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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3:01 672회 0건
바이러스범죄는 바이러스와 같다. 페니실린으로 막을 수 있었던 바이러스는 갈수록 더 강해져 그만큼 더 강한 항생제가 나와야 한다. 바이러스는 오늘도 공기 중에 섞여 있다.



바이러스



박 봉구(26)

이 춘식(25)

김 유석(26)

윤 혜란(37) ‘란’산부인과 원장

강 경숙(27) 레지던트, 혜란의 대학후배



1부 겨울의 끝은 봄의 시작



“야, 저 년은 어때?”

“글쎄 먹기엔 좋겠지만 돈이 없어 보이잖아”

춘식의 말에 그렁그렁한 봉구의 대꾸다.

“그럼, 그럼. 있는 년들은 저런 똥차를 안 탄다고.”

유석도 끼어들며 봉구를 살피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셋이 노려보고 있는 여자는 펑퍼짐한 중년으로 검은 색 소나타에 몸을 드려 밀고 시동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뛰어나가도 붙잡기는 어려웠다.

“돈도 돈이지만 먹을 때 거부감은 없어야 되지 않겠어. 먹기 싫은 걸 먹으면 체 한다고”

유난히 여자를 밝히는 유석이 중얼거렸다. 셋 중 여자들을 덮칠 때 제일 나중에 일을 치르려는 유석은 왜 그러느냐는 물음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질퍽하지 않냐? 라고 야지를 줘도 자기는 그저 나중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일을 치룰 때는 둘이 먼저 끝내고 담배를 뻑뻑 물고 있을 때에야 여자를 데리고 놀았다. 올라타고 절구질을 할 뿐 아니라 거꾸로 엎드리게 하고 손가락으로 뿍뿍, 찌르기도 한 유석이다.

“야, 야, 저기 저년들 어때? 깔쌈한데"

봉구가 낮은 목소리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둘의 어깨를 잡아끈다. 춘식과 유석도 동시에 봉구의 손가락을 따라 여자를 본다. 아파트 계단을 막 내려서 주차장 쪽으로 가려는 둘의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비쳤다.

“죽이는 데, 그것도 더블로. 꽤 있어 보이지?”

“몸이 좋군. 올라타면 빵빵 튀겠어.”

유석의 눈은 걸어가는 두 여자의 엉덩이에 꽂혔다. 둥실한 두 쪽 엉덩이가 실룩거릴 때마다 바지춤이 솟구칠 지경이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지만 아직은 쌀쌀했다. 2월 하순의 따사로운 햇살은 이미 거두어졌고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마침 주위엔 아무런 인기척도 없어 신이 도와주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봉구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중얼거린다. 일요일아침이면 꼭 교회를 나가는 착실한 신도 봉구다. 다만 그가 다니는 교회가 보통 교회와는 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뭐라 그럴까? 목사가 자기 좆을 돌로 내리쳐 극기를 했다는 뭐 그런 따위는 아닌,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숭배하는 유형이랄까.

“그래도 모르니까 사람들 있나 보라고. 특히 늙은 경비원들 잘 감시하라고. 항상 조심스러워야 해. 돈을 벌기가 쉬운 것은 아냐”

봉구가 둘에게 리더처럼 말하자 둘은 눈을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뚫어지게 둘러봤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경비원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지금이야. 뛰어, 빨리!”

짙은 푸른색 계열의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검정바지차림의 여자가 막 차에 오르려고 문을 연 순간 셋은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쏘아갔다.

혜란은 차에 키를 꼽고 막 열려는 순간 강한 힘이 목과 손목을 동시에 잡아채자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악!’ 소리는 입안에 머물렀다. 또 하나의 손이 입을 막고 머리채를 끄잡았다. 혜란의 놀란 눈에 보인 경숙 역시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짧은 머리에 파카 차림인 청년이 경숙의 목을 누르며 차안으로 짐짝처럼 밀어 넣고 있었다.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치려하자 ‘퍽!’ 소리를 내며 배를 후려쳤다. 비명 대신 ‘끄윽!’ 하는 신음을 내며 무릎을 꺽은 경숙이다.

“쌍년들 조용히 해. 그렇지 않으면 목을 꺾어버릴 거야. 세상을 뒤로 보게 만들어 줄까, 응? 금방이면 끝나니까 얌전히 있어. 알았어?”

혜란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머리만 끄덕이며 목을 조이고 있는 손이나 빨리 풀어주기를 기다렸다. 더 조이면 숨을 쉴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굴이 빨갛다. 목에는 핏줄이 생겼다.

