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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15 665회 0건
2001년 10월 중순, 서울.

안세영은 아침 일찍 성북동 저택으로 갔다. 손태산은 거의 모든 시간 아버지 안준성과 같이 있었지만 매일 아침 의사 성미진에게 검진을 받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놓친다. 세영의 손에는 이태리에서 만든 수제화가 들려 있었다… 물론 그 바닥에는 도청장치가 아주 정교하게 숨겨져 있고 말이다.

저택에 들어오자 정원사 임수혜, 조리사 조여진 등이 인사를 하지만 세영은 받는둥 마는둥 하고 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하루에 단 한 번의 휴식인 지금 이 시간을 안준성은 불안하게 보내고 있었다. 손태산이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 거의 모든 시간을 안준성과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세영이 찾아왔다.

“아버지. 오랫만입니다.” “왠일이냐.” 오늘도 대화는 사무적이다.

“아버지께 드릴 선물입니다. 어렵게 구했습니다.”

세영은 신발을 아버지에게 준다… 준성은 매의 눈으로 신발을 꺼내 만져본다. 내가 아버지를 모르는가? 도청장치가 있나 없나 보는 것이지. 이 장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금속탐지기에도 안걸린다.

설마 바닥에 있는 디자이너 모양 전체가 도청장치라고 꿈에라도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핫하.

“네가 선물을 하다니 참으로 대단하구나.” “네. 그동안 아버님 은혜를 …”
“네 이놈!” 안준성이 소리친다.

“네놈이 내게 행여라도 선물을 할 인간이냐?”
“저도 이제부터 집사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금년 말이 가기 전에 결혼도 하고 이 집으로 들어오겠습니다.”

준성도 아버지다. 얼굴빛이 달라진다.

“정말이냐?” “네. “
“….”

작전 성공이다. 아버지도 이젠 늙으셨군.


==

어우혁은 탐험대와 외부와의 유일한 통로이다. 무전을 할 줄 아는 어우혁은 하영섭을 자주 따라 다녔으며, 이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가정이 있다.

우혁은 매일같이 그에게 오는 정송그룹의 메시지를 따로 받아 적고 있었다.

이 탐험대 중 한 명이 정송그룹 사람이라고 헀다. 절대로 비밀은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그래 봐야 좁은 바닥이니 곧 알려지겠지만 말이다.

그는 메시지를 본다 .. “한강해운 도산 위기, 한강자동차 미국에서 천문학적 소송에 제소, 한강전자 부실 심각.”

억! 우혁은 놀란다. 한강그룹이라면 국내에서 다섯 손 안에 드는 대회사인데, .. 그런데 왜 이들 회사의 부도가 내게 전해지지?

이 때 우혁의 방을 누군가가 노크한다. 우혁은 왠지는 모르지만 독방을 쓰고 있었다.

“어우혁 씨?”
거의 말이 없는 구태정이다.

“무슨 일이죠?”
“솔개는 말을 합니까, 안 합니까?”

이것은 암호였다. 어우혁은 소스라치게 놀란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는 없나.”

“좋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태정은 들어가자 문을 잠그더니 통신문을 들여다본다.
“혹시 암기력이 있으신지요?” “약간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쓰지 마시고 외워서 제게 전하도록 하세요.


정말 급할 때에 쓰기 위해 이리듐 폰을 가져왔다. 극지에서도 터지는 이 폰은 결정적인 순간에만 쓸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어우혁의 통신에 일단 의지하는 게 좋겠다.


태정의 배낭 속에서는 작은 벽돌처럼 포장된 아버지의 유골과, 그들 사이에 끼워넣은 장산스님의 부적이 있었다. 얼마나 영험한지는 몰라도 스님의 성의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스님은 세상에서 다 외면한 아버지를 받아 준 유이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하세요. “한강자동차, 한강중공업 주식을 최대한 사들이고 한강해운은 별거 아니니 내버려 두라고.


“혹시 당신은… “ “그것까진 알 거 없습니다. 돌아가면 정송이동통신의 이사로 임명될 겁니다.” “그런 회사는 없는데요?” “이제 생길 겁니다.”


안세영의 차

그의 차는 개인의 차이다. 동시에 그의 임시사무실이기도 하다. 그의 차는 그가 직접 개조한 것이라 아무도 그 구조를 모른다.

세영은 라디오를 듣는다.

