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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연구원2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20:23 464회 0건
“제발......나 좀......”

정유미의 손이 자꾸만 그의 중심부를 움켜쥐려고 했기 때문에 운전을 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바지 속에 들어있는 호준의 물건 역시 그녀의 무차별적인 습격으로 인해서 털이 온통 뽑혀져 나간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아흥......아흥......”

정유미의 입에서 연신 애간장이 녹을 것만 같은 신음성이 쏟아졌고, 그 절박함만큼이나 그녀의 오른손은 자신의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위치한 울창한 계곡을 다급한 동작으로 오르내렸다.

잘박. 잘박.

라디오조차 켜지 않은 자동차 실내였지만, 젊은 여성 산악인의 절박한 등반기가 울려나온다. 아무리 가쁜 일정이라 할지라도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

그렇게 힘든 산을 무엇 때문에 오르려고 하나요? 호준이 물었을 때,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돈 때문이에요....아빠 병원비......아흑.....

누가 스폰인데요? 다시 물었을 때, 그녀에게서 나온 대답이 호준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었으니,

마케팅부 이태석 부장님.

어라? J물산이 아니고?
난 J물산은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걸요...하악....

이것 참 어이가 없는 일이로군.
지난 번 송주희 차장에게도 몹쓸 짓을 하더니만, 또 다시 이런 짓을 벌이다니.

호준이 내심 이를 갈고 있을 때, 젊은 여성 산악인의 인내력이 한계에 부딪힌 듯 더욱 엉겨붙어왔다.

“아흑......제, 제발.....아흐응......”

이젠 계곡을 뛰어오르던 손조차 호준의 바지 지퍼를 열려고 합류했는데, 그렇다고 주행하는 차안에서 그녀의 갈증을 해소해주고자 죽물이 가득 든 주전자를 들이밀 수는 없는 일이 아니던가.

모텔에 들어가자니, 그녀의 상태가 너무나 심각해보여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 것만 같았고, 그냥 놔두자니 너무나 가혹한 형벌인 듯싶고.
물끄러미 도로 표지판을 보라보니, 고속도로 이정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에라 모르겠다.’

방향을 무작정 고속도로로 틀었고, 자동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성 톨게이트를 통과했을 무렵, 정유미의 상태는 그야말로 광란 그 자체였다.

“아흥......아흐응......”

온통 땀에 젖은 그녀의 노란색 머리카락이 그녀의 이마며, 뺨에 엉겨붙어있었고, 거의 목 언저리까지 말려 올라간 티셔츠 아래로 흰색 브래지어는 부끄러움도 있은 듯 들춰져 있었으며, 브래지어에 감춰져 있던 핑크색 젖꼭지가 발육 좋은 유방 위로 도도하게 우뚝 솟아올랐다.

“아흥.....아흥......”

그녀의 손이 도도하게 발육 좋은 자신의 유방을 통째로 움켜쥐고는 우뚝 솟아오른 작은 핑크색 젖꼭지를 마구 짓이겼기 때문에 지켜보는 호준의 마음이 오히려 안타깝다.

저러다 터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일단,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이 급선무인 듯해서 언젠가 들렀던 기억이 있는 에버랜드의 캐빈호스텔로 방향을 틀었고, 다행이도 주차장에는 차량만 세워져 있을 뿐, 오가는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날 좀......아흐응......”

한적한 공간에 파킹을 하자마자, 주행하던 차량이 멈추어 섰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정유미가 또 다시 엉겨 붙는다.

“잠깐만 등받이부터 내리고.”

의자의 등받이를 젖혀주기 위해서 그녀의 상반신에 가슴을 포개는 순간, 땀에 젖은 정유미의 향취가 코끝을 스쳐왔고, 뜨겁게 달궈진 성숙한 여인의 체온이 느껴졌기 때문에 호준은 머리가 아찔해졌다.

못생겼어도 섹시한 여자가 있고, 예쁘긴 해도 어딘가 부족한 여자가 있지만, 정유미는 갸름한 달걀형의 서구적인 미인 형이었으며, 더구나 섹시미까지 겸비한 완벽한 몸매가 아니던가.