“야, 이년도 뒤로 태워. 떠들면 쑤셔버려. 우린 아쉬울 것 없으니까”

봉구는 혜란의 손에 들린 키를 빼앗자마자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검게 선팅이 된 차는 외부의 시선을 충분히 차단시켜주었다. 그래도 윈도우 밖을 다시 한번 확인한 봉구는 머리를 뒤로 돌리며

“오늘은 물건들이 좋은데 그래. 네 년들 돈들 많지?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셈치고 가만 이 있어. 쓸데없이 까불다가 여럿 죽었어. 니 년들도 그런 꼴 당하기 싫으면 시킨 대로 해, 알았어?”

죽음. 의사인 혜란은 죽음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자기 손으로 받아낸 주검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산부인과 의사인 혜란은 중절수술을 할 때마다 자신의 손에 들린 새빨간 물체를 보며 왜 이런 직업을 택했나하는 자책감이 들곤 했다. 더구나 이제 갓 열여섯 될까 하는 어린아이들의 중절수술은 끔찍했다. 어린 음모가 자라기 시작한 국부를 벌리고 수술을 할라치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어린 국부를 벌리고 모양도 갖추지 못한 태아를 꺼내 통에 던질 때는 생명이란 게 어이없는,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건 수술이 아니다. 내 생명에 관계된 것이다. 이들은 지금 나를 자궁 속에서 태아를 꺼내듯 이 세상에서 나를 꺼내버리려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게요. 시킨 대로 할게요. 해치지만 마세요. 흑”

혜란은 눈물이 쏟아졌다. 목의 아픔이나 이 청년들의 거친 말투와 행동에서가 아니라 무언가 불안한 예감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흔히 나오는 강간살해범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바로 이 사람들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은 혜란의 눈물을 그치게 하지 않았다.

경숙 역시 마찬가지였다. 혜란의 대학 후배이며 지금은 종합병원 레지던트로 있는 경숙 역시 무섭기는 똑 같았다. 죽이겠다는 협박이 거짓이 아니라 진짜로 느껴졌다. 오금이 저리고 자신을 쳐다볼 때마다 살갗엔 소름이 돋아났다. 추운 겨울 맨 몸으로 눈 위를 걷고 있는 자신이 감고 있는 눈에 떠올랐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경숙은 혜란과 달리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청년의 어깨를 밀치며 그나마 음성을 날카롭게 세웠다.

“왜 이래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노세요. 이것은 잘못된 거예요”

“웃기네, 이 년. 개그맨 뺨치네, 그래”

“맞다 맞아, 나이트 무대에 올려놓으면 한참을 웃기겠는데, 흐흐흐”

“야 그년 아가리 계속 놀리면 목을 따 버려”

둘의 농지거리를 듣다 운전대를 잡은 봉구가 앞을 보며 거칠게 말을 던졌다. 둘은 히벌쭉한 얼굴을 굳히며 나이가 더 어린 춘식이 다리에서 칼을 꺼냈다. 길이가 긴 칼이다. 한쪽만 날카롭게 선 칼은 횟집에서 주로 쓰는 것으로 보였다. 청년은 콧김을 몇 번 불며 칼을 꼬나 들었다.

“네년부터 회를 떠 줄까? 여기, 아니면 여기”

춘식은 칼끝으로 경숙의 볼을 가볍게 때리다 앞 목을 쑤시는 시늉이다. 얼굴을 돌리지도 못하는 경숙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눈물이다. ‘아, 이젠 죽나 보다. 어쩌지.......’ 눈을 감은 채 덜덜 떨고 있는 경숙은 머리채를 휘어잡은 바람에 얼굴을 앞 조수석 시트 밑으로 쑤셔 박혔다.

“닭목아지는 많이 따봤지만 계집년 야들한 목은 아직 못 따봤는데.........”

마치 당장 목이라도 따겠다는 몸짓으로 춘식이 경숙의 목을 쥐자 부르르 떨었다.

“그년도 박아 넣어. 저기 짭새차 보이지? 재수 없으면 골로 간다. 그 년들 아가리 열면 냅다 쑤셔 버려.”

진짜 쑤실 듯한 기세로 혜란의 상체 역시 거칠게 운전석 아래로 쑤셔 박았다. ‘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거친 행동이었다. 투피스 상의가 말아 올라 하얀 속옷이 드러났다. 진한 감청색 투피스를 즐겨 입은 혜란은 오늘도 모임에 참석하려고 이 투피스를 입었던 것이다.

