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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51 390회 0건
[ 19부 ]
함정(陷穽)의 함정..

크리스마스 5일전..
예전의 "성탄절"을 맞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캐롤송이 울려퍼졌던 도심의 번화가 거리는 죽음의 도시처럼 음산했고, 강추위까지 몰려와 잔뜩 움추린 시민들이 겁먹은 표정을 하고 종종 걸음으로 왕래를 할 뿐이었다.

용산 국방부의 지하벙커..오전 10시.
"국가 안전보장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통령과 3부 요인의 비밀회의가 있은 후 각 부처의 장관과 국방부의 장성은 물론 경찰의 수뇌부가 모인 실무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KSP"의 브리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으로,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정면 스크린에서 불이 꺼졌고 "브리핑"을 마친 윤서경 경감이 눈을 빛내며 둥글고 긴 테이블을 둘러 보았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블랙 엔젤"의 검정색 계통의 여전사복장이 아닌 깔끔한 경찰정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가슴에 달린 훈장이 번쩍거렸다.
윤서경 경감!..미모와 재색, 그리고 여전사(戰士)다운 강렬한 인상이 그녀의 눈빛과 오똑한 코는 물론 얇고 도톰한 입술에서 배여나오고 있었다.

"그렇다면...그들의 최종 목적이, 전 세계를 장악 하고자 하는 의도는 맞는..거..요?"
"네..총리님! 미국 CIA! 러시아의 RSS! 영국의 BCI..의 분석도 저희들과 같습니다.."

민흥식 국장이 총리에게 답변을 했다.

"허...그렇다면...이거..정말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거요!"

국무총리는 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평생을 학자로 지닌 그였기에 국가위기의 상황대처에 관한 지식이 없는 그였던 것이다.

"총리..님! 저의 군의 준비 태세는 문제 없습니다. 따라서 대 테러작전 수행에 관한 전권을 저희에게 넘겨 주십시오! 이미 비상 계엄령이 발권 되었기에 국내의 모든 치안은 시행령 법규에 따라 전적으로 저희 군에 있습니다!"

국방부장관의 굵직하고 강직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그의 뒤에 장관을 호위하듯 앉아 있는 장성급들이 어깨의 별을 빛내며 동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흠...국정원의 분석..은 어떻소?.."

감았던 실눈으로 뜨며 총리가 국정원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민대머리의 국정원장이 뭉툭한 코를 한번 쓰다듬은뒤 입을 뗐다.

"군...이 대 테러..작전권을 맡는것은 당..."
"이것..보시오! 국정원장! 지금 내가 묻고 있는것은 그게 아니요!"

총리가 실눈을 부릅떠고 국정원장의 말을 잘랐다. 국정원장의 얼굴이 벌게지며 뒤에 앉은 간부들을 돌아 보았다. 그것은 총리의 역정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의 정치적인 노련한 제스쳐였다.

"지...금 국가의 존폐가 백척간두...요! 대 테러작전에 관한 누가 작전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란 말이요! 국정원장에게 묻고 싶은것은 다름이 아닌...국내에 그 새..벽..별인가 하는 조직이 그토록 뿌리를 깊게 박을 수 있을때 까지 국정원은 뭘..하고 있었단 말이요! 어디...대답 좀 해..보시오!"
". . . . . . . . . .!!"

총리의 질책에 국정원장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장 아픈곳을 찔러 왔던 것이다. 전 세계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들의 임무는 정보수집이었고, 국내로 잠입을 시도하는 불온분자의 사전 차단 또한 그들의 임무이고 보니 할말이 없었던 것이다.

"저는..지금 참담한 심정이요...네~에! 맞습니다.. 맞아요! 중요하지요! 대 테러 작전권을 일원화 시켜서 효율적인 방어와 공격을 겸해 그들을 물리칠 수 있어야 겠지요!...지금 제가 참담한 심정인 것은, 왜 우리는 그들보다 한 걸음 늦어야 합니까?..왜? 사전에 그들이 국내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사전에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냐 이겁니다..."

회의실을 쩌렁! 쩌렁 울려나가는 총리의 자책성 문책에 각 부처 실무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금...제가 탁상공론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KSP의 분석과 다른 나라의 정보국들의 분석이 그렇다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평소의 총리가 아니었다. 학자풍의 그는 말소리조차 작았고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의 눈빛에는 인광(人光)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단호한의지가 얼굴의 표정에서 그려지고 있었다.

"대통령 각하의 명령입니다..대 테러 작전에 관한 전권은 계속 KSP에게 전권을 부여 합니다. 따라서 군~은! 전방의 微訛쩌섯?더욱 강화시키고 북측이 이 혼란을 틈타서 전쟁도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서 군은 후방부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대 테러 작전지원에 KSP를 지원 하기바랍니다. 데포콘 5! 를 발효 합니다! 각 부처는 실무회의를 통한 전시체제 운영을 점검하고 시행 해 주십시오!"

총리의 단호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이미 대통령과 3부요인,그리고 대통령의 수석 비서자격으로 참가한 "KSP"의 민흥식 국장이 결정한 대통령의 권한 제19조 발권이었다.

...데프콘 5!...전쟁상황이었다..

총리가 나가고 각 부처의 장관들은 실무회의 준비를 위해 분과별로 흩어졌다. "KSP"간부들도 민흥식 국장의 주변으로 모였다.

"민..국장! 바쁘시..겠~수!"

국정원장의 빈정거림에 민 국장이 얼굴을 굳혔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국장원장은 평소 "KSP"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임무를 보면 국정원과의 별차이가 없었기에 대통령으로 만든 "KSP"를 항상 눈에 가시처럼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여..전사! 몸..조심..하라..구!"

