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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그리고 그들 - 5부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42 2,013회 0건
5. 저녁 초대

남회장이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는 것을 뿌리치고 사무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를
확인해보니 저녁 7시가 지나고 있었다. 남회장에게 평가를 받은 시간은 앞뒤 2,30분을 빼더라도
족히 두 시간 이상이었다.

그 두 시간여 동안 나는 서른 한 살의 인생동안 일찍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극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수치심과 모욕감은 도저히 부인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한 오르가즘을
동반시키기도 했는데, 그것 역시 내가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설고 두려운
오르가즘이었다. 비록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수치심과 오르가즘의 영역을 수시로 넘나들었던
내 몸의 감각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지워지지 않고 남게 될 것이었다.

항문 속에서 마치 탄산 음료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다. 아마도 막대형 믹서기가
휘젖고 빠져나간 뒤의 잔여감을 경험해 보았다면 이런 느낌이리라! 그러고 보니 질 속의 감각은 어느새
머리속으로 저장 공간의 위치를 옮겨갔지만, 항문 속의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워낙 몸 속의 신경 조직들이 강렬하게 자극을 받았던 탓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박이사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중에도 어음을 연장해서 다행이라든지, 혹은 남회장으로부터 받은 능욕의 상처를
떨쳐내지 못해 우울하다든지 등의 감정을 추스릴 여유가 없었다.

감정보다 감각이 우선인 상태는 박이사의 자동차 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제수씨!”

박이사가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는 나를 쳐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은 내게 말을 건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차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를 맞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왠지 모를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울음은 남편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짓을 하고 말았다는 자책으로 이어졌고,
결국에는 남회장의 능욕에 오르가즘마저 느끼야 했던 내 몸뚱이에 대한 배신감으로 이어졌다.

박이사가 간혹 어깨를 감싸오기도 하고, 뭐라 뭐라 위로의 말같은 것을 내던지기도 했지만, 그의 위로를
받아줄 만큼 마음 속 감정이 여유롭지 못했다. 코가 막혀서 울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 다음에야,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귓 속이 멍멍해지고 가슴 속이 먹먹해지고 있던 무렵,
박이사가 허벅지 위로 핸드폰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제수씨! 핸드폰을 차에 놔두고 가셨더군요.... 혹시? .... 정사장하고 사무실에서 마주쳤어요?
제수씨 올라가고 나서 한 시간쯤 지나서 정사장이 올라가던데....”

“...............”

“그런데 정사정이 여직원하고 같이 나오던데.... 위에서 무슨 일 있었던 것은 아니죠? 걱정이 돼서....
정사장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어음 문제는 잘 해결될 것 같다고 하던데? 뭐가 뭔지 도무지....”

“...............”

남편이 남회장 사무실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본 모양인데 아무런 대답을 하기 싫었다.
박이사가 원망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 몸을 섞었다는 이유로 복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남회장 사무실에서의 일에 대해 이러 저러하게 말을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집으로 곧장 가겠느냐 아니면 어디 조용한 곳에서 좀 쉬었다 가겠느냐 라고 박이사가 물어오던 중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을 수 없었다. 재차 벨이 울렸지만 통화 버튼에 손가락만 올려놓은 상태로
전화를 받지 못했다.

“박이사님!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그냥 어디든지 드라이브 좀 시켜주세요”

집에서 남편을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이 막연하게 두려워졌다. 박이사의 차가 건물을 빠져나와 교외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도중 장맛비에 퇴근 시간까지 겹쳐 도로가 심하게 막혔다.
괜히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 그때 다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안 받기에는
더 이상 적당한 핑계거리가 없을 것 같았다.

“여보세요? 아니! 왜 전화를 안 받았어? 무슨 일 있어? 당신?”

“아, 아니요. 지금 저 찜질방에 왔어요. 탕에 들어간 사이에 전화 왔었나 보네요.”

“아! 그래? 날 더우면 찜질방도 괜찮지! 여보! 그나저나 오늘도 못 들어갈 거 같은데? 어떡하지?”

“네? 왜요? 오늘 오신다고 했잖아요.”

“아~~ 그게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아직 부산에 있는데 .... 급한 일 좀 처리하고 내일 곧장 회사로
출근하게 될지도 몰라서.... 내일 좀 일찍 도착하면 집에 들렀다 가겠지만 말야 ....”

