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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5 468회 0건
치우전기
(부제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 남자의 죽음)
2장 First Mission - REBIRTH 4.

여인과 사내는 거품을 뿜고 기절한 혁을 들쳐업고 정자를 내려서기 시작했다.

수려한 사내가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허허 이것 참..... 대제께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녀석이라서 한번 시험해 봤더니 이렇게 쉽게 넘어갈 줄이야.... 보아하니 아직 여자 쪽으로는 거의 경험이 없는 모양이구만 "

살풋~~~

농염한 여인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여인은 단순히 미소만 살짝 지었을 뿐인데 보는 상대방은 눈앞이 어질어질하다.

"이런...이런.... 함부로 미소짓지 마시게. 나까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가...."

"스승님께서는 흔들리지 않음을 아옵니다."

아아... 여인의 목소리는 이세상 사람이 아닌 듯 목소리만 들어도 사르르 몸이 녹아들 것 같다. 눈부신 미소와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여인을 옆에 두고도 사내는 흔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겉보기에 30도 안되보이는 사내가 여인의 스승이란 말인가.
그리고 스승께 향하는 여인의 안타까운 눈빛은 무엇이란 말인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남녀이다.

.....................

혁은 지독한 두통을 느끼며 깨어났다.

"아이고...머리야.... 이놈의 유명계에서는 너무 자주 기절을 하네 쩝...."

이때 방문밖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나셨습니까......? "

"..아 네 네 ..."

"그럼 나와 보시지요..."

혁은 허둥지둥 옷을 주워입고 마루로 내려갔다.

"허~~억"

마루에는 혁이 겁탈(?)하려다 실패한 여인과 정자에서 봤던 수려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혁은 아까 자신의 추태를 생각하고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저.. 저기..저기..아..아까는......"

혁은 창피하고 미안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여인은 말없이 여전히 사람 살 떨리게 하는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여인의 옆에 앉은 수려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괜찮네.. 대제의 말씀도 있고 해서 우리가 너희들을 잠시 시험해보았으니 너무 마음두지 말게"

"대제요? 광개토 대제님 말씀이십니까? 그럼 두 분이 이번 제 스승님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난 주1)서화담(徐花潭)이라고 하고 이 사람은....주2)진랑(眞娘)이라고 부르게나."

"아...예...."

서화담은 서경덕을 말하는 것일테고 진랑이라... 알 듯 말듯한데? 누구지?
궁금해하는 혁 앞에 화담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자네에게 시(詩)와 악(樂)과 색(色)을 가르칠 것이라네. 특히 악(樂)과 색(色)은 여기 진랑에게 배우시게나...."

그 날부터 혁은 서경덕에게 시(詩)·서(書)·예(藝)·화(畵)를 배우가 시작했다.
서경덕의 교양은 역시 당대의 대학자답게 깊고도 넓어 혁은 그 깊이를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하며 배웠다.

.....

혁이 서경덕에게 학문을 배운지 1년이 지날 때부터는 혁의 모습도 점점 스승과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었다. 특히 혁이 잘하는 부분은 서(書)와 화(畵)로서 이 부분만큼은 스승의 성취를 능가하고 있었다.

"자 이제 자네에게 혼자 공부할 수 있을 만큼의 기초를 다 가르쳤네. 이제 자네에게 한가지를 전수해 주어야겠네."

"스승님.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혁은 마루에서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물어보았다. (참 혁 많이 인간榮? 치우천황에게 영감탱이라고 달려들 때만 해도 혁이 이렇게 달라질거라고 누가 예측을 했겠는가?)

"바로 주심공(主心功)과 섭령술(靈術)이라네. "

주심공(主心功)!
독심술과는 차원이 다른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법이다. 주심공의 무서운 점은 상대방이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눈치채지 못하게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이다.

섭령술(靈術)!
일반적인 섭혼술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들어서 조종할 수 있는 술법이다. 이때 상대방은 전혀 자기가 조종당한다는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조종당하는 것이 섭령술의 무서운 점이다.
단 자신보다 내공이 높은자에게 시전하면 거꾸로 자신이 당할 수도 있는 무공이다.

화담에게 주심술과 섭령술을 익히는 한편 혁은 틈틈이 진랑에게 악(樂)과 색(色)을 배웠다.

진랑이 혁에게 가르친 것은 천상무(天上舞)라는 것이었다.

천상무(天上舞)!
그야말로 천상의 춤이라는 것으로 섭령술과 함께 자연히 시전하면 상대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저항할 수 없는 무서운 무공이다.

혁은 진랑에게 천상무를 6성(成)까지 전수받았다. 그 이상은 아직 음양의 화합의 도(道)를 이루지 못했으므로 혁의 능력으로는 무리였다.

"혁님.... 여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옵니까...?"

"...???...."

갑자기 진랑이 밑도끝도 없이 물어오자 혁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혁이 이승에 있을때도 일만 하느라고 혁은 여자에게 별로 신경 쓸 틈이 없었던 것이다. 성공만을 위해서 달려온 혁이라 남들 다 가보는 단란주점도 한번 못가본 사람이었다.

