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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4 580회 0건
먼지-먼지-



‘야! 이 씨박쇄이야, 시동 걸지 않고 뭐해?’



난 순찰차가 닥치기 전에 그 곳을 떠야 한다는 생각에, 차에 날듯이 올라 타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끼익…끼익….끼익….부르르릉, OK!’



‘또라이 쇄끼 같으니라구! 내가 시동 걸어 놓고 있으라고 몇 번을 얘기 했는데, 뭐 OK? 지랄하고 자빠졌네. 다 붙잡힌 다음에 OK?’



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옛말을, 백 프로 실감하고 있었다.



‘형님은 괜히 그래!, 가여, 간다니깐!’



난 철구 자슥의 뒤통수를 냅다 갈기면서도, 주위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나와 철구의 작업은 그 다음날, 사건 사고 소식이 아닌, 사회면 구석 팅이에, 그것도 우스개 소리를 잘 실어주는 가십란에 떠 올랐다.



‘강도 행각 후, 도주하던 범인들, 전격 체포……이유는?

도주 차량에 기름이 떨어져, 사거리 대로에서 차가 퍼졌다나?’



난 그 놈의 조수 쇄끼, 엿같이 둔 덕으로, 쪽 팔리기 이를 데 없는 오명을 남기며, 그 날 밤, 당삼 체포되고 말았다. 아니, 닝기리, 기름 값이 비싸도 그렇지, 작업 나갈 차량의 기름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차를 끌고 나오나? 맹한 얼굴로 내 옆에 죽치고 있던 철구 쇄끼의 돌머리를 쥐어박아 봐야,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쟤들은 뭐야?’



‘또라이 쇄끼들이지, 뭐….넌 신문도 안 보냐? 어제 그 고급 빌라촌 털었대는 놈들인데, 재수도 오지게 없어요.’



‘잡힌 것들이야, 홀랑 재수 타령들이지. 그리고, 털었으면 털었지, 털었대는 건 또 뭬이야?’



‘뭐긴 뭐야, 지들 얘기 뿐이라 이거지……..정신병이 아닌가 싶어!...기름 엥꼬 나서리, 사거리에서 차가 퍼지질 않나, 기껏 훔쳐 갖고 나온 게, 아무리 봉투에 든 채로 들고 튀었다고 해도 진짜 돈이랑, 가짜 돈도 구분을 못하나? 게다가 들고 나왔다는 패물들이 전부 짜가 에요, 글쎄……내, 참! 나중에 신고라도 들어올 줄 알았는데, 피해자랍시고 연락하는 사람도 없다니깐? 아니, 자넨들, 집에 들어와 가짜 돈이랑, 가짜 패물만 냅다 들고 튀는데, 뭐 열 받을 일 있다고 신고하고 자빠지겠냐고? TV보면서 그러겠지, 하이고, 요즘 강도 쇄끼들, 좇나리 똘팍 들인갑네 하면서 배 뚜드리고 있겄지. 있는 것들이 뺑끼 치는 건 더 한 다니깐.’



그 얘기를 머리 숙이고 듣고 있는, 내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시동 꺼쳐 먹었다고, 사거리 한복판에서 도망갈 생각은 않고, 철구 자슥의 대갈빡을, 조질나게 후두려 까던 나 스스로, 철구 자슥보담 멍청한 인간이 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은근히 부아까지 치밀고 있었지만,



‘와!’



그 감탄사에 놀라 옆으로 힐끔 쳐다보니, 철구 자슥, 뭘 그리 보았는지, 열린 입으로 파리가 한 솥은 들어갈 듯싶었다.



‘뭐해, 이 씹새야?’



잠시 자리를 비운 형사님 덕에, 난 눈에 칼을 세우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철구 자슥을 불렀다. 팔찌(=수갑)를 찬 채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뻗친 팔로 인해, 옆으로 조금 틀은 내 얼굴이 누가 봐도 티는 나질 않고 있었다.



‘요즘 여경들, 졸나 깔쌈하네.’



‘누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난 쪼다가 틀림 없었다. 잡혀 들어와 개쪽 다 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냄비가 깔쌈 하다는 말에 고개가 뻔쩍 뜨였으니…..내, 참!…..달린 그것도 좇대가리 라고….



‘어디? 어디?’



‘저기!’



‘퍽!...퍽!’



난 철구 쇄끼의 말 따라서, 오랜만에 눈팅이락두 좀 하려다가, 눈깔이 튀어나오도록 혼이 나고 있었다. 눈 앞이 맹 해지도록 내 뒤통수를 후드려 팬 분은, 다름아닌 담당 형사님 이셨다.



