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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25 546회 0건
착한사람착한사람se 2-1

아리의 친구 미희-상





“오빠..”

“..응?”

“나 사랑해?”

“..싱겁게.”

“나 사랑 하냐고요!”

“....낯간지럽게 갑자기 왜 이래?”

“사랑이 식은 거야! 이제 겨우 1년 됐는데.. 맞죠!?”

“배고프다. 밥이나 차려.”

“내가 밥순이냐!!!”

“...냐???”

“그래!! 내가 밥순이냐고!”

“너.. 뭐 잘못 먹었냐?”

“그렇잖아요! 만날 밥이나 차리라고 하고!.. 요즘은 잘 놀아주지도 않고...”

“네가 애야? 놀아주긴 뭘 놀아줘..”

“진짜! 확 바람이나 펴부릴까부다..”

“맘대로 하세요. 배고프다고 밥 줘.”

“........”



‘꽝!!!’



“..야!”



아리가 공부방의 문을 큰 소리 나게 닫아버리며 들어가 버렸다.

또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했지만 만사가 귀찮은 민기였기에 조용히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입에 하나 꺼내 물곤 깊은 한숨을 쉬게 된다.



민기에겐 근 일 년이란 시간이 행복하기도, 어렵기도 했기에 아직도 잘 적응을 못하고 많은 피곤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철민파에서 완전히 독립된 존재로 떨어진 후 동민의 소개로 취직하게 된 곳이 다름 아닌 유명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있는 의류회사였기 때문이다.



민기에겐 일반인으로서 살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었고 취직한 여성의류를 주로 디자인하는 이 회사의 사원들이 대다수가 여자임이 초반엔 더 그를 힘들게 했었다. 비록 회사 대표의 보디가드겸 비서로서의 직분에도 회사의 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민기에겐 이 1년이란 시간이 정말로 길고 힘들었었고 일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지금이 더 그랬다.



“후~... 아리야.”

“...”

“아리야...”

“왜요! 전 배 안 고프니까! 오빠 혼자서 뭘 시켜 드시던지 말든지 하..”

“알았으니까 이리로 와 봐.”

“.....”

“미안하다고. 그러니까 화 풀고 잠깐 와 봐.”

“왜요!?”



뿌루퉁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골이 났다는 감정을 얼굴 가득히 담고는 마지못해 반쯤 열려 있는 베란다로 아리가 걸어 나온다.



“벌써 1년이다.”

“뭐가요?”



여전히 골맨 목소리로 민기의 시선을 멀리한 채 아리가 베란다 밖에만 시선을 주자 민기가 아리의 어깨를 끌어당겨 자신의 몸에게 바짝 붙인다.



“우리 같이 살기 시작한 게 이번 주 금요일이면 벌써 1년이라고.”

“그러니까 좀 놀러가자.. 오빠도 알고 있었어요?”

“그걸 잊겠냐? 네 생일인데? 이 맹꽁아.”

“....”

“4월 17일이잖아. 아니야?”

“......피~”

“금요일에 학교 몇 시에 끝나?”

“5시.. 왜요? 그날 일찍 끝나요?”

“응. 조퇴 좀 한다고 얘기 해놨어.”

“진짜요? 진짜?!!”

“요즘 매일 야근이라서 싫었지?”

“그걸 말이라고 해요? 맨날 잠들면 들어오고..”

“그러게..”

“아!!! 그럼 그날 우리 영화 보러 가요!”

“그래.”

“그리고 저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칼질도 하고!”

“레스토랑? 너 그런 거 싫어하잖아.”

“그래도!! 영심이네 오빠는 1주년 기념으로 양평까지 가서 스테이크 사줬데요!”

“......허~”



아리의 말에 놀라게 된 민기였다.

스테이크 사먹을 돈이 아깝다며 집에서 돈가스를 직접 튀겨 먹는 게 일상적인 아리의 모습이었기에 지금 아리의 행동에 조금 놀라게 된 민기였다. 그것보다 남들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는 아리 자체가 새롭게 보인 민기였다.



“왜요?”

“그냥.. 가자 레스토랑.”

“오키!! 얼른 자요 오빠. 또 피곤해서 아침에 못 일어나지 말고.”

“오늘은 같이 잘까?”

“됐거든요! 오늘은 위험한 날이거든요!!”

“콘..돔 끼면 되잖아.”

“싫어요!”

“진짜 안 뺄게.”

“흥이네요. 금요일은 안전한 날이니까 그때까지만 참으시죠.”

“.....”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면서 무슨... 얼른 주무세요.”

“그럼 그냥 안고만 잘까?”

“풋!큭큭..”

“...왜 웃냐?”

“누가 그랬더라. 남자는 다 늑대여서 손만 잡고 잔다는 말은 믿지도 말고, 커피 한 잔 사줄 테니까 나오란 말도 다 꿍꿍이가 있으니까 아예 귀도 막으라고!!! 누가 그랬더라~”

“됐다! 내가 거지도 아니고 참나...”

“알았으니까. 언능 주무세요! 대신 이번 주 금요일에 마니마니~ 이뻐 해줄게요.”

“...”

“어.. 벌써 새벽 2시다. 언능 자요!”

“.아..리야.”



민기의 말이 아리를 붙잡기도 전에 아리가 쌩하고 공부방으로 향했다.



일 년이란 시간동안 아리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사랑만으로도 모든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아리에게도 현실이란 장소만큼 복잡하지 않은 게 없었고 그건 입학하게 된 대학교란 장소부터 첫 걸림돌로 다가오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아리와는 달리 학교를 먼저 졸업한 후에 생각하자는 민기와의 의견차이로 한바탕 크게 싸운 후 오히려 아리가 더 피임에 철저히 행동하게 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미희야.”

“응?”



다음날 전공과목이 끝난 후 아리가 미희에게 말을 건다.

미희는 좀 논다고 과에서 소문이 난 여학생으로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리와는 달리 남학생들에게 안고 싶은 여학생 1위로 꼽힌 섹시한 옷을 즐겨 입는 학생이었다. 아리와 같은 간호학과 1학년 이긴 했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왜?”

“혹시 점식 약속 있니?”

“우람오빠랑... 왜?”



말도 잘 섞지 않는 아리란 동급생의 물음에 미희가 호기심이 발동한다.



“좀... 물어볼게 있기도 하고..”

“그래? 잘 됐네. 별로였는데. 그럼 하람에 갈래?”

“하람?”

“거기 토스트가 맛나걸랑.”

“그..래.”



하람이란 곳은 학교 앞 카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피전문점으로 학교안의 남녀를 불문하고 연인들이 자주 찾는 장소였으며 테이블이 좀 붙어 있고 인테리어조차 꽃들이 가득한 의자와 식탁보가 즐비한, 그래서 솔로들이 가기엔 좀 부담스러운 장소이기도 했다.



아리는 하람이란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같은 커플의자에 앉은 연인들의 밀착된 모습에 입구에서부터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아리와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가 먼저 커다란 유리창 앞의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은 미희가 주문도 하지 않고 아리에게 말을 건다.



