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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풍운(雷霆風雲) - 1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20 697회 0건
어리석은 어린비입니다.
다른 연재를 전부 내린 건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전부 저의 미숙함 때문이고 저의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신다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공인급 인간성을 바라지 말아주세요.
닉네임 그대로 저는 생각이 어립니다. 조금씩 세상을 배워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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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자리 근처의 블랙홀이 붕괴되면서 생긴 시공간의 왜곡현상이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에 까지 다다른 것은 그 행성의 인류가 사용하는 연표로 AD 2000년경이었다. 웜 홀과도 유사한 이 불안정점은 그 행성의 북반구 위도 37.5도, 경도 동경 128도 부근에서 아무 일 없이 소멸되었으나 그 영향권 내에는 한 청년이 있었다.

제 1 장 북망산(北邙山)


콰르릉!
시퍼런 번개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박살내며 내리꽂혔다.

-북망산(北邙山)!

동주(東周) 이래 낙양(陽) 일대의 공동묘지로 쓰여 망자(亡者)의 귀역(鬼域)이 된 이 북망산은 지금 초여름 폭우(暴雨)의 횡포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작렬하는 벼락의 섬광에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내는 크고 작은 무덤들의 그림자는 한층 괴기스럽게 보였다.

“헉헉!”

폭우에 잠긴 북망귀역을 연신 넘어지고 엎어지며 달리는 청년이 한 명 있었다. 나이는 이십 이 삼 세 정도,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 이목구비는 훤칠한 편이었지만 일신에 걸친 의복은 특이하기 그지없다. 빗물에 많이 쓸려 내려가긴 했지만 얼굴에는 검댕이 같은 것이 묻어 있고 알록달록한 무늬의 옷에는 이상한 주머니 따위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머리에는 동그란 바가지같이 생긴 것을 쓰고 손에 든 것은 특이한 모양의 쇠막대기에 신은 이상한 모양의 검은 색 가죽신이니 어리석은 촌부가 봤다면 요괴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 사람이었다. 다른 차원의 인간

“미치겠네. 망할 소대장 같으니라고, 사관학교씩이나 나와서 지도 하나 제대로 못 보냐!”

청년은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누군가를 원망했지만 멈추지 않고 연신 흘러내리는 빗물을 훔치며 앞으로 내달렸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지는 오래였다. 그저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무작정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으앗.”

-콰당탕!

청년은 무언가에 발이 걸려 진창 속으로 나뒹굴었다.

“헉”

얼굴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며 몸을 일으키던 청년은 다음 순간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떴다. 그가 걸려 넘어진 것이 한 구의 시체였기 때문이다. 청년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랐다. 하지만 워낙 비현실적인 상황인터라 그는 이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시체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는 사내였다. 헌데 그 시체에는 몇가지 기이한 점이 있었다. 먼저 그 시체의 얼굴은 아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극도의 희열(喜悅)을 맛보다가 죽은 듯한 표정인 것이다. 두 번째로 기괴한 것은 그 시체의 몰골이었다. 본래 건장했던 그 사내의 몸은 흡사 바람 빠진 풍선같은 것이다. 마치 누군가 그 사내의 정혈(精血)을 남김없이 뽑아먹은 한 형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사내의 하의는 무릎까지 벗겨져 있었다. 그 통에 쪼그라든 사내의 상징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 볼품없이 드러나 있었다.

‘이건 뭐냐! 재..재수 없게.. 이.. 이 차림은 무슨 고려짝 에나 입을 것 같은데. 이 근처에 영화세트장이라도 있나.’

청년은 전율하며 급히 시체에서 물러섰다. 예전에 듣거나 보았던 괴기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하게 솟아올랐다.

청년은 모르고 있었지만 북망산에는 밤마다 한 명 무시무시한 여귀가 출몰하여 사내들의 정기를 빨아먹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미 수백명의 사내가 그 여귀에게 희생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여귀를 흡정여귀(吸精鬼)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괜히 더 재수없는 꼴 보기 전에 빨리 산에서 내려가는 게 좋겠다. 내일 아침까지 숙영지로 못 돌아가면 영창 4박 5일은 기본이다. 아니지 아니지. 시체발견하면 포상휴가라는 말도 있던데.. 이거 보고만 해도.’

청년은 무서운 느낌을 없애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귀신이 덤벼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을씨년스런 무덤들이 빗물에 씻기고 있을 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 씨바. 이 지역에 처음 와보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 이렇게 무덤이 많아졌지.. 게다가 비석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고, 썩을 막대기들만 꼽아져 있으니.. 젠장 졸라 으스스하네.’

청년은 이곳에서 한시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빛을 반짝였다.

‘불빛이다!’

청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앞쪽에서 희미하긴 했지만 불빛이 아른 거리는 것이 보였다.

‘살았다! 이 근처에 민가가 있을 리는 없으니 약수터라도 되나 보다, 뭐 그러면 하다못해 작은 표지판이라도 있겠지.’

청년은 기쁜 마음에 무작정 불빛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불꽃에 이끌려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____________

“약수터가 아니었군.”

