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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19:17 523회 0건
17장 무서운 소녀

천성과 혜아 그리고 소녀는 마차를 타고 상주를 향해 가고 있었다.
혜야는 천성의 어깨에 금창약을 바르고 있었다.

‘오라버니 상처는 좀 어때요?’

‘심각한 정도는 아니야. 하루정도 운기조식 하면 가뿐해 질거야’

‘휴, 난 그렇게 사람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살수계의 대부라는 살루주 일거라곤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참, 오빠는 어떻게 그 사람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 줄 알았죠?

‘글쎄, 뭐랄까 들어갈 때부터 웬지 식당 분위기가 어색하더라구, 그리고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한 자리만 비어있는 것도 공교로왔고, 핵심적인 것은 내가 여아홍을 마실때야, 내가 술을 들어 마실 때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왔거든, 핵심적인 것은 이 꼬마를 노리던 두 녀석인데 말이야, 나름대로 시정잡배 같아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말이야, 시중 건달하고 내공을 수련한 고수는 발걸음 몸놀림부터 다른 법이거든, 그래서 우리가 함정에 포위된 것을 알았지. 물론 여아홍의 천양산공독이 결정적이었지만…….’

‘그런데 그 천양산공독이 아주 대단한 거라고 예전에 아빠한테 들었는데,오라버니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 그거 술을 마시면서 내공으로 독이 퍼지지 않도록 한곳에 모아두었지, 이제 이것을 이렇게 내보내면 되…….’
그러면서 천성이 한손을 뻗어 창밖 나무를 가르키자 천성의 손에선 흰색 수증기가 발출되어 나갔다. 그 수증기에 스친 나무는 바로 말라 버리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무서운 독이긴 하지만, 독은 불에타면 수증기가 되어 사라지거든, 그리고 내가 익힌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양강한 무공이고…….’

‘아, 아저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예요. 머리도 아주 똑똑하구요. 내가 나중에 크면 꼭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 시집갈래요……’

‘호, 우리 꼬마 아가씨가 얼굴만 귀여운지 알았더니, 눈썰미도 제법이네, 그런데 아저씨 같은 사람이 네가 다 자란 다음에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호호호, 제가 다 자란 다음에 아저씨 같은 사람 못찾으면 아저씨한테 시집가지요 뭐, 그리고 저는 꼬마 아가씨가 아니라 약빙이라구요, 주약빙. 그리고 이제 다 자랐다구요’

‘호, 그래? 약빙, 얼굴처럼 아주 이쁜 이름이구나. 너도 결혼 안한 총각한테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고 오라버니라고 부르도록 하려무나.’
‘꺄르르르, 나랑 나이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오빠래…….. 알았어요 오빠’
‘그래 그럼 오빠 동생된 기념으로 오빠가 우리 빙아 한번 안아보자’ 하며 천성은 빙아를 번쩍 안아들었다.
‘꺅, 놔줘요, 어딜 다큰 처녀를 마음대로 안고 주물러요?’

‘에구 말하는 것도 귀여워라, 뽀뽀,’ 천성은 빙아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강제로 빙아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에그, 디러,’빙아는 자신의 뺨을 한손으로 박박문질러 댔다. 어찌된 일인지 빙아의 얼굴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천성은 빙아를 놓아주지 않고, 빙아를 자신의 무릅위에 앉혔다.

‘놔요, 이 음탕한 아저씨,’
‘괜찮아, 오빠는 우리 빙아가 너무 귀여워서 그러니까, 아저씨가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너만한 딸도 낳았겠다.’
‘칫, 거짓말….. ‘ 빙아는 하는 수 없이 천성의 무릅위에 안긴 채로 그의 가슴에 자신의 상반신을 기대고 있었다.

