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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3 19:26 1,242회 0건
악마왕이 되자-외전

9-1 백마탄 왕자, 김현석

현석은 흘끗 거렸다. 자신의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여학생을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학생이 커피를 홀짝거리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이틀정도인가. 그녀와는 묘하게 동선이 겹쳤다. 운명이 아닐까. 괜히 혼자 얼굴을 붉혔다. 주머니에서 새하얀 카드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손가락을 조금씩 순서대로 움직이자 카드는 살아있는 것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백지 카드 : 욕망을 담으면 욕망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정해집니다. 욕망이 담긴 카드는 일러스트가 새겨지며, 던져서 맞춘 대상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등급 정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핸드폰에 온 문자에 ‘카드배틀’이라고 썼더니 나온 능력이었다. 사용할까? 소유욕을 담아서 이 카페에 사용했을 때, 그것만으로도 이 카페의 주인은 자신이 되었다. 당시 나온 카드는 겨우 2성에 불과했다. 강렬하게 욕망을 품을 수록 높은 등급의 카드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지금은, 약간 마음을 다잡는 것 만으로도 5성 정도는 무난하게 뽑을 수 있다. 어쩌면 처음으로 8성 카드를 뽑게 될 지도 몰랐다. 그만큼 강렬하게 저 여학생을 원하고 있었다. 아니야, 좀 비겁하잖아. 현석은 도로 카드를 집어넣었다.

여학생이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그러리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여학생은 인근 공원을 산책한다. 오늘도 현석은 조용히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며 걷고 있었다. 늘 그렇듯 호수가의 밴치로 가 앉아야 하는데, 오늘은 왠지 길을 걷던 도중 멈추었다. 얕게 한숨을 쉬는 모습이보였다. 뭐지? 현석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여학생의 뒤를 돌아보며 현성과 시선을 마주쳤다. 현성의 가슴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불편한 표정이었다.

“어제부터 따라다니시는 거 알거든요.”

사실은 삼일 전 부터야. 다행히 그런 소리를 할 만큼 현석은 정신나가지 않았었다. 왜이렇게 이쁜거야. 불안함에 주머니 속의 손은 연신 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써야하나. 쓰고 싶지 않은데. 여학생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쁘다, 너무 이쁘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혀, 현석?”

여학생이 당황하며 말했다. 현석도 덩달아 당황했다. 나를 알아? 어, 아는 사이였나? 유심히 바라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런 얼굴을 한 익숙한 사람이 있다. 현석은 경악했다.

“성태?”

***

호숫가 벤치. 사람은 없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오가다 들리는 사람이 많은 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였고, 현석에게는 늘 들리는 비밀 장소 같은 곳이었다. 며칠 전 성태가 나타나기 전 까지는.

스커트 아래로 매끄럽게 뻗은 다리는, 검은색 스타킹이 감고있었다. 남자란걸 뻔히 아는데도 예쁜 다리에 성욕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침을 꿀꺽 삼켰다. 현석은 간신히 시선을 허공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를 알아본거네.”

당황이 섞인 성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똑같잖아.”

사실은 니가 내 이름을 안 불렀으면 몰랐을거야. 현석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설레이는 마음은 줄지를 않는다. 마음이 고장났다. 현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용하고 있었는데도…”
“무슨 말이야?”

성태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설마 악마왕 게임?”

현석은 기절할 뻔했다.

“너도?”
“후우…”

성태가 마음을 추슬리는 듯 숨을 내뱉았다.

“역시 그런거군. 스킬을 사용해도 같은 참가자에겐 안통하는 건가. 아니면 덜 통하던지.”
“무슨 능력인데.”
“내가 그걸 왜 말해줘야해?”

성태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흘겼다. 살짝 부푼 볼. 조금 튀어나온 붉은 입술. 현석은 숨을 들이마셨다. 뭘 긴장해? 저놈은 남자야. 미치겠군, 표정이 왜 이렇게 다채로운거야. 심장에게 명령할 수 있다면 얼마나좋을까. 잠깐이지만 현석은 심장을 멈추고 싶다는 욕망을 카드에 담아볼까 고민했다.

“정보를 서로 공유하자는 거지.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질거아냐?”
“그럴듯하긴 한데… 문자에 답했던 걸 말하는거지?”

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따. 잠깐 고민하던 성태는 입을 열었다.

