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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16 731회 0건
-소풍-

‘택시!’

줄을 서 있던 행렬 앞으로 때 아니게 몇 대의 택시가 주르륵 밀려 들어오자, 사람들의 대오가 흔들렸다. 이리저리 순서대로 택시를 잡아타는 도중에 나에게도 생각지도 않게 빠른 순번으로 택시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을 늦게야 알았다. 이런 날도 있네! 나는 아직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지 않은 택시를 뒤로 하고, 내가 타야 할 빈 택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줄도 서질 않은 어떤 젊은 여성이 양손에 짐 보따리를 잔뜩 거머 쥐고 튀어 나오더니만 냉큼, 그것도 아무런 양해도 없이 택시 문을 여는 것이 보였다.

‘여보세요? 급하더라도 줄을 서야지, 저렇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호구로 보여요? 누군 시간이 남아 돌아서 이렇게 차례를 지키는 줄 아나?’

‘저.. 죄송해요. 너무 급해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

여자의 양손에 들린 짐에는 무슨 일식집의 문양과 상호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어디론가 도시락이나 회쯤을 시켜 들고 가는 품새로 보였고…그런데 어디선가 본 것처럼 낯이 많이 익었다. 그녀는 우선 택시 안으로 짐을 넣고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언제 한번 찾아 주세요. 오늘 신세까지 갚는 의미로 잘 해 드릴께요.’

나는 닭 쫓던 개의 모냥새로 붕 하니 떠나버리는 택시를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손에 들린 명함을 쳐다보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뒤이어 다가오는 빈 택시 때문에 나는 명함을 외투의 포켓에 넣고 올라타기에 바빴다.

‘그렇게 새치기를 하나? 으이그……대방동 갑시다.’

나의 혼잣말에 기사양반이 대꾸한다.

‘누가 앞에서 새치기를 하셨나 보네요.’

‘아니, 글쎄 요즈음도 그런 얌체족 들이 있나 몰라요?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게….

나는 속으로 그렇게 젊지는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젊은 사람들 요새 대단해요. 뭐 부끄러운 것도 없고, 무서운 것도 없고, 꼭 625 사변때 중공군 같다니깐요.’

‘연세가 꽤 되시는가 봐요?’

‘아뇨, 저야 그 당시 핏땡이 였는데 알게 뭡니까? 어른 들이 그러시는 말씀에 그런가 부다 하죠. 뭉쳐서 쪽수만 만들면, 대통령도 만들어 낸다는 게 요즈음 젊은 사람들, 생각 이거덩요. 내참, 그러니 세상이 요모냥 요꼴이지.’

나는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힘의 우위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말로 그 세태를 대변하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다수의 결집된 힘이 모여져서 만들어지는 그 파워가 민주주의의 바탕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할지는 몰라도 그것은 잘못된 힘의 논리라고 나는 반박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 젊은 세대들의 필요에 의해 솟구친 목적의식 하에서는 훌륭한 힘을 발휘한다손 쳐도 개개인으로 돌아가면 예전과 다르게 피해의식까지 동반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만한 것은 지적 받아야 마땅하질 않은가라고 얘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 날의 헤프닝은 그냥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일일이 시비를 걸고 맞받아 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 이었을까?

‘선배, 이번 주 금요일에 뭐할 거유?’

공교롭게도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설대리가 손을 꼬드기며, 나에게 물었다.

‘한참 졸리던 판에 잘됐다. 우리 담배나 피우러 가자.’

언제나 단짝 처럼 옥상으로 담배를 피우러 가는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어떤 여직원은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는 농을 했을 정도로 우리는 죽이 잘 맞아 돌아 다녔다.

‘금요일은 또 무슨 소리야?’

‘노총각들 끼리 아랫도리 때 좀 벗기자 이거지 뭐긴 뭐겠수?’

‘야! 다음 달, 카드 값 나올 것 때문에 골 터질 지경인데, 무신 때타령? 넌 쫌 여유가 있는 모양 이구나?’

