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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 264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19:09 363회 0건
천상(天上)의 향기 264(금선탈각(金蟬脫殼))-6

멀리 당가가 보이는데 장문을 통해 기나긴 행렬이 보인다. 귀주성 안순(安順)으로 가는 행렬이다. 풍운은 떠나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당가주위를 돌아보니 곳곳에서 살기(殺氣)가 넘친다. 남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눈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중원인들과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당가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본 풍운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색목인(色目人)으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사내들은 대부분 두세 명씩 짝을 이루고 있었다. 색목인들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풍운이 순식간에 사내들에게 접근하여 혈도를 제압했다. 사내들이 긴장하고 있었지만 풍운의 행동이 너무나 빨라 반항도 못하고 제압된 것이다. 풍운은 사내들은 양쪽 옆구리에 끼고 하늘 높이 솟구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다.

“저기가 좋겠군.”

풍운은 허름한 창고 같은 건물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내들을 내려놓았다.

“누, 누구요?”

말투가 어눌하다. 풍운은 사내들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품속을 뒤져보았다. 사내들의 품속에서 단검(短劍)과 돈을 포함한 잡동사니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작은 동패도 있는데 동패에는 흑풍대 천이십호, 흑풍대 천이십일호라고 새겨져 있었다. 풍운의 집작대로 배화교 흑풍대 놈들이 당가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배화교도였군. 몇 가지 물어보자. 소속이 어디지.”
“누군데 그런 걸 물어. 당장 풀어주지 못해.”

한 사내가 용기를 내서 풍운에게 따지듯 말한다. 풍운은 피식 웃더니 사내의 팔을 잡고 약간의 기(氣)를 불어넣었다.

“크아아악~ 그만...........그만해.”

경락이 끊어지는 고통에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꿈틀거린다. 풍운은 손을 거두고 빙그레 웃어준다.

“내가 누군지 알려주면 순순히 말하려나? 마수마랑 풍운이다. 너희들이 일사(一死)라고 부르는 놈이지.”
“이, 일사(一死)”

안 그래도 하얀 사내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려버린다. 배화교도들에게 일사(一死)는 염라대왕보다 무서운 이름이다.

“이제 대답할 마음이 생겼겠지. 어디 소속이야.”
“모, 모른다.”
“사실대로 말하면 살려주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죽어도 편하게 죽긴 힘들 것이다.”

풍운의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사내들에게는 풍운의 웃음의 악마(惡魔)의 미소보다 더욱 무섭게 보인다. 사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정말을 살려주시는 겁니까?”
“나도 살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너희들을 죽여서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흑풍대 삼십사현 칠조 소속입니다.”
“그렇게 설명하면 알아듣기 힘들잖아. 배화교 이진에 속해 있는 거야?”
“맞습니다. 이진에 속해있습니다.”
“무슨 일로 당가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었지?”
“위에서 감시하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굴 말하는 거야.”
“이진을 총괄하시는 악성옥소님의 명령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악성옥소라면 육마(六魔)를 말하는 거야.”
“맞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한데. 당가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거야.”
“그건 잘 모릅니다. 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본진이 도착할 때까지 감시만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본진은 언제 도착하는데?”
“오늘 중으로 도착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이라고............고맙다. 한시진정도 지나면 혈도가 풀릴 것이다.”

풍운은 약속대로 무사들을 살려주고 객점으로 향했다.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륙상회 사천지부에 도착한 무경과 마수가 지부장을 만났다.

“어서 오세요.”
“자꾸 귀찮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배화교의 움직임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어요.”
“성도근방에 있는 이진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본진을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다음으로 본진은 아침에 중강(中江)을 지났다고 합니다. 늦어도 저녁 무렵에는 도착할 겁니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만 가볼게요?”
“벌써 가시는 겁니까?”
“본진이 도착한다고 하니 저희들도 준비해야죠.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무경과 마수도 객점으로 돌아간다. 한편 이막수와 냉하상은 배화교 내부로 잠입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몇 놈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더 중요하다. 냉하상과 이막수는 한번 다녀간 곳이라 구석구석을 둘려보고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도치와 유미림과 함께 객점으로 돌아왔다. 점심때쯤에 풍운일행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대륙상회 말에 의하면, 배화교 본진이 오늘 중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나도 확인했어. 그건 그렇고 떠나기로 했던 당가사람들이 출발했어. 오면서 보니까 남은 사람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결전(決戰)준비를 하고 있더군.”
“본진이 도착하기 전에 출발해서 다행이네요. 설마 배화교 놈들이 쫓지는 않겠죠.”
“제가 살펴본 결과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이진을 살펴보고 온 이막수의 말이다. 정보를 종합해보면 배화교 이진은 본진이 도착할 때까지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오늘 저녁쯤에 본진이 도착할 것이다.

