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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0:36 733회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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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구 이춘식 김유석

박봉근 중령(43) 외

반일균 목사 외

정인숙 외



12부 the serpent

청주에서 멀리 떨어진 충주호반. 떠오른 태양으로 물비늘은 무수히 많은 빛의 화살을 하늘과 나무와 땅과 인간에게 쏘고 있었다. 멀리 날아가지 못한 화살은 공중에서 잘게 부서지다 다시 호수로 떨어졌다. 호반의 오른쪽과는 달리 왼쪽엔 집이라곤 한 채 뿐이다. 햇살이 오른쪽으로만 잘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곳을 터로 삼은 듯 하다.

작지만 단단하게 보인 벽돌집은 물비늘의 화살을 피하려는지 야트막한 언덕에 지어져 있었다. 언뜻 보면 잘 지어진 전원주택이나 충부호반을 찾는 연인들의 쉼터로 보이지만 지붕에 보인 검은 십자가가 교회를 떠오르게 한다. 검은 십자가는 묘한 인상을 준다. 일반적인 하얀 색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끔 물어보곤 했지만 반 일균 목사는 입을 다물었다. 설명을 해도 이상한 시선을 주거나 급기야는 교인으로 보인 사람들이 사탄이란 소리까지 할 정도였다.

반 목사는 시선을 들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청년을 뜨겁게 봤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를 찾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인 지금 드디어 신의 자손을 찾아낸 것이다. 진실한 신의 아들은 예수가 아니라 에덴동산에 있던 그 사람이었다. 그를 사람들은 뱀이라하며 영원한 저주를 퍼부었다. 한번 주어진 저주는 온 세상 아니 전 우주로 퍼져가 지금도 그를 뱀의 화신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뱀이 아니라 원래 에덴동산의 주인이며 인간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시험을 한, 어떻게 보면 인간의 미래를 걱정했던 신이었다고 반 목사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사이비라거나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은 사탄의 자식이라고 해도 그는 자신을 믿었다. 어떻게 뱀이 인간을 시험할 수 있겠는가? 뱀이 인간으로 화신하여 유혹을 했다고? 웃기는 말이다. 원래 거기에는 거인이고 인간의 딸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지혜로운 사람들이 있었다. 혹자는 타락천사라고도 하고 주시자로고도 하는 진정한 의미의 하늘 사람들 인 것이다. 어느 날 하느님의 자식이란 아담과 이브가 찾아오자 자신들의 영토인 에덴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하느님의 다른 자식들이 얼마나 지혜롭고 용기가 있는지 시험을 해봤다.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는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하느님이 잘 못된 것이다. 또 한번의 시험은 갈리리 고원에서 예수란 자에게 했었다. 뛰어내릴 수 있냐고? 대답을 피하고 소리를 질렀다니 아마. 하느님이 만든 그 인간들은 실패였다.



아, 드디어 신이 내 앞에 나타났다. 반 목사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경건한 기도를 올렸다. 차가움과 날카로움, 인간을 압도하는 시선, 거짓을 용서하지 않은 저 눈길. 그 자신도 스스로 타서 없어져 버릴 것 같다.

방 봉구는 자기를 향해 기도를 하며 무릎을 꿇은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교회에서 마주친 어느 날, 그에게 꼭 만나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더니 기어이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날도 유석, 춘식과 세차장에서 한 주간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어쩌면 그날이 다시 만난지 2년 만에 각자의 길로 가는 송별의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봉구는 모든 돈을 둘에게 나눠주었다.

“난 됐어. 돈이 필요해서 했던 일은 아니었으니까. 무언가 이상한 힘에 이끌려, 그러니까 마치 내가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것 같았어. 요즘엔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아. 난 갈 데가 있으니까 너희도 떠나”

“나도 그래. 작년까지만 해도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뭔가를 찢고 싶고 여자 냄새를 맡으면 그냥 이빨이 곤두서고...........”

“지금은?”

봉구가 편안하게 물었다. 춘식은 벽에 기대며

“괜찮아. 가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윙윙 하지만 참을 만 해”

“유석이 넌 왜 아무 말이 없어?”

유석은 둘의 얘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방에 수북하게 싸인 돈뭉치를 곁눈질하며

“난 참기 어려워. 지금도 아랫도리가 부풀어 올라 미쳐버리겠어. 왜 이러지 나만?”

“몰라. 우린 저주를 받았을지도 모르고 타고난 게 그런지도 모르고.”

유석은 봉구 말이 맞아 보였다. 타고난 게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겠는가. 이렇게 살다 사라져버리면 그만. 다만 그 전에 여자들의 나긋한 몸을 즐기면 그 뿐.

“넌? 저번에 말한 그 가게할 거야?”

“그래. 향기를 맡고 있으면 진정이 되거든. 언제 또 터질지 모르지만”

유석도 자기 앞의 돈을 반 정도 들어 춘식에게 주었다. 거의 2억이 되는 돈이다.

“단, 즐길 땐 같이 즐기자. 오케이?”

“오케이!”

춘식은 너무나 만족한 얼굴이었다. 멀대같은 놈. 봉구는 그러면서도 그런 춘식이 좋았다.



아담한 집에 들어설 때 처음 본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섬뜩했다. 기도대의 두 촛불은 두 마리의 뱀이 휘감고 있었고 정면의 십자가에도 큰 뱀이 몸을 꽈리 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봉구는 저 멀리 아니 저 아래에서부터 언젠가 느꼈던 벅찬 희열을 맛봤다. 몸이 떨기기까지 한 희열. 사탄이 땅을 뚫고 올라와 세상의 하늘을 검게 덮고 붉은 화염을 쏘아댄 그 날의 기 기쁨.