‘아니, 샐러리맨이 자기 돈으로 술 쳐먹는 거 봤수? 선배, 아직도 그렇게 살우? 참 내, 고지식 허기는… 짠! 요걸 쫌 보시라 이거지…’

‘그건 또 뭐냐?’

‘요거, 요거, 완죤히 따끈따끈한 특별 싸비스 회수권 이랄까? 암튼, 갈꺼요, 말거요?’

‘아니, 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실 판인데, 때 아니게 딴지 걸 일 있냐? 금요일 오후 스케쥴, 올인! 인심 썼다.’

‘거럼, 그래야쥐. 그 날, 한번 신나게 돌려 봅세.’

‘야, 혹시 잘못하다 걸려 들어가는 거 아냐? 시절이 하수상 할 때는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가야 헌다는 말도 있는데….요새 매매춘이나 원조교제 단속이 얼마나 무시무시 한데, 너 알고나 그러는 거냐고?’

‘아흐….정말 으..아 에요. 내가 선배까지 쇠고랑차게 하겠수? 으…..아!’

요즈음 인기 있는 그 가수의 으아 흉내를 내가며 어깨를 뻐득이는 설대리의 비아냥은 두 눈 뜨고는 볼 수가 없었다.

‘선배, 마무리 대강 하고 빨리 뜹시다. 팀장님도 일찍 약속 있다고 퇴청하신 모냥 인데…..’

아니나 다를까 퇴근 시간도 않 되었는데 벌써부터 내 앞에 와서 설레발을 떨고 있는 설대리…. 나는 책상 위의 달력을 보며, 벌써 금요일 이라고 놀라고 있었다. 대강의 뒷정리를 하고서 나는 설대리와 회사를 나왔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건데? 이거 멋모르고 갔다가 좇나 바가지 뒤집어 쓰는 거 아냐?’

‘예미, 속고만 살았나? 선배, 이거 내가 수요일날, 옥상에서 담배 피우며, 보여준 거 자세히 좀 볼테요?’

그건 무슨 VIP카드처럼 생긴 초대장이었다. 설대리의 말에 의하면 자기가 잘 아는 단란주점의 아그들이 그 술집을 오픈 하면서 대거 스카우트가 되어 갔다고 하는데, 그 아그들 중에서 대빵격의 언니가 개점 기념으로 나누어 준 특별 이용카드라는 것이었다.

‘근데, 이게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뭐 안주 10프로 디스카운트, 그런 거냐?’

‘내가 이 바닥에 하루 이틀, 출근부에 도장 찍었으면 이런 말 않하지. 이게 바로 신종 써비스 카드란 거요.’

‘신종 써비스?’

단란 주점의 아그들 중에서 잘 아는 여자가 전해주면서 말해준 그 써비스는 대단한 흥미꺼리 였다. 정부의 매매춘 단속이 불을 당기면서 생긴 신종 써비스는 이름하야 출장 룸싸롱 이란 것이었다. 고급 호텔 주변에 이름뿐인 룸싸롱을 차려놓고 이루어 진다는 그 얘기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어디를 어떻게 가고 있는지 신경을 쓸 여유도 없이 빠져들게 하는 흥미로움이 있었다. 후배와 내린 곳은 강남의 호텔 주변에 위치한 몇 안되는 술집이 모인 곳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는 영업시간이 오후 4시에서 12까지 라고만 되어 있어 여느 술집과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룸싸롱이 아닌 보통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의 실내가 흥미로왔다. 테이블에 앉자, 웨이터가 다가왔다.

‘음식은 뭘로 하실려는 지요?’

나는 저녁식사 전에 술집에 들어온 것이 부자연 스러운 것도 있고 해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후배가 먼저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그 동안,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술집처럼 여자들도 보이질 않았고, 사람들도 모두 우리처럼 주문을 하고 있었고, 어떤 팀들은 자리를 떠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음, 쫌 기름지게 중국요리 하고 술은 소주로 세병 정도?’

