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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4 415회 0건
-의자-

내가 디자인 팀으로 합류하기 까지 지내온 과정은 별로 돌아 볼 것이 없다. 남달리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개나 소나 다 간다는 유학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산업미술을 택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으니까. 그림을 그릴 줄도 모르는 나에게 컴퓨터는 그 희망의 실타래를 넌지시 던져 놓았었고, 그로 인해 나는 전공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쟁이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하긴 자동차의 디자인을 모두 컴퓨터로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미술을 전공해야 하고, 그 기초를 응용해서 구조역학과 패션, 감각을 더할 줄 알아야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긴 했다. 나는 유학 중에 전공을 바꾸면서 인터뷰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오라는 말도 이해하지 못했던 무식한 미술학도 였다. 연필을 잡은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배기지도 않은 내가 학점을 이수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된 것은 거지반 2년이 지나서 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겪는 난관은 빼놓질 않고 겪었다. 우선은 나를 버리는 일에 무척이나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미술의 기초를 공부하면서 나는 손이라고 하는 부위가 얼마나 뇌와 밀접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는가를 깨닫고 놀랐는지 모른다. 나는 그린답시고 사람을 모델로 데생을 하거나, 석고상을 상대로 그려 댔을 때, 언제나 나를 닮은 모습을 그려내는 것 때문이었다. 점차 뇌와 무의식 적으로 연계된 손의 무감각적인 추종의지를 떨쳐 버리면서 나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적확한 객관화의 길로 접어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이 길로 들어선 나 자신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산업미술 쪽에서도 상품디자인, 그것도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공의 틀을 잡아 나가는 도중, 나는 미국 내에서도 굴지의 디자인 회사에 알바를 할 수 있는 천운의 기회가 있었다. Frog이라는 회사의 디자인 연혁은 놀라울 정도로 화려했다. 그곳의 디자인 실에서 일하는 인원들은 거의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기깔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고,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 오면서 대단해요 라며, 엄지 손가락을 내미는 디자인들은 거의 그들의 손을 거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도 디자인이 필요하겠는가 라고 생각되는 리바이스 청바지 하며, 라이방 썬글라스, IBM의 PS/2모델, 맥킨토쉬의 I-MAC등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역작을 남긴 그 곳, 나는 그곳에서 일 했었던 알바 경험이라도 한국에 돌아와서는 뭐 대단한 곳에서 일한 것 같은 경력으로 인정되는 것에 놀랐다. 내가 디자인실에 첫 출근을 하는 날, 실내에서는 대판 싸움박질이 벌어지고 있었다.

‘글쎄, 팀장님 의견은 알겠는데요, 저는 그 가죽 말고 딴 것을 꼭 써야 한다니깐요?’

‘아니, 내가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그렇게 되면 MC(Material Cost: 생산단가)가 올라가는데, 위에다가 뭐라고 보고 하느냔 말이지? 기획팀 에서도 반대할 게 뻔하고, 종국적으로는 영업팀에서 비싼 좌석을 빼자고 난리 부르스를 출 판인데, 그걸 알면서 어떻게 비벼 넣어?’

‘전 그래도 그 가죽을 꼭 써야 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가 디자인 한 의도와 별개의 물건이 나오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죠. 제 얘기는 거기 까집니다.’

‘만일 윤 과장 말대로 썼다가 최종 검토에서 빠지기라도 하면 하청업체가 들고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고, 공장 측에서도 AP(Assembling Procedure: 조립공정) 조정에다가 자재과에서는 자재과 대로 자재 리스트의 변경으로 인해 발칵 될 텐데 어쩌려구! 그 뿐이야?, 안전테스트로 미국에 보낼 샘플이 만일에 최종 생산품이랑 달라지면 그 비용에 대해서 윤 과장이 책임 질테야? 난 그렇게는 못해. 좀 사람이 수그러 들거나 타협 점이 있어야지 말이야, 무조건 밀어 붙일게 따로 있지.’

나는 내 소개도 못한 채, 인사과의 정 대리와 함께 멀거니, 두 사람의 싸움박질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저 윤 과장님 이라는 사람은 누굽니까?’

나는 나즈막한 소리로 정 대리에게 물었다.

‘곧 알게 돼요. 디자인 실의 왕 또라이, 윤필규 과장이라고 그 밑으로 가게 될 텐데….. 고생 꽤나 할걸?……저 팀장님,…… 신입사원 데리고 왔는데요…. 인사 좀….’

그냥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인지, 정 대리가 먼저 말문을 열면서 두 사람의 싸움을 막아 섰다. 두 사람은 정 대리의 말에 싸움을 가까스로 접었다.

‘이번에 디자인 실의 신입사원으로 오게 된 신동혁씨 입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셨구요. Frog사에서 일 한 적도 있는 아주 뛰어난 분입니다. 환영해 주시고, 부서에 빠른 시간 내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 드리겠습니다.’

‘신동혁 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많이 모자라는 사람입니다. 부탁 드립니다.’

‘모자란 주제에 뭣하러 회사는 들어 왔대? 공부나 더 하질 않구서?’