청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서 있는 곳은 돌을 쌓아 만든 오래된 고묘(古墓) 앞이었다. 어두컴컴한 비바람 사이로 비치는 고묘의 묘실(墓室)은 흡사 거대한 괴물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청년이 발견한 불빛은 바로 그 고묘의 묘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텅 빈 묘실의 중앙,
목관(木棺)의 부서진 조각 따위를 쌓아 피운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청년이 멀리서 본 불빛은 바로 그 모닥불의 불빛이었다.
청년은 잠시 묘실 밖에 서서 안쪽을 살폈다. 하지만 묘실의 안쪽에는 모닥불만 타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이거 설마 무덤인가. 우리나라에 이런 데도 있었냐. 무섭긴 하지만 일단 들어가서 젖은 옷이나 말리고 보자! 이 비속에선 어차피 길 찾긴 글렀다.’

청년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견디지 못하고 묘실 안으로 주춤 주춤 들어갔다.

묘실 안은 이미 피워져 있는 모닥불로 인해 의외로 아늑하고 따뜻했다. 아마도 불을 피워놓은 주인이 근처에 있을 것 같았지만 그로서는 오히려 그쪽이 좋았다. 처음에는 바싹 긴장했던 청년도 이내 몸과 마음이 풀려 느긋해졌다.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 흥. 씨바 될 대로 되라지.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잘못은 하나도 없으니까.”

일단 생각을 편하게 해자. 느긋한 미소까지 지어졌다.

‘소대장이 길을 제대로 찾았더라도 이 비속에서 새벽까지 지랄하고 뛰어다녀야 했을 거 아냐. 차라리 잘 榮?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일단 손목시계로 알람이나 맞춰 놓고 자다가 날이 새면 나가자. 에효~ 뭔가 분위기가 무서운 게 이 불을 피워놓은 사람이나 빨리 왔으면 좋겠구만. 불쌍한 군바리한테 먹을 거 하나 안 나눠주겠냐.’

그렇게 생각하니 배가 고파왔다. 청년은 모닥불가로 바짝 다가앉아 본격적으로 옷을 말리기 시작했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바가지 비슷한 모자를 벗고 몸에 두른 이상한 보따리와 조끼, 요대를 벗어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는 특이한 쇠덩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씨. 그냥 자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 제대로 수입은 안하더라도 물기는 닦아놔야겠지. 내일이면 녹슬어서 분해도 안 될 텐데.”

청년은 짜증을 부리며 그 쇠덩이를 일일이 분해하기 시작했다. 벌써 녹이 슬었는지 잘 되지 않는 듯 했다.

“이게 다 망할 쏘가리 때문이라니까.”

청년은 푸념을 내 뱉으며 몇 시진 전을 떠올렸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육군 제삼군사령부 수도군단 십칠사단 백이연대 일대대 이중대 일소대가 청년이 속해 있는 곳이었다. 청년은 현재 병장이라는 계급으로 일소대의 일분대장이었다. 제대 혹은 전역이라고 불리우는 것을 석 달 정도 남긴 그는 군단 에프티엑스라는 훈련을 위해 계양산으로 그가 속한 단체의 동료들과 함께 오게 되었다.

제발 무사히 제대하는 것을 필생의 소원으로 하고 있는 청년은 이번 훈련도 그냥 넘어가기만을 바랬다. 그런데 두달 전 소대장이 된 최현동이 문제였다. 이소대와 삼소대장은 본래 학사장교라는 출신인데 비해 일소대장 최현동은 삼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온 재원으로 군생활에 열의를 가진 인물이었다. 이번 침투작전도 삼소대가 나가야 하는 것을 최현동이 지원해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그런 주제에 예전 CPMX 때 훈련지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던 것이다. 출발은 오후 일곱시에 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 날이 어두워지며 그들 소대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청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평소에 사병들을 무시하는 소대장의 언동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다, 어차피 말해도 좋은 소리를 들을 리도 없다는 생각으로 어디까지 가나 두고 보자며 말없이 뒤를 따라갔었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길이 험해지자 청년은 어쩔 수 없이 첨병과 자리를 바꾸어 앞으로 나섰다. 다행히 얼마 후 익숙한 지형이 나왔다 싶어 소대장에게 보고를 하려고 했는데 P96k가 먹통이었다. 하는 수 없이 뒤로 돌아가려하니 갑자기 대기가 음산해지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그도 길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계양산이 이렇게 큰 산이었던가. 뭔가 이상하게 다르단 말야. 아무리 빗속이라 해도 불빛 하나 없고 하다못해 송전탑 하나 안 보이냐.”

그가 산에서 훈련을 할 때면 표지로 이용하기 가장 쉬운 것이 송전탑이었는데 그것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다. 송전탑은 밤이 되면 붉은색 등이 깜빡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두울 때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청년은 무척 혼란에 빠져 있었지만 청년의 회상은 이 세계에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원을 이동한 것이었다.

바로 그 때였다.

갑자기 한줄기 세찬 비바람이 묘실 안으로 들이쳤다.
‘헉’
그 바람에 오싹한 한기를 느끼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청년의 두 눈이 다음 순간 찢어질 듯이 부릅떠졌다.
한 명의 여인이 언제부터인가 묘실의 입구에 유령과도 같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귀…귀신?’

청년은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호호! 이게 웬 길잃은 어린 양이신가?”