‘네, 알겠습니다. 지불은 어떻게 하실 건지?’

후배는 그 말과 동시에 품속으로부터 택시 안에서 보여준 그 카드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적어도 40분내에는 들어가 계셔야 합니다.’

하면서 무슨 카드 봉투 같은 것을 두고 가는 것이었다. 후배는 히죽 이면서 그 봉투를 낼름 품속에 넣고서 일어 나자며, 나에게 눈짓을 했다.

‘야! 술도 않 먹고 왜 일어나? 잘못 온 거 아니냐? 다른 사람들도 빌빌대다 그냥 나가 버리데? 또, 요리를 탕슉이면 탕슉, 양장피면 양장피, 이렇게 이름을 대야지, 무슨 주문이 그렇냐? 아니, 중국요리 그러면 점장이 처럼 니 식성을 딱 맞춘다니, 뭐라니? 내참, 어이가 없어서….’

‘촌시럽기는…..선배 어서 가자구.’

나는 괜시리 따라 왔는가 싶은 생각에 투덜 대면서 그 곳을 나왔다. 술집도, 좇도 아닌 곳을 그렇게 뻥을 때렸는가 싶어 한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대리는 나를 끌다시피 하면서 근처에 떡 하니 버티고 있던 호텔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야! 이 초저녁에 호텔가서 밥 먹을 일 있냐? 난 일없다. 들어가서 똥으로 나오기는 매한가진데, 왜 호텔가서 비싼 돈 주고 밥 쳐먹냐?’

괜한 기대감에 실망했음 인지 내 입에서는 고운 소리가 이미 끊어진 지 오래 였다. 그래도 히죽대면서 호텔에 들어서서 후배는 곧바로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몸을 끌었다. 아니 이게 진짜 나한테 흑심이 있는 거 아냐?

‘야, 야, 설대리… 정신 좀 차리고 우리 차근 차근 얘기 쫌 하자. 우리가 쫌 죽이 잘 맞기로 서니, 이렇게 곧장 호텔방으로 가는 건 쫌 그렇지, 안글냐?’

나는 덜컥 겁이 나고 있었지만 설대리는 아랑곳 하질 않았다. 오히려 당황해 하며, 온갖 상상에 빠지고 있는 나를 바라다 보며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도 싶었다.

‘12층 7호라?’

엘리베이터 안에서 층수의 버튼을 누르며, 아까 웨이터가 준 봉투를 열고서 설대리가 한 말이었다. 나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설대리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조용한 호텔 복도의 카펫이 고급 호텔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복도의 등도 하나같이 수준 있는 디자인 이었다. 봉투에서 꺼낸 카드키를 꼽고, 방안에 들어서자, 설대리는 코트를 걸어서 옷걸이에 거는 등, 아주 여유로운 자세로 의자에 앉는 것이었고….

‘설대리, 이제 둘 뿐이니까, 우리 얘기 좀 하자.’

‘선배, 얘기는 뭔 얘기를 해요? 무신 또 씰떼 없는 지랄 같은 상상! 어여 내 옆에 와서 담배나 한대 때리지?, 나이살 이나 먹은 양반이 긴장하기는…..’

하면서 자기 옆의 의자를 툭툭 치면서 나보고 오란다. 이거 정말 갈수록 태산이네. 나는 이판사판 이라는 심정으로 외투도 벗지 않고, 옆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띵동’

‘왔네. 생각보다 번개구만!’

잠자코 담배를 빨고 있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설대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일어나 방문을 여는데, 왠 여자가 양손에 큰 봉투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선배, 인사하지? 오늘의 주인공이 오셨는데…..’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 목례를 했다. 음식 배달하는 종업원에게 무신 인사? 이거야 원! 그러나, 얼굴을 들고 보니 어디 선가 본 듯한 얼굴이 분명했다.

‘아니, 당신은 그 새치기!’