“자네가 저질렀던 것들은 죄악이 아니네. 그들은 자네에게 기꺼이 희생을 한 거네. 자네는 몰랐겠지만 그 여자들은 기쁨으로 충만했을 것이네. 신의 자식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영광은 죽을 때까지 가져갈 하늘의 축복이지. 혹시라도 그 여자들이 자네에게 폐를 끼친 적 있는가? 없지. 단언컨대 없었을 거야. 믿지 못하면 한번 해보겠나?”

봉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떠올랐지만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사람을 죽이기도 했었죠. 목을 졸라서 아니면 태워서”

“아니네. 그들은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죽어야 할 존재들이네. 자네는 신의 이름으로 징벌을 내린 것이네. 아멘!”

기도를 짧게 올린 반 목사는 그를 데리고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그 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대한 뱀의 형상이 조각된 한 쪽에 침대가 있고 거기엔 아름다운 처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묶이거나 옷이 벗겨지거나 하지 않은 걸로 봐 스스로의 의지로 온 것 같다. 키는 160 정도지만 검고 긴 머리가 지적으로 보였다. 청바지에 녹색셔츠를 걸친 20대 중반의 처녀는 목사와 그가 들어서자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회의 신실한 신도네. 또 나처럼 새로운 신의 출현을 믿고 있는 대학생이기도 하지. 자, 자네의 힘을 보여 보게”



무슨 일인지 얼얼한 봉구는 얼굴을 정면으로 하고 여자를 봤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동시에 여자를 휘감았다. 영혼을 빼앗긴 인형. 스스로를 자제할 수 없는 여자는 눈빛이 흐려졌다. 그의 눈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봉구는 가만 서 있을 뿐 입을 열지도 않았다. 무언무심의 세계. 봉구가 그랬다. 그저 마음이 평안할 뿐이었다.

여자는 주섬주섬 셔츠를 올려 목 위로 벗었다. 서 있는 자세로 바지를 내렸다. 몸을 굽히자 커다란 가슴이 브라 속에서 출렁댔다. 진한 살색의 브라는 출렁대고 있는 유방을 잡고 있었다. 오른발 왼발을 차례로 들며 바지를 벗은 여자는 브라 팬티 차림으로 그 앞에 섰다. 우유빛 살결이 눈부신 나체다. 볼륨이 있는 몸매는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 날씬한 허리까지 균형이 잡혔다. 바지 재봉을 뜯을 것 같은 히프는 드러내 놓자 정말 탐스러웠다. 반 목사도 순간 욕정을 느낄 뻔했다. 여자는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며 등 뒤의 후크를 끌렀다. 너무 조용한 방이기에 후크의 그 톡, 소리까지 들렸다. 어깨 너머로 브라를 벗은 처녀는 브라와 같은 진한 살색의 팬티를 손으로 잡아 밑으로 천천히 내렸다. 숙인 가슴의 두 우유빛 유방과 분홍 유두. 남자의 혀가 닿지 않은 깨끗한 가슴이다. 유륜의 부드러운 분홍빛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허벅지를 지나 무릎, 발목까지 내려간 팬티를 맨발로 잡아 옆으로 밀었다. 태어난 그 모습 그대로의 자세. 손을 늘어트린 여자는 부끄럼 없는 표정으로 그를 본다. 살짝 볼이 붉어진 것을 빼면.

“돌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건조하지만 무게가 실린 음성이다. 저항은 없다. 처음 본 남자에게 발가벗은 몸을 드러내고 전시장의 물건처럼 몸을 돌린 그녀의 표정은 오히려 들떠 보인다. 입을 약간 벌린 초승달 같은 입술이 묘한 매력을 준다. 단정한 이목구비가 고집스레 보이지만 지금 이 여자는 최대한의 순종을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이 침대를 가리키자 스스럼없이 발을 움직인다. 허벅지의 탄력감이 느껴진다. 군살 없는 다리는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절경이다. 조각가가 자로 대듯 돌을 파내도 이렇게는 만들지 못할 것 같다. 봉구는 말없이 손으로만 가리켰지만 처녀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하얀 침대보에 엉덩이를 걸치고 등을 뉘였다. 정면으로 보인 삼각지대가 경외감을 준다. 검은 숲의 진실을 지금부터 말해주겠다는 동굴이다. 구부린 다리 사이의 계곡은 허벅지의 우유빛 살결과 잘 어울린 연한 분홍빛이다. 진달래 꽃잎이 떤다. 진실을 말할 때의 눈처럼.

“들어!” 역시 짧은 음성. 차분한 목소리로 다리를 들란 주문. 봉구다.

처녀는 망설이지 않고 두 다리를 들어 펼친다. 두 수직선이 수평선이 되며 삼각지대가 벌어진다. 검은 숲은 계곡을 보여주고 숨어 있는 동굴을 보여준다. 가려진 입구는 두 다리가 수평이 되자 길쭉한 타원으로 된다. 발을 벌린 처녀는 시선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랫도리에 뜨거운 눈길을 느낀 처녀의 유두는 딱딱하게 굳었다. 가파른 숨을 쉴 때마다 유방이 춤을 춘다. 눈을 감고 뜨거운 시선을 즐기는 표정이다. 아니 남자를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리라. 처음 눈을 마주친 이후 알 수 없는 물결이 전신을 감쌌다. 지배와 복종이야 말로 주어진 진리였다. 그것이 평화요 사랑으로 느껴졌다.



