
최악의 경우, 정말로 방을 빼야 할지도 몰랐다.

"갈 곳도 없는데.."
지방에서 상경한 자신이 갈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문득 유라는 자신의 고민의 핀트가 미묘하게 틀어진걸 눈치챌 수 있었다.
기찬과의 원하지도 않은 잠자리, 그리고 외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다른 걱정거리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나 힘들긴 한걸까.."
..솔직히 알 수가 없었다.
이젠 그가 자신을 불러내는게 힘들긴해도 ..예전만큼 역겹진 않은 것 같았다.
하루종일 그와 뒹굴었다는 것보다도, 당장은 기숙사 문제가 더욱 자신을 끙끙 앓게 했다.

유라는 좁은 화장실 칸에 쭈그리고 앉았다. 바닥의 알 수 없는 물에 스커트 자락이 젖어들었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니, 이상하긴 한걸까."
오히려 역겨운 건 익숙해져가는 자신이었다.

도대체 그동안 몇번이나 그와 잠자리를 보낸걸까?
유라는 숨이 턱하고 막힌다.
..쉽게 세어보지 못할만큼 많은 밤이었다.
아마도 자신은 그 이상의 횟수를, 여전히 기찬에게 바쳐야 할게 분명했다.

울고 싶었다.
처음엔 자신의 순정때문에 슬펐다. 정말 많이 울었다.
지금은 그에게 다리를 벌리는 자신이 억울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울음이 나오진 않았다.
아마 나중엔 그게 익숙될까봐 우울했다. 그땐 정말 억지로라도 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정말 울고 싶어졌다.






08 <201X년 6월 27일 01:12 am>

[...아무튼 그렇게 겨우 골뱅이 하나 주워가지고 말야, 이 형님이 그나마 주말을 덜 외롭게 보냈다는거 아니냐~]
요즘 석철이 녀석이 부쩍 문자를 보내온다.

기찬은 혀를 툴툴 찼다.
"귀찮아."
별 얘기는 없었다. 으레 그렇듯 20대의 발정난 숫캐들의 클럽 탐방기, 딱 그 정도가 전부였다.
[시바, 근데 뽕을 얼마나 넣었던지 다 벗기고 나니까 가슴이 아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가감없이 오픈하는 석철의 성생활 경험들, 그것만이 유일하게 기찬의 호기심을 당기곤 했다.
[..그래서, 하긴 했냐?]
남의 은밀함을 엿본다는 것만큼 흥분되는게 있을까, 기찬은 아닌 척하며 석철의 다음 말을 유도해간다.
[내가 쓴 돈이 얼만데, 당연히 먹어야지! 바로 두발 쏴주고 시작했다는거 아니냐!]
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왈왈" 짖냐며 석철이 발끈했다.
[뭐.. 가슴은 작아서 좀 별로였는데, 의외로 골반이랑 힙라인은 죽여주더라, 크..! 보니까 완전 골아 떨어졌길래 작정하고 쑤셔댔는데, 아침에 제대로 걸어나갔는지는 모르겠다. 흐흐~]
작정했다라..
다른 사람이면 허세로 치부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석철은 달랐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기찬은 학과에 떠돌던 석철의 소문을 떠올려봤다.

학기 초만해도 석철은 이미지가 좋았다. 탄탄한 몸에 남자다운 외모, 거기다 선배도 잘 챙기는 깍듯함까지.
그렇다고 반듯하다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좋게 말하면 호탕한거고 까놓고 말하면 마초끼가 다분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뭐, 그런 서글서글한 모습에 끌린 몇몇 여자 선배들이 석철에게 접근했었고, 뭐 자연스레 잠자리를 가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관계 중에 흥분한 녀석이 그 여선배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른 것.

"박석철 저 놈, 은영이랑 하다가 목 졸랐다던데?"
"진짜? 지난번에는 뺨도 때렸다고 하더니만, 저 새끼 잠자리 버릇 완전 개차반이네, 개차반이여."
개차반,
그 뒤로부턴 석철은 개차반으로 통했다.

"엑, 소문이 벌써 퍼졌어!? 에라이 걸레년들, 좋다고 할땐 언제고.. 그딴걸 흘리고 다니는지, 참나!"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음에도 석철은 큰 걱정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했다.
"아이고 선배님~ 제가 주말에 현지를...흐흐, 사진 보시겠어요?"
"흐, 흠흠... 다른 애는 없냐?"
"오우, 그럼 지난주에 제가 먹은 아영이 사진도 보여드릴까요?"
그는 몇몇 여학우들과의 관계 사진을 돌려가며 남선배들과 동기들의 관심을 잡아갔다.
효과는 있었다. 여학우들 사이에서 흘러나가는 소문은 어찌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남학우들은 모른척 석철을 눈감아주곤 했다.
그가 날뛰면 날뛸수록 예쁘장한 여학우의 야릇한 사진들을 받아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그런 "황금알의 거위 배"는, 녀석이 남자친구 있는 여선배까지 건드리게 되면서 스스로 갈라졌다.
그 뒤론 도망치듯 군대, 제대후 자퇴로 이어진 석철의 행동으로 인해 소문은 빠르게 잊혀져갔다.

