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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꿈꾸는 늑대 - 67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25 551회 0건
낭만을 꿈꾸는 늑대 67부

수혼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사부는 슬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본다. 수혼은 사부를 볼 면목이 없었다. 음양도가 국선도에 패했다. 분명 무술을 수련한 세월과 경륜의 차이는 있었다. 평생무술을 수련한 경륜은 무시할 수 없으리라. 더구나 상대는 국선도의 문주였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일인전승무예 음양도의 계승자다. 나이와 경륜을 떠나서 자신은 패배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국선도, 원예도.......누구에도 양보할 수 없는 사문의 명예를 지켜야 했다. 꿈속에서 사부는 자신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 같지만 자신의 귀에 사부님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수혼이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하자 사부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시다 옆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잡는다.

사부는 수혼에게 보라는 듯이 나뭇가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시냇물이 흐르듯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 직선도 아니고 원도 아닌 야산의 능선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선들.........끊어지는 듯 하면서도 이어지는 동작들...........사부는 수혼에게 뭐가를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수혼이 자신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자 사부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수혼을 바라보더니 나뭇가지를 던져버리고 멀리 떠나간다. 수혼은 멀어지는 사부를 불려보지만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부, 사부님~”
수혼은 꿈속에서 깨어나 사부를 불려본다.
“깨어났어. 악몽이라도 꾼 거야. 어휴~ 이 식은 땀 좀 봐~”
링링은 수혼의 곁에 앉아있다 물수건으로 수혼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수혼은 차가운 느낌에 정신을 차리고 링링을 바라본다.

“여........여기가 어디야~”
“내방이야. 아저씨가 쓰려져서 이곳으로 옮겼어.........치~ 내방에 들어온 남자는 할아버지 빼고 아저씨가 처음이야 영광인지 알아~........근데 무슨 땀을 이렇게 흘려. 아파서 그래”
수혼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팔에 힘을 주고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이 전해온다. 겉에서 지켜보던 링링이 수혼의 어깨를 잡고 다시 자리에 눕게 만든다.

“아직 움직이면 안돼.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비파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 2개정도 부려졌다고 했어. 아마 며칠은 누워있어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
“헉.......헉........정말인가 보군...........내가 쓰려지진 얼마나 된 거야.”
“꼬박~ 하루 지났어.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깨어난 거야. 이틀정도는 지나야 깨어날 줄 알았는데..........휴~ 이제 정신 들었으니 나도 잠 좀 자야겠다. 아저씨 때문에 한숨도 못자고 있었더니 피곤해 죽겠어.”
“그럼 지금까지 옆을 지키고 있었던 거야.”
“응~ 할아버지가 언제 깨어나지 모르니까 지키고 있으라고 했어. 나 피곤해.........아저씨 옆에 잠깐 자도 됐지. 지금 새벽 2시간 넘었단 말이야.”

링링은 수혼의 대답도 듣지 않고 수혼의 옆에 눕더니 수혼에게 바짝 달라붙는다.
“이봐~ 다 큰 처녀가 뭐하는 짓이야. 당장 밖으로 나가~.”
“뭐~ 언젠 꼬마라고 놀리더니 이젠 처녀라고 하네.........그리고 여긴 내방에서 아저씨 때문에 내가 내방에서 쫓겨나야겠어. 나가려면 아저씨가 나가라~”
“끙~ 알았다. 알았어. 내가 나간다.”

수혼이 다시 상체를 일으키려하니 가슴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 아프다. 수혼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상체를 일으킨다. 수혼의 모습을 보고 있던 링링은 피식 웃더니 수혼의 어깨를 잡아당기니 수혼은 다시금 바닥에 쓰려지고 만다.
“남자가 속도 좁아요. 무슨 밴댕이 소갈딱지도 아니고........그냥 누워있어. 이 밤에 어디 갔다고 그래.”
“아주 가지고 노는구나. 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킥킥킥~ 아저씨 웃긴다. 아~함~ 나 피곤해. 링링 잘 거야. 아저씨도 더 자.”