봉구는 그때서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옆에 그 목사가 있는지 없는지 무시하면서 처녀의 가랑이 사이에 멈춘다. 발목을 잡고 있는 처녀의 살 둔덕에 입김을 분다. 털이 풀잎처럼 뉘어진다. ‘헉!’ 불길이 닿자 허리를 꼰다.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린다. 하얀 이가 가지런하다. 어려보이는 얼굴이다. 봉구는 점점 화신이 되어갔다. 뱀의 화신. 사탄의 부활. 몸 어딘가에서 뜨겁게 솟구쳤다. 세포가 팽창하며 무수히 많은 신경섬유가 요동을 쳤다. 반 목사는 신음을 하며 자리에 주저 않는다. 너무 센 파동이다. 처녀는 발목을 놓고 귀를 막으며 입을 더 벌린다. 밑이 보이지 않은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간 자신이 보였다.

‘학!, 아......, 아.......’ 처녀는 끝없는 희열 속으로 빠져간다. 소용돌이가 희열로 바뀌며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찢었다. 아랫도리가 꽉 차고 그리고 더 큰 무엇이 살을 늘리었다. 찢기는 아픔, 아니다. 오히려 태어난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더 깊이 더 깊이 자궁까지 채워주는 그 무엇을 갈구했다. 봉구는 마지막 힘을 베풀었다. 긴 성기를 뿌리까지 박아준 것이다.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눈을 뜬 채 정신을 잃고서야 봉구는 피 묻은 성기를 꺼냈다. 피와 애액과 자신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성기를 처녀의 허벅지에 닦았다. 늘어진 여자를 보면서 반 목사는 기도를 올렸다. 지금 본 이 광경은 진실로 경건하며 위대한 순간이었다. 이제 신의 징벌은 가까워 오고 있었다.



“보게 자네의 힘이 어떤가? 저 아이는 신심이 깊은 어쩌면 악을 배타시하는 학생이네. 그러나 자네의 눈을 본 순간 영혼을 빼앗기지 않았는가.”

“.....................”

봉구는 말을 아꼈다. 정말 그런지도 모르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네피림이라고 아나? 하늘엔 두 신이 있었네. 원래의 신과 인간에게 내려와 문명을 일으키게 한 신. 우리에게 찾아 온 신은 인간에게 혜택을 주었으나 원래의 신을 ?던 사람들이 사탄이란 낙인을 찍고 인간의 마음속에 악마로 넣어버린 거지. ‘에녹서’에 보면........”

“그만........ 하시죠. 난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은”

“아니 알아야 되네. 자네, 아니 앞으론 주시자라고 부르겠네. 주시자인 자네는 당분간 여기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신을 만나보게. 절대 떠나면 안 되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는데 어떻게 그런 신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믿음을 가지 게. 근데 혹시 형도 그러나?”

“아니, 모르겠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갈라섰으니까 그 후론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혹시 형님이?”

“지금 군에 있을 거요. 똑똑했었으니까 잘 하고 있을 겁니다.”

“자네 이름이 박 봉구, 그러면 형이 혹시”

‘혹시’ 란 단어를 연속한 반 목사에게 봉구는 시큰둥한 대답이다.

“박 봉구의 형 봉근, 박, 봉, 근”



대전의 한 주택가. 아담한 2층집이 비에 잠기고 있다. 6월의 비는 농부에게는 반가웠지만 양 실장에게는 반갑지 않은 비였다. 갈수록 힘이 든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만 요즘 같아서는 그런 생각까지도 읽고 있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다. 사랑과 존경으로 육체의 접촉을 시작한 그였지만 최근에는 갈수록 그 도가 지나쳤다. 몸을 받아들이는 게 사랑이나 정성은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애무정도는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아무 때고 다짜고짜 몸을 요구하고 한번 시작을 하면 끝이 없었다. 자신이 녹초가 되고 나도 떨어지지 않고 얼굴이며 목이며 가슴을 빨다 또 하체를 유린한 것이다. 그렇다, 유린이란 말이 맞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섹스가 아니라 꼭 강간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번은 거부했다가 목을 조이며 아날까지 당했다. 치욕이었다. 처음으로 당한 아날은 모욕이었다. 작은 항문을 씨근덕거리며 뚫고 들어 올 때는 정말이지 눈물이 났다. 그래도 그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어제 밤은 악몽이었다. 무서운 눈으로 자기를 쳐다 본 이 박사는 혁대를 풀더니 온 몸을 때렸다. 이유도 없고 그저 휘둘렀다. 도망? 물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둠 속에 보인 그의 눈은 너무 무서워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울며 매달리며 용서를 빌었다.



양 실장은 이 박사가 빠져나간 침대의 빈 자리를 봤다. 거기엔 밤새 둘이 흘린 애액이 말라붙어 있다. 나이가 있는 이 박사지만 정액의 양이 엄청났다. 도저히 노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양이었다. 자신의 몸을 채우고도 이렇게 침대를 적신 것이다.

“이 봐!”

또 그가 부른다. 빗물을 받아 화분에 물을 주던 이 박사는 또 충동이 일어났다. 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는 걸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 해결책은 없었다. 해결책은 단 하나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끈이 약해졌다. 오히려 다른 기운이 자신을 감쌌다. 섹스와 함께 폭력이 나타난 것이다. 자기가 불러도 빨리 오지 않은 게 그 이유 때문일 거다.