‘어머, 안녕하세요? 이런, 세상 참 좁네요. 한턱 쏜다고 했는데 바로 맞췄네, 글쎄.’

‘아니, 두 분이 알아요? 오, 마이갓!’

자리에 앉으면서 세 사람은 갑자기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싱글댔다.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 오늘 모두 Full이라 제가 대신 왔는데, 잘 됐네요. 저 선생님께서는 그 명함 갖고 계시죠? 혹시 선생님께서 VIP카드 내셨어요?’

옆에 앉은 설대리가 아니라며, 자신이 그 카드를 받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저….. 들고 오신 게 뭡니까?’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제가 우리 영업방침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드릴 테니까 음식이랑 술 드시면서 들으세요. 다음 번에 이용하실 때에도 착오가 없으시게…..’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그랬다. 정부의 도덕률 잣대가 조여들 것을 예상하고 새로이 개발한 이 업은 생긴지 얼마 되질 않는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에라도 호텔에 투숙한, 그것도 고급 호텔에 투숙한 투숙객들은 여하한 경우, 도주한 범법자가 아니고서는 건드리는 법이 없다는 것에 착안 했다는데, 이른바, 음식과 술을 배달하고, 같이 먹고, 마시고 섹스로 마무리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들고 온 음식과 술을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량도 적당하고, 복잡한 주문 대신에 중국요리, 이태리요리, 일식요리, 그리고 안주류 라고만 되어있는 메뉴에 따라 요것조것을 짜임새 있게 맞추어 온 것이 돋보였다. 어차피 이런 지경에 입맛대로 먹겠다는 사람은 없고, 배를 채우며, 술을 먹기 위한 방편으로 개발한 것이라고…단지 제한이 있다면 사람 수의 제한이 되고, 필요한 여자들의 숫자가 지금 현재도 턱없이 모자란다고는 점이었지만, 매매춘의 현장에서 돈이 건네어 지는 것도 아닌 이상, 안전의 면에서는 더 이상의 것이 없다고 했다.

‘보도집을 걸구칠 필요도 없고, 주루륵 기집애 들을 가게 안에 진열하듯이 놔둘 필요도 없어서 그게 좋아요.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곤조 부리는 주방장이 없어서 더욱 좋고요.’

‘아니, 그럼 음식은 어떻게?’

‘다 연계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요. 이 일식집 봉투 처럼 생긴 거, 그 택시 승강장에서 본적 있으시죠? 거기에 나와있는 전화번호, 다 짜가 에요. 혹시라도 다른 분들이 문제 삼을 까봐 그냥 아무렇게나 적어 넣은 거죠. 식당들도 이렇게 배달용으로 음식을 해대면서 탈세할 공간도 생기고, 손님 자리 차지하지 않으면서 음식 술술 나가서 좋고….누이 좋고, 매부 좋고죠, 저희는 술만 사입으로 받아요. 대금도 언제나 선불이기 때문에 영업하기도 깨끗하죠. 단지…..’

‘단지, 뭐요?’

‘이렇게 두 분이나 세분 정도가 불러 주시면 싫어도 삼섬이나 그룹섹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괴로운 것인데….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두분 이상은 같이 오더하질 않으셔서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에요. 특히나 노래방이나 밴드를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골치이긴 한데, 그건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으니 손님들께서 양해하시는 편이죠.’

‘너무 비싸지는 않나요?’