[암튼 요즘 클럽에 가면 여자틀이 팅기기는 엄청 팅겨, 보지에 금칠한 것도 아니고말야. 뭐 그래도 했으니까 흐흐, 야, 사진 볼래? 완전 허벌창, 허벌창 크크!]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찬과는 조금씩 연락이 닿아있던 석철은 여전히 그에게 연락을 해왔던 것이었다.

기찬은 몇번 울리는 스마트폰을 인내심있게 기다린 다음, 석철이 보낸 사진들을 본다.
어두운 조명, 제대로 잡히지 않은 초점들 사이로 헐벗은 여성의 몸이 들어온다.
기찬은 다음 사진을 눌렀다. 잔뜩 클로즈업 된 여성의 음부, 그걸 가르고 들어가있는 남성의 하물까지도.
그의 손은 빠르게 사진을 넘겼고 그럴수록 사진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가랑이를 활짝 벌리게 하고 찍은 사진,
골아떨어진 여성의 얼굴이 그대로 나온 안면사정 사진,
음부에 단단히 박혀들어간 비타500,
그리고 뻐끔하게 벌어진 항문 사진까지 말이다.

[흐흐, 마지막 사진은 예술 아니냐?]
[..야, 너 저기도 한거냐?]
[딱 보면 모르냐? 시원하게 내가 뚫어줬지! 아마 저 년 당분간 변비 걱정은 없을걸? 크크!]
빨갛게 부르튼 채 뻐끔한 여성의 항문이 방금 전까지의 일을 사실로 만들고 있었다.
[이년이 그래도 뒷구멍은 꽉꽉 물어주더라. 맛있는 자지를 아는가보지 흐흐~]
괜히 오버하듯 떠벌리는 석철의 말투에 기찬은 이상하게도 속이 뒤틀렸지만, 딱히 그를 나무랄 건덕지는 없었다.
아니, 애당초 자신이 왜 그렇게 발끈하는지도 몰랐다.

...
그렇게 알 수 없는 부글거림이 얼마간 지속 되었을까, 기찬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꽉꽉 물어준다고?"
자신은 실패했던 것을,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성공해버린 석철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나는 손가락 한마디도 못 넣었는데.."
기찬은 괜히 입맛이 썼다.
부글부글한 속은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며칠 전의 일이 녀석의 사진 위로 천천히 오버랩 되어갔다.

며칠 전의 그 날,
석철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욕구를 무한정 드러냈던 바로 그 날, 끝내줬던 그날, 자신은 유라와 화끈한 잠자리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한창 후배위로 그녀를 조지고 있던 와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엉덩이 사이로 우연히 자신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유라의 조그만 그곳이었다.
똥구멍,
그저 똥을 싸는 곳.
특별히 그런 쪽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애써 관심 가진적도 없었다.
"솔직히 더럽지, 더러워. 근데..."
이상하게 그 조그만 구멍에 자꾸만 눈이 갔었다.
그저 자신의 허리놀림에 따라 조금씩 움찔대는 그곳이 어느새 자신의 시선을 잡아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이 들어가서 발그레한 유라의 볼 만큼이나 발갛던 똥구멍, 기찬은 그게 약간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왠지 냄새도 안날거 같네, 흠.."
그렇게 말도안되는 자기 합리화와 함께, 기찬은 그녀의 항문에 손가락을 밀어넣었었다.
하지만 그 행위는 손가락 한마디가 채 밀려들어가기도 전에 끝났다. 대경실색한 유라는 비명과 발버둥으로 기어코 그를 물러서게끔 만든 것이다.
기찬은 억울했다.
어차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곳이었다.
어쩌다 손가락을 넣는다 한들, 거기서 뭔가 더 나갈 생각도 없었다. 멀쩡한 보지가 있는데 굳이 똥나오는 곳을 쑤셔대고 싶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변태!" "저질!"이라며 소리지르고 우는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털끝만큼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기찬은 "호기심이었다", "실수로 잘못 찔렀다" 같은 변명으로 엉엉 우는 유라를 적당히 달랜 뒤에 상황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진정한 그녀를 다시금 엎드리게 한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오랜만에 후장도 따보고, 암튼 완전 주말에 완전 빡시게 놀았다. 크~!]
[새끼, 살살 좀 놀아라. 그러다 칼 맞을라.]
기찬은 괜한 핀잔을 석철에게 날린다.
하지만 석철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는지 계속해서 문자를 이었다.
[야 근데 후장 진짜 개쩔지 않냐? 조임도 좋고 은근 꼴리고 말야. 난 이제 가끔씩 안해주면 사정도 잘 안되던데, 넌 안그러냐?ㅋㅋㅋ]
[..뭐래,]
갑자기 화제의 방향이 자신에게로 쏠린다.
조악한 열등감이 자신의 위장을 쥐어짜내지만 딱히 받아칠 말이 없었다.
어쨋든 그는 해봤고, 나는 못해봤으니까.