링링은 하품을 하더니 수혼의 옆에 바짝 붙어 눈을 감는다. 수혼은 상처 때문에 거동하기도 힘들고...........링링의 말대로 밖을 바라보니 캄캄한 밤이라 자신도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꿈속에서 보았던 사부의 모습이 생각나고, 어제(?)의 대결이 생각난다. 수혼은 링링 할아버지와의 대결에서 생전처음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음양도의 전인인 자신이 국선도 문주에게 패했다는 자존심의 상처에 비하면 갈비뼈 몇 개 부러진 육체적인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패배.........어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총동원했다. 끝내는 아직 미완성의 음양검법까지 동원했다. 그 결과는................패배였다. 차라지간.........사문의 명예를 걸고 대결한건 아니지만 음양도가 국선도에 패한 건 사실이다. 삼국의 무술, 자신이 익힌 백제의 음양도, 신라의 원예도, 고구려의 국선도........어느 것이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무공마다 특성이 다르고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음양도의 현계승자다. 사문의 명예를 위해서도 자신은 패하면 안 되는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도 말이다. 꿈속에서 보았던 사부는 슬픈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사부가 꿈에 나타난 것은 자신을 나무라기 위한 것은 아닐까?...........가슴이 아프다............잠도 오지 않는다.

링링이 잠결에 자신의 다리를 수혼의 몸에 올린다. 하필이면 수혼의 사타구니 사이에 그녀의 다리가 올라온 것이다. 수혼은 상념에서 깨어나 링링을 바라본다. 그녀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잠버릇이 험한 모양이다. 그녀를 의식하자 코끝에 여인특유의 향기가 난다. 아마 전부터 풍기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수혼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두움 밤..........둘만 있는 방안...........새근새근 잠든 여인........아직 어리지만 몸집이 거서 숙녀(?)처럼 느껴지는 여인............수혼은 밑에서 불덩이가 올라와 얼굴이 붉어진다. 생각해보니 중국에 온 이후로 여인을 품어본 적이 없다. 집에 있을 때, 3명의 부인들과 매일저녁 질퍽한 섹스를 즐기다 중국에 와서는 독수공방(?)신세다. 가만히 잠자고 있던 녀석(?)이 불끈하고 힘이 들어가며 바지가 부풀어 오른다.
(이런~ 뭐하는 짓이야. 정신차례~)
수혼은 고개를 흔들며 링링의 다리를 잡아 살며시 내려주었다. 링링의 다리가 자꾸만 녀석(?)을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링링 때문에 잠깐 움직이니 가슴에서 통증이 전해온다. 그 고통 때문에 후근 달궈졌던 열기가 식어버린다. 차라리 다행이다. 아직 나이어린 소녀에게 색욕을 느끼다니........자신이 부끄럽다.

수혼은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링링이 몸을 뒤척이며 수혼을 찾는다. 계절이 여름이라고 하지만 산골의 밤은 싸늘하다. 수혼은 링링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밤.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 수혼은 방을 나와 천천히 걸어본다. 온몸이 바늘로 꼭꼭~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해왔지만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니 기분은 상쾌하다. 이런 기분을 느낀 것이 얼마만인가? 산에서 내려와 그동안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이렇게 산에서 밤공기를 마시며 걸다보니 옛날이 그리워진다. 그때는 적적하고 외롭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일들이 이젠 추억이 되어 아련하게 기억 속에서 피어난다.

“벌써 일어났어. 한 며칠은 더 누워있을 줄 알았더니 체력하나는 튼튼해서 좋군! 역시 젊다는 것은 좋은 건가!”
뒤쪽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노인이 방문을 열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때문에 깨신 겁니까?.................그럼 제가 죄송해 지는데........”
“늙으면 밤잠이 없어지는 법이야..........나도 늙었나 보네 잠이 잘 안와~”
“아~ 그래요. 인사도 못 들었네요. 상처를 치료해 주시고 이렇게 돌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인사는 링링에게 하게나. 치료는 내가 했지만 자네를 간호한 것은 링링이야.........링링은 자~”
“예~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막 잠들어서 나온 겁니다.”
“그래~ 괜찮다면 나와 이야기 좀 하세.”
“알겠습니다. 제가 들어갑니까?”
“아니 내가 나가지, 같이 술 한 잔 벗 삼아 이야기하세.”

노인은 술 한 병과 잔 두개를 가지고 나와 마루에 앉는다.
“내가 약초를 체취해서 당근 술이라 상처에도 좋아. 약이라고 생각하고 자네도 한잔하게.”
수혼은 노인의 겉으로 다가가서 두 손으로 술을 받았다. 노인은 자신의 잔에도 술을 채우고 한 모금 마신다.
“허허허~ 간만에 벗과 함께하니 술맛이 좋구먼.”
“벗이라니요.........한참 후배에게 벗이라 하시면 제가 죄송하죠.”
“아니야. 자네는 나이는 어리지만 음양도의 계승자로 우리 국선문으로 치면 문주신분 아닌가? 나도 국선도의 문주니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자네도 한잔하게”
수혼은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버린다. 술이 목을 타고 식도를 내려가며 따끔거리는 것이 무척 독한 술인 모양이다.