‘저희는 바가지 씌울 일도 없고, 단지 호텔비가 문제 인데, 언제나 밤 12시 이전에 체크아웃을 하는 조건으로 호텔과 모종의 비밀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도 무리는 없다고 봐요. 또 아가씨들과 싸울 일도 없어요. 아가씨들은 회사원처럼 우리가 접수한, 손님이 지불한 돈에서 일정액만을 떼고 전부 주거던요. 지금은 총 접대비의 6대4 정도의 비율로 아가씨들은 4를 먹죠. 보도집에서 죽 때릴 일도 없고, 사람들 눈치 봐가며, 술집 다닙네 티낼 필요도 없어서 좋아들 해요. 호텔 커피숍이나 자기가 잘 아는 카페에서 4시부터 있다 보면 2시간 이내에 벌써 오더가 꽉 차서 주문한 음식 들고 손님 객실에 딜리버리 가기 빠쁘거던요. 게다가 저녁까지 먹고, 한방에서 손님과 친구처럼 술도 나누어 먹고, 주구장창 섹스까지 즐겨도 12시를 넘기기도 전에 거지반 파장이 나니, 손님들도 집에 돌아가 가족들에게 의심 살 일도 없어 좋고, 학교를 다니는 기집애 들도 집에서 의심 받을 필요 없어 좋구요. 저야. 28살에 이 바닥에서는 벌써 새끼 마담 소리 들어야 하지만 걔네들은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것 들이라 저보다야 싱싱하죠. 그리고 무엇 보다도 얼굴 팔릴 일이 없어서 걔들이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랑 나이가 같으시네요?’

나는 짐짓 친한 척, 그녀에게 관심을 표명했다. 음식과 술이 오가면서 세 사람의 분위기는 묘하게 흥분이 되고 있었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룸싸롱의 분위기도 아니고, 싱싱한 미시를 불러다가 불륜을 떨어대는 그런 묘미가 있어서 괜찮았다. 설대리, 요자슥, 알고 보니 괜찮은 싸가지네 그랴!

‘선배, 정말 잘 왔죠?

나는 속으로 꽤 괜찮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술집 가, 2차 나가면서 뒤통수에 눈총 받느니, 이렇게 먹고, 마시고 때려 논 뒤에 호텔에서 나오는 것처럼 헤어지니 뒤끝도 깨끗해서 좋을 것 같았다. 게다가 모텔비와 ?성呪沮?감안하면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가격대라서 부담도 없었다.

‘어떻게 놀아 드릴까요? 저녁 식사도 거지반 하신 것 같은데…’

‘선배, 오늘 신나게 삼섬 한번 해 제낍시다.’

‘그러지 뭐.’

그녀는 먼저 욕실에서 씻으면서 기분을 내자고 했다. 세 사람은 오누이들 처럼 서로 치근대면서 옷들을 몽조리 벗었다. 욕실로 가면서 설대리가 그녀의 알몸을 지분거리면서 안고 들어갔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이건 샤워도 아니고, 비누거품 장난도 아닌, 그야말로 서로의 알몸을 샤워를 빙자해서 더듬어 대는 그런 분위기 였다. 술집의 룸에서 처럼 너는 호스테스, 난 손님, 이런 공식화 된 관계의 느낌이 아니라, 섹스를 위해 합의 하에 저지르는 불륜의 관계처럼 느껴지는 그 상술의 예견력이 더 놀랍다고 해야 했다. 나는 두 사람이 엉겨 붙은 주위에서 두 사람에게 물줄기를 쏘아댔고. 설대리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내 좇을 붙든 손을 놓질 않고 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심정으로 살을 부벼 댔고, 약간은 장난끼 마저 세 사람의 음탕한 샤워 현장에 존재하고 있었다. 에지간히 서로의 얼굴이 벌게지도록 손장난을 해댔더니만, 그녀가 침실로 가자고 속삭였다.

‘선배, 누가 먼저 올라 탈까나?’

‘장유유서! 두말하면 지랄!’

‘그럼 난 입에다가 먼저 실례!’

내가 그녀를 뉘여 놓고 가랭이를 벌리면서 자리를 먼저 잡자, 설대리는 냉큼 그녀의 얼굴 옆으로 타고 올라가 그녀의 얼굴로 좇을 내민다.

‘아! 정말, 으아에요. 이 기분, 정말 으아에요.’