“남은 사람들이 불쌍하지만 나머지 식솔들이 출발했으니 일단 당가문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긴장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됩니다. 저는 장원에 다녀올게요. 오늘 중으로 이미파를 대피시켜야 합니다.”
“아미파 일은 우리만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보고 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나머지 분들은 떠날 준비를 하세요. 우리도 아미파와 함께 사천을 떠날 겁니다.”
“당가를 도와주려 왔다가 엉뚱하게 아미파를 구해주게 생겼군. 어찌되었건 당가문제가 해결 되서 속은 시원하네요.”

이막수가 중얼거리자 풍운이 손을 흔들었다.

“아직 속단하긴 힘들어요. 배화교 놈들이 도망치는 당가식솔들 추격할지 모릅니다.”
“그건 운랑 말씀이 맞아요. 당가보다 공격하기 쉬운 식솔들을 공격할지 모르죠.”
“그렇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다녀올게요.”

풍운이 장원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끼이이익~’
“누구요?”

저번과 마찬가지로 늙은이가 고개만 내민다.

“그사이 문을 고쳤네요. 저 모르시겠어요. 저번에 문짝을 박살낸 놈입니다.”

노인은 며칠 전과 다른 얼굴이라 풍운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풍운을 말을 들어보니 그때 그놈(?)이 지금 지금 이놈(?)인 모양이다.

“기다리세요. 안에 연락하겠습니다.”

늙은이가 들어가고 잠시 후에 옥청신니가 달려왔다. 어느 사이 풍운이 아미파의 귀빈(貴賓)이 된 것이다.

“어서 오세요.”
“급한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일단 들어오셔서 말씀하세요.”

풍운과 옥청신니가 금정신니의 방으로 찾아갔다.

“어서 오게.”
“시간이 촉박(促迫)하니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안에 배화교 본진이 도착합니다. 그전에 출발해야 합니다.”
“그런가? 장문인. 준비는 어떻게 됐죠?”
“한 시진(2시간)정도만 주세요. 그때까지 준비하겠습니다.”
“들었지. 한시진만 시간을 주게.”
“그럼 이렇게 하죠. 배화교 이진이 중강(中江)쪽에 있느니 한 시진 후에 미람읍으로 오세요. 거기서 만나서 무산삼협채가 있는 간양(簡陽)으로 출발하죠.”
“알았네. 우리도 준비하겠네.”

풍운이 객점으로 돌아가자 옥청신니는 제자들을 집합시켜서 떠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제자들은 무기와 개인적인 소지품을 챙겨 한곳으로 집합했다. 장원에 있던 오백여명의 제자들이 모두 집합한 것이다. 풍운도 객점에 돌아와 일행을 불려 모았다.

“떠날 준비하세요. 한 시진 후에 미람읍에서 아미파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아미와 함께 가는 겁니까?”
“예! 함께 간양으로 갑니다.”