그 윤 과장 이라는 사람이 한마디 탁 내 뱉고 돌아서는 바람에 실내는 다시 썰렁해 졌다. 팀장님께서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셨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 윤 과장도 말을 저리 해서 그렇지, 속은 그렇질 않은 사람인데…아무튼 반가워요. 자리는 저 쪽이고, 현재 TO가 윤 과장님 밑으로 되어 있으니, 그렇게 알고…’

나는 가뜩이나 험한 꼴을 앞에 두고 배치가 된 관계로 처음부터 윤 과장님과 알력이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떨치고 윤 과장님의 작업대로 향했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플로터의 장중한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디자인 실 구섞에는 무인 Mock-Up제작실이 가동 중인 바쁜 와중이었다. 윤 과장님 에게 다가가는데 작업대에 있던 회전 의자가 획 돌더니, 윤 과장님이 나를 바라보고 일어선다.

‘내일부터 양복 입고 오지마. 어디 끝내주는 곳에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옷 입고 오지 않으면 이곳에 않 들여 보낼 거니까 알아서 해, 알았지?’

나는 내심 놀랐다. 내가 Frog사에서 일할 때, 내 보스였던 마이클의 말이 생각나서 였다. 나와 같은 마이클 이란 이름을 사용하다 보니 그는 언제나 나를 주니어라고 불렀었다.

‘주니어, 우리 회사는 봐서 알겠지만 Due Date(납품 혹은 프로젝트의 완성기일)까지 누가 압력을 가하는 법이 없어. 자기가 알아서 할 일을 하는 거지. 개개인에게 지워진 임무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 아니면 팀에게 있다고 해야 하는 것이야. 저기 봐.’

그가 가리킨 것은 디자인 실의 중앙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였다. 누군가 멋진 재즈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었고, 구섞의 코우치(넓은 소파)에서는 누군가 자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일들은 하는 것인지? 그러나, 그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책임감으로 자신만의 일과를 해결하고 있었다. 다만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잠시 일을 쉬고 있는 동안 머릿속의 디자인 개념이 날라가지 않도록 그 감정을 유지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게다가 자신이 맡고 있는 디자인 프로젝트에 따라 천차 만별의 복장으로 일들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획일화 된 유니폼 이라든가 하는 개념은 아예 있지도 않았다.

‘보스, 어째서 옷들이 저렇게 각양각색 입니까?’

‘디자인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산물이지. 그래서 어떤 복장을 하고 앉아서 디자인을 하느냐에 따라서 인간 친화적인 제품이 나오기도 하고, 요구 반항적인 이단아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해하고 있어. 디자인은 기능성의 구현도 중요하지만 그 감성적 외형의 창출도 무시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디자인의 컨셉을 베껴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획일화 된 테두리에서는 자유로운 사고와 감성의 발현이 어렵다고 보는 거지. 그래서 저렇게 자유롭게 입고 있는 것이야. 저것 좀 봐. 저 친구는 쌍둥이 칼 회사로부터 지원 받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주방에 있는 분위기를 내려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사 모자까지 쓰고 일 하잖아? 그 분위기에 극도로 접근해야 살아있는 디자인의 창조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거지.’

윤 과장님의 한마디는 예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들추어 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 날 저녁, 나를 환영하는 회식이 있었지만 윤 과장님은 납품업체 선별을 자재과 사람들과 같이 나간다며, 일찍 자리를 비워서 이른바 애비 없는 환영식 꼴이 되고 말았다. 윤 과장님은 자동차의 좌석만을 담당해서 디자인하였고, 그 부분에 남다른 애착과 철학이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그의 곁에서 일을 배우는 것은 무척 고된 과정중의 하나였다. 그는 가르쳐 주는 것이 별로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일에 빠져 있었고, 싸우는 것이 그의 주특기 인양 보였다. 그러나, 그런 괴팍한 사람을 언제나 팀장님은 이해하고, 막아주고, 이른바 타협과 중용의 묘미를 가르치기에 동분서주 했었던 점이 남 달랐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것은 한계에 다다르는 나의 지루함을 달래줄 수는 없었다. 언제나 시원 스런 색감의 마커로 채워지는 컨셉 카만 그려댈 줄 알았던 것은 나만의 착각 이었기는 했어도…

‘과장님, 일을 좀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TFT(Task Force Team : 긴급 프로젝트 진행팀) 과제를 수행하시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 저도 팀원이고, 과장님의 휘하에 있다면 일을 배울 수 있는 권리는 저에게도 있다고 보는데요.’

나는 대들듯이 윤 과장님 에게 말문을 열었다. 저마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침의 일과 전에 사내 이멜을 정리하다가 돌출적으로 나온 나의 발언에 모두 우리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과연, 윤 과장님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았다.

‘동혁이!, 일은 누가 시키고, 배워주는 것이 아니야, 네가 스스로 찾아 나서는 것이지, 나도 너처럼 앉아서 떨어지는 감을 받아 먹으려던 날들이 있었지. 그래 봐야, 쓸모 없이 나이만 먹게 되는 거야. 당신 직책이 뭐야? 디자이너 아니야?’