[부산?]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 알몸으로 목판에 얼굴만 내밀고 있던 내 엉덩이를 내리치며 자기는 내 남편과 예쁘게
데이트를 하겠으니, 나보고는 남회장과 맘껏 즐기라고 하던 여직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또 다시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가슴 속에서 끓어올랐다.
나와 남편이 남회장과 그의 여직원에게 성적 유희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처지가 더욱 깊은 모멸감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말았다.

여직원과 함께 있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배신감이나 실망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이틀 동안 남편의 회사와 우리 집을 위해 박이사와 남회장에게 몸을 허락하고 말았던
내 선택과 행동이 남편의 목소리 앞에서 더욱 미안하고 죄스럽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도 집에 못 들어온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나자 오히려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남편의 눈을 어떻게 마주쳐야할지 난감해하던 걱정은 내일까지 미루어져 다행이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는 집에 못 들어온다는 남편의 말에, 그에게 가졌던 일방적인 죄책감이 희석되는
느낌마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좀처럼 교통 체증이 풀릴 거 같지 않았다. 피로감이 느껴졌다. 남회장에게 혹사당하던 몸은 물에 빠진 솜처럼
무겁고 눅눅하게 가라앉기 시작했고, 눈꺼풀이 무거워져 왔다.

“제수씨? ....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아무래도 드라이브는 좀 무리겠는데요. 차가 너무 막혀서....”

“.................”

잠깐 차창에 기대 눈을 감았던 것 같았는데 어느새 창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무슨 공터 같은 곳이었는데,
이따금씩 비 속에서 저녁 산책을 하는 몇몇의 사람들의 풍경들로 보아 도심 속 소공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운전석에는 박이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요의가 심하게 느껴졌다. 남회장에게 능욕을 당하던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아랫배의 요의는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듯한 기세로 아랫배를 팽창시켜 왔다.

능욕의 시간이 끝나고 욕실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하고 싶었지만, 욕실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벽 건너편으로
남회장의 모습이 어른거려 결국 소변을 해결하지 못했었다. 무작정 차문을 열고 나와 소변을 해결할 만한
곳을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공원의 맞은편 구석에 화장실로 보이는 건물에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휴지통 밖으로도 휴지 뭉치들이 지저분하게 떨어져 나왔을 정도로 화장실 내부는 청결하지 못했다.
변기 안에는 담배꽁초가 푹 퍼진 채로 떠 있었고, 한 눈에 봐도 불결하기 짝이 없는 변기의 위생 상태는
아무리 급해도 엉덩이의 맨살을 대고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 보였다. 휴지로 변기의 받침대를 닦고 난 후,
다시 그 위에 휴지를 곱게 펴서 깔아놓은 다음,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내려 변기 위에 앉았다.
앉아마자 무서운 속도로 소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 밖의 벽을 따라 움직이던 목소리가 앉아 있는 변기 칸 쪽으로 가깝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누군가 화장실 건물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휴대 전화로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화장실을 처음
들어서기 전부터 그 목소리는 화장실 외벽을 따라 왔다갔다하며 들려오고 있었지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가려 그 음성이 뚜렷하게 인지되지는 않았었다.

워낙 아랫배의 요의가 급했고, 더러운 변기를 닦아내느라 정신이 팔려 그 목소리에 주위를 기울일만한
상황은 안 됐었는데, 변기 위에 앉아 안정을 되찾는 그 순간부터 바깥의 그 목소리에 자연히 신경이 쓰이게 됐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그 목소리가 내가 앉아있는 변기 칸 바로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이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여자란 원래 따 먹어야 맛인데....암튼 형님이 부럽....”

박이사의 목소리가 내가 앉아있는 변기 칸을 지나치면서 그의 목소리도 빗소리에 묻혀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앞뒤 통화 내용을 다 알 수가 없어서 뭐라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내 옆을 지나치면서 들려오던 박이사의
말은 왠지 모를 불쾌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박이사가 내뱉은 ‘따먹어야 맛인 여자’가 어쩌면 나를 두고 한 말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너무나 비약적인 추측이다 싶어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
다만 여자를 따먹는다느니 하는 식의 표현을 쓰는 박이사에게 적잖이 실망감이 들었고, 차분하고 젠틀하게
느껴지던 그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속이 상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누군들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 사람이 있겠나 싶어,
소변을 다 마치고 차로 다시 돌아가던 도중에는 박이사의 전화 통화에 대한 불쾌함은 거의 지워져가고 있었다.