그 때 문간에 서 있던 여인은 깔깔 웃으며 한 걸음 성큼 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기이했다. 은쟁반에 옥구슬이 흐르는 듯하여 소녀의 그것 같이 해맑은가 하면 요요하고 끈적끈적하여 사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여인의 웃음소리에 청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와 함께 모닥불의 불빛에 비친 여인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여인의 모습을 살피던 청년의 얼굴이 다음 순간 새빨갛게 물들었다. 여인은 오랫동안 빗속을 헤맨 듯 온몸이 흠씬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서른 전후, 삼단같은 머리카락을 풀어헤쳤고 몸에는 얇은 분홍색 나삼을 걸치고 있었다. 그 분홍색 나삼은 빗물에 젖어 온통 여인의 살갗에 찰싹 휘감겨 있었고…, 젖은 옷을 통해서 육감적이고 뇌살적인 여인의 몸매가 그대로 내비쳤다. 다소 살이 찐 듯이 보이는 풍만한 몸매에 상아같이 뽀얀 목덜미, 그 아래로 무겁게 매달린 한 쌍의 육중한 젖무덤…,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쪼개어 놓은 듯한 한 쌍의 젖가슴은 여인이 숨을 쉴 때마다 물결치듯 아래위로 출렁리며, 은은히 비처 보이는 젖꼭지는 선명한 자국을 내며 옷을 찢을 듯 밀어내고 있었다.

여인이 묘실로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자극하는 도발적인 육향(肉香)이 사방에 가득 찼다. 이 여인이 걸친 나삼은 너무 얇고 비에 젖어 있어 속살이 그대로 내비쳐 보이기까지 했다. 여인은 젖은 치마를 일부러 살짝 벌려 보이며 도발적인 미소를 흘렸다. 그 통에 상아빛의 미끈하고 통통한 허벅지가 드러나 보였다.

그 한 쌍의 옥주(玉柱)가 모이는 곳에는 거뭇거뭇한 수림이 안개에 젖어 몽롱한 형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삼각형의 수림지대는 청년의 숨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러나 청년의 이성을 깨운 것은 공포였다. 이런 날씨에 이상한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신비한 여인이라니,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 여인이 귀신이 아니라면 미친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의 몸에서는 이해 못할 현상이 벌어졌다. 아랫배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불끈 치솟으며 다리 사이로 그의 귀염둥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이 느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뭐냐!’

청년은 실색을 했으나 그럴수록 그의 남성이 자라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청년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욕정이었으나 그것은 여인이 암중에 발출한 색공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의 일부는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자라났다. 무쇠같이 단단해진 그것은 흡사 끊어져 나가는 듯이 아프게 느껴졌다.

“호호! 이 누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꼬마야.”

무서운 염기와 육향을 흘려내던 나삼여인은 자신의 의도대로 청년의 허리 어름에 치솟은 물건을 발견하고는 득의의 교소를 흘렸다.

“아줌마 뭐야.”

청년은 벌떡 일어나 여차하면 덤벼들 자세를 취했다. 위태로워 보이는 그 모습에도 여인은 의외라는 듯이 눈동자를 반짝였다.

“호호! 제법이네? 하지만 참으려고 하지마라. 누나가 곧 편하게 해줄 테니…!”

미소부는 요염하게 허리를 흔들며 청년에게 다가섰다.
그녀가 다가서자 그녀의 육체에서 풍기는 달콤한 육향은 한층 더 짙어졌다. 그것은 흡사 잘 익은 미주(美酒)의 주향같아 청년을 몽롱하게 취하도록 만들었다.

‘뭔가 이상해. 내가 아마.. 여우나 도깨비에 홀렸나 보다. 정…정신을 잃으면 안 돼!’

청년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앞으로 다가서는 무르익은 여체에서 시선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거미줄에 걸린 가엾은 나방에 불과했다. 이미 여인의 사술에 깊이 빠져버린 청년은 눈앞에 압도해오는 여체에 전율하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어떤 기대감이 그를 열기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의 하체에는 뜨거운 기름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어디론가 후련하게 토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그것을 받아줄 나삼의 미소부가 있었다.

여인은 청년을 모닥불 옆에 뉘였다. 청년은 왠지 모르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나무토막같이 누웠다. 그런 그의 하의에 여인의 섬섬옥수가 닿았다.

그러나 여인은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청년의 옷을 어떻게 벗겨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인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그녀가 따먹은 남자만 해도 수백, 한 번도 옷을 벗기지 못한 적은 없었다. 아니 그녀가 옷을 벗기려고 하기도 전에 스스로 하의를 까 내리고 그녀에게 덤벼들었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그녀의 유혹을 저항하려 하는 것도 모자라 옷마저도 그녀의 행사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청년을 제대로 살펴봤다. 그녀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복장에 키는 육척에 가까운 장신인데다 체격도 탄탄해 보인다. 환속한지 얼마 안 된 중처럼 짧은 머리카락 아래의 얼굴은 시커먼 검댕같은 것이 묻어 있어 지저분해 보였지만 나름대로 준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무공을 익힌 흔적은 전혀 없는데도 일반인에 비해 심력도 강한 듯하다.

‘설마. 내가 알지 못하는 세외에서 온 자인가. 호호 더 좋은 데.’

-찌지직!
청년은 젖은 자신의 바지가 간단히 찢겨지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찢겨진 바지 속에는 딱딱한 육봉이 암녹색 속옷을 불끈불끈 들어 올리고 있었다. 여인은 주저하지 않고 남은 속옷마저 찢어버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불끈 튀어 오르는 뜨거운 육괴! 청년의 일부는 꽤 훌륭한 편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귀두를 감싼 표피가 잘려나간 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본래 청년이 살던 곳에서 사내의 포경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미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다른 양물에 흥분과 기대로 바르르 몸을 떨었다.