‘네, 그런대요.’

‘디자이너의 할 일은 뭐야?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알려주지. 학생 때 처럼 이세상에 있지도 않는 자동차 껍데기나 줄창 그려 댈려면 애저녁에 관두는 게 나아. 자네가 그려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과 회사의 요구가 일치될 때까지 싸우고, 수정하고, 결국 자네의 디자인 컨셉이 살아 돌아다니는 차로 태어나는 것만이 자네의 할 일이야 알겠어?’

나는 반론을 제시하질 못했다. 그의 지적은 너무도 날카로왔고, 내가 배타적이고, 피동적인 사고로 접근 했었다는 것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막막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올라왔다.

‘막막하지?’

‘네 좀 그렇네요.’

‘그래도 윤과장 말, 틀린 곳은 하나도 없어, 안 그래?’

‘그러게요!’

‘똑똑하고, 스마트한 친구지, 성격도 나무랄 데 없이 좋았는데…..’

길게 내뿜는 팀장님의 담배 연기가 파랗게 허공을 갈랐다.

‘거기서부터 한번 파고 들어가는 게 좋을 거야.’

‘어디서 부터요?’

‘디자이너의 가장 취약한 단점은 기획의도에 너무 편승하다 보니, 현실 감각을 잊는다는 것이지.’

‘현실 감각을 잊는다뇨?’

‘어차피 우리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 아니겠어? 우리가 일하는 목적이 뭐겠어? 그래, 자동차야. 한대라도 더 팔려야 그게 우리들의 밥줄이 된다는 거지. 회사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거야. 보다 저렴한 단가로, 다른 회사의 차보다 돋보이면서, 한대라도 더 팔려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 그게 기업을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야. 우리는 그 사실을 가끔 망각하고, 비현실적인 어프로우치(접근)를 하게 되지. 하긴 그런 욕구를 완전히 망그러 뜨린다면 디자이너 로서의 자존심이라든가 창조의욕이 상실 될 수도 있기에 가끔 컨셉카를 디자인하게 한다든가 해서 그 욕구의 배출을 조금이나마 허용하긴 해도…아무튼 디자인의 의도와 회사가 지향하는 수준의 격차를 근소화 시키기 위해서는 자재의 단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갖추어 져야 하지. 그래야만 회사가 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내가 원하는 디자인 컨셉을 마음 껏 펼칠 수 있으니까. 자료는 널려 있어. 천천히 숙독하면서 나름 대로의 기초를 닦아 봐.’

팀장님의 방향제시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윤 과장님의 지시 없이도 나만의 계획표를 수립해서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내심 축구선수가 공을 차고 싶은 욕망을 최대 한도로 절제하면서 끝끝내 체력단련에 모든 시간을 쏟는다는 얘기가 생각 났다. 언제 인가가 될른지는 몰라도 나만의 세상이 도래하기 전까지, 나는 힘과 지식을 키울 필요성이 있었다. 나는 그 시간 부로 먼지가 풀풀 나는, 전화 번호부 책보다 두꺼운, 기존에 생산되었던 차종의 자재리스트를 가져 다가 좌석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대개 외주 공급업체에서 납품된 것들이 많아서 그 회사에서 제작된 별도의 자재 리스트와의 차이점 때문에 이해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한달 정도 그 자료에 푹 빠져 있다 보니, 대강의 원가산출이 머릿 속에 맴도는 경지까지는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디자인한 외형에 정확한 자재를 선별해서 외주 업체에 발주의뢰를 하는 정도에 미치기에는 역시 한계가 존재했다. 나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또다시 벽을 실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퇴근하고 혼자 남아서 외근을 하고 있던 저녁, 외주업체에 들러 일찍 퇴근 한 줄 알았던 윤 과장님이 들어오시고 계셨다. 손에는 한 보따리 도면을 들고 오셨고….

‘집에 갔으면 어떡하나 했네.’

‘바로 업체에서 퇴근 하지 않으셨어요?’

‘응, 이것 때문에….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 이만 갈게, 쉬엄 쉬엄 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야, 내일 보자구.’

그럼 그렇지, 숙제나 주려고 다시 들어 왔었던 그가 얄밉기 까질 했다. 그러나, 그 도면을 펼친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언제나 품목과 단가에 대한 리스트로 싸움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것은 단비와도 같은 자료였다. 포스트잇 으로 써 붙인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자재 리스트는 그만 하면 됐고, 이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것이 취약한지 알아야 할거야.’