‘참, 빙아, 빙아는 어쩌다 그 놈들을 만나게 되었지?’
이 말을 들은 빙아는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원래 소주에 외삼촌이 있어서요, 흑,흑, 외삼촌댁에 다니러 가는 길이었는데요, 아까 오빠를 만나기 전에 그러니까 여기로 오는 언덕 길에서 이놈들이 나타나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하인들과 싸움이 붙었는데, 우리 하인들이 몇 초 대적도 못해보고 모두 쓰러지는 바람에 도망을 오다 천우신조로 오빠를 만나게 된 거예요. 아마 저놈들에게 잡혔더라면 흑,흑 상상하기도 …….’ 빙아는 하인들이 불쌍하다는 듯이 슬피울며 천성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천성은 빙아의 등을 토닥이며 눈물이 그칠때까지 기다렸다.
혜아가 보기엔 영락없는 한쌍의 오누이였다.
그러나 사실 천성의 손은 빙아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음, 죽이는 감촉이군 ㅎㅎㅎㅎ’

‘빙아는 천성의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주무르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온 몸에 벌레가 지나가는 듯한 간지러우면서도 이상한 느낌에 절로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흑, 이런 음탕한 놈이, 어떻게 교주님은 이 놈이 이렇게 뻔뻔한 놈이라는 걸 몰랐을까? 이놈 두고봐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고통을 맛보게 해 주겠다.’

속으로 천성을 욕하면서도 빙아는 얼굴에 미소를 잊지 않았다.
천성의 손을 치우며, ‘이제 괜찮아요 오라버니. 고마워요 오빠,’

‘고맙기는 뭘, 이정도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참, 그럼 하인들도 없고 하니 우리랑 같이 소주까지 가자, 빙아’
‘그래, 빙아 언니도 빙아랑 같이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참 나는 사공혜 라고 한단다.만나서 반갑다 빙아’

‘네, 언니 나도 언니같이 이쁜 언니를 알게 되서 기뻐요, ’

사공혜와 빙아는 언니 동생하며 재잘거리기 시작했고, 천성은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밀전

첩보 1 특급

위기 쌍마 1격에 바둑판을 맞고 절명함. 귀왕의 무공종류 파악불가. 단순히 내력의 대결로 판결이 남.

첩보 2 특급
살루의 암습 및 독공 모두 실패. 살루주 와의 대결에서 1지로 살루주의 이마에 구멍을 내서 죽임. 귀왕의 전인도 부상을 입은 듯 하나 음직임으로 봐서 경미한 것으로 보임. 현재 소주쪽으로 움직임.

‘흠, 점점 더 흥미를 끄는 인물이로군. 살루주의 천양산공독 이라면 사파에서도 터부시 하는 독물인데 거기에도 멀쩡하다니, 그리고 살루주를 단 10초만에 격살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 나타났군.’

‘환사, 놈의 신분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있느냐?’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허스키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왕상인 자체가 강호에서 행도할 때 항상 종적없이 움직였던지라, 귀왕과 귀왕전인의 관계에 대해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
‘베일에 싸인 인물이라, 흠, 별로 느낌이 않좋군, 우린 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무공수위라던가, 구사하는 무공조차도 모르니, ‘

중년인은 의자를 뒤로 약간 뗄?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돌연, 눈을 뜬 중년인은 나직히 명령했다.
‘탈명비도는 잘 있느냐?’
‘예, 주군.’
‘이번에는 탈명비도를 내보내 거라. ‘
‘예. 주군. 외람되오나, 탈명비도는 그렇게 한번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지 않으십니까?’
‘호, 너는 탈명비도에게 유달리 관심이 많구나’
‘아닙니다. 저는 오직 주군에……’
‘아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확실히 탈명비도 이 녀석은 한번 쓰고 버리기엔 아까운 놈이지. 나도 때때로 이 놈의 비도를 보면 가슴이 섬?해지는 느낌을 받을때가 있으니까. 전설속의 이 신환이 그러했을까?. 그런데 이 놈의 성질이 문제야. 절대로 남의 밑에 있을 수 없는 천성을 타고 난 것같거든.
내 밑에 둘 수 없으면 차라리 부셔 버리는 것이 낳아. ‘환사,’

‘옛,주군,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알면됐다. 앞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때는 용서구할 기회가 없을 테니까, 나가봐라 ‘