그 놈의 개인기, 왜 않 나오나 했다. 두 사람 모두 결혼은 뒷전으로 미루어 놓고 이렇게 섹스에만 탐닉하는 세월을 살고 있었지만, 오늘 처럼 흥겨운 기분과 부담 없는 홀가분함은 일찍이 맛본 적이 없었기에 두 사람 모두 섹스에 더욱 열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공짜 아닌가 말이다. 나는 공짜라는 생각에 그녀의 보지를 빨다 말고 앞머리를 쥐어 땡겨 보기도 했다. 공짜 너무 밝히다 보면 대머리 된다는 말도 있고 해서리…

‘쫍쫍,… 쭙쭙…..할할할할…..’

나는 그녀의 씹물이 터져 나오기를 고대하면서 씹살을 잘근잘근 깨물기도 하고,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서 공알 앞을 진동자처럼 바르르 떨기까지 했다.

‘선배… 윽윽……내 빨아먹을 것도 좀 남겨놓지?….그렇게 혼자서 쭉쭉 빨아대나? 욕심 싸납게? 하여튼 나이 먹은 인간들이 더해요, 더해…..억억…나 이거야 원! 아! 으아에요… 나 쌀 것 같아요! 아! 으악…’

설대리가 먼저 그놈의 개인기를 외쳐 대면서 그녀의 입안에 좇물을 쌌다. 나는 그의 허리가 확 휘어지는 것을 보아가며, 그녀의 보지에 좇을 질러대고….나는 28살 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헐렁한 그녀의 씹구녕 때문에 속으로,

““하이고, 이 바닥에서 얼마나 굴렀으면 요렇게 헐겁냐? 콘돔이 그나마 좇대가리 쪼여주질 않았으면 단박에 넌 아웃이었다 이 말이야…..””

침대에서 내려와 담배를 피워 문 설대리는 내가 사정에 다다를 때 까지 기다린 다며, 나의 좇질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선배, 이제 결혼 할 때 됐나봐. 저 허리 굴리는 것 쫌 봐. 이제 정착하실 때가 되었는 가 보네. 아주 보지 앞에서 허리가 물결을 치네, 물결을 쳐.’

나는 그의 탄성과 비아냥이 싫지는 않았다. 이렇게 셋이서 섹스를 하는 대도 삼섬을 한다는 흥분은 저만치 나가 있고, 즐거운 기분만 들어서 였다. 내가 좀처럼 쌀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내가 뒤를 돌아다 보며, 말했다.

‘대강 물건 세웠으면, 우리 DP나 한번 하자. 어여 콘돔 끼고 바통 타치 하자니깐 두루?’

설대리가 침대로 올라오기 전에 나는 그녀에게 DP(Double Penetration: 보지,똥꼬 같이 따먹기)를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저도 그거 좋아해요. 침이나 많이 발라 주세요. 아니면 아까 먹던 탕슉 국물을 좀 발라 주시던지…’

나는 그녀의 센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설대리, 들었지? 탕슉국물, 어여 빨리 들이대!’

‘아! 으아에요!’

설대리가 밑에 눕고 그 위에 그녀가 보지 속으로 그의 좇을 내려 누르고 있을 때, 내가 그녀의 등을 지그시 누르면서 항문에 힘을 빼라고 일렀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뜬 탕슉국물을 그녀의 항문 주위로 천천히 흘려 보냈다. 나는 침대 위로 다시 올라가 끈끈한 국물이 펼쳐져 있는 그녀의 항문에 좇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힘을 뺀다고는 했지만 빡빡하기는 매한가지 였다. 그러나, 미끈한 탕슉국물에 슬며시 쑤셔 들어가는 내 좇대가리…..중국요리는 이래서 좋다니깐. 그녀가 설대리의 얼굴로 머리를 파묻으면서 신음을 흘린다.

‘아!….보지랑 똥꾸멍이 꽉 찼네….’

옴짝 달싹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의 뒤엉킴 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나와 설대리는 몸부림치는 그녀의 보지와 항문에 들쑥날쑥 좇질을 퍼부어 댔다.