풍운일행이 준비하는 사이 배화교 본진은 중강을 지나 성도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대륙상회의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혁린강은 성도에 도착하기 전에 이진을 지휘하는 십대마왕을 불렸다. 악성옥소일행이 이동중인 본진에 도착하자 혁린강이 나머지 십대마왕도 소집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오면서 들어보니 당가 놈들이 도망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혁린강이 당가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이제 사천에서 위협이 될만한 놈들은 당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가 남고 나머지 놈들은 식솔들과 도망치고 있습니다.”
“남은 놈들은 얼마나 되죠?”
“삼분지 일정도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미파 잔당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 그건 뭡니까?”
“금정신니을 비롯한 잔당들이 숨어 있는 장원이 발견했습니다. 아미파가 성도에 비밀장원을 만들어 놓은 모양입니다.”
“금정신니라며 요주의 인물이죠. 명성도 높고 중원 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대단한 사람이죠.”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연락을 주고받던 간세들의 연락이 끊어졌다는 겁니다.”
“연락이 끊어져요. 갑자기 왜요?”
“간세들이 마지막에 보내온 보고에 의하면 마수마랑이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수마랑이라면 일사(一死)아닙니까? 그놈이라면 간세들의 명단을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으라고 했지만 아미와 당가의 알맹이들이 도망가는데 그냥 보내줄 수는 없죠. 하지만 당가 놈들은 독(毒)과 암기에 능통(能通)한 놈들이라 섣불리 쫓다가는 우리가 당합니다. 아미도 마찬가지죠. 금정신니를 비롯한 잔당들이 끝까지 저항한다면 우리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
“혼류환령님 강시들이 얼마나 남았죠.”
“삼백오십구 정도 남았습니다.”

사백구의 강시들 중에 공동파와 아미파 등을 상대하는 사이에 오십구의 강시들이 사라진 모양이다.

“도망치는 당가 놈들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간양(簡陽)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귀주성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혼류환영님. 강시들을 이끌고 놈들을 쫓으세요. 강시들 전체를 희생시켜도 좋습니다. 놈들을 쓸어버리세요.”
“킥킥킥~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혼류환영은 곧바로 강시들을 인솔(引率)해서 간양쪽으로 출발했다. 당가를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 당가만큼 상대하기 껄끄러운 놈들도 없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쓸어버리는 편이 좋다.

“일마(一魔)님! 화약을 준비하라고 하세요.”
“화약이요? 그건 어디 쓰시려고?”
“당가를 지워버려야죠. 놈들은 당가 전체를 독(毒)과 암기로 도배를 했을 겁니다. 우리가 무턱대고 쳐들어갔다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화약으로 길을 뚫고 들어가는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육마님일행은 돌아가셔서 아미파 잔당들이 숨어 있는 장원을 포위하세요. 다른 년들은 몰라도 금정신니만은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들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이진을 지휘하던 육마일행이 먼저 출발했다. 금정신니는 우내십기의 일인으로 중원 무림인들에게 전설 같은 사람이다. 그녀를 잡는다면 중원 무림인들에게 정신적인 타격(打擊)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풍운일행이 짐을 챙겨 미람읍으로 가보니 금정신니를 비롯한 아미파 사람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배화교 이진이 포위하기 직전에 장원을 빠져나온 것이다.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입니까?”
“전부 모였네. 이제 사천에 남은 제자들은 없을 거야.”
“잘 하셨습니다...........이막수님, 도치님, 유미림님, 냉하상님께서 선두로, 사우님과 왕천유님이 좌측, 금막비님과 당령님께서 우측을 맡아주세요. 나머지 분들은 저와 함께 후미(後味)로 가죠.”
“잠깐 나도 후미(後味)로 가겠네. 자네들만 고생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그렇게 하세요. 옥청신니님께서 제자 분들을 지휘해 주세요. 출발하죠.”

혼륜환영이 출발한 이후 풍운일행이 출발했기에 그들 사이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풍운일행은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느라 관도를 이용하지만 강시들로 이루어진 혼륜환영일행은 지름길을 이용하고 있다. 중원 정복을 위해 많은 세월을 준비해온 십대마왕들이라 중원 지리에 대해서도 밝은 모양이다.

배화교 본진은 성도에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사천당가로 향했다. 속전속결(速戰速決)로 끝내려는 모양이다. 가주와 수석장로는 개미 때처럼 몰려오는 배화교 본진을 보고 덜덜 떨고 있었다. 남은 사람들이 오백명 정도인데 몰려온 놈들은 수천이 넘어 보인다. 많아도 너무 많다. 더구나 배화교 놈들은 한명 한명이 모두 고수들이 아닌가?