납품업체에서 사용하는 도면으로서, 흡사 의자가 폭파되어 하나하나의 부품이 중심으로부터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세 도면 이었다. 그것은 조립공정에 쓰이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서 AS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도면과 첨부되어 있는 보고서에는 해당 도면상의 특정부품과 위치상의 상관관계, 그리고, 망실이라든가 잦은 파손에 대한 보고와 함께, 현장에서 보고 되어지는 디자인 결함을 지적하는 자료들이 망라 되어 있었다. 항상 좌석을 디자인 하다 보면 감초처럼 껴들어가는 조항들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눈감고도 그려내야 하는 디자인 상의 기초사항 들이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했지만 디자이너의 창조력을 감쇄 시키는 걸림돌 이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좌석 밑에 장착 되는 열선의 경우, 항시 사람의 하중이 내리 누르는 관계로 그것을 지탱해 줄만한 지지력을 갖춘 재질을 외장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전제가 따라 붙는 것이 그 비근한 예였다. 그러다, 보니 빈번하고도 다른 좌석에 비해 장시간 사람이 앉아 있게 될 운전석은 다른 좌석에 비해 더 많은 옵션의 고려로 인해 디자인 컨셉은 초기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게다가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게 될 운전자의 날카로운 지적은 언제나 회사를 당황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리콜 까지는 안 가더라도 판매 후, 돌아올 사용자들의 짜증 섞인 불평을 무마시켜 줄 수 있는 각별한 응대요령이 소비자 보호실로 전문이 되어 보내질 정도 였으니 말이다. 나는 그 도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배운 것도 많지만 짜증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고려해야 될 많은 부분들로 인해서 디자이너의 의도는 사라지기 일 쑤 였고, 불평이 접수된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차종이 출시 되기 전에는 반드시 수정을 필요로하는 과정으로 인해 이게 단가를 위한 디자인인지, 불평을 듣지않기 위한 디자인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디자이너는 동네북의 처지였으니까…

‘신동혁씨, 나랑 같이 어디 좀 갑시다.’

나는 처음으로 윤 과장님과 외출을 할 수가 있었다. 신입사원으로서 회사는 직장이기도 했지만 하루종일 눈칫밥을 먹으면서 지내야 하는 창살 없는 감옥이기도 했기에 이런 외출은 정말이지 날아갈 듯한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윤 과장님은 어느 일식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이게 왠 떡이냐 하면서 따라 들어갔다. 다다미 방에는 어떤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와서 기다리고 계셨네. 어서 음식 시키죠.’

윤 과장님 과는 매우 잘 아는 사이 같아 보였다.

‘제 밑에 있는 신입 디자이너 입니다. 신동혁씨 라고, 인사하지, 이분은 우리 의자를 납품하시는 00산업의 최준성 사장님…’

윤 과장님의 소개로 나는 뻔쩍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대단하신 분인 모양이네. 윤 과장님 밑에 계신 걸 보니….’

음식이 들어오고 세 사람간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최 사장님이 먼저 말문을 여셨다.

‘그러니까 벌써 2년이 다 되가네, 그렇지요?’

‘그렇게 되나요? 세월이 빠르긴 합니다. 저도 어느새 아랫 사람을 들이고…’

‘받으셔도 벌써 받으셔야 했는데, 일이 바빴던 거죠. 그렇게 매달리시는 일만 아니었어도 조수 받아서 편히 일하실 수도 있었는데…. 참 부탁 하신 거 이제야 도착했습니다. 장장 7개월이 걸렸습니다. 저희도 몰랐던 것을 알게 해 주셔서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이거 약소 하지만, 약주라도….’

하면서 그 사장님께서 서류가 들어간 누런 봉투와 함께 흰 봉투를 같이 내밀었다.

‘아닙니다. 사실 자재과와 관행적으로 이런 봉투가 오가기도 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저희 부서는 구지 이런 것을 받아야 될 필요는 없지요. 사장님의 애써주신 마음만 받겠습니다. 접대도 사양하고 싶구요. 다만, 오늘 점심, 제가 보답하는 의미에서 사겠습니다. 허허허’

평소에 얼굴에 웃음이 없던 윤 과장님의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 으이그, 저 봉투 받지, 회식이나 거하게 할 수 있을 거인데…그 날, 점심을 마치고, 윤 과장님은 회사로 돌아와 팀장님과 회의실에 들어가 긴 시간, 회의를 하고 나섰다. 회의실 안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쿵쾅 거리는 소리까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어서 디자인 실은 그 분위기에 눌려 쥐 죽은 듯이 고요하기만 했다. 이어서 문이 쾅 열리며, 윤 과장님이 튀어 나왔다.

‘선배도 다를 거 하나 없어요. 그치 들과 다를 게 뭐 있어요?’

‘그냥 그렇게 가버리면, 나더러 어쩌라구? 제발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깐…’

윤 과장님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옷을 집어 들더니 밖으로 나가버리고, 그 뒤를 쫓으려던 팀장님은 기어이 윤 과장님을 놓치고 말았다. 그 날 내내, 팀장님은 말이 없으셨다. 저녁 때가 되어 야근을 하고 있던 나에게 팀장님께서 오셨다.

‘오늘 내가 술 한잔 살까?’

저녁을 먹을 때도, 단란주점에 들어가셔서도 팀장님은 말씀이 없으셨다. 여자들도 안 부르시고 술만 들이키셨고, 나도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아까 윤 과장님과 다투시는 것 같던데…’

‘응, 그거? 항상 그렇지 뭐.’

‘무슨 일인데요? 제가 혹시 알면 안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야. 윤 과장이 너무 속이 급해서 그렇지. 학교 때도 그렇더니만’

‘윤 과장님이랑은 선후배 사이세요?’