“무..뭐 마실래? 내가 살게.”

“...네가?”

“응.”

“짠순이로 소문난 네가? 와~.. 겁난다.”

“내가 언제... 짠순이냐..”

“너 유명하잖아. 아직도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 여자로! 요즘에 누가 학교에 도시락 싸들고 오냐!”

“도시락이 어때서.. 울 오빠꺼랑 같이 싸면..”

“오빠?”

“응?...응.”

“오빠랑 같이 살아? 그럼 엄마가 도시락 싸주는거야?”

“....아니.”

“그럼?”

“내가 싸는데...”

“....오빠 것도?”

“응. 왜?? 이상해?”

“뭐.. 이상까진 아닌데.. 그럼 네 오빠도 대학생이야?”

“아니. 회..사 다녀.”

“헐.. 나이차 많이 나니? 결혼도 안했고?”

“...”

“와~ 진짜 대단하다. 친오빠 도시락까지 싸주고 학교에 도시락도..”

“그것보다.. 있잖아..”

“언니! 여기 허니세트 2개요.”

“...”



허니세트란 말에 아리가 유리탁자 아래에 끼워져있는 메뉴판을 확인한다.

11000원 짜리 토스트와 커피, 그리고 샐러드가 포함된 세트음식으로 아리에겐 엄청 고가의 점심이란 생각을 들게 만들었고 여지없이 투덜거리듯 중얼거리는 아리의 버릇이 튀어나왔다.



“.. 이게 만천원이라고, 참나.. 만들면 사천 원이면 차고 넘치겠...”

“.....”

“미안.. 뭐 더 먹을래?”

“푸하하하하하. 너 줌마 같다는 얘기 듣지?”

“줌마?”

“아줌마!”

“......”



아리의 얼굴이 붉어진다.



“니네집 가난해? 엄청?”

“...아니.”

“그럼?”

“그냥..”

“먼저 나부터 한 가지만 물어보자.”

“뭐?”

“너 솔직히 말해. 아리제단이란게 네 이름에서 나왔다는 게 맞아?”

“...”

“대답 못하는 거 보니까 진짠가 부네..조교언니가 저번에 얘기하던데. 너 부자 아니었어?”

“부자 아니야.”

“그렇지? 그런 얘가 이깟 토스트 하나에 벌벌 떨 리가 없지.”

“...”

“그건 됐고, 그래서?”

“응?”

“나한테 뭘 부탁하려고 이런 비~싼 점심을 사주는데?”

“저..기...”

“무섭게 왜 뜸을.. 아! 혹시 네 오빠가 나 소개시켜 달래? 나 언제 봤니?”

“그런 게 아니고..”

“그럼? 아씨! 사람 답답하게.. 똑 부러지다 못해 진짜 부러질지도 모른다고 소문난 천하의 아리가 왜이러니?”

“....남자..가 뭘.. 좋아해?”

“.....뭐?”



사실 아리란 학생은 먼저 글에 나와 있듯 학과 안에서도 톱클래스로 인기가 자자했다.

미희와는 달리 아직도 고등학생으로까지 보이는 동안의 얼굴과 살이 많은 것도 아닌데도 젖살이 남은 듯 보이는 귀여운 볼 살에 긴 생머리를 항상 말똥머리로 묶고 다니며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아줌마 같이 행동하는 외형은 남학생들로부터 보호본능과 더불어 모성애를 받고 싶은 상반된 매력으로 다가갔었고, 항상 입고 다니는 펑퍼짐한 티셔츠에도 드러나는 볼륨 있는 가슴과 청바지의 허리에서 이어지는 엉덩이의 잘록하면서도 굴곡진 각선미로 침만 삼키며 지켜보기만 하게 만드는 아리만의 마력이 존재했었다.



남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기는 하지만 결코 빈틈을 보이지 않는 아리의 성격 탓에 그런 위압감은 쉽사리 대시를 허용하지 않았었고 수많은 남학생들의 경쟁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다가갈 수 없는 만인의 연인 같은 존재가 바로 아리였었다.



“자..잠깐만!!”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 귓구멍을 몇 번이나 파내고는 다시 아리에게 물어보는 미희다.



“지금 남자가 뭘 좋아하냐고 나한테 물어본 게 맞아?”

“조..조용히 좀 해...”

“진짜니?”

“........응.”

“너 남친 있어?”

“....응.”

“진짜!!?”

“응.”

“진짜로??”

“...”

“와!!! 울 과에서 피눈물 흘릴 인간들 많겠다.”

“...........”

“그래서?”

“토..토스트 나왔나보다.”

“지금 그게 문제니! 누군데?”

“..”

“그 주인공이 누군데? 기강이 오빠? 준식이 오빠? 울과에 있어?? 아니지.. 과에는 감히 넘볼 인간이 없을 텐데...”

“아니야.”

“그럼!!??”

“잠깐만.. 토스트 가져올게.”



닦달하는 미희의 모습에 적자니 당황한 아리는 서둘러 일어나 카운터를 향해 빠른 종종걸음으로 걸어갔고 엉뚱하게도 차가운 냉수를 컵에 따라 벌컥거리며 마시기 시작했다.



겨우 숨을 고르는 듯 쟁반에 놓인 토스트와 커피들을 들고는 미희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돌아온다.



“우선 먹고 얘기하..”

“누군데?”

“......”

“우리 학교 사람이야?”

“아니야.”

“그럼?”

“아니야. 그냥 밥이나 먹자.”

“....”

“미안해 괜히 불러내서..”

“혹시.. 무슨 기념일이니?”

“응?..아니라니까.. 그냥 밥이나.”

“기념일 맞구만! 그래서 무슨 선물이라도 해줄라고 고민하는 게 얼굴에 딱 보이는구먼!”

“......”

“음~~ 나한테 물어보는 걸 보니.. 진짜 선물 같은 걸 살 분위기는 아니고! 그거니?”

“응?? 그거라니?”

“섹스??”

“미..미쳤어!. 아니야.”

“그건 벌써 했구나.”

“무..무슨 소리야. 아니라고.”

“하긴 너 같은 앨 가만 놔두면 남친이 남자가 아니지.”

“...”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길수가 없는 아리였다.

최대한 평범하면서도 너무 섹시하지 않은, 아리는 1주년 기념일에 민기에게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고 싶었고 더 즐겁게 해주고 싶은 욕심으로 사실상 몇 주일 째 고민하고 있었다.



민기와 몸을 섞은 지도 벌써 1년이 지난 지금 사실상 주도적인 입장에서 매번 아리를 리드한건 민기였으며 초반에 민기를 강간하듯 위에 올라탄 그 대범한 행위는 말 그대로 아리와 민기의 관계상에서 민기적거리는 민기였기에 가능했던 아리였었다.

능숙하게 아리를 공략하고 혼절까진 아니어도 정신까지 못 차리게 만드는 민기였기에 이번 1주년 기념일이 다가올수록 아리의 각오도 대단해져갔다.