“허허~ 참~ 이 독한 놈을 단숨에.......이래서 젊음이 좋은 건가? 하하하~”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난 천천히 먹겠네. 자네나 한잔 더하게.”
노인은 다시 수혼의 잔에 한잔 가득 따라준다. 수혼은 잔에 입만 대고 내려놓는다.

“자네.........남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게 처음인가?”
“처음입니다. 어려서 사부님과의 대결이후 남에게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하긴. 자네정도의 나이에 그만한 무예(武藝)경지를 이르렀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 자네 같은 훌륭한 제자를 둔 자네 사부는 행복한 분일거야.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 뵙고 싶어”
“글쎄요............사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놈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시는 건지.......”
“첫 패배의 충격이 큰 모양이군. 자네가 진건 사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니야. 생각해 보게. 난 평생을 국선도라는 무도(武道)에 정진한 사람이야. 자네보다 못해도 삼사십년은 더 수련했지. 이런 나와 대등하게 대결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나..........반대로 내가 패했다고 생각해 보게.........허허허~ 자네 같이 생각하면 난 자살이라도 해야겠네 그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사부님의 부탁을 저버릴 것 같아 좀 심란해서 그런 겁니다. 제 말에 기분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나도 충분히 이해하네..........한 가지 궁금하게 있는데. 자네가 마지막으로 실천한 무술이 검법이지? 음양도에 음양검법이 있다는 건 들어 알고 있는데. 음양검법이 맞나 .”
“예~ 막판에 더 이상 사용할 무공이 없어 약간 변형해서 펼쳤습니다.”
“음~~ 음양검법이라. 신라 원예도에는 화랑검법 혹은 본국검법이라 불리는 검법이 있고, 국선도에도 전해오는 검법이 있지. 음양도에는 음양검법이 있고, 근데 내가 느끼기에 자네가 펼친 음양검법은 약간 이상한 것 같아. 내가 알기로 음양검은 화려함 속에 강맹함이 숨어있고, 날카로운 가운데 부드러움이 있는 검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자네가 펼친 검은 비록 빠르고 강맹했지만 부드러움이 빠진 것 같아.”
“잘 보셨습니다. 음양검법은 본래 음검과 양검으로 나눠지는데. 음검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양검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부님도 음양검법의 완성을 위해 평생을 노력하셨지만 끝내 음양검법의 완성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아~ 사부가 돌아가셨다고...........참 안타까운 일이군. 한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너무 상심하지 말게..........자네 사부는 웃으며 가셨을 거야. 자네 같은 훌륭한 제자를 두었으니 말일세. 거기에 비하면 난 참 복도 없어. 자질이 뛰어난 성민이란 놈은 심성이 틀려먹었고, 믿었던 사방신 놈들은 돈에 눈이 어두워 명예를 팽개치고 한국으로 떠나버리고........참~ 내가 부덕한 거겠지.”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허허허~ 내가 위로를 받다니...........자네는 겁나지 않는가? 자네 말을 들어보면 자네가 한국으로 돌아서 사방신 놈들과 대결해야 될 것 같은데..........한 놈씩 상대하면 자네가 패하진 안겠지만 두 놈 이상이 달라붙으면 자네가 패할 수도 없어.”

“왜 겁나지 않겠습니까? 사방신이 국선도의 수호 장령이라면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겠죠. 그래도 한국에 가면 절 도와주는 분들이 있으니 협심해서 상대하면 쉽게 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염치없지만 내 자네에게 부탁이 하나있네.”
“말씀하세요.”
“잘났건 못났건 사방신은 우리사문 사람이야. 성민이 놈이야 파문당한 놈이니 어쩔 수 없지만 사방신 놈들은 사문으로 돌아와 국선도를 지켜야하네. 자네가 한국에 가거든 그들을 잘 설득해서 이곳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겠나.”
“가능하면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헌데 제가 그분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제게 도움을 줄 분들은 있지만 좀 걱정스럽습니다.”
“자네는 듣는 이를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네 그려............자네~~ 몸도 치료해야하니 몇 칠 간 이곳에 머물도록 하게. 내 재주는 미천하지만 자네에게 국선도를 가르쳐 주겠네.”
“예~ 국선도를 가르쳐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어찌 다른 사문의 제자에게 사문의 비기(秘技)를 알려주신단 말씀입니까?”
“하하하~ 모든 무도(武道)도 그 궁극에 이르면 하나로 귀결(歸結)되는 거야. 자네가 익힌 음양도나 내가 익힌 국선도나 결국은 그 끝이 갔다는 말일세. 자네정도의 깊이면 더 이상 형과 식에 억매이지 않아도 될 걸세. 내가 국선도의 검법이나 권법 등을 알려주겠다는 것이 아니야! 내가 아는 무도(武道)의 길을 알려주겠다는 걸세.”
“무도(武道)의 길?.................알겠습니다. 성심을 다해 배우겠습니다.”
“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말년에 좋은 벗을 만나 것 같군.”