‘응.’

‘그랬구나.’

‘혜원이가 그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팀장님은 술을 드시다 말고 고개를 떨구셨다.

‘혜원이를 윤 과장에게 소개한 게 나였어. 회사에서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했고, 엘리트 에다가 성격도 좋아서 내가 동생의 신랑감으로 점 찍어 두고 있었지. 혜원이는 내 입사 동기고 그런데 그 차가 문제 였어.’

‘차라뇨?’

‘자네도 알다시피 신차가 나오면 직원들에게 할당이 나오 잖아? 마침 결혼 한 직후였고, 차도 필요한 김에 덜컥 배당 받은 차중에서 한대를 사서 혜원이 에게 선물한 거지.’

‘그런데요?’

‘얌전 하기만 했던 혜원이가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이상해 지더 라는 거야.’

나는 팀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술을 도저히 들이킬 수 가 없었다. 너무나 진기한 이야기 였기에…

‘자기야? 나 어때?’

‘야, 이거 너무 야하지 않나?’

윤 과장님은 평소와 다르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자신을 마중 나온 아내, 혜원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에서 내리는데, 보니 팬티가 거의 비쳐 보이는 하늘 하늘한 나시 원피스 였는데, 하도 짧아서 차에서 내리는데 온 허벅지가 드러나고, 눈부신 하얀 다리가 밖으로 보여서 자기가 몸으로 가려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차에 올라 옆을 보니 운전을 하면서도 무엇이 즐거운지 싱글벙글 들떠 있는 것이 꼭 소풍 가는 어린이 모습이었다.

‘나 오늘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었거든?’

‘근데?’

‘다들 차가 멋있다고 야단들 이었다니깐? 당신 앞으로 할당된 차가 세대라고 했지? 한대는 우리가 샀으니, 두 대만 더 팔면 되는 거지? 문제 없다구! 내가 내조의 공을 여실히 보여줄게.’

‘이렇게 황송할 데가 다 있나? 마마, 어련 하시겠습니까요?’

‘농담이 아니라니깐? 벌써 아이들 한테 카탈로그 나누어 주고 왔어, 이래도?’

두 사람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날, 그녀는 팬티도 거의 실낱 같은 T팬티만을 입고 차를 탔고,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윤 과장님은 차 문을 잠그다가 운전석의 의자에 묻은 물기를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혜원씨를 먼저 보내고 차문을 열고, 그 물기를 손으로 만져 보니 미끈 하는 것이 느낌이 이상해서 맡아 보니 조금 이상한 쉰 냄새가 나는 것이 아무래도 씹물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윤 과장님을 마중 나올 때나 외출할 때는 언제나 자신이 운전하겠다고 조르는 것은 둘 째 치고 언제나 맨 살로 차를 타고 운전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자기야, 운전할 때 너 팬티 안 입냐?’

‘어떻게 알았어?’

‘너 미쳤구나! 누가 보면 어쩌려구?’

‘보긴 누가 본다구?, 그리고 자기는 내가 노팬티로 이렇게 차를 몰고 있다고 생각하면 흥분되지 않아? 자 이거 봐.’

하면서 치마를 들추는데 운전대 바로 밑에서 그녀의 까만 보지털이 드러나 윤 과장님은 기겁을 하며 치마를 잡아 내렸단다.

‘깔깔깔, 놀라기는? 부부 끼린데 어때? 카섹스도 불사하는 요새 세상에, 이깟 것쯤 이야, 껌값이지, 말이 나온 김에 우리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카섹스나 한 번 해볼까? 흥분 되잖아? 어때?’

‘그 말 진심이야?’

‘진심이지? 나 이거 봐 벌써 바닥이 척척해.’

하면서 또다시 치마를 걷어 올리며, 다리를 벌리는데 보니 그 가죽 시트가 번들 거리면서 벌써 지려 놓은 씹물로 인해 어두운 가운데에도 번질 거리는 것이 확연했다. 윤 과장님은 운전을 방해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치마 속으로 손을 넣어 보았다. 둔덕 가까이 가기만 했는데도 운전대를 붙잡은 혜원씨의 팔에 소름이 좌악 돋고 턱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자동차는 시내를 벗어나 어두운 경춘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고속도로를 타고 나니 혜원씨는 더욱 과감하게 다리를 벌려가며, 운전을 하는 통에 급작스럽게 액셀을 밟는 여파로 몇 번을 울컥댔는지 겁이 실실 나기까지 하더라는 것이었다. 안되겠다 싶어서 차들이 씽씽 달리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그 저녁의 고속도로에서 뜨거운 포옹을 하게 되었는데….

‘자기야, 나 솔직히 고백하는데, 차에만 타면 자꾸 흥분이 돼, 당신이랑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자꾸 보지가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니깐. 당신이 물었지? 어째서 팬티를 입지 않느냐고? 나 차에 이렇게 맨 보지로 올라타서 의자에 앉으면 마치 당신 손바닥으로 내 보지를 감싸 쥐는 것 같아서 온 몸이 저려 와. 당신네 회사 차라서 그런가?’