차에 돌아와 앉자 잠시 후 박이사도 차로 들어와 앉았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몇 마디의 말을 던져오더니, 자기가 잘 아는 타이 마사지 샵이 있는데, 오늘 같은 날에는
아로마 마사지라도 받는 것이 어떠냐며 내 의중을 물어왔다.
방콕으로 신혼 여행을 가서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과 함께 받았던 좋은 기억을
박이사에게 그 추억의 한 자락이라도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혼자 있기 너무도 싫은 밤에
박이사의 제안을 정색하고 거부할 만한 처지도 아니어서, 그저 못 이기는 척 하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사지 베드의 둥그렇게 파인 홈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내내 목틀에 목이 끼워진 채 남회장에게 능욕을 당하던 일들이 떠올라 꺼림직해졌다.
하지만 이미 마사지용 가운 속으로 브레지어를 탈의하고, 1회용 마사지 팬티로 갈아입은 마당에
엎드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회장에게 혹사당했던 목과 어깨를 비롯해서
온 몸의 신경 세포들이 내 마음보다 먼저 마사지 베드로 향하도록 채근하고 있었다.

마사지 베드의 홈에 얼굴을 파묻고는 배를 깔고 엎드리자,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태국 여자 마사지사의 두 손이 아랫배 아래로 들어와, 가운의 매듭을 풀고는 가운을 벗겨냈다. 그리고는
향이 좋은 아로마 오일을 등 전체에 뿌려놓고는 아주 부드럽게 뒷목과 어깨를 마사지해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근육의 결을 따라 섬세하게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힘으로, 오후 내내 능욕의 시간을 보내온
몸뚱이를 어루 만져주었다.

마사지를 받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박이사와 남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불안감도 눈 녹듯이 사려져 갔다. 척추 뼈를 중심으로 허리춤에서부터 어깨쭉지까지 리드미컬하게
움직여오는 손길에 잠시 정신을 잃을 만큼 릴렉스해졌다.
그 와중에 1회용 팬티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지고 있었지만, 태국의 어느 호텔에서 마사지를 받았을 때는
아예 1회용 팬티조차 입지 않고 마사지를 받았던 것이 생각이 나서, 굳이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엉덩이 위를 그녀의 엄지 손가락이 위아래로, 때로는 좌우로 펴내려갈 때마다 항문의 입구가 열릴듯 말듯한
자극을 받으면서 묘한 감각이 이어지고 있었다.
엉덩이 마사지가 이렇게까지 시원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것인지 몰랐다. 한참을 엉덩이 위를 마사지하던
그녀가 다시 허리 춤부터 어깨까지 몇 번인가 더 오르내리더니 말없이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 다시 들어와 따뜻하게 적셔진 타올로 흠뻑 묻혀진 아로마 오일을 닦아 내리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안쪽까지 꼼꼼하게 다 닦은 다음에는 발 아래쪽으로 몸을 움직여 발바닥을 지압하며 마사지를
시작해왔다. 모든 피로는 발바닥에서 모여진다고 했던가? 무슨 여자의 손아귀 힘이 이리도 셀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게 가슴 속까지 뚫어주던 발마사지가 끝나자, 으레 그렇게 하는 것처럼
그녀는 아무런 신호 없이 허벅지에 걸쳐져 있던 1회용 팬티를 단숨에 벗겨냈다.

마사지사의 손길이 왼쪽 다리의 종아리 근육을 매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릎 안쪽을 지나 허벅지 위로
올라왔다. 그렇게 그녀의 두 손이 허벅지 뒤쪽에서 위아래로 오르내리면서 사타구니 안쪽으로까지
손길이 파고들자, 야릇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남회장의 사무실에서 느꼈던 이율배반적인 감각들이 언제 그런 능욕을 겪은 적이 있었냐는 듯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원래 타이 마사지란 것이 이렇게 깊은 곳까지 터치를 하나 싶을 정도로 마사지사의 손이 사타구니 깊숙이
들어오더니, 그녀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들로 내 몸의 꽃잎 주위의 외음순 부위를 슬쩍 슬쩍 만져오기 시작했다.
사타구니 깊은 곳에서 짜릿한 전율감이 생겨났다. 거기는 터치하지 말라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한국말을 전혀 못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물론 그녀의 터치가 싫지 않은 느낌을 주었던 것이 더 큰 이유였겠지만....

