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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4:33 3,923회 0건
5화.





심심해 : 뭐야 재미없어?
슬픈영혼 : ㅇㅇ
슬픈영혼 : 노잼...
심심해 : ㅡㅡ 니가 더 재미없거든?
슬픈영혼 : 알아
심심해 : 참나 어이없어

어이가 없는 것은 그녀가 아닌 자신이였다. 그녀와 첫 채팅을 한 이후로 그는 그녀에 대한 관심을 끊었지만, 그녀는 우연의 일치인지 친구로 등록한 상대방이 접속을 했는지 아닌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이 어플에서도 계속해서 그에게 대화요청을 해왔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의 채팅을 이어나갈 수 없었지만, 지우는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진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 있어서 랜덤채팅을 시작한 목적도 희미했고, 상대방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었다. <심심해>는 랜덤채팅을 하는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였다. 닉네임이 뭐든, 그녀가 몇살이든, 어디에 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이상한건 지우, 본인이였다.

지우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인지 그녀는 더이상은 그에게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 처음엔 그토록 자신에게 만나서 섹스를 하자던 그녀였지만, 그럴때마다 지우가 대답이 없자 이제는 그런 제안도 하지 않았다. 날이 가면 갈수록 그들의 대화는 지극히 평범한 대화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같은 대화가 진정한 채팅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우는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득실득실거리는 랜덤채팅을 하면서도 그들과 다르게 평범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자신은 엄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심심해 : 재미있는 얘기좀 해봐
슬픈영혼 : 나 재미없어 누나가 해
심심해 : 야 ㅡㅡ 내가 23살인데 너한테 그런 얘기를 해야되?
심심해 : 빨리빨리 나좀 웃겨봐
심심해 : 요즘 짜증난단말이야

지우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나이는 23살로 둔갑해있었다. 물론 지우는 여전히 18살이다. 하지만 지우는 그녀의 나이따위는 1g도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그녀가 22살이면 22살이구나, 23살이라면 23살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녀의 나이가 몇살인지를 신경㎢摸?지금처럼 그녀에게 반말로 일관을 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심심해 : 아 짜증나
심심해 : 너 그새끼같애 ㅡㅡ
심심해 : 패고싶어 진짜
슬픈영혼 : 그새끼가 누군데?
심심해 : 있어 그런새끼
심심해 : 나한테는 관심도 없는 새끼
슬픈영혼 : ㅡㅡ
슬픈영혼 : 모르는 사람이야?
심심해 : 아니 모를리가
심심해 : 맨날 얼굴도 보고 이름도 알아
슬픈영혼 : ㅋㅋ 근데 왜?
심심해 : 몰라 아 짜증나
슬픈영혼 : 내가 왜 그사람같은데?
심심해 : ....
심심해 : 말걸어도 맨날 심드렁~
심심해 : 사람이 얘기를 해줘도 맨날 무관심~
심심해 : 아 몰라 답답한게 꼭 너같애 ㅡㅡ

그럴지도 모른다. 그녀가 말하는대로 그는 다른 것에 무관심하고 답답하기 짝이없는 한심한 남자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엄마가 명철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니... 명철이 아니라 다른 남자들을 만나고 있을지도 모모르는 상황속에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모습... 그녀 말대로 그는 답답한 놈이였다. 한심한 남자였다.

슬픈영혼 : 내가 생각해도 난 병신임
심심해 : 알긴 아네
슬픈영혼 : 그나저나 누나는 왜 그놈을 그렇게 생각해?
슬픈영혼 : 싫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심심해 : 그게 맘대로 안되니까 그렇지
심심해 : 아 몰라
심심해 : 괜히 그새끼 얘기해서 기분만 더러워졌어
심심해 : 나 간다
심심해 : ㅂㅂ

채팅의 시작도, 끝도 그녀 마음대로였다. 지우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수동적인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누웠다.






"야, 여자 하나 낚았어?"

"낚기는... 관심없어."

"뭐야? 그럼 랜덤채팅 접었어?"

"아니... 그냥 간간히 하긴 해."

"뭐야~~ 너도 빨리 여자 하나 구해서 총각졸업이나 해. 신세계가 펼쳐질거다. 큭큭..."