문제는 엘르에서 알고 지내던 언니들에게 물어본다면 남자 후리는 기술쯤이야 껌도 아니겠지만 아리는 그건 아닐 거라는 생각에 고민에 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민기의 전 여자 친구였던 수지라는 여자에게 말이 들어갈 수도 있었기에 싫었고 자신과는 안 맞는 행동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같은 또래의 미희란 여자를 찾게 된 것이다.



“근데 뭐가 문제니? 혹시 너 못 느껴?”

“....뭘?”

“아니면 처음이었니?”

“무..슨 소리야.”

“그럼 뭐야? 사람 궁금하게!”

“...우리 나가서.. 조용한데서 얘기하면 안 될까?”



자꾸 커지는 미희의 목소리에 아리가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큭큭.. 순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고 하더니.. 너 진짜 엉큼하구나.”

“....”



미간을 약간 찡그리게 된 아리였다.

너무 섣불리 미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건 아닌지, 학과 내에서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은 아리였지만 혹시나 다른 남학생들에게 시달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된 아리였다.

역시나 얼굴에 감정을 잘 숨기질 못하는 아리는 여지없이 그런 표정을 드러낸다.



“걱정 마! 내가 헤퍼보여도 입은 무겁거든.”

“....걱정 안 해.”

“안하긴 얼굴에 다 써있구만. 너 진짜 귀엽다.”

“....”

“뭐.. 헤퍼보인다는게 나쁠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무기 아니겠니?”

“그렇게 안 보여.”

“뭐가?”

“헤프지 않아 보인다고.”

“걱정 말라고. 남한테 얘기 안 할 테니까. 그리고 나도 귀는 있거든! 같은 과 여자들이 얼마나 날 씹어대는데....”

“그거야 널 자세히 안 봐서 그렇고..”

“그럼 넌 자세히 봤니? 날??”

“그런 건 아니지만 네가 점심은 여러 오빠들하고 먹고, 옷도 좀 야하게 입고 다녀도... 술자리에선 애교도 부리고 스..킨쉽도 좀 대범하게 해도 어떤 핑계를 되던지 10시엔 칼같이 집에 간다는 건 알아.”

“.....허~”

“그리고 사귄다는 소문대로일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양다리는 안 걸친다는 것도 알고.”

“....”

“좀.. 기간이 짧긴 하지만...”

“큭큭.. 하하하하하. 너 진짜 예리하구나.”

“맞아?”

“뭐.... 일부이긴 하지만. 사실 울 선배오빠들하고 사귈 땐 학교 내에선 절대 바람 같은 건 안 피우지만. 밖에선 다르지.”

“밖???...그럼?”

“크크크.. 내 얘긴 그만하고. 뭐가 궁금해서 순진하면서도 예리한 울 아리씨가 날 여기까지 불러서 이 비싼 토스트까지 사주실까?”

“...........남자들이.. 뭘 좋아해?”

“그거야 남자들 취향마다 다르지. 홀딱 벗고 달려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살짝살짝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남자도 있고, 그런데 분위기를 말하는 거야? 아님...”

“......”

“넌 왜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지냐.”

“내..내가 언제.”

“어디까지 해봤는데?”

“...으..응??”

“그 남친이란 사람하고 어디까지 해봤냐고!”

“........”

“나한테 물어봤다는 건 신중하기로 소문난 울 아리 학생이 믿을만하니까 한 거 아니야? 도와달라는거 같은데 모든 걸 알아야 이 언니가 하이테크닉으로 사랑받게 해줄 거 아니냐.”

“하이...테크..풋~”

“남자들만 밝히는 거 아니다. 여자들이야 쉬쉬하고 왕따 안당하려고 아닌 척 하지만 이 언니 경험으로 봤을 땐 다 부질없는 짓이잖니. 물론 여자들의 암묵적인 룰 속에선 그렇게 행동해야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자라는 구릅에 포함됐을 때 얘기고 남자랑 단 둘이 있을 땐 절대 아니올씨다지!”

“그럼?”

“그러니까 어디까지 갔냐고 묻잖니. 그걸 알아야 단계별로 설명을 해주던가 하지.”

“그런 것도 단계가 있어?”

“고럼!”

“.....”

“손만 잡고 다닌다! 뽀뽀는 해봤다! 키스하면서 혀를 섞어 봤다! 가슴....”



열변을 토하듯 얘기하든 미희가 아리의 빨개지다 못해 홍당무가 되어버린 얼굴과 함께 시선을 확인하곤 입을 다물게 된다. 아리의 말대로 이런 얘길 하기엔 장소가 어울리지 않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 시선들을 느끼고서야 멋쩍은 웃음을 짓게 된 미희였다.



“나가자. 나가서 찐하게 얘기하자.”

“으..응.. 잠깐만 이것 좀 포장..”

“내가 낼 테니까! 됐고.”

“그래도.”



끝내 입에 대지도 않은 토스트를 창피하다며 기다리는 미희를 뒤로하고 아리는 포장까지 완벽히 끝내고서야 카페를 나온다.



둘은 학교로 돌아와 캠퍼스의 한적한 벤치에 앉아 다시 얘기를 시작한다.



“너 그러다가 차인다.”

“응? 뭐가?”

“이런 행동. 먹다 말던 거 싸달라고 당당히 얘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밖에서 음식 먹고! 줌마 정신도 적당히 보여줘야 생활력 있어 보인다고하지 이건 품위 유지에 전혀 도움도 안 된다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돈 주고 산건데 아깝게 왜 버리니. 그리고 여기가 밖이니? 벤치에 앉아서 먹으면.. 밖은 밖이구나.”

“....너 밀당이란거 전혀 못해봤지?”

“밀당? 그런 게 필요해?”

“당연하지! 남자란 동물은 잡아놓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끝이야! 편해지니까 당연하게 생각하고! 당연하니까 막 대하는 거고! 지금이야 20대 초반이니까 탱글탱글한 거지! 2,3년 금방이다! 그럼 생기는 건 주름이고 느는 건 짜증이라고.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아니? 짜증만 내는 나이 많은 여자야!”

“피~. 울 오빠는 내가 짜증내도 화 안 내.”

“그거야! 아직 콩깍지가 안 떨어졌으니까 그렇지! 아무리 예쁘고 섹시한 글래머라고 해도 잡아 놓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눈파는 게 남자라고 이 맹꽁아!”

“안 그런다니까.”

“에휴! 이 언니의 조언을 무시하다가 난중에 큰 코 다친다고.”

“그런가? 웅웅..우물..”

“넌 지금 토스트가 목으로 넘어가냐! 이 언니가 흥분해서 이렇게 인생 상담까지 해주는데!!”

“....”

“됐다.. 그래서 어디까지 갔는데?”

“응?”

“그 오빠란 남자하고 어디까지 갔냐고. 분위기 보니까 섹스는 한 거 같고, 페라는?”

“페라??”

“입으로 해주냐고, 받기는 하지?”