“회장님!” 아버지의 목소리다. “한강해운이 도산한다니요? 뭐라도 하셔야죠. 기업 체면이… “
“그냥 내버려 둬!” “회장님…”
“애나 어른이나 나만 바라봐. 내가 죽고 나면 내 무덤에다 대고 구걸할 건가? “

역시, 성미진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어. 내가 직접 나서야 일이 되지. 세영은 미소를 짓는다.

“한강전자도 자본사정이 어렵고 한강자동차도 제소를 당했는데…” “지들이 달라고 해서 줬는데 그 따위로 만들어 놨으면 지들이 책임을 져야지.”

손태산 회장은 늙었어도 아직도 잔인하구나.

“그러면 그룹 전체가 휘청휘청해질 수도 … “ “어차피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게 나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잖아?”

이 때 누군가가 들어오는 듯하다. 해운의 손강욱 목소리다 - 손태산의 세째 동생의 외아들이다.

“큰아버님. 살려 주세요.”
손태산은 외친다 . “누가 저 물건을 들였어?”
“제발 은행에 전화해서 6백억만 대출해 달라고 해 주세요.”

아버지가 일어나 손강욱을 메치는 듯하다. “6백억이 애 이름이냐?” 손태산이 외친다.

“네놈이 하루에 술값 1억씩 썼을 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지?”
“큰아버지. 당신도 네 여자에게서 다섯 아들을 보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나만 가지고… 조카 자식은 죽어도 된다는 거죠!” 강욱은 화가 난 듯했다.

이거 대박이군. “그래, 죽어도 된다.”

이 때 아버지가 비밀리에 경비벨을 눌렀는지 부근의 경호회사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손태산이 외친다. “이 물건을 당장 한강 고수부지에 갖다 버리고 와라!”

“죄 받습니다, 큰아버지. 아버지가 큰아버지를 위해 어떻게 했는데…” “주어진 회사 하나도 경영 못하는 너는 잘했냐?”

안세영은 당장 손강택에게 줄 보고서를 쓰기 시작한다.

==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홍등가

작은 도시이고 남극으로 관광할 때만 경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홍등가라고 해서 크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기 때문에 남극 탐험철이면 여자들이 오게 마련이다.

조용호(에디 조) 와 김송수 (샌디 킴) 는 세 여자들과 열심히 성교 중이었다.

용호가 주이기 때문에 용호는 셋 중 제일 젊어 보이는 여자의 배 위에 올라타 미친 듯이 박아대고, 양손으로는 다른 두 여자의 보지를 박고 있었으며…. 용호의 후장은 김송수가 열심히 박아대고 있었다… 그렇다. 김송수는 게이였던 것이다.

용호는 이러한 5P를 즐기고 있었다.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은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용호는 세상에 자식을 남길 생각은 없다. 그는 오로지 돈과 향락을 위해 탐험을 할 뿐이었다.

물론 돈을 벌려면 다른 길도 많다. 하지만 탐험가라고 하면 한 코라도 더 따먹을 수 있다. 뒤에서 그의 후장에 박아대는 김송수는 좀 모자라는 놈이긴 하지만, 그를 잘 따라 왔다.

용호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은 미국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잠시 싫증이 났는지 계집에게서 좆을 빼고, 김송수를 돌려 세운다.

여자들 셋은 김송수의 양쪽 불알과 좆을 애무하고, 용호는 김송수의 후장에 콘돔을 씌운 좆을 박아댄다. 김송수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비록 여자들은 싫었어도 그가 사랑하는 용호의 좆이 자신의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와 같이 이민온 용호와는 달리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 송수는 아무것도 없었다. 용호 뿐이었다. 용호를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

잠시 후 김송수의 좆에서 신호가 온다. 그는 여자들의 손 때문이 아닌, 그의 전립선을 건드리는 용호의 귀두 때문에 오그라즘에 이르른 것이었다. 김송수의 정액은 여자들의 가슴과 얼굴에 터져 나온다.

용호는 송수가 사정하자 콘돔을 빼내고, 김송수의 똥이 묻은 콘돔을 핥으라고 여자들에게 손짓한다. 여자들이 거절하자 용호는 달러를 한 다발 꺼내 던져준다.

잠시후 여자들은 경쟁적으로 용호의 콘돔을 핥는다. 물론 콘돔이 없어서가 아니다 … 이런 짓을 시킬 수 있는 ‘돈’ 때문이다.