오늘 있을 모임은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지역 의사들이 모여 어떤 자원봉사를 펼칠 것인가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 자신은 산부인과지만 남편을 따라 그 모임에 참석한 것이다. 조금 있으면 거의 다 모일 것이다. 남편은 자신이 오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혜란은 그 와중에도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은 이모가 와서 봐주기로 했으니까 별문제는 없겠지만 남편은 혹시 오해라도 하지 않을까 머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그런 불길한 느낌이 떨쳐지지 않았다.

남편과의 만남은 대학시절 선을 통해서였다. 레지던트 1년차에 처음 만난 남편 역시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부부의사로의 꿈은 종합병원을 지어 어려운 이웃에게 의료를 베풀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 꿈은 그리 멀지 않아보였다.



혜란의 옆에 바짝 붙어 앉은 유석은 겨드랑이에 물렁한 여인의 속살이 느껴지자 아랫도리가 꼴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바지 앞이 불룩 솟을 정도로 꼴리자 엎드려 있는 혜란의 왼손을 잡아 아랫도리를 문질렀다. 투피스 치마가 찢어지듯 큰 엉덩이를 가진 여자다. 유부녀지만 얼굴이나 몸매가 처녀로 보였다. 볼륨이 넘쳐나 올라타면 남자가 튕겨나갈 듯 했다.

‘그래 오늘은 호식하겠어. 흐흐. 이년 물이 팍팍 올라있어 헤엄치기 좋겠군. 밤새도록 데리고 놀아도 싫증이 안 나겠지. 저년도 괜찮아 보이고. 저 토실한 허벅지하며’

유석은 바지차림의 경숙을 내려다보며 흥분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혜란의 손을 바지 위로 당겨 세게 비벼댔다.

왼손에 잡힌 것이 무엇인지 혜란은 알아챘지만 손을 빼낼 수 없었다. 억세게 잡은 손길의 힘을 이겨낼 수도 없었지만 칼을 빼내든 이 남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 지 사실 겁났기 때문이다. 눈 바로 앞으로 날이 시퍼런 칼이 왔다갔다 한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칼은 도마위의 야채를 요리하는 식칼이 아니다. 자신들의 목을 가를 수도 있는 칼이다. 억센 이 남자의 표정은 정말 목을 따려는 듯 했다.

“야 이 새끼야. 지금 너 뭐하는 거야. 좆대가리를 아무데나 놀리지 말라고 했지 않았냐, 응? 지금 그거 할 때야. 새끼는”

운전대를 잡으며 청색 패트롤카를 피해가는 봉구가 유석에게 쏘아댔다. 그때서야 혜란의 손을 풀어주었다.

연갈색 고급벤츠는 이미 대전을 벗어나 신탄진 금강다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 어디로 가? 학생들”

“우린 학생들이 아냐 누님들. 학교를 가고 싶어도 오라는 것이 없었거든. 아, 학교라면 다른 학교를 다녔지. 좋은 학교였지. 거기서 많은 것을 배웠거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마스터했다고나 할까”

봉구는 씩 웃으며 앞을 본 채 말을 내뱉었다. 학교? 학교라면 학교다. 몸은 망가졌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졌다.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던 봉구는 학교를 나서자마자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 일이란 적은 노동력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 바로 오늘 같은 일이다.

“얌마, 유석이 너. 그렇게 밝히고 싶냐? 그러면 누님들 구멍을 잘 확인해 봐라. 제 자리에 있는지 아니면 집에다 두고 왔는지.”

봉구가 눈길을 혜란에게 주며 유석에게 빈정거렸다. 혜란은 구멍이란 소리를 듣자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아오른 듯 소름이 끼쳤다. 이들이 자신들을 데리고 간 이유는 확실했다. 욕을 보이려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더럽혀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남자들이 올라타고 몸을 법하는 장면이 떠오르자 혜란은 미치듯 비명을 질렀다.

“이년 왜 이래? 귀청 떨어질 뻔 했네. 입을 찢어버릴까 보다”

춘식은 칼을 들어 혜란의 입술을 배어낼 듯 긋자 경숙도 무서움에 비명을 질렀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조용히 좀 시켜라, 응. 시끄러워 운전을 못 하겠다. 춘식이 네가 조용히 좀 시켜라”