‘와 죽인다! 보지는 쫌 별루 였는데, 이거 똥꾸녕 맛이 그만인걸?’

‘선배 무신 소리! 밑에서 쳐 올리니 깜짝깜짝 놀라면서 보지 쪼여대는 맛이 얼마나 좋은데 그러셩? 아! 증말, 으아에요…….’

세 사람은 마냥 즐거운 심정으로 그렇게 열나 씹질에 좇질에 땀을 흘려댔다. 서서히 그녀의 등근육이 긴장하면서 고개가 치켜들어지는 것이 굉장한 오르가즘이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어…어….이거 쪼여도 너무 쪼인다. 억억억’

‘으아, 으아, 으아 나 죽네……’

나와 설대리는 그녀의 격한 오르가즘 덕분에 좇대가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쪼임을 맛보면서 이내 좇물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씨근덕대는 숨소리와 함께 셋이 침대로 널부러 지면서 거꾸로 올려다 본 시계는 10시30분을 채 못 가고 있었다. 그렇게 놀았는데도…

‘선배, 나 먼저 씻고…’

설대리가 욕실로 들어가고, 나와 그녀는 벌거벗은 채, 의자에 앉아 담배를 나누어 피웠다.

‘후………너 경수 맞지?’

‘어? 제 이름을 어떻게?’

나는 놀라 돌아가실 뻔 했다. 내 이름을 어떻게?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았지만 나의 인명록에 남아있는 여자의 얼굴은 아니었다. 누구지?

‘나 몰라 보겠지? 초등학교 동창인데, 나 미자야. 이렇게 고친 얼굴이라서 잘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나는 그제서야, 어째서 택시승강장에서 보았을 때 낯이 익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설대리 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하고는 호텔 1층 커피숍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하고서는 말을 끊었다. 설대리가 나오고, 나와 그녀는 씻는둥 마는둥, 어설픈 서먹함을 사이에 두고 옷을 챙겨 입었다. 호텔 프론트에서 키를 반납하고, 나는 그녀와 차나 한잔 마시고 있다가 가겠다며, 설대리를 먼저 보냈다. 아직 마르지 않은 머리결로 인해 꼬불한 그녀의 파마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난 맨 처음에 못 알아 봤어. 어디 선가 봤다 싶은 생각만 들었고…..’

‘그럴 거야. 나 원래 쌍꺼풀이 없었잖아! 기억 나니?’

‘그래, 맞아. 무언가 달라졌다 했더니… 그리고 학교 때는 빼빼 말랐었는데, 지금은 살집도 조금 있고 보기 좋아. 옛날 모습은 없어졌지만 말이야.’

‘그렇게 얘기해 주니 고맙다. 그때, 넌 무척 부끄럼을 많이 탔었는데, 어째 그렇게 밝히게끔 변했나 몰라? 깔깔깔….’

그녀는 잘 나가는 집안의 외동딸 이었지만 착하디 착한 아이로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어렸을 적에는 운전기사가 등하교를 시켰고, 그 엄마는 순진한 그녀와 달리, 육성회의 회장을 도맡아 하면서 학교 내에서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휘두르고 다니던 집안이었는데…..

‘나 많이 변했지?’

‘얼굴 빼고는 하나도…몸매야 그때 못 봤으니 알 수는 없고…. 허허’

볼 거, 못 볼거 다 본 동창 지간이 되어서인지 그녀와의 대화는 스스럼이 없었다.

‘네 얼굴에 이렇게 씌여 있다, 얘. 어째서 이런 바닥에 굴러먹게 되었는지 묻고 싶어서 미중알이 다 빠질 지경 이라구, 맞지?’