환사라 불리운 자, 감정없는 중성적 음성을 지닌 자는 소리없이 문밖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소주성
예로부터 강남에서 가장 풍요롭고 아름다운 도시,운하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천년의 고도 소주, 소주는 대도시 답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예로부터 미인이 많기로 알려진 소주, 그곳에 온 천성은 입이 다물려 지질 못했다.
‘죽이는 구만, 여기는 웬만하면 다 90점 이상이야. 으휴 물반 고기반, 역시 소주는 예나지금이나 변함없이 좋구만.’
‘에휴 이 색마야 또 병이 도졌구나. 어떻게 된 게 오라버니는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냐?’
‘언니 이 아저씨 원래부터 이렇게 맛이 갔어요?’
‘말도 마라 내가 이 화상 델꼬 다니느라고 하루에도 열두번 홧병으로 돌아가시겠다.’
‘언니, 맘 고생이 크시겠어요. 원래 이런 꼴통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두둘겨 패서 교육을 시켜야하는데, 뭐 어쩌겠어요, 맘씨 좋은 언니가 고쳐서 쓰셔야지요.’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졌는지, 이런 화상을 델꼬 다닐 팔자가 榮冒?’
큭큭 혜아와 빙아는 둘이서 천성을 안주삼아 신나게 입방아를 찌었다.
‘아주 둘이서 북치고 장구치고 죽이 잘 맞는데, 잘 가지고 놀다가 제자리만 갖다놔라 소저들, 안그러면 오늘 저녁은 내 거하게 쏠려고 했는데, 뭐 여기 미인들이 줄을 섰으니….’

‘알았어요, 오라버니, 미안해요. 남자가 좀 그럴수도 있는거지 그런거 가지고 쪼잔하게 삐지고 그럼 안되지이이이잉’

천성은 그녀들의 말을 뒤로하고 앞장서서 소향루라고 비교적 잘 알려진 주루로 들어갔다.
소향루는 대낮 인데도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하루 묵어가려고 하는데, 아가씨가 둘이나 있으니 아늑한 별채 하나 마련해 주고, 아직 식전이니, 거하게 한상 차려오고…..’

말을 마친 후 천성은 점소이가 인도하는 창가의 전망좋은 자리로 걸어갔다.
‘손님 음식은 뭘로?’
‘음, 이집에 유명한 것이 탕추어지 아마? ‘
‘네, 손님 저희 집을 잘 아시는 군요. 저희집의 탕추어는 소주인근에 소문이 자자합죠.’
‘그럼 탕추어 그리고 오향장육, 홍소어, 그리고 소채 몇가지 준비해 오너라’
‘네, 대인’ 점소이는 넙죽 절을 하며 나갔다.
‘아저씨는 이집에 대해 잘 아시나봐요?’
‘음, 10년전에 여기 근처에 살았는데, 이집 탕초어가 그때도 그렇게 유명했지. 한번 먹어보는게 소원이었는데, 그때는 가난한 서생이라서…… 아무튼 이제야 소원을 이루게 됐군.’

혜아는 좋은 집에서 곱게 자라 귀한 음식들을 별 걱정없이 먹고 살았지만, 이런 음식 한 번 먹어보는게 소원이었다는 천성의 말에 가슴이 아렸다.

음식이 나오자, 천성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자 오늘은 오라버니가 쏘는 거니까 모두 배터지게 먹으라구, 탕초어야,탕초어야 드뎌 네가 네 뱃속으로 들어가는 구나. ㅎㅎㅎㅎ’

‘오라버니, 탕초어가 정말 맛있네요.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을 낼까?’
혜아는 탕초어가 뭐 별게 있겠나 싶어 별로 기대도 안하고 먹었는데, 먹어보니 실제로 굉장히 맛있어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맛있게 먹었다.
‘웨이터, 여기 탕초어 한접시 추가……어?’
천성은 점소이를 부르다가 창가쪽으로 오는 젊은 청년을 보게 되었다.
잘생긴 얼굴에 훤칠한 키가 눈에 돋보이는 청년, 화려한 경장을 착용해 더 맵시가 있어 보이는 보기 좋은 청년이 걸어오며 자신들의 맞은 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혜아와 빙아는 천성의 표정을 따라 시선을 돌리다 넋이 나갔다.
‘세상에, 요즘에 보기드물게 멋있는 오빠야. 죽인다.’ 아마 둘의 속마음은 이랬을 것이다.