"... 공부나 그렇게 열심히 좀 해라. 너네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범생님?? 알아서 할거서든~~~?"

명철의 집에서 함께 숙제를 하는 와중에도 명철은 옆에서 계속해서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여자... 자신의 엄마에게 푹 빠진듯, 어제는 폰섹을 했다느니, 앞으로는 자신을 자기라고 부르기로 했다느니, 다시는 그를 제외한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느니, 지우로써는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는 명철의 매력이 뭘까, 그 여자... 아니,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의 매력이 도대체 뭘까, 도대체 뭐길래 엄마는 아들의 친구인 그에게 흠뻑 빠져서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아직도 숙제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나 다른없었던 명철과 달리 지우는 마무리만 하면 끝나는 단계였기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다.

명철은 경제력도 없다. 그렇다고 빼어나게 잘생긴것도 아니었다. 키가 작은 편도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큰 편도 아니다. 명철은 말그대로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 그 자체였다. 언변이 뛰어난것도, 다른 특출난 재주도 없다. 지우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명철아..."

"응? 왜?"

"어떻게해야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어? 오~ 의왼데? 드디어 너도 여자에 관심이 생긴거냐?"

"... 아니, 그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왜 어... 아니, 그 아줌마가 너한테 그렇게 매달리는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음... 하긴, 그래. 역시 밤일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빠진거 아닐까? 내 좆이 좋아서?"

명철은 책상에서 의자를 빼고 다리를 벌린채 그의 물건이 있는 곳을 자랑하듯 손으로 치고 있었다. 아무리 바지를 입고 있다고는 했지만 남자가 남자의 성기가 있는 부분을 바라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였다. 게다가 자신의 성기를 자랑하는 남자가 다름아닌 자신의 엄마의 물보질 쑤셔대는 명철이였다. 더럽고 역겨웠다.

"큭큭... 네가 그런거 물어본 기념으로 사진 하나 보여줄게. 이거봐."

명철은 지우에게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마치 자신의 전리품을 자랑하듯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장을 지우에게 보여줬다. 이번엔 그녀의 가슴이 찍힌 사진이였다. 크지만 쳐지지 않아 37세라는 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은 그 매혹적인 가슴의 사진을... 지우는 재빨리 명철의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서 사진을 확대해가며 그녀의 몸이 아닌 다른 곳들을 확대까지 해가며 살펴보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 영상과는 달리, 지우가 그 사진을 찍은 장소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단서는 그 사진에 나와있지 않았다.

"야, 이 걸레년... 이거 어디에서 찍었대?"

"야, 이 형님의 여자한테 걸레가 뭐냐 걸레가. 아무튼 밖에 출근하는길에 급꼴려서 자기 회사 건물 화장실에서 찍었다던데?"

"화장실...에서?"

"응. 큭큭... 왜 그런거 있잖아. 야외에서 노출하는 기분. 그리고 그거 보내주면 내가 더 흥분할거같다고해서말이지~"

"... 시발년..."

지우는 사진을 보면서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화장실은 밀폐된 공간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다. 그것을 위해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내리고 은밀한 곳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노출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배설욕을 해결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칸막이란 것도 그래서 존재한다. 그 필수불가결한 요소로부터 사람들의 은밀한 곳을 보고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칸막이다.

하지만 사진속의 여자, 명철의 여자이기도 한, 그리고 자신의 엄마이기도 한 그 여자는 그 칸막이의 역할을 바보로 만들고 있었다. 스스로 화장실에서 배설과 관계없는 젖통을 까발리고 핸드폰 카메라속에 그녀의 치부를 그대로 담아 명철에게 전송했다. 명철이 왜 그녀가 앞으론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믿는지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말만 그럴뿐, 실제로 명철을 흥분시키기 위해 스스로 찍은 그녀의 가슴사진도, 실제로는 그 사진을 찍는 모습을 다른 남자들에게 보이며 보지에서 애액을 흘리는 그런 야설속에나 등장할법한 여자일지도 모르는데...

"어...? 이건 뭐야?"