“변화야.”
“변화?”
“너도 말해줘야지, 뭘 따라 말해.”
“아, 난, 카드배틀.”

성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모바일 게임을 안해봤나? 현석은 머리를 긁적이다 주머니에서 백지 카드를 꺼냈다. 욕망을 담았다. 저 돌을 부수고싶다. 현석의 손에 들린 새하얀 카드에 그림이 그려졌다. 망치를 든 여전사의 모습이 그려지고, 하단에 별이 둘개 새겨졌다. 현석이 손을 휘두르자 카드가 날아가 돌맹이에 부딪혔다. 돌맹이는 퍽하는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성태의 입에서 와-하는 탄성이 나왔다. 현석은 조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성태가 눈을 감았다. 현석의 흥분을 건드리며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현석은 자신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성태가 한쪽 눈만 뜨고 어때?라는 시선을 보였다. 현석은 뭐가?라는 시선으로 답한다. 성태가 한숨을 쉬었다.

“방금 나를 좀 더 여성으로 인식하기 쉽게 바꿨어?”
“어, 난 잘 모르겠던데.”

현석은 태연한 척 말했다. 그래 여자로 느껴졌던거군. 난 정상이야.

성태는 현석의 마음의 일렁임을 바라보며 코웃음 치고싶은 심정을 눌렀다.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확실히 다른 참가자들보다는 약하군.”
“그럴거라고 생각했다고?”
“메세지가 떴어. 당신이 선택한 능력은 게임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하시겠습니까라고.”
“그런데도 그대로 했어?”

성태는 잠시 뜸을 들였다.

“여자가… 되고 싶어서.”
“뭐?”
“내맘이지!”

성태가 소리질렀다. 이 화제는 곤란한건가? 현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동맹 맺자.”
“무슨 소리야?”
“내 능력은 약해. 그래도 난 이 게임에 이기고 싶다고. 내 소원은 간절하단 말야. 너한테 난 별로 위협도 안될거아냐.”

그건 그렇지. 여성스러워져서 뭘 어쩌겠다고. 말하려다 괜히 상처받을까봐 입을 다무는 현석이었다.

“학교 안에 참가자가 한명 더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지? 누군지 알아내서 쓰러트릴때까지 동맹 맺자.”
“멋대로군.”

현석이 투덜거렸다.

“싫어?”

성태가 눈을 부라렸다. 압도된 현석이 고개를 저었다. 성태가 만족하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현석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야, 스킬 막 쓰지마.”
“어? 안쓰고있는데.”

성태의 말에 현석은 인상을 썼다. 왜 인상을 쓰는건지 모르겠다는 투로 고개를 갸웃 했다. 진짜 돌아버리겠군. 현석은 심장을 세워버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

다음날부터 현석과 성태는 방과후 공원에서 만났다. 서로의 능력을 확인하고 토의했다.

성태가 먼저 말했다.

“문자에 썼던 것,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그러면?”
“그 당시 가장 강하게 바라고 있던 욕망이야. 나는 언제나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이건 장난이다, 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부담 없이 가장 원하는 걸 쓴거지. 이 게임은 그런 식으로 만들어 진게 분명해.”
“어, 근데, 나는…”
“잠깐. 내가 맞춰볼게.”

성태가 뭔가 대답하려는 현석의 말을 막았다.

“너는 특별히 강하게 원하는게 없었어. 그래서 당시에 그냥 문자가 오기 전까지 몰래 하고 있던 게임을 쓴거겠지.”
“우와.”
“평소에도 뚜렷하게 뭔가 강하게 원한건 없었을거야.”
“천잰데?”

성태는 조금 우쭐한 자세를 취했다. 다리를 꼬자 스커트가 살짝 올라갔다. 스스로는 모르는 듯 했다. 현석이 얼굴을 붉혔다.

“스킬도 평소의 영향을 받은거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원하는게 달라지는 너에게 맞춰서 백지 카드라는 스킬이 생긴거야. 한가지 강한 욕망이 없더라도, 욕망 자체가 없는 인간은 없지. 너와 나의 스킬을 생각해봐.”

