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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22:23 685회 0건
*주의: 트랜스젠더/SM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께는 이글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륙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바렌트 산맥의 끝쪽에는 속히 사람들에게 성지라 불리우는

세인트 발렌시아라는 곳이있었다.

위치상 황제의 통치령에 속하면서도, 황제의 통치권 밖에 있었지만,

마치 하나의 거대한 도시처럼 발전한 발렌시아는

여느때와 같이 신전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어져 복잡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예전부터 평화로웠던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신들에게는 그 만큼 서로의 상성이 있었고,

그 때문에 수백년전에 발발한 종교전쟁의 원흉지는 발렌시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백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각각의 신을 모시는 신전들끼리 대립하고 있었다.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던 대립은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신들의 아버지이며 그들의 신과 같은 존재 오딘과 다른 모든신들이

오딘신전을 따르라는 동일한 내용의 신탁을 내리는 일이 어느날 갑자기 발생하였고,

그날 이후 세인트 발렌시아는 오딘신점을 기점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평화는 예상외로 오래가서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존중하며

도와주는 진정한 성지로써의 모습으로 대륙인들에게 보여지고 있었다.

그후로 대륙인들은 너나 할것없이 새로운 정착의 땅인 발렌시아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거 시설이 세워졌고, 시장과 농장도 세워졌다.

그럴수록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신전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해

이제는 마치 하나의 국가처럼 오딘신전의 교황을 중심으로 발렌시아가 운영되고 있었다.


마신의 신전과 오딘의 자식들이 아닌 사막부족이 모신다는 아브라함신전까지 발렌시아의 주변에 있었건만

발렌시아 근처에 위치한 모든 신전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채 연합하여

황제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는 강력한 보이지 않는 힘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온 발렌시아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다만 오늘은 각각의 신전들의 대표가 긴급소집되어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뎅~


회의를 알리는 종소리가 각각의 신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렌시아의 구석까지 퍼졌다.

그 종소리를 기점으로 발렌시아에 주거하고 있던 모든사람들은 가던길을 멈추고 오딘신전을 향해 기도를 외웠다.

삽시간에 조용했던 발렌시아의 거리가 종소리의 여운이 가실무렵 다시 시끌벅적한 광경을 만들어 내었고,

보기만 해도 평화로운 발렌시아가 다시 사람들의 온기에 파묻혀갔다.




"흠,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소이다."

녹색의 비레타를 쓴 신관이 오딘신전에 위치해있는 거대한 회의실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 소리에 옷은 제각각 이지만 비레타의 모양만큼은 일정한 신관들이 일제히 일어나 회의실의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전에서의 지위를 말하는 비레타의 색깔은 마치 짜기라도 한듯 대부분이 붉은색이었다.

더러는 푸른색도 눈에 띄었지만, 그 수가 그다지 많은편은 아니었다.


회의실의 문을통해 백발의 노인이 나타났다.

비레타를 쓰고있지 않았지만 온화한 얼굴과 인자해보이는 미소가 남들과는 다른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딘신전의 대신관님 드십니다."


이전의 녹색비레타를 쓴 신관이 그 백발의 노인을 회의실의 상석으로 안내했다.

백발의 노인은 회의에 참석한 신관들을 쭈욱 ?어 보더니 품안에서 황금색 비레타를 꺼내 머리에 썼다.

최고의 직위를 나타내는 황금색 비레타는 세인트 발렌시아에 있어서는 왕의 왕관과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모두 앉으시구려."


오딘신전의 대신관은 녹색비레타를 쓴 신관이 안내한 의자에 천천히 앉으며

자신의 앞으로 하나의 원을 그리며 서있는

신관들에게 말했다. 목소리조차도 인자한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하고 자비로운 모습이었다.


"회의를 시작하겠소이다. 내용은 모두 알고 있을것 같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자들을 위해

다시한번 말하겠으니, 저의 보잘것 없는 말솜씨를 경청해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대신관은 말투조차도 스스럼없는 옆집할아버지의 말투와 같았다.

하지만 저도 모르게 말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은

회의실에 모여있는 신관들에게 경의를 표할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황립학교 입학에 관한 문제이오... 황립학교에는 입학 모집 정원과 관계없이

각 신전에서 한명의 아이를 보내도록 황제와 약조한 바가 있으니

매년 이맘때면 벌어졌던 회의라 여러분들이 지겨워 할까봐, 간단히 본론만 말하도록 하겠소...