용호가 미국에서 적지 않은 빚을 지고 한국으로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송수뿐이다. 이번 탐험에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왔을 뿐이지 한국에 대한 애정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

콘돔이 깨끗해지자 용호는 손짓을 해서 콘돔 바꾸라고 말한다. 여자들은 떫은 표정을 짓지만 용호의 돈다발에 항복한다. 용호는 이들 중 제일 늙은 여자를 올라타고 꼭 끌어 안는다.

여자들의 입에서는 매우 냄새가 났고 다른 여자 둘은 청량음료로 입을 헹군다. 저러다가 저것들은 40내외에 늙어 죽을 거다.

나도 큰돈을 벌어야 할 텐데. 그러면 저 멍청한 김송수 놈은 떨구고 내 하렘을 만들어 즐겁게 살다 죽으련다. 그게 남자로 태어나 할 일이 아닐까?

저 미친 놈이 아니었으면 나는 늙은 탐험대장의 정액받이가 되었을 테니 김송수는 그의 은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제 그와도 작별할 때가 되어 간다.

조용호는 여자를 돌려 눕고 그녀의 후장에 그대로 콘돔을 찔러 넣는다. 사실 그도 후장을 더 좋아했다. 다른 점은 김송수는 계집의 후장에는 못 넣지만 용호는 넣을 수 있다는 정도였다.

그는 여자의 두 손을 잡았다. 용호보다도 나이 많아 보이는 그녀는 온갖 남자들을 다 겪었기 때문에 구멍은 그다지 쪼여 주지 않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는 웃는 얼굴로 그녀의 후장 안에 발사한다.

김송수는 그의 악마 같은 얼굴이 매우 좋았다. 사람을 죽이고도 껄껄 웃을 사람이 바로 조용호이다. 그리고 그는 같이 갈 것이다 … 하지만 그는 용호에겐 더 이상 그가 필요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

안세영은 보고서를 적어서 손강택 회장을 만나려고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죠?”
“회장님의 사돈 되시는 이장군님께서 갑자기…”

이은아의 아버지구나. 그렇지만 손강택은 며칠 후에나 한번 찾아가 보면 될 텐데?
“그리고 지금 손강욱 해운 사장님이 회장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안에서는 큰소리가 나고 있었다. 강택은 분노한 듯하다. 이럴 때는 대항하는 놈이 바보지. 이거 정말 큰일 나겠군.

세영은 다시 차로 갔다. 아마도 아버지를 대신해서 빈소에 가 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스테레오와 연동되어 있는 녹음기를 켠다.

“안 집사. “ “네” “강환이가 죽었다고 했지? 어딘가?” “부산 근교의 자모암이란 입니다.”

“자모암이라 … 당장 거길 다녀오게. “ “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네. 내가 직접 가고 싶지만 내 몸이 이래 놓으니 내일 당장 다녀오게.” “네.”

이것 참. 자모암? 강환? … 그렇다, 이 집안에서 파문된, 족보에서조차 삭제된 손태산의 큰아들 손강환이 있었다.

“이장군님이 돌아가셨다.. 강택이의 가장 큰 빽인 처가도 길우 에미(강택의 처인 관료계에서 정평이 높던 김상권의 손녀 김정현 여사) 가 죽은 후 왕래가 별로 없고, 이젠 이장군님(강택의 사돈) 도 돌아가셨구나. 강택이를 지켜 주던 두 개의 기둥도 다 빠져 나갔다…”

“그렇지요. 길순 아가씨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길순 아가씨…. 다나를 말하는 것이다. 호적상 이름은 손길순이고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은 손다나이다. 지금은 뉴욕에 유학중이었다.

손태산은 뭐라고 중얼거리는 듯한데 알아 들을 수 없다… 어쨌든, 내일 자모암에 간다면 안세영도 따라 가는 게 좋겠다.

손태산에게 있어 안세영은 그저 안 집사의 아들일 뿐이지만, 손강택에게 있어서는 안세영은 비선조직의 수장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손강택의 인간성으로 볼 때 언제 총애가 사라질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동안에 최대한 뭔가 큰 거 하나 때려서 노예 생활을 그만할 거리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큰 것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었다.

성미진 이 멍청한 년아. 내가 널 믿고 있었다면 아무것도 안 될 뻔했다!

안세영은 신소재로 만든 활을 시트 안에서 챙겨본다. 이 활을 분해하면 단순히 좀 큰 플라스틱 칸막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통관에는 문제가 없다. 그의 도구상자에는, 예리하게 깎았고 독을 바른 플라스틱 이쑤시개들도 여러 개 있었다.
이것만 제대로 던지면 총 없이도 얼마든지 걸리적거리는 걸 제거할 수 있다.