“참~ 국선도는 어떻게 이곳 연변으로 전해진 겁니까?”
“조선이 일제에 합병되고 나서.........국선도의 진정한 맥을 있던 선조님은 이곳 연변으로 사문의 본거지를 옮기셨네. 옛 고구려의 영토에서 국선도의 꽃을 피우고 싶었던 모양일세. 그리고 보니 우리사문이 이곳에 정착하였고.......사문이 이곳에 정착한지도 백년이 다 되가는구먼.”
“그래요..............근데 성민은 어찌 알고 이곳에 온 찾아온 거죠.”
“성민의 아버지가 이곳을 알고 있었어.........문중에 있는 인사와 교분이 있었던 모양이야.....나도 이제 피곤하군........자~ 이제 들어가 자야겠어. 자네도 들어가게나.”
“저~ 그게........방에 링링이 자고 있어서...................”
“허허~ 녀석하고는........자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굳이 자기가 간호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그동안 피곤했던 모양이네. 저기 저쪽에 사랑방이 한 체 있으니 그곳에서 자게나.”
“알겠습니다. 전 산책이나 더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그럼~~~ 자네도 일찍 주무시게나.”
수혼은 노인이 들어가자 앞에 있던 잔을 비우고 산책을 하다 사랑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점차 확대되어 강철이 운영하던 모든 회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고............강철로부터 뇌물(돈과 여자 등)을 받은 정치인 및 고위층 인사들이 연일 소환조사를 받기 이른다. 검찰은 로비비리(뇌물수수)의 핵심인 강철을 잡기위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이 소식을 접한 강철은 검찰과 경찰을 피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곳은 강철이 새로이 마련한 비밀 아지트였다. 서울지역 변두리의 단층건물을 사들어 지하에 숙소와 회의장을 마련했다. 철두철미한 강철이 만일의 사대를 대비하여 만들어 논 3개의 비밀시설 중 한곳이다. 이곳에 강철파의 핵심간부들과 강철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형님~ 이거 큰일 났습니다. 검찰새끼들이 관계사 간부들을 소환조사한다고 불러 들어 구속수감한 사람이 속출하고 있고........사건에 관련된 녀석들도 전전긍긍하며 동요하는 기색이 역역합니다.”
“십팔~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 된 거야. 있지도 않은 마약사건이 터지더니 언론플레이에 압수수색, 뇌물비리사건, 소환조사, 체포영장..........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모르는 힘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우릴 죽이려하고 있다는 느낌 없어. 참~~~ 한달사이에 강철파가 벼랑 끝까지 몰리다니........너희들 정말 집히는데 없이”
“저희의 적이야 이제 망해버린 성민이나, 갈치파 뿐입니다. 성민은 패가망신해서 도망쳤고, 갈치파는 지금까지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놈들입니다. 수원의 망치파, 의정부의 옥기방파 등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한 힘을 가진 세력은 없습니다.”
“그럼~~ 도대체 누구냐! 말이야. 이런 빌어먹을..........”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며 한 놈이 헐레벌떡 뛰어든다.
“형님~ 성민과 수창(부산 자갈치파 보스)이 서울로 상경했다는 정보입니다.”
“뭐~ 성민이놈과 수창이 놈이~.........어찌 수창이놈이 예전부터 수상하다 했더니 성민이 놈과 손을 잡은 모양이군...........참! 강철파가 약해 졌다고 이제 수창이놈까지 덤비려 듣는군. 성민이 놈과 수창이놈 어디로 이동한거야.”
“잘은 모르지만 부산에서 수백 명이 서울로 행했다는 보고입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다만 부산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상경하고 있다고 보고입니다.”
“수.......수백 명......아직도 상경해. 이것들이 내가 숨어 지낸다고 이젠 노골적으로 이빨을 드려내. 아직 나 강철이 안 죽었어........아이들 무장시키고 업소들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해. 사업체가 엉망이 된 지금 업소마저 망가지면 정말 큰일이다. 다들 뭐해 새끼들아. 당장 준비해. 그리고 넌 수창이 새끼하고 성민이 어디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이곳은 인천에 있는 갈치파의 사무실.........
작은 사무실에 수영과 성민 그리고 수창이 벽에 비취는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이들의 뒤쪽으로 사방신(四方神)과 사군자(四君子) 중 3명이가 있고, 몇몇 처음 보는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크린 앞에는 사군자 중 매(梅)가 지휘봉을 들고 설명하고 있었다.
벽에는 서울전역의 지도가 있고, 점점이 붉은 점과 파란 점, 검은 점이 찍혀 있었다.