“벗어!”

“.........”

“당신의 몸이 이 화초처럼 비를 맞으며 아름답게 피어나는 걸 보고 싶어.”

“왜 그러세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사람들 눈이 있어요. 네?”

“눈? 누구 눈? 뭐가 두려워. 벗어. 내가 벗겨줄까?”

“흑‘ 참던 눈물이 터진다. 울면서도 그녀는 무언가가 이끄는 것처럼 잠옷을 어깨 너머로 흘렸다. 란제리까지 벗어내자 남은 것은 속옷. 평범한 속옷이다. 면으로 만든 속옷이 순식간에 비에 젖었다. 검은 눈의 눈물과 빗물이 하얀 육체에서 잘게 부서진다. 화분의 꽃처럼 비를 마중 나온 사람이다. 이 박사는 빗속에 서 있는 그녀가 아름다운 꽃으로 보였다. 자신도 벗어던지고 그녀를 안았다. 미치듯이 여자의 고운 육체를 안았다. 입술로 얼굴을 핥으며 그녀의 빗물을 마신 그는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그녀의 속살을 건드렸다. 비에 젖은 속살이 피어나며 그의 손가락을 물었다. 겨드랑이와 유방, 아랫배까지 놓치지 않고 싶은 듯 혀로 빨아들였다. 뜨겁던 욕정이 그제야 가라앉았다. 어깨를 늘어뜨린 이 박사는 처연한 표정으로 현관을 한참 보다 그녀를 껴안고 들어갔다.

더 늦기 전에, 그와의 교감이 끝나기 전에 빨리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츰 멀어지는 그를 놓치면 자신이 먼저 궤멸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빗물을 대충 닦은 이 석현은 서재로 들어섰다. 양 실장의 벗은 몸에 바디샴푸를 발라 정성스럽게 닦아 준 다음이다. 눈이 붉어진 그녀를 안아 따스한 욕조에 담고 그때까지도 떨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씻어준 다음 말이다.

책상 위의 하얀 플라스틱을 들었다. 미세한 입자들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은 것들이다. 그것은 M이라 불린 병균들이다. 마지막 하나, 그의 DNA가 첨가되면 끝이다. 완성이 되면 아마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증명은 할 수 없다. 증명은 결과가 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M, 남은 건 그의 유전자. 성숙한 유전자가 들어간다면 지금처럼 몇 십 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희미해져가는 실마리다. 페인트가 벗겨진 녹슨 양철지붕처럼 자신의 머리 속이 서걱서걱했다.



“정 의원님 어느 분이 찾는데요?”

고층빌딩이 밀집한 다운타운가. 커다랗게 금박으로 박힌 건물 ‘세운’, 이 빌딩의 최상층에 있는 회장실을 회색 유니폼이 똑똑 두드렸다. 건너편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는 중년의 여인은 돌아보지도 않으며,

“누구야. 바쁘다고 해. 아니 없다고 해”

그렇지 않아도 바쁜 정 인숙이다. 회사일은 그렇다 해도 정치를 왜 했나 할 정도로 시간 투자가 많았다. 더구나 그 쥐새끼 같은 김 영숙은 보기도 싫었다. 얼마 전 부탁한 세광기업 건도 돈은 돈대로 우려먹더니 끝내 모른 척 했다. 얼마 전 면회를 가면서도 울분을 참을 수 없어 씩씩댄 그녀다. 몇 십억이나 꿀꺽한 그년, 그대로 놔두나 보자, 뒤로 누인 몸을 벌떡 일으켰다. 넓은 집무실이다. 한 쪽에는 골프연습대가 있고 창가로 집무용 큰 나무테이블이 놓여 있다. 두꺼운 유리로 밝은 햇살이 들어섰다. 그 햇살을 받으며 회전의자에 앉아 있던 그녀는 자기를 올려다보고 있는 귀여운 아이의 볼을 간즈렸다. 언제 봐도 마음에 쏙 든 계집아이다. 특히 오늘처럼 기분이 더러운 날은 이런 귀여운 아이들이 좋았다. 말도 잘 듣고 속도 썩히지 않고 용돈만 두둑이 주면되었다.

“어때 잘 돼? 이 귀여운 것”

“네, 그럼요. 벌써 촬영 들어갔는데요. 아직 주연은 아니지만요”

“녀석, 꿈도 야무지네. 근데 너 몸뚱이 아무대고 굴리지 마. 그날로 끝이다”

여자아이는 혀로 입술을 다시면서 생글생글했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라면 남자들 심벌을 빨 수도 있다. 그까짓 것 뭐가 대순가, 몸을 원하면 몸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단단한 줄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또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구세주의 사타구니로 옮겼다. 같은 동성의 것이라 어디가 민감하고 어디를 원하는 지 잘 알고 있는 듯 혀를 열심히 놀렸다. 긴 음순의 상부를 열며 혀를 놀리자 반응이 왔다. 뜨끈한 물이다. 끈적끈적한 물기가 상큼하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흘리면서 집요하게 혀를 놀렸다.



‘똑, 똑’

“왜 자꾸 그래. 중요한 일이 아니면 끊으라고 하지 않았나.”