‘응, 하긴…’

‘나랑 엄마랑 쌍꺼풀이 없었거든? 대학에 들어간 기념으로 엄마랑 둘이서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그때는 멋모르고 칼을 댔다는 생각은 해보질 않았어. 대학교 2학년 때, 아빠가 갑자기 간경화로 쓰러지셔서 시름시름 하시더니 돌아가 버리시고, 회사는 어려워지고….. 엄마 힘 만으론 역부족 이었나봐. 급기야 부도를 맞고….그러다 보니 집안에 생계를 책임질 만한 사람이 나말고 더 있겠니? 엄마와 나 두 식구 달랑 이었지만, 그것도 입이라고 들어가는 돈은 정말 많더라. 언젠가 사주 까페에서 일할 때, 나랑 엄마의 점을 공짜로 봐 주겠다고 해서 봤는데, 글쎄 엄마가 눈에 칼을 대면 남편이 급사할 명으로 바뀌고, 내 눈에 칼을 대면 술장사를 하게 된다나 뭐라나 그러더라구. 그제서야 성형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지. 운명은 어쩔 수가 없는지 이렇게 이 바닥에서 굴러 먹다가 그나마 대가리 짜내서 하는 짓거리가 이거야.’

‘야, 그래도 아이디어 하나는 좋드구만. 넌 이제 퇴물 소리 듣는 다며, 왜 나온 거야?’

‘사람이 있어야지. 이 장사가 룸싸롱 일때는 이방 저방, 애들을 돌려 대가며, 막아낼 수 있는데, 이번 일은 다이다이로 붙어 버리니 애들을 뺄 재주가 있어야지! 나라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손님 놓칠까 싶어서 예비군의 심정으로 나왔는데, 글쎄 니가 있잖니? 난 처음에 날 알아 보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구. 그 설대린가 뭔가가 VIP카드를 갔고 왔다 길래 안심했다, 야!’

나와 그녀는 한참을 옛날 얘기를 하며, 그렇게 그 날 저녁을 보냈다.

‘경수야? 너 또 올꺼니?’

‘거럼! 아는 처지에 내가 니 돈 떼 먹겠냐? 그리고, 나 노총각이라 바가지 긁는 사람도 없다. 울엄마 빼곤….’

그녀가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이 가벼워 보였다. 그나마 몸을 팔아가며, 삶을 지탱해 나가야 하는 그녀를 바라다 보면서 가슴 뒤끝이 조금은 싸해 오는 것을 느꼈다. 설대리가 난장을 떨면서 이번에는 스무살 짜리로 싱싱한 것들을 꿰차 보자며, 나를 구슬렀지만 나는 동체 말을 들어먹질 않고 있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경수니? 나 미자야!’

‘오랜만이네.’

나는 그녀에게 핸폰 번호를 따주었던 기억이 났다.

‘저…..토요일 날……. 바쁘니?’

‘아니, 왜, 가게에 놀러 오라구? 글쎄…. 이번 달은 지난 달에 쓴 카드 값도 메꿔야 하고, 한동안 잠수 탈라 하는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그 말이 아니구. ……우리 학교 때 처럼…… 소풍이나 가자구…….. 음식은 내가 해 갈게. 넌 몸만 와.’

‘어디로? 호텔로?’

‘또 그런다. 그냥 우리 부담 없이 야외로 소풍이나 가자니깐!’

나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냉큼, 좇나 빠르게 대답했다.

‘그러지 뭐. 오예!’

나는 전화를 끊고서 왠지 들떠가는 내 마음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좇나 몸을 그 바닥에서 굴려대는 그녀의 초대였는데, 나란 사람은 어째서 이렇게 설레이는 마음이 드는지…여자가 그렇게도 없나 하는 심정으로 꼽아봤지만 진짜 내 주위에는 여자가 없는 것이 사실 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마, 미자, 그 년, 맨날 음식 싸 들고 섹스소풍이나 가다가 지겨워서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그 고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평온한 마음으로, 어릴적 기분에 잠겨, 소풍을 가고 싶어 하는 그녀의 여린 심성이 나의 가슴에 길다랗게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나는 애써 무시 하지는 않았다. 그게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마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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