들고 있던 칼을 바지춤에 다시 꼽은 춘식은 주먹을 꼬나 쥐고 경숙의 배를 후려쳤다. 거구의 춘식은 두 번째 주먹을 쥘 필요가 없었다. 경숙은 눈이 풀어지며 ‘끄르르’ 가래 끊은 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짧은 단발마 비명을 지른 혜란은 쓰러진 경숙을 붙잡으려 했지만 유식이 어깨를 잡아 뒤로 잡아챘다. 가슴이 무방비 상태다. 춘식은 샌드백을 때리듯 혜란의 아랫배를 서너 대 후려쳤다. ‘헉!’ 소리를 내며 혜란의 몸도 무너졌다. 의식을 잃은 두 여자를 춘식과 유석은 각자 끌어안고 몸을 더듬었다. 좋은 향기가 머리와 목에서 풍겼다. 향수냄새, 고급화장품냄새. 유석은 혜란의 치마를 걷어 올리곤 팬티 속에 손을 불쑥 넣었다. 까칠까칠한 음모를 헤치고 바로 밑에 있는 구멍을 손바닥으로 비볐다. 따뜻한 감촉이다. 검지를 구부려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벽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넣었다 뺐다 반복하자 질에서 물기가 번져 나왔다. 손가락을 꺼내 코로 가져가며

“음, 향기가 좋군. 바로 이 냄새야. 버터 같기도 하고 팝콘 같기도 한 이 향기. 봉구 너도 좀 맡아 볼래. 진짜 냄새 죽인데. 자 자”

유석은 손가락을 봉구 얼굴에 가져다 댈 듯 밀자 누가 혹시나 차안을 볼까 조심스레 운전을 하던 봉구는

“야 이 새끼야. 이 손 안 치워. 그 년 팬티나 벗겨 놔. 그리고 신발도 벗겨두고,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감방에 있을 때 많은 교훈을 들었던 봉구다. 잘 요리해두었다 그만 도망치는 바람에 헛힘만 쓴 경우도 있고, 이따가 잘 해준다는 말을 듣고 방심한 사이 소리를 질러 실패한 얘기. 장소를 옮겨 예를 들어 모텔로 가자고 고분고분 따를 때 진짜 그런 줄 알고 풀어주었다 된통 당했던 얘기 등등. 그 끝에 선배들은 한마디 씩 거들었다. 한번 뺀 칼은 썩은 무라도 잘라야 한다. 알겄냐?

“그러지. 야, 이 년 좀 잡고 있어라. 옆으로 눕혀야 일을 하겠다. 키가 커서 빤쓰 벗기기도 힘들다”

경숙의 바지 자크를 내리고 손을 넣어 주무르고 있던 춘식에게 혜란의 상체를 밀며 유석은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 좁은 좌석에 네 사람이 앉기는 좁았다. 춘식은 경숙의 바지를 벗기다 혜란의 풍만한 가슴이 쏠리자 엉덩이에 바지를 걸친 경숙을 바닥으로 물건처럼 던졌다. 대신 혜란의 가슴을 더듬으며 유방을 주물렀다. 뭉클한 유방이다. 윗옷을 가슴으로 올리자 아이보리 색의 블라우스가 나타났다. 블라우스 안으로 검정 블레이저가 유혹하듯 춘식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따 그 년 젖통 좃나게 크네. 한번 빨면 몇 시간은 걸리겠네. 이 년 남편은 입이 좃나게 커야겠다, 그지”

혜란의 젖가슴은 대학시절에도 너무 커 다른 남학생들의 시선이 항상 가슴에 먼저 떨어졌다. 유방이 크면 머리가 나쁘다는 소리까지 가끔 들었었다. 여름이면 그래서 티셔츠 같은 것도 입기 부담스러웠던 혜란이다. 아이를 낳고 모유를 먹였지만 유방은 그대로 그 크기였다. 오히려 더 성숙해 보였다.

“이 년 정말 잘빠졌다. 이 다리와 허벅지 좀 봐. 봉구는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니까. 어떻게 옷으로 가려진 여자 몸을 잘 볼 수 있을까. 귀신이야, 귀신”

유석은 투피스를 걷어 올리고 팬티와 살색 스타킹을 한데 말아 벗겨내고 있었다. 뽀얀 허벅지와 종아리가 마치 우유를 적신 듯 했다. 마른 체형을 싫어하는 유석은 이렇게 풍만하고 살집이 있어 약간 포동포동한 여자를 좋아했다.

발목까지 말아 내린 유석은 검정색 구두를 벗겨냈다. 온기가 남아있는 구두다. 윤이 반지르한 굽이 낮은 로퍼를 발에서 벗겨낸 유석은 검정팬티와 검정스타킹까지 아예 벗겨냈다.

“이건 어디다 두지. 춘식아. 거기 앞에다 둘래? 받어.”