연한 연두색 유니폼이 잘 어울린 여비서는 당황한 빛이다. 짧은 치마가 회사 규칙인지 비서의 무릎은 물론 허벅지 안쪽 그림자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다. 커피색 스타킹이 날씬한 몸매와 다리의 선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줬다. 이런 분위기를 정 인숙은 좋아했다. 남자들의 투박한 거침이나 근육질 팔뚝을 자랑하는 족속들은 역겨웠다. 오히려 이렇게 부드러우며 아름다운 선을 가진 여자들이 좋았다. 벌린 다리에 힘을 주며 마지막 기쁨을 몰아쉰 그녀는

동그란 얼굴의 비서를 보며 왜? 하는 표정이다.

“죄송합니다만 위원장이란 분이 급하게 찾으셔서”

“위원장? 김 영숙 위원장이란 말이야? 연결해”

전화나 외부 손님을 직접 받은 적이 없는 그녀다. 집무실은 일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앞으로의 일을 위한 충전소로 족했다.

“네, 정 인숙입니다. 아니에요, 바쁘지 않아요. 그러죠”

고개를 갸우뚱한 그녀는 골치가 아픈 이 짓을 왜 했을까 후회하는 표정으로 스커트 안의 아이를 불렀다.

“됐어. 이 귀여운 것. 어디 찌찌한 번 만져 볼까”

품에 안으며 속옷을 헤집었다. 따뜻한 살이다. 손바닥으로 보드랍게 어루만지며 뺨에 키스를 했다.

“열심히 해. 그만 가 봐, 돈 필요하면 언제라도 애기하고”

단발은 생글거린 웃음이다. 그 웃음까지 만지고 싶은 정 인숙은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근데 그렇게 해도 되나? 내가 왜 자꾸 불안하지. 아무래도 그년이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아. 모든 것을 새로 바꾼다고 되나, 아닐 텐데.......’

그녀는 한 발을 담고 있어 후환은 없지만 김 영숙은 끝내 손을 대고야 말겠다는 거다. 요즘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그들이 행여 먼저 일어서면 나라가 더 어지러워질 것이라 판단한 듯 하다. 그래봐야 정 의원은 손만 들어주면 그만이다.



대전. 어둑한 원룸 골목. 간편한 트레이닝 차림의 남자가 그림자를 숨기고 있다. 허리가 곧추서고 머리가 짧은 사내다. 운동화를 신고 있는 발로 몇 번 뜀뛰기를 하더니 그대로 2층 난간을 올라탄다. 빠른 행동이 도둑고양이다. 회색 옷은 밝은 대낮만 아니라면 쉽게 알아볼 수 없어 청개구리를 찾아내기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식별이 어렵다.

유석이다. 봉구, 춘식과 헤어진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집을 나섰다. 오늘 이전에도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여자들을 덮쳤다. 처음엔 가까운 동네를 목표로 사냥을 했다. 사냥, 그렇다. 늑대가 먹이를 찾아다닌 것처럼 여자를 찾았다. 어둔 길이나 공원, 빈 학교 같은 곳을 삶의 터로 삼았다. 여자의 보지를 자신의 물로 젖을 때에야 머리가 윙윙, 대지 않았다. 그러다 갈수록 반경이 줄어들자 급기야는 먹이감이 즐비한 장소로 이동을 한 것이다. 저 너머에 토끼들이 떼로 살고 있다면 늑대가 옮겨가는 거지 토끼가 오겠는가.

유석은 근무하고 있는 동사무소의 컴퓨터로 들어가 뒤졌다. 공무원인 그는 쉽게 인적사항이나 거주지를 알 수 있었다. 대전을 찾았다. 마침 먹이 둥지가 가득했다. 신시가로 개발한 서구 지역은 물과 양식이 풍부했다. 그 중에서도 인적사항이 간단한 대상, 그러니까 하나 혹은 둘 정도가 살고 있는 가정을 골랐다. 그러면서도 여자가 많은 가족은 별도로 추려놓기도 했다. 이렇게 짜 놓은 명단 중에 첫 번째가 이 2층이었다. 차는 멀찌감치 세워놓았다.

베란다로 숨어든 사내는 귀를 세웠다. 술에 젖은 목소리가 둘로 들렸다. 알기론 하나였는데 친구인가 보다. 더 잘됐다는 얼굴이다. 바지 앞을 움켜진 사내는 인내심이 강했다. 불이 꺼질 때까지 그리고도 한참이 더 지난 뒤에야 유리문을 열었다. 스르륵 열리는 문. 분 내음이 확 끼치자 얼굴이 무섭게 변했다. 현관문을 점검한 후 발목에 숨긴 칼을 꺼내들고 침실을 찾았다. 아무리 어두워도 밤 짐승의 그것처럼 희미하지만 다 보였다. 술 냄새다. 인적사항엔 직장이라고 적혔었는데 회식을 했나 보다. 먹이는 편하게 자고 있다. 얇은 이불이 오르락내리락 고른 숨을 쉰다. 유석의 드러난 어금니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거린다. 전화선을 잘라 올가미를 만든다. 동그랗게 만든 올가미를 머리부터 씌운다. 긴 머리가 탐스럽다. 얼굴을 스쳐도 손을 한번 저을 뿐 모른다. 더 조이면 가냘픈 흰 목이 끊어질 듯 하다. ‘끄으........’ 그때서야 놀란 눈과 입으로 소리를 지른 여자. 벌떡 일어서다 ‘끄윽!’ 신음을 하며 침대로 쓰러진다. 목의 올가미를 잡아 챈 유석은 시퍼런 칼을 뺨에 대며 입으로 불었다. 매캐한 냄새. 공포의 숨이다. 목을 잡고 있던 손을 스르르 푼다. 움직이면 올가미는 더 옥죄었다. 살고 싶은 생각이 앞선 여자는 움직임을 멈춘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은 것. 지금 이 손에 힘을 조금만 줘도 넌 침을 질질 흘리면서 지저분하게 죽을 거야. 아님 이걸로 네 배를 갈라줄까?”