‘여자들이 밝히기는, 그러면서 나만가지고 밝힌다고 그래요. 이 내숭덩이들이’

‘우리가 뭘 밝혔다고 그래요? 흥, 괜히 지가 꿀리는 것 같으니까 밴댕이 같으니라구’
혜아가 반발하자,

‘언니, 우리가 이해해야지. 남자들도 자기보다 잘난 남자를 보면 질투심과 열등감을 느낀다구…..’

‘그래, 속 넓은 우리가 이해해야지, 아우야’

‘허, 놀구들 있네. 내가 다시 계집들하고 말싸움하면 성을 간다성을….’

이바구를 하던 천성은 이내 정색을 하며 맞은편의 청년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시오? 혼자 오신 것 같은데, 혼자 술 마시기도 적적한데 이리 와서 같이 술 한잔 어떠신지요?’

‘술은 손끝의 감각을 무디게 할 뿐이라 마시지 않소.’

‘허, 술을 안 마시다니, 그거 참 안타깝구료. 그럼 혼자서 적적할텐데, 여기와서 같이 말동무나 하시는 것이 어떻겠소? 사해가 친구라는 말도 있는데……’

‘내게 친구는 나의 칼밖엔 없소……’청년은 냉막하게 대답했다.

천성은 말하기를 포기했다. 도대체 멀쩡하게 생긴 인간이 왜 저 모양일까?
혜아와 빙아도 처음엔 그의 외모와 분위기에 반했으나 이내 그의 차가움과 오만함에 실망했다.

별실 안

배터지게 먹은 천성과 혜아,빙아는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무슨 그렇게 싸가지 없는 인간한테 말을 걸구 그래요? 에구 재수없어,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얼굴값 한다고 참 내, ‘술은 …안마시오, 내게 친구는…. 칼밖에 없소’ 사공혜는 그의 목소리를 흉내내가며 재수없다는 듯이 떠들었다.

‘아저씨, 아저씨가 보기에 그 오빠 무공은 어떤거 같아요?’
‘야, 왜 걔는 오빠고 나는 아저씨야, 나 말 안해!!!’
‘아잉, 오빠아아아아’
빙아가 애교를 부리자 천성은 짐짓 화를 푸는 듯 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잘 갈린 칼 한자루 같애. 그리고 그렇게 희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은 손의 감각이 남달리 섬세한 편이지.’

‘에잉, 그래봤자 새파란 애송이 아녜요?’ 혜매가 반발하자
‘새파란 애송이가 그런 경지에 도달했으니 더 무서운거지. 만약에 그 청년이 좀 더 경험만 쌓는다면 앞으로 강호에서 무시못할 존재가 될거야. ‘

사공혜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공혜는 천성의 말을 절대로 믿는 편이었다.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으니……
그러다 문득 혜아는 배가 살살 아파오는 감각을 느꼈다. 아무래도 너무많이 먹은 탕추어가 문제인 것 같았다.
‘흑, 오라버니, 나 먼저 가 볼께요!!!!’
‘어디가는데?’
‘묻지 말아요 나 지금 급해요!!!!!!’
‘뭐가 급한데?’ 천성은 정말 모른다는 듯이 묻자,
‘ 아저씨!!!!!! 조신한 숙녀 입으로 꼭 똥 마렵다는 말을 해야 겠어요?’ 직설적인 빙아의 말을 듣는 순간, ‘으 쪽팔려’ 하는 생각에 혜아는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수만 있다면 빙아의 입을 꼬매 놓고 싶었다.

‘ㅋㅋㅋㅋㅋ, 푸 하하하하하하’ 천성의 웃음소리에 차라리 귀라도 먹었으면 싶은 혜아는 쪽 팔린 얼굴을 감추며 화장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아저씨 언니가 나 패죽이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ㅋ, 넌 최소한 전치 10주다……ㅋㅋㅋㅋㅋㅋ’
‘어머, 몰라, 어쩜 좋아, 아저씨, 아저씨 내 옆에 꼭 있어야 해. 나라도 언니 입장이면 나를 패 죽이고 싶을 거야……’
빙아는 정말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안절부절했다.