"응? 젖탱이지 그게 뭐긴 뭐야."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지우는 사진을 크게 확대하고 사진속 여자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그녀의 왼쪽 유두의 좌측 상단에는 크진 않지만 점이 하나 있었다.

"... 이 여자... 가슴에 원래 점있어?"

"응. 왜? 가슴에는 점 있으라는 법 없냐?"

"진짜? 진짜지?? 진짜로 이 여자 원래부터 가슴에 점 있는거 맞지??"

"뭐야... 너 그런쪽에 취향있냐? 그럼 원래부터 없었다가 찍을때만 생기는 점도 있냐?"

지우는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기분으로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에 있는 점을 물었고, 명철은 지우가 이상한거에 집착한다는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지우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물론 어릴때부터 여러번 봐왔던 엄마의 가슴이지만, 그때는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본거나 하지 않았지만, 얼마전 엄마의 등을 밀어주면서 본 엄마의 가슴은 온통 우유빛깔일뿐, 점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랫만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기쁜 순간이. 물론 모든 의혹이 다 풀린곳은 아니였다. 명철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엄마가 아니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만, 엄마가 랜덤채팅을 하고 닉네임도 <물보지유부>라는 것은 여전히 사실이였다. 하지만 엄마가 관계를 가지는 남자가 명철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하나 내려놓은것 같았다.

명철이 아니라면 누구일까, 그는 최대한 자신의 엄마인 수진을 이해하고 싶었다. 엄마에 대해 조금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집에서의, 엄마로써의 수진의 얼굴밖에 모른다. 그녀가 엄마의 역할을 벗어던졌을때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마라는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였다. 오늘만큼은 조금 쉬고싶었다. 정신적으로...

"다녀왔습니다."

"아들~~ 왔어? 오늘은 기분이 좋다보네?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그냥..."

"으유~~ 이렇게 맨날 웃으면 얼마나 좋아. 맨날 엄마한테 인상 찡그리구... 속만 썩히구... 엄마가 그동안 아들 얼굴 보면서 얼마나 속상했는줄 알아?"

"아아... 엄마... 답답해요..."

지우를 꽉 끌어안은채 수진은 지우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비고 있었다. 어렸을때도 지우가 활짝 웃고 있을때 엄마가 몇번 이런 식으로 지우를 대하긴 했지만, 지우의 키가 엄마의 키를 넘은 후부터는 이런 식으로 엄마가 그를 대한 적은 없었던것 같았다.

지우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엄마는 엄마로써 아들과 가벼운 스킨십을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 그는 그런 엄마에게서 강렬한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뭔가를... 하지만 그 뭔가를 알아버리면 큰 죄를 지을것같다는 느낌에 그 뭔가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 두려워졌다. 어쨋든 중요한 것은 지금의 엄마는 <물보지유부>가 아니라 예전의 그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쩌지~? 오늘같은 날은 아들이랑 조금 같이 있고 싶은데... 엄마 가게 회식인데..."

"어쩔 수 없죠 뭐. 회식도 해줘야 엄마 직원들 기가 살잖아요."

"그래두... 엄마 그냥 가지 말까...?"

엄마의 눈동자는 그에게 뭔가를 갈구하는듯했다. 그 눈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영영 헤어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지우는 그녀의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문득 매장 가게들의 남직원들에 대한 생각이 났다. 그들은 짐승들이다. 엄마에게 그들의 위험성을 경고해야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같았으면 엄마가 벌써 이미 그들에게 사냥당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명철이 보여준 사진때문인지 오늘따라 엄마가 그런 여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엄마가 이미 그들에게 사냥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또다시 사냥당하는 일은 막아야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쨋든 주의를 줘야만 했다.

"엄마, 술... 적당히 마시세요. 알았죠?"

"흐음~ 가지 말라고는 안하네. 좀 아쉬운걸..."

"... 됐구요. 대답이나 해줘요. 술 적당히 마시기로. 알았죠?"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우리 아들 기억 못해? 나~ 엄청 술 잘마시는거. 호호... 웬만한 남자들 저리가라할 정도인데?"

"아... 진짜... 엄마!"

"알았어 알았어. 호호... 나는 이렇게 우리 아들이 서방질 해줄때가 제일 좋더라?"