“저, 저놈들이 모두 적(敵)이란 말인가?”
“어, 어떻게 하죠.”
“문을 걸어 잠그고 싸우는 척하다가 도망쳐야지.”
“사방이 적(敵)이라 도망칠 구멍도 없습니다.”
“잠깐 저게 뭐야. 설마 저놈들이 화약으로.........”

가주와 수석장로가 떠드는 사이에 흑색 무복을 입은 흑풍대 무사들이 상자들을 들고 돌진(突進)한다.

“크아아악~”

벽이 갈라지며 화살과 암기들이 달려오는 흑풍대를 향해 날아가니 미처 피하지 못한 흑풍대 무사들이 벌집이 되어 쓰려진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흑풍대 무사들의 숫자는 엄청났다. 그들은 상자들을 벽 가까이 놓더니 불을 붙이고 자리를 피한다.

“꽈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소리와 함께 사방의 벽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간다. 당가가 힘들게 준비한 각종 함정들도 날아간 것이다.

“가세요.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버리세요.”

한쪽에서 지휘하고 있던 혁린강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마(一魔)를 비롯한 십대마왕들을 선두로 해서 혈영대 무사들이 돌격(突擊)한다.

“막아. 놈들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당가 무사들이 달려오는 혈영대를 향해 암기와 독(毒)을 뿌린다. 하지만 혈영대 무사들은 독(毒)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가 무사들의 도륙(屠戮)하기 시작했다. 준비성이 철두철미(徹頭徹尾)한 혁린강이 미리 해독제를 지급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해독제라고 해도 모든 독(毒)을 방어할 수는 없는 법이다.

“크아아악~”

검은 모래를 뒤집어쓴 혈영대가 녹아내린다. 지독한 오갈독을 머금은 모래라 해독제를 먹었어도 소용없는 모양이다. 또 다른 혈영대 무사가 얼굴을 잡고 바닥을 구른다. 대나무 통에서 발사된 은모침을 피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쓰려지는 혈영대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일마(一魔)를 비롯한 십대마왕들이 길을 열면 화약을 짊어진 흑풍대가 설치하여 폭발시키며 길을 만드니 기관장치만 믿고 있던 당가의 무사들이 속절없이 당하는 것이다.

“가주. 도망칩시다. 우리 상대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자폭기관을 발동하고 도망치죠.”

가주와 수석장로는 당가의 모든 기관을 조정할 수 있는 방으로 도망치더니 자폭기관을 발동시켰다. 자폭기관은 비밀이 많은 당가가 최후에 암기의 설계도나 독(毒)의 제조방법들과 함께 죽자는 심정으로 만든 기관이다. 가문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가주와 수석장로가 식솔들이 싸우고 있는데 자신들만 살겠다고 자폭기관을 발동시키고 도망치려는 것이다.

“쿠르르르~”

화약이 터지고,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당가의 여기저기에서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당가무사들은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사색(死色)이 되었다. 그들도 자폭기관의 존재를 알고 있다.

“도, 도망쳐. 모두 도망쳐라.”

살기를 포기하고 한 놈이라도 더 죽이자는 저항하고 있던 당가 무사들이 뒤로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혁린강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도 심상치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던 당가 놈들이 도망치는 것도 이상하다.

“이건 아니야. 무언가 있어. 후퇴..........모두 후퇴하세요.”

혁린강이 소리를 지르지만 당가 깊숙이 들어간 혈영대에게까지 명령이 전달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혁린강은 다급한 마음에 공중으로 솟구치니 좌우에 있던 비련(悲戀)과 애련(愛戀)도 혁린강을 따라간다. 혁린강은 가장 선두에 있는 일마(一魔)의 앞에 착지했다. 순식간에 엄청난 거리를 날아온 것이다.

“후퇴하세요.”
“이제 막바지 입니다. 도망가는 놈들만 도륙(屠戮)하면 끝입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무조건 후퇴하세요. 당가 밖으로 나가요.”

혁린강의 다급한 목소리에 일마(一魔)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향상 냉정을 잃지 않는 혁린강이 흥분할 정도라면 무언가 있다.

“모두 들었지. 후퇴..........후퇴하라.”