“어머! 꼬마, 처음인가 보네.”

미부는 몸을 떨며 청년의 그것을 탐욕스런 눈길로 노려보았다. 미부는 청년의 반응과 냄새로 청년이 동정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훈련 때문에 거의 나흘 동안 씻지 못한데다 비에 젖기 까지 한 청년의 하체는 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미부에게는 그것마저 싱그럽게 느껴졌다.

“호호! 극락이 지상에도 있음을 이 누나가 알려주겠어요!”

미소부는 거칠게 숨을 할딱이며 섬섬옥수로 청년의 양물을 보듬어 쥐었다.

‘윽!’

청년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불에 달군 쇳덩이 같은 실체를 움켜쥐는 더할 수 없이 보드랍고 서늘한 여인의 섬섬옥수…! 그 강렬한 느낌에 청년은 눈앞에 찬연한 불꽃이 튀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아랫배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맹렬히 들끓어 올랐다. 그것은 일제히 비등하여 입구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갔다. 성기(性器) 발랄한 나이에 이년동안 연금과도 같은 생활을 하고 지냈기에 억제당하고 있던 지극히 부드러운 자극에 자제심을 발휘하기란 개미가 사자를 물어 죽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호호! 이렇게 빨리?”

미부의 눈꼬리가 상큼 올라갔다. 그녀는 순간 청년이 어떤 상태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여인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청년의 일부를 더욱 교묘히 싸쥐고 위아래 훑었다.

“큭!”

청년은 그 자극에 견디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었다. 미부는 이어서 한껏 입을 벌리더니 청년의 하체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육봉은 거침없이 여인의 목젖을 지나 깊숙이 박혔다. 미부는 청년의 기둥에 혀를 댔다. 울퉁불퉁한 불거진 핏줄을 통해 그의 박동을 느꼈다. 그의 양물은 점점 뜨거워졌다. 여인의 혀가 그 뜨거운 기운을 식혀 주려는 듯 그의 자지에 칭칭 감기기 시작했다.

청년으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엄청난 쾌락의 폭주 속에 자신의 실체가 뜨거운 어딘가에 들어갔음을 느꼈을 뿐이었다. 물을 마시는 듯한 야릇한 소리, 하체를 간질이는 여인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의 감촉, 불기둥을 휘감고 도는 미끈덩한 연체동물같은 물체…!

강렬한 전율이 정수리에서 일어나 등골을 타고 꼬리뼈로 빠져나갔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무수한 불꽃이 명멸했다. 그는 화려하게 종말에 이른 것이다.

그의 정액은 한 방울도 밖으로 흐르지 않았다. 꿀꺽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고묘바깥에는 비바람 소리가 요란하건만 청년의 귓가에는 그녀가 자신의 분신을 삼키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듯했다.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차례 폭발을 일으켰던 그의 민감한 실체는 힘을 잃고 위축되려 했으나 여인이 육봉에 묻은 정액을 남김없이 핥아내며 미끈한 혀로 휘감고 어르자 다시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여인은 자세를 바꾸었다. 그녀는 청년의 가슴에 완전히 올라타 하체가 청년의 얼굴 위를 향한 자세를 취하고 열심히 머리를 움직였다.

“…!”

청년은 전율했다. 자신의 얼굴 위에 무릎을 꿇고 다리를 벌린 여인의 자세로 인해 벌어진 치마 속으로 그 안쪽이 적나라하게 보인 것이다.

그곳에는 모든 사내의 동경이 있었다. 미끈하고 탄력 넘치는 허벅지, 벌어진 그 백옥기둥 사이로 깊고 깊은 계곡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기 젖은 수림이 빙기옥골 같은 새하얀 피부에 달라붙어 그 안에 숨기고 있던 여인의 비역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스름한 그늘 속에 깊숙이 갈라진 그 부분은 이미 반짝이는 온천수를 흥건하게 머금고 있었다. 습기찬 소리를 내면서 그곳은 모든 것을 끌어들일 듯한 음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것들이 마치 별개의 생명체처럼 숨 쉬는 모습은 동정의 몸인 청년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진짜다.’
과연 이것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가끔 보던 그 추잡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쯔업, 쯔읍 쯔으읍

청년의 육봉을 머금은 여인의 입에서는 천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음란한 소리가 끝없이 흘러 나왔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목을 격렬하게 흔들면서 청년의 육봉을 마치 입안에서 핥아 녹이려는 듯에 혀를 휘감고 입술로 조여 댔다. 그녀는 자신의 타액으로 범벅이 된 육봉을 내뱉고는 다시금 아래쪽의 두 구슬을 받쳐 들고 한쪽씩 번갈아가며 입안에 머금고 혀로 구슬을 굴려가며 세차게 흡입했다.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청년의 육봉이 한 번 더 팽창하며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그 깊고 유현하며 본능적인 균열 속에 자신의 분신을 찌르고 싶었다..

청년의 물건을 입에 물고 있던 나삼미부도 청년의 욕망을 깨달았는지 물고 있던 구슬을 살그머니 뱉어내며 말했다.

“호호! 원하는 대로 해 주겠어 꼬마야!”

그녀는 요요하게 웃으며 청년의 하체에서 얼굴을 떼었다. 청년의 육봉은 모닥불 빛에 번들번들하게 빛나며 묘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지난 십 년 동안 어떤 놈도 나 칠색화모의 보물을 즐기지 못했단다. 그럴 자격이 있는 사내가 없었던 탓이지!”