수진은 뭐가 그리 기분좋은지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미소를 지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그녀는 자꾸 그에게 "서방질"이라는 단어를 ㎢? 도대체 "서방질"이라는 단어의 뜻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자신의 어떤 행위가 그 "서방질"에 해당하는 것일까. 역시 세상엔 아직 그가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였다.









오랫만이였다. 정말 오랫만에 꿀같은 잠을 잘 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였다. 하지만 그는 잠들지 않았다. 오늘은 잠들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자신의 멋대로 엄마를 오해하고, 왜곡하고, 욕했던 것에 어떤 식으로 용서를 구해야할지 몰랐다. 아마 평생가도 하늘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물론, 그가 엄마에게 그동안 엄마를 그렇게 생각했노라고 말할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 뿐이였다.

수진이 나간지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벌써부터 수진이 가디려지기 시작했다. 1시간이 될지, 2시간이 될지, 아니면 아주 늦은 시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아주 긴 시간동안 그녀를 기다릴 수 있을것 같았다. 어차피 내일은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였다. 늦게 잔다고해서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그때였다. 그런 그의 생각을 깨는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명철의 전화였다. 어제까지만해도 명철의 전화가 오면 그의 전화를 피하거나, 받더라도 엄청 퉁명스러운 말투로 빨리 끊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는 식으로 그의 전화를 받았지만, 오늘은 기분좋은 목소리로 명철에게 말했다.

"어, 왜?"

-아~ 좋은 소식 있어서 말해주려고 했지. 궁금하지 않냐?

"큭큭... 좋은 소식 뭔데?"

-그 아줌마 있잖아. 그 아줌마가 나 내일 개교기념일이여서 쉬는거 어떻게 알고 오늘 만나자네? 큭큭... 그래서 지금 나와서 만나러 가는 길이야. 어때? 부럽지?

"그래? 이시간에 만나서 뭐하게?"

-할게 뭐 있겠냐~~ 불타는 밤을 보내야지. 큭큭...

"풋... 니 대가리속에는 그짓거리 할 생각밖에 없냐?"

-몰라. 어, 저기 왔다. 수진아~~ 야, 나 간다. 너도 빨리 성공해서 좋은 소식 들려줘~~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명철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곧 어떤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리며 전화가 끊겼다. 분명 명철이 오늘 보여준 그녀의 사진으로 인해 그녀가 자신의 엄마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명철과의 통화로 지우는 다시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그 여자를 수진아, 라고 부르는 명철, 뭐 이건 우연히 이름이 일치한 것일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동명이인이 한둘이 아니니까. 문제는... 명철이 따로 말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내일이 개교기념일이였다는걸 알았다는 점, 그녀가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게다가 갑작스럽게 회식이 있다고 나간 엄마... 엄마가 오늘 회식을 하러 나간다고 한 것과 내일이 개교기념일인 것과 평소에 만나는 주말이 아닌 오늘 갑작스럽게 만남을 가지게 된 명철... 이 모든 것을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혹들이 커질수록 지우는 불안해졌다. 생각해보니 그가 멍청했었다. 명철이 보여줬던, 가슴에 점이 찍혀있는, 소위 말해 그의 여자라고 말하는 그녀의 사진의 주인이 명철이 실제로 만나는 여자가 아니라는 증거도 없었다. 비교적 일반적인 사진. 명철의 말대로 사진을 도용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런 사진정도야 남의 사진을 가져와서 내 여자의 사진이다, 라고 자신을 속일수도 있는 일이였다. 그리고 막말로 그것이 도용한 사진이 아닌 그녀 본인의 사진이라고 쳐도 문제였다. 그가 욕실에서 엄마의 가슴을 봤을때 잘못본 것일수도 있었다. 실제로는 엄마의 가슴에 점이 나있을지도 몰랐다.