현석의 스킬은 백지카드, 욕망 상점, 덱 플레이. 백지 카드를 사용하며 소소한 욕망을 달성하면 경험치가 쌓인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 포인트와 코인을 받는다. 일정 수치를 모으면 욕망 상점에서 카드 덱을 구매한다. 카드 덱은 랜덤으로 뽑히며 특정 인물의 욕망이 묶음으로 들어있다. 구매한 덱은 덱 플레이 스킬로 사용할 수 있다. 애초에 타인의 욕망이므로 상상력을 요하지 않는다.

성태의 스킬은 변화, 도우미 악마, 거짓말 탐지. 변화는 자신에 대한 타인의 인식에 영향을 준다. 스킬을 업그레이드 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물리적인 변화는 없다. 도우미 악마는 여러가지 메이크업에 대한 조언을 준다. 여성 백과사전 수준이다. 거짓말탐지는 상대방이 하는 거짓말을 알아낼 수 있다.

“스킬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위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 너 같은 경우에는 명확한 목적이 없어. 백지 상태지. 그래서 가장 자유로운 스킬인 백지 카드 스킬이 생기는거야. 상점에서 타인의 욕망을 사서 덱 플레이로 사용하는 흐름으로 이어지지. 이를통해 타인의 욕망을 배우는 거야. 다른 욕망을 보고, 구현되는 방식을 보다보면 너에게도 어떤 원하는 것이 생기겠지.”
“오호, 너는?”
“생각 좀 해. 바보야.”
“윽.”
“나는 변화를 통해 타인의 인식을 바꿔. 너에게는 도우미 악마가 없다고 했지? 도우미 악마가 스킬이라는 인식은 없었는데 이는 내가 여성적이게 되기 위한 스킬이었던거지. 어쩔 수 없이 남성으로 살았던 세월을 매꾸기위해 여자 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도우미 악마가 등장하는거야. 그리고 거짓말 탐지. 나의 욕망은 여자가 되고싶다, 그리고 여자로 인정받고 싶다. 결국 타인의 평가도 중요한거야. 내 괴리는 나는 여자라고 느끼는 데 상대방은 남자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오는거니까. 상대방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지.”

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는 사실 게임에서 이길 필요도 없는 거 아냐? 네가 가진 스킬만으로도 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잖아.”
“바보냐!”

성태의 고함에 현석이 찔끔했다.

“실제로 여자가 안되면 안된다고. 여자로 살고 싶은 건데. 아기는 어떻게 낳을거야!”

그러고는 자신이 한 말에 입을 뻐끔거렸다. 성태를 따라 현석도 얼굴이 붉어진다. 성태가 우물쭈물거리다 입을 다시 연다.

“그리고… 너는… 내가 남자로 보이잖아.”
“내가 주, 중요하냐.”
“중… 요하다고. 진짜.”

눈치없는 편인 현석이었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혼란스러움, 당황. 요즘따라 심장이 너무 무리하는군. 현석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때 성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애틋함이 거세어지고 어떤 마음이 피어올랐다. 저 아이가 울지 않게 하고 싶다.

현석이 일어나며 말했다.

“자, 경험치나 쌓으러 가자.”
“그 경험치라는게 있긴한거야? 애초에 나는 레벨업을 해본 적도 없고.”

어색함을 털어내려 애쓰는 표정으로 성태가 말했다.

경험치라는 것이 현석의 말대로 존재한다면, 매일 같은 경로로 이동하며 스킬을 썼기 때문에 레벨업을 못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성태가 세웠다. 때문에 오늘부터는 새로운 장소를 다니기로 했다. 이틀간 새로운 장소를 다녔을 때 쯤이었다.

“됐다, 됐다! 레벨이 올랐어. 레벨업이란거 진짜구나!”
“진짜라고 했잖아.”

현석이 쓴웃음을 짓고있는데 기뻐서 방방 뛰던 성태가 그의 품에 안겨왔다. 현석이 놀랐고, 성태도 자신의 행동에 놀란 듯 그의 곁에서 떨어졌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기운을 끝까지 지우지못한 채 쭈뼛거리다 헤어졌다.

다음날 현석은 학교에서 기절할 뻔했다. 성태가 여자 교복을 입고 등교한 것이다. 성태는 보란듯이 다른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도 어색해하지않았다. 능력이 강해졌어. 성태가 소리없이 입술만으로 말했다. 현석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방과후 새로운 장소를 찾아갔다. 현석은 이제 이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었다. 성태의 손을 잡고 가는데 아무런 위화감이 없었다. 데이트를 즐기는 기분으로 맛있는 것을 먹고 투덜거리며 쇼핑을 따라다녔다. 실제로 물건을 많이 사지는 않았다. 반짝이는 눈으로 성태는 가지고 싶은 것들을 바라보았다.