미부는 간절한 눈길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청년의 뺨을 쓰다듬었다.

칠색화모(七色花母)! 그것이 미부의 이름인 듯했다.

“너란 아이는 정말 묘한 구석이 있구나. 이 누나를 이렇게 뜨겁게 만든 것은 네가 처음이야!”

칠색화모는 할딱이며 몸을 떨었다. 그녀 역시 욕화(慾火)에 몸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칠색화모는 단내를 풍기며 청년의 손을 쥐어 자신의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

다음 순간 청년은 전율했다.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열탕 같은 칠색화모의 음부 속으로 그의 손가락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흐흥! 모두 네탓이다! 나를 이렇게 흥분하게 만들다니…!”

청년의 손가락을 자신의 비역에 밀어 넣은 채 칠색화모는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의 손가락이 칠색화모의 축축한 균열 속에 박힌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몸에서 홍수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칠색화모의 흠뻑 젖은 속살을 휘저었다. 칠색화모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청년의 손가락에 반응했다. 눈앞에서 샘솟아 나오는 애액이 청년의 입가에 똑똑 떨어져 내렸다.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핥았다. 시큼한 맛이 느껴졌다.

“호호! 그 벌로 너는 내 안에서 녹아 버려야만 한다, 귀여운 것!”

그녀는 청년의 위에서 일어나 할딱이며 치마를 걷어 올렸다. 어둠속에서 성숙한 여인의 여체가 하얗게 떠올랐다.

칠색화모는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 올린 자세로 청년의 하체위에 다리를 벌리고 섰다. 청년은 눈을 부릅뜬 채 그녀의 중심부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녀는 한손으로 분홍색 균열을 벌렸다. 검은 수림으로 뒤덮인 계곡 안에서 생경한 형태의 괴물이 탐욕스럽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칠색화모는 흥분으로 할딱이며 천천히 청년의 몸 위에 걸터앉았다. 쪼그려 앉은 그녀는 여전히 한 손으로 자신의 균열을 벌린 채로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타액으로 흠뻑 젖은 청년의 터질 듯이 충혈된 양물을 쥐고 자신의 중심부로 이끌어갔다.

청년의 몸이 작살 맞은 물고기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불덩이 같은 그의 예민한 귀두 끝에 미끈덩한 점막이 와 닿은 것이다. 그곳은 흡사 뜨거운 뻘같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칠색화모도 전율적인 쾌감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아주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눌렀다. 난숙한 여인의 육중한 둔부가 청년의 굳건한 하체를 깔고 앉았다.
한 치 한 치 결합되는 두 개의 육체! 여인은 아끼는 과자를 먹듯 조금씩 청년을 음미하며 받아들였다.

“하아. 아앙 좋아.”

칠색화모의 교태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청년은 순간적으로 허리를 들어 올려 찔러 넣었다.

“!!”
“아.. 하아아악..!!”

청년은 너무나도 강한 쾌락에 바로 사정해 버릴 것 같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그 곳은 지금까지의 자위같은 걸로는 맛볼 수 없었던, 청년이 상상하던 이상의 무서운 쾌락의 늪이었다. 축축하게 습기 찬 살집들이 움찔움찔 청년을 단단히 감싸면서 정말 말할 수 없는 자극이 머리를 하얗게 했다. 뜨겁고 미끈덩하며 꼭꼭 옥죄어드는 늪지의 긴축감에 청년은 몸부림치며 허우적대었다.

그런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탄력 넘치며 더할 수 없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한 쌍의 살덩이가 그것이었다.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눈앞에 있는 풍만한 유방을 활짝 펴서 움켜쥐었다. 찰흙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유방은, 청년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 넘쳤다. 그는 그 풍만한 유방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그가 음탕한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유방을 꽉 갑자기 움켜쥐자, 부들부들 칠색화모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신이 나서, 매혹적인 유방을 양손으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듯이 주물렀다. 자신의 손목까지 파묻히는 풍만함과 부드러움. 청년은 미친 듯이 그 육괴를 주무르고 이지러트렸다.

“귀…귀여운 것! 흐응 좀더 거칠게…!”

칠색화모는 뜻밖의 반격에 기꺼워하며 자신도 힘있게 둔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억!’

청년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졌다. 그의 육봉이 일거에 뿌리까지 여인에게 수용당한 것이다.
사실 칠색화모는 오랫동안 천하제일요부(天下第一妖婦)로 불리어온 희대의 탕녀였다. 그녀의 방중기교는 가히 일품(一品)이며 육체는 천하명기(天下名器)라고 할 수 있었다. 동정의 몸인 청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자극인 것이다.

꿈틀꿈틀 제멋대로 옥죄어드는 칠색화모의 그것은 흡사 별개의 생명을 지닌 연체동물같았다. 마치 한번 들어온 단단하고 우람한 육봉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질벽은 여러 곳에서 마치 거머리처럼 제멋대로 옴죽거리고, 더 깊은 안쪽에서는 거칠거칠한 주름이 사방에서 조여오고 있었다. 이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칠색화모도 마찬가지였다.

“호호! 너는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소유한 것이다! 내 치마 아래 고혼이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해주마!”