지우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지우는 홀린듯한 눈빛으로 핸드폰을 켜서 연락처목록을 찾았다. 엄마의 핸드폰 가게의 전화번호. 다행이 저장되어있었다. 아직 엄마가 나간지 2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 아직 영업을 종료할 시간도 아니였으며 엄마가 도착할 시간도 아니지만 가게에 전화해보면 오늘 회식을 하는지 아닌지 정도까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회식을 한다면 명철이 만나는 여자는 엄마가 아닐 것이다. 반면... 엄마가 회식을 하러 나갔다는 그 말이 거짓이라면.... 아니다. 아직 그 일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엄마가 그에게 그런 거짓말을 했을리가 없다.

연결된다는 신호음이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빨리 전화좀 받지, 라고 생각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본, 말로 엄마를 따먹고 싶다고 했었던 창수라는 놈이 전화를 받았다. 그와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쨋든 지금은 그에게 오늘의 회식유무를 묻는 것이 급선무였다.

"안녕하세요. 저 지우에요. 사장님 아들..."

-어, 그래. 지우야. 웬일이니?

"... 엄마... 거기 없어요?"

-응. 오늘 안나오신다고 하셨는데? 못들었나보네. 다른데에 일이 있다고 하던데?

지우는 순간 현기증이 났다. 오늘 회식을 하냐고 다짜고짜 물어보면 그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돌아서 물어본 것이였는데, 그는 회식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럼... 거기 분들 회식하신지 얼마나 되었어요?"

-회식? 글쎄. 뭐 우리들끼리야 자주 놀긴 하는데, 딱히 회식이라고 할건 없었는데? 아. 가끔 사장님이 카드주시거나해서 먹고싶은거 먹으라고 하긴 했었는데. 지우야, 그러니까 네가 사장님한테 잘 말씀좀 드려서 우리 회식좀 자주자주 시켜달라고그래. 알았지?

"...... 네......"

통화가 끊겼다. 하지만 지우는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귀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분했다. 그들이 속인 것이다. 그들이 나를.... 친구였던 명철이도... 엄마인 수진도... 특히나 오늘 엄마가 나가기 전 그에게 했던 대화들... 진짜인줄 알았던 그 대화들... 자신이 사랑했던 예전의 엄마의 모습이였던 그것 또한 가면이였다.

"이런... 시발년놈들...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지우는 빠르게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을 나서려고 한 순간, 그는 문 밖을 나서기를 주저했다. 어디로 가야한단말인가. 어디로 가야 그들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멍하니 서서 그들을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원망해야할 대상은 그들이 아니였다. 그들에게 속은 자기 자신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딩동

한참동안 현관 앞에 주저앉아있었던 지우는 벨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엄마인가? 마음속에서는 왜 벌써 왔냐, 그냥 가버려라, 명철이 놈이랑 저 멀리 다른 곳으로 영원히 가버려라,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말은 안나왔고 그저 무기력하게 바닥에 주저앉아있을 뿐이였다.

-딩동, 딩동

지우는 집에 없는척을 하려고 했지만 현관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움직일 마음이 없어도 이제는 그 벨소리가 너무나 시끄러워서 더이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일어서서 현관문을 열었다. 벨을 누르던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던것과 달리, 현관을 두드리던 사람은 은주였다...

"어머, 지우야. 얼굴이 왜그래? 응?"

"... 아니에요..."

"깜짝놀랐잖아.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네... 그나저나 무슨 일이세요?"

"엄마 있니? 심심하기도 해서 오랫만에 너희 엄마랑 술이나 마시려구."

순간 그는 "엄마는 아줌마 아들이랑 떡치러 갔다." 라고 말을 할 뻔했다. 하지만 피해를 받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괜시리 은주에게까지 알려줘서 그녀까지 아프게 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언젠가는 알게 될 진실이라고해도, 지금만큼은 그 진실로부터 은주를 격리시키고 싶었다. 그렇기에 지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래? 흐음... 어쩌지... 벌써 술은 이만큼이나 샀는데... 집에는 명철이놈도 없고... 아, 그럼 지우야. 지금 너 혼자인거니?"

"... 네...."