‘당신이 이렇게까지 야한 여자인줄 나 꿈에도 몰랐다니깐? 이거 봐, 손이 벌써 젖어서 이렇게 척척 하잖아? 이게 왠일이래?’

조정기어를 사이에 두고, 그녀와 윤 과장님은 서로가 깊은 포옹을 하면서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것도 무시한 채, 서로의 몸을 탐하기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의자를 뒤로 완전히 재끼고, 조수석을 향해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좌악 벌리니, 혜원씨의 씹물은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 처럼 질질질 너무도 오랜 동안 똥꾸멍 사이로 흘러 내렸다고 했으며, 윤 과장님도 정신 없이 그 물을 쪽쪽 빨아댔다고 했다.

‘여보, 나 좀 박아 줘. 나 미칠 것 같아. 보지에서 막 불나는 것 같아, 나 어쩜 좋아! 아흑…’

조수석 에서 건너와 누운 채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혜원씨의 위로 몸을 덮쳤지만 운전대가 둔부 뒤에 버티고 있어서 격심한 좇질은 사실상 허용되질 않는 상황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윤 과장님은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정으로 혜원씨의 보지에 애무도 없이 무자비하게 좇을 쑤셨다고 한다. 엉덩이를 치켜 올릴 때마다 엉덩이 끝에 닿는 운전대의 가운데 부분으로 인해 경적이 시시 때때로 울렸지만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두 사람의 섹스는 그 밤,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정신 없이 벌어졌는데, 앞 좌석 뿐만 아니라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와서도 두 사람의 섹스 놀음은 그칠 줄 몰랐단다.

‘여보, 이렇게 차가 막 지나가는데, 당신 한테 가랭이 벌리고 있으니까 물이 줄줄 새서 어쩔 줄 모르겠어. 저 차들이 다 보고 지나가면서 빵빵 대는거 들려?’

이제는 뒷 좌석에 윤 과장님은 앉은 채로 엉덩이를 뒤로 돌려 대고 낮은 천장으로 인해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앞 좌석의 사이로 상체를 기울 인 채로 윤 과장님의 좇으로 똥꾸멍을 흠씬 벌린 채로 뒤로 엉덩이를 밀어대면서 보지를 돌진해오는 그 자세야말로 정신을 놓기에 충분했었다고 한다. 밀어 대는 것도 모자라 허리를 가벼얍게 위아래로 척척 대면서 박아댈때는 두 사람 다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여보, 당신 보지랑 똥꾸멍이 다 보여, 움찔거리기까지 하는데?’

정말이었다. 두 사람은 그 저녁, 차들이 지나가고 있는 경춘가도 갓길에서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의 소음도 무시한 채, 세번 씩이나 걸버진 섹스를 하고서야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그 때까지도 윤 과장님은 아내의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알아채질 못했었고…그러던 어느날, 한참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 나야, 어떻 하면 좋지?’

‘왜 무슨 일인데? 왜 이렇게 주위가 시끄러워?’

일을 하다 말고 전화로 들린 그 소음은 통화가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차가 길에서 그냥 서 버렸어. 여기 평창동 가는 길인데….차가 푸드득 그냥 서 버렸다니깐. 새 차가 왜 이러지?’

‘그래? 어떻하나? 지금 내가 나갈 수도 없고…. 그냥 동네 정비소의 견인차를 부르던가, 아니면, 차 안에 있는 우리 회사 신속 견인 서비스 번호 있지? 그곳으로 전화를 해. 그러면 15분 이내에 가까운 정비소에서 견인차가 달려 올거야. 견인차 오면 바로 전화 해.’

그러나, 전화는 4시간이 훨씬 지난 퇴근 때가 가까워서야 걸려 왔다.

‘여보, 차 다 고쳤어. 지나가는 어떤 젊은 총각이 고쳐 줬지 뭐야? 그래서 견인 차도 부르지 않고 집에 왔다니깐. 그래서 전화하는 걸 깜빡 잊었어.’

‘그거 잘 됐네, 누군지 정말 고마운 사람인데?’

그러나, 고마운 사람만은 아니었다. 그 날도 혜원씨는 하늘하늘한 나시 원피스 차림에 팬티도 입질 않고 차를 몰고 평창동 친구집에 가는 길 이었는데 갑자기 서버린 차 때문에 길거리에 서있다 보니 어디서 외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젊은 남자가 차를 세우고 접근 했다고 한다.

‘차가 고장인가요?’

‘네, 새 차 인데, 왠 일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좀 봐 드릴께요.’

그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본네트를 열고 이리저리 만져 보드니 시동을 다시 조심스럽게 몇번을 걸쳐서 시도하고는 대번에 엔진을 스타트 시켰다고 한다. 그러자, 뛸 뜻이 기뻐하며, 팔짝팔짝 뛰는 혜원씨의 풀럭거리는 치마 사이로 거뭇하게 비치는 보지털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대개 새차는 말을 잘 듣질 않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좀 거세게 만져주면 순순히 말을 잘 듣죠. 이렇게.’