[솔직히 준비하는게 좀 번거로워서 그렇지, 재밌잖아! 너는 유라씨랑 몇번씩 하냐? 한달에 한번? 보름에 한번? 아님 일주일에 한번 이상?ㅋㅋ]
석철은 "이미 해봤지?"는 가정 하에, 기찬과 유라의 은밀한 사생활을 캐내고 있었다.
기찬은 석철과의 대화가 갈수록 난감해져만 갔다. 해본 적 없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손가락 하나? 그것도 마디가 들어가기도 전에 끝난 그거?
[조~오?다~ 지난번 보니까 유라씨 골반이..어후~! 난 진짜 그런 여자 있으면 시발 완전!!]
녀석의 타겟이 유라로 바뀐다.
[..아, 너 이런거 안좋아한다고 했던가? 큼큼, 미안하다 쏘리~~ㅋ]
기찬은 문자를 보는 눈이 점점 좁혀져갔다.
유라와 자신이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시시덕거리며 씹어댈만큼 가벼운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얘기를 할만큼 석철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이새끼 분명 지난번 호프에서도 그랬다. 그때도 분명 노골적으로 유라한테 껀덕거렸다. 내가 눈치를 주자 사그라들긴 했지만 굳이 숨기진 않았었다.
그런데 또 이런 도발을?
기찬은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붉은 열감이 후끈하게 느껴진다.
기찬은 상체를 일으켜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은 다음 생각했다.
뭘까? 이게 뭘까?
약간의 시간이 지난다.
덕분일까? 머리가 살짝은 식었는지, 그제서야 녀석의 숨겨진 의도가 어렴풋이 보였다.

뻔했다.
석철은 지금 아닌 척 하면서도 자신과 유라의 진도가 궁금했던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라"의 진도.
자지를 입에 몇번 물어봤는지,
얼싸는 해봤는지,
노콘은? 질내사정도 경험이 있나?
...혹시 항문섹스도 가능한가? 아님 거긴 아직..?
그딴걸 지금 골뱅이년 따먹은 사진 몇장에 슬쩍 묻어서 물어보는 거다.

기찬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나니, 석철의 수작질이 너무나도 하찮아 보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딴 새끼의 그럴싸한 무용담에 열등감을 가졌던 거라구?"
어이가 없었다.
사실 녀석이 풀어놓는 얘기의 대부분은 사먹은 여자에 대한 것,
"요새 안마는 망했다~ 요즘은 오피가 좋네~" 그러다 어쩌다 한번씩 나오는게, 오늘같은 클럽 얘기들이었다.
주말에 남탕 투성이의 클럽에서 몇시간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줏어온, 그것도 필름이 끊어진 걸레 골뱅이년으로 으X으X한 썰들.
물론 후장섹스는 석철이 녀석이 처음 자랑하는 것이긴 했다.
뭐 사실 까놓고 말해서 그 골뱅이년이 얼굴이 완전 썩창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화장 떡칠의 오크년의 똥꼬를 굳이 따고싶지는...
하지만 뭐 녀석도 흔치 않은 기회였을테다.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그렇게 의기양양했겠지, 인정한다.

그래서 뭐?
정작 녀석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건 내가 쥐고 있는데?
분명히 그 골뱅이년은 유라보다 못생겼을 것이다.
아니, 아마 여태껏 석철이 만나본 여자들 중에서도 유라는 손에 꼽히는 외모와 몸매일 것이다. 어쩌면 녀석이 만나지 못한 최고일지도 모른다.
[응응? 안그래? 기찬아 너도 얘기 좀 해봐라ㅋㅋ..]
이 안달나는 재촉의 문자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고 뭐겠는가.

하하!
기찬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고 입 밖으로 내보냈다.
방음이 잘 안되는 원룸의 구조 상, 다른 집에서 항의가 올 수 있었지만 그는 그냥 시원하게 웃어버린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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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주인공이 답답하시죠?
하지만 개인적으론 찌질함은 인간의 특권이자 공감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리고 여러분도 한두가지 쯤은 찌질한 부분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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