"히힛. 잘됐다! 지우야. 오늘 아줌마랑 같이 술마시자~"

지우가 허락할 사이도 없이 은주는 막무가내로 집안에 들어와서는 신발을 아무데나 막 집어던지고 거실에 있는 식탁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장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아마 지우가 집에 없을때도 몇번이나 이곳에 왔었는지 은주는 자신의 집이 아님에도 매우 능숙하게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후라이팬까지 꺼낸 후 장바구니에 담긴 이것저것을 꺼내가며 음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분명 지금이라도 은주에게 명철과 수진이 지금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해서 명철을 응징하고 자신의 엄마인 수진을 다시 되돌려야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고있는 행동은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진실을 감추는 것이였다. 그토록 벌하고 싶은 명철과, 아들이면서도 그토록 욕을 해댔던 수진을 감싸는 행동. 그것은 그가 은연중에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서였을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그년은 보호할 가치도 없는 여자였다. 이미 엄마이기를 포기한 여자이다.

"후훗... 지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에요..."

"자, 앉아앉아. 한잔해~ 쨘~~~"

은주는 40세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활발했다. 나이는 수진보다 3살이나 많았지만, 아마 행동하는 것이나 성격같은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 수진이 은주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지우는 그래도 외모는 수진이 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은주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였다. 40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외모... 하지만 아무리 예뻐도 나는 감히 친구의 엄마를 어떻게 해보겠다, 따위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아. 지우야. 어른이랑 마시는 술은 괜찮아~ 그러니까 부담갖지말고 마셔~ 자, 원샷!!"

쓰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알코올의 맛은 너무나도 ㎢? 왜 사람들은 맛도 없는 술을 마시는걸까. 그래, 이맛이야, 라는 감탄사를 내뿜으며 다시 술잔을 채우는 은주의 모습을 지우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쓴 맛도 맛일까... 하긴, 확실히 이 쓴맛에 자신의 마음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뤠서 마리야... 웅? 그뤄니까 우리 명철이? 어떻게 해봐앙..."

혀가 꼬부라진 소리... 벌써 취했다. 취할만도 했다. 벌써 4병째... 자신이 마신 양을 다 합쳐도 한병은 될까말까 했는데 벌써 4병째 술병을 까고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그녀 혼자서 두명 넘게 마셨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술을 마시는것을 멈출줄을 몰랐고, 그가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계속해서 술잔을 채우고 있었다. 아니, 그에게 마시라고 강요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였다. 물론 가끔가다가 자신에게 너무 술을 빼는거 아니냐고 하면서 러브샷을 하자고 떼를 쓸때는 정말로 곤혹스러웠다. 40이라는 나이에도 러브샷이라는 것을 남자와 하고 싶은걸까 여자란 존재는... 하긴, 그녀에게 있어서 그는 남자가 아니였다. 남자일 수 없다. 그는 아들의 친구일 뿐이다.

"아줌마... 있잖아요..."

"얘는! 아줌마가 뭐야, 아줌마가! 내가 그렇게 아줌마같아?"

"그... 그게 아니라..."

"누나 해봐 누나. 은주누나~~ 이렇게... 응?"

"... 어떻게 그래요..."

"에이, 오늘만이라도 누나라고 불러줘. 응? 딱... 오늘만~ 응? 제바아알~~"

옆에서 그녀가 지우의 팔을 붙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다. 너무 강력한 무기였다. 그는 더이상 그녀가 조르는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그녀에게 아줌마가 아닌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민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이미 취할대로 취해서 내일이면 오늘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문득 그녀가 술버릇이 나쁘다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다시는 그녀와 이렇게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는 눈을 딱 감고 애써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은...주... 누나...."

"와~~~ 좋다. 다시 불러죠. 다시. 응? 웅?"

"... 은주누나... 됐죠...?"

"히히... 기분좋다. 쨘~~"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 웃어대는 그녀. 지우는 그녀를 종잡을 수 없다는듯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도 그 눈빛을 느꼈는지, 일순 서글픈 표정을 짓고는... 그에게 아까의 발랄하고 장난스러웠던 분위기가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술잔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세상에 어느 여자가 아줌마라는 말을 듣고 싶겠어... 그렇다고 생각 안해?"

"...."