돌연, 천성은 웃음을 멈추고 표정을 굳히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강력한 살기, 은연중에 풍기는 살기가 아니라, 고의로 전의를 드러내기 위해 뿜어내는 강력한 살기가 자신의 온몸을 향해 쏟아지자 천성은 창문을 박차고 날아나갔다. 빙아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으나, 고천성에게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그를 뒤?아 날아 나갔다.

별실 앞 마당,
천성은 약 3장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3장 앞에는 아까 대청에서 보았던 냉막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귀하는 휴식을 다 마쳤소?’ 청년의 입에선 예의 그 냉막한 음성이 나갔다.

‘덕분에 잘 쉰 것 같소, 귀하는 원래 나를 찾아왔던 거요?’ 천성은 되물었다.

‘그렇소. 난 귀왕의 전인과 겨뤄 보려고 이 자리에 왔소.’

‘귀하는 내게 원한이 있소?’

‘오늘 당신을 처음 봤는데 무슨 원한이 있겠소?’

‘그럼 귀하와 난 아무런 은원관계도 없는데 왜 싸워야 하오?’

‘그럼 귀하는 위기쌍마, 살루주 등을 은원관계 때문에 죽였소?’
천성은 할말이 없었다. 사실 싸움이란 건 은원관계가 형성되어야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구지 싸워야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천성은 이내 말씨름을 포기하고 대결준비를 했다.

비도탈명, 이것은 이제는 전설이 돼 버린 과거 한시대를 풍미했던 이신환의 절기이다. 많은 강호의 후기지수들이 이 무공을 재현해 보려 했으나, 실제로 폼만 잡았을 뿐 이신환의 경지에 이른 후기지수들은 거의 없어서 전설속의 무공이 되어 버렸다.

‘당신은 이신환의 후예요?’

‘내이름은 이도명, 이신환 조사의 6대손이요. 그러니 당신은 최선을 다해야 할 거요, 나의 비도엔 눈이 없으니까, 당신은 왜 병기를 꺼내지 않소?’

‘내 병기는 내 마음속에 있소. 그러니 당신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내 병기는 눈에 안보이니까’

천성은 이제 입을 다 물고 이도명의 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장내는 보이지 않는 살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었다.
하수들은 주로 상대방의 병기를 잡은 손을 보며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만, 고수들은 상대방의 눈을 주시한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전설적인 고수들은 눈을 감아도 상대방의 기의 흐름만 읽고서도 상대방의 공격 방법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이가의 비도는 후발선지가 그 기본으로 상대방이 병기를 뽑거나 주먹에 경력을 싣고 휘두르기 직전 그 짤막한 순간의 헛점을 잡아 비도를 날려 승부를 결정짓는 절기로 강호에 소리비도,불수이도(이공자의 비도는 두번날릴 필요가 없다)는 전설을 유행시켰다.

이도명은 비도를 날릴 수 가 없었다. 성천의 얼굴을 뚫어지게 노려봤으나, 그의 자세나 얼굴 표정에서는 아무런 헛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자신을 옥죄어 오는 강력한 무형의 강기에 온몸이 마치 쇠사슬로 감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안된다. 이대로 가면 칼을 날려 보지도 못하고 패배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만약 이대로 칼을 날린다면 이 또한 상대방을 격살할 자신이 없었다.’
이도명은 심력을 다해 버텼으나, 온몸이 천성의 살기에 대항하느라 줄기줄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는 비도를 움켜진 손조차 떨려왔다. 미세한 떨림을 보이던 손은 어느덧 눈으로도 확연히 구별할 수 있을 만큼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렇다 지금 이도명은 천성의 살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굳건한 의지로 몸을 추스려 보려 했지만 자신의 몸은 이미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졌다.’ 천성은 차분하게 말했다.
‘울컥,울컥’ 이도명은 한웅큼의 핏덩이를 P아냈다. 조금전에 서로 가만히 서있기만 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기와 내력을 다해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온 심력을 한순간에 P아낸 이도명은 결국 버디지 못하고 중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왜 나를 죽이지 않았소? 나를 세번이나 죽일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조금전 너를 죽일 3번의 기회가 있었다. 내 사전에 나에게 칼을 들이댄 자를 살려준 적이 없는데, 너는 이대로 인생을 마감하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을 가졌다. ‘