“검은 점은 성철파의 근거지와 관리하는 업소들입니다. 파란 점은 천랑파의 근거지와 관리하는 업소들을 표시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붉은 점이 우리 갈치파가 자치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서울 대부부의 지역은 강철파의 수중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갈치파와 성민파 그리고 부산의 자갈치파는 앞으로 지도에 있는 검은 점들을 하나하나 지워야합니다.”

“저기 질문 있습니다. 강철파와 천랑파는 어차피 하나로 봐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아닙니다. 우리가 조사해본 결과 천랑파 보스는 현재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지요~”
“사군자 중 한명이 천랑파 보스인 천랑의 핸드폰에 추적 장치를 부착(기억하시죠. 수지가 수혼의 핸드폰에 부착했습니다.)그래서 천랑(天狼)이 어디로 움직이던 우리는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최근 신호가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 얼마 전부터 완전히 꺼져버렸습니다. 우리가 출입국관리사무실에 알아본 결과 천랑은 중국길림성으로 떠나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중국? 무슨 일로.”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다만 천랑이 한국에 없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강철파와 천랑파를 동시에 공격하긴 우리가 가진 힘이 부족함으로 천랑파는 건드리지 말고 먼저 강철파를 공격하여 빠른 시간에 강철파와 승부를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입니다.”

성민은 눈살을 찌푸린다. 강철파나 천랑파나 어차피 하나 아닌가? 강철파를 공격하면 천랑파가 가만있겠는가?
“천랑파가 가만있겠어요. 우리가 강철파 공격하고 있는 와중에 뒤통수 갈기면 대책이 당하지 않겠어요. 좀 무리라고 해도 양쪽을 모두 공략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그 점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천랑파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천랑파가 먼저 나서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무슨 소리죠. 강철파는 천랑파의 모체입니다. 아버지가 당하는데 아들이 가만있단 말입니까?”
“예~ 현재 천랑파를 이끌고 있는 사람은 천랑이 아닙니다. 미랑(美狼)김 호식과 그의 장인 유 길식이죠. 우리 조사에 의하면 그들은 강철을 무척 싫어합니다. 더 나아가 강철과 연을 끊고 싶어 하죠. 성민님도 호식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계시니 그의 성향을 아실 겁니다.”
“음~ 그놈이라면 그럴 놈이지. 만일 중간에 수혼 이놈이 돌아오면 어떻게 합니까?”

“천랑이 돌아와 우릴 공격하면 그때는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죠. 하지만 그때는 시기적으로 늦었을 겁니다. 우린 3일후에 전면전을 시작합니다. 천랑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10일만 지나면 강철파는 제기불능의 상태가 되 있을 겁니다. 우린 10일 안에 천랑이 돌아오지 않기만 바래야지요.”
“그런 거라면 내일당장 쳐들어갑시다. 3일씩이나 기다리는 이유가 뭐죠.”
“저희 갈치파는 오늘이라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부산에서 올라오신 여러분들은 피로가 쌓여 있을 겁니다. 또한 서울지리에 익숙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해서 2틀 동안 부산에서 오신들은 피로도 풀고 우리가 공격할 서울지리와 강철파 소속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익히시라는 겁니다.”