그녀는 청년의 몸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결처럼 움직이는 그녀의 둔부가 어둠속에서 달덩이처럼 허옇게 떠올랐다. 청년은 여체에 깔린 채 극락경을 헤매었다.


“하아하아하아, 더 깊이 ···아우우 ··더 세게”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며 청년의 물건을 받아들였다. 넘쳐나는 힘으로 맥동하는 커다란 육봉이 마치 질퍽한 늪지와도 같은 그녀의 비좁고 구불구불한 동굴 속으로 들어와, 그녀의 내밀한 자궁을 헤집을 때마다 칠색화모가 느끼는 쾌락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흐........응, 아 아.....”

풍만한 유방이 흔들리며 청년의 손 안에서 이리 저리 움직였다.

“아응 우우”
“우우”

청년은 손안에 가득 차오는 부드러운 살결의 탄력 있는 젖가슴을 쥐어짜듯 주무르며, 풍성하고 육중한 엉덩이로 자신의 하복부를 내리찍는 칠색화모의 율동에 맞춰 자신도 밑에서 허리를 쳐 올리기 시작했다. 뜨거운 욕정이 마치 열병과도 같이 두 사람을 휩쓸면서 더욱 가열 되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허리와 허리가 부딪치며,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되어 있는 두 사람의 은밀한 결합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아침이슬처럼 청년의 하복부를 적셨다.


“아, 아, 아, 아, 아 아”

신체가 푸들푸들 흔들릴 때마다 칠색화모의 반쯤 열린 입에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때마다 결합부에서는 거품이 섞인 투명한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의 몸 속 깊고 깊은 곳에 정말로 오랜만에 남자의 물건이 삽입되어 있는 느낌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시원하면서도 끈적한 쾌락이었다.

연분홍 꽃잎은 연신 강인한 붉은 기둥을 깊이 머금었다가 토해 내기를 반복하였다. 그녀가 엉덩이를 움직일 때마다 청년의 육봉이 속살을 화끈하게 마찰하며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는지라 칠색화모의 허리놀림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숨결은 점점 가빠오고 쾌락의 파고도 높아만 갔다. 칠색화모의 녹아내릴 것 같은 절묘한 조임이 청년의 정액 방출을 재촉했다

‘오냐! 어서 동정지체인 너의 순양지정(純陽之精)을 내게 다오! 네 덕분에 나의 소녀잔양신공(素女殘陽神功)은 몇 년은 앞당겨 완성될 것이다!’

칠색화모의 눈빛이 희열과 기대로 물들어갔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육체의 쾌락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 가지 상고마공(上古魔功)을 연마하기 위해 사내들의 양정(陽精)이 필요했다. 그녀가 바로 북망산에서 출몰한다는 흡정여귀(吸精鬼)인 것이다!

사실 칠색화모는 지금껏 입으로 사내들의 양정을 갈취했었다. 그녀가 직접 자신의 육체를 사용한 것은 실로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제 잠시 후면 청년은 자신의 순양지정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소문속의 흡정여귀에게 갈취당한 뒤에 말라죽을 것이다. 그가 조금 전 걸려 넘어졌던 시체처럼…,

차원이동을 해오자 마자 복상사(腹上死), 아니 복하사(腹下死) 라니 실로 전무후무한 위기라 해야 할 순간이었다.
헌데 바로 그 때였다

“요망한 것!”

-피잉!
돌연 고묘 바깥에서 침노한 일갈이 터지며 무엇인가가 벼락같이 날아들어왔다. 찬연한 광휘에 덮인 채 흡정여귀의 등판으로 날아든 물체! 그것은 한 자루 보검(寶劍)이었다.

“학!”

청년의 몸 위에서 열심히 둔부를 흔들던 칠색화모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청년의 몸 위에 납작 엎드렸다. 그 바람에 청년의 얼굴은 거대한 유방에 짓눌려 버렸다.

그사이 어검술(馭劍術)로 날아든 보검은 간발의 차이로 칠색화모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기에 스친 그녀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흩어져 흩날렸다.

“뇌정어기검강(霆御氣劍剛)! 뇌정천왕(霆天王)이냐”

칠색화모는 낯이 새파랗게 질려 공포로 떨리는 음성으로 외치며 자신의 몸 깊숙히 박혀 잇는 청년의 육봉을 뽑아내고 질풍같이 묘실 밖으로 튕겨나갔다. 그녀의 그 운신법은 가히 절정에 이르른 것이었다.

“본좌의 눈에 띈 이상 달아날 곳은 없다 칠색화모! 네가 비록 마교사흉신(魔敎四凶神)의 일인이라 해도…!”

-쩌쩡! 콰아아아!
그러나 예의 사나운 폭갈이 다시 일며 스쳐 지나갔던 보검이 맹렬히 방향을 틀어 날아왔다.

“흑! 회륜어검술(廻輪馭劍術)까지…!”

다리사이로 희끄무레한 애액을 흩뿌리며 막 묘실 밖으로 뛰쳐나갔던 칠색화모의 입에서 자지러드는 비명이 터졌다. 그 사이 찬연한 광망에 휩싸인 보검은 그녀의 옆구리로 와락 들이닥쳤다. 칠색화모의 육감적인 육체가 영락없이 보검에 산적꼬치가 될 판이었다.

바로 그순간,
휘청이던 칠색화모의 교구가 돌연 한 겹 은은한 핏빛을 띤 금광(光)에 뒤덮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저녁무렵의 낙조(落照)와도 같은 빛이었다.