그렇게 사타구니 안쪽을 은근히 터치해오던 그녀의 손길이 점차 대담하게 엉덩이의 골짜기를 훑어가면서
노골적으로 항문 주위와 꽃잎 주위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엉덩이 깊은 곳에서 찌르르하며 소름이 끼쳐왔다.
그녀의 손길을 멈추려면 그 순간 제지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은 마치 내 마음을 읽고 있는 듯이 그만하라고 말하려던 순간에는 항문과 꽃잎의 중심부에서
멀어졌다가, 이제 됐다싶은 순간에는 순식간에 엉덩이 사이의 골짜기로 내려와 항문과 꽃잎을 쓸어가는 동작을
계속 반복해왔다. 그녀의 손은 흡사 게릴라들의 습격처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타이밍에 침범해 들어왔으므로
그때마다 속절없이 허를 찔리고 말았다.

마사지사의 손에 사실상 내 몸은 거의 무장해제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그녀의 손길을 막아낼 수 없을 만큼,
내 모든 감각 기관들은 그녀의 손 끝 아래에서 점령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항문과 꽃잎의 중심부는 건드리지 않고 있었으므로, 비록 애무에 가까운 마사지를 받고는 있었지만,
그런 느낌도 마사지의 일부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그녀의 손가락들이 마침내 항문과 회음부 그리고 소음순 위를 직접적으로 마사지를 해오던
순간에 직면하게 되어서는, 섹슈얼리티와 마사지 행위 사이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기
시작했다.

“하아~~~”

아주 작은 신음 소리가 뜨겁게 흘러나왔다. 같은 여자의 손길에 성적인 느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지만, 그녀의 손길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소망하기 시작했다. 지난 이틀 동안 어쩌면,
내 몸은 박이사와 남회장에 의해서 감각을 통제하는 능력마저 빼앗겨버렸는지도 몰랐다.

“아음~~~”

내 입에서 들릴듯 말듯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마사지와 애무의 중간 지대에서 혼란스러운 감각이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던 즈음, 그녀의 손이 오른쪽 다리로 옮겨가 왼쪽 다리를 마사지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마사지를 한 후, 다시 엉덩이 사이의 골짜기와 사타구니 안쪽의 민감한 부위를
꼼꼼하게 터치해 왔다.
아마도 꽃 잎 사이를 그녀의 손가락이 갈라 온다면, 제법 많은 양의 분비물이 묻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내 마음과 몸은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마저 마사지가 끝난 후, 마사지사가 다시 물수건으로 오일에 흠뻑 젖어있는 두 다리와 엉덩이를
닦기 시작했다. 이제 끝인가 싶어 묘하게 아쉬워졌다. 이런 마사지도 있는가보다 라고 감상을 정리하던 순간,
그녀의 손이 골반 안쪽으로 파고들더니 허리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쿠션감이 충분한 스폰지같은 베개가 아랫배 아래로 놓여졌다.
이제 내 몸은 엉덩이 부위만 약간 공중으로 치켜진 채로 엎드린 자세가 되어버렸다.

다소 민망한 자세가 만들어지자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자세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그 자세에서 받게 될 마사지에 대한 궁금증과 막연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었다.

마사지사의 두 손이 엉덩이 위에 올려지는가 싶더니 엉덩이 양쪽을 쩌억하고 벌려나갔다. 항문의 입구가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넓게 벌려지고 말았다.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고개를 들어 몸통을 비틀며
그만하라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열어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다시 마사지 베드의 홈 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마사지사가 이미 항문 속으로 혀를 밀어 넣어 왔을 뿐만 아니라, 얼핏 눈에 들어온
실루엣이 여자가 아닌 남자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분명 남자의 어깨와 머리 모양이었던 그 실루엣의 주인공은 박이사가 틀림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머리 속을 정리해 나갔다. 아마도 등 마시지가 끝나고 따뜻한 타올을 가지러 방을 나갔던 그 순간에
여자 마사지사에서 박이사로 교체되어 들어온 게 분명했다.