"지우는 모를거야... 여자는 말이야...?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이름이 없어져. 이름이 불릴 일이 없어지지. 잘해봐야 명철엄마... 아니면 아줌마... 사장님... 난 은주라는 이름이 있어. 하지만 그 이름으로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 아니요..."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야. 이 세상에... 나란 여자가 없는것 같아. 그냥 나는 평범한 아줌마일뿐, 그리고 명철이의 엄마일뿐... 나도 하고 싶은게 있고, 꿈꾸고 싶은게 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나한테는 그런게 허락되지 않는 기분...?"

"... 상관없지 않아요...?"

"풋... 그래서 너는 이해하지 못할거란거야. 아마 이런 얘기를 네 엄마랑 하면 얘기가 잘 통할텐데..."

지우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될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종의 변명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그녀를 뭐라고 불러주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남들이 그녀들을 어떻게 부른다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라는 상상을 했다.

은주는 점점 더 취해가는듯 아까와는 다르게 점점 더 표정에 그늘이 드리우고 있었다. 말도 없이 그저 소주잔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침묵이 싫었다. 그 침묵이 길어지면 TV에서나 나오는 우울증이라는 병이 그녀를 집어삼킬것 같았다. 뭐라도 말을 해야할것 같았다. 그런 그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주... 아니, 은주누나는... 재혼할 생각 안해봤어요?"

"응...? 응? 푸훗... 그게 무슨 소리야~~ 애도 있는 아줌마가 무슨 재혼이야~"

아까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고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으면서 이제는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칭하는 것을 보며 지우는 그것을 따질까말까 했지만 따졌다가는 괜히 자신만 손해일것 같아서 그냥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왜에~? 혹시, 지우... 나한테 관심있는거 아니야? 히힛..."

".... 아... 아니에요!!"

"뭐야, 그렇게 놀라니까 꼭 진짜같잖아~~ 뭐, 만약 지우가 나한테 결혼하자고 하면... 재혼 생각해볼지도?"

"윽... 진짜로 아니에요.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히히... 농담이야 농담. 재혼... 재혼이라... 글쎄... 남편이랑 이혼하고나서 한동안은 명철이 키우느라 정신은 없었고... 명철이 초등학교 다닐때쯤인가? 그때쯤엔 나도 애도 좀 컸겠다... 싶어서 다른 남자 만나볼까... 도 했었지."

"... 그래서...요...?"

"뭘 그런걸 물어보고그래. 호호... 진짜 알고 싶어?"

"... 네..."

"이거... 이거 말해줬다가 나중에 우리 지우, 나 흉보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에라이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그때 몇번... 만나긴 했었어. 그 중 두명정도는 진지하게 결혼하자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정말이요...?"

"응. 지우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 나름 잘나갔거든~? 뭐 지금도 난 꿇리진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아무튼 근데 둘 다 결국엔 별로더라고."

"뭐가 별로... 였는데요?"

"풋... 어른들만 아는 그런거 있어요. 지우는 모르는거~ 아무리 성격같은걸 서로 맞춘다고 하더라도 선천적으로 궁합이 맞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그런게 있거든~~"

정확하게 뭐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지우는 은주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속궁합인지 뭔지 하는 그런 것이였다. 도대체 섹스가 뭐길래 상대방을 따먹는다느니, 하고싶어 미치겠다느니, 속궁합같은것까지 따지는 것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뭐... 게다가 명철이도 있고... 훗... 아들이란게 엄마들한테는 어떨때는 짐이기도 하면서도 어떨때는 행복이기도 하고~~ 그래. 나중에 명철이 커서 결혼한다고 하면 그때는 명철이 신경 안쓰고 나 데려갈 사람 없나~ 하면서 찾아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때는 다 늙어서 누가 거들떠보기나 하려나몰라."

"....."

"여자란 그런거야... 불쌍하지...? 요즘엔 몰라도 나 어릴때만해도 여자라는 이유로 놀지도 못하게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된다나 뭐라나 라면서 청소나 배우고, 빨래나 배우고, 요리나 배우고, 그렇게 결혼하고... 임신하고... 애만 바라보면서 애를 키우는게 유일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아들이 떠나가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하긴... 우리 명철이놈은 철이 없어서 언제 결혼할지 모르겠지만~~"

지우는 왠지 오늘따라 은주가 처량해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자신이 괜한 질문을 해서 그녀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아휴... 술 그만마셔야겠다... 우리 막잔하고 일어설까...?"