안세영은 최대한 국내에서는 살인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 일은 덮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 한 일이라면 숨기기가 쉽지 않다.

물론 지금이라도 이야기하면 퇴직금 몇억 원 받고 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세영은 그렇게 끝내고 싶진 않았다. 이 회사가 세워진 데에 대해 적어도 20%의 공은 안씨들에게 있다. 그리고 길우 놈을 구하기 위해 나의 누나 안세인은 물귀신이 되어야 했다.

그 댓가는 반드시 받아 내야만 한다. 적어도, 한강전자, 한강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두 망종들보단 나 안세영이 훨씬 낫다. 그러니 둘 중 하나는 나 안세영이 가져 가야 겠다 이 말이다. 욕심이 지나치다고? 사람답게 살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있어야지.
==

한강그룹 회장실로 돌아간 세영은 보고를 올리려고 한다. 회장실은 호화스럽기 짝이 없었고, 좌우에는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물론 진품이다.

100평이 넘는 회장 집무실은 사무실 3개를 헐어 만든 곳이다. 회장 손강택이 가운데 앉아 있고, 좌우에는 한강건설 사장 심이철과 한강유통 사장 유진석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손강택의 심복들이다.

보통 때는 독대를 했었는데, 손강택이 슬슬 나를 견제하는구나.

“회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세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 괜찮아. 자네도 알다시피 이 두 사람은 나와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한 사람들이야. 비밀을 공유해도 돼.”

어리석으니! 이런 건 아들과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
“알겠어. 심 사장, 유 사장, 나가 계시오.” “네.”

심이철은 세영을 흘겨보고 나간다. 유진석도 주먹을 꾹 쥔 채 나간다. 감히 너 같은 놈이 회장님의 귀를 차지해 라는 얼굴들이었다.

세영은 모든 보고를 마친다. 손강택이 말한다. “그러니까, 회장님이 구강환이 죽은 자모사로 사람을 보낸단 말이지?

그렇다… 아버지는 강택이 태어나기 전부터 회장님을 섬겼지만 손강택에게는 그저 사람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대꾸할 시점이 아니다. “네.”

아버지 … 이게 손강택이란 자가 우리를 보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체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한국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알았어. 자모사에는 사람을 보내지. 자네는 계속 지금 하는 일에 신경써 주기 바라네.” “네?”
“자네가 아무리 그래도 안 집사의 아들이잖아? 아버지를 상대로 총을 겨누기는 어색할 게 아닌가.” “….”

“자네는 정보수집에만 신경써 주게. 앞으로 실제 행동은 심사장에게 맡겨 둘 것일세.”

심이철은 유능하기는 하지만 돈을 너무 밝힌다. 심이철이 빼돌린 돈만 해도 수십억에 이르지만 손강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세영은 터덜터덜 회장실을 나온다. 결국 그가 아버지까지 팔아 가며 수집한 정보는 손강택에게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 아니다. 손강택은 세영을 끈에 매달고 정보만 캐오는 광부로 쓸 것이었다. 모든 영광은 심이철, 유진석 패거리들이 다 차지하고 내겐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는 안 되지. 하지만 지금은 일단 정보수집이 급하다. 기회는 나중에도 있으니까.

==

다음날 새벽, 자모암.

새벽 예불을 드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장산스님은 아래를 쳐다본다. 오늘은 누가 오는 날이군.

저 밑에서 한 사내가 낑낑거리며 올라온다. 새벽에 저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잠시 후 집사 안준성은 자모암 안으로 들어간다. 불교를 믿지 않는 준성은 절은 생전 처음이다.

스님은 합장을 한다. “안녕하세요?” “아니….”
“누가 온다는 기척이 있기에 이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안에서 기다리세요.” “네?” “할 일이 좀 있습니다.”

스님은 안준성을 안으로 모신 후, 커다란 돌을 든다. 저 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스님은 정확하게 던진다.

월남에서 그는 위생병이었지만, 짱돌을 들어 변장하고 오는 베트콩 놈들 여러 맞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얍삽하게 구는 그놈들에겐 얍삽한 방법으로 대해 줘야지.

검은 그림자가 저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걸 본 스님은 안으로 들어간다. 모르긴 해도 목이 부러져 평생 누워서 살아야 하게 될 거다.