노란 염색물을 들인 머리카락이며, 팬티가 보일 듯 말 듯 즐겨 입는 미니스커트며, 볼륨 있고 풍만한 엉덩이에 비해서 24인치나 될까 말까 보이는 잘록한 허리와 어떻게 몸을 지탱하고 다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가는 발목의 소유자였다.

팬티를 벗기려고 손을 집어넣자, 정유미가 얼른 엉덩이를 들어 올리면서 협조해왔다.

‘아예, 물에 담갔다가 꺼낸 것만 같네.’

기껏 쥐어봤자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것 만 같은 하얀 천 조각은 오히려 쥐어짜면 그 부피보다도 더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나올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계곡물에 젖어서 반짝반짝 윤기를 뿜어내고 있는 까만 음모들이 노란 머릿결과 달리 이율배반적인 성욕을 자극해온다.

“아흑......빨리......”

호준의 목덜미를 감싸 쥔 정유미의 양 손이 억세게 그를 끌어당겼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물컹거리는 그녀의 유방 위에 짓눌려졌고, 앉아있던 운전석에서 억지로 허리가 굽어졌기 때문에 기어변속기가 그의 옆구리를 강하게 압박했다.

“자, 잠깐만......”

들러붙는 정유미를 간신히 떨친 호준이 다급하게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벗어던지고는 터질 것처럼 팽창한 연장을 앞세우고 조수석으로 넘어가자, 누워있던 정유미가 허벅지를 한껏 벌리면서 그의 등을 얼싸안는다.

“아흥....아흥....”

안달 난 정유미의 엉덩이가 심하게 들썩거렸기 때문에 호준의 연장이 도통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던 순간, 무언가 미끄덩한 느낌과 함께 뜨끈한 구멍 속으로 쏘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헉.
아흑.

너무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빠듯하게 조여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던 탓에 호준의 입에서 단발마의 신음이 쏟아졌는데, 덜 여문 고추라도 한번 넣어봤으면 싶었던 정유미는 오죽했으랴.

“아흥.....아흐응......”

호준이 도통 전진할 틈도 없이 정유미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면서 요동을 쳤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해서 당황할 지경이었다.

이거야 원.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서 호준이 주춤 물러나는 순간에도 그녀의 종아리가 호준의 정강이를 억센 힘으로 조이면서 엉덩이를 한껏 들어 올렸기 때문에 상하왕복운동이 아예 불가능할 지경이 아닌가.

이래서야 원 사내로서의 체면이 서나.

엉겨 붙는 정유미의 복부를 간신히 제압한 호준이 재빠른 동작으로 연장을 뽑아들자, 정유미의 입에서 절박한 신음이 쏟아진다.

“아흥......안돼.....”

안되긴 뭐가 안 돼. 호준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뜨겁게 달궈진 허벅지를 찰싹 때리면서 명령했다.

“뒤로 돌아 봐!”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욕망이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할 소냐. 정유미가 마치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비좁은 공간에서 득달같이 몸을 뒤집는다.

“아흥....빠....빨리.....”

가뜩이나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의 완벽한 몸매를 갖춘 정유미가 개처럼 엎드린 모습을 상공에서 내려 보자니, 왠지 모를 정복욕이 호준의 가슴을 일렁이게 만든다.

‘과연, 명품이로군.’

이 뽀얗고 탱탱한 엉덩이가 자신을 유혹해서, 말도 안 되는 계약서에 서슴없이 사인을 하게 만들었것다. 두고 보라지.

가뜩이나 터질 것처럼 크게 팽창된 귀두를 그녀의 활짝 벌어진 소음순 사이로 들이밀자, 이번에도 그녀의 엉덩이가 호준의 하반신으로 바짝 밀착되어온다.

어허......안 될 일이지. 내 허락 없이는.

정유미의 골반을 양손으로 힘껏 짓누르자, 그녀의 엉덩이가 옴짝달싹 못하고 마치 새장에 갇힌 가련한 새처럼 파르르 떨고 있을 뿐이었으니, 호준의 입가에서 비로소 만족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너는 죄인이니깐 그냥 가만히 있으렷다.