일마(一魔)가 무사들에게 후퇴를 명령하고 날아오르니 나머지 십대마왕과 혈영대도 사천당가 무사들처럼 후퇴하기 시작했다.

“쾅~ 콰콰콰콰쾅~”
"크아아악~“

당가에서 가장 큰 대전(大殿)이 폭발하며 기관에 설치된 각종암기와 독(毒)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대전에 있어 바로 옆에 있던 건물이 터지고, 바로 옆에 있던 건물이 연쇄적으로 터진다.

“크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폭발에 휘말려 걸레처럼 찢어진다. 당가 무사들이나 혈영대 무사들이나 폭발에 휘말리며 끝이다. 십대마왕일행과 먼저 피한 혁린강은 딱딱한 표정으로 죽어가는 무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당가를 지상에서 지워버렸지만 아군(我軍)의 손실도 엄청나다. 면밀하게 말해서 패배(敗北)라고 하긴 힘들지만 중원에 들어와서 처음 맛본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설마 놈들이 동귀어진(同歸於盡)을 선택할 줄이야.”
“그나마 공자님께서 빨리 말씀하셔서 피해가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했으면 절반 이상은 죽었겠죠.”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이세요.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허망하게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를 위해 혈영대와 흑풍대 무사들은 도망치는 사천당가 무사들을 쫓아 마지막 한 놈까지 죽였다. 가주와 수석장로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먼저 도망쳤으나 이중 포위망을 뚫지 못하고 있다.

“빌어먹을..........암기가 떨어졌어.”
“저도 이제 남은 것이 없습니다.”

가주와 수석장로가 등을 맞대고 있으며, 그들 주위에는 살기(殺氣)등등한 배화교 무사들이 보인다. 그리고 무사들 주위에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시체들이 보인다. 가주와 수석장로의 암기와 독(毒)에 죽은 배화교 무사들이다.

“빠드득~ 이제 다 떨어진 모양이지. 죽어라.”

씩씩거리던 혈영대 무사가 가주에게 달려가다가 목을 붙잡고 쓰려진다. 가주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암기를 쓴 것이다. 혈영대 무사들은 동료가 쓰려지는 것을 보고 한번에 덮쳐서 가주와 수석장로를 생포(生捕)했다. 곱게 죽어서는 지금까지 당한 원한을 갚기 힘들다. 철저한 고통 속에 죽어야 한다. 무사들은 가주와 수석장로를 혁린강 앞으로 끌고 왔다.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죽이고 이놈만 생포(生捕)했습니다. 가주와 수석장로라고 하더군요.”
“끝에 비련과 애련의 먹이로 주어야 하니 죽지 않을 만큼 만드세요.”

혁린강의 명령이 떨어지자 가주와 수석장로를 나무에 매달더니 발가락부터 한 개씩 자르기 시작했다. 10개의 발가락과 10개의 손가락을 모두 자르고 이빨을 한 개씩 뽑더니 사지를 자른다. 수석장로와 가주의 비명 속에 당가는 화염(火焰)에 쌓여 당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헉~ 잔인한 놈들~”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던 가주와 수석장로는 비련과 애련의 먹이가 되어 내공을 빼앗기고 앙상한 해골만 남게 되었다. 혁린강은 불타는 당가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것으로 감숙성에 이어 사천성이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중원 무림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대공자님...........이진에게 전서구가 왔습니다.”
“어떻게 됐죠? 금정신니를 잡았나요?”
“장원에 텅텅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진이 도착하기 전에 도망친 모양입니다.”
“어디로 도망쳤는지 파악은 하셨나요.”
“당가 놈들이 도망친 방향입니다. 당가 놈들과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는 것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죠. 혼류환영님께서 가셨으니 믿어야죠.”
“바로 쫓지 않으실 겁니까?”
“모두 지쳤어요. 전열(戰列)을 정비하고 다음 작전을 세워야 합니다. 중원 놈들도 당해 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했던 식으로 싸우면 우리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럼 당가나 아미의 잔당들은 혼류환영에게 맡기는 겁니까?”
“강시들은 소모품 입니다. 다 죽어도 상관없어요.”

배화교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감숙성과 사천성을 정리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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