“미..미쳤어.”

“말꼬리 내리는 거보니까 하긴 하는구나.”

“...넌 창피하지도 않아?”

“창피? 나한테 물어보려는 게 이런 거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확인까지 하고 날 불러낸 거 아니니?”

“...”

“어찌됐든 뭘 해주고 싶은데?”

“넌 내가 이런 거 물어보는 게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기쁜데! 최소한 내가 입까지 헤픈 여자로 안 봤다는 거고, 천하의 윤아리가 나한테 이런 중요한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한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 음~ 지금 만나고 있는 오빠가 나도 있는데, 그 오빠가 좀 변태끼가 있걸랑. 근데 꼭 그 오빠만이 아니기도 한 거 같고.”

“뭐가?”

“그 오빠가 스타킹이라면 환장을 해요. 매일 선물하는 게 스타킹이란거지. 물론 기념일엔 이쁜이들도 주지만.”

“이쁜이?”

“백이나 힐. 쌤쌤이지. 그런 거 사주니까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킹 신어주는거고.”

“스타킹은 치마 입을 땐 많이 신잖아.”

“보통 스타킹은 그렇지. 남자들이 여러 가지 타입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좋아하면서도 의외로 단순하다는 거 모르지?”

“그래?”

“우선 시각이 중요하고, 그 다음이 촉각이야.”

“..”

“살짝 보여주는 노출에 꼴까닥 하는 남자들 은근히 많다. 그리고 대놓고 처음부터 홀라당 벗는 여자들보다 은근히 보여주면서 애간장을 태워주는게 중요하다 이거지.”

“....꼭 꾼 같아 너...”

“꾼? 크크크크. 하긴 알바로 업소도 한 달 나가긴 했다. 헉!.. 이건 진짜 비밀이야!”

“그런대서 알..바도 했어?”

“일본에 놀러갈라고 지난 여름방학 때.. 이 언니가 산전수전 다 겪어 봤다는 거 아니냐. 고등학교 땐 공부밖에 몰랐지만 완전히 다르더라고.”

“....”



대화를 나누며 업소란 장소를 통해 알고 있던 언니들과는 전혀 다른 류의 여자가 미희란 걸 알게 된 아리는 조금은 당황스럽게 느끼게 된다. 생계를 떠나 언니들이 말하던 더러운 꼴에도 지금 벌지 못하면 나중에는 쓰레기만 될 뿐이라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한번 발 담근 곳이 이곳이었기에 쉽사리 나갈 수 없다는 푸념과도 같은 언니들과의 대화에 씁쓸해하며 가슴 애린 느낌에 눈물을 숨겼던 아리였기에 그 장소에 단순히 여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었다는 미희를 새삼 다시 보게 된다.



“뭘 그렇게 놀란 눈으로 보냐. 많아 그런 얘.”

“진짜?”

“그럼. 솔직히 울과는 거의 없지만 은근히 많아. 특히 인물 반반한 얘들은 많이 뛰고, 아! 울 학교에도 항성이나 호광과에는 많이 있을걸!”

“그래?”

“나도 항성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다녔다는 거 아니냐. 거기서 지금 울 오빠도 만났고.”

“......”

“그건 됐고, 페라까지 하는 사이면 볼 거 다 봤을 텐데 뭐가 궁금해?”

“....특별한 날이라서.. 뭘 해주면 오빠가 더 좋아할까..해서.. 요즘 오빠가 많이 힘들기도 하고.”

“음~.. 컨셉플레이는 해봤어?”

“컨..셉?”

“설마 너 데이트 할 때 만날 입고 다니는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나가니? 겨울엔? 진짜 만날 입었던 그 빨간색 코트가 다야?”

“....”



사실상 같이 살고 있는 민기였기에 복장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아리였다.

집에선 유니폼처럼 입고 있는 반바지와 티셔츠, 외식 때에는 미희가 얘기한 코트나 예전에 입고 다니던 점퍼가 다였고 그런 편한 복장에 별다른 딴죽을 걸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랑해주는 민기의 모습에 아리도 신경조차 쓴 적이 없었다.



“와.. 사귄지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동안 진짜 너 인물로 먹고 살았구나.”

“오빠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

“그건 네 생각이고! 안되겠다. 내가 옷 빌려 줄 테니까 내 오피에 가자.”

“오피?? 지금?”

“오후에 수업 있어?”

“그건 아닌데...”

“그럼 문제없네! 가자!”

“이..이거 다 먹...”



토스트를 손에 든 채 아리는 미희의 손에 이끌려 캠퍼스를 빠져나온다.









평소와 다름없는 금요일이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민기가 출근하기만을 기다리는 아리였다.

평소대로라면 아침밥을 같이 먹고 민기가 출근하는 동시에 씻기 시작하는 아리였지만 기념일이었기에 밥만 차려주고 일찍 수업이 있다며 핑계를 댄 후 샤워를 시작한 아리였고, 아리의 예상대로 밥을 다 먹은 후 먼저 출근 한 후에 샤워를 끝내게 된다.



그리고 숨겨놓은 미희가 빌려준 옷들을 꺼내 몸에 대본다.

그 날 입어보긴 했지만 어색했던 옷을 한참을 거울 앞에 비춰본 후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잘 하지도 않던 화장을 시작한 아리는 곧 정말로 오랜만에 아이라인과 아이쉐도우를 얼굴에 그려 넣었고 너무 붉지 않은 연분홍색의 번들거리는 립스틱을 입술에 칠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울 앞에 놓인 자신의 얼굴에 세삼 놀라게 된 아리였다.

귀엽고 앳된 얼굴이 사라진 아리의 모습은 섹시함까지 담기에 충분했으며 그런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멋쩍은 듯 혼자 히쭉거리며 여러 가지 표정까지 거울에 그려보기 시작했다.



곧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한 건 아리의 천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화장을 끝낸 아리는 미희가 골라 준 속옷 세트를 비장한 각오를 하며 입기 시작한다.

검은색의 브래지어는 중심이 깊게 파였지만 양옆의 패드로 인해 아리의 큰 가슴을 잔뜩 모아 가슴골을 깊게 만들어주었고, 세트인 검은색 바탕에 은회색 한 줄의 사선이 있는 팬티는 골반 아래의 엉덩이 위에 겨우 걸치는 아주 짧은 스타일의 티팬티로 처음 입어본 아리의 어색한 엉덩이의 실룩거림을 자아내게 했다.



“이걸 입어야 하나.. 꼭 뭐가 낀..거 같은데.. 으... 디게 불편하잖아 이거..”



거울로 비춰보던 아리는 문득 뒷모습이 궁금한지 작은 손거울까지 가져와 뒤돌아선다. 약간 오리궁뎅이라고 생각되어질지도 모르는 탐스러운 엉덩이가 훤히 드러난 채 가느다란 검은색 면이 T자로 모아진 중심 아래로 숨어버린 부분은 아예 엉덩이 사이로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기에 아리는 자신도 모르게 킥킥 거리게 된다.