득의양양해진 호준의 귀두가 있는 힘껏 그녀의 비좁은 터널로 치닫자, 정유미의 입에서 환희에 찬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

“아흐흐흑.......”

아무렴. 차들이 통과하라고 뚫어놓은 터널일진데, 제자리에 있어야 될 터널이 먼저 움직인다면 통과할 차량들이 방향을 잡기가 힘들어지잖아.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가뜩이나 근래 들어서는 터널을 너무나 많이 뚫어놔서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전 국토가 모두 여성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남다른 걱정도 했었거든......킥. 킥.

참, 댁네 부모님께서 무진장 땀방울 깨나 쏟아 부면서 힘들게 만든 터널인데, 이렇게 단번에 무사통과해 버리면 그것도 예의는 아니지.

무작정 달려 나가던 호준의 귀두가 돌연 급부레이크를 밟더니, 들어왔던 방향으로 갑작스럽게 후진을 하자, 정유미의 엉덩이가 안타까운 듯 또다시 따라붙으려고 힘을 쓰는 것이 느껴졌다.

어허. 가만 있으래두.

이번에도 호준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골반을 짓누르자, 정유미의 엉덩이가 실망감으로 인해서 잠깐 의기소침이다.

“흐응......”

터널 입구로 얼추 되돌아왔을 때에야 호준은 다시 전진을 하기 위해서 기어를 넣었는데, 이번에는 울퉁불퉁 솟아난 천연의 종유석도 구경할 겸 아예 느긋하기만 했으니, 정유미의 조급함이 오죽했으랴.

“아흥.....빠, 빨리.....”

터널 주인이야 보채건 말건 이왕 진입한 것 원 없이 구경이나 해볼 요량으로 절반 쯤 도달했다가 뭔가 놓친 경관은 없는 지 다시 돌아가기를 수십여 회.

“아흥......아흐으흥.....”

안달 난 정유미의 엉덩이가 마치 새장을 뚫고 나올 새처럼 파드득 거리면서 억세게 요동을 쳤다.

자, 터널 구경은 이미 실컷 했으니깐 어디 이번에는 차량 테스트나 해보자 구.

“아흑.......아흑......”

1단, 2단, 3단, 4단........참, 내차는 오토였지.
변속기어를 D자에 맞추고 - 만 조절하면 간단한 일이로구만. 킥. 킥.

계기판의 속도계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만큼 한계에 도달했을 무렵, 움켜쥔 정유미의 양쪽 엉덩이가 마치 보디빌딩 선수의 알통처럼 잔뜩 힘이 들어가면서 부들부들 떨려왔다.

지금이로군.

정유미의 자궁벽까지 한껏 치달았던 호준이 자신의 귀두를 거칠게 뽑아 올리는 순간, 울컥울컥 뿜어져 나온 정액이 정유미의 새하얀 엉덩이와 등위에 철썩 철썩 눌러 붙었고, 그녀의 입에서는 자지러지는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으흐흐으으흐응.”


----------------------------------------------------------


기절했던 정유미가 눈을 뜬 것은 삼십 여분이 지난 후였고, 희열이 너무나 강했던 탓인지 그녀의 눈동자는 약간 몽롱한 상태였으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호준의 얼굴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만 봐!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단 말이야.”

사랑 없는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부담으로 다가온 까닭이었는지, 호준은 희미한 가로등 불을 바라보면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얘기했다.

“나한테 무얼 먹인 거죠?”

그녀는 병원에서 마셨던 드링크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듯 했으나, 원망이 아닌 자조 섞인 음성이었다.

“마약도 아니고, 부작용도 없으니 안심해도 돼!”

부작용이라는 단어에서 호준의 목소리에 강한 억양이 배어들었다. 그동안 남모르는 마음고생을 겪은 탓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표현이 나왔으리라. 가만히 듣고 있던 정유미가 믿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떡인다.

