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그랬지"...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의 연쇄 성추행 사건을 단독 보도한 이후 대책을 고심하던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 성폭력 대책을 내놨습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이름부터 공개하고 교단에서 바로 퇴출시킨다는..."

요사이 연일 뉴스에서 교직원의 성범죄에 대한 이슈를 있는터라 아무 생각없이 티비를 틀어놓은 지운의 거실에도 이와 같은 뉴스가 흘러나왔다.



"으음..."

지운은 신문에서 눈을 떼고, 돋보기 안경을 벗어서 살며시 놓았다. 시선을 티비의 앵커에 돌리며, 소파에 몸을 기대고 무엇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낮게 읊조렸다.

" 참 세상 좋아졌어. 아니, 이제 이럴 때도 됐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교직사회 분위기가 사건을 키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교육부도 성범죄 교사를 교단에서 영구 퇴출할 수 있도록..."

아랫도리가 뻐근한지 지운은 손을 앞섬에 넣고 그의 자지를 조물락거린다. 몇 년 전 정년을 채우고 교단에서 내려온 그에게 예전 생각이 난 터이다.



인권 특히 여권에 대한 인식조차 희미했던 그 시대에 그가 교사로 있던 사립학교라는 곳은 권위 주의,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닫힌 사회였다. 그는 그 곳에서 잘도 버티며 살아남았다. 적당히 넘어가고, 적당히 물들며 세월과 같이 물 흐르는대로 보냈다. 순진한 양에게 침을 흘리며 발톱을 들이댄 늑대들을 봐도 안본 척, 들어도 안들은 척을 했다. 그 땐 그랬다. 교장, 교감에게는 여선생들의 자유이용권이 주어졌고, 교생과 신임 여교사들은 으레 순서를 정한 남자들의 유흥거리였다.



지운은 자신이 처음 부임하고, 이듬해 들어온 "부사수" 선이와 선이에게 벌이지는 일들을 떠올려 본다. 지금 그 때를 떠올려봐도 분노와 안타까움의 감정이 듦과 동시에 이율배반적이게도 성욕이 들었다. 자신 앞에서 더럽혀져가는 동료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에 괴로워하다가도, 어느 새 그 자신도 물들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