한참을 몸을 돌리며 거울에 비추던 아리가 마찬가지로 숨겨놨던 스타킹을 옷장에서 꺼내 신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아주 얇은 실크 스타킹은 아리의 탄탄한 허벅지의 윤각을 더 도드라지게 보여주며 살결의 색상을 투과하여 맨들거리는 살색 빛 검은색을 보여줬고 마지막으로 준비된 가터벨트를 입고는 스타킹에 후크를 채우기 시작했다.

낯선 손놀림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카터벨트에 스타킹을 채운 아리였다.



미희가 빌려준 검은색의 옆트임 스커트는 허벅지의 중간보다도 더 짧았기에 잘못 앉기라도 한다면 스타킹의 밴드부위와 가터벨트의 끈이 드러날 정도였으며 흰색 블라우스는 가장 윗 단추가 가슴 중앙에나 위치했기에 잔뜩 모아진 가슴골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또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거울에 비췬 아리였지만 날이 날인만큼 만반의 각오를 마친 아이처럼 새삼스럽게 어금니를 한 번 꼭 깨물고는 긴 회색 코트를 위에 입는다.

아리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 건 코트의 길이였다. 치마를 가린 반코트에 만족하며 마지막으로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을 한 번 더 정리한 아리는 보물1호인 민기가 사준 중저가 브랜드의 핸드백을 메고는 학교로 향한다.



민기가 조퇴를 하고 온다고 했기에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는 도저히 치장할 시간이 없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 끝내고서야 학교로 향한 아리였다.







“진짜 짱이다.”

“으..응??”

“너! 와~~ 진짜 아리 맞아?”

“싱겁게.. 창피하니까 그만 놀려.”

“누가 놀린데? 오늘 무슨 면접이라도 보니? 아니! 드디어 남자친구라도 생긴 거야?”

“...”



과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여자아이가 놀라 호들갑을 떨어도 아리는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이런 자신의 변화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미희를 찾아 시선을 옮기던 아리는 곧 교실 안에 미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미희란 학생이 날라리처럼 굴어도 학과 수업엔 빠진 적이 없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 번 더 강의실 안을 훑어보는 아리였다.



“아리야. 진짜 난리도 아니다.”

“....뭐가?”

“남학생들! 다 너한테 뿅 갔나봐!”

“응??”



그제야 아리는 강의실 안의 모든 남학생들이 자신을 대놓고 보거나 훔쳐보고 있다는 걸 확인했고 창피함에 고개를 숙이며 의자에 앉게 된다.



“진짜 오늘 무슨 날이니? 선이라도 봐?”

“혹시 미희 못 봤어?”

“미희? 미희는 왜? 너 미희랑 어울려? 걔랑 놀지마.”

“그런 게 어디 있니. 미희는 같은 과 친구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걔 어제 저녁에 생긴 대로 놀다가 딱 걸렸잖아!”

“무슨 소리야?”

“소문이 뻥이 아니라니까! 어제 걔네들 구릅끼리 노래방 갔더라고, 그런데 나오다가 딱 걸렸잖아. 요즘 그 지지배 생체과 3학년 철홍오빠랑 사귀잖아.”

“그 오빠가 미흴 쫓아다니는 거 아니야?”

“어쨌든! 어제 노래방에서 나올 때 철홍오빠도 같이 있었는데 이상한 남자가 달려들어서 갑자기 철홍오빠를 막 때리기 시작하더라고 난리도 아니었데 철홍오빠도 운동 꽤나 한다고 하던데 막 얻어 터졌데.”

“그래서?”

“그 와중에 미희 고년이 말리다가 소리 지르고, 그 남자한테 매달리고... 하여튼 나중에는 끌려가다시피 그 남자한테 손목 잡혀서 갔다더라.”

“......”



아리의 머릿속에 불길한 느낌과 함께 미희가 아르바이트를 했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던 남자가 떠올랐다.

자신을 놀리듯 얘기하는 미희의 행동에 그땐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그 남자의 정체가 그 만남부터 일반적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아리였다.



아리가 아르바이트를 한 엘르란 곳을 몰랐다면, 민기의 과거 행동과 함께 그곳에서 일하는 남자들이 어떤 사람임을 아예 접해본적이 없는 아리였다면 이렇게 불안함을 느낄 리가 없었다.



“어! 어디가!”

“나 대출 좀 해줘.”

“무..뭐?!! 대출!?”

“응. 미안.”



아리가 단 한 번도 이런 부탁을 해본 적 없었기에 더 크게 놀란 친구를 뒤로하고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를 내며 급하게 강의실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잘 신지 않아봤기에 비틀거리길 반복하며 뛰어가는 아리였지만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연결음에 뇌리속에 물든 불안감이 더 커졌기에 그런 건 전혀 상관없었다.

단지 삼일뿐이었지만 미희란 존재는 아리에게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남자에 대한 많은 얘길 나눈 첫 친구였고 둘러말하긴 했어도 민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자랑하며 고백한 마지막 날의 대화를 아직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띵똥~.......띵똥~~..띵띵띵똥~~~~띵띵띵..’



단 한 번 방문한 미희의 원룸이었지만 확실했기에 몇 번이나 누른 초인종에도 인기척이나 대답조차 없었다.

거의 십여 분이나 초인종을 누르던 아리는 어제 사건 당시에 같이 있었던 철홍이란 선배를 떠올리곤 황급히 발걸음을 다시 옮기게 된다.



생활체육학과 3학년 선배를 찾아 다시 학교로 돌아온 아리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별로 신어본적 없는 하이힐로 인해 잘록한 발목 뒷부분의 스타킹엔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저기요. 혹시 철홍..선배라고 있나요?”



생활체육학과 수업을 물어 겨우 찾아간 동관 4층, 막 수업이 끝났는지 남자들이 떼거지로 빠져나오기 시작한 강의실 앞에서 한 남자를 붙잡고 다급히 물어본다.



“철홍이?”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에 크게 눈을 뜨고 위아래로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 묻는 아리다.



“철홍선배라고.. 없어요?”

“...철홍아.”



왼쪽 턱 피멍이 시퍼렇게 든 남자가 아리를 빤히 쳐다보곤 걸어온다.

생활체육학과답게 건장한 남자의 체격과 어울리는 커다란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걸어온 남자는 경계심보다는 아리의 미모와 옷차림에 더한 호기심을 느끼는지 먼저의 남자처럼 발부터 얼굴까지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보곤 옅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연다.



“너 미희랑 같은 과지?”

“네?...네. 저기 선배님 혹시..”

“와~ 너 진짜 예쁘다.”

“....”

“그냥 청순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와우~”

“저기요. 선배. 혹시 미희랑 또 만났어요? 어제 이후에요.”

“나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예??.. 그게 아니고요. 미희가..”

“이 놈의 인기는.. 너도 미희랑 나랑 깨진 거 듣고 온 거지?”

“.........”