국방부 차관이 지나치며 윤서경 경감을 바라보며 비꼬았다. "KSP"간부들의 표정이 확 굳어지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것은 민흥식 국장이 대응하지 말라고 눈짓을 했기 때문이었다.

"자...다들..나가..지! 아! 윤 경감..브리핑 고생했어!"
"넷! 아닙니다 국장님!"

윤서경 경감은 민 국장의 눈짓 만류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차관의 얼굴을 쏘아봤다. 마음 같아선 그의 어깨에 달린 별 4개를 뜯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지만 주먹을 움켜지고 애써 참았다.

..."무능한....새..끼..들!"...

쏘아봤던 시선을 돌리며 윤서경 경감은 입술을 앙 다물었다.
사정조사결과로 벌써 예편을 했어야 할 그가 어떻게 4성 장군까지 되었는지 몰라도 정치색이 짙은 무능한 무관(武官)들의 추태는 이미 군(軍)을 부패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윤..경감! 뭐...하나...나가 자니...깐!"
"아..네! 국장님..."

민흥식 국장이 윤서경 경감의 심정을 헤아리고 있은듯 그녀의 등을 밀었다.

+ + + + +

강남의 "H"오피스텔..
두쌍의 남녀가 둘러 앉아 있었다.

"그럼..이제..우린 한..팀인가..요?"

최민영이 세사람을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건강이 많이 좋아진 표정이었고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그녀였다.

"하핫! 축하주..라도 한잔 합시다!"
"그럴...까요?"

"축하주"를 운운하는 사내...임지숙의 애인 백상택이었다.
그가 항공사에 사표를 낸뒤 임지숙의 언니 임지현을 찾아 백방으로 쫓아다니다 그녀와 천신만고 끝에 해후 할 수 있었고 그의 얘기를 들은 "제임스 장"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미심쩍은 시선으로 백상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식당이나...술집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으니...어쩌죠?...아 제가 안주를 만들어 볼께요!"

최민영이 소파에서 일어났고, 임지현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시..아 항공사에 계셨다구요..."
"네..그렇습니다."

"제임스 장"이 둘만 남게되자 백상택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그렇다면 민..철구..씨를 아시는..지요.."
"아! 미~스터 민! 잘 알고 있습니다..근데 그 친구를 어떻게 아십니까?"

백상택이 반색을 하며 상체를 기울여 왔다.

"아..뭐! 특별한 사이는 아닙니다...비행기내에서 뵈었지요 임무에 충실한 분이더..군요!"
"하하! 그렇셨군요...제대로 보셨습니다! 미~스터 민! 그 친구 대단한 친구입니다..직무에 충실한 것은 그렇다 치고, 의협심이 남달라서 불의를 보면 못 참죠...회사에서 모범사원으로 표창까지 몇번 받았었습니다."

"제임스 장"은 백상택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민철구!"...그를 만난것은 인천국제공항이 테러로 아수라장이 되었던 그날 이었고, LA에서 출발한 비행기의 안전요원이었다.
서글한 눈매에 떡 벌어진 어께를가진 강인한 인상이었지만 미소를 씨익 지어 보일땐 미소년같이 수줍음이 많아 보였던 밝은 청년이었다.

[...권총을 좀 줄 수 있겠소?...]
[...무슨 일이십니까...]

[...아! 나 이런 사람이요...]
[...네에....근데 어디에 사용 하실..려구..]

[...지금 밖에 보이는 사태 때문이오..이쪽으로 도망쳐 오는 테러분자..보이시오?]
[...아,좋습니다. 하지만..이것은 경호용이지..저격용이 아닙니다..]

[..알고 있오!...화물칸으로 안내를 부탁 합니다...]

비행기의 1등석 뒷편에서 그와 주고 받았던 대화였다.
물론, "제임스 장"은 가짜 신분증을 그에게 제시 했었다. 자신을 국정원 소속이라고 밝혔던 것이고, 그의 손에 쥐어진 25구경 월티권총을 건내 받뒤 화물칸으로 내려가 비상구를 열고 테러범을 사살했었다.

[...대단한..사격..솜씨입니다...]

범인을 단 두발에 사살을 하고 화물칸의 계단을 오를때 손을 내리뻗어 잡아주며 "제임스 장"에게 감탄을 했었던 그가, 백상택이란 사내의 예고없는 출현으로 다시 기억하게될지 몰랐다.
그 사건으로 또 한사람이 머리속에 각인 되어 있음을 연상적으로 떠 올려졌고, 바로.. "KSP"의 윤서경 경감이었다.

..."이..자를 믿을 수 있을까?"....

"제임스 장"은 고개를 숙인체 숨을 골랐다.
그의 얘기에 거짓은 없어 보였다. 사랑하는 연인 임지숙을 잊지못하고 사표를 던진뒤 그녀를 찾아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30대 초반의 사내...
다부진 몸에 미남자인 백상택의 출현은 어쨌든 "제임스 장"에겐 부담 스러웠던 것이다.

"지..숙씨...살아 있겠죠?"
". . .. . . . . . .!!"

백상택의 말에 "제임스 장"은 가슴이 찡하게 울려왔다.
이미 임지현에게 모든 말을 들어서 알고 있는 그였다. 연인 임지숙을 공항의 지하주차장에서 납치를 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고 보니 질문에 답을 해야 했지만 바로 입을 떼지 못했다. 백상택의 질문으로 둘 사이가 어색해졌다.

..."이..자의 최종 목적이...무엇일..까?"...

반면에, 백상택도 표정은 밝게 하고 있었지만 내심.."제임스 장"을 탐색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숙의 언니인 임지현에게 대충 얘기는 들었지만, 어쨌든 연인을 납치했었던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왜 지금은 조직을 배반하고 복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과일이...조금밖에 없네..요!"