이번 오딘신전에서는 팔라딘 견습생 일레만을 보낼 생각이오."


대신관은 앞에 앉아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신관들을 쭈욱 ?어 보며 말했다.

3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신관들이 잠시 웅성 거리더니 맨앞부터 차례대로 자신의 소견을 말했다.

소견이라고 해봤자, 어느 신전에서 온 누구이고 누구를 황립학교로 보내겠다는 내용들뿐인 단조로운 소견이었다.


"...사랑과 풍요의 여신 아리에니아를 모시는 실비아 입니다. 저희 신전에서는 견습 신관 에린을 보내겠습니다."


릴레이를 하듯이 이어지던 신관들의 발표는

모두 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아리에니아 신전대표인 실비아의 말로서 끝을 맺었다.

물론 그 대표또한 여성이라, 남자들 일색인 회의실안에서 튀었지만

그 누구하나 실비아를 돌아보거나 하는 신관은 없었다.


"아... 모두 끝난것 같군요. 우리 발렌시아에서 황립학교에 입학하는 신의 아이들이 모두 정해진것 같습니다.

이제 한달정도 남았으니 준비를 서둘러 입학때까지 차질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도 이제껏 그래왔듯 특별히 마차를 이용하지 않고 학생들 모두 각자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의제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의견 있으시면 말씀하시길 바랍니다."


녹색비레타를 쓴 신관은 마지막 신관까지 발표가 끝나자 양피지에 마지막 점을 찍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대신관은 녹색 비레타를 쓴 신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모든 신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신관을 배웅했다.


"저... 잠시만..."


마지막으로 발표한 아리에니아를 모시는 실비아가 할말이 잇는지 돌아 나가려던 대신관을 불러세웠다.

대신관은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쳐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신관들도 대신관을 향했던 시선을 돌려 실비아를 쳐다보았다.


신관이 아니었으면 귀족의 영부인이 어울릴것같은 30대 중반의 실비아는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져 오는 시선에 잠시 할말을 잃은채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고풍스럽다고밖에 표현이 안되는 실비아의 모습은 사제복을 벗어 던진다면

인기가 꽤 많을 법한 모습이었다.

노란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진 시선에 어쩔줄 몰라하는 실비아는

사실 아리에니아의 신전을 찾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보기에도 넋을 빼버릴만한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걸맞는 신성력은 아리에니아 신전을 찾는

남자들을 대폭 증가시켰고, 아리에니아 신전은 실비아가 들어온 이후부터 재정이 마르지 않아

신전을 축조하고도 사람들을 도울수 있을만큼의 돈을 벌수있었다.


하지만 아리에니아 신전에 남성들만 찾는것이 아니었다.

남성에 비해 조금 적지만, 수많은 여성들도 아리에니아 신전을 찾아와 기도를 하였다.

그 여성들의 대부분은 크고 작은 도시에서 온 밤거리의 여자, 창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듯이 실비아는 남들보다 늦어도 한참늦은 스무살 중반이 되서야 신전에 몸을 담았는데

그 전까지는 클라인 대륙에서 손에꼽히는 창녀중 한명이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몸을 탐하려 집과 땅을 팔아 마련한 돈을 들고 그녀의 앞에 줄을 섰던 적도 있었으니

그녀는 신전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남자들의 쾌락을 이용해 돈을 버는 천한 창녀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무슨이유에선지 어느날 자신이 벌었던 돈들을 아리에니아 신전에 기부를 했다.

수많은 남자들에게 안겨 챙겼던 그 돈은 당시 재정이 모자라 다른신전에게 도움을 받던 상황 이었던지라

실비아의 기부를 몹시 반가워 했었다.


그리고 실비아는 아리에니아 신전에 몸을 맡겼다.

신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실이 확실하진 않았고,

명확한 이유가 없이 신관이 되어버린 그녀의 행동에 수많은 남자들은 아쉬워 하면서도

그녀의 새롭게 시작한 삶을 축복해 주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느라

아리에니아 신전앞에 그녀의 몸을 사기위한 돈이 아닌 신전에 기부를 위한 돈을 들고 온 사람들이

몇달간 끊임없이 모여들었다.