귀에 속삭인 그의 말은 아득하게 들린 죽음의 소리였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눈물을 퍼부었다. 얇은 이불을 걷어낸 남자의 얼굴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손은 뒤로. 목이 아니라 등으로. 더 바짝”

몸을 돌려 두 손을 뒤로 묶는다. 코로 물밀듯 들어선 여자내음. 반바지차림으로 배를 대고 누운 여자의 엉덩이가 보기 좋다. 살집이 많은 히프를 손바닥으로 애무한다. 잘 익은 살집이 반바지로도 느껴진다. 준비한 물수건을 꺼내 입까지 막아 놓고 이불을 덮은 유석은 창문 커튼을 틈 하나 없게 단속을 한다. 다음 또 하나의 먹이를 찾기 전 겁을 준다.

“이불에서 스치는 소리만 나도 목을 잘라버린다. 알았지? 금방이면 끝나니까”

벌써 바지 속이 터질 듯 했다. 타오른 불길은 시원한 물을 찾고 있다. 방이 두개다. 작은 방 역시 달짜근한 냄새다. 단감냄새가 이런 가, 유석은 코를 킁킁거리며 문을 연다. 희멀건 물체, 아니 신선한 먹이다. 이불을 걷어차고 속옷으로 뻗어 있는 여자는 다리를 벌리고 있다. ‘헉!’ 그 모습을 본 순간 유석은 하의가 뚫어진 줄 알았다. 트레이닝복은 신축성이 있어서인지 산을 만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다 벗어놓은 스타킹이 보인다. 이 년 것인가 보군, 이것은 아주 질겨서 좋다. 순간 춘식이가 생각나 비실 웃는다. 그 새끼는 잘 하고 있나? 함께 했던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특히 그 여대생 두 년은 끝내주게 좋았었다. 꼭꼭 물어주는 맛이......... 밴드 스타킹 두 개를 하나로 엮은 다음 옆으로 자고 있는 여자의 목을 감는다. 웨이브를 한 머릿결의 향수내음이 죽인다. 동그란 얼굴이 놀라지만 이미 스타킹은 목을 감아 조여지고 있었다. ‘케에........’ 숨이 막힌 입은 공기 부족으로 단어를 만들지 못한다. 두 손으로 허우적대며 감긴 목을 풀려고 한다. 허우적댄 여자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느 정도 붉어지자 조금 풀어준다. ‘쿨럭 쿨럭’ 기침의 연속. 소리를 쳐야한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기침이 멎자 그녀의 입을 막고 스타킹을 다시 옭아맨다. 부릅뜬 눈. 맑은 눈이다. 눈동자가 검다. 공포에 질린 눈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씨익! 웃는 남자의 얼굴은 형상이 일그러진 야차였다. 꿈이 아니었다.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 어차피 혼자 있는 몸, 친구네 방에서 자고 가려던 그녀였다. 겁에 질린 그녀는 입을 다문다. 이미 저항을 버렸다. 목을 조이고 있는 이 끈이 너무 무서웠다. 손으로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은 남자를, 목이 감긴 내가 무얼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은 그녀다.

“큰소리를 내면 이걸로 여길 쑤셔버린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죽지는 않겠지만 영원히 여자는 되지 못해. 또 하나, 뜨거운 고통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피를 줄줄 흘리겠지. 그러고 싶어, 이 년들아”

옆으로 대가리를 세차게 흔든 모습이 마음에 흡족하다. 고개를 흔들자 허리를 축으로 히프도 덩달아 흔들린다. 반바지 입은 년은 바지가 터질 듯 큰 궁둥이다. 속옷만 걸친 년은 엉덩이가 거의 드러나 겨우 똥꼬만 가리고 있다. 이불을 덮어씌웠던 방으로 속옷만 입은 년을 앞세워 들어설 때도 이불이 덜덜 흔들리며 떨고 있었다. 침대 옆의 사이드 등을 키고 이불 속에 있던 년까지 바닥으로 끌어당겨 나란히 놓았다. 반바지 입은 년의 재갈을 풀어주려다 혹시 해서 그대로 두었다. 미친년들은 갑자기 날뛰기도 해서.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높이 든 두 년이다. 붉은 빛이 살결을 살려주고 있다. 먹음직한 피부다. 매끈한 살갗이 쪽쪽 달라붙을 것 같다.

“난 그냥 갈수도 있어. 마음에 들면. 그러나 니 년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갈 수 없거든. 여기를 파버리거나 여기에 꽂아버리겠다는 거야. 잘 들을 거야?”