그때, 최민영과 임지숙이 쟁반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무거운 분위기가 일순 멈추어 졌지만 "제임스 장"과 백상택은 서로의 내심을 나타내지 않은체 여전히 착찹한 마음이었다.

+ + + + +

"꿈의 장미농원"...
구로의 은둔지에서 탈출을 해온 "야마오키"는 분통을 터트리며 애도인 무풍(武風)을 휘두르고 있었다. 상체를 벗은 그의 근육에서 흔근한 땀이 배여 나와 번들거렸고 움직일때 마다 등에 새겨진 용()이 살아 있는듯 꿈틀거렸다.

[...제임스 장!..]

"강문수"에게서 들었던 "제임스 장"의 활약은 "야마오키"의 자존심을 짓밟고도 남았을 뿐 아니라 쫓기는 생쥐꼴로 돌아 왔을때 "로즈"의 냉소를 머금은 낯짝을 바라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위~이잉!..."

닛본도(刀) 무풍(武風)이 허공을 갈랐다.
바람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야마오키"의 검술 실력은 일본조직에서 그를 따를 자가 없었고, 한땐 정통검술 대회에서 입상까지한 그의 실력이었다.

"야~아앗!"
"위잉~이잉!"

"촤아악!~.."

자리를 박차고 공중에서 내리친 칼은 나무를 정확히 반으로 쪼갰다.

"야..마..오..키 상!"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야마오키"가 몸을 돌려 동물적인 방어태세와 반격적인 자세로 칼을 겨누었다.

"어....."

연구원은 자신의 목에 겨누어진 시퍼런 칼날에 기가 죽어 입을 쩌억 벌렸다.

"뭔~가!..."
"쓰르~~렁!"

칼을 칼집에 꽂으며 "야마오키"가 물었다.

"어,어..른..신이..부르십니다.."
"알았어!.."

"야마오키"의 눈에서 빛이났다. 그것은 분노을 삭히며 표적을 향한 맹수의 기다림의 눈빛이었다..

잠시후...농원의 지하 5층.
투명의 방탄유리로 되어있는 대형룸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고 오른쪽엔 사내들이, 왼편엔 여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두쪽 모두 벌거벗은 알몸이었지만 제각기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몸에 털이 무성한 "고릴라"같은자...근육이 우람한 여자!..머리가 기형적으로 큰 남,여...성기가 없는 사내..유방이 없는 여자!..임신을 한 여자...얼굴이 등뒤로 바라볼 수 있게 한자!...들이었다. 두쪽 모두 사람의 형태가 아닌 기형인간들이었고, 하나같이 서로를 견제하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그랬다...
이들은 "꿈의 장미농원"으로 납치되어서 그들의 다양한 실험에 희생된 후 폐기처분 대상이었던 것이다.
바로 어젯밤에 진행되었어야 할 "레드 3"프로젝트가 구로구 공단의 은둔지 노출로 미뤘졌다가 지금 실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작...하지!"
"넵..어른신!"

"강문수"의 건조하고 탁한 저음에 "로즈"가 읍소를 한뒤 눈짓으로 연구원에게 지시를 했다.

"찌이이~잉!"

가로막혀져 있던 칸막이가 올려졌다.

"크아~아앙!"
"크아~으르르 렁!"

왼편의 여자쪽에서 먼저 오른편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근육이 우람한 여자!..아니 암컷이라고 해야 할 만큼 맹수 그 자체였다. 수컷들이 모인 방으로 뛰어들어 사내들을 닥치는대로 물어 뜯고 할키기 시작했다.

"케~엥!...켁!"

머리가 기형적으로 큰 사내 한명이 목이 꺽어져 바닥으로 나뒹굴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그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는것에 흥분한 양편이 동시에 뒤 엉키기 시작했다.

"크앙!~.."
"우~웩에엑!"
"커억!..."
"크르~르르렁! 크아악!"

투명의 방탄유리가 피로 얼룩지며 주르륵 타고 내렸다.

"텅!~"
"쿵!..."

골이 빠개진 사체가 벽에 부딪친뒤 바닥으로 주르르 미끄러졌다. 이어서 창자가 흩 뿌려지며 투명 방탄유리에 달라붙었고, 사체조각들이 점점 쌓여 갔다.

"볼만..하군!"

"야마오키"가 눈을 찌푸리며 입을 뗐다.
한땐 인간이었던 자들이 처절하게 피를 뿌리는 싸움을 하고 있는것에 그는 전의(戰意)를 불살랐다.
골이 빠개지며 허연 내용물이 흘러나올때 바로 그자가 "제임스 장"을 자신의 칼로 내리치는 상상을 했고, 내장이 터져 나오는것에 자신의 발로 "제임스 장"의 배를 가르고 잇는 모습을 떠 올려졌다.

"흠............"

"강문수"는 "야마오키"의 전의(戰意)를 얼굴에서 읽으며 흡좁해 했다.
사실..."레드 3"프로젝트는 페기처리용 인간들을 한곳에 모아 "사스나"개스로 단 몇초만에 그들을 죽여버리는 "프로젝트"였다. 그것을 지금처럼 서로 죽이게 한것은 "야마오키"와 연구원들의 살기(殺氣)를 충전시켜주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됐어..그만 하지!"
"넵..어른신!"

"로즈"가 다시 연구원에게 눈짓으로 지시를 하자, 피가 얼룩진 방의 천정에서 노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
"캑! 캑!...."
"우우우우!~~~"

그때까지 살아 남아있던 자들이 목을 움켜지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떤자는 스스로 자신의 눈알을 뽑아들고 비틀거리다 꼬구라지기도 했다.