“음~ 동생 이들의 말이 맞아. 이틀간 쉬면서 강철파에 대해 공부 좀 하고 가는 것이 낮겠어.”
자갈치파 보스인 수창이 말하자 성민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래~ 어디서부터 공격하는 거지.”
“조직의 특성상 성민파, 자갈치파, 갈치파가 함께 움직이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우리 갈치파는 용산을 거쳐 서초, 강남, 송파, 관악 등을 공격하고 자갈치파는 용산을 거쳐 중구, 성동, 광진, 동대문을 공격해 주세요. 나머지 지역은 성민님이 맞아 주세요.”
“그럼 단숨에 서울전역을 공격하자는 말씀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강철에게 시간을 주면 우리에게 불리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듯 단번에 끝내야지 강철파에게 시간을 주면 강철파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전에 우리 측 전력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하긴 길게 끌면 언론에서도 떠들어 대고, 검찰이나 경찰들도 가만있지 않겠지. 좋습니다. 우리도 준비하겠습니다.”
“3일 후 저녁 7시에 영등포에 집결하는 것으로 하고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강철파는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민했던 강철의 머리도, 사방에 걸쳐있던 강철파의 그물망 같은 감시망도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사건에 엉망이 되었다. 강철파 조직원들은 강철파의 미래에 대해서 설왕설래하고 있었고, 많은 조직원들이 마음이 심란하여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들의 보스조차도 실종(?)된 마당이니 말해 뭐하겠는가? 강철파.............그들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짖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수혼은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산새가 지저귀고, 밝은 햇살이 창가에 비추는 것이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다. 수혼은 가슴과 어깨에 통증을 느끼지만 기분만은 상쾌했다.
“잠꾸러기 아저씨 일어났어.”
문이 열리며 링링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녀는 수혼이 깨어있자 빙긋 웃더니 옷 한 벌을 던져주었다.
“그거 입고 빨리나와..........지금 식사해야 하니까 빨리 나와야 해”
링링이 문을 닦고 나가자 수혼은 링링이 던져준 옷을 보았다. 흰색으로 한복을 개량했음직한 도복으로 어제 보았던 국선도 제자들이 입고 있던 옷이다. 어제 노인과 한동안 이곳에서 무공을 수련하겠다고 한 약속이 생각난다.

수혼이 밖으로 나오니 링링이 기다리고 있었다. 링링은 수혼의 아래위를 살펴본다.
“괜찮아. 움직일 만 한가보네.”
“억지로 참고 있는 거야.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상처가 울려 죽을 것아.”
“정말~ 어떻게............아저씨 내가 엎어줄까?”
“하하하~ 친절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네............식사하는 장소는 어디야.”
“음~ 아저씨는 우리와 함께 먹으면 돼~ 저기 안보여 할아버지 기다리시는데”
“그래 가자.”
초가집의 마루에 상이 차려져 있고 노인이 수혼과 링링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에는 육류는 없고 야채로 만든 반찬과 밥이 전부였다. 하지만 야채가 싱싱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라 수혼은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아저씨 먹을 만해. 여기서는 육류를 구하기 힘들어서 주로 야채만 먹어. 그래도 밭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이라 싱싱해. 많이 먹어”
“맛있어. 누가 만든 거야.”
“허허허~ 링링이 만든 거라네. 녀석이 오늘따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더니.........알고 보니 자네주려고 만든 모양이야. 이 할아비에겐 먹어보라는 소리도 안하네 그려.”
“할아버지 삐졌어. 피~ 어른이 그런 걸 가지고 삐져........할아버지도 많이 드세요.”
“아이고~ 엎드려 절 받기네 그려~ 하하하”

식사가 끝나고 수혼과 노인은 산을 올라갔다. 링링도 두 사람을 졸졸 따라온다. 노인은 수혼을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으로 안내했다. 폭포는 높이가 50미터는 넘는 직하고 넓이도 20미터 쯤 되는 거대한 폭포였다.
“이곳이 내가 검을 수련하던 곳이네. 저기 바위가 있으니 같이 앉지. 링링도 오거라”
세 사람은 폭포 밑에 있는 넓은 바위에 걸터앉았다.
“지금부터 무도에 대해 논해보세. 자네에게 국선도의 권법이나 검법은 필요치 않을 거네. 다만 난 자네에게 무도의 길을 알려주고 싶어. 링링도 잘 들어야 한다.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알았어요.”

수혼은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모른 체, 이곳 연변에서 새로운 무도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음양도와 국선도의 만남..........그것이 수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


ps : 한동안 한 작품(?)만 쓰다보니 약간의 짜증(?)이 나서 잠깐 방황했습니다. 전편에 많은 분들이 리플 달아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힘내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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