“아버지 수술비용은 해결됐어?”
“아직 이요.”
“왜? 이미 회사에서는 J물산에 선금을 입금 했다고 하던데.”
“모르겠어요. 바로 입금해 준다고 약속해 놓고는 하루 종일 전화도 안 받더라고요.”
“이태석 부장이?”
“예......”

왠지 모를 배신감이 호준의 뇌리를 엄습해왔다. 작년에도 돈 문제로 송주희 차장을 괴롭혔던 인간인데, 아무래도 정유미를 이용만 해먹고 버리려는 야비한 수작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 손해를 보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지만, 정대리라도 아버지 수술비는 받아내야지.”
“죄송해요.”
“일단, 내일부터는 평소처럼 출근을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지만, 직원들 얼굴을 어떻게......”
“다 내 책임이잖아. 내가 직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할 행동을 한 탓이니까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부, 부장님!”

가만히 앉아있던 정유미가 갑자기 흐느끼면서 그의 품으로 안겨왔기 때문에 호준은 얼떨결에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흑....흑...”
“다 잘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정유미의 가녀린 어깨를 토닥이면서도 호준은 내심 이태석 부장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마도 작년에 있었던 기밀유출 건이 호준의 개입으로 무산된 것에 대한 앙심도 품고 있으리라.

‘나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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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야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스카이 라운지였다.
무대 위에서는 고풍스런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연주가들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고 있었고, 분위기로 보건데 깨나 고급스런 레스토랑인 듯싶다.

“오랜만이에요. 김상무님!”

창가에 혼자 앉아 있던 강현희는 자신의 자리로 다가서는 30대 후반의 남자를 보자,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어색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

화려한 넥타이를 맨 정장의 남자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인사를 맞받더니 서 있는 강현희의 맞은 편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면서 말했다.

“자기도 자리에 앉지 그래. 어색하게 서 있지 말고.”
“그러죠.”

강현희는 자존심이 상하는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불편한 동작으로 자리에 앉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내의 얼굴은 득의양양한 표정이다.

“그래, 예전에 나를 보기 좋게 차버렸던 천하의 강현희가 이제 와서 날 만나자는 용건이 대체 뭐가 있을까?”
“......”
“뭐, 아쉬운 일이라도 생겼어? 아님, 이제 와서 맘이 변한거야?”

물 잔에 담겨있는 물을 마치 음미하기라도 하듯 살짝 입술을 축이면서 남자는 잠깐 히죽 웃는 듯 보였다.

“말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어요...... 김상무님께서 이번 한번만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해요.”
“도와달라고? 하하하. 오래 살다보니, 강현희 입에서 그런 말도 다 듣는 군.”

호탕하게 웃는 남자의 웃음소리만큼이나 강현희의 자존심은 더욱 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절망감을 느껴야 했지만, 그녀의 입장은 지금 절박했기 때문에 더 심한 수모라도 견뎌내야만 했다.

“다음 달 열릴 이사회에서 이번 실수를 한번만 무마시켜 줬으면 해요.”
“아하. 난 또 무슨 얘기라고......겨우 이사회 얘기였던 거야?”
“김상무님에게는 이사회가 큰 비중 없는 존재일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커다란 압박이라는 사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잖아요.”
“하긴, 우리 회사 방침대로라면 아무리 회사의 대표이사 따님일지라도 여자에게는 회사 운영권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 그건, 당신 아버지와 우리 아버지가 처음에 회사를 설립할 때 만들어 놓은 방침이잖아.”
“그래서, 이렇게 당신한테 도움을 청하려고 찾아온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강현희의 목소리는 점점 자신감이 없는 듯 끝소리는 거의 들릴 듯 말듯 이어졌고, 그에 반해서 남자의 표정은 더욱 거만해지는 듯 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당신 아버지와 우리 아버지가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당신과 내가 결혼만 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잖아. 난 아직도 당신한테 마음을 열어놓은 상태이고, 당신이 내 품에 안기기만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
“이미, 지난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도 없고, 결혼을 해서 내조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더구나, 어릴 때부터 친남매처럼 지냈던 당신에게서 남자라는 느낌은 지금까지 단 한번 도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요.”
“흥, 아직도 그 유난 맞은 자존심은 전혀 꺾어지지 않았군. 당신은 내가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당신을 도와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업가로서......정정당당한 승부를 바라니까요.”
“정정당당이라......좋은 말이지. 그것 때문에 이사진에서도 한 발 물러섰던 것 아닌가? 회사 내에서 당신의 실력을 한번 보여주겠다는 그 배짱 두둑한 발언 때문에 지금까지 연구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거잖아!”