"위이이이~~이잉!"
"쏴아아!......."

다시 방의 천정에서 소독제와 물이 뿜어져 나오며 바닥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 갈라진 틈속으로 사체들이 굴러 떨어졌고, 순식간에 투명 유리방안은 깔끔해졌다. 조금전의 피비린내나는 맹수들의 싸움은 아예 없었던것 처럼 고요해 졌다...

"어른신....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때, 상황실장이 "강문수"에게 다가와 귓속말을해 왔다.

"음! 그래? 가~지! 로즈 마무리 하도록!"

"강문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엘레베이트로 향했고 그 뒤를 "야마오키"가 따랐다.
순간, "로즈"는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보고계통은 자신을 통해서 "강문수"에게 하게 되어 있었던 것인데,지금 처럼 상황실장이 직접 "강문수"에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월권이었던 것이다. 물론 "강문수"의 직접적인 지시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으드득!....."

"로즈"가 차갑게 냉소를 머금으며 이를 갈았다.

"다음...단계 실시해!"

"로즈"의 명령에 연구원이 고개를 숙여 보인뒤 스위치를 눌렀다. 벽에서 문이 열리며 이번엔 정상적인 형태의 남녀들이 쭈빗거리며 들어서고 있었다.

"처리..햇!"

"로즈"의 목소리가 울린뒤 천정에서 "사스나"개스가 뿜어져 나왔고 몇초도 안 걸려 방안의 인간들이 픽! 픽..쓰러져갔다.
쓰러진 인간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고 입에는 토사물이 머금어진 처참한 몰골들이었다.

"읍! 우~웩!..."

연구원 한명이 입을 손으로 막으며 비틀거렸다.
사지가 잘려나가며 피를 뿜어냈었던 조금전에도 토약질을 눌렀던것이 똥 오줌을 싸지르며 게거품을 물고 몸을 떨며 죽어가는 광경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이~잇! 개..쌔끼..가!"

"로즈"가 토약질을 해 대는 연구원의 목덜미를 움켜잡은뒤 빛이나는 물체로 울대를 쓰윽 그어 버렸다.

"끄으~으읍...."
"쿵!~...."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연구원이 앞으로 쓰러졌다. 그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질퍽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또...있어?"

"로즈"가 둘러선 연구원을 한명씩 쏘아보았다.그녀의 손에는 날카롭게 날이 선 갈코리가 손목에 채워져 있었다. 바로 악마(惡魔)의 표정이었다...

"철~커덕!"

"로즈"가 손목을 돌리자 갈코리가 팔의 안쪽으로 감추어졌다.

잠시후 농원의 상황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순간,상황실장의 시선이 화면에 꽂혔다.

"목표물에 놈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화면엔 새까만 그림자들이 목표물을 에워싸며 민첩하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지금...시행 할까요?"
"아니야..좀더 접근 하도록..햇!"

상황실장의 보고에 "강문수"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옆에 있는 "야마오키"도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의 입술은 여전히 앙 다문체였다.

"조금더!..그렇지..."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성남의 "남한산성" 밑자락의 공장..
경찰 기동대 2개팀과 특전부대 소속 4개 중대가 에워싸고 접근 중에 있었다.

"치~익! 뻐~꾸기!"
"치익! 여긴 뻐꾸..기!"

"우리가 먼저 한방 먹인다! 엄호 대기!"
"치~이익! 접수! 엄호 방어선 확보!"

무선을 마친 특전부대 지휘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로소 군(軍)의 활약을 보여줄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국방부로 의문의 정보가 날아온지 불과 2시간여 만의 작전을 전개했다는 자만심이 위장을 한 얼굴에 배여나왔다.

"독수리 원! 진격하랏!"
"접수! 3초후 날개를 펴 겠다!"

목표물을 에워싼 공격조가 마악 건물의 입구로 민첩하게 약진을 할때였다...

"쓸어 버렷!"

"강문수"의 탁한 저음이 "꿈의 장미농원" 상황실의 공기를 갈랐다.

"뻐~엉!"
"쯔~캉~아앙!"

화면에 번쩍이는 섬광이 일어난뒤 주변이 순식간에 불바다로 덮혀졌고 건물의 3개동은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

"깨끗히 쓸어 버렸습니다!"
"좋~아! 굿이야...."

"강문수"가 비로소 입가에 웃음을 달았다. 함정(陷穽)을 만들어 놓고 유인한 작전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린것이다.

5분여의 시간이 흐른후..."KSP"상황실!
상황실의 요원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할말을 잃고 있었다.

"뭐,뭐...야!"

보고를 받고 상황실을 뛰어 들어온 윤서경 경감이 요원의 어께를 짚으며 물었다.

"전,전....멸 입니...다!"
"뭐? 어디~얏!"

요원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르켰다.
자세히 식별할 수 없었지만 최소 3키로 반경정도의 웅덩이가 파여져 있었고 시커먼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흡사 화산의 폭발한뒤 만들어진 거대한 분화구 같았다.

"어떻게 된거야!"
"그게...그러니까...우리쪽에는 보고도 하지 않고...단독작전을 수행한 것 같습니다..만!"

"뭐? 이,이...멍청한..놈아 뭐..했어?"
"보고를 받은 시간이 30분전 이었습니다..독수리 작전으로 명한 기동훈련이라고 보고를 해 왔었습니다..."

윤서경 경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병력이 얼마나 되..는 거야!"
"경찰 기동타격대 2개중대..그리고 군 특수부대 4개중대...입니다."

"허.......이,이..럴 수가!"