헐떡이는 숨을 겨우 진정하고 있는 아리는 철홍이란 남자의 말에 기가막혀하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고요. 미희가 연락이 안 돼요. 혹시 미희 연락 받으셨어요?”

“그 재수 없는 년 얘기는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없었어요?...”



확인하듯 재차 묻고는 아리가 막 몸을 돌리려 할 때 철홍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튀어나온다.



“있었지.”

“..네?”

“오늘 아침에도 통화 했었는데.”

“괜찮데요? 아무 일 없었데요?”

“아무 일 없었데. 됐지? 미희 일 때문이라면 나한테 볼일 없는 거니까 난 밥 먹으러 간다.”

“미희가...뭐라고 했어요?”

“아 진짜!”

“....”

“지금쯤 아마 근처 모텔에 있을 테니까 다 찾아보던가! 왜 사람을 귀찮게 하는데!!”

“거짓말이죠?”

“내가 미쳤다고 바람피우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여자 때문에 거짓말까지 하겠냐! 가뜩이나 열 받아 죽겠는데..”



“철홍아 빨리 가자!”



철홍이는 친구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에 팔목을 잡았던 아리의 손을 뿌리치며 걸어가기 시작한다.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는 얘기였지만 아리의 생각으론 미희가 그렇게 막 나갈 여자는 아닐 거란 믿지 못할 확신이 있었기에 다시 한 번 핸드폰을 꺼내들고 미희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르게 된다.



전원이 꺼졌다는 연결음이 들릴 줄 알았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막 잠에서 깬 듯 한 잠긴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미희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

“미희 좀 바꿔주세요.”

[지금 전화 받을 상태가 아닌데.. 나중에 다시 걸어.]

“여보세요! 지금 당장 바꿔달라고요!”

[....야! 야!!]

“....”

[안 일어난다고. 나중에 다시 걸라고.]

“지금 어디에요!? 지금 미희 데리러 갈 테니까 어딘지 말해요!”

[...대게 꽥꽥 거리네. 뭔 큰일이라고 큰소리야!]



아리의 말에 오히려 큰소리를 지르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잠시 말을 멈추게 된다.

다시 한 번 번호를 확인해 보지만 확실히 미희의 번호가 맞았기에 길게 심호흡을 하곤 조금은 차분한 목소리로 아리가 말을 시작한다.



“정말.. 중요한 일 때문이라서 그래요. 꼭 미희를 만나야 되거든요. 어딘지 말해주세요. 거기로 갈게요.”

[짜증나게...]

“미희가 잘못된 거 아니죠? 그래서 안 바꿔주는건..”

[OO동 로얄 모텔 321호다.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네.”



전화를 끊은 아리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시 택시를 잡기 위해 학교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왜 이런 힘든 복장을 했는지 후회를 하며 막 뛰어나가던 아리는 주차장에 막 차를 대는 민기와 마주친다.



“아리야.”

“어..”

“..... 무슨 일 있니?”



아리의 치장한 모습에 민기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에 걱정스럽게 묻게 된다.



“오빠 OO동으로 빨리 데려다 주세요.”

“OO동?? 거긴 왜?”

“빨랑요!”



무작정 차에 오른 아리를 보며 민기도 차에 올라 막 껐던 시동을 다시 걸었고 아리의 표정만큼이나 다급함을 인지하곤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마에 흐른 땀은 블라우스까지 적셨기에 다급함을 느낀 민기였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굳게 다문 아리의 입술을 확인하곤 조용히 운전에만 몰두한다. 민기는 아리를 너무도 잘 알기에 지금 어떤 질문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대답조차 하질 않을 거란 걸 알고 조용히 속도를 더하기만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에 쉽사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지 아리가 두꺼운 코트를 벗어 뒷좌석에 던져놓고는 다시 앞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OO동의 도로가에 차를 세운다. 차가 도로가에 멈추자마자 아리는 문을 열고는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고 민기 또 한 아리의 뒤를 쫓아 시동을 끄는 동시에 운전석에서 다급히 내리게 된다.



“아저씨!”

“...?”



막 문을 잠그고 뛰려던 민기를 잡아챈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경찰관 두 명이었다.



“..무슨?”

“여기 주차하면 안 돼요. 차 빼세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 진짜 바쁜 일이 생..”

“바쁜 일이건 긴급한 일이건 아저씨 사정이고! 여기 주차하면 다른 차들이 못 들어간다고요.”

“.... 금방 와서 뺄게요. 그럼.”



막 뛰려던 민기의 어깨를 잡은 경찰관이 신경질을 부리며 목소리를 한 층 높인다.



“이 아저씨가 장난한다! 지금 우리말이 말 같지 않아요?”

“알았으니까. 금방 와서 뺀다고요.”

“그러니까 안 된다니까!! 당장 빼라고!”

“이 개....”

“뭐!!?”

“...후~.. 알겠으니까.. 견인을 하던 때려 부수던 마음대로 하시라고요. 네!!!”

“이 사람이 미쳤나! 이 제복 안보여!!”

“내가 장님이냐! 알았다잖아!!”

“야 김순경. 이 새끼 연행해!!”

“이게 진짜!!”



대화를 나누던 경찰관이 민기의 어깨를 잡고 명령을 하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민기의 팔목을 잡으며 제지를 하려 한다. 그러나 민기의 팔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잡으려던 경찰관의 팔목이 비틀려 무릎을 꿇으며 차에 기대게 되었다.

그 와중에 민기는 아리가 사라진 교차로의 큰 골목길로 고개를 돌려 아리를 찾아 시선을 옮겨보지만 이미 아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보이질 않는다.



“이 사람이 진짜!! 어억억!!”



대화를 나누던 경찰관도 무릎을 꿇은 경찰관의 모습에 당황하며 민기의 팔뚝을 잡으려 시도하지만 그조차도 그대로 고꾸라지듯 민기의 다리에 걸려 차에 얼굴을 처박았고, 다른 경찰관을 잡고 있던 팔을 풀며 재빨리 아리가 사라진 골목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미희야!! 미희..”

“시끄럽게 진짜.. 여기 벨 안보..”



짜증을 부리며 모텔방의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어깨에 부채의 형상 안에 독수리가 그려진 문신을 드러낸 채 발가벗은 상태였다. 문을 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화를 내듯 말하던 남자는 아리의 모습에 하던 말을 멈추곤 아리의 다리와 가슴에 노골적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문을 막고 섰다.



“미희 있어......요?”



남자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희의 행방을 묻던 아리는 덜렁거리는 남자의 자지를 발견하고 나서야 고개를 숙이며 멈췄던 말을 이었다.



“아직 자는데.”

“미희 좀 불러주세요.”

“미희도 나처럼 다 벗고 있는데 지금.. 들어와서 얘기하던가.”

“네!?”

“싫으면 그냥 가던가. 어제 졸라 마셔서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아마 일어나다 말고 방바닥에 머리를 처박을걸.”

“......비..켜주세요.”