고개를 상하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때마다 나부낀 머릿결이 묘한 매력이다. 잘라서 가지고 갈까. 유석의 오른손은 팬티와 브라만 걸치고 엎드려 있는 년의 엉덩이를, 왼손은 반바지의 커다란 둔부를 쓰다듬고 있다. 나란히 엎드린 두 년은 홀짝거리면서도 궁둥이를 손길에 맡기고 있다. 먼저 오른쪽 년의 팬티 옆을 칼로 긋자 부욱, 얇은 천이 찢기며 탐스런 엉덩이를 드러낸다. 진한 향기. 여자의 음란한 냄새가 코를 마비시킨다. 두 쪽으로 갈라진 틈에 깊은 음영이 생긴다. 비밀을 간직한 전령이 발각되자 숲에 숨듯 가운데는 어두웠다. 사이드 조명을 앞으로 끌자 계곡의 모든 게 드러난다. 아주 자자란 검은 털 몇 올이 진분홍 주름을 울타리처럼 싸고 있다. 그 아래로 무성한 검은 털이 보이고 그 전에 두 개의 둔덕이 예쁜 굴곡을 그리고 있다. 흥분의 냄새는 거기서 흘러나왔다. 반바지는 찢기는 소리가 들리자 둔부를 내렸다. 이렇게 엎드린 자세로 뒷모습을 남에게 보인 적은 없었다. 태어나서 부모나 간호사는 봤을지 몰라도 그 이후 처음이다. 뒤로 묶인 손이 저렸다. 재갈 물린 입도 아파왔다. 아, 엄마.........., 눈을 질끈 감을 때 허벅지 쪽이 서늘했다. 찌익, 소리. 걸릴 것이 없다. 갈기갈기 난도질이다. 차가움이 느껴질 때마다 덜덜 떨면서도 궁둥이를 감히 내리지 못한다. 작은 원이 촘촘한 팬티까지 내쳐 찢어발긴 남자다. 커다란 히프가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갈색의 피부에 옷에 눌린 자국이 빗살처럼 그어져 있다. 풍만한 히프지만 두 틈 사이의 구멍은 작다. 잔주름이 구멍에서 생겨나듯 항문을 중심으로 둥글게 자리 잡았다.

“난 그냥 갈수도 있어. 말을 잘 들으면..........”

기대는 항상 희망을 준다.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두 년은 빨리 그 기대가 왔으면 할 것이다. 어리석은 년들.

“누가 처녀야. 한번도 좆을 맛보지 않은 년은 나도 그냥 두지. 착한 남자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두 년이 그렇다는 대답이다. 웃기는 년들.

“손가락은 넣어봤을 것 아냐? 이 년들이 장난하나. 너, 자위는 해봤어 안 해봤어?”

자위, 는 해본 적 있는 반바지다. 자위뿐만 아니다. 몸매 탓인지 여러 놈들이 따라다녔다. 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짧은 치마를 입은 날은 남자들의 시선이 즐거웠다. 멋진 다리, 큰 둔부, 34가 넘은 가슴을 보고도 침을 흘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자기가 아니었다. 친구였다.

“해... ,봤...., 어...., 요”

떨리는 음성이다. 울먹이며 더듬거린다. 수치로 얼굴이 화끈거린 그녀다.

“얼마나? 하루에”

“하루는 아니고, 한 주일에 두세 번. 어떨 때는 안하고요”

죽어가는 목소리다. 혹시라도 화를 내면 어쩌나하는 음성이다. 씰룩거린 궁둥이를 칼등으로 긋는 것이 마치 고양이가 쥐를 갖고 노는 모습이다. 그때마다 엉덩이 살은 소름이 돋는다. 두 개의 도톰한 둔덕은 유석의 좆을 꼴리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터지게 만든다.

트레이닝 하의를 벗고 좆을 주물럭거린다. 황갈색 살덩이는 이제 흉기다. 휘두르면 무엇이든 뚫고 갈라버릴 것 같다. 귀두의 끈적거린 물기를 엉덩이에 바르며

“뭘로? 손으로 아님 빗으로?”

“손, 손으로요”

“꾸물대며 말하지 마. 성질 돋우지 마란 말이다. 해 봐. 어떻게 하는데........”

“손을.........”

두 년의 목줄을 잡아당기며 겁을 준다. ‘켁!’ 소리. 줄을 당기자 따라서 머리를 든다. 뺨으로 흘러내린 머릿결이 땀으로 몇 올인가 볼에 붙어 있다. 묶인 손을 풀어준다. 손목이 발갛게 부풀었다. 자유로워진 손을 바닥에 대고 가슴을 든다.

“그대로. 얼굴을 바닥에 그대로 붙여. 뺨이 떨어진 순간 난 화를 낼 거고 그러면”

어떻게 될 것인가 뻔하다. 얼른 얼굴을 바닥에 붙인다. 귀여운 년이다.



마른 몸매지만 그렇게 말라보이지 않은 년은 손을 배 밑으로 뻗어 자기 보지를 만지기 시작한다. 유석은 좆을 쥐며 빠르게 움직인다. 검지로 넣다 뺏다할 때마다 껍질이 벌렁거린다. 겉껍질이 벌어지고 이어 속껍질까지 드러난다. 검지에 중지를 붙인 귀여운 년은 두 손가락으로 벌어진 자기 보지를 빠르게 쑤신다. 흥분은 되는 모양이다. 엉덩이를 돌리며 얕은 신음을 낸다. ‘음......., 하........’ 소리는 유석을 미치게 만들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죽이는 구멍들. 자기 좆을 기다리는 네 개의 구멍이다. 골목에서 나다니는 계집년들을 덮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좋군, 많은 시간을 천천히 즐기는 이 맛. 흐흐흐.