윤서경 경감은 화면을 다시 쏘아봤다.
적어도 경찰 40여명 군(軍) 특수부대 요원 50여명이 폭발로 인해 가루가 되어 버린것 같았다.

"이~잇!......."
"쾅!~"

윤서경 경감이 주먹을 내리쳤다.
"대 테러작전"에 관한 모든 권한이 "KSP"에게 있다는 대통령의 명령을 어긴 군(軍)의 무모한 작전의 대가치고는 엄청난 피해였던 것이다.

"개...자...식!"

윤서경 경감은 자신을 비꼬아대던 국방부 차관의 비굴한 얼굴이 떠 올라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찰 헬기 불러!"

숙였던 고개를 치켜들고 윤서경 경감이 정찰헬기를 부르게 했고, 바로 기장의 목소리가 상황실을 울렸다.

"여~긴 블랙 10!"
"현장의 상공인가!"

"그렇다! 섬광을 목격한뒤 접근했지만 화염으로 저공 비행은 불가 하닷!"
"좋아! 쏘아주는 화면으로 여기서도 현장은 볼 수 있다...생종자는..전혀 없는가?"

"없다!....모두 형체도 없이 가루가 되었다.반복한다! 생존자 없다! 이상!"
"알았다...아~웃!"

윤서경 경감이 마이크를 던져버리고 상황실을 뛰쳐 나갔다.

다시.."꿈의 장미농원"
"강문수"는 조금전의 흡족한 표정을지우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KSP!..는 출동하지 않았던...건~가!"
"넷..어르..신 그런것 같습니다!"

상황실장을 확 쏘아보는 "강문수"의 시선이 무섭게 빛났다. 그의 의도는 "KSP"가 출동하길 바랬고, 팁장인 윤서경 경감의 죽음을 기대했었던 것이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새벽별"의 힘을 보였준것으로 일단 만족을 했다.

"아뭏튼...한방 먹였으니 됐어!...다음 함정은 어디~지?"
"넷..어르신 좌표 9-4A-36F입니다!"

"강문수"가 바둑판 무늬의 상황판을 바라보았고, 상황실장이 좌표지점을 확대했다..

"흠...인천의 3부두...라! 좋~아, 실수 없도록"

"강문수"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야마오키"는 여전히 화가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어르..신! 새벽별 원!..께서 접속을 원하십니다!"
"아!..그래?.."

상황실장이 헤드폰을 벗고 직각으로 고개를 숙여 보고를 해왔고, "강문수"가 황급히 일어나 긴장된 표정으로 옆방의 기밀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오!~ 미스터..강!"
"아! 윌리~엄..."

"강문수"는 깍듯한 예를 갖추었다.
그의 얼굴을 바라 볼 수는 없어도 목소리만으로도 긴장과 함께 존경심이 우러났다.

"미스터..강! 고전을 하고 있다고 들었소!"
"네...이미 예상은 했었습니다..만, 반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강문수"는 가슴이 "뜨끔!.."해져 왔다. 하지만 "윌리엄"의 목소리가 문책성이 아니라는것에 마음은 놓이긴 했다. 그래도 긴장을 멈추지 않았다.

"흠...전 세계의 반격이 그쪽 뿐만아니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소..따라서 앞으로 48시간 이후 최후의 통첩을 할 계획이오...미스터 강의 의견을 듣고 싶소.."
"아...하..지만 윌리~엄의 상생..프로젝젝트가 아직 미완성 이...잖습니...까.."

"강문수"는 진심으로 걱정과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더 계획을 늦추었다간, 우리쪽의 피해를 예측 할 수가 없소..."
"오!~ 윌리~엄!...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디스켓을 확보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잠시 "윌리엄"이 침묵을 지켰다. 그의 침묵에 "강문수"는 침을 삼키며 눈을 지그시 감아 버렸다.
그랬다...
조직의 원로 13인중 핵심 5인방의 서열 2위였던 "챨스톤"의 죽음...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 예고란 다름이 아닌 연구원이었던 "우선재"가 비밀 "디스켓"을 유출하여 한국으로 도주를 해 왔을때 부터였던 것이다.

"상생 디스켓!"...

그것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핵심 원로 서열 2위였던 "챨스톤"과 자신 뿐이었다.
그런데 그 디스켓의 복사본을 파기하고 원본을 들고 한국으로 입국한 "우선재"는 행방 불명이었고, 우연히 심부름을 맡았던 인물은 현재 "꿈의 장미농원"의 실험용으로 육성 되고 있었다.
그리고..육성되고 있는 여자의 언니!.."임지현"이라고 보고 받았던 여자에게로 보내진 "상생 디스켓"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숙...청!..."

그 디스켓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기에 조직의 문책으로 이미 숙청되어 현재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닐것을, "윌리엄"의 신임으로 핵심 5인방의 서열 2위로 부상 하게 되었던 밑 바탕은 다름이 아닌 "상생 디스켓"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본인 뿐이라는 "윌리엄"의 의지임을 "강문수"는 알고 있었다.

"미스..터..강! 시간이 없소...나의 에너지는 72시간 뿐이오..무슨 뜻인지...알고 있을게요.."
"오!..윌..리엄! 저,저...를 차리리...조직에서..."

"강문수"는 목이 메여오며 눈앞이 흐려져 왔다.

"오!~ 미스터..강! 나는 지금 당신을 질책 하자는게 아니오...당신을 믿고 싶을 뿐이오.."
"윌..리..엄! 저의 목숨을 걸고..서 라도..찾아 내겠습니다.."

"고..맙소! 나의 두 눈으로 미스터 강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해 주시오..최후의 통첩을 계획대로 72시간으로 하겠오...그럼..새! 벽! 별!.."
"새! 벽! 별...."