“소녀잔양신공(素女殘陽神功)!”

어디선가 놀람에 찬 경호성이 들렸고, 그 직후 어검술로 날아든 보검과 칠색화모가 일으킨 혈금광(血光)의 노을이 부H혔다.

-따다당! 콰우우웅!
흡사 철벽을 두드리는 듯한 요란한 금속성이 터지면서 사위는 강렬한 돌풍에 휘말렸다. 강호무림을 통틀어도 보기 드문 두 가지 절세신공(絶世神功)이 충돌을 일으킨 결과였다.

-두두두!
고묘 전체가 양대신공의 충돌여파로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바…바득! 뇌정천왕 능천휘(天輝)! 이 빚은 곧 네 마누라가 갚아야 할 것이다!”

장내를 휩쓰는 돌풍 속에서 고통과 독기에 가득 찬 여인의 교갈이 터졌다. 그것은 물론 칠색화모의 음성이었다.

‘도…도대체 무슨 일이지?’

한창 환락경을 헤매다가 혼자 남겨진 청년은 급히 하의를 추스르고는 황황히 고묘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막 고묘 밖으로 나서려던 청년은 움찔하며 멈추어섰다.

“…!”

고묘의 입구에는 흩날리는 비바람을 맞으며 한 명의 중년장한이 그에게 등을 보인 채 거목같이 우뚝 서 있었기 때문이다.

칠색화모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고묘앞의 바닥을 흐르는 빗물에 검붉은 핏물이 번지고 있음이 언뜻 눈에 띌 뿐이었다. 아마도 칠색화모는 방금전의 일전에서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고 달아난 듯했다.

“흐음! 그 요망한 것이 이미 소녀잔양신공을 팔성(八成) 가까이 이루었을 줄이야!”

청년에게 등을 보이고 서 있던 장한은 침음성을 내며 천천히 돌아섰다.

“…!”

장한의 얼굴을 본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나이는 사십대 후반 정도, 한 마리 숫사자를 연상시키는 웅휘하고도 패도적인 인상이 청년을 압도한 것이다. 얼굴의 하반을 뒤덮고 있는 짙은 구레나룻은 장한의 인상을 한층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장한은 잠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흡사 거미줄에 걸린 나방이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네…이름이 무엇이냐?”

이윽고 장한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네…넷 병장(兵長) 이현성(賢成)입니다!”

청년은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대고 말았다. 취사장에서 밥 먹을 때 사단장이 말을 건 것보다 더 떨렸다.

“병장…?”

장한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 안으로 되뇌었다.

‘특이한 청년이군. 이 아이 역시 뭔가 있는 것 같구나.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내게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 유감스럽구나!’

장한의 눈가로 한가닥 아쉬운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내 이름은 능천휘(天輝)라 한다. 강호의 친구들은 뇌정천왕(霆天王)이라는 과분한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다.”
“아! 네넷.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청년 이현성은 자기도 모르게 거수경례를 했다. 뇌정천왕 능천휘는 이현성의 이상한 행각을 신경 쓰지 않고 흘깃 밖을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주위에는 흉사(凶邪)들이 횡행하고 있어 극히 위험하다. 그러니 소형제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으나 날이 밝을 때까지 이곳에 은신해 있다가 하산하도록 하게.”
“흉사라니요? 요즘 세상에 무슨?”
“흠….”

능천휘는 이현성의 되물음에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호무림을 통틀어 가장 사악한 마두들인 사대흉신(四大凶神)이 북망산에 몰려왔다는 말이네. 사실 그 자들은 본좌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경거망동만 하지 않으면 소형제에게는 별 위해가 없을 것이네.”

‘이 아저씨가 무협지를 너무 많이 봐서 미쳤나. 그러고 보니 그 여자도 미친 것 같았는데 둘이서 싸이코 드라마라도 찍는 건가.’

너무도 황당한 대답에 이현성은 조금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제야 아래위로 훑어보니 과연 복장 역시 무협드라마에 나올 듯한 모습이다. 황당함이 갈수록 더해지니 이현성은 조금 티껍게 물었다.

“사대흉신이란 자들이 왜 아저씨를 해치려고 하는데요?”
“강호무림을 제놈들 마음대로 하는데 내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곳 북망산에 함정을 파놓고 나를 유인한 것이네!”

능천휘는 아저씨라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과연 강호의 대협답게 차분하게 대답해 주었다.

“함정이 있는 줄 아시면서도 이곳에 오셨단 말입니까?”

이현성이 한심하단 투로 묻자 뇌정천왕은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네. 내 안사람이 그만 그 자들의 수중에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지!”
“아아.”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마누라 하나 지켜주지 못한대서야 말이 안 되지. 설령 그곳이 지옥이라 할지라도 달려갔을 것이네!”

능천휘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이현성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사람이 미쳐도 이런 식으로 미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능천휘가 위압적이거나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다시 보니 얼굴을 뒤덮고 있는 구레나룻이 지하철 노숙자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작계지 근처에 요양원이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노인요양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신병자도 받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이현성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없겠습니까?”
“성의는 고맙네만…!”

이현성의 말에 능천휘가 사람좋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였다.

-띵! 띠딩!
돌연 어디선가 한줄기 섬뜩한 금음(琴音)이 들렸다. 그 금음은 요란한 빗줄기를 뚫고 바로 지척에서인 듯이 들려왔다.