‘어이구….쑈를 해요, 쑈를….경찰 모집 포스터 첨 보냐? 하이구, 저 쇄끼는 침까지, 얼씨구? 잘들 헌다. 내가 봐도 정말 한심해요. 너그들 왜 사니? 그러고도 너그들 마빡에 별 달렸다고 인상 긁으며 댕기지? 안 봐도 뻔하지 뭐, 너그들 오라는 조직도 없지? 내가 오야붕 이라도 너 같은 쉐이들은 청소도 안 시킨다.’



아니, 인신공격도 유분수지, 지가 형사면 형사지, 그깟 포스터의 여경 모델 쫌 훔쳐봤다고, 초상권 침해나 되는 것처럼, 남의 귀한 뒤통수는 어째 갈기고 그런데?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리지? 어흐, 이걸!…여기까지 와서 너그들 쌍으로 개그허냐?’



그렇게나 혼쭐이 나고 있으면서도, 포스터에서 눈길을 떼질 못하는, 철구 자슥 때문에 내가 미쳐, 미친다니깐!



‘여기 각서에 도장 찍고….’



‘아니 각서 라녀? 조서가 아니고여?’



‘우리 영감님께서 특별히 조처 하신단다. 훈방 차원에서 때리시는 특별 조치니까. 단, 지금부터 15일간, 너그들의 그 대갈통이 기억도 못하는 피해자가 미친척하고 신고라도 하는 날에는 단박에 붙잡혀 들어 올 테니, 연락처랑, 보증인 유지 허라는 각서지 뭐긴 뭐야?....알아서들 해.’



‘왜 이러시는 건데여?’



‘왜 이러시긴? 아니, 피해자가 없는데, 어떻게 너그들을 장물만 갖고, 구속을 하나? 내 살다살다, 지가 턴 집도 기억 못하는 똘팍들은 또 첨이네….그리고, 장물도 장물 같아야지. 가짜 돈에, 가짜 패물….그것도 문방구에서 파는….내 참, 쪽 팔려서…… 너 같은 개그맨들 쫓아 다니라고, 경찰대학까지 좇뺑이 까면서 졸업한 거 아니거덩여? 증말, 내가 이렇게 두 손 모아 부탁 하건데, 제발 착하게 살되, 멍청하게 남 웃기지 말고 살아달라는, 작은 소망이 있다는 걸 알아 줬으면 좋으련만, 그 대가리로 이해가 가겠나 말이다.’



‘그럼, 그 집에 사람은 산대여?’



꼭 묻지 말아야 할 타이밍에 초치는 철구 쇄끼, 아예, 저 아가리를 오바로꾸를 쳐야 하는 건데….니기미….



‘얼릉? 지장 찍고, 사라져 주셈. 냉큼…..’



나와 철구는 어리둥절 했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 많은 패물 중에 하나라도, 아니, 이미테이숑이라도 하나 있을까 싶었지만, 책상 위에 널려진 그 패물과 돈을 밝은 불빛에서 보니, 정말 애들한테 줘도, 갖다 버릴 쓰레기들뿐이었다. 이런 쒸발, 문방구 쇄끼들은 왜 그따우 물건을 팔고 지랄이야? 우리들 똥주바리를 걷어 차듯이 내모는 담당 형사님께, 그래도 예우 차원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다른 형사님의 안내로 이제 막 나가려는데



‘경찰이세여?’



‘그럼, 다방 레진 줄 아셨남?’



멍청한 질문을 던진 철구의 면상에, 나즈막한 소리로, 우리를 안내해서 가다가니, 팩 쏘고 사라지는 여경을 보며, 난 또 혀를 찼다. 씹쉐이, 끝끝내 말썽 이구만….내가 이러니, 이 꼬라지가 됐지…..쯧쯧….누굴 탓하리!



‘너, 아까, 다 이해하고 네,네 하며 지장 찍은 거냐?’



‘별거 아이두만….남들 실컷 웃겨 줬으니, 이젠 고만 웃기고, 정식으로 도둑질 해서리, 뽄때있게 떼 잡혀 들어오라고 한 거 아니우? 허튼 짓 고만 허고…..’



그럼 그렇지…..니 눔이! 난, 운짱으로 귀신같이 경찰의 추적조차 따돌릴 수 있는 무끼가 없겠느냐는 수소문 끝에, 같이 의기투합해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 그 날이, 정말 후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종에 상관없이, 30초안에 문을 따고, 시동을 걸어버리는 기술에서부터, 브레이크 조작 없이, 강속으로 유턴과 회전을 기깔나게 하는 것에 매료된 나머지, 그 이외에는 아는 게 좇도 없는 걸 모르고, 손을 내민 그 결정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인물이었다고는 해도, 차에 귀신이라고 하는 자슥이 그 따우의 폐차 직전의 차를, 그것도 기름도 엥꼬 직전의 차를 끌고 와, 내 속을 뒤집어 놓았다고 생각하니, 가심이 막막해 지는 거였다.