"강문수"는 "윌리엄"과의 접속을 끝냈다. 그의 두 뺨에 굵은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윌리엄"은 "상생 디스켓"의 찾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죽음을 각오 하면서 까지 세계정복의 꿈을 실현시키려 했던것 같았다.

"제..임스..장! 너를 찢어 죽여..버릴...거..다! 기..필..코!"

"강문수"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부릅 치켜떠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70시간 38분 27초...]

최후통첩의 남은 시간이 "카운트 다운"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면에 붉은 점이 깜빡거리며 자신을 긴급 호출하고 있었다.

"뭔...가!"

"강문수"가 기밀실에 있을땐 호출을 하지 않는게 불문율이었던 탓에 그의 화가난 목소리가 인터폰을 울렸다.

"넷..어르신! 식스 쓰~리!...의 은신처를 찾아 냈습니다!"
"뭣?......"

"강문수"가 벌떡 일어났다.
"제임스 장"의 은신처를 알아냈다는 상황실장의 보고를 얼마나 학수고대하고 있었던가!...그의 몸이 희열감으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 + + + +

"강문수"가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제임스 장"의 오피스텔..
그가 "레드 3"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인간이 처절하게 죽어가는 것을 감상하고 있었던 그 시간...

"그러니..까..이 디스켓의 내용을 한마디로 분석하다면, 이식시킬 대상을 A라고 가정해서, B의 장기를 A의 몸에 이식 시킨다는 거지요..물론, 요즘 현대의 장기이식 의술은 대단히 진보해 있습니다...다만, 제가 알아낸것은 엄청난 것이..에요! 뇌(腦)를 이식 하는 공식이 이, 디스켓에 수록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제임스 장"은 물론 임지현과 백상택이 최민영의 긴 설명을 끝까지 듣고 있었다. 그녀가 현직 소아과 전문의 라는 것도 한몫했지만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사람의 뇌(腦)...를 이식..할 수는 있는..거요?"

백상택이 메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물었다.

"아직...성공을 했다는 학계의 보고는 없어요..하지만,미국이나 독일...선진국에선 이미 많이 진전이 되었다는 정도만 알려지고 있을 뿐이에요.."
"흠...뭐가..뭔지..!"

최민영의 말에 백상택이 눈을 깜빡거렸다.
반면에 "제임스 장"은 깊은 침묵을지켰다. 그것은 머리속에서 뭔가가 떠 올를듯 하며 정리가 되었다가 흐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뇌(腦)!...를 이식..시킨다.."...

"새벽별"조직의 무서움을 알고 있는 "제임스 장"으로서는 뇌(腦)의 이식술을 충분히 시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꿈의 장미농원"도 한국내 조직의 총본부이면서 인체공학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지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임지현의 동생...임지숙이 그곳에 납치되어 감금 상태로 어떤 실험을 당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제임스 장"은 자신이 납치했었던 "임지숙"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아무런 연관도 없이 공항에서 의문의"디스켓"을 넘겨 받았고, 그 "디스켓" 때문에 납치를 당햇으며, 지금 "꿈의 장미농원"에서 분명히 실험용으로 사육되고 있거나...아니면 가정조차 하기 싫지만 이미 그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임스 장"이 깊은 침묵을 지키고 생각중에 있는 것은 최민영의 분석대로 디스켓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그 이식을 할 뇌(腦)가 누구것인가...를 생각중에 있었던 것이다.

"우선일...교수님..께,동생이 계시다는 사실 알고 있으세요?"

최민영이 또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 "제임스 장"은 임지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새로운 사실이라고 눈으로 대답을 해왔다.

"그래...요? 어떻게 알았어...요?"

질문을 한것은 백상택이었다.

"파일...맨 뒤에 이..니셜을 보고..첨에는 연관을 짓지 않았지요...근데...돌아가신 우선일 교수님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 왜...의문의 디스켓을 보냈을까를 생각 하다가,
이니~셜을 다시 살펴 보았죠..."
"아......그,그랬..군요!"

이번에도 대답을 백상택 혼자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에요... W! S ! J....이름의 앞부분인데...제가 학교에 알아본 바...로는 우선일 교수님의 동생..우선재 교수가 틀림이 없어요..그 분...우리학교 졸업생이고 스탠포드 의학부로 유학을 갔었어요...그리고 지금은 행방불명이고요..."

그녀의 분석과 추리력을 들으며 세사람은 최민영의 명석함에 제 각기 놀라고 있었다.
특히,백상택은 표정이 밝아지며 눈을 빛냈다. "디스켓"의 분석이 곧 바로 연인이었던 임지숙을 찾을 수 있는것도 아닌데 백상택은 안절부절 하며 입을 뗐다.

"제가..그날...그러니까, 지숙씨가 LA에서 입국해서 그 디스켓을 전해준 사람이 우선재..교수인지 알아 낼 수 있어요..."
"아..그러 시겠어요?"

백상택의 말에 최민영이 안경을 치켜 세우며 용기를 복 돋아 주었다. 백상택이 수화기를 집어 들다가,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핸펀을 들고 일어났다.

"어디...아프세요?"

임지현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제임스 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아니..에요...괜찮아요.."

"제임스 장"은 겸연쩍어 하며 귓볼을 붉혔다.

"얼~래래?...둘이 수상..해~요옷?"

최민영이 두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눈 웃음을 쳤다.

"얘...는?...참~나!"

임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민영를 흘겨 보았다.

"아..맞아요! 그날 입국자 명단을 확인 시켰는데...우선재 교수가 맞아요...미국 영주권자라 미국명 토~미...우! 즉 우선...재 교수였어요!"
"오~우...케이! 이것으로 일단 엉킨..실타래의 끝은 잡았..어!"