“맘대로 하세요~”



남자는 자신의 중요부위를 끝까지 가리지 않은 채 문의 벽에 기대어 통로를 열어준다.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가 애써 진정하며 남자의 몸에 최대한 떨어져 모텔방 안으로 들어간다.



“휘이~~”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여 지나가는 아리를 내려다보며 휘파람을 분다. 코트를 차에 두고 뛰어온 걸 이제야 후회하는 아리는 남자의 시선이 어딜 향하고 있는 질 알고 있다는 듯 왼손을 올려 없는 단추를 부여잡듯 블라우스의 카라 아래를 여미어 잡아 드러난 가슴골을 숨기며 모텔방안으로 들어갔다.



담배 냄새가 찌든 모텔방 안으로 들어선 아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십 수 병의 빈 소주와 맥주병들과 함께 시체처럼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린 채 꼼짝하지 않고 있는 미희의 알몸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정작 아리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미희의 모습이 아닌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또 하나의 발가벗은 남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미..미희야.”

“...”

“미희야! 일어나 봐!”



머뭇거리듯 남자를 피해 미희에게 걸어간 아리가 침대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크지 않은 목소리로 미희의 어깨를 흔들며 깨우기 시작해보지만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미희였다.



“친구?”

“...ㄴ..네??”

“미희 친구냐고.”

“....네.”

“같은 학교?”

“..미희야. 좀 일어나 봐.”

“술도 술이지만 오늘 아침까지 미친 듯이 달려서 쉽게 못 일어날 걸.”

“미희야.”

“미희랑 친한 친구는 다 아는데.. 넌 처음 본다. 이름이 뭐냐?”

“...”

“누가 잡아먹는데. 이름은 있을 거 아니야.”

“아..리요.”

“아리? 이름 특이하네. 혹시 가명?”

“아니요. 미희야!!!”

“조용히 하는 게 좋을 텐데~ 저 새끼 일어나면 골치 아플걸. 착한 나랑 달리 저 새끼는 구멍이란 구멍은 다 쑤시고 보는 새끼라서.. 더군다나 너같이 초상급이면....”

“..미희야.”

“큭큭큭~”



조금 더 작아진 아리의 목소리에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 남자는 아리의 목덜미부터 찬찬히 땀에 젖은 블라우스 뒤로 훤히 드러난 검은색 브래지어 끈을 감상하듯 쳐다본다.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보인 스타킹 발목과 발바닥에 혀를 내두르며 입술을 적시곤 손을 내려 자신의 자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너 돈 좀 벌어볼래?”

“....”

“남자 친구 있니?”

“이..있어요.”

“같은 학교? 그게 남자냐. 새파란 얼뜨기들이지 자고로 남자라고 하면 여자 입에서 곡소리 날 때까지 박아줄 주 아는 게 남자지. 딱 보니까 처녀는 아닌 거 같은데.. 너 올가즘이란 거 한 번도 못 느껴봤지?”

“미희야... 일어 나 봐.”



물이라도 컵에 따라와 미희의 얼굴에 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아리였지만 정수기도 소파 옆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장소까지 가는 텔레비전 테이블엔 자지를 주무르며 목덜미부터 엉덩이를 대놓고 감상하는 남자가 기대고 있었기에 어깨를 흔들고 있는 손에만 더 힘을 주게 된다.



“너 정도면 한 달에 이천은 우습겠네. 거기다가 한 번 맛들이면 다시는 못 잊을게 바로 이 좆맛이걸랑. 어때?”

“전 됐어요. 아리 좀 깨우게... 물 한 컵만 주세요.”

“내가 왜??”

“...”

“네 사정이지 내 사정은 아니잖아? 하긴 졸라 싸질러서 더 이상은 나오지도 않겠네..큭큭큭~”

“저질...미희야.”



조용히 중얼거리곤 다시 미희를 깨우는데 전념하는 아리였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무얼 의미하는지 충분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담배냄새와는 다른 음습한 이 모텔방에서 한시라도 빨리 나가기 위해 조금은 과격하게 미희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고 그런 아리의 행동에 미희도 조금씩 의식을 차리는 듯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무거운 눈꺼풀을 뜨려 애를 쓰는 모습을 보인다.



“으음...”



“미희야. 일어나 봐.”

“허.. 뭐 하러 피곤한 애를 깨우냐. 침대도 넓은...”

“......”

“아리라고 했지? 대충 얘긴 들은 거 같은데 지금 상황 보면 알겠지? 어제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니까. 그만큼 빠구리에 환장할 정도로 잘한다는 거지. 어때?.. 우리 좋은 게 좋은거잖냐. 응?!”

“소리 지르기 전에 움직이지 마세요!”

“뭐? 하하하하하하”



그제야 매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 아리였다.

하지만 아리의 고개는 곧 다시 원위치가 되어버린다. ‘졸라 싸질러 더 이상 나오지도 않겠다’는 남자의 말과는 달리 어느새 크게 발기한 남자의 자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까닥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는 난생 처음 보는 흉측한 물건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민기도 아직은 구슬을 빼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내력이 생겼을 거란 생각에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고 고개를 돌린 아리였지만 민기의 그것과는 생김새부터 달랐다. 크기는 민기보다 더 작고 얇아보였지만 문제는 귀두 바로 아래에 흉측하게 튀어나온 돌기들 때문이었다.



일명 해바라기라 불리는 링을 아리는 전혀 알지도 못했기에 스치듯 잠깐 보게 된 남자의 물건에 당황하게 된 것이다.



“어라. 너 이런 거 처음 보냐?”

“...오..옷 좀 입어요.”

“이게 들어갔다 하면 계집애들이 진짜 다 뿅 가걸랑. 난 잘 모르는데 이게 질 벽을 전체적으로 다 훑고 움직인다나 뭐라나.. 큭큭~ 어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의 인기척에 아리는 두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뜨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재빠르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민기에게 배운 호신술 중 가장 먼저 떠오른 핸드폰을 이용한 것도 가장 중요한 핸드폰이 코트 안에 있다는 걸 깨닫고는 소용없음을 알게 되었고, 막대기로 이용할 수 있는 것조차 발견할 수 없게 되자 민기가 했던 호신술을 최대한 떠올려보려 애를 쓰게 된다.



발소리가 거의 등 뒤에 다다랐을 때 아리는 주먹이 아닌 팔꿈치에 온 신경을 쓰며 거리를 가늠하려 노력했다.



여자의 주먹엔 한계가 있기에 무릎과 팔꿈치로 체중을 실어 회전을 이용해 얼굴의 턱 쪽을 가격하라는 민기가 했던 말과 연습까지 했던 기억을 그 찰나에 수십 번을 되새기며 준비를 해보지만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심장 고동은 멈출 수가 없었다.



“아리씨~”



느끼한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 왔을 때 아리가 다리에 힘을 싣기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한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갑작스러운 전화벨소리에 아리의 몸이 굳어졌고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반대로 남자는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며 아리의 어깨 바로 위까지 뻗은 손을 거둬 반대편 침대 테이블로 걸어간다.