"네... 엇... 아... 누나..."

"왜에...? 편해서 그런거야 편해서. 오해하지 말.기."

은주는 지우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 말이 기대는것이지, 실제로는 연인의 품에 안기려는 여자와도 같은 모습이였다. 어차피 이미 네 번째의 술병도 끝이였고, 더이상은 술을 마시지도 못할것 같았다. 그는 상관없었지만 오히려 그녀가 더욱 문제였다.

"어이쿠.. 누... 누나..."

"하아... 응....?"

마지막 잔을 넘기고 눈이 풀린채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는 은주를 지우는 일으키려고 했다. 어떻게해서든 그녀를 부축해서 그녀를 침대에 눕히려고 했지만, 그녀의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의 몸이 중심을 잃었고, 그녀의 몸을 잡아주려던 그의 손은 운명의 장난스럽게도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가슴에 향해있는 그의 손을 그녀의 손으로 덮으면서 더욱 강하게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만지도록 했다.

그녀의 눈은 젖어있었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그녀가 느끼는 갈증이 그에게도 느껴지는것 같았다.

"지우야... 오늘만... 내 애인... 해줄래...? 오늘만... 나... 네 여자... 되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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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신공이 적절하군요. 벌써부터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하하

-여자, 특히 유부녀의 심리를 묘사하는건 역시나 어렵네요. 머리속으로는 이미 한참전부터 구상되어있었고, 어떻게 써야지~ 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막상 쓰다보면 막히는... 역시 심리묘사란건 어렵습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이번편을 통해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은 이 소설이 네토라레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는 아닙니다. 저는 이 글은 결코 네토라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크고 명백한 증거로, 이 소설에는 네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차분히 생각해보시죠. 이 글에서 지우가 수진이 성관계를 가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나요? 지우가 생각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 물론 모든 증거들은 그의 상상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확증이라고 할만한 것이 한번이라도 나온적이 있나요? 거기에 대한 답은 굳이 제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 자체는 흔히 네토라레 장르에서 보이는 상황과 유사한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네토"라는 실질적인 상황 자체가 아니라 네토라레라는 장르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주인공의 배우자나 연인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낀다거나, 혹은 반대로 그 상황을 즐긴다거나... 라는 심리적인 상황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장르구분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소설은 네토라레 장르일수도 있습니다. 모자네토가 성립되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 심리적인 상황을 따진다고 하더라도 이 글에서 느끼고 있는 지우의 심리상태로 네토라레라고 분류하기에는... 제 개인적으로는 힘들다, 라는 생각입니다. 뭐 이 부분에 대한건 많은걸 말씀드릴수가 없네요. 스포덩어리인 부분이라....

-많은 분들이 지우의 행동에 답답함을 느끼실것 같기도 하고, 빡침을 느끼실 수 있을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그런 반응에 감사합니다. 그만큼 지우라는 캐릭터에 몰입하셨다는 증거니까요. 흐뭇합니다. (.... 역시 작가는 변태였다고 합니다...) 다만, 아직 5화밖에 되지 않았다는걸 조금만 고려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글로 모든걸 표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거기에는 정답도 없습니다. 정답이 있으면 재미있는 소설이 좋은것이다, 라는것 뿐이겠죠.

확실히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부 다 묘사하면서 진행시키면 여러분들이 이런 오해를 하실 일도 없겠죠. 지우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실제로 수진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명철이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묘사한다면말이죠.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식의 전개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작가가 노리고 있는 한방을 맞아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라는 생각에 그 감동이나 여운이 줄어드니까요.

말씀드리고 싶은 바는, 소설은 글로 써져야지만 표현되지만, 글에 쓰여있음에도 그 글자 그대로의 뜻이 아닌 다른 뜻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글로 쓰여지지 않아도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내용들이 있을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즐기는 방식의 차이겠지만, 한번쯤은 행간에 숨어있는 뜻들이 과연 뭘까,에 대해 상상해보면서 야설을 즐기신는것도 좋을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마지막으로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글쓰는 보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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