손에 들고 있던 팬티와 스타킹, 구두를 한꺼번에 둘둘 말아 춘식에게 던진 유석은 혜란의 몸을 들어 윈도우 쪽에 두었다. 마치 긴 여행에 피곤해 살짝 잠이 든 모습이다. 정성을 들여 화장한 얼굴에 반대방향의 헤드라이트가 비칠 때마다 아름다운 그림자가 어른 거렸다.

“야 이년들 고급인데. 이 상표가 그 뭐지, 유명한 명품 말이야.”

“바르사체나 발리 아냐? 요즘은 샤넬도 인기 있다고 하던데.”

유석이 대꾸하자 춘식은 구두를 다시 보며

“맞아, 발리야. 명품족들이 어디 있나 했더니 바로 여기 있었구만 그래. 이런 걸 살 돈 있으면 우리 같은 어려운 사람 도와주면 안 되나”

“이제 도와주겠지. 몇 천은 푼돈 같은데”

춘식은 입맛을 다시며 혜란의 구두를 들어 냄새를 맡았다. 그럴 때면 마치 여자의 성기에 입을 대고 빠는 기분이 들었다. 은근한 가죽냄새가 춘식의 코를 파고들었다.

“음, 향기가 좋아. 이 스타킹에서도 향수 내음이 죽이는구먼.”

춘식은 얼굴에 대고 부비다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경숙의 허리를 잡았다.

“이년도 벗겨둬야지. 바지를 입고 있어 벗기기 힘들다야. 다리 좀 들어주라”

유석에게 들어달라고 하자 봉구가 뒤를 보며

“임마, 칼은 뒀다 어디 쓰냐? 싹둑 짤라 버리면 될 걸 뭐 그리 어렵게 해”

“어, 그렇지. 머리하곤. 이렇게 하면 간단한데 말이야”

춘식은 날카로운 칼을 꺼내 바지를 벗겨내곤 허벅지 아래로 날을 세워 하얀 색 팬티를 싹둑 잘라냈다. 양쪽을 자르자 쉽게 벗길 수 있었다. 하얀색 팬티를 들어 코에 대고 냄새를 끙끙거리다 앞자리로 던지자 유석은 갈색 힐을 벗겨냈다. 발목에 손을 넣어 검정 발목스타킹을 훑듯 말아냈다. 새하얀 발이다. 핑크색 페디큐어가 예쁘게 발라진 발가락을 하나하나 장난치듯 쥐락펴락했다.

“그 년 참 부드럽네. 냄새까지 향긋해요. 춘식이 너 한번 빨아볼래?”

유석은 춘식의 취향, 개똥같은 취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숙의 발을 들어 춘식에게 내민 것이다.

“시답잖은 소리 말고 단속이나 잘 해. 괜히 이 년들 깨어나 난리부르스 치면 산통 깨져. 이번에 큰 돈 한번 만질 수 있겠는데 말이야”

차가 고급이면 사람도 고급이다. 사람이 고급이면 쏠쏠한 재미가 있는 법. 지들이 죽기 싫으면 갖은 돈 다 내기 마련. 오늘은 일진이 좋다.

“유석아 그 힐 이리 건네. 내가 가지고 있지”

갈색의 힐을 받아든 춘식은 혜란에게 했던 것처럼 구두바닥에 코를 박았다. 땀내음과 섞인 묘한 여자체취가 느껴졌다. 아랫도리가 불끈했다. 하얀 발가락에 좆대가리를 끼고 비비고 싶었다.

“저러니까 변태 소리란 듣지. 꼴통”

유석이 빙글거리며 비아냥거리자 덩치가 큰 춘식은 붉으락푸르락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봉구까지 있는데 이런 말을 하니 화가 난 춘식이다.

“넌 이 새끼야. 어쩌고. 여자만 보면 흥분해서 개좆같은 냄새나 풍기지 뭐 있냐?”

쏘아부친 춘식은 경숙을 일으켜 바지를 다시 입히고 자리에 반듯하게 뉘였다. 잠이 든 것처럼 머리를 어깨에 받혔다. 둘의 손은 쉬지 않고 바지 속을, 스커트 속을 넘나들었다. 뭉클하게 쥐어진 둔덕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이 어린년들보다 오히려 이렇게 익은 구멍이 더 졸깃한 게 맛이 좋은 법이다. 어린년들은 아프다고 질질 짜거나 오줌을 지리거나 하지 몸이 타오르면 부르르 떨면서 어깨를 부여잡은 적이 거의 없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더 낫고 씹질도 해본 년이 더 잘한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은가. 유석은 혜란의 구멍을 후비면서 질퍽할 정도로 물이 흐르게 만들었다. 연한 속살이 빨리 해달라는 것 같았다.