‘오늘의 승부를 잘 기억해라. 앞으로 네게 큰 깨우침이 되기를 바란다. ‘
‘오늘의 교훈은 꼭 잊지 않겠소. 귀왕공자’
청년은 패배의 교훈을 안고 천성으로 부터 멀어져 갔다.

‘아저씨는 생각한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예요.’ 이 대결을 지켜보던 빙아가 말했다.
‘너는 무서운 꼬마아가씨고’
‘무슨 말이죠?’
‘이제 그만 가면을 벗지 귀여운 꼬마아가씨’
‘전번 살루의 암습때 갑자기 등에서 들어오는 지독한 음독의 기운 때문에 기가 흩트러져 오히려 당할 뻔 했지. 그때 내 등에 붙어 있던 꼬마 아가씨가 빙아 같은데?’
‘호호호 어떻게 알았죠? 오라버니?’
‘원래 주인공은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난, 네가 13세 꼬마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헉?’ 태연하던 빙아는 이번에는 좀 놀랐다.
‘아마도 내 예상이 맞다면 빙아는 한 18~19살 되었을 거야. 맞아?’
‘그건 어떻게 알았죠?’
‘내가 주인공이라니까. 원래 우리 늙탱이가 강호에 오래 살다보니 취미생활로 이것저것 강호의 기이한 무학들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정리해 놓은 책자가 있길래 나도 심심풀이로 읽어 봤지. 묘강에 소녀독공이라는 게 있어서 동자공 처럼 순수함으로 인해 다른 무공에 비해 위력은 몇배나 강하나 동정을 잃으면 무공도 잃는 독공에 대해 들어봤지. 이 독공을 어릴 때부터 익히면 12세 정도의 나이가 되면 강력한 독이 체내에 쌓이면서 성장을 멈추게 되지. 이것을 6성정도 익히면 눈동자가 녹색으로 변하고, 8성이상 익히면 영원히 신체가 성장을 멈추게 되고 다시 10성을 대성하면 눈동자는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월경도 없는 영원한 아이가 되버리는 거지.
빙아 내 충고하는데, 아직 독공이 6성의 경지에 있을 때 무공을 그만 익히라고. 이렇게 이쁜 빙아가 시집도 못가고 아이로 늙는 무공을 익혀서 뭣해? 응응응 도 못하고…….

‘호,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군요. 그러면서도 그 때 마치에서 나를 꼭 끌어안고, 히프도 주물럭대고….. 뽀뽀도 해 대고……’ 말을 하면서 빙아는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뭐 이렇게 이쁜 여자가 어차피 숫처녀로 늙어갈건데, 좀 만져 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추억거리라도 될거 아냐?’

‘윽, 이 바람둥이 색마’ 빙아는 천성을 때리려고 하는데,
‘잠깐만, 나 아주 궁금한게 있다고 맞는 건 그다음으로 할께’
‘말해봐요’
‘아까 내가 이도명이랑 대결할 때 빙아가 나를 암습하려면 얼마던지 기회가 많았는데, 왜 그 좋은 기회를 사용안했지? 나 사실 얼마나 떨었다구? 협공당하는 것 아닌가 하고?”

