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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상상 - 상편38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47 529회 0건
영권이 가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 잠시 후 숙경이 메뉴판을 들고 와서 앞에 앉았다.
조명 아래에서 보니 여전히 진한 화장이 핥고 싶은 충동을 만들어냈고 짙은 향수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인연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네요."
숙경은 여전히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영권에게 미소를 지었다.
기분이 좋아진 것은 영권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있었던 일은 어느새 잊혀져가고 지금 바로 앞에 앉은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갔던 여인에게 슬슬 욕심이 생기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병희와 먼저 친분이 있는 여자라서 더 소유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게요.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정말 좋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저야 늘 비슷해요. 가게하고 집만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있어요. 영권씬? 그런데 왜 술이 먹고 싶었을까."
숙경은 전에도 그랬지만 유혹적인 말투를 갖고 있다.
언제나 남자를 만나면 그물을 치듯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세상에 많이 닳아서 너무 노련하고 작위적인 매력이어서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영권은 그런 것 상관하지 않고 그녀를 알고 싶었고 그러기로 정했다.
"집사람하고 싸웠어요. 사실은 좀 심각한 상태라서. 그러고 보니 숙경씨한테 말히기도 창피한 일이군요."
영권은 잠시 병희의 존재를 잊고 그녀가 병희와 연인관계로 지냈었다는 사실을 현재 상황에 대입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는 이미 병희와 아내의 소식을 꺼내지 않고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더 궁금해지는 거 알죠?"
섹시한 상담사로 둔갑한 숙경은 진지한 자세로 영권의 이야기를 들었다.
병희와 영권의 아내가 그렇고 그렇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좀 놀라는 표정이었다.
"병희씨가 지독한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정말 못됐네. 친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다니.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자기들 둘이 좋아서 그렇게 된 거 영권씨도 새로운 사람 만나면 되지."
영권은 병희와의 관계를 자세하게 묻고 싶었지만 그렇지 않기로 했다.
숙경이 병희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걸로 봐서 한때의 연인이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숙경씨 생각은 어떤가요?"
"글쎄요.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하지 않을까요. 당분간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겠군요. 가끔 놀러 오세요. 제가 큰 힘이 되어드리지는 못해도 같이 대화를 나눌 정도는 되어드릴게요."
"그러죠. 고마워요."
사실 영권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 처음부터 속내를 드러내놓으면 어떤 여자라도 거부감을 갖게 될 테니까 신중하려 했던 것이다.
영권은 언제가 됐던지, 가능하면 빨리 숙겨의 육체를 갖고 싶었다.
병희와 아내에 대한 복수라는 의미에서도 말이다.


시간은 변비에 걸린 것처럼 더디게만 지나갔다.
영권은 작은 방에서, 숙경은 원래의 침실에서 각자의 공간을 점유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숙경은 영권이 나간 다음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설거지를 한다거나 빨래 등의 직무는 유기하지 않았고 원래부터 하던 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부라는 정신적, 육체적인 틀에서만 빠져나와 있었다.
영권의 뒷치닥거리를 하기는 싫었지만 더 많은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고 깨끗하게 헤어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녀는 가끔 병희를 밖에서 만났고 밥도 먹고 섹스도 했다.
그가 언제라고 기약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선화는 기다릴 줄 아는 여자였기 때문에 잘 참고 지낼 수 있었다.
아주 가끔 외박을 해도 영권은 그가 말했던 대로 절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가 침실에 있는지 아닌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서류상으로만 부부일뿐 절대로 부부가 아니었다.
영권은 가끔씩 숙경의 가게로 찾아가 술을 마시곤 했다.
숙경은 대화를 나눌수록 깊이가 있는 여자라고 느껴졌다.
비록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미모의 중년 술집 마담이라는 타이틀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지 모르지만 그런 거지같은 사회적 관점따위는 구겨서 쓰레기 통에 넣어버리기로 한 영권이었다.
"우리 밖으로 나갈까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숙경이 말했다.
"그럴까요."
영권은 그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밖으로 나가서 자유롭게 찌든 옷을 벗을 때.
두사람은 강변으로 향했다. 강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손을 잡게 되었다.
아직은 낮은 온도와 늦은 시간 때문에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가 지나가는 술에 취한 연인들이 전부인 듯했다.
십분쯤 더 걷다가 벤치를 발견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 이끌었는지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산책로가 강과 접해있다면 벤치는 반대편으로 도로쪽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버스 정류장처럼 천정이 있었다.
적절한 어둠이 흔적을 가려주고 추위 때문에 두 사람은 바짝 붙어 앉았다.
영권은 아무 말도 없는 틈을 타서 숙경의 어깨에 팔을 얹었고 숙경은 살며시 영권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마른 침을 삼키던 영권은 고개를 돌려 숙경의 입술에 가져갔고 그녀는 뜨겁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영권이 목을 핥기 시작하자 그녀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몸을 비비 꼬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강가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영권은 물컹한 그녀의 가슴을 손아귀에 넣고 주물렀다.
"여기서?"
영권이 숙경의 원피스를 들어올리고 팬티 스타킹 및 팬티를 내리려는 순간 숙경이 말했다.
영권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어떻게 해."
"그럼 모텔로 갈까?"
"아냐. 오늘은 됐어. 다음에."
참기 힘들었지만 영권은 그만 물러나기로 했다.
나중에 후회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숙경의 뜻에 다르기로 했다.
이미 그녀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양도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유치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그만 들어가자. 하긴 날씨가 아직은 너무 춥다."
"삐진 거 아니지?"
"삐지긴 왜 삐져. 내가 그 정도로 밖에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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