“여보세요! 미쳤냐! 아무리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해도 형님이 전화를 했으면 받아야지 쌩을 까!!! 너 어디야 이 새끼.....여..보세요?”



꺼져있던 미희의 핸드폰이 왜 다시 켜진 건지 짐작하며 아리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리곤 정말로 무기를 찾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엉뚱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알게 된다.



“네.. 네 형님.. 그런 거 아닙니다. 네... 알겠음다. 네네.. 네....... 아 씨발!!!!!”

“....”

“야!!!”

“흑....네..네???”

“너 뭐야!?”

“아..리요.”

“누가 이름을 물어봤어! 너 뭐하는 년이냐고!”

“아..린데요...”

“....꺼져.”

“....미희야!! 미희야!!!!!!”



“으음.. 아...리..”



“누가 걔까지 데려가래!!”

“....”

“너 혼자 가라고! 씨발 비아그라도 먹었는데..”

“..........”

“꺼지라고!!!”

“미희랑 같이 갈래요.”

“누구 마음대로!”

“ㅇ..예?”

“그년이 나한테 삥 뜯어간 돈이 얼만데 딴 새끼한테 보지를 벌려!? 좋다. 어차피 커진 거 뽕을 뽑자.”

“악!!”



통화를 끝낸 남자는 아리를 거칠게 밀어버린 후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려는지 어렵게 고개를 들고 실눈을 뜬 미희의 위에 올라타 목덜미를 침대에 짓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 엉덩이를 크게 치켜세운다. 엉덩이만을 들린 채 미희가 고통스러운지 바동거리며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아리를 희롱하듯 장난 섞인 모습을 보이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화를 내며 미희의 엉덩이를 크게 벌리곤 젖지도 않은 팅팅 부은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억지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악!! 그...그만!! 악!!”

“시끄러워 이년아! 넌 어차피 이제 끝이야! 감히 날 물 먹여!? 이 좆같은..”



아리는 남자의 일방적인 폭력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입을 가린 채 얼어붙어버렸다.

칼침이란 것도 맞아봤고 무서운 남자들에 둘러쌓인적도 있어봤지만 항상 민기가 함께 있었던 과거의 경험일 뿐 지금 같이 성폭행과도 같은 일방적인 폭력행위 앞에 홀로 관전자가 되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몸이 돌처럼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아리였다.



“흑.우욱...흑흑..”



침대 위에 엎드리듯 누운 채 크게 흔들리는 미희와 그녀의 허벅지 뒤에 올라타 땀까지 흘리기 시작하며 남자는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분명 남자의 자지에 피가 묻어나기 시작한 걸 깨닫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 아리가 주먹을 꽉 쥐곤 남자를 향해 막 달려들려 할 때였다.



“악!”

“후후.. 죽인다 이년.”



언제 일어났는지 또 한명의 덩치가 큰 남자가 미희를 폭행하고 있는 남자에게 달려들던 아리의 허리를 둘러 뒤에서 끌어안았다.



바닥에서 발이 닿지 않도록 완전히 들린 아리가 바동거리며 벗어나려 하지만 그럴수록 큰 덩치의 남자의 팔에 힘이 더 실렸으며 다른 한손이 아리의 몸을 조이며 블라우스 위로 탐스럽고 부드러운 왼쪽 가슴을 일그러트리며 고통스럽게 움켜쥐기 시작했다.



“야야. 그 여자는 건들 지마라.”

“....뭐? 왜?”

“놔두라고!”

“후~후.. 이런 년을 그냥 놔두라고? 미쳤냐?”



엉덩이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이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아리도 알았기에 뒷발질 하듯 심하게 다리를 바동거려봤고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크게 젖히며 남자의 얼굴을 받아보려고 움직여보기도 했지만 큰 덩치의 남자에겐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행동처럼 느끼는 게 분명했고 더한 쾌감을 느껴지게 하는 듯 보였다.



바동거릴수록 아리의 치마가 서서히 젖혀 올라가며 하필 오늘 입고 온 검은색 실크스타킹의 매끄러운 감촉이 남자의 허벅지와 자지에 고스란히 쾌감을 선사하고 있던 것이다.



“우욱.. 주..죽인다.”

“놔두라고!”

“씨발.. 그러니까 왜냐고! 이런 년을 불렀으면 따먹어 줘야 인지상정..”

“지랄하지 말고 놔두라고. 그년 때문에 위에서 여기까지 전화 왔다고 새끼야!”

“...뭐?”

“그냥 미희년한테나 다시 쑤시라고 새끼야.”

“위에서?”

“그래 새끼야!”

“시발 죽기 빤히 더하겠냐.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년이라도 먹고 죽어야 저세상 가서 얘깃거리라도 있지.. 몰라 씹새야!”



‘와장창~’



“야!!!!!”



아리를 안은 채 덩치의 남자는 갑자기 테이블 위에 있던 빈병들과 안주거리들을 한손으로 훑어내듯 전부 바닥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치워버린다. 깨진 맥주병에 허리를 흔들던 미희 위의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질러보지만 이미 덩치의 남자는 아리의 몸에만 온 신경과 정신을 쏟기 시작했는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이거 놔!! 하지 말라고!!!”



악을 쓰며 바동거리는 아리의 상체를 테이블 위에 짓누르며, 그 테이블 아래로 아리의 무릎을 바닥에 꿇고 엎드리게 만든 덩치의 남자는 다른 손으로 치마를 완전히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민기를 위해 준비한 검은색의 티팬티와 너무도 하얗고 탐스러운 엉덩이가 드러나자 덩치의 남자의 눈이 크게 변하며 뱀같이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흑! 하.하지말라고요.. 제..제발 그만.. 악!!”



눈물이 잔뜩 고인 채 이젠 애원까지 하는 아리였지만 남자의 눈엔 오로지 아리의 하얗고 동그란 엉덩이만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탐스런 엉덩이를 남자가 움켜쥐자 아리가 고개를 저으며 악소리를 내게 된다.



“그렇지.. 난 여자가 울면서 애원하는 모습이 졸라 꼴리더라. 아무리 어제 무리했어도 이런 년이라면 아마 백번은 더 할 수.....”

“악악!!!!!”



아리의 엉덩이를 꽉 쥔 손이 풀리더니 그대로 아리의 등 뒤에 무거운 몸의 체중을 그대로 실었기에 아리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미 발기 할대로 잔뜩 발기한 남자의 자지가 아리의 허벅지 사이를 파고든 것도 잠시 곧 남자의 몸이 아리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오..오빠!”



입에 흰 거품을 물고 새우처럼 몸을 잔뜩 움츠린 덩치 큰 남자를 서슬 퍼런 눈으로 내려다보며 서 있는 남자는 온통 땀에 젖어 수증기를 일으키는 듯 한 착각을 보여주는 민기였다. 그 살기에 아리의 몸도 굳어졌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미희의 위에서 여전히 허리를 흔들고 있던 남자의 몸에도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넌 어딜 간다면 어딜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죄..죄송해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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