차의 시동을 걸고 의자에서 나오면서 차 문 옆에 있는 혜원씨의 보지 둔덕을 꽉 움켜 쥐고는 차체에 밀어대면서 그 남자가 느물 거렸다.

‘차가 고장인데, 어째서 누님 보지는 이렇게 물이 질질 새고 있나? 시동 걸다가 시트에 묻은 이 씹보지물 때문에 새로 입은 내 바지 좇 되버렸는데, 어떻게 할꺼나? 세탁비를 줄거나, 아니면 쪽쪽 빨아 줄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남자와 여자가 몸을 밀착시키고 차에 기대서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남자의 손이 그 사이로 파고들어 혜원씨의 보지를 거머쥐고 이리저리 꿈틀대고 있어서 그녀의 얼굴은 술을 먹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따라 오라고 하면서 자신의 차에 올라탔고, 그녀는 평창동 친구 집에 가지도 않은 채, 딴 곳으로 차를 몰 수 밖에 없었다. 가까운 호텔로 들어간 그녀와 그 남자는 통성명이고 자시고도 할 것 없이 방으로 뛰쳐 들어가 격렬한 키스를 나누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꼭, 요 새차 몰고 나오는 년들이 보지에 불들이 나더라니깐.’

‘제발 아무 말 말고 나 좀 안아 줘.’

‘말이 무슨 소용이래? 이렇게 좇대가리가 열나 씨부리고 있는데, 어서 빨어, 이년아! 너 계획적으로 그 자리에 서서 유혹하고 있었지? 차가 고장 나기는, 씨발, 구라 까기는, 시동만 잘 걸리두만….내가 너 같은 년들 잘 알어. 보지가 근질 거려서, 서울 시내를 온통 보지물을 싸면서 헤매며 다니는 년들 말이야. 너 같은 년들 때문에 내 좇이 살 맛 난다니깐…어이구 씨발년, 쫓 뽑아 먹겠네, 좀 살살 빨어라.’

‘웁웁…음음…. 내가 왜 이러지 남편도 있는 유부녀가 이렇게 보지에 불이 나서야….웁웁…’

‘그래 씨발, 내가 퍽퍽 박아 줄게. 아니, 한번으로는 안 되겠다. 우리 친구들까지 불러와서 내가 오케스트라로 박아 줄게. 보지며, 똥꾸녕이며, 아가리며, 어디 할 곳 없이, 씨발 좇물 , 펑펑 터져 나오게 열나 박아 줄게. 기둘려 봐.’

혜원씨의 보지에 좇질을 하고 있는 도중에 그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를 때렸다. 곧 이어 20분도 채 못 되어서 서너 명의 또래 젊은이가 호텔 방으로 들어 왔다. 나누는 말도 없이 모두 옷들을 벗어 재끼고 침대로 기어 올라 와서는 그녀를 부위 별로 나누어 혀로 빨고 핥고, 지분 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돌아 가면서 그녀의 보지에, 싸지도 않는, 꺼덕 대는 좇대가리를 쉴 새없이 박아댔고, 그녀는 그 쾌감에 못 이겨 몇 번을 까무라 쳤는지 모른다. 온 몸은 씹물과 땀으로 번들 거렸고, 별다른 윤활제가 없이도 그녀의 항문은 교대로 박아대는 그 젊은 것들의 좇을 쉴 새없이 받아들였고…

‘억억, 너무 좋아. 억억. 차에 앉아 있을 때에도 이런 걸 바랬었는데, 정말 미칠 것 같이 좋아. 보지 불나, 억억 좀더 쎄게 박아 봐, 어서….’

두 놈이 벌써 좇물을 싸 재끼고 나가 떨어졌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허리를 들썩이면서 창자가 꿰져라 좇질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 날, 그렇게 저녁 퇴근 시간이 가깝도록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혜원씨는 생전 처음 듣도 보도 못한 떼씹을 경험하게 된다. 윤 과장님은 그것을 얼마간 지나서야 눈치채게 되는데, 언제나 전화를 걸어 보아도 낮 시간에는 언제나 집을 비우고, 전화 조차 통화가 안 되는 일들이 잦아지자, 어느 날, 집에 먼저 돌아와 풀곤죽이 되어 집으로 돌아 온 그녀를 닥달 하기에 이른다.

‘너 어떻게 된거야?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너 방에 들어갈 것도 없이, 당장 여기서 옷 다 벗어 봐, 어서!’

이미 낌새를 알아 차렸는지 그녀는 남편 앞에서 오돌오돌 떨며 옷을 벗었는데, 온 몸은 말라 붙은 정액 찌끄래기가 아직도 남아서 번득거리고 있었고, 보지 둔덕과 똥꾸멍은 얼마나 쑤셔 댔는지 벌겋게 부어 올라 손도 댈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여보 잘못 했어. 내가 잘 못했어. 내가 미친년이야. 흑흑’

‘미스터 신, 혜원이라는 여자는 결코 그런 물에 빠질 여자가 아니거든, 무언가 이상한 걸 느끼질 못했어?’