아리에니아 신전에서는 그녀의 존재가 달가웠지만, 조금의 부담감도 없잖아 있었다.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견습신관 때문에 신전이 돌아간다는것과 그녀가 창녀였다는것은

다른 신전과 사람들의 눈에 좋게 보일리가 없었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부담감은 금새 사라질수 있었다.

왠일인지 합동기도를 하던중 실비아의 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기도가 끝날때쯔음에 실비아의 신성력은 미미한 양에서 엄청난 양으로 불어있었다.


당시의 아리에니아 신전의 대신관과 맞먹을 정도의 신성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고,

결국에는 대신관의 신성력조차 가볍게 누를정도의 힘이 되었지만,

실비아는 대신관의 자리를 끝내 마다하고는 견습신관으로써 수련여행을 떠나

병이 걸린 창녀와 거지들을 치료해주는데 온힘을 다했다.


마나와는 달리 한계가 명확한 신성력이었기에

수련여행을 하는 일년동안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온힘을 쏟아낸 실비아의 몸안에는

매우 작은 양의 신성력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지만,

수련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실비아는 신전앞에 구름같이 모인 사람들의 환영인사를 받을수 있었다.

모두 실비아가 치료한 병이 다 나은 거지들과 창녀들이었고,

그중의 몇몇은 실비아처럼 옛생활을 청산하고 신전에 몸을 맡겼다.


그 후로 아리에니아 신전에 있어서 실비아의 존재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실비아의 과거생활을 모두 잊은채 지금은 여신의 강림이라며 실비아를 떠받들었고,

아리에니아신전은 실비아와 더불어 사람들의 입에 수시로 오르내리며

아리에니아신전을 발렌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신전으로 만들어 주었다.

물론, 제일 큰 신전은 오딘신전이었다.


"말해 보시구려... 이 늙은이가 힘이 없어서 오래 서있기 힘이 드니 말이오. 허허"


대신관은 아직도 우물쭈물 하고있는 실비아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황립학교까지 에린을 따라가도 될까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혼자 가기엔 무리가 있을듯 해 보여서..."


실비아는 푸근한 대신관의 말에 몸에 긴장이 풀리는것을 느끼며

우물쭈물하던 입을 열었다.

대신관은 그 모습을 보며 다른신관들을 쳐다보았다.

그다지 별 동요가 없는 것을 보아 실비아의 말에 반대하는 이는 없는듯했다.

그도 그럴듯이 실비아의 성품과 신성력을 다 써가면서까지 뒷골목의 사람들을 치료해준일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다른 모든 신전에서도 입방아에 오를정도로 훌륭한 것이었다.


"허허... 에린이라... 이제 겨우 13살이라 하셨소이까...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정 걱정이 되시면 동행하셔도 괜찮겠지요.

하지만 학교가 속한 클라바인츠까지만 동행을 허락할수 없는점 이해 하셨으면 좋겠소.

실비아님처럼 유명한 신관께서 클라바인츠에 나타난다면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이

에린뿐만 아니라 다른신전의 아이들, 다른 학생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할테니까 말이오."


"가.감사합니다."


예상외로 쉽게 허락한 대신관에 말에 실비아는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했다.

보통 황립학교에 입학하는 신전의 아이들은 홀로 그 먼길을 가게 되었다.

물론, 황립학교 입학시즌에는 온 대륙의 경비가 강화되어 산적이나 몬스터 따위의 위험은 적었지만,

나이어린 에린이 걱정되는 마음에 어렵게 말을 꺼낸것인데

대신관은 그것을 혼쾌히 허락해 주었다.


"실비아 신관은 얼굴도 아름답지만 마음은 더욱 더 아름다운것 같군요.

자신의 신전의 아이를 위해 그 먼길을 동행하겠다고 자청하시다니 말이오...

내 잘은 모르지만, 실비아신관은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아끼는것 같소.

어서 신전으로 돌아가 여행할 준비를 하시오. 조심히 다녀오시는것 잊지 마시고 말이오.

실비아 신관은 아리에니아 신전뿐만이 아니라 우리 신관들의 모범이기도 하니 말이오. 허허허."


대신관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실비아에게 웃어보이며 가던길을 재촉했다.

그모습에 다른 신관들도 실비아에게 눈을 떼어 질서있게 회의장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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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고가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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