‘내가 오라버니한테 접근한 건 오라버니에게서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이지 , 오라버니를 죽이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요. 그리고 암습을 해서 성공할 자신도 없구요. 6성의 소녀독공이면 그 숨결에 독강 운기만 해도 바위도 녹이는데, 그런 가공할 독공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사람 괜히 잘못 암습했다가 실패하면 나만 손해계요? ’

‘애구, 귀여운것이 똑똑하기 까지, 정말 내 마누라 삼고 싶다.’
고천성은 빙아의 볼을 꼬집은 후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빙아의 반응이 당연히 몸부림치고 발이나 손으로 자신을 차거나 때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수히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두팔을 그의 목에 감아 그의 포옹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얘가 왜 이래? 부담스럽게?’ 천성은 오히려 빙아의 몸을 떼어 놓으려 몸부림을 쳤다.
빙아는 천성의 귀에 속삭였다.
‘한가지 약속해 줘요. 나 소녀독공 버리면 책임져 줄 거예요?’
‘그걸 내가 왜 책임져야, 악~~~’ 반항을 하다가 빙아가 귀를 잡아당기자 비명을 질렀다.
‘그럼 멀쩡한 여자 자기 무릅위에 앉혀 놓고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던 놈이 책임 안지면 누가 책임지리?’

천성은 할말이 없었다.
‘알았어. 책임진다. 책임지면 되잖아……’
비로소 빙아는 만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천성을 바라보았다.
‘그럼 약속한 정표로 키스해줘요’ 빙아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천성은 빙아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악녀’ 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한 꼬마아가씨 빙아, 그녀가 정상의 몸을 회복하며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갔다.
천성은 이내 빙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서로의 설육이 오가고 타액이 오가는 감미로운 키스’
처음으로 해보는 키스의 감미로움에 취한 듯한 빙아는 천성의 목을 꼭 감아 안았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하는 빙아의 마음은, 혜아의 뚝배기 깨지는 소리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 뭣들하는 거야?!!!!!!!!!!!!’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는 혜야

‘시방 내가 몸이 불편한 틈을 타서 어른하고 애하고 지금 그게 할 짓이야? 그리고 너 빙아, 넌 어떻게 된게 어린 것이 발랑 까져서 못된 짓만 배우고 있어?’

혜아는 아까 빙아에게 당한 복수를 하고 있었다.
이를 가당치 않게 쳐다보던 빙아,

‘혜아야, 너 언제 철들래? 똥은 다 苛?’

‘윽, 이것이 이제 언니한테 말까네?’

빙아는 혜아의 말을 씹으며 천성의 얼굴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오빠 나 가봐야 겠어. 오빠한테 책임지라는 말 나 거짓말 아냐. 그대신 오빠가 내가 찾던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몸 조심하고 마지막에 쓴 독은 내 최후의 절공인 사망의 키스라는 거야,호호호호호’
혜아는 웃음을 날리며 초상비의 경공으로 장내를 벗어나갔다.
벙찐 것은 혜아 였다. 아니 무공도 모르던 것이 초절정의 경공을 펼쳐 날아가다니!!!!

‘오빠 이게 어떻게 된거죠? 어떻게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것이 하늘을 날 수 ….. 오빠. 오빠…..’
천성은 입술로부터 전신이 새파랗게 변한채 오돌오돌 떨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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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부분량을 한번에 썼으니 내일을 쉬어야지 ㅎㅎㅎㅎ
워낙술을 ?아해서 나이 50에 죽은 대만작가 고룡이라고 있죠. 제가 개인적으로 한국,대만,홍콩 무협을 통틀어 가장좋아하는 작가인데, 이양반의 대부분의 작품이 무협드라마화 되었죠. 참 아까운 사람인데, 술을 너무 좋아해서 50을 못넘기고 죽은 게 아쉬운 사람이죠. 그사람의 대표작중에 다정검객무정검 이라고 있거든요 한국에서는 탈명비도 라는 이름으로 번역榮彭?같은데, 여기의 주인공이름이 한국발음으로 이신환 이었던것 같은데, 아무튼 너무나 멋있게 비도를 날리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인용해 봤습니다. 혹시 이번 소설 말고 글을 또 쓰고 싶어진다면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한번 써보게요ㅎㅎㅎㅎ
탕초어, 이건 소주의 유명한 음식은 아니구요, 그냥 제가 가끔 먹는 음식입니다. 무협지 쓰다보면 음식이름 짓기가 무지 어렵더군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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