벤츠는 청주로 가는, 지방도로 들어섰다. 금강대교를 지나자마자 부강에서 곧바로 청주로 몰아갔다. 이 길은 청주에서 대전을 연결하는 빠른 코스며 검문이 거의 없는 길이었다. 다 사전조사를 해놓은 봉구다. 어두운 차창 밖의 세상은 평화로웠다. 차안의 풍경도 언뜻 보기에는 화기애애한 가족이 늦은 겨울 나들이를 하는 것 같았다.

청주시내로 들어설 때는 이미 어둑했다. 짧은 겨울 해다. 청주 시내를 빠르게 지나 흥덕구로 들어설 쯤에야 여자들은 머리를 감싸며 눈을 떴다.

“아, 여기가 어디에요.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내려주세요. 돈이라면 다 드릴 게요. 네?”

혜란이 울면서 애걸하자 경숙도 눈물을 흘리며 옆에 있는 춘식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이런 쌍년들을 봤나. 여기가 어디라고 니들 마음대로 내려. 다리를 분질러버릴까 보다”

봉구가 험악한 얼굴로 뒤로 쏘아붙이자 여자들은 얼굴이 하얘지며 입을 다물었다. 대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흑흑, 댈 뿐이다.

“다 와 가는데, 누님들 눈 가려라. 우리들이 사는 것 보여줄 수 없지 않느냐. 여기 이걸로 가려”

봉구는 한 손으로 검정 스타킹을 들어 뒤에 있는 춘식에게 던져주었다. 춘식은 언제나 믿음직스러웠다. 학교 다닐 때도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항상 조용했다. 졸업 무렵 자신을 만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전에도 숨겨진 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술 담배도 모르던 춘식을 동네 뒷산에 끌고 다니면서 배우게 한 것이 자신과 유석이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밤샌다고 나중에는 더 앞장섰다.

흔히 했던 대로 팬티스타킹을 둘로 갈라 하나는 유석에게 주고 하나를 들어 경숙의 눈을 가려 묶었다. 앙탈한 경숙은 칼이 옆구리를 쑤시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남자가 하는 대로 있었다.

“손으로 풀거나 하면 손목을 그어 버릴 거야. 알았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인 여자를 귀엽다는 듯 머리를 매만져 주었다. 유석 역시 스타킹을 접어 혜란의 눈을 가렸다. 겁이 많은 혜란은 몸을 덜덜 떨면서 가만히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자신을 죽일 것 같았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릴 때는 아래가 허전했다. 속옷이 벗겨지고 얼얼할 뿐이었다. 다리도 맨살이고 발도 맨발이었다. 이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어림잡아 생각은 했지만 몸을 법하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다 왔어. 얘들 등에 업어. 누님들은 신발도 없잖아. 맨발로 걸어가면 아프거든. 누님들 우리말만 잘 들으면 몸 성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빨리 집에 가고 싶지?”

둘은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얼굴을 끄덕였다. 정말 빨리 돌아가고 싶은 집이다. 집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고 다 잊고 싶을 뿐이다. 지금 이런 일은 꿈이다. 뭔가 잘못된 기억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럼, 함부로 까불지 말고 착한 아이처럼 가만히 있어. 알았지?”

봉구는 정이 넘친 목소리로 말을 하지만 둘에게는 이 남자의 한마디 말이 비수처럼 날카로웠다.

유석과 춘식은 둘을 업어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한 방은 잠자는 곳이고 다른 한 방은 작업실이다. 작업실은 뀌뀌한 냄새로 그득했다. 오줌냄새 같기도 하고 오래 된 땀 냄새 같기도 했다.



봉구의 일터가 이곳이다. 교도소를 나와 무언가 해보려고 했지만 사회에서 자신을 받아들여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있는 돈 다 모아 세차장을 차린 것이다. 청주 흥덕구는 제법 번화했지만 넓은 빈 공터에 있는 이 곳은 한적했다. 밤이면 인적이 드물었다.

차를 닦으면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보려는 그에게 세상은 가만 두지 않았다. 벌이가 시원찮았다. 하루 종일 일해도 남은 것은 없었다. 대신 사업을 바꾼 것이다. 차 째 들고 와 사람까지 세차를 해버린 사업이다. 이 사업이 더 짭짤했다. 차를 끌어와도 주위에서는 세차하는 줄 알지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구는 학교 친구들을 불렀다. 다들 뻔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유석만은 구청 서기 일을 하고 있었다. 고교 졸업이 마지막인 유석으로서는 그나마 행복한 직장이 아니겠는가? 춘식은 고향에서 닭목을 비틀어 따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에 천 마리 이상을 골로 보내며 닭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눈빛마저 붉게 물들어 보였다. 작은 닭장에서 머리를 끄잡아 내고는 그대로 목을 치자 붉은 피를 뿌리며 뛰다가 벽에 부딪혀 끝이었다. 10여 마리 씩 목을 치다 한꺼번에 솥에 집어넣으면 다른 인부가 털을 벗겨냈다. 칼이 얼마나 잘 손질이 되어있는지 봉구가 휙, 하고 긋자 바람이 갈라지는 듯 했다.