“돈은 많잖아?”
“여자가 되면, 그때 내 몸에 걸칠거야.”

다짐하듯 말하는 성태의 손을 현석이 살며시 잡았다. 거부하지 않았다. 골목길을 지날 때였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양아치 다섯명이 두사람을 둘러쌓다.

“쪼그만 것들이 재미 좋네?”
“야, 쟤 다리 봐라. 중삐리도 괜찮은데.”

현석은 움찔했다. 능력이 있다고는 해도 얼마전까지는 평범했다.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성태가 겁에질려 현석의 곁으로 살짝 다가왔다.

“캬, 달라 붙는 거 봐라. 벌써 쑤시는 사이인가본데.”
“요새 애들 빠르네. 뭐, 난 초딩 때 빠구리 해봤지만.”
“구라치시네! 크크.”

양아치들은 저속한 소리를 내뱉으며 낄낄거렸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현석이 이마에 힘줄을 돋우며 주머니속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성태의 손을 잡았다. 겁에 질린 듯 떨리고 있었다. 성태는 약해, 내가 지켜야해. 현석이 전의를 다졌다.

“근데 저년 가슴이 디게 작네. 중딩이라 그런가.”
“이거 뭐 남자가슴인데, 킥킥. 그래도 보지는 달렸겠지.”
“설마 좆달린건 아니지, 꼬마야?”

현석이 깜짝 놀라 성태를 바라보았다. 성태는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절망을 물들였다. 성태의 고개가 숙여질 때 현석의 퓨즈가 끊겼다. 카드를 다루는건 성태와 다니며 더 익숙해졌다. 주머니에서 백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를 더 강하게, 저 새끼들을 다 박살낼만큼-! 욕망과 함께 카드에 그림이 새겨졌다. 여신관의 모습을 한 성태가 검을 든 현석에게 빛을 불어넣어 주는 그림이었다. 현석은, 최초로 8성 카드를 뽑아냈다. 자신의 몸에 카드가 녹아들었다.

상황파악을 못하는 양아치 한명의 턱을 갈겼다. 그제서야 남은 것들이 자신에게 달려든다. 현실적으로 4대1의 싸움은 불가능하다. 영화도 아니고 순서대로 덤벼주는 적은 없다. 하지만 현석의 눈에는 달려드는 놈들의 속도차이와 빈틈이 보였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릿하게 다가오는 양아치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너희들이,

주먹을 가장가까운 녀석의 배에 꽂았다. 비현실적으로 허리가 꺾였다.

저 애의,

두번째 녀석의 주먹을 얼굴을 살짝 트는 것만으로 피해냈다. 당황할 틈도 주지않고 팔을 당겨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고, 손을 놓았다. 쓰레기 더미에 양아치가 처박혔다.

심장을,

뒤에서 덮치는 세번째놈을 향해 몸을 돌려 발을 찼다. 어깨를 스치며 정확하게 목에 꽂혔다.

후벼팠어!

돌려차며 회전하는 몸을 그대로 흐르게 한다. 딱 좋을 위치에서 다리가 바닥을 디e다. 반동을 이용해 몸을 일으키며 네번째 놈의 어퍼컷으로 갈겼다. 놈의 고개가 들리며 공중으로 파편 몇개가 튀었다. 피뭍은 이빨이었다.

나자빠졌던 양아치들은 자리에서 간신히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는 현석을 겁에질린듯 바라보았다. 꺼져. 현석은 궂이 입을 열진 않았지만 의사는 충분히 통했다. 양아치들은 히익-하고 식상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고개를 돌리자 성태가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친데는 없어. 현석이 양팔을 벌리며 제스쳐를 표했다. 성태가 기쁜 얼굴을 했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너는… 왕자님같아.”

현석은 듣고있는다.

“그런데 나는 공주님이 아니야.”

대답할 말을 찾아보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저 사람들 말이 맞아.”

씨발, 아니라고. 현석은 성태에게 욕할뻔했다. 성태의 가녀린 어깨를 힘을 주고 잡았다. 성태가 울먹이며 현석을 바라보았다.