“낙백금마(魄琴魔)!”

능천휘의 안색이 일변했다.

“사흉신(四凶神)이 나를 부르고 있네. 이만 헤어져야겠다. 소형제!”

능천휘는 이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위험하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이 밝기 전에는 이곳을 나서지 말게!”

능천휘는 다시 한 번 이현성에게 주의를 준 뒤 고묘 밖으로 성큼 걸어나갔다.

“아저씨나 조심하세요!”

이현성은 빗속으로 걸어가는 뇌정천왕의 뒤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고맙네 소형제! 나중에 황산(黃山)을 지나거든 뇌정검호각(霆劍豪閣)에 한 번 들르게나!”

능천휘의 호탕한 음성이 어느새 빗속 멀리에서 들렸다. 이현성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능천휘의 모습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내... 내가 귀신을 만난건가.”

그의 사고 속에서는 그렇게 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하룻밤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지라 그의 사고는 그리 유연하게 돌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현성은 능천휘의 모습이 완전히 어둠과 폭우의 장막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고묘의 입구에 서 있었다.

오래지 않아 모닥불이 꺼져 버렸다. 묘실 안에는 더 이상 불을 지필만한 물건이 남아 있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모닥불이 꺼지자 추위가 스물스물 밀려들었다. 아직 초여름인지라 밤기온은 뼈골에 스밀 정도로 싸늘했다.
하물며 이현성은 오랫동안 차가운 빗속을 헤맨 상태가 아닌가?

이현성은 묘실의 가장 안쪽에 쭈그리고 앉아 추위와 싸우기 시작했다.

‘정말 그것이 현실의 일이었을까?’

이현성은 칠색화모에게 당했던 낯 뜨거운 일막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 끈적끈적하고 관능적인 칠색화모의 무르익은 육체…! 상아 같은 피부, 본능을 자극하여 그의 남성을 깨운 농만한 육향(肉香),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동경해 오던 여자의 신비! 바로 눈앞에서 여자의 그 원색적인 색조와 충격적인 구조를 목격한 것은 청년 이현성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게다가…….

능천휘와 칠색화모가 외치던 초식명. 무너질 듯 흔들리던 고묘. 칠색화모의 젖퉁이에 얼굴이 파묻히고 정신이 없었기에 그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이제야 생각하니 분명 그건 소설에서나 보던 무림 고수의 싸움이 분명했다. 게다가 눈앞에서 순식간에 저 멀리 사라진 능천휘의 신형.
모든 것이 현실 같지 않았다. 그러나 찢어진 군복바지와 자신의 육봉에 묻은 여인의 체액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꿈 아니면 귀신…. 그것도 아니라면….’

-꼬르륵!
정리되지 않는 생각에 머리를 긁어대던 이현성의 뱃속에서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일었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입에 댄 것도 침투하러 가기 전에 먹은 전투식량이 마지막이었다.

아까도 배고프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현성은 비로소 극심한 공복감을 느꼈다. 일단 배고프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먹기 위해 방독면 주머니와 전투조끼에 나눠서 넣어 놓은 전투식량은 빗물에 차갑게 식어 인간이 먹을 만한 음식이 아닌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배가 고파서야 어쩔 수 없었기에 불만스럽게 봉지를 뜯었다.

‘씨방 미군이 먹는 씨레이션(C-ration)은 스물한가지 메뉴라던 데... 이딴 걸 인간이 먹어야 되는 거냐!’

헌데 바로 그 때였다.

‘이게 무슨 냄새지?’
딱딱하게 짓눌린 팥밥을 뜯어 먹으려던 이현성은 돌연 코를 벌름거렸다. 어디선가 한줄기 그윽한 향기가 풍겨 그의 후각을 자극한 것이다. 그 향기는 이제껏 이현성이 먹어본 그 어떤 진수성찬의 냄새보다도 더 향기롭고 자극적이었다.

‘어디서 나는 향기일까?’

이런 냄새라면 아무래도 전투식량 따위보다는 나을 것이기에 이현성은 벗어놓은 군장을 대충 챙겨서 본능적으로 향기가 발해지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다! 이 안에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잠시 후 이현성은 묘실의 한쪽 구석에 쭈그린 채 벽틈을 들여다보았다. 그 석벽의 작은 틈바구니로부터 예의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석벽의 틈은 너무 좁고 어두워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었다. 얼른 랜턴을 집고 불을 켜보았지만 대책 없이 깜빡이다 꺼져버렸다. 그 사이 향기는 점점 강렬해졌고, 그에 따라 이현성의 허기도 점점 더 심해졌다. 이현성은 어림없는 짓인 줄 잘 알면서도 석벽의 돌들을 흔들고 밀어보았다.

-그그긍!
이현성이 석벽의 어느 모서리를 건드리는 순간 돌연 석벽 전체가 옆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이현성이 깜짝 놀라는 사이에 석벽에는 전에 없던 커다란 문이 하나 생겨났다. 이현성이 무심결에 기관장치(機關裝置)를 건드리는 통에 오래전에 만들어진 그 비밀문이 나타난 것이다. 문의 안쪽은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었다. 어두운 계단의 저 아래쪽에서 한줄기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가 번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현성은 뒤를 돌아다봤다. 고묘바깥에는 여전히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놀랄게 또 뭐가 있겠냐.’

이현성은 찢어진 바지를 추켜올리며 엉거주춤하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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