잠시 후,

“이런 곳까지 오실 정도면 분명히 구태정 군에 대한 일이라고 보는데 신분이 무엇인지요?”

준성의 신발은 절방 밑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도청장치에 잡히지 않는다.

“아시는 것 같으니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구태정, 아니 손길정 도련님의 할아버님 되시는 손태산 님의 집사 안준성이라고 합니다.”

“안준성이라. 그렇다면 당신은 구강환의 아버지의 집사로군요. 그 분이 어떤 사람인지요? 속세와 인연을 끊은 지가 하도 오래 돼서 말이죠.”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한강그룹 회장이라면 아실 겁니다.” “한강그룹? “

--

칠레 푼타아레나스 교외.

남극의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야영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구태정은 어우혁, 한주필, 정방형, 그리고 오경훈 부대장과 한 조가 되고, 조용호 수석부대장은 김송수, 우진하, 윤동환과 한 패가 되었다. 조용호는 오경훈과 거의 말도 섞지 않는다. 하영섭 대장은 대개 오경훈과 같은 텐트에서 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주필이 오경훈 조의 리더였다.

어우혁은 태정이 혼자 있을 때를 골라 서울에서 석경이 보내 온 메시지를 보내 오곤 했다.

“그런데 캡틴. (어느 샌가 어우혁도 태정을 캡틴이라 부르기 시작함) 캡틴은 왜 여기 와 있는 거지요?”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

그렇다.. 이곳에 온 것은 아버지의 영혼이 계속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자신을 남극점에 뿌려 달라는 유언같이 늘 하고 다니던 말 때문이었다.

물론 남극 관광단을 따라 갈 수도 있긴 했겠지만, 혹은 사람을 사서 뿌려 달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하는 것만큼은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 .. 드디어 남극으로 갑니다. 아버지가 갔던 길을 가면서, 아버지가 생각했던 길, 아버지가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이제 깨달으려 합니다.

-===

뉴욕 교외의 호화주택

전 한강종합화학 사장이자 한강그룹 부회장을 역임했던 신주식은 이곳 롱아일랜드의 저택에서 먼 바다를 내다본다.

신주식은 3년 전 죽은 아내 손강린을 생각한다… 비록 음탕하고 포악하며, 그에게 아기 하나 낳아 주지 않은 아내이지만, 없으니까 허전한 건 사실이었다.

한국의 조카들이 그를 모시겠다고 했지만 주식은 거절하고 이곳에서 혼자 살았다. 기숙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손강택의 딸 손다나가 가끔씩 다니러 오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주식의 집을 쓸고 닦고 하는 히스패닉 가정부들은 있다. 웬만한 백만장자 못지 않은 돈을 가졌지만, 주식은 거의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하루 종일 지낸다.

그리고… 그의 비서였던 구선혜를 생각한다.

30여년 전 신주식은 손강환에게 직접 이야기했다 … 그 여자 나와 내연관계를 유지한 여자요.

손강환은 일언지하에 잘라 말했었다. 다시 네놈이 그 여자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날에는 죽여 버리겠다고.


신주식은 구선혜와 그녀가 낳았다는 아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그는 손꼽아 날짜를 계산해 본다… 구선혜의 아들이 그의 아들이 될 수도 있을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손강환이 어떤 사람인데 신주식의 아들을 자기 아들처럼 키우겠는가?

어쨌든 그 사건의 후폭풍으로 신주식은 손강린에 의해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니 손강환에게 당한 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때 초인종이 울린다. 이런 곳은 다 경비장치가 잘 되어 있어서 초인종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고모부!” 올해 만 18살인 손다나다. 내년이면 대학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에선 만 18세면 대학에 들어가지만 다나는 한국에서 오느라 1년 적응기간이 있어서 18세이지만 아직 고등학생이다.

“오냐!”

다나는 키도 크고 모델 뺨치게 생겼다. 누가 그녀를 데리고 갈까. 참 행복한 남자다. 돈도 많고 집안도 좋고, 다나를 차지할 남자는 보통 사람은 아닐 것이다.

다나는 곧바로 방 안에 들어간다… 그녀는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의 바탕화면에는 한 남자가 있다. 약간 백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그 남자는….

그녀보다 22살이나 많은 올해 마흔 살의 안세영이었다.

==

마지막에, 주인공 구태정의 족벌재벌에 대한 응징이 이루어질지, 아니면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인 안세영의 마지막 도박이 성공할지, 어느 쪽으로 갔으면 좋을지 선택하는 것도 재미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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