백상택이 흥분한 목소리를 되 받아 최민영이 상체를 쓰윽 폈다.

"저...쫌 나갔다..오겠어요!"
"어..딜요?"
"넷?"

"제임스 장"이 시계를 바라보며 일어나자, 백상택과 최민영이 물었고, 임지현은 근심이 가득찬 표정으로 바라 보기만 했다.

"아...할..일이 쫌..있어요..저녁...들 먼저 드세요!.."
"같이..가면 안 됩니까?"

백상택이 따라 나설 기세로 "제임스 장"에게 다가섰다.

"아닙..니다 백..선생!...저 혼자 할일입니다...그럼!"

"제임스 장"이 백상택을 제지 한뒤 성큼, 성큼 오피스텔을 나서다 돌아 보았다.

"외..출! 되도록..이면 삼가..하세요...아시~죠?"
"어!~!!"

백상택이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두 여자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일좀 할께..."

임지현이 컴 앞으로 다가섰다.
무엇이든 두들기고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제임스 장"이 부탁한 것을 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또..어딜...가..지?...만약..그가..죽으면?"...

임지현은 컴의 전원을 켜며 순간, 눈 앞이 흐려져 왔다.
자신의 짐작이 틀림이 없다면 "제임스 장"은 분명히 또..."새벽별"의 조직과 전투를 하러 간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내..가 왜..이러지?"....

임지현은 심장이 뛰어 오는 것에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리곤...자신의 마음속에 언제 부터인지 "제임스 장"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에 스스로 놀랐다.

"아!~...또 하루가 지겹게....흘러..갔어! 크리스...마스도 다가 오는데...이게 무슨..꼴~이야?...에구구구!!"

최민영이 남산 타워 뒤쪽에 펼쳐진 오렌지 빛 노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임지현은 민영이가 빨리 회복되어 가는게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며 자판기를 두들겨 나갔다.

"삐이~익!..."
"타다닥! 타~닥!"

"새벽별"의 전산망은 이미 임지현의 안 마당이었다. 몇초도 안되어 그들의 복잡한 전산망 깊숙히 들어 갈 수 가 있었다...

+ + + + +

그날 밤...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교회의 종탑위로 붉은 십자가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고 있어 성탄절이 다가옴을 나타냈지만 도심은 너무도 조용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에 검정색의 승합차들이 각 방향에서 흩어져 한곳으로 집결하고 있었고, 속속히 도착을 한 차속에서 복면을 한 사내들이 민첩하게 뛰어 내리고 있었다.
수십명이 움직였지만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목표..물 도착 150미터 전!"

선두의 사내가 이어폰을 통해 진행방향을 선전한뒤 목소리를 죽였다.
그 사내가 쏘아보고 있는 것은, 동네와는 동 떨어진 3층 건물이었고, 야트막한 동산을뒤로하고 움푹 들어간 분지속에 위치 하고 있었다.

"삑! 삑!....."

사내가 손목에 차고 있는 추적장치를 다시 작동시켰다. 목표물이 정확히 4시방향의 건물에 있음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솔개..원!.."

사내가 무선의 호출로 이어폰을 누르며 자리에 앉았다.

"수신!..."
"조심하~랏! 놈은 프로..다!"

서둘렀던 사내의 발걸음이 일순 멈추어졌지만 이내 빨라지고 있었다. 그 사내 주변을 흩어져서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내들도 마찬가지 였다. 주변의 지형을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충분히 익힌 그들이기에 목표물에 접근 하기까진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여긴 솔개..원! 목표물에 도착했다!"

사내가 정문의 간판을 바라보며 나직히 속삭였다.

[ 기상관청 관악분소 ]..

사내의 주변으로 새카만 그림자들이 흩어져 사주경계를 한뒤 명령을 기다리는 눈빛이 어둠속에서 빛이 났다.

"접수! 여기서도 보인다! 렌즈를 좀더 올리도록!"
"수신!.. 5초후에 작전 개시 하겠다!"

"좋아! 허락한다...솔개 투! 솔개 포!..도 렌~즈의 각도가 너무 높다 다시 조정 하도록!"
"접수!.."
"접수!.."

복면의 사내 두명이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부착된 자외선 카메라 렌즈를 조정했다.

"요오~씨잇! 들어 간다! 우측..날개 먼저 쳐!.."

사내가 오른손을 들어 3방향을 향해 내리 뻗었다. 그의 수 신호로 수시명의 그림자가 민첩하게 담을 넘었고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솔~개 원! 접근완료!"
"수신! 왼쪽으로 우회 할때 까지 대기!"

사내가 눈을 번뜩이며 왼편의 사내들에게 10시방향을 가르켰고, 명령을 받은 사내들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다까야..마!"
"핫...대장..님!"

명령을 내렸던 사내가 뒤로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넌..여기, 내 옆에 있어!"
"핫...알겠습니다.."

"야마오키"였다...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그였기에 모든 명령을 "다까야마"를통해 지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드~득!...제임스..넌 독안에..든 쥐~쌔~끼...야!"

"야마오키"가 건물속에서 은은하게 비쳐 나오는 불빛을 쏘아보며 이를 갈았다.

"그..놈을 생포 하는것! 명심 하도록!"
"핫..대장님! 모두들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제임스 장"의 생포 명령은 "강문수"가 한것이기도 했다.

"요오~씨! 시작..햇!"
"핫!..."

"다까야마"가 귀의 이어폰을 누르며 건물벽에 달라 붙어 있는 공격조에게 진입을 명령했고, 사내들이 민첩하게 건물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행동을 살피는 눈동자가 있었다. 목표 건물에서 150여미터 떨어진 교회의 종탑속이었고 자외선 망원경과 저격용 라이플인 PSG-1 에 장착된 조준경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 .!!"