“한 탕하자. 아니 두 탕 세 탕도 좋지. 물건만 잘 건지면 우린 놀고먹을 수 있어.”

먼저 봉구가 미끼를 던지자 둘은 귀를 세우며 달려들었다.

“어때? 좋지”

간단하게 말을 마치자 둘은 기대에 부풀은 얼굴로

“아, 좋지. 근데 걸리면 어떡해?”

유석이다. 겁이 많은 유석은 그것부터 겁이 난 것이다. 셋 중에 가장 여린 놈이다. 여자만 보면 눈빛이 풀리지만 평소에는 약한 모습이다. 고교시절에도 그랬다. 평범한 듯하다가도 눈빛이 풀어지면 무섭게 변했다. 특히 여자를 덮칠 때는 더했다.

“돈은 아무나 버는 게 아냐. 부자들을 보라고. 하루아침에 쉽게 부자가 되는 게 아냐. 모험도 하고 목숨도 걸고 그렇게 해서 돈을 모은 거란 말이다. 알았어?”

“그래도......,”

“그래도, 는 뭐가 그래도, 야. 돈도 벌고 여자도 먹고, 일석이조네. 좋다 좋아”

춘식이 맞장구를 치자 그때서야 유석도 덩달아 박수를 치며

“내가 구청에 있지 않냐. 어떤 여자들이 돈이 있는지 내가 알고 있지. 정보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일은 너희가 앞장 서”

“우리 나와바리는 피해야지.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안 돼. 처음에는 멀리 차츰 가까이. 그리고 우린 날라버리는 거야. 어디 물 좋은 데서 살지 뭐”

봉구가 둘의 말에 쇄기를 박은 것은 며칠 후였다. 다시 만난 둘에게 봉구는 시범을 보여준다며 끌고 갔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봉구는 이미 터진 욕구의 배출구였다. 춘식과 유석은 그때부터 박힌 배출구가 터지듯 거침없었다.



먼저 두 개의 세차장 중 한쪽을 막아 창고로 만들었다. 이 창고는 잠자는 방과 통하게 했다. 안으로만 문이 있어 밖에서는 드나들 수 없었다. 창고를 두 칸으로 나누어 한쪽 칸은 세 개의 작은 방으로 만들었다. 혹시 심하게 저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끌어다가 죽지 않을 만큼 두드려 패기 위해서다. 대개의 여자들은 이곳에 들어서면 오금을 저렸다. 야구 배트나 쇠톱, 망치, 밧줄 같은 걸 보면 눈을 하얗게 뜨고 정신을 잃었다. 가끔 대가 센 여자들도 있었지만 다리를 벌려 묶어놓고 쇠톱으로 구멍을 자르는 시늉을 하면 오줌을 질질 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



“이리 끌고 와. 이 앞으로. 얼굴 좀 잘 볼 수 있게. 아주 예쁜 아줌마들이네”

혜란과 경숙은 벌써 낮선 곳, 아니 살벌한 방에 끌려오자마자 무시무시한 공포에 사로 잡혔다. 우선 청년들의 말투부터 무서웠다. 험악한 말을 쓰며 자신들을 아무렇게나 대했다.

“여기는 무서운 곳이야. 춘식아. 거기 가방 꺼내 보여 드려. 말이 필요 없지. 먼저 눈부터 풀어 줘라.”

춘식은 눈을 가리고 있던 스타킹을 풀어주고 방구석에 있는 철제 캐비닛을 열어 큰 가방을 꺼내들었다. 둘 앞에 두자 봉구가 지익, 자크를 열어 안에 든 물건을 꺼내 방에 뿌렸다.

“이것들이 뭔지 아나? 모르진 않겠지. 빤쓰와 브라들이야. 여기 와서 우리들에게 보신을 하고 간 여자들이지. 여기 핏자국 보여? 이 년은 하도 반항을 하기에 보지에 말뚝을 박아버렸지. 저기 보이지? 쇠파이프. 저걸 박아주었더니 혀를 깨물며 좋아하더군. 흐흐흐. 거짓말인줄 아나? 유석아 그거 보여드려라.”