‘형님, 배 안 고프우? 아무리 잡범 이기로 서니, 요렇게 사식 하나 안 넣어주고, 밖으로 내치나? 이거 민주 경찰 다 죽었넹. 이럴 짝시면, 뭘 쫌 멕이고나 허지….’



산 넘어 산 이었다.



‘너 아까 형사 양반에게 받은 종이 쪼가리는 뭐냐?’



‘몰라여? 형님은 아슈? 나도 안 본 걸?’



길거리에서 펼쳐 본 그 뭉치는, 이 쪽팔림의 주역인 똥차의 견인 영수증이랑, 정비불량에다 또 다른 스티커들 이었다. 해도 해도 정말 너무들 허네!



‘사식 하나 안 쏘면서, 세금이랑 벌금은 꼬박꼬박 챙겨요. 닝기리…..’



난 울화가 치밀어 그 벌금 쪼가리와 영수증을, 철구 자슥 면전에서 박박 찢어 버렸다.



‘그 놈의 똥차! 넌 대체 그 놈의 차는 어드메서 끌고 왔냐? 니 꺼냐?’



‘아녀! 우리 집 근처의 주차장에 노상 서 있던 찬데여?’



내가 미쳐!



‘너 제정신이냐? 그리고, 그 또 다른 스티커는 뭐야?’



‘아, 그거여? 무면허 운전 스티커 아니우? 내가 이래뵈도 10년 무사고에다, 12년 무면허 아니우? 몰랐수?’



똥차 피하려다, 쓰레기 차에 치어 뒤져도 유분수지, 내가 어찌 하다 이런 조수를 끌어 찼는지, 원……쯧쯧….



‘근데, 12년 이면, 12년이지, 왜 2년이 비어?’



‘사고 친 거지, 별 수 있었겠수?’



‘많이 다쳤나?’



‘뭐 별건 아니고, 남의 차 엔진 홀랑 까 잡숫고, 튀었져.’



‘사고가 컸남?’



‘아녀, 그 당시야 차를 도통 몰아본 적이 있었어야져? 원래 스틱이란 게 이렇게 소리가 큰가 부다 하고 1단 넣고, 싸이드 이빠이 올린 채로, 한 30분 가니깐 두루, 연기 풀풀 나고 장난이 아니대여?’



‘그럼 변속도 안하고, 싸이드도 안 풀고?’



‘……..예.’



기가 막혔다. 이걸 무식하다고 해야 할는지, 아님 용감하다고 해야 할는지….허긴 돌아가신 어머님 말씀에 무식한 것들이 용감하다고는 하셨지만, 그래도 이건 쫌…..



‘형님, 식사는 제가 쏠 테니, 택시비나 내쇼.’



‘내가 돈이 어딨냐?’



‘아까 다리 긁을 때, 양말에 끼워 넣어둔 비상금 다 봤수!’



‘아효, 대가리는 시궁창인데, 눈까리는 저렇게 밝아서리…..’



택시가 서고, 철구 자슥은 뒷자리에 올라타고 나서, 냉큼 문을 닫아 거는 바람에, 난 그 자리에서 몇 초였지만, 황당한 표정으로 서있다가, 앞자리로 탔다.



‘너 죽을래?’



‘나요?’



‘아뇨, 아저씨 말구여!’



난 기가 막혔지만, 더 싸우고 싶은 마음마저 달아나고 있었다.



‘청담동 00빌라여….’



아니, 왠 청담동 00빌라?



‘철구야! 정신 차려라? 거긴 왜 가니? 차 돌려 줄라구?’



그러나, 창 밖을 보고 있던 녀석은 말이 없었다.



‘가요? 말아요?’



‘아, 아, 아저씨, 지송해여….가자니깐 가야져 뭐, 청담동 00빌라여.’



택시에 내리면서,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사는가 하고 놀라는 와중에, 녀석은 그 고급주택의 단지 입구 경비실 같은 곳을 성큼 지나친다.



‘아쟈씨, 안뇽!’



‘학생, 어젠 안 들어오고 뭐했데? 여친 인가가 한참이나 있다 갔는데….’



‘다른 친구랑 놀다가 늦어서…..그럼, 수고 하세여.’