이미 어젯밤에 리허설의 명목으로 박이사와 살을 섞고 오늘 남회장 사무실의 지하주차장에서 K키스까지
했던 관계였지만, 사실 남회장의 사무실을 나선 이후에는 박이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또한 어느 시점에서 정리해야할지 고민해 오던 터였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내 엉덩이에 얼굴을 처박고 항문을 핥아대는 사람은 박이사였고, 그런 점에서
마치 내 속마음을 박이사에게 들킨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얼굴을 파묻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하악!”

“츄릅~~츄츄~~츄르륵 츱~~”

한 순간에 꾹 참아왔던 숨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방안에 울려질 정도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창피해졌다. 다행히 그의 혀가 항문과 질구 속으로 밀려들 때마다,
마사지실을 메아리치게 만드는 핥아대는 소리가 없었더라면, 죽을 만큼 창피해졌을지도 몰랐다.

언제까지 모르는 체하며 그의 애무를 받게 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얼굴이 파묻힌 상태에서는 박이사에 대한
갈등 혹은 정리되지 않은 속마음을 감출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와의 섹스를 통해 처음 느껴본
오르가즘에 대한 어젯밤의 기억이 그저 눈을 감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게 하라고 자꾸만 부추기고 있었다.

남편이나 남회장의 애무와 박이사의 애무는 분명 다른 것이 있었다.
둘의 애무는 내 몸의 감각이 그들의 행위를 따라다니며 느끼게 했던 반면,
박이사의 애무는 내 몸의 감각을 그의 혀와 손가락과 숨결이 찾아다니며 느낌을 만들어주는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박이사의 애무가 훨씬 다양하고 강렬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으며, 확실히 박이사에게는 여자의 몸을
스스로 복종시키게 하는 능력이 있어 보였다.

“쑤걱! 쑤걱! 쑤걱!”

“아으응~~~하아~~하아앙~~~”

박이사의 손가락과 혀가 질구와 항문을 얕게 쑤셔대다가도 위아래를 쉼 없이 문질러왔다.
그러자 내 입에서는 길고 가느다란 교태 섞인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구부정하게 꺽여 올려진 내 엉덩이는 이미 허공을 비틀며 박이사의 몸을 갈구하고 있었으며,
마침내 박이사가 몸을 일으켜 그의 물건을 질구에 대고 삽입을 알려왔을 때에는
질 속의 살들이 스스로를 팽창시키며 삽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푸~~~우~~~~우”

“하아~~”

그의 물건이 빈틈 하나 없이 질 속을 가득 채우며 몸 속으로 들어와서는 척추를 타고 머리 속마저
하복부의 압박감으로 꽉 채워왔다. 그러나 그의 삽입은 그것으로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가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W자로 머리 양쪽 귓가에 놓여있던 내 두 손목을 지긋이 누르며 몸을 앞쪽으로 내밀고 나서야,
그의 물건이 자궁의 입구까지 그 묵직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푸욱!”

“허억!”

박이사가 등 뒤에서 두 손목을 꽉 잡아 누르며 삽입의 마침표를 찍자, 마치 오후 내내 남회장에게 수모를
당했던 목틀에서의 자세가 연상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남회장에게 당하던 목틀에서의 자세나,
박이사에게 두 손목을 잡힌 채 얼굴은 마사지 베드의 홈에 파묻은 자세로 삽입을 당하는 자세나
틀릴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하늘과 땅 만큼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남회장에게서는 수치심에 전율하며 삽입을 받아들였다면, 박이사로부터는 클래식한 섹스감을 기대하며
삽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푸걱! 푸걱! 푸욱! 푹!”

박이사의 삽입이 리듬감을 타며 내 몸 속으로 돌진해올 때마다 나는 그의 물건이 전해주는 감동을
좀 더 깊이 느끼기 위해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여 나갔다.

분명 나의 그러한 행동은 박이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을 것이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창피함을 표현하기에는 내 몸 속이 너무 뜨거워져 있었고, 아직 그는 내가 고개를 돌려 자신이 박이사인지를
확인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므로, 끝까지 등 뒤의 남자를 정식으로 확인만 하지 않는다면,
익명의 남자와 치룬 섹스였다고 최면을 걸어, 커튼 뒤로 내 속내를 감춰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만 끝이 난다면 박이사와의 명분 없는 두 번째 섹스는 내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는 용납이 될 것도 같았다.

“하으응~~하응~~”

“퍼억! 퍼억! 퍽! 퍽!”