‘즉, 즉’ 질퍽한 보지다. 멈추란 말을 하지 않아 아랫배까지 들썩이며 자위를 하자 희멀건 물기가 손가락에 묻어났다. 처음엔 서걱서걱 하더니 이젠 휴지가 물에 풀어지듯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진한 향기다. 구멍 입구로 밀린 희멀건 물기가 그의 뇌를 때렸다. 참을 수 없는 아픔이다. 이 아픔을 끝내기 위해선 여자의 탄력 있고 보드라우며 꽉꽉 물어주는 분홍색 터널로 뛰어 들어가야 했다. 좆이 더 커지자 ‘헉!’ 소리를 내며 귀여운 년의 실댄 엉덩이에 얼굴을 들이민다. 혀를 날림거리며 손가락에 묻은 년의 애액과 음순 아래 맺힌 물기까지 쪽쪽 빤다. 시큼한 냄새가 점점 야릇한 향기로 바뀌자 혀를 놀리며 눈앞의 잔털로 쌓인 작고 비밀스런 구멍을 핥는다. ‘으으.......’ 하는 게 싫어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엉덩이를 피하지 않는다. 목에 감겨 있는 스타킹이 더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침까지 묻혀 힘을 줘 파고들자 혀끝이 조금 들어간다. 유석은 그 날 이후 그러니까 대학생인 두 년을 잡아다 구멍이란 구멍은 다 짓밟던 그 이후 몸이 완전히 변했음을 알았다. 평소에는 괜찮았지만 여자의 냄새나 저 여자, 하고 신경을 쓰게 되면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다. 그때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세 배 이상은 커진 좆을 휘두르며 마른 몸매지만 귀여운 년의 하체에 몸을 붙이고 손가락으로 달궈진 년의 보지를 밀고 들어간다. 몸이 앞으로 쏠린다. 스타킹을 잡아채자 ‘큭’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뒤로 한다. 두 손을 펴서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즐거운 그다. 하체를 송곳처럼 돌리며 밀어 넣는다. 창호지가 침으로 뻥, 뚫어지듯 따뜻한 속으로 들어선다. 씨근덕거린 유석.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좆물을 터뜨린다. 그래도 죽지 않은 유석이다. 아직 멀었다. 눈빛은 더 날카로워진다. 짧은 머리의 계집년은 ‘학!’ 소리를 내며 얼굴을 거북이처럼 들었다. 허리까지 아픈 고통에 이어 아랫배가 물로 넘친 듯 했다. 커다란 주먹이 파고든 듯 했다. 생살을 찢긴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얼굴을 바닥에 댄 채 손을 비빈다. 소리를 질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소리를 내지른 그 순간 자신의 목이 없어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뒤이은 고통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악!’ 비명을 질렀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침을 질질 흘리며 오줌을 갈기며 죽고 싶어?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 딸딸이 친 것보다는 이게 더 좋을 거야. 손가락 맛보다 더 좋지, 안 그래?”

너무 작은 구멍이라 쉽게 들어가지 못한다. 스타킹을 놓고 두 손으로 벌린다. 사과를 쪼개듯 벌리자 구멍이 조금 커진다. 검지를 밀어 넣는다. 힘을 주자 쏙, 들어간다. 자꾸 계집년이 힘을 쓰자 빡빡해진다. 힘을 빼,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허리를 손가락으로 긁는다. 움찔하는 년이 그때서야 ‘아그그’ 옅은 신음을 하며 힘을 뺀다. 허리를 피며 넣는다. 골이 터져버린 기쁨. 등골이 빠져나간 희열. 봉구와 춘식의 얼굴이 떠오른다. 좆 아래 깔린 년들은 우리에게 온 몸을 바쳐 봉사를 해야 한다, 고 봉구가 그랬던가.

“넌 거짓말을 했지? 씹구멍이 벌렁거리며 남자 냄새가 푹푹난 데 처녀라고 해?”

스타킹으로 목이 감긴 년이 고통에 미쳐 똥구멍을 만지며 뒹굴고 있을 때 바들바들 떨고 있는 착한 먹이를 어르고 있었다. 짧은 머리 년의 항문은 최고였다. 경험이 없었다는 보지처럼 좆을 물어 주었다. 한참을 즐기다 항문에서 좆을 빼자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아마 바닥에 검은 것은 피일지도 모른다. 처녀막인지 똥구멍의 주름이 터진 것인지 모른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니 년 냄새를 맡으면 다 알아. 거짓말을 하면 아주 나쁘거든. 그만큼 난 바빠지고”

바쁘다는 말이 무언지 모른 머리가 긴 년은 아까부터 진한 노린내에 숨이 박혀왔다. 줄로 감긴 목도 그랬지만 노린내가 더 독했다.

“아........르.........”

무언지 모를 말을 씨부렁거린 년이다. 재갈에 물린 탓이다. 그러나 이년만은 입을 막아야 될 거란 본능이다. 동물적인 감각이다. 상대의 눈빛이나 몸짓을 보면 쉽게 그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봉구보단 덜 하지만 유석도 그 날, 피 맛을 본 이후부터는 감각이 세졌다.

반바지 년의 몸은 정말 예술이다. 엎드린 자세로 있지만, 얇은 티에 가린 상체지만 볼륨이 대단하다. 쑤셔버릴까? 아니, 아니. 얼굴을 세차게 옆으로 돌린다. 눈을 감고 있는 얼굴 윤곽이 또렷하다. 그 윤곽 하나, 하나까지 씹어 먹고 싶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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