그럼 이 자슥이 학생?



‘너, 학생이냐?’



‘아녀, 그냥 그렇게 어리게 보이면 좋잖아여? 그래서 학생이라고 뻥 쫌 쳤져.’



난 입구에서 부텀 놀라고 있었다. 허접한 운짱 출신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곳을 자기 집처럼 성큼 들어가는 것도, 학생이라는 호칭도 그러했고….난 현관문이 열리면서, 다시 놀라고 말았다. 내가 혼자 사는 자취방만 한 현관의 너비……헐…



‘이거 니 집 맞니?’



‘아니, 그래도 그렇지, 형님은 자기 집 털려고 들어가는 놈쉐이 봤수? 그렇게 입 벌리고 서 계시지 말고, 쫌 씻으시져? 아무리 안 잡히려고, 부적 삼아, 목욕도 안 한다지만, 이거야 원….사람이 숨을 쉴 수가 있나?’



‘어? 그…그래…..’



난 겨드랑이와 입 안의 냄새를 디리 맡아가며, 그리 심하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에, 냉큼 욕실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희한하게 생긴 샤워 부스 하며, 보기에도 열나 돈을 쳐 들인 것 같은 실내 장식과 욕조 스타일……한 오라기라도 있을 법한, 기집 년들의 꼬시랭이 조차, 수채 구녕 입구에도 없는 걸 보면, 매일 파출부가 다녀 가는 것이 분명했고……난 씻고 나서 그 안에 걸린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가득 찬 피자 냄새에 시장기가 울컥하고 치솟았다.



‘빨리도 왔네. 음냐…쩝쩝….쩝쩝…..비싼 동네는 다르구만? 근데, 이거, 니 집 맞니?’



그러나, 철구 자슥은 대꾸도 없이 거실에서 창문을 등지고 차려진, 거대한 유리 테이블에 앉아, 열나 무언가를 두드리고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손에는 피자를 들고, 번개 같이 마우스란 것을 움직여 대는, 영락 없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이기 무신…..



‘형님, 드쇼. 꽤 맛이 쏠쏠하져?’



난 피자를 먹으면서도, 그 넓은 강화유리 테이블 위에 네 개씩 펼쳐진 대형 LCD모니터에서 눈을 떼질 않는 철구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놀랐수? 하루를 공쳤으니, 해야 할 일이 태산 아니겠수?’



‘아니, 집 터는 게, 니 짭 아니세여?’



‘왠 존대?’



내가 무식해서 그 컴이라는 것을 잘 몰라서 그렇지, 그다지도 빠르게 자판을 쳐대면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이, 단순히 게임이나 하는 어린 치들의 짓거리는 아니라는 건 구분할 수 있었다.



‘철구야!’



‘이제 제발 그 놈의 쪽 팔리는 철구 라는 이름 쫌 그만 부르시지? 그거 내 이름 아니거덩여? 아주, 귀 따가워 디질 것 같구먼, 안 그래?’



갑자기 들이대는 반말에 난 놀란 눈으로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놀랄 거 없어. 그 놈의 쇄끼, 겁은 좇나게 많아서리…..’



‘나?’



‘아니, 너 말고, 늙은 영감탱이 있쥐…..근데 이 년은 왜 안 오고 꼼지락거린대?’



‘누구?’



‘누구긴? 냄비지…..’



그렇게 번개 같은 대화가 오가는 도중에, 현관의 인터폰 챠임벨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천천히 현관으로 향하는 철구 자슥….아니, 그 이름이 지 이름이 아니라는 녀석이….문이 열리고, 그 녀석의 말대로 여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앉지?’



그 여자의 얼굴에는 두려운 빛이 가뜩한 채로, 거실에 있는 나와 그 녀석을 잔뜩 겁을 집어 먹고서 힐끔댔다.



‘내가 그랬지? 냄비라고….옷 쫌 벗지?’



막무가내로 처음 본 여자를, 내 앞에서 깝데길 벗기려는 저의를 알지 못했지만, 난 무신 티켓다방의 여급 정도라는 생각이 들고 있기는 했어도, 여자의 차림새나 모습이 그렇게 천박하질 않음으로 인해서, 나 자신도 경계심이 들고는 있었다.



‘철구야, 아니….’



‘그새 그걸 까쳐먹나? 하여간 배운 것도 없이, 대가리에 든 게 없으니….맨날 그게 그 지랄이지….’