혁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 보고 생각해봐도 혁이 아는 여자는 이혼당한 마누라와 자신의 어린딸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친구 경숙 뿐이었다.

"스승님 저는 여자를 잘 모릅니다. 여자를 가르쳐 주십시요."

살풋~~

진랑은 혁에게 미소짓고 일어나 춤을 추었다.



내 언제 무신(無信)하야 님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月沈三更)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난 닢 소래야 낸들 어이 하리오



동짓(冬至)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었다가

어룬님 오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그녀가 춤을 추가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양 향기가 진동하고 정신이 몽롱해진다.
혁은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제대로 진랑의 춤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춤은 너무나 아름다워 차라리 슬프기까지 하였다.

이 춤은....!

혁은 진랑의 춤을 보면서 머릿속에 번개쳐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사명대사가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공중에서 추던 오도송(悟道頌)과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정(情)!!
진랑의 아찔한 미소와 미모의 정체는 바로 사랑하는 님에 대한 슬프도록 아름다운 정(情)이었던 것이다.

".... 혁님.... 이제 아시겠습니까...? 여자는 사랑이 아니라 정(情)으로 산답니다.
여인의 정(情)을 가져갈 수 있다면 여자의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랍니다........
절정(切情)보다 강한 게 다정(多情)이랍니다.... 여인을 취하려 마시고 품어주소서....."

진랑의 눈에서는 구슬같은 눈물이 또르르.....흘러내렸다.

".......스승님을 사랑하시는군요......"

진랑은 아무말없이 혁을 바라보았다. 혁은 가슴이 진랑의 슬픈사랑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스승님을 사랑한다고 하세요!!! 왜 바보같이 기다리는 겁니까!!!
이생에서 그만큼 기다리면 되었지 왜 바보같이 저승에 와서도 기다리는 겁니까!!!"

"혁님..... 진정 님을 사랑한다면 제 영혼이 죽어서 먼지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게 여인의 정(情)이랍니다...... "

"그건.....그건.....그건......"

혁은 진랑의 너무나도 깊고도 슬픈 사랑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혁님... 저는 배달족의 미래 때문에 혁님을 가르치는게 아니랍니다.."

"그럼 ...?"

"제 님이 원하는 일이니까요....."

진랑은 살며시 혁에게 미소지어주었다.

혁은 이제 진랑의 미소를 보더라도 더 이상 마음이 뛰지도 음욕(淫慾)이 생기지도 않았다.
진랑의 400년간 기다려 온 슬픈 사랑에 대해 알기에.....

정을 초월하는 것 보다 어려운게 정을 담아두는 것이다.

혁은 진랑과 화담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그들의 사랑은 가히 고금제일의 사랑일 것이다.

.......

혁과 두 스승과 지낸 시간도 2년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스승님! 이제 제자는 떠나겟습니다. 스승님의 큰 사랑 결코 잊지 않겟습니다."

화담과 진랑은 떠나는 제자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잊지마시게... 정을 끊으려고(切情) 하지말고 정을 품어주시게나(多情)...."

진랑과 화담은 서서히 사라지며 혁의 몸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거의 진랑이 사라지려고 할 때 화담이 진랑에게 입을 열었다.

"........진랑.... 나도 당신의 사랑을 알고 있소..... 사랑하오................"

"....스승님......"

"이런이런.... 이제는 스승님이라 말고 서방님으로 부르시오......"

".................................서방님...................."

진랑은 행복한 표정으로 화담에게 안겨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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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결국 이 번에도 응응씬(?)은 없습니다. 독자님들께 죄송합니다. ㅜ.ㅜ 언젠가는 반드시 꼭 넣도록 하겟습니다.
- 부산에서 거짓말쟁이 소주 올림-



작가주1) 화담 서경덕(徐敬德) : 가세가 빈약하여 독학으로 공부를 하였고, 주로 산림에 은거하면서 문인을 양성하였으며, 과거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조식(曺植)·성운(成運) 등 당대의 처사(處士)들과 지리산·속리산 등을 유람하면서 교유하였으며, 1544년 김안국(金安國)이 후릉참봉(厚陵參奉)에 천거하였으나 출사하지 않았다.
서경덕의 일화 중에서 대접에서 잉어를 꺼낸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져 내려온다.
시(詩)·서(書)·예(藝)·화(畵)에 능했으며 특히 황진이와의 사랑은 유명하다.
소설에서는 조선시대의 완벽한 교양인이자 특히 색(色)의 대가로 설정되어 있다.

작가주2) 황진이 : 기명(妓名)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생. 중종 때 진사(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으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고 시(詩)·서(書)·음률(音律)에 뛰어났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하였다. 15세 무렵에 동네 총각이 자기를 연모하다가 상사병(相思病)으로 죽자 기계(妓界)에 투신, 문인(文人)·석유(碩儒)들과 교유하며 탁월한 시재(詩才)와 용모로 그들을 매혹시켰다. 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송도3절로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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