남자가 거친 말투로 강현희를 몰아붙였고, 강현희는 자신이 이 자리에 나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제 와서 물러나기에는 지금까지 공들인 자신의 노력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에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부탁했다.

“이번에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에는 조금 억울해요. 나한테 만회할 기회를 한번만 주었으면 좋겠어요.”
“좋아. 그럼, 이번에 기회를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그땐,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결혼을 하자고 해도?”
“물론이죠.”

강현희가 굳은 결심을 굳힌 듯 지그시 두 눈을 감으면서 대답했고, 강현희의 풍만한 젖가슴을 유심히 훑어보던 남자의 얼굴에서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로군......좋아! 한번만 더 기회를 주도록 하지. 단,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돼!”


-------------------------------------------------------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오는 내내 강현희는 모멸감을 떨쳐내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조금 전에 만났던 김상무의 기분 나쁜 눈빛은 도무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걸까?’

한때는 자신의 정혼자였고, 젊은 시절에도 꽤나 잘생긴 용모를 가진 남자였던 데다가,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은 오히려 중후한 매력까지 더해져서 아직도 회사 내의 젊은 아가씨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그가 아니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업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자신의 판단을 수 십 번도 더 후회했을 만큼 그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 또한 그를 선택하지 않은 건 오로지 사업가로 승부하고 싶은 단 한가지의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뭐지?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거지?’

서른일곱의 나이라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그 어떤 남자도 자신에게서 쉽게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매력적인 몸매와 화려한 얼굴을 소유했다는 사실은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았던가?
아니, 알고 있다 뿐이겠는가? 자신의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각선미를 끈적거리는 눈길로 쳐다보는 숱한 남자들을 보아왔고, 남자들은 갖지 못한 여자 사업가로서의 무기라고 생각하고 내심 즐겨왔는데,
이제 와서 왜?
왜 자신의 몸매를 훑어보는 김상무의 눈길이 차라리 자신의 살갗을 찢어버리고 싶어질 만큼 기분 나쁜 것인지.

샤워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온도가 꽤나 높았던 탓인지 뜨거운 수증기가 뿌옇게 욕실을 에워쌌지만, 강현희는 지금 온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가슴 속에 모멸감만이 가득했고, 그녀의 손은 연신 자신의 풍만한 유방을 때수건으로 북북 문질러댈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문질렀던 것일까?
새하얀 살갗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뜨거운 물줄기가 쓰라린 고통을 알려주었을 때에야 강현희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급하게 물줄기를 껐고, 그대로 엉덩이를 타일바닥에 붙이고는 주저앉았다.

엉......엉......

갑자기 눈물은 왜 쏟아지는 건지. 이유를 몰랐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세평 남짓한 욕실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은 느낌. 이런 걸 외로움이라고 하던가?

서른 살 이후로 줄곧 혼자 살아온 그녀였지만, 늘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껴본 기억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럴 때 백호준! 그 멍청한 자식 얼굴이 떠오르는 건 또 무슨 이유란 말이냐.

그 멍청한 자식만 아니었다면, 오늘 같은 수모를 당할 일도 결코 없었을 텐데......

강현희는 그가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아버지와 통화할 때 그를 감쌌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고, 그 멍청한 자식에게 달라붙는 한심한 여직원들이 한없이 밉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망스럽고, 자존심 상하고, 밉게 느껴지는 건, 그 멍청한 자식이 이상하게도 자신을 대할 때면 다른 여직원들과 달리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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