난 이름 하나 잘못 부르다가 이상한 곳으로 취직이 되고 만다. 담배를 피워 물면서, 그 녀석이, 아직도 그냥 서 있기만 하고 있는 그녀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내가 그랬지? 내가 다시 연락하면, 넌 죽은 목숨 이라고, 알간? 좋은 말로 할 때, 벗지? 곱게 다시 입고 나가려면, 찢지 않고 니 손으로 자진해서 벗는 게 좋아!’



여자는 대꾸도 없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잘 풀러 지질 않는 콩알만한 블라우스 단추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떨리는 자신의 손끝을 스스로 어쩌질 못하고, 울먹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 까질 했다.



‘자, 이리 와서, 디저트 부텀 드셔야지? 너 좋아하잖아? 곧 죽어도 코스 요리만 골라서 쳐먹는 년 아니니?’



녀석은 그녀의 생활을 환히 꿰차고 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찌된 심판이지? 그녀가 회전 의자에 앉아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녀석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고개도 제대로 들질 못하고, 두 팔을 뻗어, 녀석의 바지를 끄르면서, 천천히 벗겨 내렸다. 난 그 때, 그 강화유리 테이블에 놓여있던 대형 모니터 네 개의 화면이 다각도에서 비추어지는 카메라의 화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숨이 멎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 녀석의 손에 들려 있는 구둣주걱 만한 리모컨으로, 거실의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도 모를 카메라를 통해, 교묘하게 그녀가 그 녀석의 발 밑에서 무릎을 꿇고 천천히 좇을 머금어 가는 것을, 중계방송 하듯이 보여 주고 있었다.



‘자, 봤지?....이 썅년이 근데?……머리로 얼굴을 가려? 어디서 잔머릴 굴리려고! 고개 바짝 못 들어? 그래야 니 그 유명하신 아버님께 진상할 꺼 아니겠니? 자….잘 보셔!….영감탱이! 당신의 아끼는 외동따님이 어떻게 아작이 나는 지 보시라니깐? 커, 잘 빤다! 외국 유학 이라고 보내 놨드만, 좇 빠는 것만 학위 따고 들어왔남?’



‘제발….



난 저러다 얼굴 팔려서 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노려보긴….요런 맹랑한 년을 봤나? 이러다 붙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노우! 노우! 노우! 내가 또라이냐? 이걸 찍어서 그냥 보내게? 모자이크 제거기로도 잡히질 않는 특수 노이즈를 섞어서 내 얼굴은 쏙 빼고 편집해서 보낼 거거덩? 난 싸구려는 안 쓴다는 걸 알아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네….어여, 쭉쭉 쫌 빨아봐? 아버님께서 보시면 얼마나 대견해 하시겠니? 어유, 우리 딸, 정말 잘 하네 하시면서 감탄 하시게끔…..’



그녀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여기에 지 발로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아가리 뗐단 봐. 너 여기서 곱게 못 나갈 쭐 알어. 옳지…오옳치…그렇게….쮸쮸바 빨듯이……그렇게……니 애비도 질렀으니, 나도 똑같이 보답을 해야 하질 않겠니? 한 방울 이라도 흘렸다간, 너 대갈빡을 바숴 놓을 테니 알아서 해……’



여자는 입 안에 이미 가득 찬 녀석의 좇물을 삼키지도, 그렇다고 뱉지도 못한 채로 그 코로 스며 올라오는 밤꽃 냄새에 눈물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철썩! 철썩!.....삼켜, 이 년아! 삼키라니깐! 거 말 디지게 안 듣는구만! 꼭 미련한 것들이 맞아야 말을 듣는 다니깐? 너 귀 뚫린 인간 아니세여? 여보 세여? 한국말 몰라여? 외국에서 영어만 쓰다가니, 한국말 꼬빡 까먹어서 언더스텐딩이 삥꾸라?’



그러나, 화면에 비친 그녀는 기어이 그 녀석의 윽박지름 탓인지는 몰라도, 멀리서도 들리는 꿀꺽 소리도 거창하게, 녀석이 입 안으로 부려놓은 좇물을 삼켜갔다. 난 그 장면을 보면서, 좇이 서기는커녕, 안으로 쪼그라 들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그 사이를 막아 설 명분도 없었으려니와, 오가는 대화로 보아, 녀석과 여자, 그리고, 그의 부친 사이에 가로 놓여있는 얽힌 실타래가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어서, 난 숨을 죽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형님도 이리 오쇼?’



‘나…난, 왜?’



‘왜긴 왜유? 냄비 돌려 먹자는데 마다 하시겠수?’



난 그 사이에 끼어 들어가긴 싫었지만, 사정도 모르고 어쩌다가, 쌩뚱맞은 이 자식에게 혹여 목숨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고 있어서, 난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탁자 쪽으로 다가 가다가, 문득 입고 있던 목욕가운을 머리 위로 뒤집어 쓰고야 만다. 그래도 카메라가 열나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이 양심이 있지….