‘글쎄요?’

‘그렇게 대판 싸우고 난 저녁, 윤 과장은 집을 나와 회사로 들어 와 날을 샜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혜원씨가 가로등에 차를 들이받고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은 거야. 뇌진탕으로 혜원씨는 다음 날까지 혼수상태에 있다가 끝내 목숨을 거두었고 말이야.’

‘자살했군요.’

‘그런 것 같아. 그 때부터 윤 과장의 집요한 추궁은 시작 된거야. 그 부서진 차를 집으로 끌고 와서는 의자를 떼어내고는 그 의자를 하나하나 분해하기 시작했어.’

‘의자는 왜요?’

‘혜원이가 죽기 전날, 자신은 차만 타면 왠지 몸이 근질근질 하면서 섹스 하고픈 욕망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하는 말 때문이었지.’

‘의자는 그냥 의자일 뿐인데…안 그런가요?’

‘그게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야. 몇날 며칠을 분해하고 살펴보고 하더니만, 끝내 의자를 덮어 씌우고 있는 가죽을 들고, 이리저리 미친 놈처럼 방황하던 게 7개월 전이지. 가죽을 납품 받아 의자에 씌우던 납품 회사도 모르던 사실을 그가 밝혀 낸거지. 그렇지만 윗선을 설득시킬 만한 과학적 근거도 없고, 그저 통계적인 수치만을 들고 나와 그 가죽을 바꿔야 된 다고만 하니 설득력이 없을 수 밖에 그래서 그렇게 싸우고 튀어 나간 거지. 그 가죽이 혜원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틀림없다고는 했지만…’

‘그게 뭔대요?’

‘일본의 유명 자동차 회사에는 신차가 출고 되기 전에 좌석의 디자인 단계에서 다양한 종류의 천이며, 가죽을 덮어 씌운 의자에 벌거벗은 남자와 여자 모델을 앉혀서 그 촉감과 쾌감이 제일 뛰어난 것을 선정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사실 인지는 믿을 수 없지만, 맨살이 닿을 때의 촉감이 좋다면 옷을 입은 후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으니…. 게다가 자네도 알겠지만 차 안에서 사람의 신체 부위가 차와 닿게 되는 부위는 단 두 곳 뿐이야. 의자 아니면 핸들. 핸들이야 화학성분의 재질이니 좋고 자시고 할게 없지만, 의자는 다르거든, 맨살로 접촉 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여성의 경우, 성기가 안착 할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야. 윤 과장은 그 부분에 착안해서 들고 팠던 거지.’

‘무엇을요?’

‘그 가죽이 문제가 있었다는 군. 무두질 되어 색깔이 먹혀 납품된 가죽 중에는 소의 교미에 나서는 씨받이용 숫소의 가죽이 섞여 있다는 거야. 다는 아니겠지만 선별과정에서 그것을 가릴 이유도 없고, 가릴 방법도 없고, 소가죽 전문가들만이 촉감으로 겨우 알아 맞출 수 있다고 하는데 문제가 바로 그 가죽에 있다는 거지. 살아 생전, 씨벌덕 거리는 교미에 언제나 사용되어져 발정제를 맞고 암소보지를 향해 무자비하게 돌진하는 그 기운이 가죽에 남아서 그걸로 가죽을 떠서 의자에 씌우면 그 의자의 주인이 남자일 경우에 남자는 바람이 나고, 여자는 지독한 섹스의 욕구에 휩싸인 다는 거야. 믿을 수는 없지만….자동차가 움직이는 흉기가 아니라 움직이는 섹스창고 라니, 이건 믿어야 될지 말아야 될지….’

‘그런데 왜 윤 과장님께서 그렇게 화를 내셨대요?’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납품업자가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또 어떤 년, 차 타고 바람 나 뒤지 겄네 하는 소리를 언뜻 듣고 따라가서 알아보니 그랬다는 구만. 그래서 이제 납품업체를 움직여 가죽의 선별과정에서 그런 류의 가죽을 걸르자고 윤 과장이 덤빈게야. 제2, 제3의 혜원이를 막아야 된다면서…근데 그게 쉽사리 씨알이 멕혀 들어가겠어? 하늘에 우주비행선이 삥삥 날아다니고 컴퓨터가 판을 치는 이 현대 문명의 체제하에서 교육 받고 자란 사람 들에게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설득력이 있겠냐 말이야. 그저 그런 차가 걸리질 않기를 기도하든가, 가죽 의자는 선택하질 않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니겠어? 너무 졸렬하지만….’


팀장님의 얘기를 들으며, 얼마나 인간이 미약한 동물인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그깟 가죽껍질에도 흔들리며, 온갖 음란한 세상의 쾌락 속으로 쉽사리 굴러 떨어지는 인간 군상. 나는 요즈음 차 안에서 과감하게 노출을 시도하며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라온 여자들의 보지 사진들을 다시 살펴 볼 수 밖에 없었고…. 그러나, 천으로 된 의자는 없었으며, 공교롭게도 색깔은 차이가 있었지만 모두 가죽 이었다. 이럴 수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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