“며칠간 착각했…”

말을 맺지못했다. 현석이 입을 맞췄다. 두사람의 어설픈 입맞춤이 끝나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얼굴이 떨어졌다. 성태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현석은 이미 인정했다. 이 아이를 사랑한다. 이 아이도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남자다. 이 아이는 여자다. 아무 문제 없다. 성태를, 눈앞의 여자의 몸을 거칠게 돌려 벽으로 밀쳤다.

“두 팔 뻗고 벽집어.”

여자가 벌벌떨며 시킨대로 했다. 현석이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리자 레이스있는 하늘색 팬티가 보였다. 피식 웃었다. 이 아이는 여자야. 팬티를 내리고 자신의 바지도 내렸다.

“얌전히 있어, 넌 지금 강간당하는거야. 소리지르면 죽어.”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자지를 세웠다. 드러난 엉덩이 아래로 여자의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현석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여자답고 좋잖아.

“니가 남잔지 여잔지 느끼게 해줄게.”

단숨에 현석이 자지를 찔러넣었다. 여자의 구멍은 뜨거웠다. 기분이 좋다. 허리를 흔든다. 헐떡거리는 신음이 나왔다.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도 신음하고 있었다.

“구멍 기분 좋아.”
“바보…”

허리를 흔들며 여자의 가슴을 만졌다. 밋밋하지만 부드럽다.

“가슴 없지…”
“난 가슴 크기 신경안써.”
“남자들 그런 말 하는거 거짓말이라던데.”
“딴놈들만 거짓말이야. 거짓말인지 알아볼 수 있잖아.”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대답안해?”
“몰라.”

여자의 몸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현석은 신경쓰지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안에 쌀거야.”
“맘대로 해.”

현석은 여자의 몸안에 정액을 쏟았다. 여자의 가녀린 교성이 골목을 가로질렀다. 골목인데 누가오면 어쩌지?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을 이은 채 잠시 여자의 허리를 쓰다듬다가 자지를 뽑아냈다. 여자는 발목에 걸려있던 자신의 팬티를 입었다. 현석은 옷을 입고 일어선 여자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치마속에 얼굴을 집어넣어 허벅지를 핥았다.

“순서가 엉망이야.”

뾰루퉁한 음성이 귀여웠다. 엉덩이를 쓰다듬다가 일어나서 시선을 마주쳤다. 여자가 얼굴을 붉혔다. 귀까지 발개져있었다. 여자가 숨을 고르더니 선언하듯 말했다.

“나는 아직 니 여자친구 아니야.”

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줘.”

여자를 안아주었다. 등을 토닥여주었다. 여자는 기분좋은 듯 몸을 기대어온다.

“시간이 지나면 난 네 여자친구가 될거야. 그다음엔 아내가 될거야. 그리고 니 아이들의 엄마가 될거야.”

여자가 훌쩍였다. 현석은 다정스레 여자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쌌다. 여자는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울고있었다. 기뻐서 그렇다는걸, 바보인 현석이라도 알 수 있었다. 여자가 갑자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현석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허벅지에서 아찔한 통증이 왔다. 여자가 현석의 허벅지를 꼬집은 것이다.

“지금 넌 그냥 강간범이야.”
“잘 못했습니다.”

현석이 다시 여자의 얼굴을 안아주자 여자는 그의 가슴속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후로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학교에서는 아는척 하지않았다. 여자 또래중에 친구도 생긴 모양이었다. 예린이였나? 행복해보였다. 학교를 마치면 새로운 곳에 데이트를 갔다. 새로운 곳에서 섹스를 즐겼다. 주로 야외에서 즐겼다. 공원에서, 인적이 뜸한 도로에서, 숲속에서. 다행이 들킨적은 없었다. 세상사람들에게 이 아이가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싶었다. 누군가 지나가다 자신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발견당하면? 현석은 자신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그놈을 죽일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내꺼야. 그런 생각을 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딱딱한 공원 벤치 위에서 불평없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여자를 보며 현석은 생각했다. 내 욕망은 이 여자를 위해 사는거야. 그리고 마침내 이 여자를 위해 죽는거야. 여자의 몸속에 자신을 토해냈다. 헐떡이며 숨을 가누는 여자를 안아주며 기필코 그러리라고 다짐했다.

***

작가의 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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