‘형님, 그게 뭐유? 꼴 사납게? 잔뇌 하나는 기가 막힌 다니깐! 얘야? 이제 쳐진 좇대가리 그만 빨고, 저 아저씨 좇이나 겁나게 빨아 드려라.’



난 속으로 제발 서지 마라, 서지 마라 하면서 다가서고 있었지만, 내 맘과 다르게, 좇대가리는 이미 설대로 서버려, 귀두가 이미 내 배꼽을 올려다 보면서 덜렁대는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으히그……



‘세울 것도 없넹? 형님 어서 박아보슈! 내가 모르긴 몰라도, 이 년, 보지에 줄창 홍수 났을 거여. 쪽쪽 빠는 폼새가 보통이 아니었거덩여? 형님, 거, 가운 쫌 벗으쇼. 암만 그래도 그렇지, 저 화면 보면 모르우? 나와봐야. 좇나 박아대는 그 삼겹살이랑, 좇대가리만 나오지, 상체는 얼씬도 안 한다니깐여? 사람이 겁은 많아 가지고 설랑…..’



그건 그랬다. 양심이고 나발 통이고 간에, 이렇게 공짜로 널려진 싱싱한 냄비 돌려 먹는데, 상황이 무신 필요 있고, 가리는 게 무엇이 있을까 싶어, 난 머리에 뒤집어 썼던 가운을 벗어 재꼈다.



‘응댕이 들어! 어허? 응댕이 들라니깐? 구녕이 보여야 못을 박지?....노우! 노우! 노우! 그렇다고 내 좇을 입에서 물리면 쓰나?’



내가 그 여자의 뒤에서 슬그머니 좇을 들이밀기 시작하자, 여자는 그 녀석의 좇을 입에서 풀어 버리려고 하다가, 다시 머금고 만다. 화면에 가득 비치는 그녀의 찡그린 표정과 뽈따구니를 울럭거리게 하는, 좇대가리의 휘돌림이 모두 보여지고 있었다. 앞뒤로 흔들리는 그녀의 머리 결이 땀인지, 눈물인지도 모를 물기에 젖어 얼굴에 들러 붙고 있었고…..



‘영감탱이, 보이시는가? 당신 따님….열나 잘해! 공부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돈도 잘 쓰고, 색도 잘 쓰고, 암튼 쓰는 건 다 잘하넹?’



간간히 녀석은 좇을 빨리우는 중간에도 어디론가를 향해 멘트를 날렸다. 아마도 나중에 편집되어 전달 될, 그 여자의 아버지를 향한 앙갚음의 주절거림으로 보여지고 있었고…..이제는 아예, 여자의 머리채를 양쪽에서 틀어 쥐고, 비명을 지르든가 말든가 상관없이, 허리를 들썩이며, 좇대를 푹푹 입 속으로 처박고 있었다.



‘이 년이 그래도? 그렇게 혓바닥 벌 세우고 있다가 너 경친당? 아예, 목구녕을 이 좇대가리로 뚫어줄까 보다. 윽윽….우극..옳치…..잘한다! 그렇게 빨아야 제 맛이지. 영감? 보셨수? 댁의 따님, 이젠 말귀를 기가 막히게 알아듣넹?’



‘야..야…살살 쫌 허지?’



내가 끼어들 자리는 아니었지만 이미 좇대가리가 여자의 보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기에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형님은 좇박기나 신경 쓰시져? 쓸데 없이 남 일에 참견 끄시고?’



존심이 열나 상하고는 있었지만, 공짜 냄비에 난 눈이 돌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어이 난 철퍽대며, 쑤셔 박히던 그 보지 속으로 참았던 좇물을 울컥대며, 쏟아 내어 놓고 만다. 그 뒤를 이어, 그 여자의 입 안에서 헤엄치던 녀석의 좇대가 쑤욱 하고 빠져 나오더니만, 나와 바톤 텃취를 한 것처럼, 내가 부려 놓은, 좇물이 질질 삐져 나오는 그 보지 사이로, 쑤욱 하고 좇을 박아 넣었다.



‘뜨끈한 게 좋구만. 영감! 당신도 해보니 좋았던 가 보네? 내가 해보니, 역쉬 좋네! 영감 봤수? 이게 바로 음전한 딸내미 벌창 내는 코스 아니겠어? 화면에 보이시지? 지 발로 찾아와서, 저렇게 좋아서 대가리 흔들면서 꺽꺽대는 거?...우극…욱욱욱욱…..또 쪼이네……마나님의 피내림이 이 보지로 왔나? 왜 이렇게 쪼여대? 요렇게 좋아 죽어도, 가심이 아프실 텐데, 내 동생은 싫다고 악을 바락바락 쓰는 대도, 벌창을 내놔?....척척척척척척척척척…….’