“헉! 헉! 헉!”

내 신음 소리와 박이사의 숨소리 그리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숨이 멈춰진다 해도 좋을 만큼 그가 밀어올리는 압박감에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적어도 오르가즘으로
치닫고 있던 그 순간에는 내가 한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도, 박이사가 내 남편의 직장 동료라는 사실도, 그리고
불과 두 세시간 전만 해도 온갖 수치심을 느껴가며 남회장에게 농락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로지 질 속에서 시작되어 온 몸을 산산이 쪼개버릴 듯한 오르가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서른 한 살의
여자라는 사실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박이사의 삽입 속도가 빨라졌다.
숨까지 멈추며 그는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내 엉덩이를 세차게 들이치고 있었다.
나 역시 숨이 멈춰진 듯 겨우 겨우 목젖만을 열고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그 목젖마저 순간적으로 닫히며 무호흡의 상태가 지속되었고, 뇌 속으로 공급되어져야할 최소한의
산소마저 차단된 채로 오르가즘의 가파른 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끄으으윽~~~~”

박이사의 길고 긴 신음소리가 거친 숨소리에 실려 마사지실에 퍼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실로 엄청난 양의 정액이 질벽을 후두둑 때리며 쏟아져 나왔다. 그의 물건이 대 여섯 번 이상 꿈틀거리며
정액을 토해내자, 비로소 내 입에서도 멈춰져있던 숨이 끝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아~~하악~~하아~~”

한참을 몸 위에 올라타 있던 박이사가 그의 물건을 빼내며 떨어져나갔다. 꽉 막혀있던 질 속에서
그의 물건이 빠져나가면서 공기가 밀려들어오자, 질 속이 시원해졌다.

박이사가 어깨를 잡고 내 몸을 바로 눕히려 했다. 하지만 내가 뒤돌아 누울 의사가 없음을
온 몸에 힘을 주어 표시하자, 박이사의 손이 어깨에서 내려와 등과 허리를 지나 엉덩이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엉덩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는,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질 속으로 손가락을 쑤욱 집어넣어왔다.
그리고는 질 속에 가득 고여 있는 그의 정액을 손가락을 구부려 질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의 눈에는 허연 정액 덩어리들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이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말없이
그의 행동을 용인하고 있는 것처럼, 그 역시 아무 말 없이 섹스 후의 여운을 지속시켜주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어 자신이 박이사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말없이 마사지실을 나가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박이사와의 두 번째 섹스가 그렇게 서로 모르는 체 하며 끝난 후, 밤 열두시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빈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밤이 그토록 길고 무섭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꼬박 밤을 새울 것만 같았던 그날,
그러나 동이 트기 전에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다음날 저심 무렵에야 겨우 눈을 뜨고 금요일을 맞았다.

핸드폰을 보니 남회장과 박이사의 전화가 부재중통화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남편의 전화는 없었다. 악몽처럼
지나버린 지난 이틀 동안의 사건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를 남회장과 박이사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걱정이 커져갔다.

특히 남회장과의 만남이 앞으로 3개월은 더 지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박이사에게 어음 연장 건에 대해서만
물어보고 난 후, 곧바로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남회장이든 박이사든 되도록이면 멀리 둬야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금요일이
다 지나가던 밤, 남편이 술 한 잔 걸친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환한 웃음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나는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남편과 모처럼의 한가한 주말을 보내던 중, 하마터면 경악할 뻔했던 말이
남편의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 참! 여보! 내일 저녁에 회사 투자자 한분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거든. 부부가 같이 올지, 혼자 올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당신 요리 솜씨 좀 발휘해줘!”

“집으로 초대한다고요? 누군데요?”

“어! 남회장이라는 사람인데, 회사에 중요한 채권자 겸 투자자거든! 신경 좀 써줘! 미안해!”

“....네?....”

TV를 보며 옆으로 앉아있는 동안 얘기가 나와 망정이지 남편과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나눴다면
남회장 얘기에 과도하게 반응했을 내 눈빛을 들키고 말았을 것이었다.

[남회장? 남회장이 내일 저녁에 집에 온다고?....남회장이?]

심장에 전기 쇼크를 받은 것처럼 온 몸을 덜덜 떨며 일요일 밤을 꼬박 새운 채, 아침을 맞았다.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를 깜깜한 월요일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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