그의 손이 리모컨의 단추를 눌렀다.

"번~쩍!...."
"쯔~카~캉! 뻥!~~~"

건물의 지하실에서 섬광이 난뒤 폭발하였고,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뭐,뭐....야!!"

어둠속에서 소리를 버럭 지른것은 "야마오키"였다. 공격조가 들어간지 10여초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폭발음으로 건물이 폭삭 내리 앉고 있는 광경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솔개! 솔개 투! 포!..."
". . . . . . . . . . !!"

어이가 없고 당황한 것은 "다까야마"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공격조를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아..이,이...런! 당했어..."

"다까야마"가 숙였던 몸을 세우며 입을 쩌억 벌렸다.

"솔개 원! 원! 어떻게 된거야..폭발음은 뭔..가!"

"다까야마"는 자신을 호출하고 있는 상황실장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멍..하게서 있을 뿐이었다.

"이,이..런 빠가..야롯! 여긴 솔개! 솔개 제로닷...당했다! 화면이 보이..는가?"
"보인다...함정이닷! 모두 퇴각! 퇴각..하랏!"

넋을 빼고 있는 "다까야마"대신 "야마오키"가 보고를 했다.

"오~이잇! 다까..야마! 뭣 하고 있나? 함정이닷! 나머지 공격조를 퇴각 시~켜!"
"퍽!.."

"야마오키"가 "다까야마"의 뒷 통수를 내리 쳤다.

"하...핫! ..."

그제사 정신을 차린 "다까야마"가 다급히 공격조를 찾았다. 그의 명령에 건물뒤에서 포위를 하고 있었던 사내들이 화염을 피해서 도망쳐 나오기 시작했다.

"컥!~"
"우웁!~"

"으윽!"
"크아~아악!.."

도망쳐 나오던 사내들이 비명을 지르며 픽! 픽...쓰러졌다. 정확히 머리통이 박살났고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뭐,뭐..야 어떻게 된거야!..."
"허...."

총소리도 나지않았는데 부하들이 머리통이 박살나며 가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자 "야마오키"가 몸을 팍..낮추며 주변을 당황스럽게 살폈다.

"...두칸 접고...좌 측 우..크릭!"

종탑위의 사내가 탄창을 갈아 끼운뒤 조준선을 재 배열하고 있었다. 싸락눈이 서풍으로 한 쪽으로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냥을..다시해 볼까?..."

사내가 재 조준을 했다. 최대 사거리 600미터 300미터에선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는 PSG-1..총구에서 총탄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파파팍! 팍!.."

소음기가 달린 PSG-1은 불꽃조차 튕겨 내지 않고 발사되었다. 소강상태에 있었던 사내들이 엎드려 있다가 도주를 시도 하고 있었다.

"크읍!~..."
"욱!...."

"으~아악!"
"컥!.."

목표물 마당에서 다시 사내들이 쓰러져갔다.
목에 총탄을 맞고 목을 움켜쥐고 꼬꾸라졌고, 머리통이 관통된자는 골이 사방으로 튀어 흩어졌다.

"우!~다,다..까..야마! 안되겠다...탈출이..닷!"

"야마오키가" "다까야마"의 어께를 흔들며 먼저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뒤를 "다까야마"도 혼비백산이 되어 어둠속으로 뛰었다.

"야...마...오..키! 오랜..만이..군!"

종탑위의 사내가 조준경으로 "야마오키"를 발견하곤 씨..익 웃었다.
지금 바로 방아쇠를 당기면 놈의 대갈통을 박살 낼수 있었지만 사내는 그 유혹을 꾸욱 눌렀다. "야마오키"를 총 한방으로 죽이긴 아까웠던 것이다.

"왱~~에에엥!!! 왱!~왜앵!!"
"삐~뽀! 삐뽀!..."

멀리서 경찰의 패트롤카의 소리가 들려왔다.
상공에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는 정찰 헬기의 보고에 기동대들의 출동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
"쾅!~....우지직!"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강문수"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제..임....스! 널,널....기필...코!..."

"강문수"는 살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리고 너무도 쉽게 판단한 자신의 과오를 후회했다. 상황실장의 보고를 받았었을때...한번쯤은 의심을 했어야 할 문제였던 것이다.
"제임스 장"이 몸에 부착된 "666"...그 메모리칩을 빼서 함정을 파 놓을줄...미쳐 몰랐던 것이다.

잠시후..
윤서경 경감은 현장에 헬기를 이용해 도착을 했고,먼저 도착을 하여 초동수사를 끝낸 김판돌 경위가 요약보고를 했다.

"근데..말이야..이상 한것은...건물 밖에서 죽은...자들이 하나같이..같은 종류의 총탄에 맞고 즉사를..했어! 총탄을 수거 해서 조사반에 넘겼으니..정확한 총기류를..알..수.."

윤서경 경감은 김판돌 경위의 말을 들으며 도심을 내려다 보았다. 싸락눈이 함박눈으로 변하여 펑펑 P아지고 있었고, 세상의 더러움을 순백의 색으로 덮어 버릴듯 했다.

"그..림...자! 그..자가 틀림이..없어!"
"응?...지금..뭐라고...했어?"

윤서경 경감 말에 김판돌 경위가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 . . . . . . . . .!!"

함박눈이 교회의 종탑에서 빛나는 트리를 더 빛나게 만들어 가는 밤이었다..

[ 20부.."최후의 통첩"편에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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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제3의 물결 10 11부 - 단편 08-24   414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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