그 녀석은 이미 좇물을 쏴댄 지경이라 그런지, 쌀 줄도 모르고, 그녀의 보지가 어찌되건 말건, 디리 쑤셔 박고, 둘러대고, 철벅대면서, 씹구녕을 허벌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자, 이제 마지막 마무리를 해 볼까나? 말을 탔으니 고삐를 쥐어 봐야, 기본 가락꾸 아니겠수? 영감 잘 보시지여?’



그 녀석은 바지가 무릎에 걸린 채로, 여자의 뒤에 붙어서리, 겁나는 개치기를 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해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한 손은 이미 그녀의 길고 긴 생머리를 말고삐를 잡아 채듯이, 쥐어 틀고, 그녀의 목이 뒤로 완전히 꺾어 질 것처럼 잡아 당기고 있었다.



‘으흐흑…척척척척척척척척척척…….’



난 화면을 잘 못 본 것이 아닌가 했다. 번뜩이는 반사광과 함께, 잡아 챈 머리로 인해, 뒤로 꺾여져 앞으로 드러난 여자의 목젖 중간이 갑자기 확 열리는 것이었다. 잠시 잠깐, 그녀의 벌건 속살이 드러나는가 싶더니만, 이내 그녀의 눈이 돌아가면서, 바닥을 짚고 있던 두 팔이 힘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 질듯이 우그러 들었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녀석은 한 손에 칼을 든 채로, 여자의 머리채를 나꿔 챈 채로 계속해서 좇질을 퍼부어 댔다.



‘영감탱이, 보고 있남? 내 동생은 모가지에 니 놈이 걸어 놓은 노끈에 목이 졸려 가면서 죽어 갔지만…….난 피가 더 좋아! 자 보라구? 퀄퀄 쏟아 내놓는 피 덩어리….나중에 선짓국이나 끓여 드시면 좋으시겄수!’



‘야! 이 쇄끼야! 너 지금 제 정신이냐?.......어 쿠쿠!……’



난 급작스럽게 일어난 방안의 살인으로 인해, 옆에 있다가 벌떡 일어나 그 녀석을 제지하려고 했지만, 그건 마음뿐이었고,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있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어 지고 있었다.



‘노우! 노우! 노우! 그러면 안되지!…긴가 민가 하고 따라 오셨을 테지만, 순순히 잡힐 수야 없지. 형사 양반! 아까 줏어 먹은 피자 쪼가리에 이럴 줄 알고 내가 약 처발라 놓은 거 모르셨을 테지….’



‘너, 이 쇄끼…..널 줄 알았다…..금방 우리 동료들이 들이닥칠 게야.’



바닥에 널브러져 피를 쏟아내는 여자를 돌아서, 바지를 고쳐 입고는 의자에 다시 털썩 앉는 녀석….



‘이거 보이나?’



‘뭐가?’



‘오! 약 때문에 잘 안 보이겠지? 아까 욕실에서 지원 요청한 그거 말하는 거야? 오호라! 내가 그 정도의 짱구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 자네가 날린 그 문짜….이미 이렇게 내가 가로채서 보관하고 있다니깐? 지원은 물 건너 간 얘기지……’



‘으으….어떻게 알았지?’



‘우리가 털었던 그 집, 원래대로 한다면, 이년이랑 애비, 에미가 살던 집이란 걸 내가 몰랐겠나? 나를 끌어 들이기 위해 꾸민 함정 이란 것도 다 알았지. 자동차 사 모으는 게 취미인 내가, 그런 똥차를 왜 끌고 갔겠나? 다 너그들이 나를 비밀리에 잡아다가, 어쩌지 못하게 하려고, 사람들이 가득 찬 사거리에서 퍼지게 만든 걸 몰랐을 껄? 만일 내가 요행으로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면, 나를 기둘리고 있던 건, 바로 그 영감탱이가 보낸 아그들의 칼침 이었겠지, 안 그래? 대가리들이 그렇게 모지라서야, 원….쯧쯧…..’



‘넌 도대체…누구냐?….누구길래…….신위원장과 원한이 있는 거지?’