컴퓨터 모니터에 뜬 사진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었다. 사실이었다. 가운데에 파이프를 박으며 여자를 괴롭히는 사진이었다. 거기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고통이 심한지 여자 얼굴은 찡그러져 있었다. 나이는 마흔 서넛으로 보였다.

“그랬더니 이 년은 나중에 말을 아주 잘 듣더군. 꼭 당해야 정신을 차린 동물이 여자들이란 말이 맞아. 니 년들도 새겨들어. 우선 여기 종이에 적어. 무얼 적냐고? 지금부터 하나씩 부를 테니까 빼놓지 말고”

사진을 본 둘은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하얗게 변했다. 정신을 잃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무슨 말이든 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저런 고통을 참아낼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둘은 무릎 꿇은 자세로 엎드렸다. 방바닥에 놓인 하얀 종이에 무언가 쓰려면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속옷이 벗겨진 아랫도리에 찬바람이 지나고 있었다. 스커트만 들추면 둔부가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먼저 나이. 이름. 주소. 연락처. 니 년은 뭐해. 빨리 적어”

“떨려서 못 적겠어요. 다시 한번”

“이 년은 머리가 나쁜가. 몸은 좋은데 왜 그래. 다시 말할 테니까 적어”

엎드려서 답안지를 적은 학생들을 감독하는 선생처럼 봉구는 적어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특히 재산을 잘 적어. 하나도 빼지 말고. 가족관계도 적어. 다 확인 할 거야”

확인한다는 말에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적은 혜란이다.

“카드번호, 비밀번호 말이야. 통장번호 다 적어”

경숙은 공포에 질려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을 끙끙거리다 겨우 적었다.

“다 적었으면 이리 내. 아, 하나 빠졌다. 몸 사이즈도 적으면 어떨까?”

“그것 좋지. 이왕이면 구멍 크기도, 가령 크다 작다 아니면 좋아하는 섹스 자세 같은 것도. 뒤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든가 아니면 빨아주는 것을 좋아 하던가”

“그래 유석이 말대로 하지. 다 적어”

혜란과 경숙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뜸을 들이다 적기 시작했다. 혜란은 남편과의 성생활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항상 정상위만 했기 때문에 가끔은 엎드린 자세로도 해보고 싶었다.

“다 적었어, 그럼 볼까? 우리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살아나갈 텐데”

“사 살려주세요. 돈은 드릴 게요. 정말이에요”

혜란은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경숙은 모를 일이다. 대학 후배인 경숙은 오늘 재수가 없어도 참 없었다. 모임에 나가려는 참에 모처럼만에 경숙이 들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목적지까지 태워주겠단 말에 함께 했다 이런 변을 당한 것이다. 이제 막 결혼한 경숙이다. 올해 스물일곱인 경숙은 작년 말에 결혼을 했다. 임신이 되지 않아 걱정도 많이 했고 오늘도 그 일 때문에 병원을 찾아왔다 이런 저런 얘기하다 집에까지 같이 간 것이다.

“돈이 제법 많은데. 산부인과 원장이라. 젊은 나이에 출세했네. 축하하지. 근데 이년 구멍 크기는 안 썼네. 이것 봐라. 네 구멍 크기도 몰라? 커 작아?”

“모 몰라요. 어, 어떻게 그런 것을”

“그럼 우리가 재줄까? 유석아 거기 자 가져와”

“하, 하지 마.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

무릎 꿇은 자세로 손을 빈 혜란이다.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다. 아이쉐도우가 지워져 뺨에 검은 자국이 생겼다. 경숙도 마찬가지. 갸름한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손을 모아 비는 모습이 애처롭다. 봉구는 그런 모습을 즐기는 듯 윽박질렀다.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손가락을 부러뜨려줄까, 부러진 손가락으로 수술할 수 있을까, 응? 아님 이 이쁜 얼굴을 칼로 확 그어줄까.”

“저번 때처럼 담배로 지져버리지 뭐.”

유석이 끼어들자 봉구는 인상을 쓰며

“넌 임마 차에 가서 이 년들 백이나 가져와. 글고 차안을 뒤져 봐. 쓸만한 것들 있나. 이년들 신발도 다 가져오고.”

유석은 봉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얼른 몸을 일으켰다. 봉구의 성질은 개 같아서 한번 화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교도소를 다녀온 뒤론 더 무서웠다. 폭행으로 달려 들어간 봉구는 1년 정도 거기에 있었지만 그 일년이 사람을 엄청나게 막말로 좃나게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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