‘말해줄까? 자네 대부라는 영화에서 전쟁 영웅으로 돌아온 막내 아들이 쌩뚱맞게 마피아를 접수하는 걸 잘 봤을 거야. 요즘 세상에 깜장 양복 입고, 깍두기 달고, 연장 휘두르는 것들은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려주지.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이런 바닥과는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나란 사람이, 도대체 물 위로 떠오르지도 않은 채, 전국을 들썩일 수 있다고 생각해봐. 날 아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지, 그것도 얼굴을 모른 채…..대통령? 다음 번 대통령, 누가 될지 알려주까? 신위원장이 킹 메이커 였지만, 그건 레디 메이드 라고 얘기해 주면 좀 싱거울라나? 내 아비는 주먹에 피 묻혀가며, 이 바닥에 섰지만, 난 신세대잖아?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싶거덩? 내 위의 형들은 이미 칼침에 가고, 건물 공구리에 파묻혀 사라진 지 오래야. 구식 멜로가 이제 멕혀 들어가는 시대는 아니잖우?’



‘왜…왜…복수 하려고 날뛰는….’



‘왜 복수하려고 날뛰냐 이거지? 그 영감탱이가 우리 아바지에게 그랬대지 아마? 넌 커도 너무 컸다고……그걸 깨우쳐 주려고, 내 동생을 데려다가 말타기를 하면서, 목을 졸라 죽였고 말이지……그래 그것까지는 좋다 하자 말이쥐. 또 나도 고국으로 돌아와, 오야붕의 자식 떨거지네 하면서, 좇나리 양아치 흉내나 내고 다니는, 아바지 한 사람도 지키지 못했던 내 형제들을, 내 손으로 땅에 묻었으니 그렇다 치자. 왜 하필 내가 밤마다 쑤셔대야 직성이 풀리는 내 동생을 건드렸냐 이거지……아바지도 그 쇄끼가 사고를 위장해서 한강물에 자동차랑 함께 가라 앉히고….나도 그때까지는 착한 학생 이었다니깐?……’



‘네 놈, 이름이 뭐냐?’



‘이름이라?..... 아바지의 호적에도 없고, 세상에 뚝 떨어진 것처럼, 동생이랑 둘이서만 살아가던 나를 기어이 알아 보시려고?....... 내 사람들은 나를 먼지라고 부르지. 하찮게 보이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주위에 살며시 내려 앉아 있다가, 기어이 목을 타고 들어가서, 몸 속에 자리를 틀어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울컥!...... 인플루엔자와 함께 기도를 막아버리는 그런…..헌데, 사람들은 또다시 그 고통을 잊고서, 버릇처럼 그 먼지를 마셔대는 거야!……멋있잖아?’



‘넌 반드시 내 손에…..내 손에 잡힌다…..한 가지 말 해줄까? 넌 결정적으로 나에게 졌어! 아까 넌 중요한 지문을 각서에…남기고 왔지……’



난 점점 혀가 굳어가고 있었지만, 가까스로 그 녀석의 콧대를 눌러 줄 꺼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조금은 진정이 되는 듯도 싶었다.



‘짝…짝…짝…짝! 부라보! 역시 대한민국 경찰은 똑똑해!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함정을 교묘히 피해간 나를 놓아주는 척하며, 뒤를 밟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로 지문도 수거했다? 좋아! 아주 좋아! 내 그냥 가려고 했는데, 마술 하나 보여주지. 잘 보라구…..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내 바로 앞에서 그 녀석은 손바닥을 꼬물락 댔다. 그리고, 엎어져 있는 내 앞으로 무언가 투둑 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투자 없이 일이 성취되는 좇 같은 경우는 절대로 없지. 그건 마케팅의 원칙 이거덩. 그 껍질 조각, 열나 비싼 거라구. 지문? 이 집안을 다 뒤져봐. 너랑, 저년 그리고, 이렇게 손가락에 곱게 붙여져 있던 인조지문 자욱 밖에는 없을 테니…..그 지문 뒤져 봐야, 조철구 라는 소매치기의 지문 이라고 감식반에서는 말해줄 껄? 내가 고쳐 넣은 데이터 베이스 인데 어련 할라구? 지금 보이는 내 얼굴도 순진하게 믿지 않는 게 좋겠지? 히히…….어때? 기분 좋아? 좋아 죽겠어? 나 그럼 가! 참참참……희망을 안겨 줘서는 안되지. 여기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는 내가 가져 갈께. 작업해서 영감탱이에게 보내려면, 이게 꼭 필요 하거덩…..안녕! 순진한 형사 양반! 언젠가 다시 만날 날 있을까 몰라……….’



약에 취해 기억이 가물거려지는 내 시야에서 그는 먼지처럼 사뿐 거리며, 사라져 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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